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269화 (269/529)

269화. 소셜 네트워크 (10)

워싱턴 D.C. 캐피톨 힐에 위치한 국회의사당에서 페이스노트 청문회가 열렸다.

민주당과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자리에 앉았다.

공개 청문회인 만큼 기자들과 방청객이 모였고, TV와 인터넷 매체를 통해 전세계 생중계됐다.

이 자리에서 내부고발자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40대 중반의 백인 여성은 청문회에 앞서 진실만을 말할 것을 선서했다.

청문회 진행을 맡은 베인 상원의원이 물었다.

“증인의 이름과 신분을 말씀해주세요.”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 이름은 에밀리 하이젠입니다. 3년 8개월 동안 허위정보 담당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했고, 두 달 전에 퇴사했습니다.”

“증인이 페이스노트에서 하는 일은 뭐였습니까?”

“데이터 관리였습니다. 허위정보를 필터링하고, 문제가 되는 게시물을 삭제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내부고발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현재 페이스노트는 청소년들에게 해를 끼치고, 분열을 조장하며, 분노와 증오를 부추기고,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 문제를 세상이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어서 의원들의 본격적인 질문이 이어졌다.

“알고리즘의 편향성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알고리즘은 비슷한 생각과 감정을 공유한 이들의 게시물이 더 많이 노출되도록 가중치를 부여하는 식으로 설계됐습니다. 추천, 댓글, 게시물 공유 등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한 사람이 올린 게시물일수록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됩니다.”

“그러한 방식이 어째서 문제가 됩니까?”

“반응을 최우선시하는 알고리즘에서는 가짜뉴스, 허위 정보, 극단적 콘텐츠들이 주목을 받게 됩니다. 알고리즘은 진실을 보여주는 게 아닌,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줍니다.”

과거 인터넷에서는 사람들이 같은 것을 보며 싸웠다.

하지만 페이스노트에서는 알고리즘이 개인별 맞춤 정보를 제공하며, 반대되는 성향을 지닌 콘텐츠는 아예 차단되고, 정보를 편식함으로써 스스로의 생각만이 옳고 반대되는 생각은 틀렸다는 가치관 왜곡이 발생하게 된다.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는 말처럼 개인들은 각자 필터링 된 정보의 비눗방울 안에 갇혀 그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한 집단으로 묶어, 내가 하는 얘기와 상대가 하는 얘기가 똑같아진다.

마치 메아리가 울려 퍼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를 에코 챔버 효과(Echo Chamber Effect)라고 하는데, 이는 집단적인 확증편향을 일으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의견은 사라지고 양극단의 의견을 주류로 떠오르게 한다.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린스타그램이 10대 청소년의 자살률을 높이는 등 정신 건강에 유해하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얻고도 이를 숨겼다는데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조사 결과 린스타그램을 사용하는 청소년 중 미국인의 7퍼센트, 영국인의 12퍼센트가 자살충동을 느낀 것으로 확인됩니다. 소셜 미디어는 담배나 마약과도 같은 중독성이 있지만, 청소년들의 자제력은 그리 강하지 않습니다.”

의원들은 계속해서 질문했다.

“페이스노트가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알고도 묵인한 게 맞습니까?”

“예. 페이스노트는 지난 대선 당시 가짜뉴스에 대한 감시를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이를 철회했습니다.”

“이유가 뭔가요?”

“감시에는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러한 조치는 이용자들의 사용 시간과 관심을 줄어들게 만들어 성장에 방해가 됩니다.”

“기업 성장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감시를 중단했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페이스노트는 사회적 이익과 기업 이익 사이에서 항상 기업의 이익을 택했습니다. 그 결과 더 많은 분열과 해악, 거짓이 나타났고, 이는 더 많은 폭력과 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어진 이야기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그러한 최소한의 감시조차 그나마 인구가 많고 처벌이 강한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허위정보를 담당하는 인력의 65퍼센트는 영어권 국가의 게시물에 집중하고 있고, 그 외의 국가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인구가 적고 매출이 적은 나라일수록 허위정보를 담당하는 인력을 줄였고, 그 결과 가짜뉴스와 조작된 영상이 돌아다니고, 이를 배포하는 가짜 계정이 우후죽순 생겨나도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게 미얀마와 에티오피아에서의 학살이 벌어지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군부 쿠데타와 학살이 정당화되는 게시물들이 추천됐고, 가짜뉴스와 인종적 증오를 부추기는 게시물들은 빠르게 높은 순위로 올라갔습니다. 페이스노트가 반응을 기반으로 순위를 매기는 한 이러한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에밀리 하이젠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페이스노트는 바뀌어야 합니다. 안전하고, 개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더 나은 소셜 미디어가 돼야 합니다. 하지만 페이스노트는 절대 스스로 바뀌지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규제할 수 있는 법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게 바로 제가 이 자리에 나온 이유입니다.”

* * *

청문회의 후폭풍은 만만치 않았다.

페이스노트 주가는 11퍼센트 하락해 8300억 달러로 내려왔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큰 낙폭이자 52주 최저가였다.

애널리스트들은 페이스노트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앞다퉈서 목표가를 끌어내렸다.

[페이스노트, 창사 최대 위기]

[글로벌 악재 직면, 페이스노트 이대로 무너지나?]

[내부고발에 대한 페이스노트의 대응은?]

[골든버그 CEO, 내일 청문회 소환!]

* * *

청문회는 이틀에 걸쳐 이뤄졌다.

첫째 날에는 내부고발자가 출석했고, 둘째 날에는 마이크 골든버그 CEO가 출석했다.

어느 나라든 대부분의 청문회는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워낙 큰 사건인 데다가 골든버그 CEO가 출석한다는 소식에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처음으로 청문회에 출석한 마이크 골든버그는 먼저 진실만을 말할 것을 선서했다

시작부터 의원들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알고리즘이 의도적으로 증오와 분노를 일으키도록 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까?”

골든버그 CEO는 단호하게 부인했다.

“수익성을 위해 고의로 사람들을 분노로 몰아간다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입니다. 그런 일은 결코 없었습니다.”

질문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린스타그램이 10대들의 우울증과 자살충동을 불러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방관했습니까?”

“일부 그런 사례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반대로 린스타그램을 통해 더 나은 관계를 맺고 주변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청소년들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내부문건은 어디까지나 여론조사의 문항일 뿐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의료 기관과 전문가들의 자세하고 면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청소년들의 안전과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같은 문제들에 대해 더 깊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사생활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페이스노트는 이용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고 이를 활용해 돈을 벌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꿀 용의가 있습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페이스노트는 무료 서비스입니다. 어떠한 영리활동도 하지 않고 이 서비스를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럼 지금처럼 광고주들에게 개인정보를 계속 판매하겠다는 겁니까?”

“우린 데이터를 판매하는 게 아닙니다. 광고주들은 데이터에 대해 어떠한 접근도 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다만 데이터를 분석해 광고주들이 필요로 하는 고객에게 광고를 띄워줄 뿐입니다.”

하지만 모든 의원들이 제대로 된 질문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80대의 버논 상원의원은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페이스노트는 무료입니까, 유료입니까?”

“무료입니다.”

“그럼 뭐로 돈을 법니까?”

“광고로 돈을 법니다.

”그럼 페이스노트는 광고 사이트입니까?”

“아닙니다. 저희는 소셜 미디어입니다.”

“소셜 미디어가 뭡니까?”

“…….”

어이없는 질문에 방청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페이스노트가 가짜뉴스와 허위사실을 의도적으로 방치했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페이스노트에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만 건의 게시물이 올라옵니다. AI와 함께 수천 명의 직원이 매일 같이 가짜뉴스와 혐오 콘텐츠를 삭제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한계는 분명합니다. 저희는 이 문제를 개선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내부고발자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떻습니까?”

“규제에 대한 저의 견해는 무조건 반대가 아닌,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여러 이유들을 종합해 무엇을 어떻게 규제할지에 대해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러한 규제는 페이스노트 같은 대기업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스타트업들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의원들이 페이스노트가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점을 지적하는 반면, 텍사스주의 브라운 상원의원은 오히려 검열에 반대하는 질문을 던졌다.

“골든버그 씨. 당신은 스스로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인이라 생각합니까? 아니면, 자유롭게 정치적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고 봅니까?”

“플랫폼의 CEO는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미국인들은 페이스노트와 다른 빅테크 기업들이 정치적 검열을 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하지만 페이스노트를 비롯한 IT기업들은 실리콘밸리에 위치해 있고, 이곳의 사람들은 진보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직원들이 성향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지는 않습니까?”

“정치적으로 편향된 의견을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 저희의 입장입니다.”

“페이스노트는 낙태와 동성애를 반대하는 단체의 광고와 게시물을 삭제했습니다. 낙태와 동성애 옹호단체의 광고는 그대로 놔두면서 말이죠. 낙태는 정치가 아닌 생명과 인권에 대한 문제입니다. 말씀해보시죠. 낙태 반대 의견이 혐오 콘텐츠입니까? 그렇다면 배 속의 아이를 살해해도 된다는 낙태 찬성 의견은 혐오가 아니라는 겁니까?”

“그건…….”

골든버그 CEO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캐머런 의원이 소리치듯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살해라니요!”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일제히 일어났다.

“인구의 50퍼센트인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는 게 잘못이라는 겁니까?”

“국민들께 사과하세요!”

브라운 상원의원은 목소리를 놓여 소리쳤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잘못된 법입니다. 우리는 아이가 태어났든 태어나지 않았든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서 동성애 반대 광고가 혐오가 아니라는 겁니까?”

“그건 혐오가 아닌 표현의 자유입니다. 미국은 자유주의 국가입니다. 누구나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지면 됩니다.”

“당장 사퇴하세요!”

청문회를 진행하다 말고 갑자기 낙태와 동성애 문제를 놓고 민주당과 공화당의 난타전이 벌어졌다.

* * *

청문회는 잠시 중단됐다.

마이크 골든버그는 준비된 휴게실에서 잠시 쉬며 여론의 반응과 주가를 살폈다.

시장이 가장 우려한 것은 여론이 완전히 돌아서는 것과 강력한 규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철저한 준비를 하고 나온 마이크 골든버그에 비해 의원들의 질문은 실망스러웠다.

언론들 역시 이러한 점을 지적했다.

[의원들은 페이스노트의 문제를 지적하기 전, 페이스노트가 뭔지부터 공부해야 한다]

[일부 의원들은 아직도 스마트폰이 없는 20세기에 살고 있다]

[‘페이스노트 청문회’가 아닌, 4시간에 걸친 ‘페이스노트 설명회’]

[청문회 도중, 낙태와 동성애 문제 놓고 양당 의원들 설전]

[골든버그에게 쩔쩔 매는 의원들]

[김빠진 청문회. 결정적 한 방 없어……]

인터넷은 들끓었다.

-이건 뭐 청문회 열어놓고 지들끼리 싸우네.

-야, 이 새끼들아! 페이스노트 청문회 하랬더니, 니들끼리 싸우면 어떡하냐?

-어디 내놔도 부끄러운 미국 상원의원들 ㅜㅜ

-ㅋㅋㅋ ‘소셜 미디어가 뭡니까’는 좀 웃겼다.

-버논 의원님께는 아직 21세기가 도착하지 않았음.

-골든버그 깨지는 거 기대하고 봤는데, 별로 재미 없네~

-골든버그 말 존나 잘함. 애초에 이게 청문회까지 열 일인지 잘 모르겠음.

-가짜뉴스를 올린 놈이 잘못이지, 삭제 못한 페이스노트 잘못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그러게. 페이스노트가 뭔 분노와 증오를 조장한다고 난리임?

-린스타그램이 우울증을 유발하는 건 사실 아닌가? 린스타그램 보면 다들 예쁘고 잘생기고, 명품과 슈퍼카 사고, 좋은 데 놀러 다니는 사진들뿐인데. 그런 거 보다보면 다른 사람들은 다 행복한데, 나만 힘들고 불행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듬.

-거기 올라오는 사진 90퍼센트가 보정임. 아예 린스타그램 자체에서 최적화된 사진을 고르고, 자동 보정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함.

-저희 딸도 린스타에 올라온 유명인들 사진 보고는 무리하게 다이어트하다가 거식증에 걸렸어요 ㅜㅜ

-골든버그는 결국 모른다, 그런 적 없다, 앞으로 잘하겠다가 끝 아님?

-원래 청문회가 다 그렇지~

-어차피 의회는 아무것도 못함. 의사당 모든 층에 로비스트들이 포진해있음. 페이스노트와 빅테크 기업들에 고용된 로비스트들은 의원들에게 수백만 달러씩 뿌리고, 의원들은 그걸 받아먹으며 살고 있음.

-ㅎㅎ 돈 받는 놈이 돈 주는 놈을 규제하는 법을 만들 리 있나?

-애초에 청문회 자체가 짜고 치는 포커임. 적당히 몰아치는 척하며 면죄부를 주는 거지.

청문회 리스크는 전날 주가에 반영됐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

막상 청문회가 열리고 나자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생각했는지, 하락하던 주가는 5퍼센트 상승 중이었다.

여론 역시 페이스노트에 우호적이었다.

그것을 보며 마이크 골든버그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이대로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생각은 없다.

‘슬슬 반격할 때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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