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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성공 투자법-265화 (265/529)

265화. 소셜 네트워크 (6)

에밀리는 계속해서 말했다.

“후진국일수록 페이스노트의 악영향은 더 심각해요.”

그나마 TV와 신문 같은 공영언론의 영향력이 큰 선진국과는 달리, 후진국 사람들은 절반 이상이 페이스노트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

“작년에 미얀마에서 발생한 로힝야족 학살 사건을 알고 있나요?”

“예.”

로힝야족은 불교국가 미얀마에 살고 있는 이슬람 소수민족이다.

“사건의 시작은 로힝야족 남성이 미얀마 여성을 강간했다는 기사였어요. 그 기사는 페이스노트를 통해 퍼져나갔죠.”

기사를 본 미얀마인들은 분노했고, 로힝야족에 대한 증오가 들불처럼 일어났다. 이는 인종적 학살로 이어졌다.

“나중에 가짜뉴스로 밝혀지지 않았나요?”

“맞아요. 가짜뉴스였죠.”

그런 일은 애초에 없었다.

페이스노트는 뒤늦게 해당 기사를 삭제했지만, 무려 1만 명이 사망하고 1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뒤였다.

비슷한 일은 에티오피아에서도 벌어졌다.

극단적 콘텐츠를 접한 이들은 서로를 증오했고, 정부군과 티그라이 반군이 충돌하며 에티오피아는 내전에 들어가 벌써 1만 명 넘게 사망했다.

“학살과 내전의 원인은 오랜 기간 계속된 정치, 문화, 종교적 갈등 때문이지 않나요?”

“맞아요. 문제는 페이스노트가 그러한 갈등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거죠.”

모두가 페이스노트를 보지만, 모두가 다른 걸 본다.

알고리즘은 편향성을 가지고 있다. 한번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이를 끝없이 증폭시킨다.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의견은 사라지고, 극단적인 주장이 주류로 올라선다.

트리시는 어째서 그녀가 위험을 무릅쓰고 제보에 나섰는지 알 것 같았다.

페이스노트를 가만히 놔둔다면 앞으로는 더욱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누군가는 여기에 제동을 걸어야 했다.

그녀는 대중에 알려서 이 상황을 멈출 생각이다.

이걸 보도한다면 분명히 이슈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할까?

지금까지 들은 얘기만으로도 단순히 폭로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정치권이 나서서 진상을 조사하고 대책을 내놔야 하는 심각한 사안이에요. 의회에 제보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에밀리는 조소를 지었다.

“어디에요? 하원에요, 상원에요? 아니면 민주당에요, 공화당에요?”

“그건…….”

“혹시 워싱턴에 가보셨나요? 연방의사당 입구부터 로비스트들로 가득해요. 근처 호텔에 투숙하는 사람 중 둘 중 한 명은 로비스트라는 말이 있을 정도죠.”

미국에서는 로비가 합법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매년 워싱턴 정가에 천문학적인 돈을 뿌리며, 자신들에 반하는 정책이 나오지 못하도록 유도했다.

“작년에 페이스노트가 워싱턴에 뿌린 돈만 해도 4천만 달러예요. 아마 기사가 나가고 나면 그보다 더 많은 돈을 뿌리겠죠. 그런데도 과연 정치인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설까요?”

“…….”

에밀리는 USB를 꺼내 내밀었다.

“페이스노트 사내 소셜 미디어에 있던 자료들이에요. 내부 보고서와 연구 자료 등이 담겨 있어요.

트리시는 그것을 바로 집어 드는 대신 그녀에게 물었다.

“정말 괜찮나요?”

의혹 제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의혹을 입증하는 증거다.

이 자료를 공개하는 순간, 페이스노트는 내부고발자 수색에 들어갈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회사 내부정보를 빼돌린 혐의로 고소를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에밀리는 결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상관없어요. 누군가는 페이스노트를 멈춰야 해요.”

그녀의 의지는 확고해 보였다.

트리시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말했다.

“사실 제보를 받기 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곳이 있어요.”

그 말에 에밀리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딘가요?”

“컨티뉴 캐피탈이에요. 이걸 한번 보시겠어요?”

트리시는 가방에서 서류봉투를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게 뭔가요?”

“제보하시기 전에 작성된 컨티뉴 캐피탈의 사내 리포트예요.”

그것을 훑어본 에밀리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녀가 지적한 문제들을 똑같이 지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리포트를 작성한 사람은 컨티뉴 캐피탈의 공동대표예요. 그가 말하기를, 이 문제를 고치기 위해서는 언론 보도로 끝낼 게 아니라, 반드시 의회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런…….”

컨티뉴 캐피탈의 명성은 에밀리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의회 청문회가 열리면 증언해줄 수 있나요?”

“정말로 청문회가 열릴 거라고 생각해요?”

트리시는 한미루를 떠올렸다.

상대는 미국 빅5 기업이라는 페이스노트. 대체 어떤 방법으로 의회 청문회를 열겠다는 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하지만…….

트리시는 단호하게 말했다.

“예. 그라면 분명히 그렇게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던 에밀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 * *

컨티뉴 캐피탈이 페이스노트를 공매도한 건 제보와는 상관없이, 어디까지나 내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공매도 전에 미리 사내 리포트를 작성해 놓았고, 지금도 조셉이 계속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중이다.

남들의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나는 나대로 페이스노트에 대한 조사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역시 발로 뛰는 거겠지?”

상장기업의 중요한 자료는 숫자로 적혀 모두에게 공개된다.

재무제표와 기업공개자료를 보는 것만으로 기업의 중요한 정보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은 서류 속에 있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 실존한다.

이럴 때 가장 좋은 건 바로 해당 기업을 직접 찾아가 보는 거다.

애널리스트들 중에는 사무실에 앉아 자료를 들여다보는 것보다, 기업 탐방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직접 찾아가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야, 진정한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꿰뚫어 볼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

이건 내가 DA증권에서 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입사 초기야 주로 사무실에서 일했지만, 나중에는 동호 선배를 따라 열심히 기업 탐방을 다녔다.

일주일에 두세 곳의 기업을 직접 탐방해 리포트를 작성했다.

확실히 직접 가보면 서류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이 보인다.

사무실 청소는 잘되어 있는지, 공장에 멈춰있는 기계는 없는지, 일하는 직원들의 표정은 어떤지 등등.

중소기업의 경우 경영진과 직접 만나 얘기를 해보는 것만으로도 회사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게 바로 21세기에도 애널리스트들이 발로 뛰어다니는 이유다.

동시에 쉽게 매도 리포트를 못 내는 이유기도 하다.

매도 리포트를 쓴 애널리스트는 해당 기업뿐 아니라, 다른 기업에게도 찍혀서 탐방을 거절당하기 일쑤니까.

한번은 매도 리포트 쓴 뒤 찾아갔더니, 사장이 쌍욕을 하며 쫓아냈다.

빡쳐서 목표주가를 더 내렸던 기억이 난다.

어쨌거나 난 페이스노트에 기업 탐방을 신청했다.

페이스노트쯤 되면 아예 IB와 투자사를 상대하는 부서가 따로 있고,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기업을 홍보한다.

며칠 기다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컨티뉴 캐피탈 공동대표라는 명성 덕분인지 바로 약속이 잡혔다.

역시 유명해지니 편하다.

난 차를 타고 페이스노트로 향했다.

* * *

페이스노트 본사는 산호세에 위치해 있다.

난 입구의 직원에게 방문 목적을 말하고 방문증을 받았다.

잠시 후, 직원 한 명이 내 앞에 나타났다.

30대 후반의 백인 남성이다.

“컨티뉴 캐피탈 대표님이신가요?”

“그렇습니다.”

“PR 디렉터 재롤드 행크입니다. 반갑습니다.”

가끔 페이스노트 홍보 영상에 등장해 이것저것 설명하는 사람이다.

설마 PR 디렉터가 직접 마중 나올 줄이야.

“안녕하세요, 한미루입니다.”

그는 유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이렇게 젊으신 분이 공동 대표로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기업 탐방을 요청하셨던데, 특별히 보고 싶으신 곳이 있습니까?”

“아니요. 페이스노트는 처음이라 한번 둘러보고 싶습니다. 신사옥이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구요.”

“하하! 그렇군요. 그럼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많은 전문가들은 사무실이 사라질 거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21세기에도 여전히 사무실은 중요하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보다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때 창의성이 올라간다.

때문에 빅테크 기업들은 업무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그동안 벌어들인 막대한 돈을 들여가며 경쟁적으로 신사옥을 짓는 중이었다.

페이스노트의 신사옥 부지는 무려 축구장 8개를 붙여놓은 크기. 옥상에는 1만 평 규모의 정원과 1.8킬로미터의 산책로를 만들어놓았다.

난 천천히 둘러보며 말했다.

“넓고 깔끔하네요.”

행크 디렉터는 웃으며 말했다.

“신사옥에 입주한 지 이제 9개월째입니다. 직원들의 만족도는 대단히 높습니다.”

페이스노트는 초창기 마이크 골든버그가 하버드대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함께 만들었다.

그러다가 근처의 집을 렌트해 그곳에서 몇 개월을 일했고, 이후 덩치가 커지며 실리콘밸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때쯤에는 골든버그 CEO가 동료들을 전부 회사에서 쫓아낸 뒤였지.

그리고 3년 전부터 짓기 시작한 신사옥이 드디어 올해 초에 완공됐고, 여러 건물에 흩어져있던 직원들을 전부 이곳에 입주시켰다.

그는 식당과 휴게실, 헬스장 등을 차례대로 보여주었다.

다양한 인종의 직원들이 모여서 얘기를 나누거나, 누워서 휴식을 취했다. 나이는 대부분 20대에서 40대.

IT기업답계 자유분방한 분위기다.

행크 디렉터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페이스노트의 사내 복지시설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출퇴근을 위한 통근버스는 물론이고, 구내식당에 있는 음료와 음식은 전부 무료다.

여기에 직원들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과 교육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아예 마사지실까지 있다.

근무 중 피곤하면 언제든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산책을 하거나 수면실에서 자도 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놀고먹어도 되는 꿈의 직장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기업은 자선사업을 하는 곳이 아니다.

이러한 복지혜택은 직원들이 더 오랜 시간,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기업이 시장에서 무한경쟁을 하듯,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출근해서 일하든 쉬든 지각을 하든 칼퇴를 하든 자기 마음이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바로 해고다.

참고로 캘리포니아주는 고용과 해고가 자유롭다.

이는 장단점이 있지만, 실리콘밸리가 급속도로 성장한 비결이기도 하다.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둘러보니, 마치 관광이라도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꼭 애널리스트가 아니더라도 일반 관광객들도 미리 신청하면 견학이 가능하다. 핵심 시설까지는 들어올 수 없고 정해진 코스만 도는 거지만.

넓이가 넓이인 만큼 대충 둘러봤는데도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그는 카페 앞에 멈춰서 물었다.

“어떤 음료를 드시겠습니까?”

“저도 공짜인가요?”

“그럼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하겠습니다.”

나는 커피를, 그는 오렌지 주스를 들고 우리는 미팅실로 향했다.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페이스노트를 둘러보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너무 좋아서 좀 놀랐습니다. 이곳에 취직하고 싶어질 정도네요.”

내 말에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오늘은 무슨 일로 찾아오신 겁니까?”

“페이스노트에 대해 궁금한 게 좀 있어서요.”

그는 오렌지 주스를 마시며 말했다.

“컨티뉴 캐피탈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주로 매도 리포트를 많이 내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설마 그런 목적은 아니시죠?”

질문에 뼈가 있다.

난 솔직하게 말했다.

“맞습니다. 사실 매도 리포트를 작성 중입니다.”

“켁!”

그는 놀랐는지 마시던 오렌지 주스를 다시 컵에 주르륵 뱉어냈다.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저는 페이스노트에 여러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는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설사 애널리스트가 해당 기업에 부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고 해도, 이걸 대놓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면 제대로 된 답변이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다르다.

어떤 대답이 나오든 이미 진실을 알고 있으니까.

그 순간, 노크 소리와 함께 누군가 미팅실 안으로 들어왔다.

30대 중반의 백인 남성.

금발 곱슬머리에 길쭉한 얼굴.

난 한눈에 그가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다.

“…….”

형이 왜 여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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