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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성공 투자법-260화 (255/529)

260화. 소셜 네트워크 (1)

JFK공항을 빠져 나오자, 쌀쌀한 공기가 나를 반겼다.

하도 자주 오다 보니 이제는 무슨 뉴욕이 옆집 같은 느낌이다.

난 미리 준비된 차량을 타고 컨티뉴 캐피탈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다들 일어나서 박수를 치며 나를 맞아주었다.

짝짝짝!

데이비드는 반가워하며 말했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동안 잘 지냈죠?”

“물론입니다.”

난 회의실에 앉아 그동안의 일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직원이 많이 늘었네요.”

한국으로 파견한 인원을 제외하더라도 직원도 50명으로 늘어났다.

“지금도 매일같이 지원서가 쏟아지고 있어서 골라야 할 정도입니다. 모두가 컨티뉴 캐피탈에서 일해보고 싶어 합니다.”

잘되는 곳인 만큼 월스트리트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들었다.

난 대충 직원들의 서류를 살펴보았다.

경력이 다들 말도 못 하게 화려하다. 한국대 졸업해서 증권사 다닌 사람은 명함도 못 내밀겠는데.

그동안의 투자가 성공한 덕분에 현금 자산은 약 480억 달러.

예전에는 10~20억 달러가 없어서 쩔쩔맸는데, 이제는 그 정도쯤은 부담 없이 질러도 될 정도의 규모로 성장했다.

난 자료를 다 본 다음 말했다.

“이제야 좀 투자회사답네요. 고생하셨어요.”

“제가 한 게 뭐가 있습니까? 전부 보스 덕분입니다.”

이번에는 내가 한국지사가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알려주었다.

“한국지사는 나중에 이 지사장에게 주실 생각입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본사와는 따로 키우실 생각이신 것 같아서요.”

어차피 나중에 알게 될 일인 만큼, 난 순순히 인정했다.

“예. 그 정도는 줘도 아깝지 않은 사람이라서요.”

“그래도 그렇게까지 챙겨주시다니.”

난 그의 표정을 살폈다.

“혹시 서운한 건 아니죠?”

“하하, 그럴 리가요. 전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큰 걸 받았는데요.”

“뭔가요?”

데이비드는 웃으며 말했다.

“루나백스가 림프종 치료제 1상에 들어갔다는 소식입니다.”

“아, 그거.”

난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이제 1상인데요. 성공보다는 실패의 가능성이 크다는 건 알고 있죠?”

1상에 들어가는 약이 100개라면 3상을 통과하는 건 채 1개가 안 된다.

데이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기약없이 마냥 기다리던 때에 비하면 훨씬 낫습니다. 그리고 전 보스를 믿습니다.”

“예. 만약 이번에 실패하더라도 앞으로 몇 년 안에는 반드시 성공할 거니, 너무 걱정 마세요.”

뭐, 어차피 치료제는 만들어질 거니까.

“유재호 회장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겠군요.”

“연락하시면 좋아할 겁니다.”

데이비드는 나에게 물었다.

“미국에 오셨다는 건 새로운 투자 계획이 있습니까?”

난 고개를 끄덕였다.

“계획이야 항상 있죠.”

다만 어떻게 해야 최고의 수익을 올릴지가 고민이지.

“기업 하나를 인수할 생각이에요.”

“어떤 회사인가요?”

난 가지고 온 자료를 내밀었다.

그것을 신중하게 살펴본 데이비드는 고개를 저었다.

“이 기업은 좀 힘들지 않겠습니까?”

“언제는 안 힘들었나요? 되게 만들어야죠.”

내 말에 그는 더 이상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일단 밥 좀 먹고 나서 생각해보죠.”

* * *

난 블랙우드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어느 곳을 가든 공짜로 묵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든든한 일이다.

돈을 떠나서 전화 한 통으로 쉽게 예약이 되고, 일반 예약으로는 내주지 않을 룸도 내주니까.

“저희 호텔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미루 님.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미리 예약을 해놨기 때문인지 지배인이 직접 로비까지 나와 있었다.

지배인은 나를 룸으로 안내해주었다.

일반 스위트룸으로 예약했는데, 막상 안내된 룸은 로열 스위트룸이다.

“크네요.”

“불편함 없이 모시라는 회장님의 특별 지시가 있었습니다. 필요한 서비스가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주십시오.”

하긴, 내 덕에 주가 오른 걸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깝지도 않겠지.

난 짐을 대충 푼 다음, 씻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호텔에서 준비한 차를 타고 약속장소로 이동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뉴요커들로 넘쳐났다.

오코너 펍에 도착한 나는 깜짝 놀랐다. 매장 앞에는 건물을 휘감을 정도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 왜 이렇게 장사가 잘돼?

설마 나도 기다려야 하나?

그렇게 생각하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헤이, 미루!”

고개를 돌려보니, 한 여성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녀의 이름은 트리시 오코너.

평소에는 셔츠에 청바지, 운동화라는 편한 차림이었지만, 오늘은 머리도 단정하게 묶고, 깔끔하게 여성용 정장을 갖춰 입었다.

“웬일로 정장이에요?”

“UBS 테리 던컨 행장을 인터뷰하고 왔거든요.”

UBS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유명 투자은행. 그리고 테리 던컨은 그 거대한 투자은행을 15년째 이끄는 인물이다.

“그런 대단한 사람을 인터뷰했단 말이에요?”

“네. 그쪽에서 먼저 인터뷰해달라고 요청이 왔어요.”

“오! 멋진데요.”

“멋진 정도가 아니라 어메이징이죠. WSJ나 NYT의 요청을 거절하고, WST를 선택했으니까요.”

“트리시를 선택한 게 아니라요?”

“헤엣.”

토머스 모터스 사태 때부터 특종을 연달아 터트리며, 그녀는 이제 유명 기자가 됐다. 여러 언론사에서 헤드헌팅 요청도 들어오는 모양이다.

“어서 들어가요.”

그녀는 내 팔을 붙잡고 오코너 펍으로 이끌었다.

그러자 줄 서 있던 사람들 중 몇몇이 항의했다.

“저기요! 지금 줄 서 있는 거 안 보여요?”

“왜 새치기예요?”

“뒤로 줄 서세요.”

트리시는 당당하게 말했다.

“전 이 가게 주인 딸이에요.”

그러자 그들은 입을 다물었다.

오코너 펍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트리시는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빠! 미루 씨 왔어요!”

그 말에 주방 안에 있던 산적…… 아니, 오코너 사장이 나왔다.

“아니, 이게 누구야?”

피할 새도 없이 오코너 사장은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어서 오게! 어서 와!”

“헉…….”

백인 특유의 체취와 익숙한 햄버거 냄새가 함께 코를 찔렀다. 냄새도 냄새지만, 숨 막혀 죽을 것 같다.

“자자, 배고프지? 저쪽에 앉게.”

실내는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구석에 한 자리를 예약석으로 비워놓았다. 난 트리시와 그곳에 앉았다.

이전에는 없던 직원들의 모습도 보였다.

“장사 엄청 잘되네요.”

“여기가 본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관광객까지 밀려들고 있어요.”

현재 오코너 버거는 쭉쭉 확장 중이다.

실리콘밸리에 1호점을 냈고, 이어서 샌프란시스코에 2호점을, LA에 3호점을 냈다.

푸드트럭을 할 때와는 달리 매장을 낸 뒤로는 흑맥주도 판매했다.

지금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고, 할리우드 스타들은 자발적으로 린스타에 사진을 올리며 제품을 홍보했다.

이 모든 게 컨티뉴 캐피탈의 투자 덕분.

그러니 오코너 사장이 나를 좋아할 수밖에.

잠시 후, 오코너 버거와 흑맥주가 나왔다.

난 햄버거를 한 입 먹었다.

이 맛이 그리웠다.

이제 뉴욕에 돌아왔다는 게 좀 실감나네.

“무슨 일로 온 거예요?”

“뭐겠어요? 투자하러 왔지.”

트리시는 테이블에 몸을 기댄 채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뭔데요? 어서 말해봐요.”

얼굴이 너무 가까이 있는 거 아닌가?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라서요.”

기자로서의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매우 알고 싶어하는 표정이다.

트리시는 그것을 간신히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특종 생기면 가장 먼저 알려줘야 해요.”

“약속하죠.”

* * *

월스트리트에는 PIF의 투자를 맡고 있는 금융사들이 여럿 있다.

난 그중 한 곳에서 러시 펀드 담당자를 만났다.

회의실에 앉아 잠시 기다리자,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미녀가 걸어들어왔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갈색 머리카락에 뚜렷한 이목구비. 커다랗고 짙은 눈에 연한 커피색 피부.

모델처럼 보이는 그녀의 이름은 사라 에이버리.

러시 펀드 대표이자, 사우디 국부펀드 해외투자팀이다.

“오랜만이에요.”

“반가워요.”

“리야드는 잘 다녀왔어요?”

“예. 그사이 한국에서도 재밌는 일이 있었던데요.”

GL그룹 사태를 말하는 거겠지.

난 그녀의 얼굴을 보며 슬쩍 물었다.

“괜찮아요?”

“안 괜찮아 보이나요?”

“약간은요.”

얼굴에 피로가 가득하다 못해 핼쑥해 보일 정도였다.

라시드가 쿠데타를 일으킨 뒤 그녀는 바로 리야드로 달려갔다.

쿠데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군대를 장악하는 것. 그리고 그다음은 행정력과 돈줄이다.

이 세 가지만 끝내면 사실상 쿠데타는 완성된다고 봐도 좋다.

“리야드에서의 일은 대충 정리됐어요.”

“다행이네요.”

라시드 왕자가 국왕의 아들이자 실권자였다 해도 어쨌거나 쿠데타는 쿠데타다.

잘못했다가는 국가적 혼란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별 잡음 없이 깔끔하게 끝났다.

어느 정도로 깔끔했냐면, 외국에서는 기사도 몇 개 안 나올 정도다.

길 가는 미국인 아무나 붙잡고 사우디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는지 아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모른다고 대답할 것이다.

아마 사우디인들도 그냥 ‘왕세자가 바뀌었구나. 별일 아니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러나 사우디 왕족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왜냐하면 영혼까지 털렸으니까.

난 그녀에게 물었다.

“얼마나 나오던가요?”

“공식적으로는 3000억 달러예요.”

“와…….”

이미 알고 있긴 했지만, 직접 들으니 좀 충격적이다.

내가 한국에서 그 고생을 하며 번 돈이 대략 27조인데, 라시드 왕세자는 부패 정치인과 기업가들을 털어서 무려 330조를 뜯어냈다!

공식적으로 그 정도라면, 비공식적으로는 그보다 더 뜯어냈다는 거다.

이게 오일국 클래스인가?

뭐, 수십 년 동안 쌓여왔던 부패를 일소하며 턴 거니, 이 정도 나올 만도 하지.

“왕세자님은 국가 개혁에 착수했어요. 문제는 성직자들의 반대예요. 여성의 경제 참여에 대해 국민 중에서도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구요.”

“그건 어쩔 수 없죠.”

수십 년 동안 살아온 관념과 생활방식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설득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어차피 반대하는 의견을 수렴해서 뭐하겠는가?

결국은 힘으로 찍어 누르는 수밖에 없다.

이럴 땐 독재국가가 편하단 말이지.

“그래서 러시 펀드 규모를 좀 늘릴 계획이에요.”

“얼마나요?”

“지금보다 두 배로요.”

“그럼 1천억 달러네요.”

러시 펀드는 이미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지분 51퍼센트를 인수한 넥스트로젠은 실제 주행 가능한 수소트럭을 선보이며 가치가 200억 달러로 치솟았고, 내가 강제로 떠넘기다시피 한 블랙우드의 주가도 순항 중이다.

리치 마켓을 겨냥한 숙박공유업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블랙우드 호텔 이용객마저 크게 늘었다.

부자들은 기꺼이 블랙우드의 명성을 믿고 기꺼이 자신들의 주택과 전용기를 맡겼고, 수집한 고객의 데이터는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사용됐다.

덕분에 블랙우드의 시총은 랜섬웨어 사태 이전에 비해 50퍼센트 넘게 증가했다.

이를 지켜본 달튼 호텔 등 후발주자들도 재빨리 숙박공유업에 뛰어들었지만, 블랙우드만큼의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펀드 증액에 동의하시나요?”

“그럼요.”

돈이야 많으면 많을 수록 좋지.

장기투자는 러시 펀드에 맡겨놓고, 컨티뉴 캐피탈은 지금처럼 미래의 핵심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단기 투자에 매진할 생각이다.

난 컨티뉴 캐피탈에서 가지고 온 자료를 내밀었다.

“이 종목들을 우선적으로 매수하죠.”

데이비드가 뽑은 회사들을 내가 한 번 더 추린 거다.

사라는 자료를 살펴보며 말했다.

“대부분이 기술주네요.”

“예. 한동안 계속 갈 겁니다.”

“그런데 정작 시총 최상위주들은 빠져 있네요.”

“거기는 저희랑 경쟁 관계라서요.”

“클라우드 빅3인 NS, AMZ, 구블이야 스노우 크래시의 경쟁사라 치고…… 엔플은요?”

“거기는 앱마켓 수수료 문제 때문에 한판 붙을 예정이라서요.”

사라는 눈을 크게 떴다.

“정말이에요?”

“예.”

“이길 수 있겠어요?”

“그건 해봐야 알겠죠.”

상대는 세계 최대 기업.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하는 일이다.

중요한 건 시기가 언제냐는 거겠지.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치밀하게 전략을 짜야 한다.

“그럼 페이스노트는요?”

“거기는 이제 주가 떨어질 일만 남았다고 봐야죠.”

사라는 의문을 나타냈다.

“어째서요?”

난 웃으며 말했다.

“제가 그렇게 만들 거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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