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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성공 투자법-259화 (254/529)

259화. 새로운 투자 (10)

유성타운 D동 매각 협상은 빠르게 진행됐다.

매각가는 7200억 원으로 정해졌고, 그 외에 유성물산은 각종 보수나 관리 등의 혜택을 제공해주기로 했다.

한국에서 컨티뉴 캐피탈이 워낙 악명 높다 보니, 직접 사들이기보다는 따로 펀드를 만들어 매입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복잡한 서류 작업은 데이비드가 알아서 처리했다.

소유권이 완전히 이전되려면 몇 달 걸리겠지만, 계약을 맺은 이상 사실상 우리 건물이다.

난 동호 선배에게 말했다.

“본사에서 조직 관리를 위한 인력이 올 거예요.”

“누가 오는데?”

그 순간, 밖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왔나 보네요.”

등장한 사람은 거구의 흑인.

키는 190이 넘고, 어깨는 떡벌어져 있다.

민머리에 목까지 올라와 있는 타투가 인상적이다. 회색빛의 정장을 입고 반짝이는 구두를 신었다.

워낙 키가 크고 덩치가 좋다 보니, 무슨 마피아 조직원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그는 날 보고는 반갑게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보스.”

“어서 와요, 에드워드.”

동호 선배는 놀란 표정으로 슬쩍 뒤로 물러났다.

“뭐, 뭐야? 저 형이 여기서 왜 나와?”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그러자 동호 선배는 내 뒤에 숨어 고자질하듯 말했다.

“나 미국에 있을 때 저 형이 밥 먹으러 나가지도 못하게 잡아놓고 삼시세끼 햄버거만 먹이며 염전 노예처럼 부려 먹었어.”

“…….”

염전 일일체험 한번 시켜보고 싶다.

다녀오면 다시는 이런 말 못하지 않을까?

난 동호 선배에게 말했다.

“여기서는 선배가 상사니까 똑같이 해줘요.”

“어떻게?”

“삼시세끼 맨밥에 김치만 먹이며 일을 시킨다든지?”

“그러다가 맞으면 어떡해?”

“어떡하긴요.”

떡실신해서 응급실 실려 가는 거지.

에드워드는 동호 선배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오랜만입니다, 미스터 리.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헤이, 미스터 밴슨. 잘 지냈죠?”

동호 선배는 한껏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 손을 붙잡았다.

자신만만한 표정과는 다르게 허리가 90도로 굽혀진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인사를 끝낸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에드워드는 나를 보며 말했다.

“보스가 이번에 벌인 일로 인해 월스트리트가 들썩거렸습니다.”

“그래요?”

“당시 미국 증시보다 한국 증시에 관심이 더 높을 정도였습니다. GL엔텍뿐 아니라, 한국 증시와 파생상품 시장까지 출렁거렸으니까요. 매일 같이 신문과 뉴스에서는 분석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고, WST 기사는 뜨자마자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했죠. 잘못 투자했다가 손실 본 헤지펀드들도 한둘이 아닙니다. 한동안 월스트리트에서는 두 명 이상만 모이면 그 얘기를 했습니다.”

하기야 룬스타 먹튀쯤이야 우습게 생각될 정도의 경이적인 수익률이었지.

단지 금융시장뿐 아니라, 사회와 정치권에까지 영향을 끼친 사건이었다. 그로 인해 관련 법이 바뀌고, 대선후보 순위가 바뀌었을 정도니.

“요즘 본사는 어떤가요? 인력 빼간다고 뭐라고 하는 건 아니죠?”

에드워드는 혼자 온 게 아니라 본사에서 직원 아홉 명을 데리고 왔다.

먼저 네 명은 같이 왔고, 나머지 다섯 명은 이후에 올 예정이다. 그중 한 명은 한국인, 두 명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한국어가 가능하다고 한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사이 인력이 두 배 넘게 늘었으니까요. 컨티뉴 캐피탈의 명성만으로도 매일 같이 입사 지원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현재 컨티뉴 캐피탈은 월가에서 가장 유명한 사모펀드.

원래 안정적으로 자산을 불려 나가는 사모펀드보다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곳이 더 유명세를 타기 마련이지.

그러다가 잘못되면 한 방에 날아가지만, 다행히 컨티뉴 캐피탈은 아직까지 ‘모’만 나오는 중이다.

그런 만큼 미국 최고의 금융 인재들이 알아서 모여들었다.

조직의 덩치가 커지면 관리가 힘들기 마련이지만, 데이비드는 투자뿐 아니라 안정적인 조직관리와 시스템 구축에도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

괜히 그가 나중에 샤크 매니지먼트를 이끌었던 게 아니다.

역시 능력 있고 믿을만한 사람을 공동 대표로 앉혀놓으니, 몸과 마음이 편하다. 돈 벌자마자 미국으로 달려가서 섭외한 보람이 있다.

“직접 와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한국 생활은 괜찮겠어요?”

“꼭 일 때문이 아니더라도 한국은 평소 꼭 한번 와보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그래요?”

“사실 최근 한국 대중문화에 관심이 매우 많습니다.”

“오! 뭐 좋아해요? 드라마? 영화? 게임?”

에드워드는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K팝을 즐겨듣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노래가 가장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지.

영어 못하는 사람도 팝송은 듣는 것처럼.

“좋아하는 장르는요? 혹시 힙합?”

“미국 음악만 들을 때는 힙합을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주위에 힙합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어! 저도 힙합 좋아하는데.”

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야 잘나가는 월가의 금융인이지만, 그는 뉴욕 할렘가 출신. 억양만 들어도 힙합의 소울이 느껴진다.

왠지 선글라스랑 금반지 잔뜩 끼고, 한여름 땡볕 아래 털코트 입은 채 랩하면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

에드워드는 과거를 회상하듯 말했다.

“어린 시절 할렘가에서 살았을 때는 힙합만이 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라 생각했습니다.”

“뭐…….”

그 동네는 나라가 허락하지 않은 마약도 많이 하지 않나?

예를 들어 필로폰이라든지, 아이스라든지, 메스암페타민이라든지…….

그런데 이어진 말은 뜻밖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어느새부터 힙합은 안 멋집니다.”

“아니, 왜요?”

누가 봐도 랩하게 생긴 사람이 힙합을 부정하다니!

“그건 하나의 유행, 혹은 TV쇼일 뿐입니다. 에이튜브에서 우연히 접한 K팝을 보고 나니 힙합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더군요. 복장, 춤, 비트, 가사. 그 모든 게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마치 신세계를 접한 것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대체 뭘 봤기에?”

에드워드는 단호하게 말했다.

“걸그룹입니다.”

“…….”

아니, 이게 뭔 소리야?

어이가 없어서 입을 쩍 벌리는 나와는 달리 동호 선배는 반색했다.

“혹시 어떤 그룹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워너걸즈를 가장 좋아합니다만, 스칼렛실크도 좋아합니다.”

“오케이. 본진 워너걸즈, 부업 스칼렛실크. 원픽은요?”

“걸그룹은 아니지만 요즘은 지유 노래를 즐겨 듣고 있습니다. 나중에 콘서트에 가보고 싶군요.”

동호 선배는 감탄하는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음악 좀 들을 줄 아시네요. 진정한 리스너는 걸그룹 음악만 듣는 법이죠.”

에드워드는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코리안 걸그룹 이즈 베스트.”

“웰컴 투 걸그룹 월드.”

“…….”

아까까지만 해도 무서워서 뒷걸음질 치던 사람이 갑자기 10년 지기 친구 대하는 것처럼 태세를 전환했다.

설마 걸그룹에는 국경과 인종을 뛰어넘어 세계인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힘 같은 게 있는 걸까?

가만히 놔두면 서로 끌어안겠는데.

* * *

한국지사는 이사와 함께 인력 충원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금처럼 지사장은 동호 선배가 부지사장은 김범석이 맡고, 에드워드가 투자총괄 팀장을 맡는다.

그리고 그 밑에 엔터 투자팀과 패션 투자팀을 둘 예정이다.

엔터 투자팀은 김범석이 담당하고, 패션 투자팀은 민아름이 담당한다.

난 운전하며 민아름과 통화했다.

“준비는 잘되가요?”

[예. 일단 직원부터 뽑고 있어요.]

패션회사에 투자만 하는 게 아니라, 백화점과 쇼핑몰과 연계해 유통망을 확보하고, 스노우 크래시와 연계해 디지털화를 지원할 계획.

든든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투자한 기업이 무럭무럭 자라도록 키워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패션계에 이미 이름이 알려지고 인맥이 있는 민아름이 필요한 거고.

[미루 씨가 준 리포트에 나온 회사 몇 곳에 투자 오퍼를 넣어봤는데, 어서 빨리 만나자고 하던데요. 필요하면 자기들이 한국으로 오겠다고.]

“다행이네요. 집에서는 뭐라고 안 해요?”

[어머니는 좀 걱정하시는 것 같지만, 오빠랑 언니는 잘해보라고 응원해주던데요.]

그렇겠지. 그녀가 그룹에서 나가면 그만큼 본인들의 몫이 커질 테니까.

“유성타운 D동 한 층 비워놨으니, 언제든 입주하면 돼요.”

[알았어요.]

“아, 그런데 혹시 백화점에서 세나 만났어요?”

[어머! 우리끼리 비밀로 하기로 했는데. 어떻게 알았어요?]

“윤아 씨가 가방 보고 바로 눈치챘어요.”

[아하! 윤아도 세나를 만났군요.]

“애한테 너무 비싼 거 사준 거 아니에요?”

[에이, 그렇게까지 비싼 건 아니에요. 미루 씨 허락 없이 사줘서 화난 건 아니죠?]

“그런 건 아니고, 미안해서 그러죠. 앞으로는 세나 만나도 뭐 사주지 마세요.”

[그럼 제가 안 쓰는 가방이나 쥬얼리를 주는 건요?]

“그건…….”

왠지 사주는 것보다 그게 더 비쌀 것 같은데.

민아름과 통화가 끝날 때쯤 난 아버지 회사에 도착했다.

병진공업은 내 투자금에 대출을 받아 넓은 공장으로 옮겼다.

이전에는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던 회사가 박용진 부사장이 온 뒤로는 체계를 가지고 돌아가는 분위기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니 박용진 전무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셨습니까?”

그는 신기하다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왜 그러세요?”

“이번에 또 엄청난 일을 하셨던데. GL그룹 쪽에 친구들이 몇 명 있는데, 회사 분위기가 말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우리는 소파에 앉았다.

“아버지가 부사장님 칭찬을 많이 하던데요.”

“그렇습니까?”

“예. 많이 믿고 의지하고 계세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박용진 부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 이익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병진공업을 키워나갈 테니까요.”

그 말이 가장 믿음직스럽다.

잠시 후, 작업복을 입은 아버지가 사무실로 들어오셨다.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야?”

난 아버지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여기 사인 좀 해주세요.”

“이게 뭔데?”

“부동산 매매 계약서예요.”

“……응?”

“송도에 있는 펜트하우스예요. 예전에 미분양 나서 유성물산이 회사보유분으로 가지고 있던 건데 이번에 매각한다고 해서 산다고 했어요.”

이유는 분양가가 비쌌기 때문.

뭐, 비싸다고 해도 강남에서는 30평대 정도 가격이다.

마음 같아서는 서울로 오셨으면 하지만, 아버지 회사와 세나의 대학교 모두 인천에 있다. 일단 그쪽에 계속 사시다가 세나 졸업할 때쯤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며 이사하면 되겠지.

“제가 한번 둘러보고 왔는데 좋던데요. 역도 가깝고.”

“나보고 펜트하우스를 사라고?”

“예.”

아버지는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내가 이만한 돈이 어디 있다고?”

“대출받으면 되죠. 어머니도 그동안 고생하셨는데, 좋은 집에서 한번 살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언제까지 고생시킬 거예요?”

“아니, 역세권 40평 아파트에 사는데 뭔 고생을?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대형마트도 있구만.”

“…….”

그건 그렇다.

사실 우리 집이 부자는 아니어도 그렇게까지 힘들게 살지는 않았다.

1회차 때야 아버지가 회사를 헐값에 매각하며 좀 힘들어지긴 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러니 더더욱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집에서 니들도 다 키웠는데…….”

“팔기 싫으시면 비워놓든지 임대 놓든지 하시고, 새집 하나 얼른 사세요.”

“허허, 갑자기 이사라니.”

난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말했다.

“아버지가 안 사신다고 하시면 제가 사드릴 겁니다.”

잠시 고민하는 듯하던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다. 그렇게까지 얘기하는데 사마.”

결국 아버지는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아! 그리고 가사도우미랑 운전기사 겸 경호원도 고용했으니, 그렇게 알고 계세요.”

“……응?”

이걸로 대충 집안일도 해결됐다.

* * *

난 선우를 데리고 유성타운 D동의 빈 층들을 둘러보았다.

선우는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이 건물을 샀다고?”

“응. 대충 20층까지는 SW게임즈가 쓰고, 위층은 컨티뉴 캐피탈이 쓸 거야.”

“아직 직원 스무 명도 안 되는데.”

“게임 만들다 보면 늘어나게 되어 있어.”

강남 한복판에 회사가 있으면 직원 구하기도 더 쉽겠지.

대기업 계열사가 쓰던 건물답게 서버실도 따로 있고, 보안망도 갖춰져 있으니, 따로 손볼 것도 없다.

난 선우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난 미국 다녀올 테니, 이사 잘하고 있어.”

“미국은 왜?”

“새로운 투자를 하러 가야지.”

조만간 큰판이 벌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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