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성공 투자법-240화 (235/529)

240화. GL엔텍 (1)

[(속보) 유성ES, 넥스트로젠과 공급 계약 체결!]

[(WST 단독) 넥스트로젠 톰슨 데일리 CEO, 유성ES와 장기적 파트너십 구축해 나갈 것]

[넥스트로젠은 러시 펀드가 투자하는 수소차 플랫폼 스타트업!]

[사우디 국부펀드(PIF), 수소경제에 향후 1000억 달러 투자 계획]

GL엔텍 상장 며칠 후.

넥스트로젠과 유성ES의 계약이 발표됐다.

이는 GL엔텍에게 두 가지 측면에서 악재였다.

첫째는 대형 고객사를 유성ES에게 빼앗겼다는 거고, 둘째는 수소차가 빠르게 성장할 경우 차량용 배터리 시장이 축소될 수도 있다.

특히 후자에 대한 우려가 컸다.

데일리 CEO는 WST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말했다.

“넥스트로젠은 미국과 사우디에 공장 두 곳을 추가로 건설하고, GM과 포드와 협업해 수소트럭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또한 충전 분야에서는 화안에너지와 협력해 나가고 있습니다. 수소트럭은 기존 디젤트럭에 비해 경제성이 뛰어납니다. 향후 상용차 시장은 수소차가 주력이 될 겁니다.”

상장 직후 터진 악재로 인해 GL엔텍 매도량은 크게 증가했다.

청약을 받은 개인투자자들은 팔아서 이익을 챙겼고, 헤지펀드들은 단기차익을 노리고 공매도에 나섰다.

[GL엔텍, 7거래일 만에 종가 기준 공모가 이하로 하락]

[공모가 너무 비쌌나?]

[증권사들 목표가 줄줄이 하향]

[GL엔텍, 이번 분기 사상 최대 실적 전망. 주가 하락 우려는 과도]

가뜩이나 무리한 상장이었다.

여기에 주가까지 떨어지면 투자자들의 비난이 쏟아질 수도 있다.

GL엔텍은 향후 투자계획과 예상 매출 등을 공개하며 주가 부양에 안간힘을 썼다.

효과가 있었는지, 하락하던 주식은 다시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했다.

* * *

동호 선배는 GL엔텍 주가를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GL엔텍은 오늘도 외국인들이 쓸어 담고 있네.”

공모가 이하로 떨어진 것도 잠시.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다시 13만 원까지 올랐다. 시총은 100조 원을 넘기며 LK닉스를 제치고 코스피 2위에 등극했다.

“분기별 매출이 4조에 영업이익이 500억밖에 안 되는 회사가 저 가격인 게 말이 되나?”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잖아요.”

“아무리 전망이 좋아도 그렇지. 그 돈이면 차라리 유성ES를 사고 남은 돈으로 뜨끈한 국밥 한 그릇 먹는 게 낫지 않나?”

국밥충인가?

“그런 의미에서 점심은 국밥으로 할까요?”

“좋지. 난 한우곰탕으로. 그런데 대체 누가 저렇게 사는 거야?”

궁금해하는 것 같아서 대답해주었다.

“우리요.”

“응?”

“우리가 사고 있다구요.”

내 말에 동호 선배와 김범석은 깜짝 놀랐다.

“뭐라고? 그게 정말이야?”

“예. GL케미칼로 번 돈을 쏟아붓는 중이에요.”

“아니. GL엔텍을 왜 사?”

“돈 벌려고 사죠.”

여전히 이해를 못 하겠다는 표정이다.

“전망이 좀 안 좋은 것 같은데, 저걸 사서 정말 수익을 낼 수 있겠어?”

“선배라면 지금 사겠어요, 안 사겠어요?”

“당연히 안 사지. 미쳤다고 저 가격에 사?”

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러면 돈을 벌 수가 없어요. 그런 생각을 하면 돈을 벌 수가 없어요.”

“아, 아니, 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돈을 벌 수가 있는데?”

“이런 거죠.”

난 화이트보드에 쓰며 설명해주었다.

“GL엔텍의 현재 지분율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GL케미칼이 대주주로 정확히 80.3퍼센트를 가지고 있고, 이번에 19.7퍼센트를 공모했어요. 이 중 기관이 10.1퍼센트, 개인이 9.6퍼센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상장 직전 여론이 안 좋아지는 바람에 개인 청약 물량이 좀 줄고, 기관 청약 물량이 늘었죠.”

여기까지는 다 아는 내용이다.

난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 중요하니 잘 들으세요. GL케미칼이 보유한 주식 80.3퍼센트는 3년간 보호예수로 묶였습니다. 기관청약 물량 중 10.1퍼센트도 짧게는 1년에서 길면 2년까지 전부 보호예수로 묶여있죠. 이 물량들은 보호예수가 풀리기 전까지는 시장에 나올 수가 없습니다. 그럼 현재 시중에 거래 가능한 물량은 개인들이 청약받은 9.6퍼센트. 대략 10조 원이면 이중 절반을 싹쓸이할 수 있습니다.”

“어…….”

두 사람의 입이 슬슬 벌어지기 시작했다.

난 계속해서 설명했다.

“시중에 유통 물량이 없는데 주식을 계속 사면 어떻게 될까요?”

“오, 오르겠지.”

“주가가 기업 가치 이상으로 오르면요?”

“어, 공매도가 늘어나려나?”

“정답.”

주식이 무슨 쌀이나 휘발유도 아니고, 비싸면 안 사면 그만이다. 하지만 때로는 비싸도 사야 하는 상황이 있기 마련.

“조만간 GL엔텍은 자동으로 코스피200에 편입됩니다.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인 만큼 인덱스 펀드들은 자동으로 일정량을 매수해야겠죠. 그런데 지금도 시총 2위인 기업의 주가가 더 오르면 어떻게 될까요?”

이번에는 김범석이 말했다.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질 테고, 그럼 패시브 펀드들은 더 사야겠죠.”

둘 다 정확하게 이해했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2008년 일어난 폭스바겐 사태 다들 기억하시죠?”

“…….”

“…….”

기억하는지 둘 다 입을 쩍 벌렸다.

주가는 기업가치를 반영한다.

하지만 때로는 수급 영향으로 인해 기업가치와는 아무 상관 없이 움직일 때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2008년 폭스바겐 공매도 사태다.

지금이야 IT기업들이 시총 상위권을 줄줄이 차지하고 있지만, 과거 시총 부동의 1위는 정유기업 엑손모빌이었다.

그런데 잠깐이나마 이 세계 시총 1위가 독일의 폭스바겐으로 바뀌는 일이 벌어졌다.

사건의 내막은 이러했다.

당시 폭스바겐은 포르쉐와 경영권 분쟁 중이었다.

당시 전세계를 덮친 금융위기로 판매량과 매출은 줄어들었는데, 폭스바겐 주가는 M&A 이슈로 인해 단기간에 200유로에서 400유로로 두 배가 급등했다.

이에 헤지펀드들은 일제히 폭스바겐 주식 공매도에 나섰다.

무려 전체 주식의 12퍼센트가 공매도로 쏟아졌고, 폭스바겐 주가는 다시 200유로로 폭락하며 헤지펀드들의 공격은 성공을 거뒀다.

그런데…….

갑자기 포르쉐가 기존 35.1퍼센트였던 폭스바겐 지분을 42.6퍼센트로 올렸다는 공시를 발표하며, 콜옵션을 활용해 향후 74.1퍼센트까지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독일 증시는 발칵 뒤집혔다.

본사가 위치한 니더작센주는 폭스바겐 주식 20.1퍼센트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포르쉐가 보유 가능한 74.1퍼센트를 합치면, 총 94.2퍼센트.

시장에는 고작 5.8퍼센트의 주식이 있는데, 헤지펀드들은 그 두 배가 넘는 12퍼센트를 공매도한 것이다!

공매도는 반드시 주식을 다시 사서 갚아야 한다.

공매도한 물량보다 시장의 주식이 적으니, 빨리 매입하지 못한 헤지펀드는 파산할 수밖에 없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헤지펀드들은 포지션 청산을 위해 그동안 팔아치웠던 폭스바겐 주식을 사려고 일제히 달려들었고, 숏스퀴즈로 인해 주가는 하루 만에 70퍼센트가 올랐다. 그리고 그다음 날에는 150퍼센트가 급등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주가 급등으로 인해 폭스바겐은 DAX30 지수에 들어갔고, 이렇게 되자 패시브 펀드와 프로그램 매매까지 가세하며 또다시 주가를 끌어올렸고, 주가가 올라가는 만큼 다시 매수가 따라붙었다.

고작 며칠 만에 폭스바겐 주가는 다섯 배가 올라 1000유로를 넘었고, 시총은 약 3000억 유로까지 오르며, 엑손모빌을 제치고 전세계 시가총액 1위를 갈아치웠다.

사태는 결국 포르쉐가 사들였던 주식을 팔아치우며 일단락됐고, 폭스바겐 주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 일로 인해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포르쉐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두며 돈 잔치를 벌인 반면, 공매도를 한 헤지펀드들은 줄줄이 파산했다.

비슷한 사건은 몇 년 전 한국에서도 있었다.

코스닥에 코디어클로즈라는 회사가 있다.

한때는 그럭저럭 잘나가던 패스트패션 회사였으나, 4년 연속 적자라는 경영난을 겪으며 자본잠식에 이르러 법정관리를 받는 신세가 됐다.

창업주는 기업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감자와 유상증자를 했고, 99.4퍼센트의 주식이 6개월간 보호예수로 묶였다.

거래주식이라고 해봐야 고작 0.6퍼센트.

워낙 주식 수가 적다 보니 조금만 거래가 되어도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쳤다.

파산해 매각까지 됐다는 것과 향후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전혀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건 단 하나.

바로 주가가 오르고 있다는 사실 자체였다.

그런데 주가 폭등으로 인해 코디어클로즈는 FTSE 지수에 편입됐고, 이번에는 외국계 기관들의 매수가 이어졌다

결국 코디어클로즈는 시총 7조를 찍으며 코스닥 2위까지 올라서는 기염을 통했다.

그럼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을까?

모두가 예상하는 대로였다.

보호예수가 풀리는 순간 매도가 쏟아졌고, 주가는 연일 하한가를 쳤다. 그리고 시총은 고점 대비 70분의 1인 1000억으로 떨어졌다.

이 두 사례가 주는 교훈은 간단하다.

“수급은 모든 재료에 우선합니다.”

재무제표고 펀더멘탈이고 다 필요 없다.

거래되는 주식이 적으면 주가는 무조건 오른다!

* * *

이동호와 김범석은 신중하게 계산을 해보았다.

주식을 살수록 시장의 매물은 줄어들고 가격은 치솟을 테니, 9.6퍼센트를 전부 사들이는 것은 무리다.

“주가 상승을 감안하면 대략 5퍼센트 정도 살 수 있겠는데.”

이것만 해도 유통 주식수를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

사실 말이 좋아 10조 원이지, 이는 코스피 40위 기업의 시총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 돈을 한 종목 매수에 쏟아붓는 것이다.

이동호가 물었다.

“이거 성공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김범석은 잠시 생각한 다음 말했다.

“한국 증시가 난장판이 되지 않을까?

코디어클로즈 사태는 그나마 코스닥에서 발생한 일이다. 하지만 이건 코스피 시총 2위 기업이다.

코스피200 편입이 확정된 만큼 상황에 따라서는 파생상품 시장까지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아, 아니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이동호의 말에 김범석은 뭔가 깨달았다.

“처음부터 이럴 계획으로 남궁석 의원을 움직인 건가?”

“에이, 설마…….”

어쨌거나 이런 얘기를 들은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이동호는 김범석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일단 우리도 사자.”

김범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래.”

두 사람은 한미루의 허락 아래 미국령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이를 투자해 돈을 불렸다.

LD스튜디오 때도 GL케미칼 때도 단단히 한 몫 챙겼다.

그 금액은 연봉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둘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래서 컨티뉴 캐피탈에서 일하는 게 재밌단 말이지.’

이곳에서는 돈이 복사가 된다.

* * *

[GL엔텍, 9거래일 연속 상승. 주가 20만 원 돌파!]

[수소차에 대한 우려는 과도. KD증권 목표가 25만 원으로 높여]

[코스피200 지수 편입으로 인한 수급 호재!]

[MSCI 지수 조기 편입 확정, 외국인들 순매수 이어져]

[주가 상승에 따른 공매도 증가. 우려할 정도는 아니야]

GL엔텍은 예상했던 대로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됐다.

주가는 공모가보다 두 배가 뛰었고, 시총은 160조 원을 돌파했다.

GL엔텍 상승 덕분에 GL케미칼 주가 역시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GL케미칼 주주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ㅅㅂ GL엔텍 폭등하는데, GL케미칼은 그래 봐야 65만 원이네.

-GL엔텍 시총 160조면 80퍼센트는 128조. 근데 GL케미칼 시총은 그 절반도 안 되는 45조 ㅎㅎㅎ

-저게 원래대로라면 GL케미칼 주주들 몫이었을 텐데.

-니가 산 그 주식. 그 주식이 내 주식이었어야 해.

-응, 폭등 더 해봐, 병신아~ 안 사면 그만이야~

-ㅈ같네. 장기투자한 대가가 이거라니. 이제는 욕도 안 나온다. 개새끼들아, 다 나가 뒤져라. ㅅㅂ새끼들아!

-ㅋㅋㅋ 욕 안 나온다며?

-여기서 더 떨어지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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