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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성공 투자법-214화 (209/529)

214화. 일상 (1)

한국에 돌아온 나는 바로 유성그룹 강남사옥으로 향했다.

기다릴 것도 없이 바로 회장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유재호 회장은 나를 보며 말했다.

“설마 그런 방법으로 키오노스의 투자를 중단시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사마라 회장이 그만한 정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습니까?”

“일본 기업들은 아무래도 외국인 경영자에게 배타적이잖아요. 사마라 회장이라면 보고서만 믿지 않고 직접 기업의 모든 걸 파악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죠.”

내 말에 유재호 회장은 진심으로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

“고객사들 이탈을 걱정했는데, 덕분에 안심했습니다.”

키오노스가 각종 악재로 휘청거리자 빅테크 기업들은 계속해서 유성전자와 거래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는 안정적인 공급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키오노스 주주들은 눈물을 쏟아낸 반면, 유성전자 주주들은 두 팔을 들고 환호했다.

경쟁자의 불행은 나의 행복인 법이지.

그는 모르겠지만 1회차 때는 중국과 일본 모두 반도체 산업의 강력한 경쟁자였고, 그로 인해 유성전자는 추락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로 인해 달라졌다.

먼저 중국은 동우정밀 인수 실패로 인해 중국 반도체 굴기에 제동이 걸렸다. 그리고 이번에 키오노스 사태가 터지며 일본 반도체 산업 역시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혼란을 수습하고 뒤늦게 투자에 나선다고 해도, 이미 투자 타이밍을 놓쳤으니 앞으로도 큰 위협은 되지 못할 것이다.

“라시드 왕자가 결국 사촌형을 밀어내고 왕세자가 됐군요. 그것 때문에 기업들도 들썩거리는 중입니다.”

라시드 왕세자가 국가 개발 계획을 발표하자 기업들은 각자 계산기를 두드렸다.

사우디라는 거대한 시장이 열리는 일인 만큼 한국 역시 새로운 중동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며칠 전 축하인사를 드렸습니다. 향후 사우디에 유성그룹의 투자를 부탁한다고 하더군요.”

“아! 저도 얼마 전 연락 받았어요.”

좋은 지도자는 국가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사우디가 전제군주국인 만큼 라시드 왕세자가 독재자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회차 때 집권하는 동안 그가 착한 일만 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이전의 다른 사우디 왕들보다는 사우디를 더 살기 좋게 만든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고 보니 한국 대선도 조만간이로군요.”

“아…….”

생각 같아서는 정치 쪽은 쳐다보기도 싫다.

하지만 애초에 경제라는 말 자체가 경세제민, 즉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한다는 말에서 나온 것인 만큼 정치와는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심지어는 유성그룹조차도 정치의 영향에서 자유롭기가 힘들다.

난 유재호 회장에게 물었다.

“오영환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유능한 대통령이라 생각합니다.”

“뇌물을 받긴 했어도 말이죠?”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부패하고 무능한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맞는 말이네요. 그럼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될 것 같습니까?”

“지금으로서는 임창식 대표일 가능성이 가장 높겠죠.”

“그렇군요.”

유재호 회장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혹시 아니라고 생각합니까?”

“아니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는 현재 제1야당인 우리국민당 대표이자 가장 강력한 대권 후보다. 이변이 없다면 그가 대통령이 될 확률이 가장 높고, 실제로도 그렇게 된다.

사실 오영환 대통령은 별문제가 아니다.

적어도 나라를 말아먹지는 않았으니까.

진짜 심각한 문제는 임창식이 대통령이 된 뒤부터 시작된다.

문제점을 나열하자면 끝도 없으니, 외교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한국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자 중국의 주요 경제 파트너다. 안보는 미국과 협력하지만, 경제는 중국 의존도가 높다.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상책은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하는 것, 중책은 미국에 붙는 것, 그리고 하책은 중국에 붙는 것이다.

여기서 한국은 최악의 선택을 한다.

중국에 붙었을까?

아니, 차라리 그랬으면 말을 안 한다.

줄다리기 외교를 한답시고 미국에 붙었다가 중국에 붙었고, 다시 미국에 붙었다가 다시 중국에 붙었다.

어느 날은 미국 의회에서 대중경제제재에 참가한다고 발언했다가, 또 어느 날은 중국 공산당 창건일에 가서 열심히 박수를 쳤다.

이러한 박쥐 행보에 미중 양국 정상들마저 대놓고 불쾌감을 표할 정도였다.

외교적 삽질은 각종 경제 보복으로 돌아왔다.

기업 활동은 위축되었고, 외국자본은 투자를 끊었다. 이는 결국 한국이 첨단산업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외교뿐 아니라 다른 정책들 역시 비슷했다.

각종 부작용이 속출해도 이념으로 정책을 밀어붙였고, 잘못된 결과가 나오자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겼다.

집권 5년 동안 경제는 회복이 힘들 만큼 철저하게 망가졌다.

그렇다고 베네수엘라 같은 후진국이 됐다는 건 아니다. 그저 선진국 문턱에서 중진국으로 밀려났고 첨단산업에서 경쟁력을 잃었을 뿐이다.

수출은 줄었고, 환율은 높아졌고, 기업은 외국으로 빠져나갔고, 실업자는 늘어났다. 마치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보는 듯했다.

그나마 일본은 1억이 넘는 인구와 세계 2위의 경제력을 갖춘 상태에서 불황에 접어들었지만, 한국은 그런 것도 아닌 만큼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난 유재호 회장에게 말했다.

“한국은 7, 80년대에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해냈습니다. 또한 IMF 이후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다시 한번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죠.”

각자 과오가 있긴 해도 한국은 그래도 중요한 시기마다 적절한 지도자를 만났다.

한때 한국보다 잘 살았던 필리핀이나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들이 지도자의 잘못 때문에 망한 걸 보면, 한국이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를 알 수 있다.

어찌어찌 선진국 문턱까지 쫓아왔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지금 같은 시기에 잘못된 대통령이 들어서면 유성그룹 역시 큰 타격을 받게 될 겁니다.”

유재호 회장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들었다.

“임창식 대표가 차기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는 건가요?”

“예.”

“어째서입니까?”

“무능하거든요.”

임창식은 차라리 오영환 대통령이 ‘다시 보니 선녀였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능의 끝판왕이었다.

“무능한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그만큼 주위 사람들이 잘하면 되니까요.”

안타깝지만 그것도 주위 사람을 뽑을 머리가 있어야 가능하다.

난 한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성실합니다.”

유재호 회장은 신음처럼 말했다.

“……그건 큰 문제로군요.”

그냥 무능하면 심각한 문제까지는 아니다.

그런데 임창식은 대통령이 된 뒤 밤잠 안 자고 일할 정도로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했다.

모든 사안을 직접 보고 받았고, 사소한 일까지 본인이 직접 챙겼다.

무능과 성실의 결합은 최악이다.

“컨티뉴 캐피탈은 금융자본입니다. 돈이 되는 곳에 가서 투자하고, 돈이 안 되면 털고 빠져나오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유성그룹은 산업자본이죠. 결국은 한국과 운명을 함께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정치가 뒷받침되어야 하죠. 아니, 적어도 발목은 잡지 말아야 합니다.”

유재호 회장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임창식 대표가 아니라면 누가 차기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미래를 알고 있으면 선택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 일이 그대로 일어나게 만드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일어나지 않도록 만드는 것.

난 머릿속에 한 사람을 떠올렸다.

그는 안간힘을 다해 한국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노력은 눈물 날 정도였지만 흐름을 뒤바꾸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저 몰락하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 고작이었다.

만약 그가 다음 대통령이 된다면 상황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남궁석 의원은 어떤가요?”

“우리국민당 의원 말입니까?”

“예.”

유재호 회장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3선 의원이긴 해도 아직 존재감은 크지 않으니까. 현재로서는 대선후보 감으로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설마 남궁석 의원이 차기 대통령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난 고개를 저었다.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임창식 대표가 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다행히 아직 시간이 있다.

“쉽지 않은 문제로군요.”

정치는 돈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게 가능했다면 재벌들이 돌아가면서 했겠지.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는 조만간 있을 우리국민당 경선에서 바람을 타고 임창식에 이어 2위까지 올라간다.

어차피 한국 정치는 양당구도.

만약 그가 경선에서 임창식 대표를 이기고 우리국민당 후보가 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 되지 않을까?

* * *

난 오랜만에 차를 타고 부모님 집으로 향했다.

미리 간다고 연락을 한 만큼 어머니가 집에 계셨다.

“저 왔습니다.”

어머니는 반갑게 반겨주었다.

“아들 왔어?”

“아버지랑 세나는요?”

“아버지는 회사 갔고, 세나는 학교 갔지.”

“그렇군요.”

“과일 좀 먹어.”

어머니는 사과와 배를 깎아주었다.

앉아서 과일을 먹는데 어머니가 슬쩍 핸드폰을 내 쪽으로 밀었다.

벌써부터 느낌이 좋지 않다.

“엄마 친구의 친구 딸인데 사진 한번 봐봐.”

“……갑자기요?”

아니, 오랜만에 아들이 집에 왔는데 왜 엄친친딸부터 나와?

“한번 만나봐. 김송이라고 하는데, 외국 무슨 대학에서 피아노 전공했대. 상도 많이 받았나봐.”

사진을 본 나는 정색하며 말했다.

“어머니. 김송이 씨는 저와 인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인연인지 아닌지 만나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보통 사진만 봐도 알지 않나?

“제 연애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알아서 안 하니까 그러지! 안 하니까!”

“…….”

집에 가고 싶다.

한창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고 있는데 세나가 돌아왔다.

“아! 오빠.”

못 본 사이 머리색이 좀 더 밝아진 것 같다.

예전이었다면 소 닭 보듯 쳐다보고 바로 방으로 들어갔겠지만, 난 더 이상 과거의 친오빠가 아니다.

돈 많은 친오빠다.

그래서인지 쪼르르 달려와 내 옆에 앉았다.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어, 오빠?”

살갑게 구는 걸 보니 목적이 있는 게 분명하다.

“또 용돈 달라고 하려고?”

“에이, 그런 거 아니야.”

용돈무새가 웬일이지?

세나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나 차 한 대 사주면 안 돼?”

“……뭔 헛소리니?”

그러자 세나는 본격적으로 내 팔을 붙잡고 조르기 시작했다.

“아, 왜. 아빠한테는 사줬잖아.”

“응. 너도 나중에 자식 낳으면 사달라고 해.”

“와, 진짜. 하나밖에 없는 동생 차 좀 사주면 안 되냐? 내 친구들은 다 차 있단 말이야. 나만 없어.”

“넌 뭐 택시드라이버학과 이런 데 다니니?”

“됐어. 오빠랑 말 안 해.”

어느새 입이 댓 발 튀어나왔다.

“무슨 차 갖고 싶은데?”

애가 그래도 양심이라는 게 있으면 국산 소형차 정도 말하겠지?

그러자 말 안 한다던 애가 바로 대답했다.

“이번에 나온 페라리 신형 예쁜 것 같아. 빨간색.”

“…….”

내 여동생은 양심이 없었다.

아니, 이건 개념이 없는 건가?

내 표정을 본 세나는 재빨리 네고를 시작했다.

“하지만 빨간색 미니 정도로 타협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아니, 뭔 페라리가 10초 만에 미니로 변하나?

집에 온 지 30분 만에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차무새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딴청을 피우는데, 거실에 있는 양주 진열장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는 언제 저렇게 늘었어요?”

듬성듬성 비어있던 진열장은 어느새 꽉 들어차 있었다.

요즘 사업이 잘되니 벌써부터 양주부터 사다 채우시나?

어머니가 말했다.

“아! 저거 다 선물 받은 거야.”

“선물이요?”

어머니 표정을 보니 저게 얼마나 비싼 술인지 모르시는 듯하다.

“응. 사업상 지인이라는 사람이 이거 축하한다 저거 축하한다 하며 니 아버지한테 하나씩 보낸 모양이야. 술이라면 환장하는 양반이 받을 때마다 부담돼 죽겠다고 하더라.”

“…….”

확실히 컬렉션이 심상치 않다.

우리 집에서 가장 비싼 술이라고 해봐야 발렌타인 30년이었다. 그나마도 아껴 드신다고 몇 년째 개봉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오늘 보니 그 옆에 맥켈란과 로얄 살루트가 나란히 진열되어 있었다.

설마 빈티지 에디션인가?

내 주변에서 이런 짓(?)을 할 사람은 딱 한 명뿐이다.

난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음이 몇 번 울리기도 전에 상대는 전화를 받았다.

[헤이, 브라더! 어쩐 일이야?]

“잘 지냈어요?”

[그럼. 사고도 안 치고 일만 열심히 하고 있어. 나 요즘 뉴스에 안 나오는 거 알지?]

“…….”

이런 걸로 칭찬해줘야 하나?

“저 지금 한국 와있는데 시간 괜찮아요? 제가 술 한잔 살게요.”

[오! 나야 언제든 콜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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