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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성공 투자법-212화 (207/529)

212화. 리야드에서 생긴 일 (1)

컨티뉴 캐피탈의 자산은 약 230억 달러.

블랙우드 사태 때 160억 달러로 불렸고, 이 중 20억 달러를 레전드게임즈 인수를 위한 계약금으로 지불했다.

그리고 LD스튜디오 하락에 배팅한 덕분에 230억 달러까지 늘릴 수 있었다.

컨티뉴 캐피탈은 230억 달러에 더해 러시 펀드의 남은 자금 200억 달러를 끌어왔다.

이를 위해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그쪽으로 자금을 이동시켰다.

고객 돈을 모아 운영하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는 규제로 인해 이런 식의 투자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컨티뉴 캐피탈은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

투자에 제약이 많고 공시 의무가 있는 일반 자산운용사와는 달리, 패밀리 오피스는 최소한의 규제만 따르고 불법만 저지르지 않으면 된다.

내 돈 내가 투자하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이 정도 금액을 한번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지만, 다행히 키오노스는 이제까지 컨티뉴 캐피탈이 공매도한 기업 중 가장 덩치가 큰 기업. 일본 최대 반도체 회사답게 시총이 10조 엔이 넘는다

덕분에 더 큰 규모의 공매도가 가능했다.

난 탈출 작전을 실행하기 전 키오노스에 대한 공매도를 쏟아부었다.

그리고 사마라 회장 탈출 이후 폭로전이 벌어지며, 역시나 주가는 60퍼센트가량 증발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게 무슨 중소기업도 아니고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반도체 회사다.

열흘 사이 무려 시총 6조 엔이 증발했다!

덕분에 컨티뉴 캐피탈은 140억 달러, 러시 펀드는 120억 달러의 수익을 챙겼다.

단 한번의 투자로 레전드게임즈 인수자금을 벌어들인 셈이다.

사마라 회장 역시 본인 몫을 챙겨갔다.

날린 보석금과 못 받은 퇴직금을 건지는 게 목표였던 만큼 CFD 거래를 통해 레버리지를 일으켰고, 원하는 만큼의 금액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수익금을 본 사마라 회장은 매우 흡족해했다.

이러니 고맙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수밖에.

난 러시 펀드 운영 책임자에게 전화했다.

“컨티뉴 캐피탈이 보낸 보고서 확인했어요? 수익률 적어놨는데.”

사라는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봤어요. 보면서도 믿기가 힘들던데…… 이 수익률이 진짜예요?]

“말했잖아요. 저랑 손잡으면 큰돈 벌게 될 거라고.”

[돈이 복사가 된다는 게 이런 거군요. 이런 방법으로 벌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국부펀드는 차라리 위험자산을 매수할지언정 절대 이런 식의 투자를 하지 않는다. 만에 하나 잘못되기라도 하면 책임을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도 국가 자산이 왕실 자산이나 다름없는 사우디니까 가능한 일이지.

[이 정도 자금으로 단기간에 이런 수익을 내다니. 저라면 죽었다 깨어나도 못 했을 것 같은데요.]

“뭐, 그냥 죽었다 깨어나는 정도로는 힘들긴 하죠.”

나처럼 10년 회귀 정도는 해야 가능하다.

[이번 일로 반도체 업계 전체가 뒤숭숭하던데. SPME가 키오노스를 합병할 수 있을까요?]

“그건 힘들겠죠.”

현재 SPME가 가진 키오노스 지분은 46퍼센트.

여기서 4.1퍼센트만 더 매수해도 전체 주식의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강제로 M&A를 하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게 가능했다면 진작 그렇게 했겠지.

불가능한 이유는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과 관련이 있다.

반도체는 경제안보와도 직결된 국가 기간산업. 합병을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승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얼라이언스를 통한 경영 통합은 계속 진행하려 할 거예요. 그때까지 분쟁은 계속 이어질 테고, 향후 투자는 쉽지 않겠죠.”

당장 투자하고 공장을 증설한다고 해도 실제 생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빨라야 2~3년 후다.

지금은 나밖에 모르고 있지만 앞으로 5년이면 산업지형이 통째로 바뀐다. 지금 1년만 주춤해도 향후 돌이킬 수 없는 격차가 벌어지게 될 것이다.

[그만큼 유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보게 되겠네요.]

메모리 반도체 경쟁자인 키오노스가 휘청거리자, 유성전자 주가는 다시 상승해 데이터센터 산업 진출 발표 후 하락분을 다 복구했다.

러시 펀드는 유성전자가 저점일 때 110억 달러를 쏟아부어 약 2퍼센트를 매수한 만큼, 양쪽으로 이득을 챙겼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번 일의 배후에 컨티뉴 캐피탈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던데요.]

“의심이야 누구나 할 수 있죠.”

금융계에서 소문이란 말보다도 빠르다.

컨티뉴 캐피탈은 스노우 크래시를 통해 유성전자와 손을 잡았다.

그 때문인지 금융계에서는 사태 직전 공매도를 쏟아낸 세력이 컨티뉴 캐피탈이라고 의심…… 아니, 거의 반쯤 확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이 정도 자금을 한 번에 공매도로 움직일 수 있는 곳은 얼마 없기도 하고, 컨티뉴 캐피탈은 그동안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유명 기업들의 주가를 떨어트린 전적이 있으니.

그래도 사전에 정보를 입수해 투자에 이용했다고 생각하는 정도지, 설마 탈출을 직접 기획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만큼 상식 밖의 일이니까.

“사마라 회장은 계속 일하고 싶어 하는 모양인데. 혹시 그가 사우디에서 할 만한 일이 있을까요?”

[물론이에요. 능력 있는 경영자는 언제든 환영이죠.]

그를 악마라고 깠던 일본 언론들조차도 그의 경영 능력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았다.

사우디는 라시드 왕자의 주도 아래 여러 개혁정책을 실행 중이지만, 필요한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고위직으로 갈수록 사람 찾기가 힘든 법이지.

[하지만 공식적인 직함은 어려울 수도 있어요. 일본과의 관계도 생각해야 할 테니까요.]

어쨌거나 그는 일본에서 재판을 피해 탈출한 범죄자다. 아무래도 직접 쓰기에는 부담이 따르겠지.

“방법이야 찾아보면 있기 마련이죠. 돈만 많이 주면 괜찮을 거예요.”

사라는 내 말에 동의했다.

[그보다 이번 일에 대해 일본 정부가 이를 갈고 있을 거예요. 특히 미루 씨에 대해서요.]

“상관없어요.”

지들이 잘못해놓고 나를 탓하면 어쩌나?

백날 조사해봐야 내가 직접 관여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쿨렌 형제에게 지급한 돈과 실행에 필요한 돈은 전부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움직였으니까.

그리고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사우디가 도와주지 않을까?

내 덕에 돈을 얼마나 벌었는데.

“그런데 지금 어디예요?”

[잠깐 리야드에 와 있어요.]

“리야드에는 무슨 일로요?”

[음, 그게…….]

* * *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라시드 왕자는 국왕의 명으로 왕실 내의 부정부패를 수사 중이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사우디에서 왕족들의 부패는 일상이나 다름없었다.

털어서 먼지가 안 나오기는커녕 살짝만 건드려도 먼지가 사방으로 풀풀 흩날렸다.

수사 과정에서 왕세자의 측근들이 하나둘씩 잡혀들어갔다.

할리드 왕세자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자신의 손발이 다 잘려있었다. 그리고 라시드 왕자의 칼끝은 왕세자 일가를 겨누고 있었다.

궁지에 몰린 할리드 왕세자는 직접 라시드 왕자를 만나 세 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그 후, 그는 왕세자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하며 라시드 왕자를 새로운 왕세자로 추존했다.

60대 왕세자가 30대의 젊은 왕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장면이 전세계에 공개됐다.

“당신에게 충성을 맹세합니다. 신이 당신을 축복할 겁니다.”

젊은 왕자는 그의 손을 강하게 붙잡았다.

“저에게는 당신의 경험과 조언이 필요합니다. 저의 후견인이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기쁜 마음으로 그렇게 하겠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촌형제끼리 자리를 양보하는 훈훈한(?) 장면이었다.

아부 바르크 국왕은 왕세자이자 내무장관인 할리드를 폐위하고, 자신의 다섯 번째 아들 라시드를 왕세자로 책봉한다는 칙령을 내렸다.

그렇게 라시드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왕세자 자리에 올랐다.

이는 단지 왕세자가 바뀌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우디라는 나라가 생긴 뒤 이어져 내려온 형제상속제가 폐지되고 부자상속제가 시작됨을 의미했다.

명목상으로는 국왕이 최고 권력자지만. 현 국왕은 고령에 건강을 이유로 정치에서 반쯤 물러나 있는 상태.

때문에 사실상 왕세자인 라시드가 사우디의 모든 권력을 장악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시드 왕세자는 사우디를 기존의 자원의존적 경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며 국가 개발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그리고 여성의 경제참여 확대 방안으로 여성 운전과 스포츠 참여, 그리고 참정권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과격하고 급진적인(?) 개혁조치에 여성들은 환영했지만, 율법자들과 보수파는 난리가 났다.

“여자가 운전이라니! 여자는 애를 낳아야 하기 때문에 운전에 적합하지 않다!”

“앞으로는 여자들끼리 스포츠를 관람하고 영화관을 갈 수 있다고?”

“어디 여자가 말이야!”

“이러다가 남녀가 함께 직장에서 일하는 것도 허용하겠다고 하겠네!”

“이건 신의 뜻을 거스르는 짓이다!”

“뭣도 모르는 애송이가 나라를 망치려 하다니!”

“오! 신이시여!”

일부 과격한 이들은 쿠데타를 일으켜 라시드 왕세자를 몰아내야 한다는 얘기까지 서슴지 않았다.

라시드 역시 기존 왕세자를 몰아내고 그 자리에 앉은 만큼, 왕족들 중 다른 마음을 품은 이들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에 라시드 왕세자는 국가 개혁에 대한 논의를 하고 싶다며 회의를 열어 정치인, 관료, 기업인 등을 리치칼톤 호텔로 불러 모았다.

사람들이 다 모였지만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대체 회의는 언제 시작해?”

“바빠 죽겠는데 뭐 하자는 거야?”

“무슨 일로 감히 이 몸을 오라가라 하는가?”

기다리자 지친 사람들이 일어나려 하자, 어디선가 나타난 왕실 경호원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그들의 주위를 둘러쌌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니들 내가 누군지 알아?”

“왕세자는 어디 있나?”

“자, 잠깐. 핸드폰은 왜 뺏어가는 건가?”

놀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가운데, 라시드 왕세자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아셰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라시드가 왕세자가 된 뒤 바로 재무조사위원회(GAFI)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여러 왕족들 중 한 명이 나서서 소리쳤다.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가?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아셰르는 그를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유세프 왕자님이시군요.”

유세프는 아부 바르크 국왕의 첫째 아내에게서 태어난 첫째 왕자다. 덕분에 그는 이름뿐인 다른 왕족들과는 달리 국가 요직에 앉아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다.

“체포해.”

그러자 경호원들이 다가와 양쪽에서 그의 몸을 붙들었다.

유세프 왕자는 깜짝 놀랐다.

“감히! 이게 지금 뭐하는 건가? 당장 이 손 놓지 못할까?”

아셰르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왕자님께서는 ‘순서상 왕세자는 형인 내가 돼야 한다. 조만간 라시드를 쫓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겠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시겠지만 이는 반역 모의에 해당되는 중죄입니다.”

“아, 아니…….”

물론 그런 말을 하긴 했다.

그것도 몰래한 게 아니라 공개적으로 여러 번. 하지만 그게 죄가 될 거라고는 한번도 생각지 못했다.

아셰르가 손짓하자 경호원은 그를 자리에서 끌어냈다.

“자, 잠깐. 이거 놔! 아버님을 뵙고 말씀드리겠다!”

유세프 왕자가 끌려나가는 것을 본 다른 왕족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이제야 라시드 왕세자의 막강한 권력을 실감한 것이다.

아셰르는 모여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여러분들께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그동안 부정부패로 막대한 재산을 축적했다는 겁니다.”

“뭐,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왕족인 우리가 범죄자라는 건가?”

사방에서 항의가 쏟아졌지만, 아셰르는 개의치 않고 말했다.

“이제 여러분들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첫째는 왕세자께 충성을 맹세하고 그동안 부정 축재한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는 겁니다. 애국 헌납금을 충분히 내신 분들은 그동안의 범죄를 사면받고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시게 될 겁니다. 둘째는 이곳에 갇혀서 충분한 애국 헌납금을 낼 때까지 취조를 받으시는 겁니다. 어떤 걸 선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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