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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성공 투자법-205화 (200/529)

205화. 이스케이프(Escape) (4)

한미루와의 만남 이후.

유재호는 반도체 공장 건설 후보지를 둘러보기 위해 텍사스로 향했다. 여러 조건들을 비교해봤을 때 택사스로 거의 결정을 내린 상황.

이번에 가는 이유도 실무자들을 직접 만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한미루의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흔들렸다.

‘어째서 조지아지?’

조지아는 다른 곳에 비해 큰 이점이 없다.

유재호는 다시 한 번 입찰서를 훑어보았다.

반도체 공장 유치는 지역에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주지사와 의원들까지도 발로 뛰고 있는 상황.

그런데 이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마크 필립스…….”

그는 후보지를 찾아온 유성전자 임원들을 직접 안내하며 브리핑을 할 정도로 적극성을 보였다.

조지아주 상원의원으로 다음 대선에 출마할 거라는 소문이 있다. 하지만 아직은 젊은 데다가 민주당에는 데런 카셀이라는 유력 후보가 버티고 있는 만큼, 차기보다는 차차기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설마…… 미국 대선을 생각하고 있는 건가?’

그 순간, 문득 지난번 일이 떠올랐다.

한미루는 라시드 왕자가 사우디의 실세라는 것을 정확하게 맞췄다.

사우디의 권력 행방까지 눈여겨보고 있는 사람이 미국 정치권에 관심이 없을 리 없다.

잘나갈 때 줄을 서봐야 수많은 기업들 중 하나가 될 뿐이다. 하지만 어려울 때 도움을 준다면 얘기가 다르다.

만약 한미루의 예상이 틀렸다고 해도 그저 세제혜택을 덜 받는 것에서 그칠 뿐이다.반대로 맞다면?

인연을 맺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 * *

실무진들 사이에 협상이 끝난 뒤.

유성전자는 데이터센터 산업 진출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유성전자, 데이터센터 산업 진출 선언!]

[유성전자-스노우 크래시 클라우드 분야에서 협력]

[유재호 회장, 데이터센터는 유성그룹의 향후 미래 먹거리]

[반도체 고객사들 이탈 우려]

유성전자가 데이터센터 산업에 투자하고, 스노우 크래시가 이를 전부 임대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나 다행인 것은 블랙우드 사태를 통해 스노우 크래시가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졌다는 것.

하지만 긍정적 반응보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훨씬 우세했다.

-반도체나 잘하지 이게 뭐하는 짓이야?

-데이터센터면 AMZ, NS, 구블과 싸워야 할텐데?

-ㄷㄷㄷ 세계관 최강자들.

-아무리 유성전자라도 그건 무리 아님?

-빅테크 기업들이 등 돌리면 반도체까지 작살나는 거 아님?

신산업 진출로 인한 투자비 증가와 반도체 고객사 이탈 우려로 인해 발표 이후 주가는12퍼센트가 떨어졌다.

그리고 다음날 5퍼센트가 추가로 하락했다.

이틀 만에 주가가 15퍼센트 넘게 빠지자 주주들은 난리가 났다. 이에 유재호 회장은 홍보실을 통해 사재를 털어 주식을 매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가 주가 떨어트리고 지가 주식 사네.

-지가 떨어트리고 안 사는 놈들보다는 낫지 않나?

-이거 주가 조작 아님?

-발표 전에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팔거나 했다면 내부거래에 해당되지만, 지금처럼 공개된 정보로 매수하는 거면 상관없음.

-그런데 재타이거가 유성전자 주식을 산다는 건 주가가 오를 거라는 거 아님? 설마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지는 않을 거 아님?

-그냥 보여주기 쇼 아닐까?

* * *

사라 에이버리는 현재 뉴욕 PIF 지사에 머물러 있었다.

난 그녀를 만났다.

“당장 유성전자 주식을 매입해야 합니다.”

“어째서요?”

“주가가 떨어진 지금이 투자 적기니까요.”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유성전자의 데이터산업 진출에 대해 빅테크 기업들은 강한 실망감을 표시했다.

일부에서는 배신이라는 표현까지 쓸 정도였다.

실제로 빅테크 기업들이 이탈 조짐을 보이며, 유성전자 주가는 떨어지는 반면 다른 반도체 회사들 주가는 들썩거렸다.

특히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키오노스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 중이었다.

당장 공장을 짓는다고 해도 가동까지는 최소 2, 3년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가는 장기전망을 반영하기 마련.

“러시 펀드뿐 아니라 PIF도 여력이 되면 적극 매수하세요. 향후 유성전자를 이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는 다시는 오지 않을 겁니다.”

“데이터센터 산업으로 수익이 나는 것보다 고객사 이탈로 인한 반도체 수익 감소가 빠를 텐데요. 향후 공급 과잉 우려도 있고.”

가뜩이나 메모리 반도체는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는 상황.

기존 고객사가 떠나면 치명적이다. 남들이 다 파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지.

“그래서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가 준비했습니다.”

사라는 눈을 크게 떴다.

“정말요?”

“아시다시피 키오노스는 낸드 플래시와 D램 분야에서 유성전자의 강력한 경쟁사입니다.최근에는 파운드리 진출까지 선언한 상태죠. 키오노스의 공장 증설과 추가 투자가 전부 중단된다면, 유성전자 주가는 빠르게 회복될 겁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요?”

난 계획을 설명해주었다.

사마라 회장으로 하여금 체포와 구금의 불법성과 내부비리를 폭로하게 해서 키오노스를 흔들어 놓는다는 아주 심플한 계획이다.

“여기에 일본 정부와 프랑스 정부까지 얽혀들면 금상첨화죠.”

그 과정에서 공매도와 옵션을 통해 이익을 챙길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다.

하자만 사라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사마라 회장이 과연 그만한 정보를 알고 있을까요?”

“그럼요.”

그는 일본 검찰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걸 알고 있다. 이 사람도 보통 사람은 아니라서 말이지.

“어쨌거나 폭로전을 벌이는 것만으로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지 않겠어요?”

“그렇긴 한데…… 그렇게 하도록 일본 정부가 가만히 놔둘까요? 지금도 허튼 짓 못하도록 철저하게 감시 중일 텐데요.”

난 태연하게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PMC를 소개 받을 수 있을까요?”

미국과 유럽에는 민간군사업체(PMC, Private Military Company)들이 여럿 있다.이들은 경호, 첩보, 보안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녀는 사우디 정부와 손이 닿아있다.

컨티뉴 캐피탈이 직접 알아봐도 상관없겠지만, 기왕이면 흔적을 남기지 않는 편이 좋겠지.

사라는 황당해하며 물었다.

“갑자기 PMC는 왜요?”

어차피 나중에 알게 될 일인 만큼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탈출시키려구요.”

“누구를요?”

“사마라 회장을요.”

“……예?”

반응은 한참 후 나왔다.

“자, 잠깐. 그게 무슨 말이에요? 키오노스를 흔들기 위해 일본에 붙잡혀 있는 사람을 탈출 시키겠다는 거예요?”

“정답입니다.”

“…….”

그녀는 마치 미친놈 보는 것 같은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사실 내가 말하고도 좀 미친 소리 같긴 하다.

나도 내년에 사마라 회장이 탈출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애초에 이런 방법은 상상조차 못했겠지.

“자, 이제 유성전자 주식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좀 들지 않나요?”

* * *

난 렌트카를 타고 도시 외곽의 모텔로 향했다.

입구 없이 방문을 열면 바로 외부와 연결되는 게 미국식 모텔의 특징. 때문에 호텔과는 달리 카운터나 신분확인을 거치지 않고 누구나 쉽게 방에 드나들 수 있다.

난 주차를 한 다음 알려준 방으로 가서 벨을 눌렀다.

안에는 두 남자가 있었다.

나이는 40대 중후반. 키 180센터 정도의 백인 남성이다. 두 사람은 형제라 해도 좋을 만큼 닮아있었다.

왜냐하면 형제니까.

“어서 오십시오.”

“처음 뵙겠습니다.”

난 두 사람과 악수를 나눴다.

“벤 쿨렌입니다.”

“반갑습니다. 올리버 쿨렌입니다.”

미리 자료를 받아봐서 이름과 얼굴을 알고 있었다.

두 살 차이로 벤이 형이고, 올리버가 동생이다.

남아프리카 출신으로 현재 블랙몽구스라는 PMC에서 일하고 있다.

특수부대 출신이라고 하는데, 외모만 봐서는 크게 험상궂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운동 좋아하는 아저씨 같은 느낌이다.

난 본론을 꺼내기에 앞서 두 사람에게 말했다.

“오늘 만남은 비밀인 거 아시죠?”

두 사람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입이 가벼우면 이 바닥에서 일 못합니다.”

“좋습니다.”

난 의자에 앉았다.

“오시기 전 들으셨겠지만 다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작전기한은 약 2년. 비용은 인당100만 달러 선지급, 성공시 50만 달러를 추가로 지급하겠습니다. 위험성은 매우 낮습니다. 일이 잘못되더라도 다치거나 죽는 일은 없을 겁니다.”

벤이 물었다.

“무슨 일이기에 작전기한이 2년이나 되는 겁니까?”

“준비기간까지 포함해봐야 한 달이 안 됩니다. 다만 제 3국으로 도피할 게 아니라면 성공하든 실패하든 일본 교도소에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 다녀와야 할 수도 있습니다.이 기간을 포함해서 2년으로 정한 겁니다. 징역을 살게 될 경우 기간에 따라 5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를 추가로 지급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오히려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2년 동안 위험지역에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교도소에 있는 게 낫겠네요. 일본 교도소라면 밥도 잘 나올 테고.”

“안 그래도 이번 일 끝내면 좀 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잘 됐습니다.”

티에리 사마라 회장의 탈출 사건은 세계적인 뉴스였다.

그도 그럴 것이 글로벌 기업 회장이 독재국가도 아닌 선진국에 붙잡혀 있다가 몰래 탈출한 사례는 전무후무하다.

한국으로 치면 유재호 회장이 프랑스나 독일에 구금돼 있다가 자력으로 탈출했다랄까?

이는 영화로까지 제작됐고 대히트를 쳤다. 때문에 그가 어떤 방식으로 탈출했는지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계획은 제가 다 짜놨습니다. 이대로 진행이 가능한지, 세부사항에 보완할 점은 없는지 미리 예행연습을 해주시면 됩니다.”

두 사람은 내가 내민 계획서를 꼼꼼하게 읽었다.

“궁금한 점 있으면 마음껏 물어보세요.”

벤 쿨렌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정말로 이런 방법으로 탈출이 가능하겠습니까?”

올리버 쿨렌 역시 고개를 저었다.

“말씀드리기 죄송한데, 작전이 너무 허술한 것 같습니다.”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걱정할 것 없어요. 이 방법은 반드시 통합니다.

벤 쿨렌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

“어째서 그렇게 확신하시는 겁니까?”

그야 실제로 이 방법으로 탈출하기 때문이지.

난 자신 있게 말했다.

“그건 직접 연습을 해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만약 안 되겠다 싶으면 그때 다른 계획을 짜보도록 하죠.”

* * *

사마라 회장은 현재 가택연금 중.

무작정 찾아가봐야 만나기는 힘들다.

다행히 이 부분은 쉽게 해결됐다.

사마라 회장이 일본에 잡혀있는 사이 그의 부인은 일본을 떠나 프랑스에 머물고 있다.데이비드는 그녀에게 투자 제안을 위해 사마라 회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사마라 회장의 자산은 약 2억 달러.

때문에 투자사에서 연락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컨티뉴 캐피탈의 명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만큼 그녀는 기꺼이 반겼고, 만남을 주선해주었다.

중요한 건 누가 일본으로 가느냐인데…….

“제가 가야죠.”

내 말에 데이비드는 우려를 나타냈다.

“위험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위험할 게 뭐 있나요?”

사실 이 탈출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의사다.

가기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1년 뒤라면 모를까 지금 시점에서 사마라 회장은 탈출은 생각도 안 하고 있을 것이다.왜냐하면 자신의 구금기한이 그렇게 길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을 테니까.

현재 일본 검찰이 확보한 증거로는 잘해봐야 집행유예인 만큼 길어도 반년 안에는 풀려날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탈출을 할 경우 보석금이 몰수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시는 일본 땅에 발도 못 붙이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제가 직접 사마라 회장을 만나 설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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