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9화. LD스튜디오 (8) (194/529)

 199화. LD스튜디오 (8)

 [LD스튜디오 입장문 발표, 확률 조작이 아닌 변동 확률]

 [확률 조작은 일부 고객들의 오해]

 [입장문 발표 이후 LD스튜디오 주가 또 폭락. 주주들 망연자실]

 [도를 넘은 사행성 게임. 정부규제 필요성은?]

 [여가부, 셧다운제를 강화하고 게임중독세를 신설해야······]

 광고비를 받고 침묵하던 언론사들은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기사를 올렸다.

 몇몇 언론사는 LD스튜디오의 편을 들었지만, 대부분은 비판적인 논조였다. ‘변동 확률’이라는 그럴듯한 말을 가져다 붙였지만, 사실상 확률 조작을 인정한 거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KSGI 김성권 대표는 올라오는 기사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설마 게임 확률 조작 문제를 터트릴 줄이야······.”

 공격은 제대로 먹혔고 LD스튜디오 주가는 끝없이 떨어지는 중이었다.

 데이비드 록허트가 한국 게임 시장에 대해 이렇게 잘 알고 있을 리 없다. 이번 일은 당연히 한미루가 기획했을 것이다.

 ‘한번 움직일 때마다 시장이 발칵 뒤집히는군.’

 한번 연락을 해볼까 생각하는데, 먼저 전화가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한미루입니다. 잘 지내셨죠?]

 “저야 늘 똑같습니다. 이번 일 잘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미루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

 [대표님께서도 함께하시죠.]

 “지금 들어가기에는 너무 늦은 거 아닌가요?”

 [설마 확률 조작을 LD스튜디오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예?”

 [모바일, 과금, 그리고 랜덤박스는 브라더후드M만의 특징이 아닌, 한국 게임들의 전반적인 특징이죠. LD스튜디오가 한 짓을 다른 게임사라고 안 했을까요? 아마 이번에 줄줄이 터져나갈 겁니다.]

 김성권 대표는 자세를 고쳐앉으며 귀를 기울였다.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 * *

 LD스튜디오는 초상집 분위기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LD스튜디오는 한국 최대의 게임사로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었는데, 며칠 사이 ‘돈벌이에 미친 사기꾼 소굴’쯤으로 이미지가 달라졌다.

 어디 가서 부끄러워서 LD스튜디오를 다닌다고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직원들은 회사 밖으로 나갈 때는 사원증을 옷 안으로 숨겼다.

 “우리 회사 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이제까지 랜덤박스 판 거 몽땅 배상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 지들이 좋아서 산 걸 왜 물어줘?”

 “브라더후드M이 잘못되면 우리 개발팀까지 영향을 받을 텐데.”

 “주가는 왜 이 모양이야? 우리사주 받은 거 진작 팔아치울걸.”

 “그런데 컨티뉴 캐피탈은 왜 하필 우리 회사를 타깃으로 삼은 거야?”

 “그러게. 랜덤박스를 우리만 하는 것도 아니고.”

 다들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LD스튜디오는 매출 대부분을 브라더후드M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이 게임 하나가 잘못되면 매출은 폭락한다.

 그런 우려 때문에 주가가 폭락하는 거고.

 문제는 그다음이다. 위기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임금 삭감이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직원들의 대화를 듣던 차수연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선우 씨 친구가 복수한다고 하더니······.’

 그 뒤에 바로 이런 일이 터졌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

 퇴근한 차수연은 강선우를 만났다.

 그녀는 다급하게 물었다.

 “설마 이 사태를 친구분이 벌인 거예요?”

 강선우는 부인하지 않았다.

 “맞아요.”

 차수연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금융 쪽에 대해 거의 모르는 그녀조차도 컨티뉴 캐피탈은 알고 있었다. 손대는 것마다 대박을 터트린다는 것도.

 “그, 그럼 친구분이 컨티뉴 캐피탈에 다니는 거예요?”

 “음······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죠.”

 “말도 안 돼. 거기 엄청 잘나가는 곳이잖아요.”

 “잘나가죠.”

 그 잘나가는 사모펀드를 친구가 직접 만들었다.

 “회사 분위기는 어때요?”

 강선우의 물음에 차수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최악이죠. 차라리 확률 조작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나았을 것 같은데.”

 “그럴 리가 있겠어요?”

 애초에 그럴 기업이었다면 확률 조작 같은 짓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일단 지금 위기만 어떻게든 넘겨보자는 생각이겠지.

 강선우는 자조적으로 말했다.

 “생각해보면 브라더후드M 같은 게임이 흥행을 하는 게 문제예요.”

 한국 게임 시장은 어떻게 보면 갈라파고스라 할 수 있다.

 콘솔과 패키지 게임의 비중은 말도 안 되게 낮고, 모바일 게임은 지나치게 높다.

 여기에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콘솔과 PC의 트리플A 패키지 게임의 가격은 일반판을 기준으로 60달러다. 그동안 제작비가 몇 배는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10년째 같은 가격이다.

 이걸 10달러 올리는 문제를 놓고, 게임사들끼리 치열한 눈치 게임을 벌이는 중이다.

 때문에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을 노려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은 적당히 만들어 무료로 유저를 끌어모은 다음 안에 온갖 과금과 랜덤박스를 떡칠해 놓아 돈을 긁어모으는 게 가능하다.

 제작비는 적고 수익은 크니 다들 이쪽으로만 몰려가는 거고.

 그런데 이런 식의 과금 구조가 한국에서나 먹히지, 외국에서는 택도 없다.

 실제로 브라더후드M은 해외시장에도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매출은 운영비도 안 나오는 수준이라, 해외 지사들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중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 게임사들이 과금에 매진하는 사이 외국 게임사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며 성장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 몇 년만 지나도 제작 역량은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벌어지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쫓아가려면······.

 ”그런 게임은 한국 게임 전체를 위해서라도 망하는 게 나아요.“

 * * *

 LD스튜디오의 입장문 발표 이후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정확히는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분노가 이번 일을 계기로 폭발했다고 봐도 좋았다.

 -LD 광고 받은 새끼들도 다 조져야 함.

 -LD 광고 올린 스트리머들 목록 업로드합니다!

 -구독 취소하고 다시는 영상 보지 맙시다!

 -그동안 LD에게 스폰 받은 새끼들 좋은 말로 할 때 불어라~

 -앞으로 누구든 브라더후드M 광고하다 걸리면 손모가지 날아간다!

 그동안 브라더후드M 광고를 올린 게임 스트리머들의 댓글창은 욕으로 도배가 됐다.

 눈치 빠른 이들은 재빨리 광고를 내리고 게임 스트리밍도 중단했다.

 백금호는 카프리아TV 방송을 켜고 성토했다.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제가 브라더후드를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하는지. 댓글창에 브라더후드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 좋은 얘기 쓰면 바로 꺼지라고 하고 차단시켰잖아요.”

 학창 시절 처음 접한 브라더후드 세계관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그곳에서 그는 현실에서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여러 친구를 사귀었다. 길드원들은 그에게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브라더후드 플레이를 방송하며 카프리아TV BJ라는 직업도 갖게 됐다. 그래서 밥을 굶어가고, 빚을 내가며 결제하면서도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한때는 정말 무지성적으로 브라더후드를 찬양했고, 브라더후드야말로 세계 최고의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생각이 무참히 깨졌다.

 태초 스킬을 못 뽑은 것에 대해서도 자신이 그저 재수가 없었던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실은 그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안 나오도록 설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멍청하게 계속 돈을 쏟아부었다. 운영진들이 그 모습을 보며 얼마나 비웃었을까?

 그 생각을 하니 또다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아니, 시발! 자판기도 동전을 넣으면 커피가 나오는데, 여긴 왜 안 나와? 그리고 이중 가챠에 컴플리트 가챠!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랜덤박스라고 하면 그냥 돈 내고 무작위로 아이템 뽑는 것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브라더후드M의 랜덤박스 세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워낙 복잡하고 심오하다 보니 제대로 분석하려면 수학과 교수 몇 명이 논문으로 써도 부족할 판이다.

 이중 가챠란 랜덤박스로 특정 아이템을 뽑은 다음, 그 아이템으로 또 뽑기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또 문제가 되는 것은 컴플리트 가챠.

 이건 하나의 아이템을 열 개로 쪼갠 다음, 한 조각씩 뽑는 방식이다.

 이미 아홉 개를 뽑느라 돈을 쏟아부었고 한두 개만 더 뽑으면 되다 보니, 중간에 포기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여기서 끝이냐?

 심지어는 이중 컴플리트 가챠도 있다!

 랜덤박스를 통해 뽑은 아이템으로 다시 랜덤박스에서 아이템을 뽑아, 서로 다른 아이템10개를 모아야만 완성되는 형태다.

 이쯤 되면 이게 게임인지 도박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예전에 올렸던 이지스 방패 제작 영상을 한번 분석해 봤는데, 이거 만들려면 10개의 서로 다른 색의 금속 조각을 모아야 하거든. 이게 9개까지는 크게 중복되지 않고 잘 뽑혀. 그런데 9개 뽑고 난 뒤부터는 이상하게 계속 있는 것들만 주구장창 나오는 거야. 10개 중 하나 뽑는 건데 100번을 뽑아도 그 조각 하나만 안 나와. 지금 생각해보면 9개를 뽑은 사람들은 나머지 조각이 안 나오도록 확률을 낮춰놓은 것 같아. 계속 뽑기를 하도록 말이야.”

 백금호는 과거 영상들을 한쪽에 띄워놓고 의심이 가는 부분들을 하나씩 지적했다.

 “확률이 극악이든 뭐든 알겠다고. 그런데 적어도 조작은 하지 말아야 할 거 아니야? 그리고 조작이 걸렸으면 사과를 해야지! 뭔 변동 확률 이 지랄하고 있어?”

 -ㅋㅋㅋ 어제까지만 해도 LD 편들더니 왜 그래?

 -형답지 않아. 형은 그냥 LD 똥구멍 빨던 평소 모습이 어울려.

 -형 어차피 개돼지잖아. 사료 던져주면 받아먹으며 좋다고 다시 할 거면서 왜 그래?

 -맞아. 왜 자신을 과대평가해? 개돼지면 개돼지답게 굴어~

 -ㅋㅋㅋ 전에 다른 게임 터져서 유저들이 시위 트럭 보낼 때 그런 건 븅신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어차피 브후하는 아재들은 다 개돼지라서 크라운이랑 스킨 몇 개 던져주면 ‘꿀꿀꿀꿀!감다함니당’하며 받아 처먹음.

 댓글창을 본 백금호는 발끈했다.

 “아! 시발! 나 개돼지 아니라고! 그저 한 명의 소비자······.”

 그는 말을 하다가 멈췄다.

 갑자기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라면 어째서 이런 대접을 받고 있는 거지? 수십억을 결제한 소비자가 기업에게 이런 취급을 받는 게 당연한 건가?

 ‘과연 내가 소비자가 맞나?’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다.

 그는 바로 다크 길드의 길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형.”

 [어, 플타야. 무슨 일이야?]

 “우리도 LD에 트럭 한번 보냅시다!”

 [뭐? 트럭?]

 “예. 시위 한번 하자구요. 언제까지 개돼지로 살 겁니까?”

 그동안 다른 게임 유저들이 시위하고 항의하는 동안에도 브라더후드M 유저들만은 침묵을 지켰다.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그때그때 던져주는 보상을 받아먹으며 만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상황이 여기까지 왔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말 잘했어. 안 그래도 나도 그 얘기하려고 했다. 뽑기에 쓸 돈이면 트럭 100대도 섭외하겠더라. 남들 다 한다는 트럭 시위, 그까짓 거 우리도 한번 해보자.]

 그 말에 백금호는 힘차게 소리쳤다.

 “트럭 시위 가즈아!!!”

 * * *

 판교에 위치한 LD스튜디오 사옥.

 그 앞에는 트럭과 전세버스 등이 줄지어 서 있었다. 트럭 위에는 각종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브라더후드M 확률 조작 문제를 사과하고 배상하라!]

 [우리는 LD의 노예가 아니다!]

 [오늘부로 흑우 인생을 청산한다!]

 [더 이상 개돼지로 살지 않겠다!]

 그 앞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이들은 브라더후드M 고인물들.

 오랜 기간 게임을 플레이해왔고, 수억 수십억 원을 결제한 사람들이다.

 적당히 심심풀이로 하던 유저는 이 자리에 있지도 않았다. 그런 사람들은 사태가 터지자마자 ‘이딴 쓰레기 같은 게임 안 한다’며 계정 삭제한 다음 팝콘 먹으며 구경 중이었으니까.

 백금호는 트럭 위에서 확성기를 붙잡고 소리쳤다.

 “어떤 기업이 월 1억을 넘게 쓰는 소비자를 이딴 식으로 대우하냐? 확률 조작이 아니라 변동 확률이라고? 대체 유저를 얼마나 개돼지로 취급하기에 이딴 개소리를 변명이라고 늘어놓는 거냐? 그동안 사기 쳐서 우리한테 뜯어낸 돈부터 물어내라! 진태경 나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