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7화. LD스튜디오 (6) (192/529)

 197화. LD스튜디오 (6)

 LD스튜디오의 개발파트는 크게 둘로 나뉘어 있었다.

 브라더후드 PC와 모바일은 박현종 전무가 담당하고, 그 외 다른 게임 운영과 개발은 김재경 전무가 담당했다.

 박현종 전무는 브라더후드의 개발자이자, 브라더후드M의 BM을 설계한 장본인.

 브라더후드 PC와 모바일은 LD스튜디오를 먹여 살리는 IP가 됐다. 브라더후드가 있었기에 현재의 LD스튜디오가 있을 수 있었다.

 브라더후드M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게임이고, 향후 게임의 미래였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의 강압 속에서 공부에 매달렸다. 성적이 떨어지거나 1등에서 밀려나면 밤을 새고 코피를 쏟아가며 공부해 다시 1등으로 올라서야 했다.

 모든 시험에서 만점을 받아야 했고,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멈출 수 없었다. 멈추는 순간 바로 뒤처지기 때문이다.

 이때의 경험은 향후 게임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됐다.

 ‘사람은 타인을 밟고 올라서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을 수 있어. 핵심은 무한경쟁이야!’

 그래서 그는 몬스터뿐만 아니라 캐릭터들끼리도 무한히 경쟁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 그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에게는 당연한 보상이 뒤따라야 했다.

 때문에 승자는 성과 사냥터, 필드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해 다른 이들 위에서 군림했다.

 이는 유저들에게 현실에서는 얻을 수 없는 만족감을 선사해주었다.

 하지만 이는 극심한 빈익빈 부익부로 이어졌고, 한번 뒤처진 유저는 아예 게임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보안하기 위해 과금과 랜덤박스를 도입했다.

 약한 캐릭터도 돈을 내면 강한 캐릭터를 이길 수 있다. 운이라는 요소를 끼워 넣음으로써, 보다 적은 돈을 쓴 유저가 많은 돈을 쓴 유저보다도 강해질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이렇게 만든 게임은 한국에서 그야말로 대히트를 쳤고, 어느 게임도 이루지 못한 기록을 세웠다.

 게임사 입장에서 랜덤박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었다.

 처음에는 LD스튜디오를 비판하던 다른 게임사들도 어느새 따라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확률이란 양날의 검이다.

 운이 좋으면 한 번에 뽑을 수도 있지만, 재수가 없으면 아무리 해도 못 뽑을 수도 있다.

 만약 원하는 아이템이 한 번에 나온다면 더 이상 돈을 쓸 이유가 없다.

 만약 원하는 아이템이 계속 나오지 않으면 화가 난 유저가 게임을 그만둘 수 있다.

 어느 쪽이든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다.

 때문에 상황에 따라 확률을 조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LD스튜디오는 각종 알고리즘을 동원해 유저별로 적절한 타이밍에 아이템이 나올 수 있도록 조절해주었다.

 이게 말은 쉬워도 실제로는 고도의 운용 능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이제까지 브라더후드M을 따라한 게임들은 많았지만, 어느 게임도 브라더후드M을 위협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LD스튜디오 내에서는 이를 오래전부터 ‘변동 확률’, ‘가변 확률’, ‘개인별 맞춤 확률’ 등으로 불렀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존재하는 법.

 시간이 흐르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불만이 폭증했다.

 결국 여론과 정치권에 등 떠밀려 업계에서는 어쩔 수 없이 자율규제라는 명목으로 확률을 일부 공개해야 했다.

 LD스튜디오는 다른 게임사들과 마찬가지로 마지못해 확률을 공개했다. 그마저도 홈페이지 한쪽 구석에, 검색으로 찾을 수 없도록 이미지 파일로만 올려놓았다.

 비록 확률을 공개했지만 운영 방식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그런데······.

 ‘설마 사모펀드가 그걸 걸고넘어질 줄이야!’

 사실 대응 방법은 간단하다.

 확률 표기를 올리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하고 고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뽑기에 쓰인 재화를 배상해줘야 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태초 스킬뿐 아니라 다른 랜덤박스 문제로까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다행히 의혹만 제기했을 뿐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걸고넘어진 건······.

 ‘의혹을 제기해 주가를 폭락시키는 게 목적인가?’

 지금이야 순간적으로 여론이 끓어올랐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가라앉게 되어있다.

 모른 척하는 게 최선이지만, 저쪽에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이상 이쪽도 뭐라 입장을 내야 했다.

 [LD스튜디오, 확률 조작은 있을 수 없는 일. 근거 없는 루머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 시사]

 * * *

 난 LD스튜디오가 발표한 성명문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부인했네요.”

 사실 최악의 상황은 재빨리 인정하고 적당한 보상을 뿌리며 무마하는 거다. 실제로 LD스튜디오는 그동안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런 식으로 대응해왔고, 이는 제법 잘 통했다.

 가장 좋은 건 지금처럼 부인하는 것. 그래야 사태를 키울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일부러 증거 없이 의혹만 제기했다.

 데이비드는 고개를 내저었다.

 “정말 놀랍네요. 아무리 확률 조작을 해도 이런 멍청한 방식으로 하다니.”

 난 웃으며 말했다.

 “말했잖아요. LD스튜디오는 이걸 확률 조작이라고 생각 안 하고 있을 거라고.”

 늘 하던 일이고, 이제까지 아무 문제없었다.

 아마 우리가 걸고넘어지지 않았다면 여전히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의 일을 논의하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선우는 버럭 소리쳤다.

 [너 지금 뭔 짓을 하는 거야!?]

 “뭐 하긴. 복수하고 있잖아.”

 [복수를 하는데 공매도는 왜 해?]

 “복수도 하고, 돈도 벌면 좋잖아.”

 [······야, 이 미친놈아.]

 “그래서 니 생각은 어때? 확률 조작을 했을 것 같아, 안 했을 것 같아?”

 선우는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당연히 했겠지. 원래는 영업비밀이라며 확률도 공개하지 않았으니까.]

 “웬만한 카지노 이상의 사행성에 확률 조작까지 하는 게임이 계속 잘나가는 게 한국 게임 업계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개발자로서 어떻게 생각해?”

 대답은 잠시 후 들려왔다.

 [야! 기왕 시작한 거 철저하게 박살 내.]

 난 웃음을 지었다.

 “그럴 생각이었어.”

 * * *

 컨티뉴 캐피탈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공매도에 나섰다고 발표하자마자 다른 헤지펀드들 역시 일제히 움직여 공매도를 쏟아냈고, 매출 발표 이후 10퍼센트 넘게 폭등하던 주가는 순식간에 고꾸라졌다.

 사상 최대 매출로 115만 원 신고가를 찍은 지 얼마 되지 않아 2거래일 만에 80만 원 선까지 주저앉으며 52주 최저가를 갱신했다.

 컨티뉴 캐피탈은 WST를 통해 반박에 나섰다.

 [(WST 단독) 컨티뉴 캐피탈, 의혹 해소를 위해 LD스튜디오 측에서 확률 조작이 없었다는 로그 기록을 공개할 것을 요구]

 한마디로 의혹은 제기했으나 증거는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용기를 얻었는지 박현종 전무는 성토하듯 말했다.

 “확률 조작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는 주가를 끌어내려 이익을 얻으려는 헤지펀드의 악의적인 공격입니다. 투기자본의 악성 루머 유포와 공매도로 인한 기업의 피해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에 주주와 유저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강력하게 대처하겠습니다.”

 여론 역시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이게 뭔 소리야? 그걸 니들이 밝혀야지.

 -뭐야? 이 새끼들 증거도 없이 그냥 찔러본 거야?

 -진짜 공매도로 주가 폭락시켜서 돈 벌 생각이었나 보네 ㅋㅋㅋ

 -근데 확률 조작한 건 맞지 않나?

 -그러게. 진짜 뽑기 안 나와도 너무 안 나옴

 -말이 되냐?

 -시총 30조가 넘고 코스피 순위가 10위인 기업이 주작질을 한다고?

 -맞아. 아무리 LD스튜디오가 돈에 미친놈들이라도 그 정도는 아니겠지.

 -나 LD스튜디오 믿어. 난 나라가 망해도 LD스튜디오야.

 -나 믿! LD 믿!

 -브저씨들도 정신 차리자. 나는 지금 브라더후드M을 지키는 게 대한민국 지키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브저씨들 분열은 대한민국 분열이야. 진짜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절대 브라더후드M 못 잃어! 민주주의 못 잃어! 난 대한민국 못 잃어!

 -뭐지, 이 미친놈은?

 -또라인가?

 -ㅋㅋㅋ 믿을 걸 믿어라 ㅂㅅ들아.

 금감원은 컨티뉴 캐피탈의 공매도에 대해 불법행위가 없었는지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대응이 효과가 있었는지 하락하던 80만 원 선을 위협받던 LD스튜디오 주가는 다시 상승해 92만 원으로 올랐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새로운 기사가 나왔다.

 [(WST 단독) 엠프티풀 리서치, 한국 게임사 LD스튜디오에 대해 공매도 선언! 관련 리포트 공개]

 (전략) 엠프티풀 리서치 렌츠 대표는 컨티뉴 캐피탈과 손잡고 LD스튜디오 공매도에 나섰다고 밝혔다.

 ‘LD스튜디오가 확률형 아이템 판매에 있어서 악의적이고 조직적인 조작을 해왔음을 직접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우리는 총 4135번의 뽑기를 직접 진행했다. 최고급 스킬팩에서 태초 스킬이 나올 확률은 1.25퍼센트. 이론적으로는 80번에 한 번이 나와야 한다.

 이중 2841번의 시도가 6분 40초 안에 이뤄졌지만, 놀랍게도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1.25퍼센트 확률로 진행되는 뽑기를 2841번 진행하는 동안 하나도 나오지 않을 확률은0.0000000000000003퍼센트.

 즉, 3333조 분의 1이다.

 확률 측정 결과 시작 6분 40초까지는 0퍼센트, 그 후에는 1.27퍼센트가 된 것을 확인했다.

 이는 최초 6분 40초 동안에는 태초 스킬을 뽑지 못하도록 막아놨다가, 이후 확률을 정상으로 되돌렸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출시 이후 가장 많은 뽑기가 이뤄지는 시기에 해당 상품이 나오는 것을 막음으로써 계속적인 과금을 유도해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회사 측의 조작으로밖에 볼 수 없다.’

 엠프티풀 리서치가 공개한 보고서는 무려 5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었다. 여기에는 태초 스킬뿐 아니라, 그동안의 확률 조작 의혹들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이에 대한 증거로 카프리아TV, 투위치, 에이튜브 등에 스트리밍된 뽑기 영상을 일일이 분석했고, 확률을 계산해 적어놓았다.

 기사를 본 유저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3333조 분의 1이라고?

 -ㅅㅂ 저게 말이 되냐?

 -진짜로 확률 조작한 모양인데.

 -나도 당했나?

 -내가 그동안 몇 번이나 실패했지?

 -아니, 왜 뽑기 기록이 안 남아있지? 아이템 강화 몇 번 만에 성공했더라?

 -기록 어디서 찾을 수 있나요? 설정에 아무리 찾아봐도 안 나오는데.

 -고객센터에 문의하면 알려줍니다.

 -야! 이거 뭐냐? 내가 5퍼센트 확률로 나오는 각성신수를 뽑다가 하도 안 나와서 고객센터에 한번 문의해봤는데, 이런 답변이 돌아옴.

 [안녕하세요, 고객님.

 고객님께서는 ‘각성신수’의 뽑기 시도 횟수를 확인하시고자 문의해 주셨습니다.

 문의에 답변드리기 위해 고객님의 정보를 확인해 본 결과 총 525번의 뽑기를 시도하셨던 내용을 확인하였습니다.

 먼저 성공 확률은 시도 횟수와 비례하여 누적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매회 새로운 확률이 적용되는 만큼 총 시도 횟수와 성공 확률은 전혀 무관합니다.

 고객님께서 이상을 느끼셨다고 하셔서 내부적으로 검토해 보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앞으로도 브라더후드M에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5퍼센트 확률로 뽑을 수 있는 걸 525번 실패했다고? 확률로 치면 0.000000000002%, 5000억 분의 1인데?

 -로또 당첨 확률이 길 가다가 벼락 맞아 죽을 확률 두 배라는데, 이 정도면 이 새끼는 집 밖으로 나가자마자 벼락 맞고 뒈지는 거 아님?

 -근데 3333조 분의 1 보다가 5000억 분의 1 보니 왠지 혜자스럽다. ‘이 정도면 해볼 만한데’라는 생각이 들면 병신인가?

 -응. 병신임~

 -병원 가보세요.

 -이랬는데도 확률 조작이 없다고?

 -나도 몇 번 뽑았는지 문의해봐야겠다.

 -이제까지 뽑기내역 싹 다 뽑아서 게시판에 올립시다!

 유저들은 일제히 고객센터로 몰려가 뽑기내역을 달라고 요청했다.

 LD스튜디오는 처음에는 응대해주었으나, 확률 조작의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더 이상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유저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LD스튜디오는 아예 고객센터를 폐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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