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0화. 블랙우드 인터내셔널 (2) (165/529)

 170화. 블랙우드 인터내셔널 (2)

 데이비드는 내 지시에 따라 바로 블랙우드 인터내셔널 주식을 공매도하고 풋옵션을 사들였다.

 난 문자로 보고를 받았다.

 [끝났습니다.]

 이제부터 블랙우드 인터내셔널의 주가 하락이 곧 우리의 이익이다.

 주주들에 미안하긴 해도 어쩔 수 없다.

 투자란 돈을 벌기 위한 행위. 한번 공매도를 시작한 이상 최대한 주가를 끌어내려야 한다.

 나는 바로 트리시 오코너에게 연락했다.

 그녀는 반갑게 말했다.

 [무슨 일이에요? 혹시 데이트 신청?]

 “그것보다 더 좋은 거예요.”

 그 말에 트리시는 목소리가 달라졌다.

 [설마······?]

 “예. 제가 드릴 게 특종밖에 더 있겠어요?”

 그녀는 비명을 지르듯 환호했다.

 [꺄악! 어떤 특종인가요?]

 “지금 블랙우드 인터내셔널 상황 알죠?”

 [예. 서버가 마비돼서 전산망 접속이 안 되고 있다면서요?]

 “그거 랜섬웨어예요. 악성코드에 감염돼 데이터가 전부 복호화됐어요. 단기간에 풀지는 못할 겁니다.”

 내 말에 트리시는 깜짝 놀랐다.

 [정말이에요?]

 “예.”

 [근거는요?]

 “없어요.”

 [예?]

 “그냥 느낌적인 느낌이랄까요?”

 [······.]

 “농담하는 게 아니에요. 지금 메일 하나 보냈으니, 바로 기사 써줄 수 있어요?”

 [근거가 없다면서요?]

 “저 못 믿어요?”

 [믿긴 하는데······.]

 그런데 왜 말끝을 흐려?

 난 단호하게 말했다.

 “제 말이 곧 근거입니다.”

 [······.]

 * * *

 [(WST 단독) 블랙우드 인터내셔널, 랜섬웨어 공격 추정]

 (전략) 컨티뉴 캐피탈 데이비드 록허트 대표는 이는 단순한 서버 다운이 아닌 악성코드 감염에 따른 랜섬웨어로 추정했다.

 ‘해커들의 공격은 점점 지능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보안 수준은 이에 따르지 못하고 있다. 블랙우드 인터내셔널은 이전에도 몇 차례 보안 취약점이 드러냈다. 관련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마음만 먹는다면 사흘 안에도 뚫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록허트 대표는 ‘모든 면에서 랜섬웨어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고객들의 개인정보가 새어나간 사례가 많은 만큼, 고객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만약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블랙우드는 창사 이래 최대의 악재를 만난 셈이다.

 록허트 대표는 주가 추가 하락에 대해 경고하며, 컨티뉴 캐피탈은 이미 모든 자산을 동원해 강력한 숏포지션을 취했다고 밝혔다.

 (후략)

 블랙우드 호텔에서 벌어진 사태에 대해서는 모두가 주목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한두 시간 안에 복구가 될 거라 생각했으나 예상보다 늦어졌고, 온갖 억측이 난무했다.

 직원이 실수로 전원을 껐다거나, 서버에 폭발이나 화재가 일어났다거나, 테러조직과의 연관성이 발견돼 FBI가 서버를 다운시켰다거나 등등.

 그중에는 랜섬웨어에 대한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걸 진지하게 믿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WST 기사가 올라오자 상황이 바뀌었다.

 데이비드 록허트는 랜섬웨어임을 주장하는 것도 모자라 공매도를 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실제로 기사가 나오기 직전 시장에는 대량의 매도물량이 쏟아졌다.

 아직 토머스 모터스 사태에 대한 충격이 남아있는 만큼, 컨티뉴 캐피탈 대표의 발언은 시장에 영향을 끼치기 충분했다.

 블랙우드 인터내셔널 주가는 WST 기사가 나오자마자 10퍼센트 추가 폭락했다.

 주식게시판은 들끓었다.

 -뭐? 랜섬웨어라고?

 -저게 말이 되냐?

 -ㅋㅋ 모든 면에서 랜섬웨어임을 확신한다는데, 근거로 제시한 게 하나도 없음.

 -그래도 그냥 한 말은 아닐 거 아니야?

 -일전에 데이비드 록허트가 리포트 하나로 토머스 모터스 시총 90퍼센트를 날렸음

 -그건 애초에 차 한 대 못 파는 사기기업이었고. 블랙우드는 전 세계에 5천 개의 호텔 체인을 가지고 있고,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회사인데?

 -그럼 뭐 하나? 지금 서버 다운돼서 체크인도 제대로 안 된다는데.

 -그래서 저게 사실이야?

 -근거도 없이 뇌피셜로 혼자 지껄인 겁니다.

 -공매도 친 다음 허위사실 유포해 이익을 챙기려는 수작이네.

 -이는 명백한 주가 조작이다! 당장 관련자 전원 구속시켜야 한다!

 -지금이 매수 타이밍입니다. 서버 복구되면 주가 바로 원상복구 됩니다.

 -공매도하는 새끼들 다 나가 죽었으면 ㅜㅜ

 대체로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근거로 제시한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론의 반응과는 달리 헤지펀드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시장 상황을 살피고, 기사의 진위 여부를 알아내기 위해 정보를 수집했다.

 샤크 매니지먼트의 대표 마이클 프레스턴은 긴급회의를 열었다.

 “진짜 랜섬웨어가 맞는 건가?”

 “아직 모르겠습니다.”

 “블랙우드 측은 뭐라고 하나?”

 “현재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먼저 주식을 산 다음 매수 리포트를 내거나, 공매도를 한 다음 매도 리포트를 내는 것은 헤지펀드들이 흔히 하는 일이다.

 중요한 건 그 리포트가 사실이냐 아니냐는 것.

 허위사실을 유포해 주가를 끌어내린 거라면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된다. 고의적인 목적이 있었다고 밝혀지면 교도소행이다.

 ‘정말로 사실이라고 확신하는 건가?’

 마이클은 데이비드의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리고 그 능력만큼이나 도덕성 또한 높게 평가했다.

 절대 스스로의 신념에 위배되거나, 명성을 떨어트릴 만한 일을 할 리가 없다.

 토머스 모터스 때처럼 사전에 정보를 입수한 게 분명하다.

 ‘작정하고 공매도를 퍼부었다는 것은 단기간에 랜섬웨어를 풀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이러는 동안에도 주가는 계속 하락 중이었다.

 머뭇거렸다가는 타이밍을 놓치게 될 것이다.

 마이클 프레스턴은 지시를 내렸다.

 “우리도 공매도해.”

 “알겠습니다.”

 샤크 인베스트먼트는 즉시 공매도에 나섰다.

 그리고 이는 다른 헤지펀드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 * *

 컨티뉴 캐피탈의 리포트가 나간 뒤.

 예상대로 다른 헤지펀드들도 공매도에 나섰다.

 주가가 하락하자 공매도 세력들은 더 몰려들었고, 그로 인해 주가는 더욱 크게 하락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이 과하다며 매수에 나섰지만,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바로 블랙우드 인터내셔널이 서버를 복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다음 날까지 서버는 복구되지 않았고, 혼란은 계속 이어졌다.

 고객들의 문의가 빗발치자 결국 블랙우드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현재 랜섬웨어 공격을 당해 서버가 잠긴 상태입니다. 데이터 유출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며,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고객들께 불편을 끼쳐드려서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이 발표에 시장은 또다시 발칵 뒤집혔다.

 -어! 랜섬웨어가 사실이었네.

 -진짜 랜섬웨어라고?

 -말도 안 돼!

 -뭐야? 데이비드 록허트가 또 맞춘 거야?

 -진짜 대단하다. 저걸 어떻게 알고 미리 공매도를 쳤지.

 -혹시 이 새끼들이 악성코드 유포한 거 아니야?

 -맞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발표 나오기 전에 랜섬웨어라고 확신함?

 -FBI는 뭐 하고 있나? 이런 새끼들 안 잡고.

 -아! 망했네ㅜㅜ

 -죽고 싶다.

 -허드슨강 오늘도 미어터지겠네.

 -랜섬웨어는 돈만 내면 풀어주는 거 아니야?

 -그런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가 더 많습니다.

 -어쩌면 이미 데이터가 다 망가졌을 수도 있음.

 -데이터 유출됐다는 얘기도 있던데.

 -그럼 어떻게 되나요?

 -어떻게 되긴. 누가 언제 어디서 잤는지 다 나오는 거지.

 -오우! 출장 간다고 와이프한테 뻥 치고 호텔 간 애들 지금 다 심쿵심쿵 할 듯

 -(속보) 블랙우드 호텔 고객 스미스 씨 심장마비로 사망.

 -이혼 전문 변호사들만 노났네~

 -블랙우드 조만간 간판 내리겠는데.

 랜섬웨어가 사실로 알려지자 블랙우드 인터내셔널 주가는 또다시 20퍼센트 폭락하며 다우지수까지 끌어내렸다.

 반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보안업체들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기사는 계속해서 쏟아졌다.

 [블랙우드 인터내셔널, 이틀째 서버 복구 못 해]

 [점점 강해지는 랜섬웨어 공격, 다른 기업들도 비상]

 [5개월 전 마누스 백화점도 랜섬웨어로 인해 사흘간 영업 중단]

 [디지털 사회 위협하는 랜섬웨어 문제. 대책은?]

 [블랙우드 호텔, 고객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은?]

 블랙우드 측은 데이터 유출은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만약 정보가 새나갔다면 집단소송에 직면하게 될 테고, 그러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난 블랙우드 인터내셔널 주가를 살폈다.

 237달러이던 주가는 단 이틀 만에 120달러까지 하락했다. 사건이 터지기 전에 비하면 거의 50퍼센트가 빠진 셈이다.

 250억 달러가 넘는 시총이 증발하며, 업계 2위인 달튼 호텔과 시총이 뒤집히는 상황마저 벌어졌다.

 폭락하는 주가를 지켜보던 컨티뉴 캐피탈 직원들은 다들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에드워드 밴슨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운용자금이 커질수록 수익률은 줄어든다고 배웠던 것 같은데······.”

 데이비드는 헛웃음을 지었다.

 “나도 그렇게 배웠는데, 아무래도 잘못 배웠나보군.”

 이 정도로 거대한 회사의 주가가 이렇게 단기간에 폭락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그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춰서 투자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고.

 컨티뉴 캐피탈은 폭락 직전에 모든 자산을 하락에 베팅했다.

 비용을 제하고도 이틀 동안 올린 수익은 약 두 배. 투자한 18억 달러는 36억 달러로 불어났다.

 투자 기간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수익률이다.

 그런데 한미루는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또다시 해냈다.

 이동호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쟤는 저게 어떻게 가능하지?”

 그러자 옆에 있던 김범석이 말했다.

 “니가 잘 가르친 덕분이라며?”

 하필 영어로 말하는 바람에 다른 직원들은 깜짝 놀라 이동호를 보았다.

 “헉! 보스를 가르쳤다구요?”

 “그, 그게 정말입니까?”

 “대체 어떻게······.”

 당황한 이동호는 두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닙니다. 그냥 업무 프로세스만 알려준 것뿐이에요. 오해하지 마세요.”

 * * *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

 이번 사태가 기업에 어느 정도 피해를 끼칠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다. 때문에 주가는 오를 때는 더 오르고, 내릴 때는 더 내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이건 좀 심한데.

 정확하게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랜섬웨어가 밝혀진 후에도 35퍼센트 하락에 그쳤던 것 같은데.

 1회차 때와 달라졌다면 그 이유는 하나.

 “······.”

 나 때문인가?

 컨티뉴 캐피탈이 매도 리포트를 낸 이후 헤지펀드들이 피 냄새를 맡은 상어 떼처럼 일제히 몰려들어 공매도를 쏟아냈다.

 여기에 컨티뉴 캐피탈도 계속 불을 지폈다.

 [(WST 단독) 데이비드 록허트 “대가를 지불한다 해도 랜섬웨어 풀어준다는 보장 없어. 아직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아. 추가 주가 하락에 대비”]

 말은 이렇게 해도 주가는 이미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

 공매도나 옵션거래를 할 때는 방향성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빠져나올 타이밍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떠날 때를 아는 자의 뒷모습은 아름다운 법.

 벌 만큼 벌었으면 미련 없이 털고 나와야 한다.

 난 데이비드에게 연락했다.

 “포지션을 전부 청산하세요.”

 [알겠습니다.]

 벌 만큼 벌었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끝낼 생각은 없다.

 “그리고 바로 블랙우드 주식과 콜옵션을 매수하세요.”

 반응은 한 타이밍 늦게 나왔다.

 [······예?]

 공매도를 청산함과 동시에 매수를 한다는 건 한순간에 반대 포지션으로 갈아탄다는 뜻이다. 직전까지는 폭락에 베팅했다면 이번에는 폭등에 베팅하는 셈이다.

 아마 이런 식의 투자는 해본 일이 없을 것이다.

 “지금이 거의 저점이에요. 그러니 주가는 오를 일만 남았죠.”

 [랜섬웨어를 풀지 못하거나, 데이터가 유출됐다면 지금보다 더 하락할 수도 있을 텐데요.]

 “걱정 마세요. 시드 말로는 데이터 유출은 없었을 거래요. 그리고 랜섬웨어는 해결될 겁니다. 그럼 데이터는 복구되고, 주가는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겠죠.”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보면 두 배 폭등한다는 얘기다.

 데이비드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

 [어떻게 그걸 확신할 수 있습니까?]

 내가 확신하는 것은 미래를 알기 때문.

 미래를 안다고 마음대로 투자했다가는 남들의 의심을 살 우려가 있다. 하지만 이건 그런 걱정이 전혀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직접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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