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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토머스 모터스 (1) (62/529)

 62화. 토머스 모터스 (1)

 작전주로 한 방에 열 배씩 벌다 보면, 열 배 버는 게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 배 벌기가 힘든 곳이 시장이다.

 자본이 커질수록 수익률은 내려가기 마련. 연 수익률이 20퍼센트만 나와도 투자자들은 손을 들고 환호한다.

 “혹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기탄없이 말씀해주세요.”

 잠시 침묵이 흐른 다음.

 에드워드가 데이비드에게 말했다.

 “일전에 같이 하던 일이 있지 않습니까? 제 생각에는 좀 더 파볼 만할 것 같습니다.”

 난 호기심을 나타냈다.

 “무슨 일인데요?”

 데이비드가 말했다.

 “빅토리 인베스트먼트에 있었을 때 한 기업에 대한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기업인가요?”

 “토머스 모터스라는 기업입니다. 수소차를 만드는 회사죠. 아시나요?”

 바로 이거다!

 난 환호를 지르고 싶은 걸 꾹 참으며 물었다.

 “들어는 봤어요. 어떤 기업인가요?”

 “먼저 토머스 모터스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10년 후 크게 성장할 산업 3개만 뽑아 보면, 그중 반드시 모빌리티가 들어간다.

 현재 모빌리티의 변화는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하드웨어의 변화와 소프트웨어의 변화다.

 휘발유와 엔진으로 움직이던 내연기관차를 대신해 전기와 모터로 움직이는 전기차의 등장이 하드웨어적 변화라면,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활용한 자율주행차로는 소프트웨어적 변화다.

 여기서 전기차는 또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해 움직이는 2차 전지 전기차고, 다른 하나는 수소를 연료로 직접 전기를 생성하는 연료전지 전기차다.

 전기와 모터로 움직인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만큼 둘 다 전기차에 속하지만, 보통 편의상 전자를 전기차, 후자를 수소차로 부른다.

 “승용차에서는 사실상 전기차가 승기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상용차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주로 단거리를 운행하고 세워놓는 시간이 많은 승용차와는 달리, 장거리를 운행하는 트럭의 경우 전기차보다는 수소차가 더 적합할 수 있으니까요.”

 이미 여러 업체에서 전기트럭을 내놓았지만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긴 충전시간과 짧은 항속거리가 발목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배터리를 더 많이 탑재하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경우 가격이 비싸지고 무게가 늘어난다.

 배터리가 늘어난 만큼 충전시간은 더 길어지고, 탑재량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반면 수소차는 이런 부분에서 기존 내연기관차와 큰 차이가 없다.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는 전기차와는 달리 연료탱크에 수소를 가득 넣기만 하면 되고, 항속거리 역시 전기차보다 훨씬 길다.

 고압수소탱크, 연료전지스택, 라디에이터 등이 차지하는 공간 때문에 승용차에 구현하기는 쉽지 않지만, 반대로 차체가 큰 상용차는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수소차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충전소요?”

 “그렇습니다.”

 아무리 좋은 차라도 연료를 공급받지 못하면 달릴 수가 없다.

 전기차 역시 초기에 같은 문제를 지적받았다.

 다행히 전기충전소는 전기를 끌어오기만 하면 되는 거라서 설치 비용이 그리 크지 않고, 정 급하면 가정용 전원으로도 충전이 가능하다. 현재는 많이 깔려있고 지금도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반면 수소충전소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소차가 없으니 비싼 돈 들여서 충전소를 만들 이유가 없고, 충전소가 없으니 수소차가 팔리지 않는다.

 수소차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수소충전소를 먼저 만들어야 하지만, 충전소 한곳의 설치비용이 최소 200만 달러다.

 “수소의 생산과 운송도 문제입니다. 수소는 가장 흔한 원소지만 자연계에서는 다른 원소와 결합해 있습니다. 순수한 수소만 얻기 위해서는 전기를 이용해 물을 분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또한 액체 상태인 휘발유나, 액화가 가능한 천연가스와는 달리 수소는 기체 상태로만 존재합니다. 분자가 작아서 새나가기 쉬워, 이를 보관하고 운송하는 것도 상당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한마디로 관련 인프라가 전무한 상황.

 수소차가 도로를 달리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들부터 해결돼야 한다.

 토머스 모터스의 브레드 버튼 CEO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바로 수소차 출시뿐 아니라 관련 인프라 전반을 같이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토머스 모터스는 산하에 토머스 에너지라는 자회사를 두고, 이를 통해 수소의 생산부터 운송, 충전소 등 모든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토머스 모터스는 단자 수소차 회사를 넘어 종합수소인프라 회사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수소야말로 친환경, 차세대 에너지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입니다.”

 “그런데 어차피 전기로 수소를 만들면 친환경이 아니지 않나요?”

 데이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양광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국의 화안그룹과 손을 잡았죠. 수소차 출시에 앞서 화안에너지와 함께 미국 전역에 수소 생산시설과 충전소를 건립할 예정입니다.”

 화안그룹은 유성, 대연, LK, 한정 등과 함께 한국 10대 재벌그룹 중 하나다.

 주력사업은 제조, 방산, 건설, 에너지, 금융. 수년 전부터는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친환경 에너지를 낙점했다.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21세기 들어 지구온난화와 환경문제가 급부상했고, 교토의정서, 파리기후협약 등 전 세계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협약을 맺고 감축에 들어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에 인류가 사용하던 화석연료는 나쁘다는 인식이 강해졌고, 태양광, 풍력 등은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았다.

 초기에 뛰어든 덕분에 화안에너지는 태양광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태양광 산업이 성장할 거라는 예측은 정확히 맞아 들었다.

 문제는 화안그룹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라는 거다.

 중국 업체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어 저가 패널을 쏟아냈고, 중국 정부는 자국 업체에게만 보조금을 밀어주었다.

 이렇다 보니 수익성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만들수록 적자만 늘어났다. 하지만 미래산업인 것은 확실하고 정부도 계속 지원을 하고 있으니 발을 뺄 수도 없다.

 다행히 적자를 감내하며 버틴 덕분에 이제 간신히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여기에 수소 에너지라는 새로운 돌파구가 생겨났다.

 전기는 필요한 소비량에 맞춰 적정하게 생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남으면 저장이 불가능해, 초과 생산분은 그대로 버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태양광 발전은 날씨가 좋으면 전력 생산량이 많아지고 비가 오거나 흐리면 낮아진다. 당연히 밤에는 아예 0이 된다.

 이러한 간헐성은 태양광 발전의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런데 이렇게 남는 전기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한다면?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다.

 수소 에너지 진출을 노리고 있던 화안그룹의 눈에 들어온 기업이 바로 토머스 모터스.

 성장세를 눈여겨본 화안그룹은 토머스 모터스가 비상장기업일 때부터 투자해 8.5퍼센트의 지분을 확보했다.

 화안에너지와 화안솔루션은 각각 4.3퍼센트와 4.2퍼센트를 매수해 주요주주가 됐다.

 이후 수소경제가 주목받으며 토머스 모터스의 주가는 12배가량 올랐고, 화안그룹은 30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덕분에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물론이고 그룹사 시총까지 증가했을 정도다.

 수소차가 전기차만큼이나 대중화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향후 미래차의 한 축을 담당할 것만은 분명하다.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수소의 시대가 열린다.

 바로 그 중심에 토머스 모터스가 있는 것이다!

 난 계속 모른 척 물었다.

 “여기까지 들어보면 아주 훌륭한 기업인데요. 그런데 뭐가 문제인가요?”

 “가짜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뭐가요?”

 “전부요.”

 이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모리스 피어슨의 친구의 제보 덕분.

 그의 친구는 토머스 모터스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처음에는 수소트럭을 개발하는 일인 줄 알고 입사했는데 계획은 계속 바뀌었고, 제대로 된 연구개발은 이뤄지지 않았다.

 내부 구조보다는 그럴듯한 외형에 집착했고, 막상 디자인을 완성해도 생산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 얘기를 듣고 흥미가 생긴 데이비드는 토머스 모터스에 대해 조사를 해보았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에 데이비드는 리포트를 만들어 제출했다. 하지만 빅토리 인베스트먼트는 망했고, 그 리포트는 그냥 묻혔다.

 “그 리포트 아직 있죠?”

 “예.”

 “한번 볼 수 있을까요?”

 난 데이비드가 만든 리포트를 살펴보았다.

 월가의 전문투자자가 만든 보고서를 보니 그동안 내가 만든 보고서가 얼마나 쓰레기였는지 알 것 같다.

 괜히 욕먹은 게 아니었구나.

 “시총이 320억 달러나 되네요.”

 “아! 그건 그때였고, 지금은 400억 달러 가까이 합니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미국 전통의 자동차회사 포드보다도 크고, 세계 10대 자동차회사에 이름을 올릴 정도다.

 “PBR, PER, ROE는 사실상 무의미하네요.”

 “그건 토머스 모터스만의 일은 아닙니다. 최근 기업들이 다 마찬가지입니다.”

 PBR(Price to Book-value Ratio)은 주가순자산비율, PER(Price to Earnings Ratio)은 주가수익비율, ROE(Return On Equity)는 자기자본이익율을 뜻한다.

 그런데 유형자산의 비중이 적고 적자가 이어지는 기업에는 이러한 지표가 사실상 무의미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PDR이라는 게 등장했죠.”

 PDR(Price to Dream Ratio)은 주가꿈비율.

 전통적인 산업에는 땅과 공장, 건물, 기계 등이 존재하지만, 최근 IT 기업들의 경우 유형자산보다는 무형자산의 비중이 크고, 시장장악을 위해 적자도 마다하지 않는다.

 때문에 당장의 자산과 수익보다는 미래의 성장 기대감이나 꿈을 반영해 주가를 산출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정량화되기 힘든 지표다 보니 말도 안 된다는 의견도 많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성공한 사례가 있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티슬라는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수익을 내지 못했지만 기존 자동차회사들의 시총을 뛰어넘었고, AMZ 같은 초거대 기업도 1퍼센트의 낮은 수익을 유지하며 시장확대에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다.

 이 두 기업에 PBR과 PER을 적용해 분석한다면, 당장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기업이라는 결론이 나올 것이다.

 따지고 보면 쿨라우드 역시 마찬가지고.

 그동안 세계를 이끌어왔던 전통적인 사업은 서서히 저무는 중이다.

 티슬라의 시총이 GM을 뛰어넘은 건 GM보다 차를 많이 팔아서가 아니다. 조만간 전기차의 시대가 올 테고, 미래의 그 거대한 시장을 먹어 삼킬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토머스 모터스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런 엄청난 회사가 이제까지 판매한 자동차는 총 몇 대일까?

 바로 0대다.

 차 한 대 팔지 못한 자동차회사 시총이 400억 달러라니.

 이런 걸 보면 쿨라우드 시총이 엄청 싼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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