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쿨라우드 (1)
호텔에 짐을 푼 우리는 쿨라우드와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서 분석했다.
정확히는 데이비드가 자료를 만들었고 난 받아보기만 했다. 역시 직원이 있으니까 편리하다.
쿨라우드에 대해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플랫폼’이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3차 산업혁명에 대해 배웠다.
정보화, 디지털, 월드 와이드 웹 같은 단어들이 다 여기서 나왔다. 그런데 대학에서 공부할 때쯤 되니 갑자기 4차 산업혁명 얘기가 튀어나왔다.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가상현실, IOT, 블록체인, 클라우드 컴퓨팅, 자율주행 등등.
증권사에서 리포트를 쓸 때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얘기는 빠지지 않았다. 해당 기업들은 은근히 관련 얘기를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야 투자자들이 좋아한다나?
지금이 정말로 4차 산업혁명인지, 그 정의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지만, 산업 전반에 걸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변화들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데이터로 변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인터넷에서 쇼핑을 하고, 강의를 듣고, 친구들과 대화하고, 음식을 주문한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것들이 전부 데이터로 남는다는 것이다.
쿨라우드는 파편화된 데이터를 한곳에 모은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플랫폼이다.
DWaaS(Data Warehouse as a Service)로 기업활동에 필요한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장 혁신적인 스타트업!
미래를 선도할 기업!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바람!
현재 쿨라우드가 받고 있는 수식어들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런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창업한 지 이제 겨우 3년째지만 기업가치는 700억 달러를 넘겼다.
“적자가 생각보다 크네요.”
“서버를 임대하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데이터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큰 비용이 들어가는 반면,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수익은 적으니까요. 그래도 매출과 고객사 증가로 인해 손실 폭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원래 플랫폼 기업들은 당장의 수익보다 성장성을 우선시한다.
이런 방식으로 시장을 다 장악한 다음에는 비용을 올려 받겠다는 생각이다. 투자자들도 그걸 알기에 적자기업에 돈을 밀어 넣는 거고.
“쿨라우드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입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빅데이터 활용이 필수가 됐으니까요. 투자사들이 블룸버그 단말기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아! 블룸버그 단말기.”
마이클 블룸버그가 세운 블룸버그 미디어 그룹에서 만들어 제공하는 단말기다.
이 단말기를 활용하면 전 세계 주식시장은 물론이고 파생상품, 원자재, 물가지수, 구매지수, 고용지표 등 경제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찾아 비교 분석할 수 있다.
대당 사용료는 대략 연 5만 달러.
만약 100명의 직원이 쓴다고 하면 연간 500만 달러를 내야 하는 것이다.
저런 자료들은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데, 어째서 그런 엄청난 돈을 내고 블룸버그 단말기를 사용하는 걸까?
증권사에 들어간 뒤 이유를 깨달았다. 가장 빠르고, 정확하고, 알기 쉽게 정보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부정확하고 늦은 정보로 인한 손해에 비하면 연간 5만 달러는 아무것도 아니다. 때문에 매년 사용료가 올라도 이용을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데이비드는 당연하다는 듯 물었다.
“증권사에서 일했다고 하셨으니 써보지 않으셨나요?”
“뭐······.”
남이 쓰는 거 옆에서 보기는 했다.
전문투자자였던 그와는 달리 난 고작 RA였다. 내 연봉보다 비싼 단말기를 신입 자리에 놔줄 리가 있나?
“어쨌든 쿨라우드가 기업에게 그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거군요.”
“예.”
쿨라우드는 기업활동에 필요한 데이터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고 보기 쉽게 정리해서 제공한다.
클라우드가 뭔지, 빅데이터가 뭔지 쥐뿔도 모르는 사람도 클릭 몇 번만 하면 원하는 정보를 시각화해서 볼 수 있다.
사실 혁신이란 그리 거창한 게 아니다.
이전부터 존재하던 걸 개선하고 발전시켜 누구나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혁신이다.
남들은 하지 못한 걸 해낸 거니까.
아직은 좀 생소할지 몰라도, 10년 후에는 거의 모든 기업들이 이러한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을 활용한다.
심지어는 내가 선우와 차렸던 치킨가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단 어디에 가게를 내야 장사가 잘될지 상권분석에서부터 입지 선정까지 빅데이터를 활용해 정한다. 장사를 할 때는 그날의 날씨와 이벤트, 해당 시간의 유동인구 등 각종 변수를 분석해 어떤 메뉴를 얼마나 주문할지 예측해준다. 주문에 미리 대비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예측의 정확도도 놀라울 정도였다.
체감상 90퍼센트 정도는 맞아들었고, 덕분에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었다.
“······.”
뭐, 결국 본사 갑질로 거의 망했지만.
만약 그때 회귀를 안 했으면 폐업하고 길거리에 나앉았을 것이다. 그 꼴 안 보고 회귀해서 다행이다.
“창업자들에 대해 얘기해보죠.”
이런 엄청난 기업을 만든 창업자는 알렉스 프레스턴과 롤프 부치.
데이비드는 두 사람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알렉스 프레스턴은 미국 금융재벌 프레스턴가의 셋째 아들입니다. 프레스턴가에 대해서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첫째가 샤크 매니지먼트를 창업한 마이클 프레스턴이죠.”
“맞습니다.”
프레스턴 그룹의 CEO이자 가주인 존 프레스턴은 자식들에게 각자 10억 달러씩의 자금 운용을 맡겼다.
날려먹으면 그걸로 끝이고, 성과가 보이면 추가로 투자해 그룹 자산을 늘리는 방식이다.
그들 중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건 첫째인 마이클 프레스턴과 셋째인 알렉스 프레스턴이다.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나와 전형적인 금융 엘리트 코스를 밟은 마이클과는 달리, 알렉스는 캘리포니아 공대를 나왔고 IT업계 사람들과 교류했다.
그는 스타트업 중심으로 투자했고 몇 차례 성공을 거두었다.
그 과정에서 클라우드와 데이터 시장의 잠재력을 깨달았고, 롤프 부치와 손을 잡고 창업에 뛰어들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프레스턴가의 후계 구도는 사실상 마이클 프레스턴과 알렉스 프레스턴의 대결 양상으로 흘러갔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원래 마이클의 사람이 되었어야 할 데이비드 록허트를 내가 채갔다. 그가 없으면 샤크 매니지먼트는 1회차 때의 절반만큼도 성장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쿨라우드를 인수할 생각이니······ 그럼 나중에 후계 구도가 어떻게 흘러가려나?
뭐, 남의 집 사정이야 어찌 되든 내가 알 바 아니다.
지금 내 사정이 중요하다.
“롤프 부치는 어떤 사람인가요?”
“한마디로 천재입니다.”
데이비드는 그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금융재벌가에서 태어난 알렉스와는 달리 롤프 부치는 평범한 부모님 밑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를 가지고 놀기를 좋아했던 그는 9살 때 코딩을 시작했고 12살 때 처음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17살 때는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NS에 300만 달러에 매각했고, 그 돈을 바탕으로 MIT 컴퓨터과학과에 재학 중이던 20살 무렵 온라인 데이팅앱을 창업했다.
그리고 2년 후 틴팅을 글로벌 데이팅앱 회사 매칭그룹에 15억 달러에 매각하며 억만장자의 반열에 올라섰다.
고작 22세의 나이에 1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갖게 된 롤프는 스타트업계의 성공 신화나 다름없었다.
대학을 중퇴한 그는 핀테크, 콘텐츠 제공, 크라우드 펀딩, SNS 등 다양한 회사를 창업했다. 그는 실리콘밸리 스타이자 IT업계 최고의 천재였다.
롤프가 창업을 한다고만 하면 투자자들이 돈을 싸들고 달려들었다.
“그런데 그 뒤로는 상당 기간 부진이 이어졌습니다.”
몇 가지 성공한 것도 있긴 했지만 틴팅만큼의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몇 차례 실패로 투자자들의 돈만 날려먹은 그는 MIT 동기와 함께 익명을 기반으로 한 소셜 네트워크 회사를 창업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다.
실패가 거듭되자 언론의 관심도 사그라들었고, 슬슬 롤프 부치도 한물간 거 아니냐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쿨라우드가 그야말로 초대박을 터트리며 그의 천재성을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각인시켰죠.”
“그렇군요.”
이런 얘기를 들으면 신기하다.
저 나이에 난 뭘 했더라? 아무 생각 없이 친구들이랑 PC방이나 놀러다녔던 것 같은데.
1회차 때 NS 3대 CEO 사티아 샤말란의 자서전을 읽어본 적이 있다.
인도에서 태어난 그는 자신을 크리켓과 게임을 좋아하던 지극히 평범한 소년이라고 회상했다.
그런데 한두 장 넘어가자 갑자기 이상한 얘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P-NP 문제를 증명하고 싶었다고 하질 않나, 양자 컴퓨터에 매료돼 양자역학적 중첩과 간섭을 구현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연구했다고 하질 않나.
이런 걸 보면 천재는 그냥 천재인 모양이다.
“롤프가 그 정도로 대단한가요?”
“예. 실리콘밸리 최고의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천재라······.”
내가 또 진짜 천재를 한 명 알고 있지.
* * *
쿨라우드는 알렉스 프레스턴과 롤프 부치가 손을 잡고 만들었다.
롤프 부치가 기술력을 제공한 만큼 초기에 그가 1억 달러를, 알렉스 프레스턴은 5억 달러를 투자했다.
클라우드는 디지털 세계의 금광이나 다름없었다. 경쟁은 치열하지만 승기를 잡기만 하면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회사를 키우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했다.
롤프는 8억 달러를 추가로 넣었고, 알렉스는 16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했다. 그리고 이후 프레스턴 가문 산하에 있는 사모펀드 프레스티지A PE에서 38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지분은 알렉스가 38퍼센트, 롤프가 37퍼센트, 그리고 프레스티지A PE가 20퍼센트, 그리고 직원 한 명이 5퍼센트를 가지고 있다.
프레스티지A PE가 프레스턴그룹의 펀드이고 알렉스 프레스턴이 이사로 있는 만큼, 실제로는 그가 58퍼센트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거래소와 IB에서는 계속해서 상장하자고 꼬드겼지만 일부러 미뤘다. 어차피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 가치는 오를 테니 굳이 상장을 서두를 생각은 없었다.
느긋한 경영자들과는 달리 투자자들은 몸이 달아올라 있었다. 이곳저곳에서 투자를 하고 싶다는 요청이 끝없이 이어졌다.
그중에는 세계최대 사모펀드라는 레드스톤과 에런 베이커 회장이 이끄는 화이트로드도 있었다.
레드스톤과는 가격 문제로 한 번 결렬됐지만 다시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그러던 도중 메일 하나를 확인한 알렉스 프레스턴은 롤프 부치에게 말했다.
“컨티뉴 캐피탈이라는 곳에서 투자를 하고 싶다고 하는군.”
“거긴 뭐 하는 곳이야?”
“나도 처음 들어보는 곳이야.”
검색을 하고 조사를 해봤지만 딱히 나오는 게 없었다. 누가 투자를 했는지, 자본이 얼마나 되는지, 직원은 몇 명인지 아무런 정보가 없다.
투자회사는 자본만 있으면 되는 만큼 이런 식의 정체불명의 회사나 페이퍼 컴퍼니가 한둘이 아니다.
원래대로라면 이름도 모를 투자사가 보낸 제안 같은 건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메일을 보낸 사람이 데이비드 록허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