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화. 코발트 게이트 (2) (24/529)

 24화. 코발트 게이트 (2)

 민홍수는 돌아가자마자 경제부 부장에게 보고서를 올렸다.

 이용민 부장은 그가 정리한 자료를 보더니 물었다.

 “그러니까 KNC인터내셔널이 작전세력의 작품이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대충 알아보니까 국제자원탐사연구소라는 곳도 실체가 없는 곳이었고, 지질학회에 문의해봤는데 보고서를 쓴 네덜란드 교수라는 사람은 명단에 없습니다. 광산을 인수했다는 것도 일정 기간 채굴권을 확보한 거고, 채굴 생각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아?”

 “확인해봤는데 채굴장비 주문은커녕 지질탐사도 안 했습니다. 또 코발트 가공 업체 세 곳에 문의해본 결과 다들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입니다.”

 “그럼 외교부 공시는 어떻게 된 거야?”

 “글쎄요.”

 “흐음, 그쪽도 속았나?”

 이용민 부장은 다시 자료를 훑어보았다.

 외교부는 지속적으로 보도자료를 냈고, 언론들도 별다른 의심 없이 기사를 썼다. 그런데 이게 주가조작을 위한 세력들의 음모였다면?

 “그 외에 별다른 얘기는 없었어?”

 “예, 뭐.”

 “잘하면 특종이 되겠는데. 한번 써봐.”

 “알겠습니다.”

 민홍수는 일부러 정현철 2차관이 연루되어 있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현 정권 실세가 관련되어 있는 걸 알면 분명 기사 내기 전에 사실 확인을 하라고 지시할 것이다.

 그러면 그 과정에서 세력들이 눈치챌 테고, 증거를 없애는 동시에 가진 주식을 매도하겠지.

 어쩌면 기사를 쓰지 말라는 외압도 들어올 수도 있다.

 그는 쓰고 싶은 기사는 써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민홍수는 속으로 마음을 굳혔다.

 ‘일단 기사 내보낸 다음 허락받으면 되겠지.’

 용서는 허락보다 쉬운 법이다.

 * * *

 박건휘는 강선우를 볼 때마다 배가 아팠다.

 그는 집이 잘사는 편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딱히 돈 걱정을 해본 적은 없었다. 금수저는 몰라도 은수저쯤은 된다고 생각했다.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취직했고, 지금도 남들보다 잘나가는 위치였다.

 그런데 별거 없다고 생각하던 놈이 고작 며칠 만에 돈벼락을 맞았다.

 ‘대출에 신용까지 땡겨서 샀는데 벌써 다섯 배 넘게 올랐잖아. 그럼 대체 얼마를 번 거야? 설마 10억 넘게 벌었나?’

 외교부까지 공시한 이상 단순 루머가 아니라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박건휘는 당황하며 미래투자증권에 있는 사촌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나도 모르겠어. 외교부까지 나선 걸 보면 이거 진짜일 수도 있겠는데.]

 “예!?”

 [이 정도 호재면 앞으로 서너 배는 더 간다고 봐야지.]

 “그, 그게 정말이에요?”

 코발트 광산이 진짜라면 어쩌면 주가 상승은 지금부터일지도 모른다.

 이 흐름에 올라타는 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다.

 그는 유성전자 주식을 매도한 다음 2만 원에 KNC인터내셔널 주식을 1억 원가량 매수했다. 오늘도 10퍼센트 상승 중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매수가 끝나기 무섭게 주가는 상한가로 치솟았다. 순식간에 1억이 1억 2000만 원이 됐다.

 기쁘기는커녕 후회가 들었다.

 ‘아이씨! 역시 더 샀어야 했는데.’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박건휘는 가진 주식을 전부 매도하고 신용대출까지 받아서 풀매수에 들어갔다.

 아예 연차까지 내고 주식을 들여다보았다. 다행히 주가는 계속 상승세였다. 몇몇 기자와 애널리스트들이 의문을 제기하자 외교부는 여러 차례 보도자료를 냈다.

 [KNC인터내셔널은 개발협약에 따라 매장량이 명시된 종합보고서를 콩고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콩고 정부는 탐사과정과 결과에 대해 대조검토를 했고 KNC인터내셔널에 독점 개발권을 부여했음을 확인했습니다.]

 천덕유 회장은 언론에 포부를 밝혔다.

 “연내에 코발트를 채굴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또한 KNC배터리를 설립해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제조해 BMW그룹과 폭스바겐 그룹 등 유수의 자동차업체들에 납품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KNC인터내셔널은 광산채굴을 넘어서 대한민국을 이끌 종합에너지회사로 거듭나겠습니다.”

 이 발표에 주주들은 열광했다.

 -외교부가 맞다고 하는데, 계속 못 믿겠다는 놈들은 뭐냐?

 -ㅋㅋㅋ 지들 안 샀다고 못 믿겠다고 하는 거 보게.

 -냅둬요. 그러니까 남들 돈 벌 때 못 버는 거지~

 -다음 주총에서 코스피 이전을 건의해 보는 건 어떨까요?

 -좋은 생각입니다. 코스닥에 있어서 주식이 저평가를 받는 거지, 코스피로 가면 5배는 더 오를 겁니다.

 -아예 나스닥으로 이전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무조건 찬성입니다!

 -지금 팔면 호구 인증입니다. 앞으로 10배는 더 갈 주식입니다.

 -자식에게까지 물려줘야 할 주식 1호.

 -아! 그제도 상 쳤으면 6연상 찍었을 텐데.

 -이제 다시 연상 랠리 가면 되죠!

 -오늘도 힘내서 주가 끌어올립시다.

 -영!

 -차!

 -영!

 -차!

 박건휘는 적극적으로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며 다른 주주들과 기쁨을 나누었다.

 늘어나는 잔고를 볼 때마다 매일매일 행복했다.

 ‘그동안 장투한답시고 우량주만 산 내가 병신이지. 진작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인생도 주식도 한방 아니겠는가?

 ‘5만 원까지만 가자. 5만 원 되면 전량 매도하고 엑시트하는 거야!’

 박건휘는 온몸의 힘을 끌어모아 소리쳤다.

 “좋아! 가즈아!”

 * * *

 민홍수 기자를 만나 정보를 전달한 뒤.

 난 바로 주식 매도에 나섰다. 이딴 쓰레기 주식을 이 가격에 누가 사나 싶지만, 시가에 잘만 팔렸다.

 평단가 36,300원에 전량 매도한 뒤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신용거래로 빌린 8억 1026만 원에 이자까지 제하고도 130억 5천만 원가량이 찍혔다.

 퇴근하고 돌아와 계좌잔고를 확인한 선우는 동서남북으로 뛰며 소리를 질렀다.

 “우와아! 이게 진짜야? 실화야?”

 난 태연하게 말했다.

 “그만 뛰어. 아랫집에서 쫓아오겠다.”

 그래서 난 아까 아래 주차장에서 실컷 뛰고 왔다.

 “아니, 돈 벌기가 이렇게 쉬운 거였어?”

 “그러게 말이야.”

 애써 태연한 척해도 나 역시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5억의 원금이 130억이 되었다. 무려 20배를 넘게 번 것이다.

 투자하기 전부터 이렇게 될 줄은 알 수 있었지만, 막상 돈이 수중으로 들어오니 충격적이다.

 월급 받아서 이 만큼 벌려면 평생을 일해도 부족하다. 그러나 투자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번 일로 확신이 생겼다.

 미래를 알고 있으면 돈 버는 건 쉽다. 중요한 건 얼마까지 벌 수 있느냐다.

 선우는 여전히 정신을 놓고 있었다.

 “130억이라니······ 내 계좌에 130억이라니.”

 “정신 차려, 임마.”

 한참 후, 간신히 정신을 되찾은 선우가 말했다.

 “그런데 저거 더 오르네. 너무 일찍 판 거 아니야?”

 그 말대로, 내가 팔고 난 뒤에도 주가는 더 올라 38,200원에 마감했다.

 내 기억에 4만 원 직전까지 갔던 주가는 대주주인 천덕유가 매도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하락세를 타기 시작한다.

 이때도 바로 폭락하지 않고 한동안 3만 원 이상에서 계속 거래가 이뤄진다.

 그사이 천덕유는 보유 주식의 80퍼센트를 처분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이제 끝날 때가 됐지.”

 * * *

 이번 작전은 천덕유가 그동안의 해외사업(?) 경험을 살려서 공들여 설계한 것이다.

 먼저 코스닥의 부실기업 하나를 골라 합병하는 방식으로 우회상장했다. 이어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거래량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자전거래였고, 해외계좌를 동원해 외국인이 투자하는 것처럼 위장했다.

 한 가지 이상한 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주가가 올랐다는 것이다.

 “주가가 오르니 개미들이 꼬이는 모양이군.”

 사실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거래량이 적은 주식은 사면 살수록 가격이 오르니까. 문제는 팔 때는 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이때는 팔면 팔수록 가격이 내려간다.

 오른 가격에 그대로 사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해외자원탐사라는 거창한 사업을 구상했다.

 자원탐사는 복권과도 같다.

 확률이 극히 적긴 하지만 성공하면 엄청난 대박이 가능하다. 폐광에서 금이나 다이아몬드 같은 고가의 광물이 나오면 그야말로 로또가 터지는 셈이다.

 물론 실제로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일어나게 만드는 건 어려워도, 일어났다고 믿게 만드는 건 쉬운 일이다.

 그럴듯한 연구소를 등록해 교수 직함을 가진 사람을 섭외해서 돈을 주고 보고서를 작성시켰다.

 애널리스트와 기자들을 섭외해 현금과 상품권을 찔러주고 그럴듯한 리포트와 기사를 쓰게 했다.

 어차피 실체를 확인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가 콩고까지 와서 코발트 광산을 직접 살펴보겠는가?

 그러나 루머만으로 주가를 띄우는 데는 한계가 분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외교부다.

 주식을 받은 정현철 차관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했다. 외교부는 KNC인터내셔널의 보고서를 그대로 공시했다.

 개별 기업 보고서를 외교부가 언급하는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 기자들이 문의하자 외교부는 아예 공식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외교부가 코발트 광산이 사실임을 확인해주자 주가는 그야말로 수직상승하기 시작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1500원이었던 주식은 이제 3만 원을 돌파했다.

 시총 순위로 정렬했을 때 저 아래 어딘가 처박혀 있던 주식이 이제는 코스닥 100위 안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코스피로 이전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었다.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순간이 왔군.’

 그는 KNC인터내셔널의 대주주로 28.7퍼센트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무려 2천억이 넘는다.

 그러나 이를 시세대로 판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대주주, 그것도 회장의 매도는 악재로 분류된다. 회사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주식을 판다는 것은 문제가 있거나 주가가 고평가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매도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주가는 폭락하게 될 것이다.

 천덕유는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이미 언론플레이를 펼치고 있었다.

 “주식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으로 자체 배터리 개발에 투자하겠습니다. 주식 매각은 어디까지나 투자금 확보를 위함입니다!”

 설사 코발트 광산이 사실이라고 해도 배터리 개발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대기업들이 수조 원씩 쏟아부어도 될까 말까 한 일이지만, 투자자들은 그의 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고 접대를 받은 기자들은 그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

 [KNC인터내셔널, 배터리 사업 직접 진출]

 [KNC배터리 설립으로 종합에너지기업으로 발돋움!]

 [글로벌 자동차기업들과 합작사 설립도 검토!]

 하지만 이런 거짓말이 오래 갈 리 없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은 양을 매도해 돈을 챙겨야 한다.

 거래량이 치솟는 지금이 매각할 절호의 기회다.

 ‘슬슬 정현철 차관에게도 얘기를 해줘야겠군.’

 그렇게 본격적으로 매도에 나서려고 하는 바로 그 순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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