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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KNC인터내셔널 (4) (21/529)

 21화. KNC인터내셔널 (4)

 장이 끝난 뒤 쉬면서 기사를 찾아보고 있는데, 퇴근한 선우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정보가 있다더니 진짜였네.”

 “안 믿고 있었어?”

 “코발트 광산 얘기를 어떻게 알았어?”

 그야 회귀를 했기 때문이지만······.

 “말했잖아. 회사 나오기 전에 우연히 들었다고.”

 실제 증권사 직원들이 작전에 연루되거나, 작전 정보를 먼저 입수하고 미리 매수하는 일이 종종 있다.

 물론 나 같은 말단직원이 그런 정보를 접할 기회는 없지만.

 “이 정도로 확실한 정보였다면 선물옵션에 투자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지.”

 “그런데 왜 안 샀어?”

 “없는 걸 어떻게 사?”

 선물과 옵션 모두 파생상품이고, 어딘가에서 발행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잡주는 기초자산으로서 가치와 안정성이 낮고, 파생상품에 대한 수요도 없기 때문에 발행되지 않는다.

 실제로 콜옵션 같은 걸 발행했다면 발행사는 손해를 뒤집어썼을 것이다.

 “그래서 저게 사실이야? 진짜 광산에 코발트 100만 톤이 매장되어 있어?”

 “그럴 리가 있나?”

 당연히 뻥이다.

 조금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 된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당장 코발트 시세가 하락해야 한다. 또한 GL화학, 유성ES는 물론이고 세계 유수의 배터리 업체들이 KNC인터내셔널과 접촉해 계약을 맺으려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애초에 광산을 판 회사가 바보도 아니고. 코발트가 매장되어 있었다면 진작 알았겠지.”

 “아니, 그럼 저 발표는 뭔데?”

 “매장량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추정치잖아.”

 그 추정치라는 것도 적게는 열 배에서 심하면 수백 배씩 차이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광산을 까서 보여줄 수도 없고. 캐보기 전까지는 얼마나 매장되어 있는지 누가 알겠어?”

 “그렇지.”

 “그리고 정말 매장이 되어 있다고 해도, 그걸 캐내는 건 또 다른 문제지.”

 땅을 파보면 흙이나 돌이라도 나오는 것처럼 광산에는 뭐라도 묻혀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묻혀있는 것의 가치와 그걸 캐내는 비용이다.

 후자가 전자보다 크다면 안 캐느니만 못하다. 이를 채산성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광산들은 이 채산성이 안 맞아서 폐쇄를 하는 거고.

 “여기에 채굴권과 채굴기간, 현지 국가 및 공무원과의 관계, 현지 노동자들과의 노사관계 등등, 고려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한마디로 해외 자원사업은 관련 경험이 없는 중소기업이 쉽게 덤벼들 만한 사업이 아니다. 게다가 저 보고서도 알아보면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마 조만간 헛소리라는 사실을 모두가 눈치챌 것이다.

 내 말을 들은 선우는 깜짝 놀랐다.

 “뭐야? 그럼 빨리 팔아야 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믿을 만한 곳에서 보증을 해주면 얘기가 다르지.”

 “어디서?”

 “예를 들어 정부기관이라든지.”

 * * *

 KNC인터내셔널 회장 천덕유.

 그는 젊은 시절부터 대부업, 다단계, 기획부동산 등 국내외에서 여러 사기 사건을 벌여왔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미래는 주식시장에 있음을 직감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천덕유는 필리핀 사업 당시 알게 된 인맥을 통해 어렵게 정현철 외교부 2차관을 만날 수 있었다.

 “공무 때문에 바쁘실 텐데 이렇게 나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현철 차관은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

 “중요한 얘기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할 얘기라는 게 뭡니까?”

 “차관님께서 해외자원, 그중에서도 친환경 에너지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게 외교부의 역할이니까요.”

 한국은 자원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때문에 자원부국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국내 기업들이 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이 외교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였다.

 “저희 회사가 콩고에서 광산을 하나 인수했는데, 그곳에 코발트가 대량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 말에 정현철 차관은 관심을 나타냈다.

 “그게 정말입니까?”

 “예.”

 천덕유는 관련 사진과 영상, 보고서 등을 들이밀며 설명을 시작했다.

 정현철 차관은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이게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채굴을 위해 해외업체들을 상대로 투자금 모집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또한 현지 업체들과의 계약 및 현지 정부와도 다양한 지원을 논의 중이구요. 여기에 외교부가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그의 말에 정현철 차관은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지금 본인 사업에 외교부가 나서 달라는 겁니까?”

 천덕유는 손을 내저었다.

 “그런 의도로 말씀드린 건 아닙니다. 그저 외교부가 한마디만 해주셔도 현지 업체들과 콩고 정부와 사업을 진행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겁니다. 아시다시피 배터리는 한국의 중요한 산업이고, 코발트는 배터리 제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원입니다. 이를 확보하는 건 한국 경제에도 중요한 일 아니겠습니까?”

 세계 최대의 코발트 광산 확보가 사실이라면, 외교부의 성과로 포장하기 좋을 것이다.

 “그전에 광산에 대한 실사를 진행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실사를 하면 거짓임이 바로 들통 날 것이다.

 하지만 천덕유는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저희가 또 중소기업이다 보니 현지 정부가 계약을 뒤집을 가능성도 있구요.”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자리에서 나눌 만한 이야기도 아닌 것 같군요.”

 정현철 차관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천덕유는 별 걱정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 나오기 전 상대에 대해 충분히 조사를 해보았다.

 정현철은 욕심이 많고 손해 보기 싫어하는 성격이다. 그런데 최근 주식투자 실패로 약간의 빚을 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천덕유는 그 문제를 쉽게 해결해줄 수 있었다.

 “혹시 주식투자에 관심이 좀 있으십니까?”

 “주식이요?”

 천덕유는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관심이 있으시다면 저희 회사 주식을 사시는 건 어떻습니까?”

 “KNC인터내셔널 주식을 말입니까?”

 “예. 지금 차관님께 말씀드린 내용은 아직 주주들도 모르는 사실입니다. 이 공시가 나가고 나면 주가는 크게 오를 겁니다.”

 그 말에 정현철 차관의 눈이 빛났다.

 “정말입니까?”

 “예. 최소 10배 이상 오를 거라고 자신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그저 주식을 사기만 하면 10배를 먹을 수 있다. 세상에 이렇게 쉽게 돈 벌 수 있는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당연히 넘어오겠지?’

 그런데 정현철 차관은 천덕유가 생각한 것 이상의 사람이었다.

 “주식 사면 좋죠. 그런데 주식을 사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최근 이거저거 하느라 돈이 없어요. 어디서 좀 빌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한마디로 주식 살 돈까지 내놓으라는 얘기였다.

 ‘이런 쓰레기 같은 새끼.’

 천덕유 회장은 속으로 욕을 퍼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돈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제가 빌려드릴 테니 나중에 팔아서 천천히 갚아주시면 됩니다.”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욕심이 많은 사람은 다루기가 편하니.

 정현철 차관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저야 좋은데, 이거 너무 신세 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아닙니다. 신세라니요.”

 뇌물을 줄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뇌물이 아닌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까 말씀드린 부분에 대해서는 꼭 한번 검토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외교부가 나서준다면 사업이 빠르게 진행될 테고, 주가도 더 크게 오를 겁니다.”

 “흐음, 국가를 위한 일이라면 거들어야겠죠.”

 얘기가 잘 풀려서인지 술자리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화기애애했다.

 천덕유는 두 손으로 공손하게 술을 따르며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정현철 차관은 시원하게 술잔을 비웠다.

 “하하! 저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 *

 코발트 광산 공시 이후 KNC인터내셔널은 상한가로 직행했다.

 박건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우연일 거야. 어쩌다 한 번 상한가 친 거지.’

 그런데 이게 웬걸?

 다음 날부터 연상 행진이었다. 시초가는 상한가, 종가 역시 상한가였다. 그리고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주가 이상변동으로 단일가거래가 시작되고, 하루 거래정지가 됐다. 그런데 거래정지가 풀리고 나서도 상한가를 쳤다.

 3천 원 선에 있던 주식은 고작 7거래일 만에 1만 원을 돌파했다.

 개발팀뿐 아니라 사내 전체에 강선우에 대한 소문이 쫙 퍼졌다.

 정확한 금액은 몰라도 대출에 신용까지 써서 꽤 큰돈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직원들은 부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선우 씨 대단하네요.”

 “주식해서 몇 배 벌었다고 하면 남 얘기인 줄 알았는데, 그런 사람이 실제로 있었네요.”

 “대출에 신용까지 써서 샀다면서요?”

 “대체 얼마를 번 거예요?”

 “혹시 또 좋은 정보 없어요?”

 그에게 밥을 사며 종목 추천을 부탁하던 직원들도 강선우 주위에 몰려들어 이것저것 물었다.

 심지어는 주식에 별 관심이 없다던 차수연마저도 관심을 보였다.

 “KNC인터내셔널 지금 사도 괜찮을까요?”

 “어! 주식하게요?”

 “선우 씨가 돈 버는 거 보니 관심이 좀 생겨서요. 조금만 사보게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박건휘는 미래투자증권에서 일하는 사촌형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다.

 [그거 다 루머야. 코발트 100만 톤이 말이 돼? 주가 띄우려고 세력이 장난질 치는 거지. 그런 거 어디 한두 번 봐? 보고서도 대충이고, 근거는 하나도 없어. 그렇다고 콩고까지 가서 확인해볼 것도 아니잖아.]

 “역시 그렇죠?”

 [응. 코스닥에서 세력들이 장난질치는 거 한두 번 봐? 조만간 허위공시라고 뜰 거야. 작전주 잘못 건드리면 피 보는 거 알지?]

 “그럼요. 잘 알죠.”

 증권가에서 루머는 셀 수도 없이 많다.

 거액의 투자를 받았다, 신기술을 개발했다, 신산업에 진출한다, 거액의 납품계약이 이뤄졌다 등등.

 시총이 작고 거래량이 적은 주식들은 이런 루머만으로도 주가가 폭등한다.

 3천 원 수준이던 KNC인터내셔널 주가는 공시 이후 연일 상한가를 치며 일주일도 안 돼 1만 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루머로 인해 상승한 주가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의 자리를 되찾기 마련이다.

 기대감으로 폭등하던 KNC인터내셔널 주가 역시 루머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며 점차 하락하는 분위기였다.

 -코발트 광산 발표 보고 샀는데 왜 자꾸 떨어지나요?

 -그러니까요. 세계 최대 광산이면 10배는 더 올라야 할 것 같은데.

 -ㅋㅋㅋ 몰라서 묻냐?

 -저런 거에 속아서 사는 블랙카우가 있다는 게 놀랍다.

 -ㅋㅋㅋ 상식적으로 저게 말이 되냐?

 -루머는 루머일 뿐!

 -매장량 뻥튀기 시키는 거 누가 못함?

 -이러다가 본사 밑에서 금광 터졌다고 하는 곳도 나올 듯.

 -아직 루머 믿고 물 타겠다는 흑우 형제자매들 없재?

 -탈출은 지능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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