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한계초월 게임 재능으로 랭커까지-18화 (18/30)

18화 오크 히어로 (3)

18화 오크 히어로 (3)

이어서 터져 나온 침투경의 효과까지 더해져 초록색이었던 오크 히어로의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쿠아아아아!

빨개진 얼굴로 괴성을 내지르는 오크 히어로.

놈을 향해 태준은 다시 주먹을 움직였다.

그때부터 시작됐다.

태준의 무차별한 폭격이 말이다.

쾅! 콰쾅! 쿠콰앙!

*

물론 오크 히어로는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한참이나 태준의 공격을 받아내고도 놈은 몸을 일으켰다.

'체력 참 더럽게 많네.'

물론 오크 히어로가 강하다는 건 아니다.

문제는 놈의 체력이었다.

'회복 속도도 만만치 않고.'

그 역시 문제다.

상상을 초월할 데미지를 꽂아 넣었음에도 오크 히어로는 쉽사리 쓰러지지 않았다.

'웬만하면 빨리 쓰러트려야 해.'

이미 태준이 새로운 맵과 보스를 밝혀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물론 그게 태준이라는 건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문제다.

만약 태준이 오크 히어로를 사냥하는 장면을 누군가에게 들킨다면?

'귀찮아 질 수밖에 없다고.'

딱히 힘숨찐 컨셉을 잡고 싶은 건 아니다.

문제는 말했듯, 귀찮아 질까 봐.

언젠가 관심이 끌리는 건 당연하겠지만, 지금은 조금 성급하다.

태준도 관심이 싫지 않다.

아니, 좋아하는 편이다.

선수 시절엔 얼굴을 알리고 싶어 SNS를 통해 뻘짓도 꽤 많이 했었지.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태준이 게임을 시작한 목적이 무엇인가?

돈? 인기? 명예?

틀렸다.

게임이다.

말 그대로 이 게임을 통해 즐길 수 있을 것들을 즐기는 것.

그리고 이젠 랭커의 자리에 올라서는 것.

그를 위해선 남들의 방해를 벗어나야 한다.

플레이어들의 관심과 방해 때문에 사냥을 못 한다면 그건 애초 태준의 목적에서는 크게 벗어나는 일이 될 테니.

'속도를 높이자.'

태준은 다시 움직였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사람들이 도착하기 전 놈을 쓰러트리기 위해서였다.

탓!

발을 구른 순간 오크 히어로 역시 태준을 향해 주먹을 움직였다.

오크 히어로와 태준의 주먹이 교차했다.

콰앙!

물론 오크 히어로의 주먹은 태준의 털끝하나 스치지 못했고, 태준의 주먹만이 온전하게 오크 히어로의 안면을 강타했다.

부웅!

오크 히어로의 거구가 허공에 떠올랐다.

현실에서는 감히 상상 할 수 없는 장면.

하지만 게임에선 가능하다.

오크 히어로의 몸이 떠오른 순간, 태성은 땅에 발을 디디고 다시 뛰어 올랐다.

하늘 높이 뛰어 오른 태준은 발을 들어 다시 오크 히어로의 면상을 향해 내리 찍었다.

콰앙!

내려찍기가 놈의 안면에 정타로 들어간 그 순간, 떠올랐던 오크 히어로의 몸은 다시 땅에 처박혔다.

쿠우우웅!

거구가 땅에 처박힌 순간 거센 먼지와 함께 폭탄이라도 터진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안 그래도 진창이 되어 있는 일대의 대지가 다시 한번 뒤집힌 순간이다.

크- 크르륵-

쓰러진 오크 히어로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거기까지였다.

그 짧은 신음과 함께 오크 히어로의 몸은 축, 늘어졌고 놈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하, 하하···."

그 말은 즉, 성공했다는 말이다.

"최초 클리어다!"

오크 히어로의 최초 클리어.

라스트 엠파이어가 망하지 않는한, 언제까지나 남아 있을 수밖에 없을.

앞으로 오크 히어로를 처치하는 모든 이들이 보게 될 위업을 새겨 넣을 수 있게 된 순간이다.

"으하하하하!"

태준은 웃었다.

아드레날린이 폭주하며 전신을 휘감았다.

극도의 쾌감 속에서 태준은 주먹을 불끈 쥐어냈다.

그러면 이젠···, 보상 타임이다.

[오크 히어로를 처치했습니다.]

[불가능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오크 히어로를 최초로 솔로 클리어한 플레이어!]

[모든 능력치가 10 증가했습니다!]

[공격력이 영구적으로 10% 증가합니다!]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오크 히어로를 클리어한 플레이어!]

[모든 능력치가 10 증가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눈앞에 쏟아지는 업적 보상들은 태준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를 띄우기에 충분했다.

'이거지, 이거야!'

멈추지 않는 쾌감의 연속이다.

얼마나 짜릿한가.

정말 처음 감독으로서 우승을 거머쥔 순간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이 순간에 느끼는 감정은 짜릿하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명예의 전당에 헌정될 이름을 설정해 주십시오.]

명예의 전당.

앞으로 오크 히어로를 사냥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보게 될 그 이름을 적어 넣을 순간이다.

잠시 그런 고민을 하던 태준은 결정을 내렸다.

'그래. 이렇게 하자.'

태준이 적기로 결정한 이름은 이랬다.

[무흔(無痕)!]

투왕이 직접 내려준 칭호.

그야말로 이 순간에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이름이었다.

[명예의 전당에 무흔 님의 이름이 헌정되었습니다!]

[무흔(無痕)!]

-도전 레벨 : 18

-클리어 타임 : 10:37

다시 갱신되었다.

도전 당시의 레벨과, 클리어 시간까지 기록이 된 것이다.

[오크 히어로의 첫 번째 클리어 보상을 획득했습니다.]

[오크 히어로의 심장]

-등급 : 유일

-오직 첫 번째 보스를 클리어한 플레이어만이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

'떴다.'

유일 등급의 오크 히어로의 심장!

태준은 루루가 부탁했던 오크 히어로의 심장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

[돌발 퀘스트의 보상을 획득했습니다!]

돌발 퀘스트의 보상.

그 중 하나는 바로 오크 히어로의 장비 확정 획득!

그 결과로 나타난 아이템은···!

[오크 히어로의 각반]

-등급 : 전설

-방어력+55

-공격력+35

-이동속도+7%

-스킬 효과+11%

'미친.'

전설 등급의 아이템이 나타났다.

공격력, 방어력을 동시에 올려준다.

거기에 이동 속도까지.

그 중에서도 태준의 눈에 들어온 건, 스킬 효과 증폭 옵션.

'개꿀이네!'

아이템의 옵션 중에서도 가장 고평가 받는 옵션 중 하나인 스킬 효과 증폭 옵션이 손에 쥐어진 순간이었다.

아이템 보상까지 확인했으니, 이젠···.

'가자.'

돌아갈 때다.

태준은 몸을 움직였다.

루루에게 이 오크 히어로의 심장을 가져다 줘야 한다.

그게 퀘스트를 완료 할 수 있는 조건이었으니까.

'그리고 보상이···.'

또 다른 루루의 마법 무구.

이미 장갑의 효과는 놀랄 만큼 체험했다.

그렇다면 다음 보상은 또 얼마나 대단할까.

심지어 유일 등급의 아이템으로 만드는 장비라면?

'어우···.'

상상만 해도 벌써 단내가 풀풀 풍겨 나오는 것만 같았다.

*

"우와···!"

태준이 구해 온 오크 히어로의 심장.

그것을 보자마자 루루의 눈이 두 배는 커 졌다.

오크 히어로의 심장은 이름은 심장이었지만, 사실 심장처럼 생기진 않았다.

그보다는 커다란 붉은 보석같이 생겼다.

한참이나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루루는 태준에게 말했다.

"나에게 시간을 조금 줄 수 있겠어? 하루 정도만. 그러면 내가 이 오크 히어로의 심장을 가지고 너에게 훌륭한 물건을 만들어 줄 게. 자, 어디 보자···. 음, 아무래도 갑옷이 좋겠는데. 어떻게 생각해?"

루루의 말에 태준은 답했다.

"좋습니다. 안 그래도 하나 필요하다고 생각 했거든요."

말 그대로다.

태준은 아직도 기본 갑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중이었다.

벌써 20레벨이 됐는데도 기본 갑옷을 입고 있다는 건 분명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것도 하운드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 할 일.

'안 그래도 갑옷을 바꿀 때가 되긴 했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응응, 맡겨 둬. 깜짝 놀라 자빠질 만큼 훌륭한 물건을 만들어 줄 테니까!"

'그럼···, 사냥이나 하고 있을까.'

태준은 사냥터를 향해 움직였다.

어차피 당장 수행할 퀘스트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다음 퀘스트가 또 존재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우선은 루루가 이야기 한 하루의 시간 동안은 특별하게 할 일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시간을 그냥 날려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태준의 경쟁자가 될 랭커들.

사실 지금 상황에선 경쟁자라고 하는 것조차 그들의 입장에선 불쾌할 테지만···.

어쨌든 그들은 이 순간에도 강해지고 있을 터였다.

그러니 태준이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가 보자.'

태준은 몸을 옮겼다.

트롤의 숲을 향해서.

'지금 가장 효율 좋은 사냥터는 아무래도 트롤의 숲일 테니까.'

*

그리고 지금.

하운드 마을, 그리고 오크 부락은 한바탕 난리가 난 참이었다.

바로 오크 부락의 보스 몬스터인 오크 히어로와 오크 히어로의 무덤이라는 히든 맵이 등장한 사건 때문이었다.

"지금 길드들 공지 올라오는데 자기들은 아니라는데?"

문제는, 현재 상위 열 개 길드에서 모두 자신들의 일은 아니라고 발표했다는 점이었다.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을 리는 없었다.

만약 그들이 찾아내었다면, 누가 하지 말라고 해도 자진해서 발벗고 나서 자신들의 업적을 이미 떠벌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는 건, 정말로 상위 열 개 길드 중에선 이번 사건과 관련된 길드가 없다는 점이었다.

"어쨌든 이건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사건이네."

"그건 맞지. 아마 상위 길드 애들도 많이 혼란스러울 걸?"

"누군지 쥐잡듯이 눈에 불을 켜고 찾기 시작하겠지."

"찾아서 뭐 하려고?"

"스카웃 하려고 하겠지."

"그게 안되면···, 뭐 당연한 거지."

한 플레이어가 목을 손으로 긋는 시늉을 했다.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결말.

그들은 자신들에게 방해가 되는 존재라면 결코 가만 놔두지 않는다.

상위 길드가 거기까지 가는 데에 과연 피를 안 흘렸을까?

아니다.

결국 정상에 오르기 위해선 수많은 피를 쏟아내고, 또 수많은 이들을 밟고 올라 설 수밖에 없다.

게임이라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막대한 패널티를 지닌 라스트 엠파이어.

거기에서 상위 랭커들은 이미 수많은 경쟁자들의 레벨과 아이템을 먹고 자란 이들이었으니.

"얼마 전에 로토 길드한테 덤볐던 중견 길드가 개박살이 났었지?"

"해체 됐잖아. 길드장은 레벨 아이템 다 털리고 게임 접고."

"사실 시비도 아니었지. 원하는 정보 안 내놓는다고 척살령을 내렸으니까."

"어휴···."

그게 거대 길드들의 실상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철저한 약육강식.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 세계에는 심지어 법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죽여도 진짜 살인이 아니기에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힘 있는 자가 포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세상!

"어쨌든···, 궁금하네."

"그러게. 특히 흑사자 말이야."

"후드 데뷔전 완벽했는데 누군가가 똥물을 퍼부어 버렸으니."

당연히 결론은 이번 일을 해낸 이에 대한 정체였다.

무수한 추측들이 오고가고 있다.

다시 그에 대한 존재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장난 아닌데?"

"후드 완전히 묻어 버렸어."

"역시 흑사자 브레이커···!"

"아무튼 지금쯤 제일 화난 건 흑사자겠지."

*

그리고 지금 그 시각, 흑사자 길드의 길드장 루스.

그 역시 이 사태에 대한 보고를 받아든 참이다.

"흠."

루스는 침음을 흘렸다.

그 역시 머리가 복잡하다.

도무지 어떻게 된 일인지 하나도 짐작을 할 수 없었다.

"아무런 정보가 없군."

그도 흑사자의 정보력을 가지고 최대한 정보를 수집하려 했지만, 알아 낼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뭐, 어쩔 수 없지."

물론 루스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게 그의 장점이다.

당장 해결 할 수 없는 문제라면 크게 골몰하지 않는다.

하지만 옆에 있던 하루가 물었다.

"그런데 괜찮을까요?"

"뭐가 말이야?"

"후드의 데뷔전에 누가 똥물을 튀긴 셈 아닌가요? 최근 후드에 대한 트래픽 조회보다 그 정체 불명의 플레이어에 대한 조회 트래픽이 훨씬 더 높아졌어요. 이름도, 얼굴도 공개하지 않고 이 정도의 파급력이라면···."

그 말에 루스는 웃었다.

"그럴 리가. 이건 오히려 우리를 도와 주는 일이라고."

"예?"

하루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생각해 봐. 지금 우리가 뭘 찾고 있었지?"

"아···, 보스 몬스터?"

"그래. 보스 몬스터 말이야. 오크 부락의 보스 몬스터. 트롤 따위보단, 오크 히어로 그 녀석을 상대하는 게 더 재미있지 않겠어?"

"그렇겠죠."

"심지어 그 녀석은 얼굴도 드러내지 않았어. 누군지 모른다고. 그 녀석이 진짜 저레벨의 천재일지, 고레벨의 컨셉충일지, 아니면 어떤 길드일지···. 누가 알겠냐고. 뭐, 잠깐 후드에 대한 관심이 묻힐 순 있어도 후드에 행보에 방해가 될 일은 아니라는 거야."

루스는 하루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이제 뭘 해야 할까?"

"그야···, 보스 쟁탈전이군요."

"그렇지. 바로 움직여 보자고."

"알겠습니다."

그 말대로였다.

보스 쟁탈전.

오직 이 세계의 정상에 오른 자만이 할 수 있는 일.

그렇게 흑사자는 곧바로 오크 히어로의 독점권을 손에 넣기 위해 다른 거대 길드와의 싸움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시작했다.

"절대 뺏겨선 안 돼. 후드 뿐만이 아니야. 앞으로 다른 루키들의 데뷔 무대에 있어서도 그 녀석의 역할이 중요해 질 테니까. 돈은 아끼지 않아도 돼."

"명심하죠."

그 말과 함께 하루는 다시 움직였다.

"오크 대전사 솔로. 그 다음은···, 오크 히어로 솔로 클리어. 이 정도면 뭐, 깔끔하잖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결코 심기가 편할 리는 없다.

'누구야, 대체?"

루스는 미간을 좁혔다.

하지만 이내 잡념을 털어 넘겼다.

'그래도 머지 않아 실마리는 찾아 낼 수 있겠지.'

보스 몬스터를 다시 클리어 하게 되면, 최초로 클리어 한 플레이어의 흔적을 찾아 낼 수 있다.

플레이어가 적어 놓은 이름, 레벨, 그리고 클리어 타임.

'대충이라도 정보를 찾아내면···.'

그때 다시 접근해 볼 생각이었다.

회유를 하건, 협박을 하건.

루스 자신도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지는 알 수 없다.

그건 상대의 태도에 따라 달라지겠지.

'그건 그렇고 흑사자 브레이커라니. 웃기지도 않는군.'

흑사자가 부러진다?

그런 일은 벌어질 수 없다.

이 게임이 망하지 않는 이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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