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오크 히어로 (1)
16화 오크 히어로 (1)
[루루의 마법의 징 장갑]
-공격력+136
-힘+5
-민첩성+10
-공격 속도+15%
-공격력+10%
-치명타 데미지+15%
-마법 데미지+13%
-마나 실드 (실드량 300)
'미친, 이게 대체 뭐야?'
손가락 부분을 제외하고, 손바닥과 손등 부분만을 감싸는 장갑이다.
거기에 적을 공격하기 좋게 징이 박혀 있었다.
그리고 태준은 장갑의 옵션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건틀렛과 비교 할 수도 없을 만큼 가볍지만, 그 공격력은 세 배 이상이다.
심지어 능력치 증가 옵션과 그 아래 줄줄이 달린 옵션들도 모두 놀라웠다.
거기에···.
'피뻥까지 달려 있네.'
HP 뻥튀기.
일명 피뻥.
실드량은 무려 300.
탱커가 아닌 태준에게 있어선 적지 않은 양이다.
지금 태준에게 분명 훌륭한 옵션이다.
이 옵션만 있어줘도 사냥에 있어서 안정성을 더해 줄 수 있겠지.
'마법 데미지는···, 사실 필요 없긴 하지만 뭐. 없는 것보단 낫지.'
태준은 장갑을 착용했다.
그 순간, 장갑은 태준의 손에 딱 맞는 크기로 변했다.
"마음에 들어?"
"물론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무기가 필요하던 차에 마침 이렇게 무기를 선물해 줄 줄이야?
"그래. 아마 네가 그것을 가지고 왔다는 건, 투왕이 마음을 먹었다는 뜻일 거야. 이제 자신의 기술을 더 이상 숨겨놓고 있지만은 않겠다고 말이지."
태준은 꾸벅 고개를 숙여 감사를 전했다.
그때 루루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말이야,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말씀만 하세요."
태준은 직감했다.
이것 역시 새로운 퀘스트로 이어 질 수 있으리라고.
"만약 네가 오크 히어로를 처치한다면, 오크 히어로의 심장을 내게 가져다 줘."
"심장 말씀이십니까?"
"그래. 오크 히어로의 심장은 분명히 엄청난 실험 재료가 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네가 오크 히어로의 심장을 가져다준다면, 난 오크 히어로의 심장으로 네게 훌륭한 무구를 하나 만들어 줄 게."
"!!"
태준의 예상대로다.
심지어 보상으로 예상되는 물건도 아주 탐이 난다.
훌륭한 무구라니?
그 단어에 벌써부터 입에 침이 고인다.
이미 루루가 만든 장비의 성능을 충분히 알고 있는 태준이다.
심지어 보스 몬스터가 뱉어낸 재료로 만든 무구라면 얼마나 성능이 훌륭할까!
순간.
[연계 퀘스트가 발동됐습니다.]
[오크 히어로의 무덤]
-등급 : 전설
-오크 히어로의 무덤을 오크 히어로를 처치하고 오크 히어로의 심장을 루루에게 가져다주어라.
"어때. 내 부탁을 들어 주겠어?"
거절 할 이유가 없다.
"물론입니다."
그 말에 루루의 얼굴이 밝아졌다.
루루는 태준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태준은 다시 인사를 한 뒤 몸을 돌렸다.
그 순간.
우우웅!
오크의 투혼은 허공에 떠올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자.'
그러면 이젠 정말 보스 몬스터를 찾아 움직일 때였다.
그리고 이젠 정말 코앞으로 다가왔다.
'최초 클리어!'
만약 성공한다면, 무려 최초 클리어 업적을 달성 할 수 있을 엄청난 기회기도 했다.
벌써부터 태준의 가슴은 두방망이질 치기 시작한 순간이다.
*
그 무렵.
각 길드는 발에 불똥이 떨어졌다.
"젠장···. 흑사자 놈들이 선수를 쳐버렸어."
흑사자의 타이밍은 그야말로 절묘했다.
이터널 월드의 성장세를 라스트 엠파이어가 따라잡은 그 타이밍에 정확히 이터널 월드의 상징적 인물을 캐스팅 해 버리다니!
그 뿐인가.
그의 데뷔전 역시 성황리에 마무리 되어 버렸고, 그로서 흑사자는 10레벨짜리 스타플레이어를 손에 넣게 되었다.
벌써 그의 뉴튜브 채널의 구독자는 100만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다.
그러니 다른 길드가 배가 아프지 않을 리 없다.
벌써 치열한 인재 영입 전쟁이 시작 되었다.
거기에 더해서 화려한 데뷔전을 위한 경쟁 역시 치열해졌다.
"이제 오크 전사, 대전사는 너무 식상해.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10레벨짜리 유저를 트롤의 숲으로 보낼 수도 없는 노릇.
그러니 각종 자극적인 콘텐츠가 쏟아져 나온 것도 사실이다.
10레벨 vs 10레벨 열 명이라던가.
10레벨 vs 20레벨이라던가···.
노템 vs 풀템이라던가···.
유저들의 흥미를 끌 수 있을 만한 온갖 자극적인 요소들이 난무하기 시작한 지금이다.
하지만 무언가 부족하다.
부족한 게 대체 무엇일까.
결론은 하나였다.
"보스 몬스터! 대체 왜 오크 부락엔 보스가 없는 거지? 보스 하나만 나타나 줘도···, 스타 등용문으론 정말 최고의 이벤트가 될 텐데!"
바로 보스 몬스터의 부재였다.
이 순간만큼 길드들이 간절히 보스 몬스터를 바랐던 경우는 아마 없을 것이 분명했다.
*
그렇게 루루가 설치해 놓은 마법 지대를 벗어나자 다시금 트롤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 막 태준의 앞을 가로막은 건, 37레벨의 트롤 광전사.
레벨도 레벨이지만, 굉장히 까다로운 녀석 중 하나다.
트롤의 재생력에, 말도 안 되는 민첩성.
그리고 드센 호전성까지 가지고 있는 일종의 종합 세트라고 해야 할까.
분명 루루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태준을 괴롭혔던 녀석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 마주하고 있는 트롤 광전사는 태준에게 더 이상 위협적인 상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궁금할 지경이다.
'새로운 무기!'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할지 말이다.
공격력만 해도 이미 이전의 두 배 가량 뛰어 올랐고, 거기에 더해 각종 옵션까지 더해진 무기가 아닌가?
태준이 막 트롤 광전사를 향해 움직이던 그때.
크아아아!
저쪽에서 또 한 마리의 트롤이 달려들었다.
35레벨의 트롤 전사다.
트롤 광전사와 트롤 전사.
두 마리가 한꺼번에 태준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양심도 없는 놈들.'
30중, 후반대 레벨을 가진 주제에 고작 15레벨짜리 뉴비를 다구리 치려고 하다니.
하지만 태준은 오히려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테스트를 한 번 해 보자.'
두 마리의 트롤.
이 녀석들을 상대로 자신의 전투력을 파악해 볼 생각이다.
'확실한 지표는 될 수 없겠지만···.'
만약 이 두 녀석을 압도적으로 쓰러트릴 수 있다면, 오크 히어로를 충분히 상대 할 수 있으리란 판단이다.
'해 보자.'
태준은 그렇게 생각하며 기감을 끌어 올렸다.
순간···.
파아아앗!
절대 영역.
그 능력이 활성화 되며 태준의 주변으로 장막이 펼쳐졌다.
쐐애애액!
그때, 트롤 광전사의 날카로운 공격이 태준에게로 쇄도했다.
태준은 어렵지 않게 그 공격을 피해낸 뒤, 반격을 가했다.
콰아앙!
태준은 거침없이 트롤 광전사의 복부를 공격했다.
이내 터져 나온 침투경의 파괴력까지 더해진 순간, 트롤의 몸이 'ㄱ'자로 꺾였다.
태준은 쉬지 않고 놈의 안면을 강타했다.
푸쾅!
크아아아아!
안면이 뭉개진 트롤 광전사가 괴성을 내지르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때, 뒤쪽의 트롤 전사는 태준을 향해 기습을 가하려 했다.
물론 기습이라고 생각하는 건 놈 혼자뿐이었다.
태준은 이미 놈의 기습을 예측하고 있었다.
쾅!
태준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트롤 전사를 향해 발을 뻗었다.
눈에 불을 켜고 다급히 태준의 뒤를 노리는 탓에 자세조차 흐트러져 있는 트롤 전사의 무게를 그대로 이용한 태준의 카운터!
콰아앙!
태준의 발은 정확히 트롤 전사의 안면을 꿰뚫었다.
그 일격에 트롤 전사의 머리통은 그대로 박살이 나 버린 채 바닥에 쓰러져 내렸다.
'미친.'
아무리 카운터가 제대로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저 정도 되는 녀석이 일격에 쓰러져 버릴 줄이야.
그러면 이제 남은 건 하나 뿐이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해롱대고 있는 트롤 광전사 말이다.
탓!
태준은 놈이 정신을 제대로 차리기 전 빠르게 놈을 향해 다가가 공격을 시작했다.
쉬지 않고 터져 나오는 폭력적인 굉음.
그 일격 일격은 트롤 광전사에게 끔찍한 고통을 가했고, 그렇게 태준은 트롤 광전사 마저도 어렵지 않게 쓰러트릴 수 있었다.
쓰러진 트롤 광전사를 보며 태준은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스스로 보면서도 믿기 힘든 일이다.
'이 정도라고?'
태준은 자신의 성장이 그저 짜릿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그리고 확신했다.
'이 정도면 보스 트라이도 충분히 가능하겠어.'
트롤을 상대로 이 정도로 압도적인 전투력이라면, 오크 부락의 보스 정도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충분히 사냥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다.
'가자.'
태준은 걸음을 재촉했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
태준은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움직였다.
어느덧 태준의 레벨은 18이 되었다.
계속해서 트롤을 사냥한 덕분이다.
'그런데 여기는 오크 부락의 방향이 아닌데?'
계속해서 오크의 투혼이 이끄는 방향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으나, 오크의 투혼이 이끄는 방향은 오크 부락이 있는 곳이 아니었다.
트롤의 숲을 가로질러 도착한 곳은 트롤의 숲 바깥에 있는 또 다른 숲이었다.
트롤의 숲과 오크 부락 중간 어딘가에 위치한 숲.
그야말로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숲이었다.
다만 이 숲에는 몬스터도 존재하지 않았고, 어떤 건축물도 존재하지 않는 그야말로 망망대해와 다르지 않았다.
까딱했다간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인 그런 곳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굳이 발을 디딜 필요가 없는 그런 장소다.
그 말뜻이 무엇이겠는가.
이 장소야 말로 히든 맵이 숨어 있기에 아주 훌륭한 장소라는 뜻이었으니.
그 순간.
투툭- 투두둑!
오크의 투혼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오며 태준의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오크의 투혼이 오크 히어로의 무덤을 찾아내었습니다.]
콰쾅! 콰콰콰콰쾅!
어느새 숲 한 가운데에서 거대한 건축물이 땅 아래에서부터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전설의 발견자!]
[모든 능력치가 5 증가했습니다!]
[히든 퀘스트가 발동됐습니다!]
[최초 클리어!]
-등급 : 히든
-오크 히어로를 최초 클리어 하라
-보상 : 명예의 전당 헌정/오크 히어로의 장비 확정 획득
'그래, 이거지.'
오크 히어로의 무덤을 발견함과 동시에 히든 퀘스트가 나타났다.
명예의 전당.
그 말은, 최초로 보스를 클리어 한 플레이어의 이름, 혹은 별명을 기록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단 한 명에게만 주어지는 영예.
앞으로 보스를 클리어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보게 될 그 이름을 새겨 넣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콰쾅! 쿠콰쾅!
이 순간에도 거센 진동은 끝나지 않았고, 그 거대한 오크 히어로의 무덤은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놓은 하늘 위로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
그리고 그 무렵.
오크 부락에서 사냥하고 있던 사람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진동에 혼란을 느껴야 했다.
"흐억!"
"이게 뭐야? 지진이야?"
"게임에 지진도 구현해 놓은 거야?"
사냥하다말고 무기를 놓치거나, 균형을 잃어 몬스터에게 고통당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소리쳤다.
"씨발···, 저거 뭐냐?!"
지금 막 트롤의 숲으로 향하는 방향의 숲 한 가운데에서 웬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건축물이 솟구쳐 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그 순간 오크 부락에 있는 모두는 한 말도 잃은 채 멍하니 높은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오르는 그 건축물을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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