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소문 (1)
13화 소문 (1)
*
태준은 다시 움직였다.
다음 번 제물을 찾기 위해서였다.
머지않아 오크 대전사의 기척을 찾아낸 태준은 다시 그리로 가 오크 대전사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태준은 결국 열 마리의 오크 대전사를 사냥했고, 오크 대전사의 영혼 열 개를 수집 할 수 있었다.
'돌아가야지, 이제.'
그렇다면 이젠 다시 투왕을 만나러 갈 차례였다.
그런데 그럴 필요는 없었다.
팟!
열 개의 영혼을 모은 동시에 태준의 몸은 빛무리에 휘감기며 어디론가 이동해 버렸기 때문이다.
*
"흐악!"
태준은 기함을 내질렀다.
눈을 감았다 뜬 순간, 태준은 다시 이전의 동굴에 도착한 것이다.
[놀랐는가!]
"예. 심장 떨어질 뻔 했습니다."
[으하하하하!]
그 앞에 있는 건 투왕이었다.
아무래도 퀘스트가 완료된 동시에 투왕이 태준을 불러들인 모양이다.
[놀랍군, 놀라워! 이리도 빠른 시간 내에 놈의 영혼 열 개를 수집할 줄이야!]
투왕은 몇 번이나 거듭 감탄사를 쏟아냈다.
태준이 너무 쉽게 사냥해 버려서 그렇지,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분명하다.
투왕이 이렇게 놀라는 게 절대 과장이 아니었다.
[어쨌든, 내 그대에게 약속한 그대로 그대에게 내가 가장 아끼던 기술을 선물해 주도록 하겠네.]
그리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투왕류 비전 기술 '절대 영역'을 습득했습니다!]
'절대 영역?'
이름만 보자면 굉장히 거창해 보인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미 투왕은 이 기술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기술이라 설명하지 않았던가?
[이 기술은 아무나 사용 할 수 없는 기술일세. 극한의 재능을 가지고, 기감을 극한의 극한까지 열어낸 자들만이 사용 할 수 있는 기술이지.]
그 이야기를 들어 보니, 절대 영역을 습득 할 수 있는 조건이 바로 동화율 200%인 것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네야 말로 이 기술을 익히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인재라 내 판단 하였으니···.]
이내, 눈앞에 새 스킬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고.
그걸 본 순간 태준은 정말이지 어이가 없는 듯 웃음을 흘려야만 했다.
[절대 영역]
-등급 : 전설
-레벨 : 1
-범위 내 적에게 30% 추가 데미지
-범위 내 적에게 30% 추가 치명타 데미지
-시전자의 공격 속도 15% 증가
-시전자의 이동 속도 10% 증가
-시전자의 공격력 10% 증가
-절대 영역 내 시전자의 감각 극대화
-범위 : 시전자 중심으로 반경 10m
'뭐가 이러냐?'
설명을 보아하니 절대 영역은 일종의 버프 스킬인 듯 했다.
추가 데미지, 치명타 데미지 30% 증가.
거기에 공격력과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까지 증가한다.
그 말은, 저 절대 영역이라는 것 안에 들어오는 적에게는 그야말로 사형선고를 내린다는 말과도 다르지 않았다.
'미쳤군.'
심지어 그 범위도 꽤 넓다.
무려 반경 10m.
웬만한 보스 몬스터까지도 포함 시킬 수 있는 크기다.
'말도 안 되네.'
심지어 액티브 스킬조차 아니다.
그 말은, 상시 발동이라는 뜻.
어이가 없을 지경.
투왕이 좋아하는 기술이라고 한 이유가 있었다.
[마음에 드는가? 그 기술이야 말로, 나의 시작과 끝일세. 나는 그 기술 하나로 정상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야. 하지만 그 기술을 사용 할 수 있는 것은 그야말로 극소수이지. 자네 수준의 기감을 깨우친 자가 아니라면, 감히 깨우 칠 수 없는 기술이란 뜻이지! 으하핫!]
투왕은 웃었다.
저 말에 따르자면, 절대 영역의 습득 조건은 아마 동화율 200%를 말하는 듯 했다.
'아무한테나 주는 스킬은 아니라는 거지?'
그 말대로다.
이런 사기 스킬을 마구 뿌려댄다는 건 말이 되질 않았다.
아니, 어쩌면 만들어 놓긴 했지만, 누가 습득하리라고 생각조차 못 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태준으로서도 200%라는 동화율 수치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이니···.
뭐, 어쨌든 좋다.
덕분에 태준은 그야말로 괴물같은 스킬을 손에 넣었으니까.
"물론입니다. 정말."
[자, 그럼···. 내 마지막 부탁을 하나 들어 줄 수 있겠는가?]
투왕이 다시 말했다.
"무엇이든지요."
[이제 나의 제자로서 이 드넓은 세상에 나의 기술이 가진 힘을 널리 퍼트려 주게. 그동안 나의 제자들은 나의 뜻을 기리며 깊은 산 속에 숨어 있었으나, 이제는 비로소 때가 된 듯 하니···.]
"알겠습니다."
그거야 말로 태준이 바라는 바였다.
이 드넓은 라스트 엠파이어라는 세계를 누비며 랭커의 자리까지 올라 서는 것 말이다.
[자, 받게나.]
그때, 투왕이 무언가를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오크 대전사의 혼을 통해서 만들어낸, 오크의 투혼일세.]
[오크의 투혼]
-등급 : 전설
-오크의 투혼을 사용할 경우, 오크 히어로를 불러 낼 수 있다.
'어?'
태준은 눈을 껌뻑였다.
오크 히어로?
이런 이름은 아직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오래 전 봉인했던 괴물이지. 이 녀석을 불러내어 나의 기술로 다시 놈을 쓰러트린다면, 그대는 진정으로 나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는 것이야!]
오크의 투혼을 받아든 순간, 퀘스트가 나타났다.
[오크의 투혼!]
-등급 : 전설
-오크의 투혼에 대해서 알고 있는 자를 수소문 해야 한다. 아마도 의뢰소장 타호가 무언가를 알고 있을 것 같다.
-달성 조건 : 의뢰소장 타호를 찾아가라
-보상 : 연계 퀘스트
'퀘스트다.'
무려 전설 등급의 퀘스트.
[자, 가거라! 오크 히어로를 처치하고 나의 후계자임을 온 세상에 드러내라. 내 너에게 내가 가장 아끼는 칭호를 선물하마. 그것은 바로 무흔이다!]
무흔無痕!
그것은 투왕이 자신의 전성기에 다다라서야 손에 넣은 칭호다.
온 몸에 상처가 가득한 투왕이 에 이른 뒤 파동을 깨우치고 그 누구에게도 하나의 상처도 허용하지 않게 된 뒤에 붙은 칭호다.
[그야말로 그대에게 어울리는 칭호가 아닌가? 파동의 극의를 깨우친 남자여!]
"명심하겠습니다."
그 짧은 인사를 끝으로 태준은 몸을 돌렸다.
'우선 조금 알아봐야겠어.'
혹시라도 오크 히어로에 대한 정보가 있지는 않을지.
'아무래도 무작정 덤빌 순 없지.'
태준에게 남은 기회는 오직 한 번 뿐.
그러니 준비는 완벽해야 한다.
'우선 나가서 알아보자.'
그렇게 게임을 종료했다.
*
'···없다.'
밖으로 나와 정보를 살펴봤지만, 오크 히어로에 대한 정보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 말은, 아직 한 번도 세상에 드러난 적 없는 보스 몬스터라는 뜻이었다.
'이것 봐라···?'
태준의 입 꼬리가 슬금슬금 춤을 주기 시작했다.
아직 한 번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보스 몬스터.
'오크 부락에 보스가 없는 게 아니라 아직 발견하지 못 한 거였구나?'
그렇다면, 말 해 무엇하랴.
'최초 클리어 업적 노려 보자.'
최초 클리어.
어떤 보스가 되었건, 그것을 처음 클리어 한다는 건 그야말로 상징적인 업적이다.
자신의 이름을 게임의 역사에 한 줄 새겨 넣는 것.
그만큼 짜릿 한 게 또 어디에 있을까?
그렇게 태준은 다음 목표를 정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실력 좀 뛰어난 루키 따위는 감히 꿈 꿀 수도 없는 목표다.
*
타호.
그는 한 남자를 떠올렸다.
'잘 하고 있으려나.'
그가 떠올린 건, 바로 준이라는 모험가였다.
'하긴. 아주 고될테지.'
아마 지금쯤 산 속에서 투왕의 제자들을 만나 수련을 이어가고 있을 터였다.
'잘 버텨낼 수 있을지 모르겠군. 아니, 잘 해내겠지. 재능만큼은 훌륭한 녀석이었으니까.'
그러니 시험을 통과하지 못 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이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마 죽을 만큼 고된 훈련들이겠지.
그도 투왕의 제자들을 만나 그들의 훈련 장면을 봤을 땐, 기겁을 했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감히 도전조차 못 할 훈련들이었지.'
그들이 중요시 하는 건, 단순히 육체의 강함이 아니다.
바로 기감.
재능이 없다면, 훈련을 진행할 수조차 없을 그런 훈련들을 끝없이 이어가는 기인들.
'만약 그 훈련을 끝내고 다시 돌아 온다면, 그 녀석은 아마 엄청난 괴물이 되어 있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중, 타호의 미간이 좁혀졌다.
'응?'
지금 막 의로소로 걸어 들어오고 있는 한 남자가 보였기 때문이다.
'저 녀석이 왜···?'
그는 바로 준이라는 플레이어였다.
지금 쯤, 산 속에서 고된 훈련을 이어가오 있었어야 할···.
'설마?'
훈련을 버티지 못하고 뛰쳐 나온 것인가?
아니, 그것도 아니라면 시험을 통과하지 못 한 것인가?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을 무렵, 준이 타호의 앞으로 다가왔다.
"여긴 어쩐 일인가? 자네는 지금 쯤 그들과 함께 훈련을 하고 있어야 할 텐데."
그 말에 준이 답했다.
"아, 그것 말입니까? 이미 끝났습니다."
"뭐···?"
"말씀 드린 그대롭니다. 더 이상 가르칠 게 없다고 해서 마지막 시험을 끝낸 참이죠."
"저, 정··· 정말인가?"
타호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벌써 훈련을 끝내고 마지막 시험까지 끝내 버렸다고?
그게 가능이나 한 일인가?
대가리가 깨질 것 같이 골이 울리던 그때.
"그래서 드리고 싶은 말씀이 하나 있습니다. 다만, 이게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엔 조금 그런 일이라···."
그 말에 타호는 황급히 태준을 이끌고 자신의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
"말도 안 되는군."
타호는 태준에게 산 속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 들은 참이다.
1차 시험, 2차 시험, 추가 시험.
그리고 마지막 시험과 동굴의 끝에서 투왕을 만났던 모든 이야기에 대해서 말이다.
"정말로 믿을 수가 없어."
타호는 몇 번이나 그 말을 반복했다.
진심이었다.
상상도 못 했다.
재능이 뛰어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였다니?
"정말···, 투왕류 비전 기술을 두 개나 습득했다는 말인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그리고 투왕께서 제게 이걸 줬습니다."
"이건···?"
"오크의 투혼이라고 하더군요. 투왕께서 아주 오래전, 쓰러트린 고대 오크 히어로의 영혼이라고 했습니다."
"허···!"
타호의 눈이 튀어 나올 듯 커졌다.
"이것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저는 도무지 알 길이 없어서 소장님을 찾아 왔습니다. 혹시 제게 힌트를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긴 타호는 말했다.
"그렇군. 그 사람이라면, 이것에 대해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어."
그 말에 태준의 눈이 번뜩였다.
"그게 누구입니까?"
"트롤의 숲으로 가게. 트롤의 숲 어딘가에 마법사가 살고 있을 것이야. 그 사람이라면 분명 이 오크의 투혼이라는 것에 대해서 알고 있을 테지."
"아···!"
"이걸 받게. 그 마법사가 살고 있는 곳이야."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마법사의 은신처를 향하는 지도를 획득했습니다.]
[연계 퀘스트가 발동했습니다.]
[트롤의 숲의 마법사]
-등급 : 전설
-트롤의 숲에 살고 있는 마법사를 찾아라
그게 다가 아니었다.
이내 태준의 눈 앞에 아주 반가운 메시지가 하나 쏟아졌다.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의뢰소장을 놀라게 한 자!]
[모든 능력치가 3 증가했습니다.]
'어?'
이런 업적이 숨어 있었을 줄이야.
사실 태준이 아니라면 시작조차 못 했을 업적이 맞았다.
이 모든 과정들은 유일 등급인 튜토리얼 마스터의 명패로부터 시작 된 거니까.
타호는 태준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받게."
타호가 건넨 건, 팔찌였다.
"자네와 같은 실력자를 만나길 기다리며 준비한 물건이지."
[위대한 모험가의 팔찌]
-공격력+15
-방어력+15
-모든 능력치+10
태준은 웃었다.
예상치도 못 했지만, 또 굉장한 물건을 손에 넣었다.
온 우주가 오크 히어로 최초 클리어 업적을 위해 태준을 돕는 듯 했다.
'좋아.'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오크 히어로!'
보스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냈다.
태준은 바로 움직였다.
너무 가슴이 설레어 한 시라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
그리고 그 날.
뉴튜브에 영상 하나가 게시됐다.
라스트 엠파이어의 사냥 영상.
그런데 그 영상이 공개된 순간 라스트 엠파이어 커뮤니티는 난리가 나 버렸다.
그 제목은 이랬다.
[컨셉충인가 재능충인가? 빤스맨 오크 대전사 사냥장면]
-조회수 8,341,677
-댓글수 74,456
댓글 속에선 영상의 주인공이 기본 장비만 입고 컨셉질 하는 고레벨 빤스맨인지, 아니면 정말 엄청난 재능으로 오크 대전사를 때려잡는 저레벨의 천재인지에 대한 치열하고 첨예한 논쟁이 온갖 고급진 언어들을 필두로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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