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전직 시험 (2)
8화 전직 시험 (2)
'자, 그럼···.'
태준은 타호에게 받은 지도를 펼쳤다.
['은거지를 향한 지도' 아이템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그런 메시지와 함께 눈앞에 화살표가 생겨났다.
'오? 편한데?'
시야 한 쪽에 위치한 미니 맵에도 노란 색의 선이 하나 생겨났다.
길을 안내해 주는 듯 했다.
'이러면 고생 할 것도 없지.'
아직까진 순조롭다.
태준은 화살표를 따라 움직였다.
화살표가 가리키고 있는 방향은 사냥터가 아니었다.
마을에서 꽤 멀리 떨어진 산이었다.
만약 이 화살표가 아니었다면, 굳이 향하지도 않았을 그리 특별해 보이는 산도 아니었다.
만약 지도가 아니었다면 그 앞에 있더라도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을 만한 그런 평범한 산.
고개를 슬쩍만 돌려도 이와 같은 산은 끝없이 늘어져 있을 만큼 평범한 산이다.
'우선 들어가 보자.'
그렇게 태준은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지도가 안내한 건, 정확히 산 까지만 이다.
산에 들어서자 화살표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러니 지금으로선 무작정 산을 타고 오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산을 타고 오른 순간···.
'······!'
태준은 자리에 멈춰섰다.
어디선가 미세한 소음이 들려온 탓이다.
틱, 하는 아주 작은 소리였다.
순간, 반사적으로 태준의 몸이 움직였다.
가볍게 고개를 틀어서 날아드는 무언가를 피해냈다.
무언가 바닥에 꽂혔다.
푹!
'암기?'
바닥에 꽂힌 건, 암기였다.
검지 손가락 정도 두께와 길이의 암기.
'이런 미친.'
스스로 피하고 나서도 태준은 흠칫 놀랄 정도였다.
만약 피하지 못했다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으리라.
그런데 그때.
'응?'
태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저 먼 곳에서 아주 작은 음성이 들린다.
암기가 날아오는 소리가 아니다.
말 그대로, 사람의 소리였다.
-흐억.
-헛
-큿···!
'아하?'
이내 태준은 눈치 챘다.
'세 명인가.'
먼 곳에서 세 명의 사람이 태준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말이다.
그들의 정체는 말해 무엇 할까?
'시험 감독관이겠지.'
분명하다.
저 세 사람이 바로 태준을 감독하는 시험 감독관일 것이다.
태준은 히죽 웃었다.
아마 저들은 태준이 자신들의 존재를 눈치 챘다고는 상상도 못 하고 있겠지.
그리고 지금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이겠나.
'잘만 하면 보상이 업그레이드 될 수도 있다는 뜻이겠지?'
의지가 타오르는 순간이다.
저들이 무엇을 생각하건, 그 이상의 것을 보여 주리라 다짐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보았듯, 날아온 암기는 결코 무시 할 수 없다.
한 순간이라도 방심했다간 고슴도치가 되어 게임 아웃이 되고 계정이 삭제되어 버리겠지.
하지만 태준은 자신이 있다.
저들을 깜짝 놀라게 할 자신이.
태준은 다시 귀를 기울였다.
소리가 들린다.
암기가 장전되는 소리 말이다.
틱! 티디디딕!
열 개?
아니, 스무 개?
소음이 겹쳐져 정확히 파악 할 순 없었지만, 족히 수십 개의 암기가 태준에게로 향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태준의 몸이 움직였다.
투두두둑!
조금 전 태준이 서 있던 곳에 족히 열 개도 넘는 암기가 꽂혔다.
끝이 아니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암기들이 태준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휘익! 홰액!
태준은 암기를 피해냈다.
태준의 움직임에 군더더기 따위는 없었다.
그야말로 암기를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움직임이다.
암기는 단 하나도 태준의 살갗을 건드리지 못했다.
'이거지.'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심장이 쫄깃하지 않겠나.
'그동안의 사냥은 너무 평탄했다고.'
매 순간이 일촉즉발의 위기를 유발하는 이 급박한 상황에 태준의 심장은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씩 적응 되고 있어.'
몇 차례 암기를 피하고 나니, 태준은 그새 패턴에 적응해 버렸다.
적응이 된 순간, 태준은 달렸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이 시험을 끝낼 생각이었다.
어차피 암기는 직선으로 날아온다.
그 출발지를 알 수 있다면, 미리 대응하면 된다.
투두둑!
조금 전, 태준이 발을 디디고 있던 곳에 암기가 날아와 꽂혔다.
그런 일은 계속해서 반복됐다.
태준은 암기보다 반 박자 빠르게 움직였다.
만약 저 암기를 사람이 쏘아 보내고 있는 것이라면, 분통을 터트릴 지도 모르겠다.
이건 말 그대로 농락이나 다름 없을 만큼 압도적이다.
태준은 이 상황이 너무도 즐거웠다.
짜릿하다.
마음 같아서는 더 많은 암기가 날아들었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렇게 대략 삼십 분 정도 빠른 속도로 산을 타고 올랐을 무렵, 암기는 더 이상 날아오지 않았다.
암기가 발사되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 말은, 태준은 결국 함정 구간을 모두 통과했다는 뜻이겠지.
그 사실을 증명해 주듯, 메시지가 한 줄 떠올랐다.
[1차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1차 시험.
그렇다면, 아직도 시험은 끝나지 않았다는 말일 것이다.
[1차 시험을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완벽하게 통과했습니다.]
[불가능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 증가했습니다.]
'오?'
예상치 못 한 보상도 손에 넣었다.
그리고 그때.
[2차 시험이 시작됩니다.]
[1차 시험의 압도적인 성취로 2차 시험의 난이도가 최상으로 조정됩니다.]
[난이도가 상승함에 따라 최종 보상의 등급이 상향 조정 되었습니다.]
그 메시지에 태준은 웃었다.
태준의 생각한 그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럴 때가 제일 짜릿하단 말이지?'
감독 시절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쾌감이 무엇이었던가?
스스로가 예상한 대로, 스스로가 세운 전략대로 상대가 움직여 줄 때.
자신의 전략을 통해 적의 전략을 격파하고 승리할 때 느껴지는 쾌감이다.
그때의 그 쾌감을 태준은 이 순간에도 느끼고 있었다.
'좋아, 그래서 다음은 뭐지?'
태준은 건틀렛을 한 번 손본 뒤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한 순간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지금이다.
언제 어디에서 무엇이 나타나건, 대응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
"그 말이 사실인가?"
"예, 스승님. 지금 산을 타 오르고 있습니다. 놀라운 건···, 우리의 함정을 통과했다는 겁니다. 일말의 부상도 없이···."
그 무렵.
산에서 보고를 받은 한 노인은 미간을 지긋이 좁혔다.
"그 자가 타호의 추천을 받은 자가 맞느냐?"
"그럴 것입니다. 타호가 이야기 한 인상착의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역시 타호인가···. 그 자의 안목은 믿을 만하니···."
투왕의 제자들.
마지막 남은 투왕의 흔적인 그들은 지금껏 깊은 산 속에서 천 년의 세월간 은거해 왔다.
지금껏 그들이 명맥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건, 역대 의뢰소장 덕분이다.
의뢰소장은 마을에서 뛰어난 재능을 지닌 이들을 추천했고, 그들 중 뜻이 있는 자들은 산으로 향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산 속에 은거하면서도 그 명맥이 끊이지 않고 유지되어 올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지금.
난생 처음으로 타호는 모험가를 추천해 왔다.
모험가.
그것은 바로 플레이어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분명 이례적인 일이다.
지금까지 타호가 모험가를 직접 추천해 온 일은 없었으니까.
그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모험가들 중, 우리와 같이 권을 무기로 삼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하지 않았더냐?"
"맞습니다. 모험가들은 대부분 날이 달린 무기를 선호하죠."
플레이어들 중, 격투 계열을 택하는 유저 자체가 드물었고, 그나마 격투 계열을 택하는 유저들 중 하운드를 선택하는 유저는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간혹 있다고 해도 타호가 추천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지금껏 없었다.
그 모든 조건을 뚫고 타호의 추천을 받은 플레이어는 그야말로 태준이 처음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과연···, 궁금하구나."
현재 투왕의 제자들을 이끌고 있는 스승, 명진.
그는 자신의 턱수염을 어루만졌다.
'타호가 이르기로, 그 재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 하지 않았던가?'
그냥 추천도 아니다.
보면 놀라게 될 것이라고.
당신이 보아 온 그 어떤 재능보다도 탁월할 것이라고, 타호는 몇 번이나 거듭 강조했다.
'암기의 양도 평소보다 세 배 이상 늘렸지.'
그 재능을 시험하기 위해 입문 시험의 난이도를 대폭 증가시켰다.
'그런데 한 번의 피해도 없었다니.'
무작정 내달린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암기가 아니다.
앞으로, 뒤로, 좌로, 우로.
변칙적으로 쏟아지는 암기들을 완벽히 피해내기 위해서는 그저 운에 기대서는 불가능한 일.
'흥미롭구나.'
명진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이내 제자가 물었다.
"다음 시험은 무엇이 좋겠습니까?"
잠시 고민하던 명진은 이내 답했다.
"극랑이 좋겠구나."
"그, 극랑이라면···."
"그래. 그 정도는 되어야 그 자의 진짜 실력을 시험해 볼 수 있을 듯 하니 말이다."
"허어···."
제자들은 놀란 얼굴이었다.
지금껏 극랑이라는 맹수를 대상으로 시험을 치룬 제자는 없었다.
그만큼 명진이 지금 이리로 향하고 있는 자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말이겠지.
"과연 그 자가 극랑의 힘을 일깨울 수 있을 것인가?"
극랑을 쓰러트리리라곤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저 극랑의 진짜 힘을 깨워 낼 수 있을까.
그 정도만 되어도 그 실력은 증명하고도 넘칠 테니 말이다.
"만일 정말 그 녀석의 진짜 힘을 일깨운다면 그 때엔···."
명진의 눈이 번뜩였다.
*
무엇이건, 부딪쳐 주겠노라 태준은 생각했다.
'온다.'
지금, 저 먼 곳에서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태준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늑대?'
지금 태준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것의 정체는 늑대였다.
아직 그 모습이 직접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느껴졌다.
'오크보다···, 훨씬 센 것 같고.'
전투력도 대충 가늠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꽤 많은 오크를 사냥했고, 오크 전사까지 사냥한 덕분일까.
몬스터가 뿜는 기세를 느끼고 동시에 몬스터의 레벨을 대략적이나마 가늠할 수 있게 된 거다.
'레벨로 치자면···, 25정도 되겠는데.'
25레벨.
현재 태준의 레벨은 7.
태준보다 대략 18레벨이 높은 몬스터다.
'레벨은 합격.'
사실 이 정도 격차라면, 라스트 엠파이에선 싸우는 것조차 불가능한 녀석이 맞다.
15레벨 차이도 말이 안 되는 수준인데 18레벨이라니.
하지만 괜찮다.
오히려 좋다.
타다다닷!
발소리가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태준은 수를 셌다.
'하나, 둘···.'
그리고 셋.
셋을 센 순간 태준은 스킬을 사용했다.
부스터다.
태준의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취이익!
[부스터 효과가 발동 되었습니다.]
부스터의 레벨은 2다.
부스터 2레벨의 효과는 민첩성 15% 증가.
현재 민첩성이 29니까, 부스터의 효과로 4의 민첩성이 증가했다.
그렇게 한 번에 33의 민첩을 가지게 된 태준!
부스터를 사용하기 무섭게 수풀 속에서 무언가 모습을 드러냈다.
커헝!
역시 늑대였다.
온 몸이 검은 늑대.
덩치는 거대하다.
태준이 어린 아이로 느껴질 만큼.
속도는 말해서 무엇 할까.
수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순식간에 십여 미터를 도약해 오르며 태준을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엄청난 속도로 태준의 앞에 다가온 놈은 발톱을 휘둘렀다.
그 속도도 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빨랐다.
그 순간에도 태준은 침착했다.
태준은 한 순간도 늑대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홱!
이내 태준은 녀석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냈다.
놈의 공격을 피하는 순간에도 태준의 눈은 바쁘게 움직인다.
놈의 맹점을 찾기 위해서다.
'있다.'
그 찰나의 순간, 태준은 놈의 맹점을 찾아냈다.
맹점을 발견한 순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주먹을 날렸다.
태준의 주먹은 미세한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자신이 원하는 곳에 가서 꽂혀 들어갔다.
이내 굉음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앙!
[치명타!]
그 일격에 늑대는 번개라도 맞은 듯 몸이 굳어 버렸다.
태준의 입 꼬리가 미세하게 위로 올라갔다.
'이건 더 짜릿하지.'
선수들을 통해 적의 전략을 파괴하는 것 역시 짜릿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한 쾌감은 당연히 스스로의 몸으로 적의 머리를 깨부술 때 느껴지는 쾌감이었다.
'내가 이 맛에 게임을 포기 할 수 없는 거야.'
-허, 허엇!
-이, 이 무슨···.
-으허억!
그 순간에 저 먼 곳에서 들려오는 세 남자의 기함 소리가 태준의 귓가를 간질였다.
그들의 놀라움 가득한 목소리에 태준은 전율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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