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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초월 게임 재능으로 랭커까지-1화 (1/30)

1화 재능 (1)

1화 재능 (1)

"이거 진짜 신기한 새끼네."

"그러게. 동체시력은 장난이 아닌 것 같은데, 손이 왜 이렇게 느려?"

"아깝다, 아까워. 손만 조금 빨랐어도 역대급 프로게이머 될 수 있었을 텐데···."

태준.

그는 프로게이머였다.

그의 동체시력은 그 누구도 따를 수 없을 만큼 훌륭했다.

판단력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손이 너무 느렸다.

쉽게 말해, 피지컬이 구렸다.

그 누구보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를 분석하는 건 가능했지만 그에 대응을 하지 못 했다.

결국 그는 선수를 은퇴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감독으로 전향했다.

그건 태준 인생의 최고의 선택이었다.

*

[스카이 다이버스 이터널 월드 리그 챔피언십 우승!]

[이태준 감독, 그는 정말 신인가?]

[천재 감독 이태준! 그 비결은?]

감독 이태준.

비운의 프로게이머였으나, 감독으로서의 이태준의 커리어는 성공가도를 달렸다.

그의 탁월한 동체 시력과 분석 능력을 통해 그는 선수를 발굴해 냈고, 선수들의 단점을 완벽하게 찾아냈다.

남들은 발견하지 못하는 미세한 습관, 혹은 단점들을 그는 찾아내었고 그것을 분석하여 교정한 것이다.

그 덕에 스카이 다이버스라는 만년 최약체 팀은 태준이 감독으로 부임한 첫 해부터 지금까지 5년 연속 리그 우승에 성공한 것이었다.

그냥 우승도 아니다.

무려 월드 챔피언십.

시청자 수만 수억 명을 넘나드는 그 거대한 무대에서 이태준은 당당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태준! 이터널 월드의 역사를 새로 쓰다!]

[이태준, 불운한 천재의 비상!]

불운한 천재!

그것은 태준을 항상 따라 다니던 이름이었다.

이터널 월드의 비운의 천재말이다.

하지만 태준은 더 이상 불운의 천재 따위가 아니다.

자신의 이름으로 우승컵을 들진 못했지만, 감독으로서 자신의 팀을 우승으로 이끌지 않았나?

"감독님 축하해요!"

우승 회식을 마친 뒤, 구단주가 다가와 태준에게 악수를 청했다.

"역시 우리 이 감독이 해낼 줄 알았어, 난."

구단주는 태준을 믿어 준 사람이었다.

선수로서 제대로 된 커리어도 없던 태준을 믿고 감독으로 선임해 준 사람이 바로 저 구단주였으니까.

"구단주님 덕분이죠. 덕분에 저도 못 다한 한을 풀었습니다."

"난 태준씨 본 순간 느꼈거든. 태준씨가 반드시 해낼 거라고."

"하하. 그런가요."

빈 말이든 아니든, 오늘은 정말 기쁜 날이었다.

자신의 팀이 이터널 월드의 정상에 올라 선 날이니까.

그리고 태준은 말했다.

"구단주님."

"말씀하세요."

"저 이제 은퇴 하겠습니다."

"···아."

애초에 태준의 계약은 5년이었다.

그리고 그 임기를 마쳤고, 세상은 태준을 향해 박수를 보낸다.

태준은 이제 자신이 떠나야 할 때임을 알았다.

하나 둘씩 태준의 전략에 대한 파훼법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태준이 발굴한 선수들은 계약 기간이 끝나자마자 비싼 가격으로 팔려나갔다.

"제 역할은 다 한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구단주도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했어요, 태준 씨."

"예. 그래도 다음 감독님 부임하시기 전까지는 인수인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요. 내가 붙잡아도 소용은 없겠지?"

"······."

태준은 침묵으로 답했다.

구단주가 고마운 사람이었지만, 태준은 이미 마음을 정했다.

감독으로서는 채울 수 없는 무언가가 아직도 그의 마음 한 구석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감사했습니다."

*

"후우···."

태준은 집에 도착했다.

선수로 5년, 감독으로 5년.

대략 10년의 세월동안 이터널 월드와 함께 했다.

5년은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무명소졸로, 5년은 전장을 호령하는 장수로.

정말이지 다이내믹한 경험이었다.

"나쁘지 않았어."

태준은 그렇게 자축했다.

그러면서 맥주를 들이켰다.

"크흐···."

고작 10년이었지만, 번 돈은 적지 않았다.

아니, 아주 많았다.

평범한 20대로선 만질 수도 없는 거금이다.

무명 선수라고 할지라도, 이터널 월드의 무대는 거대했고 시장 역시 거대했다.

덕분에 그 당시에도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서는 적지 않은 연봉을 받았다.

첫 해의 연봉이 무려 1억이었으니, 말 할 것도 없으리라.

특히 지난 5년간의 감독 생활로 인해 남들은 받지 못할 연봉도 받을 수 있었다.

선수 시절의 열 배를 훨씬 웃도는 연봉이었다.

스타트만 해도 그 정도였는데, 우승을 거듭하며 날로 몸값이 비싸졌다.

매년 다른 팀에서 태준을 스카웃 해가려는 통에, 구단주 역시 우승을 조건으로 태준의 연봉을 크게 인상시켜 준 덕이었다.

올해 마지막의 연봉은 그야말로 태준 조차 눈이 돌아갈 액수였다.

십대 후반부터 시작한 프로 게이머 생활.

그렇게 지금 태준의 나이 28.

고작 스물 후반의 나이에 태준은 남들은 꿈에도 꾸지 못 할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세팅해 놓은 배당주의 배당금만으로도 남들의 연봉 뺨치는 금액이 통장에 절로 꽂히는 거액이다.

"그래. 이만하면 됐지."

마무리도 깔끔하지 않았나.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감독으로서의 커리어만으로도 이미 성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무언가가 부족했다.

'난 직접 뛰고 싶다고.'

그렇게 읊조리며 태준은 말했다.

"라스트 엠파이어 영상 찾아 줘."

[라스트 엠파이어의 영상 중 당일 24시간 내에 가장 많은 시청자가 시청한 영상을 찾았습니다.]

"그래, 그거. 틀어 줘 봐."

[라스트 엠파이어의  영상을 재생하겠습니다.]

그와 함께 벽면에서 홀로그램이 등장했고, 영상 하나가 재생됐다.

그 안에선 무수한 플레이어들이 성을 향해 내달리는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수천 명도 넘는 플레이어들은 성을 향해 달렸고, 그 뒤에선 공성 차와 마법사들이 뿌려대는 어마어마한 폭격들이 허공을 갈랐다.

이내···.

쿠쾅! 콰콰콰콰콰쾅!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성벽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 성벽 한 가운데의 성문이 열리고 또 한 명의 플레이어가 등장했다.

전신에 검은 갑옷을 입고 있는 남자다.

'멋있다.'

태준은 생각했다.

혼자서 모습을 드러냈을 뿐인데 그 압도감은 블록버스터 영화의 최종 보스를 연상케 할 만큼 위압적이었다.

그가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검 역시 칠흑빛을 띠고 있는 검이다.

이내 그 검 위로 붉은 기운이 솟구쳐 올랐다.

사아악!

그는 전방을 향해 검을 휘둘렀고.

그가 검을 휘두른 순간, 붉은빛의 검기가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콰콰콰콰!

땅이 뒤덮이고, 하늘이 요동칠 정도로 강력한 일격이었다.

그 앞을 가로막고 있던 수십, 수백의 플레이어들의 모습이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크···."

태준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며 탄성을 쏟아냈다.

이거다.

태준이 망설이지 않고 이터널 월드를 떠나 올 수 있었던 이유.

만약 라스트 엠파이어라는 게임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태준은 어떻게 해서라도 이터널 월드에 붙어 있었을 테지.

하지만 이 게임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 태준의 갈 길은 이미 정해졌다.

그동안 많은 가상현실 게임들이 나타났고, 사라졌다.

문제는 항상 조금 부족했다는 것.

현실감이 떨어지거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거나.

하지만 이 게임은 아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가상현실을 구현해 낸 최초의 게임이었다.

그 어떤 개발사에서도 따라오지 못할, 초일류 하이퍼 테크놀로지!

인류의 기술을 50년은 앞당겼다는 그 위대한 진보의 결과물이 눈앞에 있다.

운영사는 장담했다.

앞으로 그 어떤 회사에서도 이와 같은 게임은 등장하지 못 할 것이라고.

아니, 등장해도 상관없다고.

자신들은 이미 더 진보된 기술을 확보하고 있을 것이라고.

"해야지, 이건."

이젠 모든 준비가 끝났다.

세상 모든 일 다 떨쳐 내고, 게임 하나에만 남은 인생을 쏟아 넣을 준비가 됐다.

'감독이 아닌, 게이머로···.'

그의 진정한 열망은 감독 자리에 있지 않았다.

직접 필드를 뛰어야만 심장이 뛰는 남자다.

"그럼···."

태준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라스트 엠파이어 접속기 주문해 줘."

[라스트 엠파이어의 접속기 모델은 총 23개가 있습니다.]

그와 함께 접속기의 모델이 화면에 펼쳐졌다.

볼 것도 없다.

"제일 비싸고, 제일 성능 좋은 걸로."

[가장 최신 모델이자, 가장 고가 모델인 LE-33A모델로 주문하겠습니다.]

"그래."

*

며칠 뒤, 게임기가 도착했다.

그렇지 않아도 태준이 그만 둘 것이라 미리 언질을 준 덕에 구단주는 늦지 않게 새로운 감독을 선임했고, 태준의 인수인계 역시 끝이 났다.

언제든 떠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덕에 따로 더 준비 할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게 이제 태준은 완벽한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그렇게 태준은 게임에 접속했다.

캐릭터 생성 과정은 복잡하지 않았다.

이름을 설정하고, 성별과 외관을 설정하는 게 전부였다.

'아깝다, 이 잘생긴 얼굴을 감춰야 한다니.'

사실 태준이 사람 만나는 걸 선호하지 않아서 그럴 뿐, 외모에 대한 칭찬은 꽤 많이 들어왔다.

특히나 감독이 되면서 부터는 얼굴을 보고 생겨난 여성 팬도 꽤 됐다.

하지만 게임에서 자신의 얼굴을 그대로 유지 할 순 없지.

괜히 어그로가 끌리면 피곤해 질 테니까.

[적당히 못 알아 볼 만큼만 바꿔 줘.]

[실행하겠습니다.]

Ai가 자동으로 외형을 변경했다.

'오?'

그 결과에 태준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정말로 태준이라고 생각할 순 없는 얼굴이지만, 결은 남아 있다.

또렷한 눈, 오똑한 코 그리고 태준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두꺼운 입술.

아마 태준이 서양인이었다면 이런 얼굴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만한 외형으로 설정 되어 있었다.

'신기하네, 정말.'

한참 신기한 눈으로 얼굴을 감상하던 태준은 다시 시선을 돌렸다.

'이젠 이름만 정하면 끝인가.'

직업은 정해진 게 없다.

완벽한 오픈 월드가 바로 라스트 엠파이어가 추구하는 세상이니까.

태준이 설정한 새로운 이름은 준.

그러면 이젠, 게임에 접속할 차례다.

[튜토리얼 맵에 입장했습니다.]

이내 태준의 눈 앞에 익숙한 장면이 펼쳐졌다.

그동안 뉴튜브 영상을 통해 수없이 봐왔던 장면이다.

'많다, 많아.'

넓은 공간에 수백 개의 링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 링 뒤에선 조교와 플레이어들이 대련을 하고 있었다.

이제 막 새로 라스트 엠파이어를 시작한 유저들과, 더 높은 동화율을 얻기 위해서 캐릭터를 재생성 한 사람들까지.

각자의 환경은 천차만별이지만, 목표는 같다.

‘더 높은 동화율!’

동화율.

그건 모든 라스트 엠파이어의 유저가 캐릭터를 만들었을 때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동화율로 인해서 같은 능력치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 효율은 천차만별로 달라지지.’

이 튜토리얼 무대에서 바로 그 동화율을 획득할 수 있다.

조교들과의 대련을 통해서 말이다.

똑같은 10의 능력치라고 하더라도, 동화율 50%의 유저와 80%의 유저가 뽑아낼 수 있는 효율은 차원이 다르다.

‘그 뿐만이 아니야. 스킬의 숙련도가 오르는 속도도 달라져.’

스킬의 숙련도.

라스트 엠파이어에서는 스킬의 숙련도가 전투력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스킬의 숙련도를 높이고, 스킬의 레벨이 올라갈수록 더 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기 힘든 만큼, 숙련도를 올리는 것도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한다.

여기 스킬의 숙련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 역시 동화율의 수치였다.

그 체감 역시, 여러 개의 캐릭터를 키우고 더 높은 동화율을 얻어낸 유저라면 절실하게 공감하는 것이기도 했다.

‘현재 동화율의 최대치는 98%.’

그 누구도 98%를 넘는 수치를 인증한 적이 없었으니까.

그 98%의 주인공은 바로 현 랭킹 1위의 유저.

얼마 전 영상에서 봤던 칠흑빛 갑옷의 주인 말이다.

게다가 현 랭킹 1위 역시 98%의 수치를 손에 넣기 위해 수억 원의 돈을 투자했다고 밝힌 바가 있었다.

계정을 끝없이 재생성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러니 동화율의 최대 수치는 98%라는 게 사실상 정설화 되어 가고 있었다.

태준은 내심 궁금했다.

'내 동화율은 몇 정도 나올까.'

태준의 동체시력은 감히 따를 사람조차 없을 정도로 탁월했다.

문제는, 몸이 굼뜨다는 것.

하지만 그 문제는 이제 완벽하게 해결이 되었다.

이 세계는 가상현실이니까.

움직이는 건, 태준의 몸이 아닌 뇌신경이니까.

과연 태준의 재능은 이 세계에서 다시 빛을 발할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이제 곧 밝혀지겠지.

태준은 당당하게 라스트 엠파이어의 세계에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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