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482화 (483/485)

< 482. 로망을 꿈꾸는 세계 >

쇼맨쉽을 좋아하는 일론 모스크의 입을 빌려 발표된 ‘이젠 조종사와 함께 우주로 로봇을 쏘아 올리겠다.’는 PTW의 선언은 그 즉시 전세계 언론사 뉴스의 톱기사 자리를 당당하게 차리하며 끊임없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리고 PTW에서는,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이 식지 않도록 끊임없이 이슈 거리를 제공했다.

이번에 발표 즉시 전세계 인기 순위 1위 기체가 된 테슬라 마션즈 소속 선수 박재원의 전용기 의 내부 프레임과 구조를 공개하기도 하고, 실제 우주로 가기 위해 다양한 훈련을 받는 선수의 모습을 공개하기도 하면서.

NASA에서 파견된 전문 우주비행사들이 지도하는 훈련 내용은 일반적인 우주비행사가 받는 훈련 뿐만 아니라, 나이츠에 탄 채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 자세를 제어하는 방법이나 기능 고장 같은 각종 비상상황에서의 대처 같은 복잡하면서도 흥미를 끄는 프로그램들로 가득 차 있었다.

물론 그 모든 내용을 방송하기 위해 전 세계의 OTT 업체들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PTW에 제시했다.

그러나 상혁은 그 천문학적인 금액을 포기하고 누구나 광고 없이 4k 영상을 편하게 시청할 수 있도록 PTW 홈페이지에 영상을 공개했다.

굳이 돈을 내고 OTT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아도, 원한다면 얼마든지 PTW의 우주 진출 프로그램을 볼 수 있도록.

컨텐츠야 차고 넘칠 정도로 많이 있었다.

자신이 응원하는 프로팀의 인기 기체가 스페이스 타입으로 개수되는 과정을 보거나, 우주 공간에서의 전투를 훈련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된 시뮬레이션 환경 속에서 펼쳐지는 가상훈련을 지켜볼 수도 있었고, 세계에서 가장 나이츠 조종을 잘하는 프로 선수들이 훈련용으로 설계된 우주 정거장 안에서 외부와 격리된 채로 멘탈 트레이닝을 받는 모습도 볼 수 있었으니까.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24시간이 모자란 엄청난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나이츠 리그의 팬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치솟아 오르는 뜨거운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만화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던 장면이 현실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것.

거대한 피스톤과 동력 공급 파이프, 여러 방향으로 회전하는 자세 제어용 스러스터의 모습.

사람이 인형처럼 보이게 만드는 20미터 크기의 거대한 로봇이 상상속의 세계가 아닌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보는 이를 흥분시키는 것이었기에.

물론 비판도 있었다.

일부 환경 단체에서는 단순히 인간의 오락만을 위해 로켓 발사에 사용되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낸다는 것에 항의 시위를 하기도 했고, 그럴 비용이 있으면 좀 더 가치 있는 곳에 쓰는 것이 낫지 않냐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상혁은, PTW를 향해 쏟아지는 윤리적 비판에 대해 확실한 입장표명을 통해 단호히 선을 그었다.

“PTW의 이번 계획이 단순히 오락만을 위한 돈 지랄이라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상혁은 이제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프로그램이 된 허먼이 진행하는 TV쇼에 출현하여 PTW에 제기된 비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회사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있죠. 어떤 회사는 이익을 추구하고, 어떤 회사는 안정을, 어떤 회사는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집중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는, 저희 PTW의 선택이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게임 아닙니까? 단순히 ‘우주에서 로봇이 싸우는 걸 보고 싶다’라는 이유만으로 추진하기엔 너무나 천문학적인 비용이란 지적이 있습니다. 그 돈을 차라리 좀 더 좋은 곳에 쓰자는 의견도 많고요.”

“좀 더 좋은 거, 그건 누가 정하죠?”

“예?”

“그 좋은 세계를 정의하는 것 역시 인간입니다. 사람마다 상상하는 천국의 형태가 다른 것 처럼요. 누군가는 사자와 양이 함께 뛰놀고 어떤 생명도 희생되지 않는 낙원을 천국의 형태라고 생각한다면, 제가 생각하는 천국은 좀 다릅니다. 저는 고기도 먹고 싶고 게임도 하고 싶고 인터넷도 하고 싶은 평범한 게이머니까요.”

그 말에 덧붙여, 상혁은 추가로 ‘자신은 적어도 본인만 열심히 한다면 우주에서 로봇을 타고 싸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물론 그렇다고 그 말이 상혁이 직접 리그에 참가하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안타깝게도 상혁의 나이츠 조종 능력은 개발자 VS 프로 선수팀 컨셉으로 벌어진 이벤트 매치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할 정도로 좋은 편이 아니었기에.

하지만 그렇다고 개발자 팀이 일방적으로 발리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컨트롤이 부족한 만큼, 게임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어떤 프로 게임팀도 시도하지 않은 엽기 세팅을 들고 왔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지는 게 확실하다면, 최소한 재미있게 지자는 것이 상혁의 계획이었기에.

어찌 되었든 그 정도로 본인의 나이츠 조종 실력이 좋은 편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상혁은 자신이 선수가 되어 나이츠 리그에 참가한다는 꿈을 깔끔하게 포기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우주 비행이라는 남자의 로망을 포기할 수 없었던 상혁은 직접 우주 공간에 나가 오프닝 쇼를 진행하기로 하고 선수들이 받는 것과는 다른 형태의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너무나 많은 작업으로 혹사당한 몸을 회복시키고, 우주라는 환경에서 멋지게 쇼를 성공시키기 위한 체력을 키우기 위해.

그렇게 상혁이 우주 비행을 위한 훈련에 돌입하는 사이, 인류 최초로 우주에 나가 로봇을 조종하여 버리는 대전을 진행할 대표선수를 선발하기 위한 경기인 ‘나이츠 리그 2030’이 시작되었다.

역대 나이츠 리그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궁극의 나이츠 리그’라는 이번 시즌의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나이츠 리그에 참여한 각 프로팀에서는 우주 컨셉에 맞춰 새로 개발한 새로운 나이츠를 속속들이 공개하며 게이머들의 흥분을 최고조로 이끌었다.

그리고 이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포츠가 된 나이츠 리그의 초거대 팬덤은, 자신이 사랑하는 팀이 리그에서 승리하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응원하는 팀의 티셔츠를 입고 대한민국 대전으로 향했다.

20미터 크기의 강철 거인들이 불꽃을 튀기며 맞서 싸우는, 세계에서 가장 격렬하고 위험한 스포츠를 지켜보기 위해.

그렇게 대전을 찾은 팬들의 숫자는 경기에 입장할 수 있는 입장권의 총 숫자를 수십 배 뛰어넘는 규모였는데, 그것은 딱히 입장권을 구하지 않아도 완전히 축제 모드로 돌입한 이 시기의 대전은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도시가 되기 때문이었다.

경기가 펼쳐지는 순간이면 대전 어느 음식점에 가도 초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 중계를 관람할 수 있었고, 호텔 어느 곳에 들어가든 각 방에 설치된 최신형 PRD를 이용하여 경기장에 들어간 관객들과 동일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이 시기가 접어들면 대전의 음식점도 저마다 응원하는 팀의 로고를 대문짝만하게 걸어놓고 팬들을 끌어들였는데, 경기가 있는 날이면 매 매치에서 승리할 때마다 사장이 미친 듯이 서비스 안주를 퍼주곤 했다.

그리고 그날 경기에서 이기기라도 하면,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음식값을 받지 않았고.

1년 중 가장 대목이라 할 수 있는 시즌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출혈이라 할 수 있었지만, 대전 지역의 술집 사장들은 그런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가게에서 포기한 매출 전부를, PTW에서 대신 부담하고 있었기 때문에.

길에는 온갖 팀에서 전시한 실물 크기의 나이츠가 마치 로봇이 사는 도시같은 풍경을 자아내고, 사방에는 공짜 음식이 넘쳐나며, 어딜 둘러보아도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함께 응원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도시.

PTW가 만들어낸 나이츠 리그 시즌의 대전은 바로 그런 도시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벌어진 대망의 오프닝 경기.

일반적으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팀 중 두 팀이 첫 번째 경기를 치르는 다른 스포츠의 개막전 과는 다르게, 나이츠 리그의 개막전은 본선 결과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일종의 이벤트 매치에 가까웠다.

전 시즌에서 우승한 우승팀 1팀과, 팬들이 투표로 결정한 1팀이 싸우는 시범전.

그러나 올해 벌어진 시범전은 매우 특별했는데, 그것은 한 팬이 부추긴 작은 소란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번 개막전에서 퍼스티스트 멤버들을 다시 소환하자.’

팀 퍼스티스트(Team Firstst).

나이츠 리그의 시작을 알린 팀이자 전 세계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나이츠란 존재를 강하게 각인시킨 남녀 혼성팀의 이름이 거론되자, 커뮤니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미 멤버 상당수가 서로 다른 팀에 소속되어 있거나 은퇴했기에 불가능한 일이다’라는 의견부터, ‘다들 나이츠 조종에 익숙하지 않았던 초창기에 활약하던 멤버이기 때문에 지금 모인다고 제대로 된 싸움이 될 리가 없다.’라는 의견까지, 부정적 의견도 많았지만, 대부분은 ‘한번 보고 싶다’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었다.

무엇이든 처음 접한 순간의 강렬함은 그리 쉽게 잊을 수 없는 법이니까.

뉴욕에서 거대한 양날 도끼를 휘둘러 현무의 목을 쳐냈던 나이츠 ‘즈라드’의 파일럿 박현민.

아름다운 외모로 당시 수많은 CF에 출현하며 수많은 남성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나이츠 ‘사일러스’의 파일럿 차현희.

전체 팀의 리더 역을 맡으며 자신의 지휘력을 검증한 나이츠 ‘홀리 프레일’의 파일럿 오다 츠요시.

과거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들이자 수많은 뉴스에 오르내렸던 퍼스티스트 멤버들은, 현재까지도 즈라드의 파일럿으로 활약하고 있는 박현민을 제외하고는 전원이 코치나 감독으로 활동하거나 은퇴한 상태였다.

현재는 작은 카페를 운영중인 오다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퍼스티스트 멤버와 마션즈의 경기를 보고 싶다는 글을 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과거에 있었던, 인생에서 가장 강렬했던 기억에 대해 떠올렸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팀을 짜고, 로봇의 조종법을 훈련받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가상의 괴수로부터 지구를 구했던 나날들을.

그 기억들은, 떠올리는 것만으로 그날의 향기까지 느껴질 정도로 그의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기억이었다.

‘하지만.’

물론 오다도 은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니었다.

초창기 시즌만 해도 다른 프로팀의 에이스로서 꽤 활약하곤 했었으니까.

그러나 늘어가는 나이와 떨어져 가는 피지컬, 점점 더 복잡해져가는 나이츠의 시스템은 오다로 하여금 은퇴를 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자신이 자리를 비켜주어야, 새로운 별들이 그 자리를 대신 채울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다는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다시 한번 나이츠의 콕핏에 앉을 수 있다면.

지금은 해체되어 다른 나이츠의 부속이 되었을 ‘홀리 프레일’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의 자신은 현역에서 은퇴한 지 오래된, 평범한 카페 사장일 뿐이었기에.

오다는 마치 꿈이라도 꾸는 것처럼 가게 벽에 가득한 사진들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퍼스티스트 멤버로 활동 하던 시절, 엄청나게 찍었던 동료들과의 사진을.

그런 오다의 상념을 깨트린 것은, 그가 가게 문에 달아놓은 작은 종소리였다.

-딸랑-

“어서 오십···. 어?”

힘차게 손님을 맞이하려던 오다는 자신을 찾아온 남자를 보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가게를 찾아온 남자는, 그의 기억에 평생 지워지지 않을 추억을 안겨주었던 사람이었기에.

일본에서도 사람이 별로 없는 한적한 마을에 취미 삼차 차려놓은 그의 카페.

그 카페를 찾아온 것은 ‘나이츠’의 아버지이자 오다에게 직접 나이츠에 대한 모든 것을 가르쳐준 남자.

김기열 교수였다.

“오랜만입니다. 오다 츠요시 씨.”

그 반가운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오다는 누가 그를 이곳에 보낸 것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게이머의 요구에 반응해 은퇴한 멤버를 모두 불러들여 다시 한번 나이츠에 태우겠다고 생각할 만한 사람.

그런 사람은 그가 알기로 세상에 단 한 명 밖에 없었기 때문에.

“상혁 씨가 부른 겁니까?”

“그럼 누구겠어요. 확실히 재미있는 아이디어 아닙니까? 초창기 멤버들과 현존 최강 멤버들의 싸움이라니, 듣기만 해도 피가 끓는 군요.”

“하지만 전 이미 은퇴한지 오래 된 시골의 카페 주인일 뿐입니다.”

“그야 만들면 되죠.”

맑은 눈으로 오다를 보며, 기열이 말했다.

“나이츠도, 파일럿도. 전보다 업그레이드 해서요.”

그것은 역대 사상 최대 규모로 펼쳐지는 2030 나이츠 리그의 개막전 참가 팀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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