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3. 허구의 향연
미국 뉴욕주 뉴욕시 맨해튼 구의 위성사진을 보면, 우주에서도 확연하게 보일 정도의 거대한 녹색 사각형이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원래는 채석장과 돼지 사육장, 판자촌으로 가득했던 843에이커(1,031,525 평)의 거대한 대지에 100,000수레의 돌과 흙을 퍼붓고 50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어 만들어진 그 공간은, 평소엔 매일같이 돌과 유리로 된 공간 속을 살아가야하는 뉴욕 주민들에게 자연과 접할 기회를 제공하는 좋은 휴식처가 된다.
그렇기에 평소의 센트럴 파크는, 그 넓은 공간에 삼삼오오 모여 애완견과 프리스비 던지기를 즐기거나, 건강을 위해 조깅을 하는 사람, 잔디밭에 앉아 일광욕하거나 점심을 먹는 사람 등 도심 속의 자연에서 휴식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오늘.
PTW에서 진행하는 KOH의 ‘월드 이벤트’가 진행되는 이 날엔, 언제나 똑같은 모습일 것 같은 센트럴 파크의 모습조차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센트럴 파크에 웬 군인?”
“영화 촬영이라도 하나?”
언제나처럼 점심을 먹기 위해 샌드위치를 들고 센트럴 파크에 방문한 리드 헤이스팅스는 평소와는 다른 센트럴 파크의 모습을 보며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무슨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수많은 군인들이 센트럴 파크의 잔디 위에 완전 무장한 상태로 서 있는 모습은 그에게 있어 절대 익숙한 풍경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나 그런 군인들의 모습보다 그를 더 당황하게 만드는 것은, 이제는 미국에서 직장생활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익숙하게 볼 수 있는 ‘딥 다이버’를 쓴 채 군인들과 함께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수십만의 시민들이었다.
그들은 공원 한가운데 가만히 서서 딥 다이버로 영화라도 보고 있는 것처럼 간헐적으로 몸을 움찔대거나 소리를 지르고 있었는데, 수십만의 사람들이 똑같은 장비를 머리에 뒤집어쓴 채 같은 타이밍에 소리를 지르고 주먹을 내미는 모습은 마치 기계 문명에 지배당한 미래 인류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다.
‘뭐, 신경 쓰지 말자.’
그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던 헤이스팅스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음을 애써 무시하며 자신의 점심 도시락에 집중하기로 했다.
오늘 그가 싸 온 도시락은, 그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최고의 샌드위치였기 때문에.
훈제 칠면조와 살라미 햄, 아침에 자른 신선한 토마토와 상추, 냄새는 조금 고약하지만, 그 안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하얀 고급 치즈까지.
그가 좋아하는 것만을 꽉꽉 눌러 담은 샌드위치 위에는 그가 직접 적은 메모 위에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헤이스팅스의 점심 도시락.
절대절대절대 건드리지 말 것.]
오늘 종일 이 샌드위치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했던 그는 샌드위치가 담긴 도시락 통을 열어 안에서 풍겨나오는 깊은 햄 향기를 맡았다.
그리고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샌드위치를 베어 물으려 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았!!!”
“Yeeeeeeeeeeeeeaaaaahhhh!!”
“즈라드! 즈라드! 즈라드!”
그 순간, 옆에 있는 수십만 명의 관중들이 한 번에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깜짝 놀란 헤이스팅스는 그 소중한 샌드위치를 바닥에 떨어트릴 뻔했다.
그러자 그는 분노한 표정으로 관객들이 있는 방향을 향해 투덜거렸다.
“아니 어차피 딥 다이버로 뭔가 볼 거면 왜 여기 모여서 X랄들이야!? 그냥 집에서 보던가!”
그는 자신의 소중한 샌드위치를 보았다.
거기엔 바닥에 떨어트리지는 않았지만, 당황하여 꽉 쥐는 바람에 정갈히 담아놓은 내용물이 밖으로 튀어나온 샌드위치가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기분을 조금 상하게 했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자신이 이 공간에서 샌드위치를 멋는 것에 대해 누구도 자신에게 항의할 수 없는 것처럼, 저들이 센트럴 파크를 어떻게 사용하던 자신이 뭐라고 할 권리는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다시 한번 샌드위치를 베어 물려던 그는 이번엔 군중 한가운데 모여있는 군인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동작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좋아. 주목해라.”
도람푸 대통령의 적극적인 도입 이후로 이제는 미군의 상징적인 표준장비가 된 ‘워 다이버’를 쓰고 있는 장교가,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들의 앞에 있는 병사들을 향해 브리핑을 시작했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지금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하는 적은 우리가 평소에 상대하던 ‘인간’과는 다른, 말 그대로 상상 속의 몬스터들이다.
그리고 우리의 훈련은, 그런 상상속의 몬스터들과 싸우는 데 특화된 훈련은 아니었지.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오늘 우리가 참여하는 이 작전에서 쌓을 수 있는 경험치는, 앞으로의 작전 수행에 개미 눈곱만큼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지금도 미군들 중 누군가는 이번 작전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왜 국가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미군이, 이런 장난 같은 이벤트에 참여해야 하느냐고.
고작 게임회사에서 하는 이벤트 따위에, 우리가 왜 힘을 보태야 하냐고.
하지만 적어도 여기 모인 내 부하 중에 그런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겠지.
너희는 모두 이번 작전에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이번 이벤트가 끝나면 PTW에서 지급하는 두둑한 참가 보너스를 받기로 했으니까.
내말이 틀린가?”
“맞습니다!!”
“하지만 그런 보너스 같은 금전적인 보상이 아니더라도, 난 이번 작전에 기꺼이 참여했을 거다.
아는 사람은 알고 있겠지만, 난 4년이 넘는 시간을 아프간의 최전선에서 테러리스트와 맞서 싸우며 지냈지.
그 긴 시간 동안, 난 작전에 나설 때마다 워 다이버의 지원을 받아 적 스나이퍼가 숨어있는 곳을 찾아내 공격하고, 접근하는 거수자가 품 안에 무기를 숨기고 있다는 정보를 전달받고, 길거리에 숨어있는 테러조직 지도자의 페이스 스캔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받았지.
워 다이버가 도입된 이후로, 시민으로 위장한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에 의한 미군 사망자 수는 말 그대로 극적으로 줄어들었다.
그들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한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워 다이버의 인공지능은 그런 그들의 동공 움직임까지 판단하여 지금 접근하는 인물이 겉옷 안에 폭탄 조끼를 입고 있는지, 아니면 AK를 숨기고 있는지를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준으로 알려주곤 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임무를 수행하고 나면, 언제나 막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PTW에서 미군에 무상으로 제공한 게임들이었다.
때로는 작전에 사용하던 워 다이버를 그대로 쓴 채로, 때때로는 미군 훈련용 PRD를 사용해서, 난 미국에 있는 내 아들과 함께 PTW의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
PTW가 있었기 때문에, 우린 작전에 투입되기 전에 가상으로 구현된 적 주둔지에서 테러리스트의 전투 패턴을 100% 구현한 AI들과 가상 전투를 벌이며 작전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
PTW가 있었기 때문에, 우린 그 먼 아프간 사막에서도 고향에 있는 가족들과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PTW가 있었기 때문에, 우린 일반 병사임에도 네이비 씰이나 델타 포스 대원들과 가상 전투를 벌이며 자신의 전투력을 키울 수 있었다.
PTW가 있었기 때문에, 우린 아무런 긴장감 없이 졸면서도 경계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고.
PTW가 있었기 때문에, 우린 차량 정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AR 교범의 지도를 받아 사막 한가운데서 고장 난 장비를 수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PTW가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도와달라고.’
세상 사람들은 PTW의 게임이 얼마나 재미있고 대단한지만을 이야기하지, 그것이 끼치는 사회적 영향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지.
모두가 우리를 기름 때문에 타국을 침략한 침략군이라 말할 때, PTW에서는 EOD라는 게임으로 우리가 얼마나 현지 시민을 테러단체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게임들을 플레이 해본 사람들은 내가 입은 군복을 보며 이야기했지.
‘전 EOD를 플레이해 보았습니다.
비록 게임 속의 내용이긴 하지만, 그곳은 정말 끔직한 곳이었죠.
정말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지금 미군에게 있어서, PTW는 그런 회사라고 생각한다.
비록 미국의 회사가 아니라더라도, 미국의 그 어떤 방산 업체보다 미군의 목숨을 많이 살려낸 회사.
사막 한가운데서도 판타지 세계 속 들판을 거닐며 잠시나마 초원의 푸르름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회사.
그 어떤 미국 기업보다, 미군에게 많은 지원을 해 주고 있는 회사.
그리고 이번 이벤트에서도, 그냥 모형 총을 들고 총 쏘는 시늉만 하는데 몇 달치 월급을 보너스로 펑펑 쏘아대는 회사.
너희들에게 묻겠다.
내가 아는 미군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인간들인가?”
“아닙니다!”
“내가 아는 미군은, PTW에게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은 인간들인가?”
“아닙니다!”
“내가 아는 미군은, 앞으로 이 월드 이벤트에 참여할 전 세계 어느나라의 군대보다 진심으로 이벤트에 참여할 인간들인가!?”
“맞습니다!!”
“그럼 가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진심을 담아서.
여기 모인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그들이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을 현실이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자!
미국을 위해!
시민을 위해!
그리고 PTW를 위해!”
“우오오오오오오!!!”
“으아아아아아!!!”
“Yeeeeeeeeeeaaaah!!!”
“P!!T!!W!! P!!T!!W!!!!”
“이번 작전에서 우리의 임무는 적이 중간에 소환하는 지상 병력에게서 최대한 많은 시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비록 사용되는 총기는 진짜 탄환이 나가지 않는 모형 총기이지만, 반동이나 무게는 실총과 같은 물건이니 장난으로라도 시민에게 겨누지 말도록.
그리고 아군 병사가 맞지 않도록 조심하라.
실제로 죽지는 않겠지만, 아군의 탄환에 맞은 병사도 이벤트에서 사망처리 되니까.”
“알겠습니다아아!!”
우렁차게 외치는 수천 명의 병사를 보며, 헤이스팅스는 자신도 모르게 샌드위치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병사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뭐, PTW가 PTW 하는거지.
자넨 뉴스도 안 보나?”
어느새 그의 곁에 다가와 말을 거는 노숙자를 보며, 헤이스팅스가 물었다.
“PTW라면 그 실물 크기 로봇을 만들었다는 게임회사 말입니까?”
“알긴 아는가 보네?
그보다 자네 이거 먹을 건가?”
헤이스팅스가 바닥에 떨어진 샌드위치를 보며 묻는 노숙자를 보며 고개를 가로젓자, 그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샌드위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손으로 몇 번 털더니, 크게 한입 베어 물으며 말했다.
“호흘흔 흐 히티허을휴헤허 힉 히헨흐하 힜흣 할히헤.”
“삼키고 말하세요. 삼키고.”
“꿀꺽. 오늘은 그 PTW에서 빅 이벤트가 있는 날이지.
거의 한달 내내 뉴스에서 지겹도록 틀어준 내용인데, 몰랐단 말인가?
그나저나 이 샌드위치 정말 맛있군.”
“어떤 이벤트입니까?”
“저 딥 다이버인가 뭔가 하는 장비를 써야 보이는 가상의 괴물에 맞서서, 미군과 PTW가 함께 뉴욕시를 방어하는 이벤트이지.
입장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딥 다이버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벤트를 관람할 수 있으니 엄청난 인파가 몰린 거야.”
“근데 왜 저렇게 군데군데 자리를 비워놓은 거죠?”
“아마도 저 자리엔 딥 다이버를 써야 보이는 미군 장비들이 놓여 있겠지.
나야 맨눈이니 볼 수 없지만.”
“장비라면 그냥 가져다 놓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센트럴 파크 한복판에 미 육군이 쓰는 장비를 그대로 가져다 놓으면 환경 보호 단체에서 가만있겠나?
가져다 놓는 과정에서 잔디밭이 죄다 망가질 텐데?”
“그래서 병사들만?”
“그런 거겠지.
그나저나 나 같은 노숙자도 다 아는 빅 이벤트를 모르다니, 뉴스는커녕 신문도 안 보는 사람인가 보군?”
“최근에 회사일 때문에 좀 아주 바빠서 그랬습니다.
그리고 알았다고 해도, 딱히 진짜도 아닌 이벤트에 그리 신경 쓰고 싶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그래? 그런 것 치고는 눈을 반짝이며 보는 것 같은데.
이렇게 맛있는 샌드위치까지 놓치면서 말이지.”
노숙인이 나머지 샌드위치를 입에 털어 넣으며 말했다.
“사람들은 뉴스에 나오는 것이라면 그게 합성된 화면이든 만들어진 영상이든 그대로 믿어버리지.
저기 모인 수십만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오늘의 이벤트는 진짜 벌어지는 이벤트나 다름없을 테고.”
“하지만 가짜잖아요? 만질 수도 없고요.”
“그럼 만약 진짜로 고질라같은 괴물이 뉴욕시에 나타나 도시를 박살 내고 있다면, 자네는 가까이 가서 그 괴물을 만질 수 있나?”
그 황당한 질문을 들은 헤이스팅스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목숨이 아까우면 가까이 가지도 않겠죠.”
“그럼 어차피 그것도 못 만지고 눈으로만 봐야 하는 건 마찬가지지.
실제로 코끼리나 고래를 만져보지 않은 사람도, 아니, 만져보기는커녕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 사람들도 코끼리와 고래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아.
내가 평생 그것을 만질 일이 없다고 해도, 내가 그것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면 그건 내 세계에 존재하는 진짜인 거지.
저기 모인 사람들은, 설사 그것이 진짜이든 가짜이든 간에 자신의 눈으로 그 멋진 싸움을 보고 싶어서 모인 사람들이고.
결국 저것 역시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행위의 연장선이란 말이지.”
“그런 가상의 존재보다 신경 써야 할 것이 현실의 세계에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것도 맞는 말이야.”
그렇게 말한 노숙자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현실보다, 저들이 만들어낸 허구의 세계가 훨씬 즐거워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
그렇지 않나?”
그의 시선은, 주먹을 불끈 쥔 채 마치 홀린 것처럼 허공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이고 있는 수십만의 시민들을 향해 있었다.
그런 그들의 표정은, 오늘의 이벤트가 진짜인지 허구인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행복과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노숙인은, 그런 그들의 표정을 부럽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헤이스팅스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노숙자가 물었다.
“어디 가나?”
“사무실에요. 아마도 작업용 딥 다이버가 있을 겁니다.”
“좋겠군.”
“두 대를 가져올 겁니다.
제가 아까 최근에 회사에서 좀 바쁘다고 했었죠?
그건 갑작스레 한명이 관둬서 그런 거였습니다.
그러니 아마 그 직원이 작업용으로 쓰던 딥 다이버가 여분으로 한 대 더 있겠죠.
여기서 기다리시면, 바로 가져오도록 하죠.”
“그게 정말인가?”
“저들이 있는 세계가 우리가 사는 세계보다 훨씬 행복한 세계라면서요?
그럼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즐길 수 있는 편이 좋겠죠.
이벤트에 대해 잘 아시는 것 같으니, 저한테 해설해 주실 분도 한명 필요하고요.”
그러자 노숙자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해주지. 얼마든지 해 주겠네!
내가 비록 꼴은 이래도 오늘 벌어지는 이벤트에 대해서는 엄청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최고의 해설자를 얻었다고 생각하고 딥 다이버나 가져오라고!”
고개를 끄덕인 헤이스팅스는 전력으로 달려가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캐비닛에서 자신의 딥 다이버와 그만둔 직원의 딥 다이버를 꺼낸 뒤, 센트럴 파크로 돌아왔다.
거기엔 무언가의 변화라도 있었는지, 분주한 동작으로 진형을 정비하고 있는 수많은 관객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고맙네. 내 이걸 진짜 내 눈으로 보게 될 줄이야.
친구들에게 평생 자랑할 수 있겠어!”
노숙자가 딥 다이버를 뒤집어쓴 모습을 본 헤이스팅스는 자신도 머리에 딥 다이버를 뒤집어썼다.
그리고는 전원을 올리자, 그의 눈 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호출되었다.
[현재 본 지역에서 진행 중인 무료 참가 이벤트가 확인되었습니다.
해당 이벤트는 PTW에서 제공하는 Knights of Honor관련 월드 이벤트입니다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시겠습니까?]
그가 허공에 떠 있는 [YES]라고 쓰인 버튼을 터치하자, 그 즉시 앱의 다운로드가 시작되기 시작했다.
유선은 물론 무선 속도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PTW의 ‘새 인터넷’을 통해서.
순식간에 다운로드가 완료되자 헤이스팅스는 긴장된 마음으로 관객들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허공을 보며 비명을 지르고, 기쁨의 환호성을 내뱉으며 만세를 부르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옆에서 관객들을 보호하며 어디론가 열심히 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는 미군들.
수십만이 동시에 참여한 거대한 판토마임 같은 그 모습을 보던 헤이스팅스는 조용히 PTW에서 배포한 이벤트 어플리케이션을 실행시켰다.
그러자 엄청난 폭음과 함께, 그의 눈앞에 현실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X친, 저 인간들은 지금까지 이걸 보고 있었던 거야?’
멀리서도 확연하게 드러나는 존재감을 내뿜고 있는 15m짜리 거대한 로봇들.
그리고 그런 로봇들의 근처에서 괴성을 지르며 시민들을 향해 돌진하는 10m 크기의 작은 괴물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미친 듯이 화력을 퍼붓고 있는 미군들의 모습과, 그런 미군들의 통제 아래 일사분란하게 안전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관객들.
도저히 허구의 산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그 이질적인 광경을 보며, 헤이스팅스는 넋이 나갈 수밖에 없었다.
“거기가 아니야. 저길 봐야지.”
그때, 자신의 옆에서 함께 이벤트를 지켜보던 노숙인이 헤이스팅스의 옆구리를 찌르며 한쪽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곳을 바라본 헤이스팅스가 입을 떡 벌리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거대한 로봇들과 미군 장비들을 마치 장난감처럼 보이게 만들 정도의 커다란 몬스터가, 센트럴 파크 한가운데서 맹렬히 공격받고 있었기 때문에.
“저, 저게 뭐죠?”
“저게 이번 이벤트에서 물리쳐야 할 보스, ‘현무’일세.”
“핵 없이 잡을 수 있긴 한 겁니까? 저거?”
“가능하겠지. 맨해튼 한가운데서야 건물에 피해가 갈 수 있으니 무기 사용에 제약이 있었지만, 여기처럼 개방된 공간이면 어느정도 강한 무기도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보게.”
그가 말을 마치는 순간, 공원 저편에 배치된 M1A2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그러자 초고속으로 날아간 포탄에 맞은 현무가 분노의 포효를 내뱉으며 머리 위에 거대한 마법진을 소환했다.
[광역 공격이 온다!]
[오다씨!]
[오케이! 내가 막는다!]
순간 홀리 프레일이 들고 있던 방패를 공중으로 집어 던졌고, 방패에서 튀어나온 수십 개의 기둥이 사방에 박히기 시작했다.
[광역 보호 영역(wide area protection field) 전개!]
그러자 마치 피뢰침처럼 센트럴 파크 곳곳에 박힌 그 기둥들에서 거대한 에너지 필드가 생성되어 주변 지역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마법진에서 튀어나온 수많은 빛줄기가 센트럴 파크를 뒤덮은 에너지장에 충돌했다.
그것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센트럴 파크의 존재 자체를 걱정해야 할 만큼 거센 공격이었지만, 작전에 참여한 나이츠들은 오히려 공격 전보다 거센 공세를 현무에게 퍼붓기 시작했다.
[프리딜이다!!]
[조져!! 죽여!! 아주 작살을 내버려!!]
[랑그릿사! 전 화력 전개!]
[이 X새끼 이제 그만 버티고 좀 뒈지라고오오!!]
방어에 참여 중인 홀리 프레일을 제외한 11대의 나이츠가 전력으로 퍼붓는 합동 공격.
그것은 얼핏 보면 무질서한 폭력처럼 보일 수 있었지만, 조금만 자세히 보면 그 안에 더해진 수없이 많은 훈련의 노하우를 볼 수 있는 공격이었다.
“합이 진짜 딱딱 맞네요.”
자신이 가하는 공격의 유효 범위와 지속시간을 정확히 아는 상태에서 아군 나이츠의 공격까지 고려하여 설계된 연격(聯擊)은 거의 콤마초 단위의 간격을 두고 절묘하게 맞물려 들어가고 있었다.
거대한 양날 도끼가 지나가며 베어낸 틈 사이로 미사일을 박아넣고, 그 위에 뇌전이 깃든 창을 쑤셔 박는 식으로.
그것은 비록 가상의 전투임을 알고 있음에도, 공격받는 상대가 걱정된 정도의 위력을 보여주는 기술이었다.
“잘 보면 한 대는 아직 전투에 참가하고 있지 않지.
저들의 연계는 저걸로 끝이 아니야.”
“큰거 한방이 더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적어도 내가 가전 매장에 있는 TV를 통해 본 내용으로는 그러했네.
얼핏 보면 저 공격 중에서 가장 강한 공격은 붉은 로봇이 사용하는 거대 도끼를 사용한 공격처럼 보이지.
하지만 진짜 강한 공격은, 그 도끼를 사용해서 펼치는 합체 공격이야.
지금의 맹렬한 공세는, 오직 그 공격을 성공시키기 위해 펼치는 밑준비에 불과하다고.”
일점 집중(一點集中).
나이츠에 대해 잘 모르는 헤이스팅스가 보아도, 나이츠들의 공격은 그 거대한 현무의 단 한 지점을 향해 집중되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돌을 쪼개기 위해 정의 끝이 들어갈 홈을 파고 있는 것처럼.
결국 그 집요한 공격은 그 강력한 현무의 피부를 갈라내는 데 성공했다.
[현민 씨!]
[압니다! 근데 높이가 모자라!]
[절 밟고 뛰세요!]
딥 다이버의 헤드셋 유닛을 통해 들려오는 나이츠 파일럿들의 다급한 대화가 끝나자마자, 한 나이츠가 양손에 든 무기를 바닥에 던지고는 팔을 크게 위로 뻗었다.
그러자 그쪽으로 달려온 붉은색 로봇이 점프를 하더니 팔을 뻗은 로봇의 손바닥을 밟았다.
순간 팔을 뻗었던 로봇이 엄청난 굉음과 함께 찌그러지는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는 강철로 된 관절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기괴한 소리를 내며 힘차게 전신을 쭉 뻗었다.
[가라아아아아아!!]
[뒈져라! 이 고래회충아!!]
그 순간, 거의 던져지다시피 공중으로 날아오른 붉은 로봇이 자신의 팔에 들린 거대 도끼를 하늘 위로 높게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전신의 무게를 실은 채 동료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틈 사이에 거대한 도끼를 그대로 박아넣었다.
그것은 거대한 건물을 그대로 두동강 낼 정도의 강맹함을 가진 공격이었지만, 아쉽게도 현무는 그 커다란 도끼로 상처 내기엔 지나치게 거대한 몸집을 가지고 있었다.
“실패인가?!”
그 모습을 보던 헤이스팅스가 자신도 모르게 벤치에서 일어나며 외치자, 옆에 있던 노숙자가 그의 옷을 잡아끌었다.
그리고는 웃음이 담긴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아직이야.”
“하지만 저건 그냥 수박에 커터칼을 박은 수준의 공격이 아닙니까!”
“저 덩치를 생각해보면 그렇겠지.
하지만 아까도 말했지 않나?
저들이 가진 가장 강한 기술은, 바로 합체 기술이라고.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기술이 나올 타이밍이지.”
헤이스팅스는 노숙자가 다른 방향에 있는 나이츠를 가리키는 것을 보았다.
거기엔 전신이 보라색으로 물들어있는 거대한 로봇이, 주변을 가득 메운 마법진 한가운데서 양손을 뻗어 현무가 있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국지 지역에 대한 임펄스 그래비티 에리어 시전 완료.
낙하 좌표 및 낙하 대상의 무게를 확인.
장거리 소환을 위한 차원문 전개.
대상 좌표 확인.
아군 나이츠 즈라드의 메인 장비 ‘머갈통 분쇄기’를 최종 낙하 지점으로 설정.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마력계 나이츠 사일러스의 최종 오의.
미티어 스트라이크(Meteor Strike).
지금 바로 갑니다!]
그 순간, 헤이스팅스와 이 자리에 모인 수십만의 관객들은 동시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보고 있는 시야의 위쪽에서, 대낮의 태양 빛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의 엄청난 빛줄기가 뿜어져 나왔기 때문에.
그들은 즈라드가 양날도끼를 박아넣은 바로 그 자리 위에 눈 부신 빛과 함께 거대한 검은색 포탈이 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얼핏 봐도 우주 공간 어딘가와 연결된 것이 분명해 보이는 그 공간 속에서 서서히 기어 나오는 거대한 운석의 모습도.
그것은 단순한 물리력만으로 고금 이래 마법이 등장하는 수많은 매체에서 수많은 마법사의 궁극 마법 자리를 꿰찼던 대마법사의 상징과도 같은 마법이자,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재앙 같은 마법.
미티어 스트라이크(Meteor Strike)였다.
“아니 저런 걸 이 자리에서 쏘면 뉴욕을 날릴 생각인가?!”
순간 헤이스팅스는 이것이 가상의 이벤트라는 것도 잊은 채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러자 옆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노인이 헤이스팅스를 진정시켰다.
“진정해. 저건 그리 크지 않다고.”
잘 보니 소환된 운석의 크기는 잘 봐줘야 이층집 크기에 불과했다.
게다가 원래대로라면 우주에서 지구로 향하는 과정에서 운석에 더해졌어야 할 엄청난 중력 가속도도 더해져 있지 않았고.
그러나 그런 모든 것을 제외하더라도, 우주에서 소환된 수백 톤짜리 바위에 맞는다는 것은 그 거대한 현무조차 유요타를 걱정해야 할 정도의 위력을 품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아!!-
위험을 알아차린 현무는 입을 벌려 낙하하는 운석을 향해 브레스를 쏘아내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홀리 프레일이 펼쳤던 광역 보호막이 사라지며 미군의 전차들이 일제히 불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턱을 노려!”
“절대 입을 벌리게 하지 마라!”
“쏴! 죽여! 조져!”
공원에 있는 미 육군만이 공격을 했다면, 현무의 브레스를 막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정확한 타이밍에 도착한 7함대의 전투기 편대가 자신들이 가진 미사일 전부를 현무의 턱에 박아넣었고, 현무는 인류 최강의 군대가 자신에게 처박은 엄청난 화력에 결국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크워어어어어어어!!!!!-
결국 브레스를 쏘는 데 실패한 현무는 이번엔 마법진을 소환하여 방어막으로 대응하려 했지만, 그것도 성공하지는 못했다.
이미 현무의 방어 패턴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나머지 파일럿들이, 마법 진이 생성되려는 타이밍에 맞춰 미친 듯이 허공에 공격을 퍼부었기 때문에.
그러자 원래는 수십 겹으로 펼쳐졌어야 할 보호막의 두께가 단 몇 겹으로 줄어들었고, 사일러스가 소환한 운석은 그 보호막을 얇은 유리창처럼 깨부수며 현무를 향해 낙하했다.
그 운석이 향하고 있는 그 자리엔, 즈라드가 박아넣은 거대한 양날 도끼의 날이 마치 바위에 박힌 정처럼 그 머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잘려라아아아아아아!!!]
“잘려라아아아아!!!”
[뒈져어어어!!]
“죽어어어!!!”
[제발 뒈지라고오오오!!]
12명의 나이츠 파일럿이 동시에 외치는 간절한 외침과 수십만의 관객들이 지르는 함성이 섞인 센트럴 파크는 마치 수십만의 엑스트라가 참가한 영화의 클라이막스 장면을 연상하게 만들고 있었다.
모두의 간절함이 하나로 모여 말도 안되는 기적을 이루어내는, 그런 고전 영화의 클라이막스 같은 장면을.
그리고 그 염원에 화답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즈라드의 양날 도끼 위에 내리 꽂힌 운석은 그 엄청난 무게로 도끼날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악!!-
고통을 못 이긴 현무가 그 거대한 육체로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자, 12대의 나이츠가 일제히 현무의 몸에 달라붙었다.
그리고는 전신에 있는 부스터에서 불꽃을 뿜어내며 현무의 동작을 필사적으로 제어하기 시작했다.
[우리 무게를 다 합치면 500톤이 넘는다 이 개자식아!!]
[꿈틀 대지 말라고!!]
뒤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 같은 그 처절한 전투 속에서, 그 장소에 있는 모두는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들로 뽑혀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에 참가해 수억 명이 지켜보는 이벤트의 주인공이 되어야 했던 12명의 나이츠 파일럿들도.
수백 미터 짜리 가상의 몬스터가 뉴욕을 습격한다는 말도 안 되는 허구의 작전에 참여하여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도시와 시민들을 보호하려 싸웠던 미군 병사들과 조종사들도.
그리고 이 이벤트에 참가하여 수없이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끝까지 이벤트를 지켜보고 있는 수백만의 관객들도.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 거대한 이벤트 속에서, 그들 모두는 하나 되어 싸우고 있었다.
-서걱!-
그리고 마침내, 그 단단한 뼈로 최후의 저항을 하고 있던 현무의 머리가 잘려나가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의 귀에 마치 거대한 고기가 썰려 나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수백만이 참여한 이 이벤트가, 인류의 승리로 끝나게 되었다는 승리의 소리였다.
“죽었다아아아아!!”
“X바아아아알!!”
“미국이 이겼다아아아!!”
[마수 ‘현무’의 격퇴를 확인하였습니다.
방어전에 참여해주신 미국의 용감한 병사들과, 세계 최초의 AR 도시 침공 이벤트에 협조해주신 미 정부.
그리고 이 이벤트를 세계에서 가장 멋진 이벤트로 만들어주신 수많은 참가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현재 타임스퀘어 광장에 PTW에서 준비한 환영 파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부디 참가자들께서는 모두 모여 PTW가 준비한 축제 음식을 맛보며 즐거운 승전 파티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Fu○k the hell Yeeeeeeahh!!”
“X바아아아알!!!”
“We Wooooooooon!!!!!!”
“으아아아아!!”
“U!!!S!!!A!!! U!!!S!!!A!!!”
“미군 최고오오!!”
“군인 아저씨들도 뒷풀이나 갑시다아아!!”
우는 사람.
절규하는 사람.
조금 전까지 몬스터를 향해 격렬히 사격하던 병사들을 붙잡고 헹가래를 치는 사람.
그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평생 잊지 못할 강렬한 추억을 남겨준 이 이벤트는, 수백만 명의 참가자가 배불리 먹고 남을 정도로 준비된 엄청난 음식들과 그날 밤 내내 뉴욕 하늘을 대낮처럼 환히 밝힌 화려한 불꽃놀이로 마무리되었다.
무려 수백만 명이 종일 먹어도 넘쳐날 정도의 음식과 술들.
그리고 그 술자리에서 풀어낼 엄청난 이야깃거리들.
각자의 위치에서 보았던 이벤트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는 수많은 관객들과, 항구에 정박한 7함대에서 뒤풀이에 참여한 미군들까지.
월드컵 우승 축제보다 더 신나 보이는 그 화려한 뒤풀이를 보며, 인터넷으로 방송을 지켜봐야 했던 수많은 시청자는 부러움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뒷풀이의 하이라이트는, PTW에서 준비한 컨테이너가 열리며 안에서 등장한 실물 크기의 트레이닝 용 나이츠와 그것을 조종했던 나이츠 파일럿들의 합류 장면이었다.
“으아아!! 즈라드다아아아!!”
“사일러스다아아!!”
“현희 씨!! 싸인해주세요오오!!”
헐리우드의 슈퍼스타처럼 등장한 파일럿들은, 방송에서 보던 그 나이츠 슈츠를 입은 채 실물 크기 나이츠의 안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리고는 PTW에서 준비한 안전요원들의 통제 아래, 그들의 등장에 환호하는 팬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비록 실물 같은 기동은 불가능하지만 크기는 실물과 똑같은 트레이닝용 나이츠의 모습과, 오늘 이벤트에서 전력으로 시민들을 지키려고 했던 파일럿들은, 안 그래도 흥분한 팬들의 마음을 녹여버리는 동시에, 멀리서 인터넷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아야만 했던 시청자들의 부러움과 질투를 사기에 충분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 진짜 개 부럽다아아아!!!-
-진짜 안간게 너무 후회된다.
적금 깨서라도 갈걸.ㅠㅠ-
-X발!!! 내가 저기 갔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안 하나?-
-다음 어디임?-
-이게 월드컵보다 관광객 유치 효과가 좋을 듯?-
-와 씨 대체 몇백만 명이 먹고 노는 거야.
PTW 지하에는 금찍어내는 기계라도 있나?-
-다음 이벤트는 서울에서!!!-
-서울 놈들은 죄다 서울이 다 먹어야한다고 하네.
야. 지역 균형 발전 모름?!
다음 이벤트는 당연히 붓싼에서 해야한다!-
-대전 아님? PTW 파크도 대전에 있잖음.-
-대전은 PTW 파크 있으면 됐지 어딜 월드 이벤트까지 욕심내냐?!
PTW 덕분에 노잼 도시 벗어나더니 정신 나갔음?!-
-그나저나 월드 이벤트 부럽다.
뉴욕 시내에서 뛰어다니는 나이츠도 멋졌고, 게임 안에서는 미군 지원 같은 게 없으니까 그것도 엄청 부럽네.
진짜 영화 같았어.-
-영상 편집해서 극장에서 개봉해도 보러 갈 듯.-
그렇게 채팅에서 참가자에 대한 부러움을 토로하던 유저들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PRD앞으로 돌아갔다.
비록 뉴욕 이벤트와 똑같은 느낌은 경험할 수 없을지 몰라도, 비슷한 느낌이라도 체험해보기 위해.
그리고 그렇게 PRD로 KOHA에 접속한 팬들은 PTW에서 준비한 메시지를 보며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월드 이벤트 체험을 한 특별 시나리오 맵 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유저분들께서는 해당 맵에서 작전에 참여한 퍼스티스트 멤버의 기체를 직접 몰거나, 관객의 시점에서 이벤트를 지켜보거나, 혹은 자신의 오리지널 기체로 이벤트에 참가하실 수 있습니다.
1억 3천만 명을 실시간으로 흥분시킨 전 세계 초유의 빅 이벤트를, PRD와 KOHA를 통해 온몸으로 체험하시길 바랍니다.]
그것은 참가자부터 시청자까지, 말 그대로 모든 이들을 ‘완벽히’ 행복하게 만드는, 게임회사가 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축제의 마무리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