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1. 이름이 가지는 무게만큼
상혁이 말했던 것처럼, 전 세계의 주요 언론사에서는 시간과 관계없이 긴급 속보로 5차 NE 컨벤션에 관한 내용을 다룬 특별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었다.
어떤 방송사에서는 긴급 속보의 형태로, 그리고 어떤 방송사에서는 TV쇼의 형식으로.
심지어 PRD와 새 인터넷이 서비스되고 있지 않은 중국에서까지 긴급 속보를 진행할 정도로, 이번 5차 NE 컨벤션의 쇼케이스가 가져온 여파는 폭풍처럼 전 세계를 휩쓰는 중이었다.
[오버 테크놀러지 업체의 선두주자 PTW. 5차 NE 컨벤션의 쇼케이스에서 실물 크기 거대 로봇을 공개!]
[PTW의 거대 로봇 ‘나이츠’.
새로운 미래 병기의 출현인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용 장비의 등장인가?]
[방산 업체 전문가와 함께하는 ‘나이츠’의 전략 전술적 가치에 대한 심층 분석!]
[대한민국 정부. PTW에서 기습 공개한 ‘나이츠’에 대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 National Security Council) 진행.]
물론 PTW에서 공개한 것이 단순히 로봇 형태를 가진 장난감 같은 물건이었다면 이토록 주목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PTW의 ‘나이츠’는 확실한 전략 전술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병기’처럼 보이는 물건이었기에, 각국의 언론에서는 일제히 나이츠에 대한 특집 방송을 진행하며 대한민국에서 개발한 차세대 병기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같은 시각, 미국 백악관 웨스트 윙 지하에 있는 백악관 상황실(White House Situation Room)에서도, PTW에서 공개된 나이츠에 대한 회의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이 정도로 상황이 진행될 때까지 DARPA(국방고등연구계획국)에서는 아무것도 파악하지 못했단 말인가?
적어도 DARPA라면 PTW와 어느정도 커넥션이 있었을 텐데?”
“DARPA와 PTW간의 커넥션은 워 다이버 개발 때의 기술 제휴 때문에 만들어진 연결고리입니다.
설마 DARPA에서도 PTW에서 저런 정신 나간 물건을 만들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겠죠.”
“분석팀 보고는?”
“일단 공개된 영상을 통해 DARPA 소속 전문가들이 긴급 분석을 완료했습니다.
지금 바로 영상 보고를 통해 결과를 받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원래대로라면 직접 이곳으로 불러 보고를 진행해야 하지만, 긴급을 다투는 상황이므로 부득이하게 영상 연결을 통해 보고를 진행하려하니 그 부분에 대해서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복을 입은 남자의 보고를 들은 로 바이던 미국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자, 삐익 하는 비프음과 함께 방 안에 있던 군복 차림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DARPA 국장 자레드 더들리 씨와 통신을 연결합니다.”
그러자 상황실의 거대한 모니터 속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한 남자가 등장했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 각하.
DARPA 산하 D.S.O(Defense Science Office) 소속 TALOS 연구국 국장 자레드 더들리입니다.
통신을 통해서나마 만나 뵙게 돼서 무한한 영광입니다.”
“나도 반갑네. 그런데 TALOS는 뭐지?”
“전술 공격 경량 작전 대원 슈트(Tactical Assault Light Operator Suit)의 약자입니다.
일종의 슈퍼 솔져를 위한 강화 슈트 개발 관련 프로젝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준비한 분석 자료를 보고하게.”
“예.”
더들리는 준비한 영상 자료를 재생시키며 대통령 앞에서 자신과 팀원들이 분석한 내용을 브리핑했다.
그것은 세계 최고의 군사 무기 기술 개발자들이 분석한, ‘나이츠’에 대한 병기로서의 평가가 담겨 있는 보고 내용이었다.
“PTW는 현재 미군과 워 다이버 및 병사 훈련용 PRD에 대한 공급 계약이 진행되어 있고, 그에 따라 대한민국의 PRD 본사에는 미군에서 파견한 병사가 24시간 상주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나이츠의 공개 직후 해당 병사를 통해 PRD측에 나이츠의 스펙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요청했으며, PTW의 협조를 받아 해당 자료를 건네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쪽은 PTW에서 건네준 나이츠란 이름의 새로운 ‘제품’에 대한 구체적인 스펙입니다.”
그러자 화면에 떠 있는 글자들을 보던 바이던이 더들리에게 질문했다.
“잠깐, 저게 제대로 된 스펙이 맞나?
동력 공급이 정지된 상태에서 최대 운용 시간이 2분 30초밖에 되지 않는다고?”
“구체적으로는 나이츠마다 다르지만, 최대 시간은 그 정도라고 합니다.
무거운 기종은 그것보다 훨씬 짧다고도 하고요.”
“실탄도 발사하던데, 무기에 대한 스펙은 없나?”
“그것도 받았습니다. 이쪽이 나이츠가 사용하는 실탄계 무기의 대략적인 스펙입니다.”
“흠···. 숫자만 보아서는 잘 모르겠는데, 아군의 무기와 비교하면 어느정도인가? 예를 들면 M1A2 전차가 사용하는 포탄과 비교한다면?”
“훨씬 약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 정도 위력의 탄환이면 능동형 반응장갑이 아닌, 일반 장갑으로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이죠.
탄 자체가 관통력이 아닌 외형적인 폭발 효과와 반동을 만들어내는 데만 특화된 물건입니다.
말하자면 실탄같이 터지는 폭죽을 쏘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말은, 저 엄청나 보이는 신 병기의 실제 전략적 가치가,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말인가?”
“그런 수준을 넘어서, 저걸 ‘병기’라고 불러야 할지가 의문인 수준이죠.
그래서 저도 조금 전 ‘병기’라는 표현이 아니라 ‘제품’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거고요.
물론 이족 보행 병기 특성상 발이 빠지는 지형만 아니라면 지형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과, 단순한 병기로서의 활용이 아닌, 진지 구축이나 물자 운반 등 다양한 임무에 활용 가능한 범용성이 있다는 부분은 고평가할 만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그 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현대 전차와 비교했을 때, 모든 부분에서 열세인 장비라고 판단됩니다.”
“적혀있는 대로라면 대당 가격이 1200억짜리 물건인데 60억짜리 전차와 싸워서 진다고?”
“아뇨, 실제로 싸움을 붙이면 조건이 갖춰진 상황에서 A2전차를 쉽게 이길 수 있을 겁니다.”
“조금 전엔 A2전차보다 낮은 위력의 탄환을 사용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건 의도적으로 약한 탄환을 사용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사용하는 무기의 탄종을 변경한다면, 현대 전차의 장갑을 무력화하는 탄환을 사용하도록 개조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겁니다.
게다가 탑재된 방어 관련 소프트웨어의 성능은 경악에 가까운 수준이고요.
잠시 영상을 보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자레드가 마우스를 클릭하자, 통신 영상이 나이츠들간의 대결 영상으로 전환되었다.
거기엔 상대 나이츠가 쏘아대는 실탄 계 무기를 상대로, 방패를 든 나이츠가 방어를 시도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영상을 보시면 방패를 든 나이츠가 실탄 공격의 대부분을 막아내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 상당수는, 직격이 아니라 탄을 흘려내는 식으로 방어하고 있죠.
PTW에서 보낸 설명을 따르면, 기본적으로 초고속 카메라 및 각종 센서를 이용해 밀리 세컨드 단위로 탄의 각도와 속도를 파악, 실시간으로 도탄이 나올 수 있는 각도를 계산하여 방패의 각도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 이 기능을 사용해 현대 전차의 포탄을 쳐 낼 수 있다면, 현대 전차가 가진 강력한 관통력은 나이츠 앞에서 별 의미가 없겠죠.
게다가 나이츠가 사용하는 검은 현대 전차가 사용하는 두꺼운 장갑을 힘으로 두 동강 내기에 충분한 무게와 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숫자상의 스펙에서는 현대 전차에 밀릴지 몰라도, 실제로 전투를 진행한다면 나이츠가 최신형 현대 전차에게 승리하리라 판단됩니다.
나이츠의 거대한 크기를 생각한다면, 단순히 내려치는 것만으로도 현대 전차의 가장 큰 약점인 얇은 상부 갑판을 간단히 공격할 수 있을 테니까요.”
“전투기와 싸운다면?”
“저 무거운 무게로는 절대 날지 못할 테니 무조건 전투기가 승리할 겁니다.
원거리 사격이 가능한 나이츠의 경우 헬기 상대로는 어찌어찌 이길 수도 있을 거라고 봅니다만···.
그러나 그 모든 교전은 나이츠가 초고압 충전을 지원하는 경기장 위에 서 있다는 가정에서 성립되는 예상 결과입니다.
전력 공급이 불가능한 야전에서, 나이츠의 전투 성능은 말 그대로 ‘제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그냥 겉만 화려한 무기다? 미군에서 활용할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은 사용되어 있지 않나?”
“세부적인 측면까지 모두 파고 들어가면 엄청난 군사 기술의 보고가 될 겁니다.
방패에 사용된 장갑 기술, 저 무거운 기체를 저렇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게 만드는 가동부의 구조 등.
응용해서 활용하면 얼마든지 더 좋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무더기로 들어간 머신이 바로 나이츠라는 머신이죠.
문제는 나이츠가 그 엄청난 기술을 굉장히 쓸데없는 용도로 사용한 장비라는 겁니다.
애당초 이족 보행 로봇 자체가 굉장히 실전성 없는 병기라는 것을 생각하면 무리도 아니지만···.”
“그럼 나이츠라는 장비를 통해 미국의 안보에 문제가 생길 염려는 없다는 건가?”
“그 어떤 국가도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1200억짜리 티타늄 덩어리를 방어용으로 사용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자 로 바이던 미 대통령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보고는 이걸로 마치도록 하게.
하지만 나이츠 자체는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더라도, 안에 들어있는 기술은 미국의 입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PTW에 연락해서 쓸만한 기술을 미군이 독점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원한다면 DARPA가 보유한 다른 기술과 교환하는 조건도 괜찮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통신은 그것으로 종료되었지만, 회의는 끝나지 않았다.
단순히 국방 및 안보의 측면에서만 해석할 수 없을 정도로, 나이츠란 물건이 전해준 충격이 너무나도 엄청난 것이었기 때문에.
그것은 순식간에 수십조 규모를 가진 세계 스포츠 리그의 규모를 바꿀 수도 있는 잠재 가치를 가진 미래의 엔터테인먼트라 할 수 있었다.
“나도 실시간으로 방송을 지켜보아서 어느정도 알지만, 실로 엄청난 규모의 경기장이더군.
최대 관중 수가 20만이라고 했었나?”
“사실 객석 사이사이의 간격이 꽤 넓은 편이라, 일반 경기장 수준으로 가득 채우면 40만도 수용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관중들의 쾌적한 경기 감상을 위해, PTW에서 일부러 20만 정도로 조정한 것이겠죠.”
“경제적 가치가 엄청나겠군. 전 세계의 이목이 그리로 쏠릴 테니까.”
“PTW에서 공개한 테마파크의 최대 입장 인원은 30만 정도입니다.
그건 연중무휴로 돌아간다는 가정 하에, 연간 1억 이상의 방문객이 입장 가능한 수치이기도 합니다.
물론 평일에 그 숫자가 꽉 차지는 않을 테니 그보다는 방문객이 적겠지만, 그래도 연간 2000만 명 수준인 다즈니 랜드보다는 훨씬 높은 방문객 수를 유치할 수 있겠죠.
이쪽은 다즈니랜드와는 다르게, 전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무이한 게임 전용 테마파크이니까요.
게다가 다른 테마파크는 가지지 못한, PTW 파크만의 독특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게 뭐지?”
“대기 시간이 최소화되어 있다는 겁니다.
관중들은 전원 딥 다이버를 착용한 채로 테마파크에 입장하여, AI의 가이드를 받아 테마파크를 관람합니다.
그 과정에서, 타고 싶은 놀이기구의 예약은 자동으로 진행되고, 가이드가 안내하는 시간에 놀이기구 앞으로 이동하면 10분 안쪽으로 어트렉션 이용이 가능하죠.
일반적인 놀이공원의 경우, 눈으로 볼만한 볼거리를 제외하면, 관객들이 탈 만한 놀이기구의 수가 한정되어 있지만, PTW의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앞서 있었던 4차례의 대형 컨벤션에 사용된 어트렉션이 모두 모여있는 곳이 PTW 파크니까요.
말 그대로 종일 뭔가 타고 놀고 즐기고 있어도 볼거리가 떨어지지 않는 ‘꿈의 놀이공원’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개최지의 이름이 대전이라 했는데, 그곳 역시 오래 지나지 않아 세계 최대의 관광 도시가 되겠죠.
호텔, 식사, 기념품.
매년 경기가 열릴때마다 실물 크기의 로봇들이 벌이는 전투를 보기 위해 대한민국에 방문할 수많은 관광객.
그것들 가져올 경제적 효과는 가히 천문학적인 수준일 겁니다.”
“같은 시설을 미국에 유치할 수 있다면?
예를 들면 미국 내에서도 실제 나이츠를 활용한 경기가 가능하도록 같은 규모의 스타디움을 짓는다면 어떻겠나?”
“그 정도 메리트를 가진 시설이라면 다 죽어가는 디트로이트도 살려낼 수 있겠죠.
단, PTW와 대한민국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야 할 겁니다.”
“국가와 기업 간의 비즈니스인데, 대한민국 정부와도 협의가 필요한가?”
“저희가 나이츠 리그의 가진 경제적 가치에 주목한 만큼, 대한민국 정부도 그것이 얼마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최대한 그 독점적 지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겠죠.
필요하다면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좋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PTW의 의사지.
PTW에게 연락을 넣어두게.
조만간 백악관에서 만나고 싶다고.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동원하도록 해.
만약 PTW와 나이츠 리그를 미국에 유치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내 대통령 임기 중 최대 업적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즉시 수행하겠습니다.”
“그럼 기왕 모인 김에 다 같이 뉴스나 보도록 하지.
지금 방송 중인 특별 프로그램에서, 세계 최초로 나이츠에 탑승한 파일럿을 초대해 인터뷰를 진행한다고 하니까.
게다가 그 파일럿의 국적이 미국인이기도 하고.
가능하다면 PTW 임원을 초대할 때 그 미국인 파일럿도 함께 초대하는 것이 좋겠군.
홍보가 될 테니까.”
바이던의 말을 들은 백악관 직원이 뉴스 화면을 틀자, 익숙한 뉴스 화면에서 아나운서가 신나게 설명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국 전체 방송사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인 출신 나이츠 파일럿의 인터뷰를 따내는데 성공한 그는, 중립성과 냉정함을 생명으로 하는 아나운서의 기본도 무시하며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업적인지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지금, 오로지 저희 뉴스에서만, 세계 최초의 미국인 출신 나이츠 파일럿의 인터뷰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다른 뉴스에선 녹화 영상만 계속 반복해서 틀어놓지만, 저희 ABC뉴스에서는 PTW에 보낸 열띤 구애 끝에 실제 경기에 참가한 나이츠 파일럿의 인터뷰 권한을 획득했죠!
게다가 그 파일럿의 국적은 무려 미국 시민입니다!
세계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닐 암스트롱을 인터뷰한 기자의 기분이 이랬을까요?
잠시 후면 오늘 아침만 해도 그냥 관광객으로 행사장에 방문했던 ‘일반인’이, 극적인 이벤트를 통해 세계 최초의 나이츠 파일럿이 되는 이야기를, 저희 뉴스를 통해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마치 영화 같은 이야기가 되겠죠!
아, 데스크에서 지금 통신 연결 준비가 되었다고 알려왔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세계에서 가장 운 좋은 사나이이자, 전 세계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든 ‘나이츠 리그’의 퍼스트 파일럿!
제임스 마커스 씨를 여러분께 소개해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임스 마커스입니다.
사는 곳은 뉴저지이고, 어제저녁까지는 게임 스탑의 오프라인 매장 직원이었던 평범한 일반인입니다.
먼저 인터뷰에 초대해 주신 점에 대해 감사드리겠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뉴스에 출연한다는 사실 자체에 당황하기 마련인데, 굉장히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시군요.
혹시 방송에 출연한 경험이 있으십니까?]
[아뇨. 없습니다.
하지만 누구라도 제 상황이 된다면 냉정해질 수밖에 없겠죠.
뉴스 출연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마법 같은 일들을 연속해서 겪었으니까요.]
[하하하! 확실히, 오늘 마커스씨가 겪은 것에 비하면 전국에 생중계되는 뉴스 인터뷰조차 아무것도 아니겠군요.]
[하루 만에 너무 많은 것을 겪다 보니 깨지 않는 꿈을 꾸고 있는 기분입니다.
지금도 파일럿 슈트를 입고 있기도 하고요.]
[아, 지금 입고 있는 그 반짝이는 우주복 같은 복장을 말하는 거군요?
그것도 꽤 화제가 된 복장인데, 어떻습니까? 착용감은?]
[기본적으로는 PRD에 들어가기 위해 입는 PRS와 비슷한 촉감입니다.
처음 입을 때 온도 패널 역할을 하는 금속판의 차가운 감촉이 느껴지는 점도 그렇고, 꽤 두꺼운 재질임에도 입어보면 생각보다 갑갑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그렇고요.
하지만 확실하게 일반적인 PRS보다는 좋은 소재를 쓴 느낌이 확실히 전해집니다.
피부에 닿는 느낌이라던가, PRD를 이용할 때 느낄 수 있는 물리적 피드백의 강도도 조금 더 섬세한 느낌이고요.
다른 파일럿이 이 복장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는데, 제작 원가만 3천 달러 이상이라고 하더군요.]
[PRS의 소매가격이 1500달러 수준이니 실제 판매 가격은 더 비싸겠군요?]
[하지만 굳이 PRS를 가지고 있다면 따로 살 필요는 없는 느낌입니다.
KOHA 안에서만 입을 수 있는 파일럿 슈트 전용 특전이 있긴 하지만, 바뀌는 건 외형뿐이니까요.]
[전용 특전이라면?]
[파일럿 슈트를 입은 상태에서 PRD로 KOHA 안에 접속하면 입고 있는 복장과 동일한 디자인의 전용 코스튬을 입은 상태로 게임 안에서 활동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일반 PRS를 입은 상태에서도 게임 내부에서 별도의 코스튬을 입고 다니긴 하지만, 그건 지금 복장보다 조금 덜 화려한 느낌의 복장이고요.]
[오! 단순히 외형만 다르더라도 KOHA라는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은 가지고 싶어서 할만한 특전이네요.
일반 판매 계획은 있다고 합니까?]
[일단 오늘 KOHA의 테스트에 참가한 1만 명의 게이머들은 모두 선물로 오늘 입었던 파일럿 슈트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생산 원가가 3천 달러짜리 복장이니 못해도 3천만 달러는 들어가게 되지 않습니까? 그걸 그냥 준다고요?]
[예. 저희도 그래서 다시 물었었죠. 진짜로 주느냐고.
그랬더니 이상혁 CCO는 이렇게 답하더군요.
‘어차피 한번 입은 시점에서 중고가 되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
게다가 5차 NE 컨벤션이 이어지는 내일과 모레도 1만 명의 KOHA유저를 똑같이 선정할 예정이기 때문에, 총 3만 벌의 파일럿 슈트가 유저들에게 배포되겠죠.]
[아, 그럼 내일도 오늘과 똑같이 KOH의 플레이어 중에 1만 명을 골라 KOHA를 플레이 하게 하는 겁니까?
그리고 그 플레이어들이 1만 벌의 파일럿 슈트를 가져가는 거고, 그중에서 12명이 나이츠를 조종할 기회를 받는 거고요?]
[그렇습니다.]
[그럼 내일은 경쟁이 더 치열해지겠네요?]
[아마도 그렇겠죠. 무엇이 준비되어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몰라도, 세상에서 가장 멋진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아는 상황에서 보상에 도전하지 않는 게이머는 없을 테니까요.
아마 내일은 시작부터 KOH의 체험공간으로 뛰어갈 사람이 무지막지하게 많을 겁니다.
그걸 알기 때문에 PTW에서도 무리하게 20만대 규모의 체험존을 마련한 거겠죠.]
[더불어 암표 가격도 오르겠네요.]
[아마도 그렇겠죠. 저만 해도 첫날 입장할 수 있는 티켓이 구하고 싶어서 웃돈을 주고 입장권을 구매했으니까요.
뭐, 원래 입장권 가격보다 수십배는 더 비싸게 주고 사야 하긴 했지만, 덕분에 세계 최초의 나이츠 파일럿이 될 수도 있었고, 거기에 PTW에서 제공하는 보상금도 얻을 수 있었으니 티켓값보다 수백 수천배는 더 이득 봤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아나운서가 급하게 마커스에게 되물었다.
[잠시만요. 보상금이라뇨?]
[이번에 경기에 참여했던 나이츠 파일럿들은 일괄적으로 참가 보상으로 90만 달러 정도의 금액을 받게 되었습니다.
추가로 실제 나이츠에 탑승해 위험한 경기를 수행하는 대가로, 같은 금액의 위험수당을 받기로 약속받았죠.]
[그러면 거의 180만 달러에 가까운 돈을 벌게 되신 거군요?
세금을 제외하더라도······.]
[아뇨, 세후 기준입니다.
PTW 직원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PTW에서는 연봉 계산이든 보너스든 무조건 세후 기준으로 맞춰서 준다고 하더군요.
이번에 나이츠 파일럿들이 받기로 한 금액도, PTW에서 세금 처리를 전부 마친 후 통장에 입금되는 금액을 기준으로 통보한 거라고 들었습니다.]
[그건 또 특이한 이야기네요.]
[거기에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게, 그런 식의 연봉체계에 익숙해지면 이직율이 줄어든다고 하더군요.
타 기업에서 연봉을 제안할 때는 세금이 포함된 금액을 제시하게 되니까, 실제로 회사에서 약속한 금액은 많더라도 세금을 제외하고 나면 실제로 받는 금액은 많지 않으니까요.
반면에 PTW에서 연봉 1억을 받는 직원은 말 그대로 세금 다 떼고 1억을 통장에 입금받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다른 기업에 비해 같은 연봉 수준이라 하더라도 받는 금액이 훨씬 커지죠.]
[그래서, 갑자기 생긴 180만 달러는 앞으로 어디에 사용하실 예정입니까?]
[글쎄요. 일단 지금은 1년 후를 위해서 킵해둘 것 같습니다.]
[1년 후라뇨?]
마커스는 오늘 팀원들이 제안받았던 1년간의 추가 계약에 관해 설명했다.
그러자 아나운서는 입을 헤 벌린 채 마커스의 설명을 듣고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마커스에게 질문했다.
[그러니까, PTW에서 오늘 경기에 참여한 파일럿들에게 향후 1년간 프로 나이츠 조종사로서의 활동을 제안했다는 겁니까?
그리고 그 대가로, 대당 1억 달러가 넘는 전용기 제작을 지원해주기로 약속한 거고요?]
[그렇습니다. 그 1년 동안 저희는 각종 이벤트와 인터뷰,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나이츠 아레나에서의 이벤트 매치에 참여하고, PTW 파크 지하에 마련된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며 PTW에서 제작 예정인 웹 드라마 시리즈에 출연할 예정입니다.
전용기 제작은 그에 대한 대가로 약속된 거고요.]
[그럼 그 조건은 오늘 경기에 참여한 12명의 나이츠 파일럿 전원에게 제안된 조건입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각 파일럿의 역량에 차이가 있는 만큼, 12명의 파일럿 중에서도 단 4명만 참가할 수 있죠.
선정 기준은 이벤트 매치 중에 얼마나 높은 게임 실력을 보여주었느냐가 기준입니다.
12명 중에서 4명만 뽑는 것은, 아마도 3일간 치러지는 5차 NE 컨벤션을 통해 총 12명의 멤버를 뽑으려는 PTW의 의도가 담긴 거겠죠.]
[그 사실은 공개해도 되는 내용에 포함된 내용인가 보군요?]
[그렇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해서, PTW에서 1년간 운영될 ‘프로젝트 팀’에 소속되기 위해서는, 아침 9시에 이벤트 회장이 오픈하자마자 20만명이 동시 플레이 가능한 5번 세션의 KOH 체험 존으로 달려가서, 12시까지 상위 1만 명 안에 들어간 후, 그 안에서 상위 12명의 유저 안에 들어가 나이츠 탑승 권한을 획득하고, 그 안에서도 최고의 경기 능력을 펼친 4명 안에 들어가야 합니다.
물론 그 4명 중에 프로젝트 참가를 거부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다음 순위 파일럿에게 기회가 돌아가지만, 정신 나간 인간이 아니고서야 그런 멋진 기회를 거부할 인간은 없겠죠.
그러니 만약 지금 방송을 보고 계신 분 중에 내일 자 NE 컨벤션의 입장권을 가지신 분이 계신다면, 무조건 입장하자마자 5차 NE 컨벤션 에리어로 뛰어가세요.
그리고 인생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온 힘을 다해 KOH를 플레이하시길 바랍니다.
프로젝트 참가 자격이 주어지는 최후의 4명 안에 들어가든, 아니면 180만 달러를 받고 실물 크기의 나이츠에 탑승할 수 있는 12명 안에 들어가든, 아니면 KOHA를 플레이 할 수 있는 1만 명에 들어가든, 아니면 전부 실패하고 KOH만 플레이하다가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지켜보든, 어느 쪽이든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으니까요.]
***
“이야, 마커쓰 씨 말 잘 하네.”
인터넷을 통해 마커스가 출연한 미국 뉴스를 보던 상혁이 말하자, 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보기에도 20억이란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마커스가 출연한 인터뷰의 홍보 효과가 대단해 보였기 때문에.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는 게시글만 봐도 인터뷰의 홍보 효과를 확연히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지금 한국에 있습니다. 내일 입장권 있으신 분 1만 달러에 삽니다.]
[혹시 오늘 KOH 하신 분 있으시면 고득점 빠르게 얻을 수 있는 팁좀 알려주세요!
급합니다! 12명 안에 들어가는 건 바라지도 않으니 1만 명 안에만 들어가게 해 주세요!]
[오늘 파일럿 슈트 받으신 분 중에 혹시 슈트 파실 분 계십니까? 정가보다 더 비싸게 주더라도 꼭 사고 싶습니다.]
평소에도 NE 컨벤션 티켓에 웃돈이 붙는 것은 그리 보기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이번엔 일일 입장객 수가 10배 이상 늘어난 만큼, 원래대로라면 일정 이상의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야 했다.
게다가 평소라면 가장 인기 있는 1일 차 티켓이 가장 비싸게 팔리고, 이벤트 내용이 공개된 이후인 2일 차 티켓부터는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이번엔 반대로 1일 차 티켓보다 2일 차 티켓이 더 비싼 황당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이벤트가 굴러가는 것 같은데.
예전엔 공개 첫날 열기가 가장 뜨겁고 둘째 날부터는 즐기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이제부터가 시작’ 같은 느낌으로 더 뜨거워지는 것 같아.”
“그야 이전과는 다르게 이번엔 ‘경쟁’이라는 요소가 추가됐으니까.
4차 NE 컨벤션까지 모두에게 공평하게 정보가 공개되었다면, 이번 5차 NE 컨벤션에서는 뭘 하든 최소한 20만 명 안에는 들어야 실제 나이츠를 눈으로 볼 수 있지.
그리고 1만 명 안에 들어야 KOHA라는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고.
나이츠에 탑승하려면 12위 안에 들어야 하지.”
“하지만 그냥 인터넷으로도 전부 볼 수 있잖아.
나이츠 내부 조종석도 그렇고 경기 내용도 그렇고.”
“인터넷으로 보는 거로 만족할 수 있었으면 애당초 미소녀 갓챠 게임 같은 건 존재할 수도 없었겠지.
게다가 인터넷으로 송출되는 영상을 모니터로 보는 거랑 경기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는 건 해상도 자체가 완전히 다르잖아.
거기에 실제로 나이츠에 탑승한 게이머들이 나이츠 조종 경험이 얼마나 굉장한지 인터뷰를 통해 말하고 있으니까.
다들 궁금할 수밖에 없겠지.
자고로 개발자가 100마다 하는 것보다 유저가 한마디 하는 게 더 믿음이 가는 법이니까.”
“그러니까 나이츠 파일럿들의 TV 인터뷰가 일종의 바이럴 마케팅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지?”
“정답.”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김기열 교수가 상혁에게 물었다.
“상혁 씨. 궁금한 게 하나 있는 데 물어봐도 됩니까?”
“물어보세요.”
“전용기 가격은 왜 그리 올려놓으셨나요?
현재는 전체 부속의 호환성 체크가 완료된 데다, 각 부품의 양산이 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전용기를 만든다고 해도 그리 많은 비용이 들지는 않습니다.
몇 가지 특정 파츠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부품은 범용기에서 가져다 쓰니까요.”
물론 기열이 말한 것은 ‘개발비’를 제외한 제작 단가를 이야기 한 것이었다.
수요가 극히 제한된 제품이니만큼, 개발비가 제품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용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그러나 상혁은 범용기에는 개발 마진을 하나도 붙이지 않았으면서, 전용기에는 어마어마한 프리미엄을 붙여놓았다.
그리고 그 가격 그대로 파일럿들에게 나이츠의 가격을 안내했고. 그 덕에 언론에는 1200억이라는 전용기의 가격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기열은 상혁이 범용기에 대해서는 생산 원가 그대로 100억만을 게이머 측에 요구하면서, 전용기만 1200억에 팔겠다는 상혁의 생각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기에, 상혁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었다.
그러자 민준 역시 그 이유가 궁금하다는 듯 상혁에게 질문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궁금하던데, 전용기 가격만 비정상적일 정도로 높은 이유가 뭐야?”
그러자 상혁이 씩 웃으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그리 어렵게 생각할 건 없습니다.
사실 범용기의 부품을 적절하게 조합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유저들이 원하는 타입의 기체를 뽑는 데 전혀 무리가 없죠.
그러니 엄밀히 말해서, 전용기는 파츠 교체가 안 되기 때문에 안 그래도 호환성 떨어지는데 효율은 그리 높지 못한 일종의 스킨 같은 개념이 됩니다.
성능 차가 있긴 하지만, 가격에 비해선 좀 미미한 편이죠.
대신 디자인적인 부분에서는 전용기가 확실하게 파일럿이나 구단이 추구하는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기 쉬울 거고요.
일반적으로는 그런 제품을 ‘사치품’이라고 부릅니다.
말하자면 요트나 별장 같은 물건을 말하는 거죠.
그리고 이 세상엔, 자신만 가질 수 있는 사치품을 위해 수천억을 기꺼이 지불하는 갑부들이 얼마든지 있기도 하죠.
뭐, 조금만 더 기다려 보시면 아시게 될 겁니다.
저희가 제작한 ‘전용기’의 진짜 타겟은, 게이머들이 아닌 갑부들이니까.
그리고 그런 부자들은, 남이 자신보다 좋은 것을 가지는 것을 도저히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죠.
저희는 그런 사람들에게 수천억을 뜯어내서 나이츠 제작에 들어간 개발비를 회수하면 됩니다.”
그때, 세 사람이 있는 회의실의 문이 열리며 현주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상혁을 보며 말했다.
“상혁아. 전용기 제작과 관련해서 문의하고 싶다는 전화가 왔는데.”
“아직 일반 판매는 예정에 없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지금 당장 만들어달라는 게 아니라, 만약 일반 판매가 된다면 1번째로 예약을 걸고 싶다는 부탁이야.
보통 같으면 거절하겠는데, 부탁한 사람이 협력사 대표라서···.”
“저희의 협력사면 SANY, MS, 테슬러, 삼정 정도일 텐데···.
아, 누군지 알겠네요.
이런 이슈라면 절대 빠지고 싶어하지 않는 관심 종자가 한 명 있었으니까.
아마도 연락해온 쪽은 테슬러의 일론 모스크 씨겠네요.”
상혁의 말을 들은 현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상혁은 씩 웃으며 기열을 돌아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봤죠? 하여튼 부자들이란···. 선생님. 통화 연결해주세요.”
“거절하려고?”
“아뇨. 예정에 없던 예약을 받는 거니 얼마나 더 지불할 수 있는지 물어보려고요.
어차피 나이츠는 전 우주에서 저희밖에 못 만드는 물건이잖아요?
그러니 뜯어낼 수 있는 만큼은 더 뜯어내야죠.”
“1200억보다 더 비싸게 팔겠다고? 얼마나?!”
“최소한 ‘세계 최초의 전용기’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만큼은 더 받아낼 생각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상혁의 입가엔, 모스크가 보았다면 바로 통화를 끊었을 듯한 사악한 미소가 가득 걸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