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447화 (448/485)

447. New Dream

실물 크기의 거대 로봇.

나이츠(Knights)의 쇼케이스를 멋지게 마친 상혁은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로 중계석으로 이동했다.

거기엔 미리 이동해서 상혁을 기다리고 있는 칼 구스타프와 김기열 교수가 중앙의 자리를 비워둔 채로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 가운데로 이동한 상혁은, 경기장이 한눈에 보이는 중계석에서 마이크를 잡고 경기 중계를 하기 시작했다.

[관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하루 여러분들을 위해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세계 최초의 마도 로봇 대전, ‘아르마’의 중계를 맡게 된 PTW의 CCO, 이상혁입니다!

제 옆에는 실제 나이츠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프로토 파일럿 임무를 수행하셨던 현존하는 최고의 나이츠 조종 전문가, 칼 구스타프씨와 경기장에 나와 있는 모든 나이츠들의 설계에 관여한 세계 최고의 로봇공학자, 김기열 교수님이 함께하고 계십니다.

저를 포함한 세 사람 모두, 전문 아나운서 경험은 없지만 오늘 하루 여러분들의 즐거움을 위해 최선을 다해 경기를 중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칼 구스타프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YAS 최초의 4티어 달성자이자, PTW 최고의 검술 전문가이기도 하죠.

오늘은 중계자로서, 전혀 예상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이츠 파일럿으로 선정되어 조종간을 잡게 된, 세계에서 가장 운 좋은 게이머분들의 조종 실력에 대해 자세히 해설하고자 합니다.

이후에 오픈 될 KOHA에 적응하시기 위해, 나이츠 조종에 필요한 조작 팁에 관해서도 설명하고요.]

[천하대 로봇 공학과 교수 김기열입니다.

모든 나이츠의 설계 및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한 책임자이며, 모든 로봇 덕후들이 꿈만 꾸고 시도도 하지 못하던 꿈을 이루어낸 매드 사이언티스트입니다.

물론 그 뒤에는 관객 여러분의 입이 떡 벌어질 만큼, PTW의 막대한 지원이 있긴 했지만···.

오늘은 모든 로봇의 본체와 장비들을 개발한 개발자로서 오늘 중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각 나이츠의 스펙과 장비에 대한 설명은 제가 맡아서 하게 될 겁니다.]

[조금 전 설명 드렸다시피 PTW의 CCO를 맡고 있는 이상혁입니다.

전체 상황 중계 및 KOH에서 KOHA, 아레나로 이어지는 게임 시스템과 나이츠에 탑재 된 마도 스킬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럼 바로 경기 중계를 시작하도록 하죠.

지금, 스테이지 위에 있던 열두 대의 나이츠 중 두 대의 나이츠가 패널 밑으로 다시 들어가고 있습니다.

교수님. 지금 전장에서 이탈한 나이츠에 관해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즈라드 팀에서 빠진 나이츠가 카타스트로피, 홀리 프레일 팀에서 빠진 나이츠가 에반젤린입니다.

카타스트로피는 KOH안에서도 몇 안 되는 가변형 나이츠이지만, 안타깝게도 핵심 무장 전부를 파밍하지는 못한 모양이군요.

일부 부속이 다른 나이츠의 부속으로 대체되어 있습니다.

특히 카타스트로피의 핵심 기능인 ‘포대변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등 뒤에 장착하는 보조 무장인 둠스데이 캐논의 파밍이 필수적인데, 안타깝게도 해당 장비는 KOH에서도 고난도 파밍 지역에 해당하는 곳에서 등장합니다.

오늘 아르마에 참가한 유저 대표들이 KOH를 플레이 할 수 있었던 시간이 3시간 안쪽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파밍이 불가능했기 때문이겠죠.

아마도 가까스로 상위권 성능의 코어인 카타스트로피를 파밍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에 필요한 보조 무장의 파밍까지는 하지 못한 거로 보입니다.

아마도 즈라드의 파일럿은 그것 때문에 성능의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판단으로 카타스트로피를 와일드 카드로 뺀 것이겠죠.]

[에반젤린은 어떻습니까?]

[에반젤린은 반대로 메인 무장인 에반젤린의 사용에 필요한 부품 파밍이 끝난 상태입니다.

에반젤린이 사용하는 창은 창 날에 달린 8개의 에어홀을 통해 순간 압력 360000psi 수준의 압축 공기를 발사하여 강제로 창의 궤도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면 대충 어떤 수준의 압력이죠?]

[크기와 차 무게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인 자동차 타이어에 들어가는 공기압이 50psi 미만입니다.

강철을 절단 내는 워터 제트의 출력이 50000에서 8만 psi 정도죠.

광산에서 바위를 으깨는 거대 포크레인에 달린 유압 실린더 압력이 10만 psi이니 창의 무게를 생각하면 거의 공기폭탄을 쏘면서 창을 휘두른다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적정한 위치에서 순간 가속 시키면, 최신형 현대 전차의 장갑을 뚫어버릴 만한 압력이죠.

초반에 입수 가능한 나이츠 중 공격력으로는 최상위권에 있는 기체인데, 어째서 와일드 카드로 뽑았는지 의문이네요.]

그러자 구스타프가 기열의 질문에 답했다.

[아마도 조작 난이도 때문입니다.

나이츠를 활용한 배틀은, 단순히 기체의 스펙에 따라 결과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죠.

아무리 강력한 나이츠라도 해당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 오랜 수련이 필요하다면, 그 강력함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에반젤린의 조작 난이도는 제가 몰아본 나이츠들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하는 나이츠였고요.

에반젤린의 가장 큰 무기는 그 강력한 압축 공기를 활용해 적을 공격하는 커다란 창이지만, 반대로 그 강력한 힘이 에반젤린을 가장 다루기 힘든 초반 기체 중의 하나로 만들고 있습니다.

공압포를 내보내야 하는 구멍의 번호나 타이밍을 조금만 착각해도, 창의 궤도가 목표를 벗어나 버리죠.

게다가 찌르기를 할 때도 제대로 자세를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압포를 사용하는 순간 기체의 균형이 순식간에 흐트러집니다.

결국 에반젤린이라는 창은 고수가 사용하면 기체의 관절 구동 한계를 넘은 스피드로 창을 휘두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장비이지만, 잘못 다루면 나이츠가 창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창이 나이츠를 휘두르게 만드는 무기입니다.

아마도 홀리 프레일 팀의 리더를 맡은 파일럿은 에반젤린의 공격에 아군이 휩쓸릴 위험을 배제하기 위해 에반젤린을 와일드 카드로 배치한 거겠죠.]

구스타프와 김기열은 그렇게 각자의 전문성을 활용해 나이츠끼리의 대결을 처음 보는 관객들도 각 나이츠의 개성이나 필요 전략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한 해설을 덧붙였고, 상혁은 그런 두 사람 사이에서 시기적절하게 필요한 질문을 던져가며 능숙하게 경기 중계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런 세 사람의 해설을 들은 관객들은 PTW가 만들어낸 ‘나이츠’라는 물건의 정체가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나이츠란 물건은 병기로서의 실용성은 제로인 물건이 되겠네요.

물론 거기 탑재된 기술은 다른 병기의 개발에 유효하게 쓰일 수 있을지 몰라도, 기본적으로 사람을 살상하지 못하도록 만든 물건을 무기로 사용할 수는 없으니까요.”

해설을 듣던 리차드가 이야기하자, 편집장도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고의로 스펙을 봉인해 둔 것인지, 아니면 PTW가 가진 기술력의 한계가 거기까지여서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무기 개념으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물건이군.-

기열이 설명한 나이츠라는 물건은, 방어적인 측면에서는 현대 전차와 6:1로 싸워도 사용자를 보호할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인 스펙을 가지고 있었지만, 반대로 공격적인 측면에서 보면 상대 나이츠의 장갑을 뚫고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유효한 공격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은 반쪽짜리 같은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는데, 실제로 유저가 탑승해야 하는 물건으로 설계된 물건이 유저를 해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윤리적이나 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나이츠라는 물건은 어디까지나 일종의 미래 스포츠를 위한 물건으로써, 철저한 사용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라 할 수 있었다.

-특히 바닥을 통해 상시 초고압 전류를 공급받을 수 있는 스테이지 위가 아니라면 2분도 안 돼서 방전되는 배터리 시스템은 치명적이네.

그 대신 바닥에 발만 붙이면 5초 안에 완충되는 시스템이라는 건 재미있지만.-

모든 나이츠들의 몸통 뒤쪽에 붙어 있는 거대한 두 개의 기둥 형태 물체.

그것은 나이츠의 메인 동력 공급장치인 ‘플라이 휠’로써, 각각이 2톤의 무게에 해당하는 무거운 중량자가 달린 초 고회전 모터라 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전력이 공급되었을 때, 플라이 휠에 달려 있는 2톤짜리 회전자는 내부의 강력한 전자석에 의해 5초 안에 43000RPM까지 가속된다.

그리고 전력 공급이 끊기는 순간, 모터는 발전기의 역할을 하며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회전자의 에너지를 전력으로 치환한다.

양쪽에 2톤씩. 4톤짜리 무게추가 초고속으로 회전하며 발생시키는 전력의 양은 가볍게는 30톤에서 무겁게는 100톤 넘게 나가는 초대형 거대 로봇에 필요한 동력을 공급하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강력한 출력을 장시간 유지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2분의 활동 시간은 실전 병기로서는 제대로 활용 불가능한 수준의 스펙이지만, 항상 초고압 전기가 공급되는 스타디움 내부에서는 그 제약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죠.

수십 미터 크기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거대 로봇들간의 대전이라는 볼거리, 이미 상당히 대중화가 완료된 PRD만 있다면 어디서든 플레이 가능하다는 접근성, 지구상에 존재하던 그 어떤 스포츠도 가지지 못할 화려함과 박력.

그 모든 것을 고려해 볼 때, PTW에서는 확실하게 거대 로봇간의 경기라는 신규 스포츠를 월드컵이나 F1에 버금가는 인기 스포츠로 만들기 위한 최선의 준비를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은 지금 이 경기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일종의 정규 스포츠 형태로 자리 잡을 것이란 말인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겨우 단 한 번의 단발성 이벤트를 위해 저 정도 예산이 필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정도로, 이상혁과 PTW가 정신이 나가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저걸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순간, 엄청난 환호성과 함께 관객들이 일제히 일어나 주먹을 흔들기 시작했다.

즈라드 팀의 리더이자 대장기인 즈라드가, 들고 있던 양손 도끼를 휘둘러 상대 나이츠의 팔을 일거에 절단해버렸기 때문에.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수 톤짜리 기계 팔이 한순간에 잘려나가는 것을 보며, 편집장은 허탈한 목소리로 리차드에게 말했다.

-못해도 저 팔 하나 가격이 수십억은 할 텐데 그걸 경기마다 매번 저렇게 소진한다면, 아무리 PTW라도 그 말도 안 되는 예산을 감당하지 못하게 될 거야.

티켓 값을 300만 원 정도로 올리면 모를까.

그럼 한 번에 입장 가능한 관객 수가 20만 명이니, 한 경기당 6천억은 벌 수 있겠지.

근데 나이츠가 박살나는 상태를 보면 그렇게 받아도 부족할 것 같군.

게다가 오늘은 2개의 팀이 12대의 나이츠로 참가했지만, KOHA에서 나온 것처럼 여러 팀이 참가하는 조별 리그 형태로 진행된다면 나이츠 수리에 들어가는 예산은 천문학적인 금액이 되겠지.-

그러나 이어지는 기열의 설명은 편집장의 그런 우려를 한 방에 날려버리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조금 전 즈라드의 공격에 의해 나이츠 엔드리스의 한쪽 팔이 완전히 잘려나갔군요! 하하하!

관객 여러분! 방금 전 단 한 번의 공격으로 150억이 공중으로 증발했습니다!]

[매 공격이 저렇게 강력하다면 경기는 순식간에 끝나게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조금 전 같은 상황은 생각보다 쉽게 발생하지 않습니다.

조금 전의 공격도 엔드리스의 파일럿이 조급한 마음에 균형을 무너트린 상황에서 즈라드가 빈틈을 적절히 노려서 발생한 공격이니까요.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공격에 대해 자동 방어 시스템이 데미지를 최소화하게 설계되어있죠.]

기열의 설명에 따르면 나이츠가 할 수 있는 공격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었다.

첫째는 조금 전 즈라드가 거대한 양날 도끼로 엔드리스의 팔을 절단한 것처럼, 실제 나이츠가 가진 물리적 부품에 직접 데미지를 입히는 ‘물리 공격’.

그리고 공격 자체는 나이츠의 장갑을 관통하지 못하지만, 판정 자체는 공격이 성공한 것으로 취급하여 해당 충격만큼의 피해를 내구도 수치에서 차감하는 ‘가상 공격’.

그리고 나이츠가 수행하는 대부분의 공격은 후자에 속한다.

실제 물리 공격만을 사용한 전투는, 파일럿에게 가해지는 위험도에 비해 바리에이션이 형편없이 부족해지므로.

각 기체의 개성을 살린 다양한 무장을 구현하기 위해, 나이츠의 공격 수단은 가상 공격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금 베노머스의 방패에서 튀어나온 뱀 모양의 사슬이 상대 나이츠에게 박혔는데요, 저것도 가상 공격입니까?]

[예. 저건 라이프 드레인 계열의 무기로 나이츠가 가진 기술 가운데 쉴드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술 중의 하나입니다.]

[그럼 쉴드 에너지가 다 떨어지면 어떻게 되죠?]

[나이츠의 구동 가능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가동이 중지됩니다.

말하자면 게임에 등장하는 HP 같은 개념이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반대로 쉴드 에너지가 남은 상태여도, 본체 구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물리 피해를 입었다면 그 역시 가동이 중단되죠.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그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본체의 구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물리 데미지를 입기도 전에, 쉴드의 잔량이 바닥나게 되니까요.]

[말씀드리는 순간 홀리 프레일이 무릎을 꿇고 스킬을 시전했습니다!

저건 무슨 스킬인가요?]

[아군 나이츠에게 원형의 반투명한 보호막이 생긴 걸로 봐서 에너지 쉴드 계열 버프 스킬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성속성 코어를 사용하는 나이츠의 경우 해당 스킬을 사용하는 경우가 꽤 있죠.

아무래도 홀리 프레일의 파일럿은 자신의 나이츠를 성기사 컨셉으로 세팅한 것 같네요.

버프와 방어가 강력한 나이츠죠.]

사실 나이츠들이 쓰고 있는 기술은, 이미 바로 전에 있었던 ‘레이드’ 경기에서 선보인 적이 있는 기술들이었다.

그래픽도, 이펙트도 하나 다를 것 없는 똑같은 기술들.

그러나 그 스킬들은, 그 스킬들을 시전하는 대상이 ‘현실’의 존재들이라는 것만으로, 보는 이를 빠져들게 만드는 강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솔직히 해상도만 따지고 보면 조금 전 보았던 가상 레이드나 지금 펼쳐지고 있는 아레나나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두 눈으로 직접 로봇들간의 결투를 바라보고 있는 저와, 제가 쓰고 있는 딥 다이버의 카메라를 통해 이 경기를 보고 계신 시청자 여러분들이 체감하는 현실감은 꽤 다르겠지만, 적어도 PTW에서 구현한 레이드는 현실하고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의 놀라운 그래픽 해상도를 보여주었어요.

솔직히 말해서 조금 전 보았던 레이드 영상과 지금 제가 보고 있는 아르마의 영상을 모니터 속 영상으로 보았다면, 전 그 둘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을 겁니다.

그런데 말이죠.

저도 이런 말을 정말 하고 싶지 않지만, 직접 보면 다릅니다.

여러분.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로.

이건 직접 경기장에 와서 여러분의 눈으로 보셔야 그 차이를 실감하실 수 있어요.”

아쉽게도 최후의 파일럿에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스타디움에서 직접 경기를 직관할 기회는 얻을 수 있었던 스트리머 윤성진은 자신의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을 향해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

적어도 경기장에 내려가 로봇을 직접 만져볼 수 없는 이상, 현실의 로봇이 가공의 스킬을 마구 시전하는 상황에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러나 성진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머리로는 가상과 현실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으로는 그 둘의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었다.

“보이세요? 지금 제가 보고 있는 나이츠가 쏘고 있는 무기를?

저건 조금 전 레이드 때 쏘던 ‘가상의 탄환’이 아니라, 진짜 실탄을 쏘고 있는 겁니다.

바닥에 나뒹굴던 탄피가 나이츠의 발에 밟혀 찌그러지고, 상대 나이츠의 방패에 찌그러진 흔적과 그을음을 남기며 콘크리트 벽으로 튕겨져 나가죠!

저 거대한 포신에서 쏘아져나간 포탄이 터지면 경기장에 매캐한 화약 냄새가 진동합니다!

나이츠가 대지를 박찰 때마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의자 바닥에 진동이 전해지고! 거대한 무기가 서로 충돌할 때마다 튕겨져나간 금속 파편이 관중석 방향으로 날아올 것만 같아요!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제가 처음에 경기장에 들어왔을 때, 가장 낮은 관중석 높이가 30미터가 넘기는 경기장 내부를 보며 이렇게 말했죠.

‘이런 경기장이라면 그 어떤 경기를 하더라도 제대로 관람할 수 없을 것 같다.’라고!

근데 아닙니다.

30미터 높이에서 내려다보고 있어도, 관중석 높이가 낮은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저 로봇들은 너무나도 치열하게 싸우고 있어요!”

-ㅅㅂ 나도 가서 보고 싶다ㅠㅠ-

-난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저 조종석에 타고 싶다.-

-탈 수 있을걸? 지금 싸우고 있는 파일럿들도 유저 중에서 뽑힌 파일럿들이라고 하던데?

PTW에서 단발 이벤트로 이런 대형 경기장을 건설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럼 당연히 KOH나 KOHA의 상위권 유저들을 대상으로 로봇 탑승 기회를 주는 거 아닐까?-

-프로게이머 리그처럼 팀 단위로 운용해서 프로 리그를 만들지도 모르고?-

-하···. 듣기만 해도 환상적이네.

하지만 나는 못하겠지.

세상에서 게임에 가장 미친 인간들이 저 로봇에 타려고 발악할 텐데.

최상위권 유저는 실제 로봇을 타고 경기장에서 싸울 수 있는 게임이라고?

안 그래도 매 게임마다 수천만 카피 이상 판매하는 PTW의 게임인데, 이번엔 양대 콘솔로 발매되잖아.

전 세계 유저수가 가장 많은 게임이 될지도?-

그러자 채팅을 보던 성진이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KOH의 유저수야 엄청나게 많긴 하겠지만, 그래도 파일럿은 KOHA유저 중에서 뽑을 겁니다.

그럼 PRD가 필수가 될 거고, KOHA의 유저 수는 필연적으로 PRD의 판매 대수보다 적은 수가 되겠죠.

그래도 솔직히 오늘 플레이했던 KOH라는 게임을 돌이켜보면, 아마 못해도 5천만 유저는 쉽게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느낌이 달라요. 느낌이.

처음 KOH를 할 때는, ‘와, 잘 만든 로봇 게임이네.’ 정도의 느낌이었죠.

하지만 지금 제가 다시 KOH를 플레이한다면?

완전히 다른 느낌의 게임이 될 겁니다.

제가 게임 안에서 조작하고 수리했던 로봇들, 그 안에서 만났던 동료들, 토벌을 위해 사냥하던 마수들과 함께 대화하고 교감하던 머신 스피릿들.

그 매력적인 게임 안에 존재하는 모든 요소가, 현실에도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질 테니까요.

굳이 말하자면 이런 느낌입니다.

게임 속에서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이 세계를, PTW가 강제로 현실에 소환한 느낌?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거죠.

‘너도 게임만 열심히 하면 이 멋진 세계로 들어올 수 있어.’

진짜로 집에 가져가고 싶을 정도로 멋진 저 파일럿 슈트와 전용 PRD.

보는 순간 ‘진짜 로봇’을 조종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분명해 보이는 KOHA의 조종석.

그리고 지금, 제 눈앞에서 미친 듯이 격돌하고 있는 실물 크기의 거대 로봇들.

여러분. 이건 세상을 바꿀만한 물건이에요.

당장 오늘부터, 전 세계의 모든 아이들이 부모님께 나이츠와 똑같이 생긴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겠죠.

그리고 나이츠 파일럿 슈트와 비슷한 옷을 입고 싶어하고, 전 세계의 모든 메이커가 저 로봇의 멋진 장갑에 자신들의 브랜드를 새기고 싶어 할 겁니다.

전 세계의 모든 TV 채널이 나이츠 시합의 방영권을 얻기 위해 수백억을 기꺼이 지급할 거고, 전 세계의 사람들이 나이츠끼리의 대결을 보기 위해 한국에 방문하겠죠.

HBO와 넷플릭스에서 나이츠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제작하겠다고 나설 거고, 사람들은 그 해의 우승 후보가 누구인지 분석하는 기사를 보며 열띤 대화를 펼칠 겁니다.

당장 오늘 저녁 9시 뉴스도 나이츠 경기에 대한 기사로 도배될 거고요.”

-ㅇㄱㄹㅇ. 심지어 PTW는 이제 컨벤션 광고하려고 슈퍼볼 광고 안해도 될 듯?

슈퍼볼 시청자보다 나이츠 시합 결승전 시청율이 더 나올 테니까.-

-ㅋㅋㅋ 진짜 그렇네. 월드컵 결승전도 이건 못 이길 듯.-

-난 로봇 안 좋아하는데도 오늘부터 로봇 좋아하기로 했음.

ㅅㅂ, 세상에 저런 걸 보여주는데 어떻게 로봇을 안 좋아할 수 있어?-

-메가스터디에서 나이츠 파일럭 전문가 속성반 이런 거 운영할 듯?-

-야! 대전 땅값 오르는 소리 좀 안 들리게 해라!!!-

그 순간, 채팅을 보며 미소짓던 성진은 기겁하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거대한 총을 연사하며 상대 진영의 나이츠를 공격하던 나이츠가, 상대 나이츠의 태클을 받아 연사하던 상태로 뒤로 넘어졌기 때문에.

그 덕에 전방을 향하던 나이츠의 탄환은 스테이지 벽에 탄흔을 줄줄이 박아넣으며 위쪽으로 향했고, 순간적으로 위로 차올려진 총구가 자연스럽게 관중석을 조준하게 되었다.

-투투투투투투투투투!!!-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자신의 바로 밑에 있는 경기장 벽에 줄줄이 박히던 총알 구멍이 자신이 있는 방향을 향해 위로 거슬러 올라오는 광경은, 그 위에 있는 관객들에게 압도적인 공포를 선사했다.

그들이 채 피하기도 전에, 경기장 벽을 박살내던 실탄이 그들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신기하게도, 금방이라도 객석의 관객들을 피떡으로 만들 것 같았던 탄환은 푸른 보호막에 가로막혀 공중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그 애니메이션에서나 나올법한 황당한 연출에 당황한 성진이 다리가 풀린 채로 자리에 털썩 주저앉자, 딥 다이버의 스피커를 통해 해설진의 설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 조금 전 태클로 인해 관중석이 아수라장이 되었네요!!]

[관중석에서 보기엔 경기장 벽에 구멍을 내던 대구경 탄환이 관중석을 향해 쏘아진 것으로 보였을 테니까요.]

[하지만 관중석에 탄환이 부딫히는 순간 보호막 같은 이펙트가 나타나 탄환을 막아내었죠?

그럼 조금 전 발사된 총탄은 전부 가상의 탄환이라는 말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분명 경기장 안쪽을 공격하던 탄환은 두꺼운 강철도 관통할 수 있는 실탄이 맞습니다.

하지만 상대 나이츠가 테클을 시도한 순간, 화기 관제 시스템이 관중석이 공격받을 가능성을 미리 계산하여 관중석으로 향하는 탄환을 가상 탄환으로 교체한 거죠.

그것은 딥 다이버로만 볼 수 있는 가상의 공격이기 때문에, 조금 전 보신 것처럼 관중석에 설치된 가상의 배리어에 의해 막히게 됩니다.]

[아아, 실탄이 발사되는 도중에도 위험 요소가 감지되면 그 탄환들만 가상의 탄환으로 교체된다는 거군요?]

[나이츠가 사용하는 모든 화기 시스템은 전부 같은 기능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개방된 공간에서 마음껏 상대 나이츠를 향해 공격할 수 있는 거죠.]

[그럼 아예 전부 가상 탄환을 사용하게 하는 게 안전하지 않습니까?]

[안전하기야 하겠죠···. 하지만···.]

거의 바지에 오줌을 지릴 뻔한 성진의 귓가에 기열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로망이 없지 않습니까?]

그 말을 들은 성진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관중석을 향해 외칠 수밖에 없었다.

“야···. 야 이 로망에 미친 X끼들아아아아아!!!”

-ㅋㅋㅋㅋㅋ. 방금은 방송으로 보고 있던 나도 뒤로 넘어질 뻔ㅋㅋㅋ-

-진짜 로망에 미친 인간들인 듯.

그래도 안전 장치 하나는 진짜 확실하게 해놨네.

저런 방식이면 안에서 미사일을 쏴도 안심하고 구경할 수 있겠는데?-

-ㅠㅠㅠ 제발 날 저 경기장 안으로 보내줘 ㅠㅠㅠ-

-ㅋㅋㅋ 패배자들아 난 오늘 티켓은 예매 실패했어도 내일 티켓은 구했음.

난 내일 내 눈으로 직접 볼 거다.-

-내일도 경기하려나? 지금 보니까 부서진 나이츠가 한둘이 아닌데?

저거 수리하는 데만 몇천억은 들겠네-

-천하의 PTW인데 설마 첫날 경기만 할까? 적어도 NE 컨벤션 표준 일정인 3일은 연속으로 경기 하겠지.-

-티켓 가지고 있다는 애 중고 나라 가봐라. 지금 나이츠 경기 나오고 나서 티켓 갚 미친 듯이 뛰었음.-

-얼마나 하는데?-

-내가 본 건 내일 NE 컨벤션 티켓 1000만원에 삽니다까지 봄.-

-ㅋㅋㅋㅋ 10만 원짜리가 500배 떡상하네-

-천만 원에 샀는데 내일 경기 안 하면 정신 나가버릴 듯.-

“하아하아···. 방금은 진짜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배리어가 총알을 막는 순간엔 진짜로 PTW에서 AT필드라도 개발한 줄 알았어요.”

-난 PTW에서 개발했다고 하면 믿을 듯.-

-몰라. 진짜로 경기장 지하에 네르프 본부 있을지도 모름-

-우리 지금 게임회사 이야기 하는 거 맞지?-

-ㅋㅋㅋㅋ이미 PTW는 게임회사가 아닌 그 무언가 아님?-

그때, 채팅창을 보던 성진이 숨을 고르며 시청자들을 향해 이야기했다.

“아뇨, PTW는 확실하게 게임회사가 맞습니다.”

-????????-

-워 다이버 건도 있고 이미 저 정도면 게임회사의 범주는 아득하게 넘어선 듯.-

“물론 그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게임회사에 대한 상식을 죄다 부숴버리는 괴상한 짓만 골라 하는 회사처럼 보이긴 하죠.

하지만 오늘 KOH나 KOHA를 플레이하고 지금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십수만의 관중들은 전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아, 나라면 저 나이츠 이렇게 세팅했을 텐데.’

‘아, 저 나이츠는 저렇게 운용하는 방식도 있었구나.’

지금 경기를 보는 저만해도 그래요.

경기를 보면 볼수록, 게임에 대한 애정이 제 마음속에서 더 커져가는 게 느껴집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KOH란 게임을 사서, 그 안에서 제가 얻지 못한 수많은 동료들과 나이츠들을 얻고 싶고, 게임 안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수많은 전략을 테스트 해보고 싶고, PRD에 들어가 나이츠의 콕핏 안에서 조종간을 잡고 상대 나이츠를 향해 무기를 휘두르고 싶어져요.

KOH를 플레이 해 본 유저들에게, 이 경기는 단순히 PTW의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한 쇼케이스가 아닙니다.

자신이 플레이했던 게임에 대한 애정을 수백 배로 키우고, 내가 패드를 잡고 조종하고 있는 모니터 속 존재들이 현실에 존재한다는 꿈을 부여하는 쇼케이스죠.

리그 오브 레전설도 그렇잖아요?

프로게이머 한 명이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로 기발하고 엄청난 활약을 보이면, 경기가 끝나자마자 그 캐릭터로 그 전략을 시도해보고 싶어지지 않습니까?

그렇게 증가하는 게임에 대한 애정이 10이라면, 나이츠 배틀을 보며 증가하는 KOH에 대한 애정은 200, 아니 300은 될 겁니다.

진짜로, 저는 지금 이 화려한 경기에서 눈을 떼고 싶지 않다는 욕망과, 당장 체험존으로 달려가 KOH를 이어서 플레이 하고 싶다는 욕망을 동시에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그 마음은, KOH라는 게임이 발매되고 플레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욱 커지겠죠.

결국은 이 말도 안 되는 스케일의 이벤트 역시, 게임을 위해서 존재하는 이벤트인 겁니다.

게임이 단순히 게임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 우주비행사를 동경하던 마음으로 당당하게 ‘내 꿈은 로봇 파일럿이야!’를 외칠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 위한 거죠.

바로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가 자신의 꿈이 로봇 파일럿이라고 말한다면 사람들은 비웃었을 겁니다.

‘바보야. 세상에 로봇 같은 건 없어.’

하지만 지금은, 그런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줄 수 있겠죠.

‘아니야! 로봇은 진짜로 있어! PTW가 만들었다고!’

그건 로봇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누군가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 겁니다.

그리고 저도, 오늘부터 누군가가 물어보면 이렇게 답할 거고요.”

성진은 상혁이 슈퍼볼 광고에서 보여주었던 작은 장난감 상자를 떠올렸다.

그리고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띄우며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내 꿈은 이제부터 세계 최고의 나이츠 파일럿이 되는 겁니다.”

그것은 바로 그날부터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가지게 된, PTW가 만들어낸 새로운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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