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5. 1분 22초
20만 명의 관객들 앞에서 펼쳐진 레이드를 위해 이뤄진 리허설 배틀에서, 파일럿 중 한 명인 크리스티나가 제안한 전략은 나이츠 전원을 딜러로 구성하는 것이었다.
크리스티나의 전략은 지금 그들이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화력을 뽑아낼 수 있는 무장으로, 최단 시간 안에 마수를 퇴치함으로써 상혁에게 자신들의 실력을 어필하자는 의도였지만, 오다는 희생자가 나오는 것을 상혁이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팀원들을 설득하여 전원이 방어 장비를 갖춘 상태로 ‘각자도생’하는 전략을 리허설에서 선보였다.
그리고 실제 레이드가 진행되기 직전, 오다가 다시 한번 수정한 전략은 크리스티나의 ‘전력투구’ 전략과 자신이 제안한 ‘각자도생’ 전략의 중간에 해당하는 전략이었다.
10명의 팀원을 5개의 페어로 나누어 한명이 방어를, 한명이 공격을 전담하는 전략.
오다는 그 전략이 현재의 팀원 구성으로 마수를 공략하는 가장 최적의 방법이라 믿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저희는 초보입니다.
비록 20만 명에 가까운 KOH 플레이어 중에서 가장 높은 스코어를 기록한 유저들을 뽑아놓은 그룹이 저희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저희가 초보라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죠.
저희가 다른 유저들을 대신해 이 자리에 서 있는 건, 단지 다른 유저들에 비해 게임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나마 더 깊고, 조작에 조금 더 빠르게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게임이 발매된 지 오래되었고, 수많은 유저들이 인생을 갈아넣어 게임을 플레이 한 상태라면 저희가 최종 엔트리에 들어가는 일은 없었겠죠.
세상엔 저희보다 게임을 잘하는 게임에 미친 인간들이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무슨 말이 하고 싶으신 거죠?”
단 두 명밖에 없는 여성 파일럿 중 한 명인 차현희의 질문에 오다가 답했다.
“그래서, 엄선된 멤버임에도 불구하고 저희의 실력은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라는 겁니다.
무리도 아니죠.
오늘 9시에 컨벤션이 개장하자마자 KOH를 시작해서 종일 게임을 했다고 가정해도, 저희의 플레이 시간은 KOH 3시간, KOHA는 6시간 정도니까요.
실제로 여러분도 저같이 플레이하셨을 겁니다.
KOHA를 플레이할 때, 방어보다 공격이 훨씬 쉬우므로 AI가 조종하는 팀원에게 방어를 맡겨두고 자신은 딜러를 선택해서 레이드에 임하는 방식으로요.
혹시 이 중에서 ‘아니? 나는 방어가 너무 쉬워서 내가 AI를 지키고 다녔는데?’라고 말씀하실 수 있는 분 있습니까?”
오다의 질문에 멤버들 사이에서 침묵이 감돌자, 오다는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여기엔 AI가 조종하는 나이츠가 없습니다.
10명 전부 플레이어죠.
그 말은 각자가 자신에게 가해지는 공격을 알아서 막아야 한다는 건데, 실제로 그 전략을 사용해보니 무려 절반 가까운 인원이 방어에만 급급해서 공격을 아예 하지 못했어요.
그것 때문에 마수를 사냥하는 데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렸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건가요? 마수의 공격은 한방 한방이 치명적입니다.
아무리 나이츠에 타고 있어도 방어를 안 하면 한방에 리타이어한다고요.”
“페어를 꾸리면 됩니다.”
“페어를?”
“앞서 이뤄진 리어설에서, 저는 공격을 하며 여러분들이 각각의 공격에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데미지를 주는지 전부 체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렸죠.
이 중에 5명 정도는, 본인에게 가해지는 공격을 막으면서 다른 사람을 막아줄 수 있는 여유가 있을 정도로 조종에 조금 더 능숙한 모습을 보인다고요.
반대로 나머지 5명은, 마수의 공격을 피하거나 막는 게 한계였죠.
그러니 못하는 걸 어떻게든 하려고 노력하느니, 각자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5의 딜러는 조작 난이도가 비교적 쉬운 편인 공격계 장비의 활용에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 5명의 탱커가 각자 담당한 딜러들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그럼 방어를 맡은 쪽의 부담이 꽤 클 텐데요?”
“그 부담을 버틸 수 있다고 판단 되는 다섯 사람이 방어를 전담하게 될 겁니다.”
그러자 깡마른 체구의 한국인 한명이 손을 들며 말했다.
“확실히 그 방법이면 조금 전 리허설 때보다 확실하게 토벌 속도를 단축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크리스티나 씨가 말한 공격 올인 전략보다 안정성도 어느정도 확보될 테고요.
하지만 저희는 이미 리허설 때 안전성이 검증된 전략으로 마수를 토벌했죠.
지금 와서 새 장비로 교체하고 검증되지 않은 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큰 판단 아닙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럼 어째서 굳이 그런 리스크가 있는 전략을 택하려고 하시는 거죠?”
“죄송하지만 아직 멤버 이름을 다 못 외워서 그런데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도진천입니다.”
“도진-찬?”
“천. 도진천이라고요.”
“도진천 씨. 분명 진천 씨가 말씀하신 대로 저희가 이미 검증된 안정적인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저에게는 그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10명 중의 5명이 방어 행동에 신경 쓰느라 제대로 된 데미지를 주지 못하는 사이에, 5명은 여유롭게 공격을 막아내고서 적은 데미지를 입히고 있었죠.
전 리허설 때 저희가 내지 못한 저희 팀의 최대 포텐셜이 얼마나 되는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10년, 20년 후에 오늘을 돌아봤을 때, ‘그때 우린 참 치열하고 멋지게 싸웠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기를 바라니까요.”
진천은 말없이 오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저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후. 그것도 맞는 말이군요.
오늘 같은 날 내가 가진 능력의 120% 이상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계속 이불을 차면서 후회하게 될 테니까.
전 찬성하겠습니다.
나머지 분들은?”
“저도요.”
“저도 찬성합니다.”
“솔직히 게임 발매 이후에 다시 나이츠에 탈 수 있다는 보장도 없는데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어요.
조금 전엔 안정적이긴 했지만 오다 씨의 말대로 방어하는 데만 급급했으니까요.
저도 제대로 공격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파일럿 슈트를 입은 12명의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모습은 오다의 가슴을 벅차게 만들고 있었다.
그 벅찬 감정을 안고, 오다는 ‘동료들’을 향해 반짝이는 눈으로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그럼 PTW측에 변경된 장비 리스트의 적용을 요청하도록 하겠습니다.”
***
-저 모습을 보니 왜 PTW가 이 말도 안 되는 크기의 스타디움을 건설했는지 이해가 가는군.-
편집장의 말을 들은 리차드는 붉게 달아오른 눈으로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아야 할 드래곤 형태의 거대한 괴수를 상대로, 마찬가지로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10대의 강철 기사들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었다.
그것은 보는 동안 몇 번이고 딥 다이버의 전원을 내려서 자신이 보고 있는 광경이 허구의 이미지인지, 아니면 진짜 로봇과 괴물을 보고 있는 것인지 확인하게 중간중간 강제로 확인하게 만드는 ‘압도적인 박력’이 느껴지는 경기였다.
“으아아아아!!!”
그 순간, 무게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육중해 보이는 15미터짜리 강철 덩어리를 향해, 마수의 거대한 꼬리가 휘둘러졌고, 그 공격에 직격당한 나이츠는 방패를 사용하여 방어엔 성공했음에도,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덕분에 수십 톤짜리 거대 로봇이 자신들이 있는 방향을 향하여 공중을 ‘날아오는’ 모습을 보게 된 관객들은, 자신들이 보고 있는 존재가 허구의 존재임을 알고 있음에도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충돌을 피해 멀리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관중석을 향해 포탄처럼 쏘아지던 나이츠가 관객들과 충돌하기 직전, 마치 SF영화에 나오는 배리어와 같은 반투명한 에너지장이 나이츠의 거체를 경기장 안쪽으로 튕겨내었다.
그러자 조금 전의 공포에 질린 비명과는 다른, 경탄의 감정이 담긴 압도적인 환호성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20만 명이 동시에 외치는 거대한 함성이 콕핏에 앉아있는 파일럿의 고막을 아프게 때리고 있었지만, 그 환호성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의 ‘120%’ 이상을 발휘하지 못하면 한순간에 리타이어 해야 할 정도로, 전투의 난이도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젠장! 시끄러! 엘레니아. 전장 소리 레벨을 더 낮출 수 있어?
아예 끄지는 말고, 음성 대화에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귓가에 울려 퍼지던 엄청난 함성이 순식간에 적당히 듣기 좋은 레벨로 잦아들자, 오다는 약간의 아쉬움을 느꼈다.
관객들의 뜨거운 응원 소리가 전투에 방해가 되는 것만큼, 마음을 달아오르게 만드는 격려가 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나 그런 부분을 신경 쓸 여유가 없는 오다는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을 억지로 밀어내며 빠르게 팀원들의 상황을 살폈다.
“도진찬 씨! 괜찮습니까?!”
-도진천입니다. 젠장. 설마 거기서 꼬리를 휘두를 줄은 몰랐는데!-
“복귀 가능하신가요?”
-좌완 하부 물리 파괴.
경기장 벽에 충돌하면서 플라이 휠 시스템이 박살 났어요.
무엇보다 남은 실드 에너지가 ‘0’입니다.
복귀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포메이션을 변경합니다.
크리스티나 씨는 제가 있는 위치로 긴급 이동 부탁드립니다.
제가 두 사람을 커버하겠습니다!”
-무리에요! 지금 한 사람이 두 명 커버하는 것도 빡센 상황인데!-
“엘레니아! 크리스티나 씨의 새 지정 위치를 바탕으로 적 마수가 가하는 공격 궤도 예측을 수행해줘.”
[코스트 오버입니다.
요청하신 명령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본체까지 합쳐서 3대의 나이츠에 가해지는 공격 예측 연산을 수행해야 합니다.
현재 할당된 코스트로는 본체를 합쳐 2대까지만 예측 연산 처리가 가능합니다.]
오다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현재 자신이 탄 나이츠의 코스트를 잡아먹는 수많은 기능 중에서, 어떤 기능을 껐을 때 자신이 대응 가능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기능을 꺼야 자신이 지켜야 하는 두 사람을 효율적으로 지킬 수 있는가.
찰나의 순간 머릿속으로 수백가지 시나리오를 계산한 오다는 다급한 목소리로 엘레니아에게 명령했다.
“오토 쉴드 패링의 레벨을 3에서 2로.
크리스티나 씨는 오는 길에 진천씨의 나이츠가 사용하던 방패를 가져다주세요!”
-방패를요?!-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경고. 쉴드 패링의 레벨을 낮추면 임의의 각도에서 가해지는 공격에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요청하신 명령을 수행할 경우 이후 가해지는 공격은 모두 수동으로 방어 각을 맞추셔야 합니다.]
“상관없으니까 해!”
[요청을 수행합니다.
오토 쉴드 패링의 레벨을 3에서 2로 조정.
여유분 코스트를 나이츠 ‘로드 티란데’에 가해지는 마수 공격에 대한 예측 연산으로 전환합니다.
해당 데이터를 콕핏 모니터에 디스플레이 하겠습니다.]
엘레니아가 말을 마치는 순간 안그래도 복잡하게 화면을 가리고 있던 전투 예측 정보 디스플레이가 더욱 복잡한 형태로 변화했다.
그것은 마수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오다의 탑승기인 ‘홀리 프레일’과 오다의 페어 나이츠인 ‘갓 블레스’, 그리고 크리스티나의 나이츠인 ‘로드 티란데’에 가해질 수 있는 모든 공격에 대한 예측 데이터를 홀로그램 형태로 표현한 디스플레이였다.
오다는 자신이 지정한 위치로 달려오는 로드 티란데를 보며, 한쪽 손에 들고 있던 프레일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그리고 로드 티란데가 들고 온 도진천의 방패를 넘겨받았다.
[새 장비의 장착이 확인되었습니다.
장비 이름 <제리코의 방패>
해당 장비의 남은 내구도 78%
구체적인 장비의 스펙을 확인하시겠습니까?]
“확인할 시간 없어.
자세한 건 싸우면서 몸으로 확인한다.”
오다가 탑승한 나이츠, 홀리 프레일이 양손에 든 거대 방패를 서로 부딪치며 금속성의 굉음을 내었다.
그것은 마치 잔뜩 얻어맞아 쓰러지기 전의 복서가 자신의 가슴을 두드려 남아있는 투지를 상대에게 어필하는 것 같은 느낌의 행동이었다.
“덤벼라! 빌어먹을 도마뱀아!
내가 상대다!!!”
그러자 오다의 포효를 들은 크리스티나와 차현희가 조종간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중얼거리듯 서로 대화했다.
“방패가 두 개라도 혼자서는 오래 못 버텨요.”
“최대한 빠르게. 조금이라도 더 강한 공격을.”
규칙상 레이드는 리타이어했을 때 최대 2명까지의 와일드 카드를 중도 투입할 수 있었지만, 와일드 카드를 전장에 투입하는 데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했다.
엘레니아가 허공에 띄워준 합류 카운터에 표시된 시간은 1분 22초.
오다는 지금이 오늘 전투의 가장 큰 고비임을 직감했다.
‘내가 두 명을 지킨 상태로 1분 22초를 버틸 수 있으면 우리의 승리,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패배다.’
한순간만 삐끗해도 세계 최초의 거대 로봇을 통한 가상 레이드 경기가 인류의 패배로 끝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오다는 오히려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비록 가상의 로봇을 조종하여 펼치는 경기이긴 하지만 ‘실물 로봇의 콕핏’에 앉아 로봇을 조종하고 있는 현재의 자신.
그리고 20만 명이 관객들과 수천만의 시청자들이 미친듯한 환호성을 지르며 자신들의 경기를 바라보고 있는 현재의 상황.
마지막으로 게이머라면 누구라도 흥분할 수밖에 없는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전투 난이도.
그 모든 것이 그의 전신에서 미친 듯이 아드레날린을 뿜어내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다는 이 순간을 100% 즐기고 있었다.
***
[경고. 적 마수의 이상행동 감지.
다중 발동에 의한 광범위 공격 마법이 감지되었습니다.
예상 피격 위치 표시 완료.
피 보호 대상 나이츠의 현재 위치를 계산하여 최적의 방어 위치를 선정합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엘레니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콕핏 한쪽에 떠 있는 홀로그램 미니맵에 무수히 많은 붉고 노란 표적 마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오다는 붉은 표적 마크가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그리고는 방패 하나를 박아넣고 엘레니아에게 외쳤다.
“월 오브 제리코!”
[방어 스킬 <월 오브 제리코>발동.
방패의 위치를 기준으로 반경 100미터 내부의 피격 데미지가 30% 감소되었습니다.
적 마수의 캐스팅 과정 완료.
질량 병기에 의한 다중 포격 공격이 시작됩니다.
마스터. 충격에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다는 검지와 중지를 빠르게 뻗어 오른손 조종간에 있는 보조 버튼을 몇 개 누른 후 조종간을 잡다 당겼다.
그러자 홀리 나이츠가 방패를 든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위쪽에서 다가오는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자세를 취했다.
그렇게 공격을 막기 위한 대비를 한 상태에서, 하늘 위쪽을 바라본 오다는 입으로 욕설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공중에 떠 있는 수많은 마법진에서, 마치 차원 문을 통과하듯 등장한 수많은 바위들.
그것은 오다도 익히 잘 알고 있는 판타지의 대표 마법.
‘미티어 스웜(Meteor Swarm)’이었기 때문에.
게임 속에서 볼 때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였던 공격이, 직접 맞는 시점에서 보니 압도적인 공포감을 자아내는 것을 본 오다는 굳게 다문 입술을 깨물었다.
‘각만 잘 맞추면 빗겨서 흘릴 수 있어.’
오토 실드 패링의 레벨은 총 3단계.
그중 3레벨은 파일럿의 별다른 조작 없이 본체에 가해지는 공격을 자동으로 방패로 막는 기능이 있었고, 2레벨은 맞은 공격을 최적의 각도로 흘려낼 수 있도록 방패의 피격각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이, 마지막으로 1레벨은 각각의 공격에 대응해 방패를 휘두르는 힘의 세기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기능이 달려 있었다.
그중 3레벨에 해당하는 기능을 코스트 벌이를 위해 껐기 때문에, 오다는 자신과 동료 나이츠들에게 가해지는 공격을 막기 위해서 수동으로 방패의 시작 위치를 조정해야 했다.
‘타이밍에 맞춰서 가져다 댄다.’
어차피 방패의 적절 각도는 자동으로 조정되기 때문에, 오다가 해야하는 일은 공격이 들어오는 타이밍에 공격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방패의 위치를 조정하는 것 뿐이다.
그러나 그것 자체도 매우 어려운일인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오다는 자신의 인생 전체를 통틀어 유래가 없을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모든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분초 단위의 타이밍을 맞춰 공격을 막아내는 상황이었기에, 오다는 미친 듯이 빠르게 낙하하며 주변 지역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운석을 필사적으로 눈으로 좇으며 ‘방패질’을 시전했다.
“으아아아아아아!!”
홀로그램으로 표시된 나이츠의 전신은 이미 붉은 경고색으로 가득 물들어 있었고, 방패의 내구도 감소를 알리는 경고 역시 미친 듯이 울려대고 있었지만, 오다는 조종간을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팔이 저려.’
나이츠가 방패로 낙하하는 운석을 막을 때마다, 포스 피드백 시스템에 의한 반동이 조종간을 통해 오다의 팔로 전달되었다.
그것은 오다가 조종하는 나이츠가 받는 충격량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미약한 충격이었지만, 느리면서도 확실하게, 오다의 관절과 근육에 피로를 쌓아가는 중이었다.
‘게임이었으면 일시 정지하고 잠시 쉬었을 텐데.’
그러나 오다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조종간을 잡은 손에서 힘을 빼는 순간, 나이츠 역시 방패를 손에서 놓아버릴 테니까.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리타이어 뿐만이 아니라, 날아오는 운석 무더기 속에서도 자신을 믿고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공격 스킬을 시전하고 있는 동료들이 함께 리타이어하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앞으로 5초.’
방패의 내고가 끝까지 버티기를 간절히 바라며, 오다는 이제는 원형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부서진 방패를 들어 올렸다.
그것은 오다가 처음 보았을 때 타워실드 정도의 크기를 한 대형 방패였지만, 지금은 테두리가 다 부서져 버클러처럼 보이는 방패였다.
‘제발 저게 마지막.!!’
오다는 짙은 붉은 색으로 위험 경고를 발하고 있는 ‘방어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페달을 누르고 있는 발에 있는 힘껏 힘을 주었다.
그리고 크리스티나의 나이츠를 으깨버릴 기세로 날아오고 있는 거대한 운석을 향하여 온 힘을 다해 방패를 휘둘렀다.
[방패 각도 조정을 통한 흘리기 판정에 실패했습니다.
물리 피해를 최대 경감 각도로 방패 각이 자동 조정됩니다.
운석 충돌 저지 판정 불가.
우완 완전 손상 확률 96%]
‘쳐낸다’보다는 ‘밀어낸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자세로, 홀리 프레일이 운석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오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운석의 압도적인 중량은 홀리 프레일의 오른손을 사정없이 으깨놓고 있었다.
“아직이다아아!!”
홀리 프레일은 부서져서는 오른손과 더불어 왼손까지 내밀어 운석의 낙하를 저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다는, 조종간을 잡은 양손에 미친 듯이 힘을 불어넣으며, 젖먹던 힘까지 모두 짜내 조정 간의 방향을 오른쪽으로 비틀었다.
마치 씨름 선수가 거대한 상대를 옆으로 밀어 메치는 것처럼, 오다는 ‘쉴드’를 이용한 흘리기가 아닌 ‘몸통’을 이용한 흘리기로 마지막 운석을 옆으로 밀어내었다.
[좌완 파손율 79%
우완 파손율 86%
양팔의 정상 기능 지원 불가.
흉부 장갑 손상 확인.
남은 에너지 잔량 5% 이하.
전투 속행이 불가능합니다.
마스터. 전장 이탈 명령을.]
“아니, 그거면 됐어.”
[남은 에너지 잔량이 5%인 상황에서 전투 속행은 불가능합니다.
더 심한 손상을 입기 전에 전장 이탈을 추천합니다.]
“아니, 5%면 충분해. 그 정도면···.”
그렇게 말하며, 오다가 탄 홀리프레일이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오다는, 자신을 향해 덮쳐오는 검은 그림자를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남은 경기를 전장에서 지켜보기엔 충분한 에너지니까.”
그 순간, 전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한 남자의 목소리가 스타디움 내부에 울려 퍼졌다.
[자동 낙하 모드 해제!
수동 자세 제어 개시!
가용 가능한 모든 출력을 양팔에 집중!]
순간, 낙하 데미지 감소를 위해 몸을 웅크리고 있던 거대 로봇이 공중에서 자세를 풀었다.
그리고는 등에 있는 거대한 배틀 액스를 뽑아 낙하하던 속도 그대로 용의 꼬리를 절단해버렸다.
-크와아아아아아!!!-
굉음과 함께 꼬리가 잘려나간 마수가 비명을 지르고, 잘려나간 꼬리의 단면에선 붉은 피가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 떨어진 거대한 나이츠가 피로된 폭포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자신의 기체만 한 거대 배틀 엑스를 붕붕 휘두르면서.
그것은 도진천이 리타이어하면서 대신 출전하게 된, 오늘 레이드 팀의 ‘최대 화력’이자 ‘와일드 카드’ 역할을 맡은, ‘극’ 공격형 나이츠.
‘즈라드’의 등장이었다.
***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새로운 나이츠의 등장에 보내는 팬들의 압도적인 환호에 보답이라도 하듯, 즈라더는 호쾌함 그 자체인 연속 공격을 선보이며 마수를 말 그대로 ‘도륙’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즈라드의 뒤를 따르기라도 하듯이, 딜링을 맡은 나머지 멤버들도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화력을 동원하여 마수를 공격하는 중이었다.
그러자 방어에만 급급하던 지금까지의 전투 분위기를 한방에 반전시키는 듯한 화려한 전투를 보며, 관중들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잘 버텼어요. 조금만 늦었으면 개 털렸겠네.-
-메테오 스웜 이후에 무력화 시간이 1분 30초였죠?
그 안에 승부를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방패 역할 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대장.-
일제히 울리는 파티원들의 통신을 들으며, 오다는 만족한 표정으로 다진 고기가 되어가는 마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그 거체로 가능한 동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점프력을 보이며 공중에 뛰어올라 마수의 목을 절단하는 즈라드의 모습을 보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수의 시체 위에 올라타 도끼를 들어 올리며 포효하는 나이츠의 모습은,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뜨겁게 하는 그 무언가를 품고 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오다는 승리의 뿌듯함과 동시에 가슴 속에 단단하게 뭉쳐있는 진한 아쉬움도 함께 느끼고 있었다.
‘이게 진짜 로봇으로 하는 전투였으면.’
물론 여기 모인 20만명의 관객들은 조금 전의 화려한 가상 전투만 가지고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장에 참여한 오다 본인도 몇 번이고 비명을 지를 만큼, PTW의 아레나에서 펼쳐진 가상 전투는 거의 현실에 가까운, 그러면서도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환상적인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현실의 로봇을 직접 본 적이 있으며, 지금도 그 로봇의 콕핏에 앉아 조종간을 잡고 있는 오다는 가상의 전투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진한 갈증을 느끼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조금 전까지 격렬한 전투를 치루던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하···. X친···. 진짜 끝내주네요…….
진짜로 끝내주는 전투는 맞는데……. 왜 이리 아쉽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여기 모인 20만 명의 관객들 앞에서 지금 당장 외치고 싶어요.
‘등신들아! 이게 전부가 아니라고! 더 멋지고 끝내주는 게 있다고!’
하지만 제가 그런 말을 스피커로 내보내려는 낌세 만 보여도 PTW에서 칼같이 통신을 차단하겠죠?-
-아마도 그럴 겁니다.
솔직히 지금 심정으로는 감수해야 할 위험이 아무리 크더라도 실제 나이츠를 타고 싸워보고 싶은 기분이에요.
겨우 가상 현실상에서 벌어지는 배틀이 이 정도인데, 실제로 조정 간을 잡고 수십 톤짜리 강철을 부딪치는 느낌은 더 끝내줄 테니까.-
그 이야기를 들으며, 오다는 결심을 굳혔다.
조금 전 레이드를 시작하기 전부터 계속 고민했던 제안을, 자신의 동료들에게 해야겠다는 결심을.
“저기,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만….”
-뭐죠? 대장?-
“저희가 이벤트 참여 대가로 받기로 한 10억 말인데요.”
-예.-
“전 그거 포기할 생각입니다.”
-예?!-
10억이란 돈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기에, 오다의 결정은 매우 충격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다는 자신의 결정에 대한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차라리 10억 안 받을 테니 진짜로 로봇을 조종할 기회를 달라고 해볼 생각입니다.”
-오다 씨. 10억이에요? 1억이 아니라고요. 무려 10억인데요?!-
“압니다. 그게 얼마나 큰 돈인지.
하지만 제가 지금 PTW에 낼 수 있는 가장 큰 물건은, 혹시 모를 위험 상황에서 날아갈지도 모를 제 목숨과 제가 받기로 한 10억의 보상금뿐이에요.
전 그 10억을 포기하고 사고 발생시 PTW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고 상혁 씨와 협상해볼 생각입니다.”
-미쳤어요? 조금 전 레이드에 참여하셨으니 아시겠지만, 나이츠의 무장은 가상 스킬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와일드 카드로 합류한 즈라드 같은 경우는 실제로 15미터짜리 배틀 엑스를 사용한다고요.
만약 조금이라도 패링에 실패해서 사고가 나면 조종석 채로 두동강 날수도 있어요!-
“압니다.”
-알면서도 10억이란 거금을 포기하면서 목숨까지 던지시겠다고요?-
“하지만 그건 우주비행사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예?-
당황하는 파티원들을 향해 오다가 말했다.
“그 누구도 사람이 달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했어도, 달에 도착해서 지구까지 안전하게 돌아온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죠.
그런 상황에서, 닐 암스트롱과 그의 동료들은 자발적으로 목숨을 걸고 달을 향한 자살길에 올랐습니다.
누군가는 그게 미친 짓이라고 할지 몰라도,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솔직히 기회만 준다면, 나도 목숨 걸고 달에 가고 싶다고.
지금 저희가 잡은 이 조종간은 10억이 아니라 100억을 줘도 함부로 잡을 수 없는 물건입니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진행된 거대 로봇들의 첫 번째 대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1000억이 아니라 1조를 줘도 가질 수 없는 기회죠.
그 정도라면 제겐 목숨을 건 리스크를 감당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만약 오늘 이대로 실제 로봇을 조종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일본으로 돌아간다면, 전 평생토록 오늘을 후회하며 살게 될 테니까요.
강요하는 건 아닙니다.
10억이 더 좋은 보상이라고 생각하시거나,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생각되신다면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이 기회가 가진 가치를 아시는 분이라면, 저와 함께 딜을 걸어봅시다.
저희가 가진 ‘진지함’이 너무 간절해서, 10억이란 보상금을 포기할 정도로 로봇을 조종해보고 싶다고 어필해보자는 거죠.”
오다는 단 한 명 정도만이라도 자신에게 동의하는 사람이 있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적어도 나이츠들끼리의 싸움을 위해서라면, 자신과 맞서 싸워 줄 한명 이상의 파트너가 필요했으니까.
그러나 오다에게 들려온 팀원들의 대답은, 그의 예상을 아득하게 벗어나는 것이었다.
-젠장. 맞네. 1조를 줘도 얻을 수 없는 기회긴 하네.-
-10억을 포기하고 로봇을 탈 기회를 얻겠다니, 집에 가면 마누라한테 등짝 스매싱을 엄청 맞을지도 모르지만, 전 하겠습니다.
적어도 제 아들 앞에서 오늘 아빠가 진짜 로봇을 타고 싸워봤다고 자랑할 수 있을 테니까요.-
-만약 오늘 경기가 이루어진다면, 그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명예로운 싸움이 되겠죠.
세계 최초의 나이츠 파일럿이 될 기회를 남자들한테만 넘기고 싶지 않아요.
저도 하겠습니다.-
단 한 명도 거부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을 보며, 오다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초상화 모니터를 통해 전달되는 그들의 눈빛에서, 그 누구보다도 로봇을 사랑하는 ‘오타쿠’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오다는 동료들을 향해 감사의 마음을 담아 말했다.
“다들 동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확정은 아니에요.
저희가 보상금과 신체적 위험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를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PTW가 그 조건에 응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다만 저희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을 보여줄 뿐이죠.
저희가 이만큼 로봇에 대한 진심이라는 것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겠군요.”
-그게 뭐죠?-
“이렇게까지 했는데 로봇 조종을 안 시켜주면 저는 앞으로 죽을 때까지 PTW에 대한 악플을 매일 100개씩 달 거라는 거죠.”
그리고 그 순간, 오다는 실물 로봇을 처음으로 보았을 때보다 더 기겁한 표정을 지으며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자신이 탄 콕핏의 스피커에서, 상혁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에.
[그거 참 무서운 이야기군요.]
“사사사···. 상혁 씨?!”
[안녕하세요. PTW의 CCO, 사사사상혁입니다.
다들 조금 전 레이드 진행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혹시 저희끼리 하던 이야기 들으셨나요?”
[경기 중에 파일럿들끼리 하는 대화는 전부 상황실로 전달되죠.
그건 당연한 이야기 아닙니까?]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네요.
상혁 씨. 저희 나이츠 파일럿 일동은 PTW에서 제안한 이벤트 참여 보상금 및 신체적 위험 발생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 권한을 포기하겠습니다.
그 대가로 실제 나이츠에 탄 상태로 스타디움에서 아르마를 진행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10억이라.
지금 본인이 탄 기체가 한 대에 얼만지 알고 계십니까?
1500억이 넘습니다.
개발비 빼고 생산 원가가 그 정도라고요.
오다 씨의 제안은 그런 비싼 물건을, 고작 7시간 동안 나이츠 조종에 대해 배운 초보 분들의 손에 맡겨달라는 의미입니다.
아까 우주비행사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 어떤 우주비행사도 이렇게 급하게 태우지는 않아요.
최소 한 달 이상 훈련을 받고 우주선에 탑승하죠.
솔직히 말하면 여러분들의 요청은, PTW입장에서 볼때 엄청나게 무리한 요구입니다.]
“역시 그렇습니까···.”
실망감이 잔뜩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오다가 답했다.
상혁이 말한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자신들이 보여준 진심이 그의 기준을 채우지 못한 것 같아서.
그러나 이어지는 상혁의 말은, 모든 나이츠 파일럿들이 고개를 번쩍 들어 모니터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무리함이 마음에 듭니다.
여러분이 이벤트에 참여할 때, 저는 여러분들에게 ‘진심’을 요구했죠.
그건 자신이 정말로 간절하게 로봇을 타고 싶다는 마음을 보여달라는 요구였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레이드를 진행하며 보여주신 모습은, 그런 간절함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모습이었고요.
5차 NE 컨벤션과 나이츠 프로젝트의 총 책임자의 권한으로, 여러분에게 현실의 나이츠를 조종할 수 있는 권한을 드리겠습니다.
20만 명의 관객들 앞에서,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세요.
상대가 타고 있는 원가 1500억짜리 나이츠를 아예 고철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멋진 경기를 보여주시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오···. 오오오!!!!!-
-으아아아아아아!!!-
-아르마다! 아르마를 할 수 있어!!-
모두가 기뻐하는 가운데, 상혁은 설명을 이어나갔다.
안 그래도 기뻐하는 그들의 기분을, 하늘 저편으로 날려버리는 설명을.
[아, 그리고 어차피 1500억짜리 로봇을 박살 내면서 싸우는 배틀인데, 거기서 10억 추가되어봤자 티도 안 납니다.
보상금은 약속대로 드리도록 하죠.
세계 최초의 로봇 대전 파일럿이라는 영광과 함께, 10억이란 보상금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물론 아르마 참전 시 지급하기로 한 위험수당 10억도 추가로 지급될 겁니다.]
그것은 저의 심장마비가 올 정도로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있던 파일럿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만세를 부르게 하기에 충분한 제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