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439화 (440/485)

439. 차원이 다른 체험감

‘PTW의 이번 신작은 혁신적인 게임이라기보다는, 볼륨과 완성도에 집중한 느낌의 게임이네.’

KOH를 플레이하며 오다가 느낀 감상은 바로 그것이었다.

AAA급 서브컬쳐 모바일 게임에서 ‘부분 유료화’라는 요소를 제거한 듯한 게임.

그러나 그 단순한 변화 하나만으로, 이 게임은 높게 평가받을 가치가 있다고 오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할 게 진짜 많은 게임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대 모바일 게임의 과금요소들은 유저의 지갑을 열기 위해 엄청나게 매력적인 보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입을 수 있는 귀여운 복장, 장비하는 것에 따라 특정 애니메이션과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파츠, 주인공이 사용하는 ‘거점’ 역할을 하는 부유 요새의 내부 인테리어를 바꿀 수 있는 다양한 가구들.

그리고 무엇보다, 현대 서브컬쳐 모바일 게임의 주력 BM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

원래라면 수십 수백만 원의 과금을 통해 확률적으로 얻어야 하는 수많은 요소를, KOH에서는 유저들이 플레이 도중 만나는 퀘스트와 탐험의 보상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이 던전을 S랭크로 클리어하면 오버 니삭스가 해금된다고? 그럼 당연히 S랭크를 노려야지!’

‘오! 여기는 복실복실 파자마가 클리어 보상이네?

히로인이 입으면 귀엽겠다.

이것도 S랭크 노려야겠군.’

퀘스트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KOH의 보상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었다. 있었다.

생각 없이 플레이해도 적당히 퀘스트 라인을 따라왔다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B랭크 이하의 보상은 게임 내에서 등장하는 로봇 ‘나이츠’의 ‘스펙 업’과 관련된 장비.

각 퀘스트에 맞는 파티와 장비 구성을 갖추고 전략을 짜서 들어가야 달성할 수 있는 A랭크 보상은 부유 요새의 각종 편의 시설 및 이벤트 해금에 필요한 ‘인테리어’ 장비.

그리고 적절한 파티 조합이나 전술 외에 플레이어의 컨트롤 실력까지 요구하는 S랭크에서는, 각 히로인들이 장비할 수 있는 ‘코스튬’ 장비가 해금되게 되어 있었다.

비록 그 코스튬 장비들은 어떤 능력치도 붙어있지 않았지만, 오다는 오히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굳이 S랭크를 강요하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들어.’

오다가 보기엔 이 보상 시스템을 통해 PTW가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굳이 S랭크에 집착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걸 해라.’

가장 어려운 S랭크 달성 보상이 아무 능력치도 없는 코스튬 아이템인 것은, 아마도 그래서 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오히려 게이머의 본능을 자극하는 느낌이었기에, 오다는 마주하는 전 퀘스트의 S랭크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어차피 자신의 목표는 30만명의 방문객 중 최상위 10위 안에 드는 것이기도 했으니까.

오다는 곧 KOH가 주는 재미에 푹 빠져들 수 있었다.

‘역시 PTW라고 해야 하나?

전체적인 컨텐츠가 하나로 잘 조화된 느낌이라 엄청 좋은데?’

KOH는 코스튬 해금 시스템도 다른 게임과는 다른 느낌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복장을 획득하면 플레이어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복장을 갈아입힐 수 있는 기존의 서브컬쳐 게임과는 다르게, PTW에서는 플레이어가 히로인의 복장을 별도로 지정할 수 없었다.

대신 코스튬이 해금되면 플레이어가 타고 다니는 부유 요새의 코스튬 샵에 신규 코스튬이 등록되고, 히로인들은 자신에게 할당된 ‘예산’을 사용해서 해당 복장을 구매해 입는 방식이었다.

게다가 옷을 사 입는 기준도 히로인의 성격에 따라 천차만별이라서, 어떤 히로인은 예산 사용의 우선순위가 장비 업그레이드로 잡혀 있어서, 예산을 넘치도록 주지 않으면 항상 기본 복장만을 입고 다니기도 하고, 어떤 히로인은 새로 해금된 코스튬이 나오면 무조건 그것부터 구매해 입고 다니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플레이어가 단순히 퀘스트 보상을 얻는 것 만이 아니라, 함 내에서 함께 생활하는 동료들의 스트레스 관리에도 힘써야 하는 게임이 바로 KOH라는 게임이었다.

‘스트레스 관리와 예산 사용의 효율을 기준으로 파티 멤버를 편성하면 취향이 맞는 멤버를 기준으로 영입하는 게 제일이지만, 취향이 맞는다고 유닛 상성까지 일치하는 건 아니니까 이런 건 깊이 고민하면서 플레이해야겠네.’

다음 퀘스트를 위해 부유 요새로 이동하는 도중에, 함내를 돌아다니며 파티원들의 상태를 살피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었다.

자신이 직접 영입한 미소녀 파티원들의 불평을 듣고, 그것의 해결 방법을 고민하며, 다음 전략을 구상하는 모든 과정이 매우 잘 짜여 있었기 때문에.

그것은 약자를 구하기 위해 세계를 유랑하는 방랑 기사단의 삶을 그대로 표현한 듯한 게임 시스템이었다.

***

[직장 그룹의 ‘망할 편집장’님의 전화입니다. 지금 바로 연결하시겠습니까?]

“연결해.”

[통화가 연결됩니다.]

-리차드? 지금 2시간째 연락이 안 오는데, 대체 어디서 뭐 하는 거야?-

같은 시각, 오다와 마찬가지로 행사장이 열리자마자 KOH의 체험 에리어로 달려온 게임 기자 리차드 는 자신에게 걸려온 편집장의 전화를 들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패드를 놓지 않은 채로 딥 다이버의 통화 기능을 통해 편집장과 대화했다.

“저야 당연히 지금 취재 중이죠.”

-그럼 중간보고를 해야지!

지금 다른 언론사에서는 전부 단편 기사로 이번 5차 NE 컨벤션에 대한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고!-

“하아···. 편집장님. 어차피 그런 단편 기사는 굳이 홈페이지를 통한 뉴스가 아니어도 스트리머 방송 같은 거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어요.

물론 입장객 전원에게 개별 AI를 붙여 테마파크 관리를 맡긴 PTW의 새 시스템이 엄청나게 편리하고 재미있는 볼거리이긴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고요?

어차피 모든 정보가 스트리머들에 의해서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있는 마당에, 몇 줄짜리 단편 기사까지고 조회 수를 끌어보겠다는 건 욕심이죠.”

-그렇다고 아무 기사도 안 내보낼 순 없잖아.

다른 데서는 다 하는데.-

“다른 데서 다 한다고 저희도 그래야 할 필요는 없죠.

그리고 제가 노리고 있는 건 좀 더 큰 기사이기도 하고요.”

-좀 더 큰 기사?-

“전 오늘 행사장이 오픈되자마자 PTW의 감춰진 신작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달려왔어요.

그리고 랭킹을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게임을 하고 있죠.”

-혹시 그 게임이 KOH인지 뭔지 하는 그 게임인가?-

“국장님이 그걸 어떻게 아세요?”

-지금 그 게임을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고 있는 스트리머만 수백명이 넘으니까.-

“스트리머들의 평가는 어떤가요?”

-호평 일색이야.

‘드디어 과금 압박 없는 AAA급 서브컬쳐 게임이 등장했다.’라는 평가부터, ‘수백 수천 시간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을 게임’이라는 평가까지.

하는 사람마다 죄다 재미있다고 호평하고 있어.-

“그건 어찌보면 당연한 걸지도 모릅니다.

겉으로 보기에 이건 그냥 로봇과 미소녀가 등장하는 그래픽 좋은 서브컬쳐 게임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말도 안 되는 물건이니까요.”

-그래? 구체적으로 어떻게?-

“PTW는 KOH를 만들면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기존 게임의 노하우를 완벽하게 결합했어요.

일반적으로 이런 류의 캐릭터 수집 게임에서, 미소녀 캐릭터는 이쁜 디자인과 설정을 가지고 정해진 대사를 내뱉는 일종의 수집용 트로피에 가까운 역할을 하게 되죠.

그건 연애 요소가 있는 게임도 마찬가지예요.

선물 아이템을 주던, 아니면 특정 퀘스트를 클리어하던, 호감도를 올려서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캐릭터마다 미리 정해진 시나리오를 볼 수 있게 되어있는 거죠.”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

“그 당연한 걸 뒤집는 게 PTW의 장기니까요.

KOH는 그런 면에서 매우 특별한 게임입니다.

스트리밍 방송을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기본적으로 KOH는 주인공이 이동 요새를 타고 다니며 동료를 수집하고, 작전 계획을 수립하여 토벌이나 던전 탐색, 거점 방어 등의 다양한 퀘스트를 수행하는 게임이에요.

그리고 고랭크를 노리기 위해서는 항상 적절한 파티 구성을 갖춰야 해서, 되도록 다양한 타입의 동료를 소집해야 하죠.

문제는 각 작전 별로 투입할 수 있는 인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겁니다.

다른 게임에서는 보통 그렇게 남는 인력에게 자동으로 자원을 수집하게 하거나 본부에서 훈련하도록 만들죠.

정 필요 없는 캐릭터는 갈아서 합성 재료로 쓰기도 하고요.”

-그렇지. 모든 캐릭터를 동시에 활용하게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근데 KOH는 좀 다릅니다.

이건 작전에 참여하지 않은 캐릭터가 작전 시간 동안 각 캐릭터의 성향에 따라 판단하고 움직이는 게임이더군요.

어떤 캐릭터는 자기가 알아서 훈련하기도 하고, 어떤 캐릭터는 라이벌에게 도전하기도 하고, 어떤 캐릭터는 정보를 수집하기도 하고, 어떤 캐릭터는 쇼핑을 하기도 합니다.

굳이 말하자면 심즈에서 플레이어가 조작하지 않는 NPC가 행동하는 것처럼 각자의 성격에 맞춰 본인이 할 일을 하는 거죠.”

-흠···. 그것만 들어서는 그게 왜 강점이 되는지 잘 모르겠는데?

단순히 캐릭터가 심즈의 NPC처럼 똥 마려우면 똥 싸고 배고프면 밥먹고 설거지거리가 있으면 치우는 것뿐이라면, 그것만으로 엄청난 메리트가 되지는 않겠지?-

“캐릭터들이 심즈의 NPC처럼 움직인다면 분명 그렇겠죠.

하지만 KOH의 캐릭터들은, 마치 OGC에 나오는 캐릭터들처럼 활동합니다.

예를 들어 OGC에서는 자존심 강한 캐릭터가 플레이어에게 지면 개별적으로 해당 게임을 연습해서 플레이어에게 재도전하기도 하고, 그러다 이기면 기뻐하면서 약 올리기도 하잖아요?

계속 지면 스트레스받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그렇지. 그런 진짜 사람 같은 행동이 OGC의 매력 포인트니까.-

“KOH의 캐릭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인공에게 호감을 쌓기 위해서 자신을 단장한다던가, 원래는 요리를 못하던 캐릭터가 주인공에게 도시락을 싸 주기 위해 혼자 열심히 요리 연습을 한다던가, 혹은 주인공이 자주 데려가는 레귤러 멤버에 합류하기 위해 혼자서 수련을 하기도 하고, 주인공에게 로봇의 조종법을 알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하죠.

아니면 쇼핑을 나간 김에 주인공이 좋아할 법한 물건을 사 와서 주인공에게 선물하기도 하고요.

지금 제가 데리고 다니는 동료 중에는 주인공을 몰래 쫓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어서 자기 방을 도배하는 스토커 캐릭터도 있어요.

그렇게 구성된 캐릭터들의 모든 행동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는 방향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화합니다.

그런 시스템 덕분에, 플레이어는 새 캐릭터를 발견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고민하게 되죠.

이 캐릭터가 합류했을 때 혹시 팀워크에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이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의 의욕을 끌어올리는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을까?

요리가 특기인 캐릭터가 부유 요새에 합류하면 함선에서 제공되는 식사의 질이 좋아지고, 협상이 특기인 캐릭터가 합류하면 식재료나 자재의 조달비가 줄어들죠.

특정 캐릭터가 합류함으로써 채택할 수 있는 전술의 종류가 늘어나기도 하고, 어떤 캐릭터는 다른 캐릭터와 사제 관계를 맺기도 합니다.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정말로 제가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단순히 몬스터를 사냥하고 아이템을 모아서 동료를 모으는 게임이 아니라, 진짜로 동료들과 함께 세계를 모험하고 사람들을 구원하는 주인공의 느낌이 든다는 겁니다.”

-이제 좀 갓겜같이 들리는구먼.-

“갓겜이요? 아뇨.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뭐랄까, 원래부터 제가 PTW 게임의 팬이긴 했지만, 이건 차원이 달라요.

KOH는 비록 콘솔 게임이긴 하지만, 그 어떤 PRD 게임에도 밀리지 않는, 적어도 캐릭터성과 게임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역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을만한 게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지금 편집장님과 통화를 하면서도 패드를 놓지 못하고 게임을 계속하고 있는 거죠.”

-취재 중이라며??!-

“이 미친 갓겜을 취재 중이라는 의미였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잠시 후면 12시가 되고, 그때는 PTW에서 상위 랭커를 대상으로 KOH의 PRD 버전을 플레이하게 해 주겠다고 했으니까요.

편집장님. 혹시 지금 시청율 상위권인 스트리머들의 방송 내용을 볼 수 있으십니까?”

리차드의 말을 들은 편집장은 잠시 기다리라고 말하고는 주요 스트리밍 사이트의 시청율 랭킹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리차드에게 말해주었다.

-상위권은 죄다 5차 NE 컨벤션 관련 방송으로 도배되어 있는데?-

“그 중에 KOH 관련 내용을 보여주고 있는 방송은요?”

-거의 없어.

지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방송들은 대부분 역대 NE 컨벤션 에리어를 소개하는 내용이 메인이니까.-

“그럼 그건 금방 바뀔 겁니다. 일찍부터 KOH 플레이 중계를 시작한 스트리머라면 몰라도, 다른 에리어 소개에 집중한 스트리머는 PRD 버전 플레이에 필요한 랭크 점수를 확보하지 못할 테니까요.”

그 순간, KOH를 플레이하고 있는 10만 명이 넘는 유저들 중, 상위 10%에 들어가는 랭크 점수를 등록한 유저들의 앞에 일제히 같은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지정 시간 동안 상위 10% 랭크 등록 과제를 달성하셨습니다.

지금부터 안내되는 에리어로 이동하시면 KOH의 PRD 버전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그 메시지를 보며, 리차드는 마음속으로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PRD 버전에 대한 궁금증을 넘어설 정도로,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이 주는 재미가 너무나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아, 지금 새 캐릭터 영입 조건을 거의 다 맞춰서 딱 좋은 타이밍인데···.’

게임 초반부에 잠깐 만난 이후로, 리차드가 계속 영입을 위해 노력했던 캐릭터.

반짝이는 긴 금발과 눈부신 흰색 갑옷으로 무장한 ‘나엘리스’라는 캐릭터의 합류가 바로 눈앞에 있는 상황에서, 진행하던 게임을 끄고 PRD 존으로 이동하는 것은 리차드에게 있어서 엄청나게 고민되는 일이었다.

‘그냥 무시하고 계속해?’

자신이 포기하고 콘솔 버전의 플레이를 계속한다면, 아마도 자신보다 낮은 랭크 점수를 기록한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나엘리스가 합류한 파티를 데리고 즐겁게 게임을 이어서 플레이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생각한 리차드는 그냥 하던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자고 마음속으로 결정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큰 소리로 외쳤다.

“아니 미친, 잠깐만! 이 게임의 콘솔 버전이 미친 듯이 재미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PRD로 플레이하면 아예 VR 환경에서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는 거 아냐?

내가 미쳤나?

왜 이걸 계속 잡고 있겠다고 생각한 거지?”

그렇게 말한 리차드는 급하게 일어나 게임을 세이브 했다.

어차피 여기서 게임을 종료하더라도, 세이브 데이터는 딥 다이버의 저장 공간에 들어가기 때문에.

리차드는 이후의 플레이를 나중에 하기로하고, 빠르게 게임을 종료시켰다.

그리고는 자신보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한 1만명의 인파를 따라 PRD 존으로 이동했다.

딥 다이버로 구현된 가상 TV의 안에서 보았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PRD 안에서는 얼마나 더 멋지게 등장할지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대하면서.

상기된 얼굴로 발걸음을 옮긴 리차드는, 이윽고 세계 최대 규모의 PRD 체험공간에 입장하게 되었다.

대당 3천만 원에 육박하는 세계 최고가 게임 디바이스인 ‘Physical realization device’가, 무려 5만 대나 모여있는 장소에.

그것은 단순히 기기 가격만 따져도 무려 1조 5천억에 달하는 장비가 모여있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하는 게임 체험공간이었다.

***

“요즘도 생산량이 달려서 예약이 1년 가까이 밀려있다더니, 물량을 죄다 PTW에서 가져가서 부족한 거였구나!”

넓은 공간에 펼쳐진 5만 대의 PRD를 보며, 오다가 탄성을 내질렀다.

이미 그곳엔 PRS를 입고 게임을 플레이 하고 있는 수만 명의 게이머가 PRD 안에서 팔다리를 허우적거리고 있었지만, 오다는 그것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없었다.

프라이버시를 위해, 각 PRD가 차지하는 공간을 전자식 불투명 유리로 가려놓았기 때문이었다.

그 유리 덕분에, 게이머가 들어가서 플레이하고 있는 공간은 안이 보이지 않도록 불투명한 유리로 가려져 있었고, 비어있는 자리는 투명한 유리로 안이 비어있음을 어필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둘러보던 오다는, 황당하다는 목소리로 이곳에 자신을 안내해준 페로에게 말했다.

“굳이 테마파크까지 와서 죄다 PRD만 하고 있나? 생각보다 빈자리가 적은데?”

그러자 페로가 눈앞을 날아다니며 오다의 질문에 답했다.

[오늘 공개된 또 하나의 게임인 ‘무한의 바다’는 PRD 전용 게임이니까요.

여기 있는 PRD 대부분은 무한의 바다 체험을 위해 준비된 기기입니다!

안에서 플레이 중인 게이머 대부분은 지금 무한의 바다를 플레이 중이기도 하고요.]

“KOH는 플레이 안하고?”

[말씀드렸다시피 KOH의 PRD 버젼은 12시까지의 콘솔 버전 플레이에서 상위 10% 랭크에 도달한 플레이어만이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권한이 없으니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거죠!]

“아, 그랬지. 근데 이렇게 죄다 사용 중인데, 나는 어떻게 플레이하지?”

[KOH 유저를 위한 플레이룸은 별도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지금부터 저를 따라오시면 돼요!]

날아가는 페로를 따라 이동하니, 페로의 말대로 안이 비어있는 1만대의 PRD가 나란히 모여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을 본 오다는 페로를 향해 다시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비어있는데 아무도 사용하려고 안 하네?”

[저쪽에 있는 PRD 룸과는 다르게, 이쪽은 인증을 받지 않으면 문이 열리지 않는 구조로 되어있으니까요.]

“인증은 어떻게 받아?”

[투명한 유리문 옆에 빛나고 있는 원이 있죠?

거기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시면 됩니다.]

오다는 페로가 시키는 대로 유리에 새겨진 빛나는 원에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마치 회로에 전기가 공급되는 것처럼, 원 주변에 거미줄 같은 문양이 나타나며 음성이 재생되었다.

[사용자의 파일럿 존 입장 승인 요청 확인.

자격 소지 여부 확인 완료.

파일럿 룸 A-552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러자 푸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문의 경계가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투명한 유리문이 살짝 안으로 들어가며 양쪽으로 갈라졌다.

마치 SF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당연히 그냥 손으로 밀고 들어가는 형태의 유리문이라고 생각했던 오다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오다를 더욱 당황시키는 것은, 그 안에 있는 PRD의 모습이었다.

그것은 그가 기억하고 있는 PRD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당황한 오다가 페로를 향해 질문했다.

“저거, PRD 맞지?”

[맞습니다. 아마도 주인님이 기억하는 PRD와는 조금 다른 형태겠지만요.]

“뭔가 엄청 SF틱한 느낌인데?”

[저건 이번 행사를 위해 특별히 커스터마이징 된 KOH 전용 PRD에요!

프레임과 모터의 출력과 디자인이 변경되었고, PRS도 좀 더 개선된 버전으로 변경된 거죠!

이번 이벤트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물건입니다!]

“확실히. 디자인부터 아까 내가 플레이 한 KOH랑 잘 어울리는 느낌이네.

약간 마법적인 느낌도 들고, 중세 분위기도 느껴져.

그러면서 SF스러운 느낌도 강하게 들고.”

오다는 PRD 옆의 작은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접시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건 뭐야?”

[‘A랭크 조종사용 지정 보존식’입니다.]

“아, 게임 안에서 봤던 그거?

보면서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먹어도 돼?”

[당연히 드셔도 되죠!

저건 일종의 룸 서비스 같은 거니까요.

하지만 너무 드시는 건 추천 드리지 않습니다.

저렇게 작아보여도 칼로리가 엄청난 물건이거든요.]

“하긴, PRD 게임이 체력을 엄청나게 요구하긴 하지.

배려가 좋네.

이게 없었으면 중간에 식사하러 나가야 했을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말한 오다는 접시 위의 사각형 덩어리를 집어 들어 한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큰소리로 외쳤다.

“헐. 미친 존맛탱!”

***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에 목숨을 걸던 과거의 게이머들과는 다르게, 현대의 게이머는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이란 컨텐츠를 즐긴다.

그리고 그중 가장 보편적인 방법의 하나는, 다른 사람이 게임을 하는 것을 스트리밍으로 ‘지켜보는’ 것이었다.

게임의 난이도나 무리한 과금, 혹은 과도한 공포 요소 등을 스트레스받지 않으면서 즐겁게 대리 체험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바로 스트리밍 방송을 보는 것이었기에.

그리고 그 스트리밍 방송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 방송이 바로 PTW의 게임 방송이었다.

아무리 파고들어도 항상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깊이 있는 게임성.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화려한 그래픽.

인간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정교한 AI는 플레이 할 때 뿐만 아니라 단순히 남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주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많은 스트리머들은 자신의 주력 컨텐츠로 PTW 게임 방송을 내보내고 있었고, 그런 스트리머들에게 이번 5차 NE 컨벤션은 그야말로 ‘방송 각’을 뽑아낼 수 있는 거리로 가득한 노다지나 다름없었다.

‘원래는 그랬어야 했는데 말이지.’

게임 방송을 주로 진행하는 스트리머 윤성진은 자신의 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 수를 보며 조용히 한숨지었다.

다른 채널에 시청자를 빼앗긴 것인지, 이런 빅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적은 시청자 수를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건 초반에 자신이 내린 잘못된 판단이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다른 거 안 보고 바로 KOH 플레이로 넘어간 게 잘못이었나?’

마치 여행 가이드 같은 느낌으로 컨벤션 회장의 곳곳을 안내하는 다른 스트리머의 방송들은 평소보다 높은 시청자 수를 보여주고 있었지만, 얼핏 보기에 평소와 같은 게임 방송처럼 보이는 자신의 방송의 시청자는 다른 방송에 시청자를 빼앗겨 낮은 시청자수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은 성진에게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었지만, 성진은 굳이 그 감정을 시청자들에게 표현하지 않았다.

시청자 수가 어찌 되었건, 자신이 플레이한 KOH라는 게임은 매우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AAA급 그래픽과 스케일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과금요소가 전혀 없는 서브컬쳐 게임.

게임 안의 모든 컨텐츠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캐릭터’가 아닌 ‘동료’와 함께 하는 느낌을 강하게 전달하는 KOH의 게임성은 지금까지 성진이 보지 못한 재미를 전달해주고 있었다.

‘아마도 지금 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도 그런 기분이니까 여기 남아있는 거겠지.’

성진은 일부러 힘찬 목소리를 내며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아!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생각하시는 시청자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어차피 게임은 발매되고 나서 해도 그만인데, 굳이 그 어려운 예매 전쟁을 뚫고 컨벤션 회장까지 와서 패드 잡고 게임하는 걸 보여줘야 했느냐고요.

그것도 이렇게 볼거리가 넘치는 테마파크에서.

물론 그 말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오늘이 아니라 내일이나 모레에도 언제든지 볼 수 있는 내용을, 굳이 오늘 이 자리에서 방송하는 건 방송적으로는 좋지 않은 판단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까지 제가 KOH의 플레이에 집중한 것은, 지금부터 진행될 방송의 추진력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방송 초반에 가이드 AI인 페로가 말해준 것처럼, 12시까지의 KOH플레이에서 상위 10% 안에 들어가면 KOH의 PRD 버전을 플레이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드디어 12시가 되었습니다!

전 10% 안에 당당히 들 수 있었고요!

아직도 컨벤션 회장 소개만 하고 있는 다른 스트리머들은 그 자격을 얻지 못했겠죠!

이제부터는 제 방송이 더욱 흥미진진한 내용이 될 겁니다!”

그러자 딥 다이버 화면 구석의 채팅 에리어에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의 채팅이 우수수 올라오기 시작했다.

-솔직히 나는 계속 콘솔 버전 방송했어도 볼 것 같음.

인간적으로 캐릭터도 너무 이쁘고 게임도 너무 재밌어보이더라.-

-나도 비슷한 생각인데 PRD 버전은 좀 더 다르지 않을까?

게임 안에서 나오던 부유 요새 안을 직접 걸어 다니면서, 그렇게 예쁜 히로인들하고 대화하고 노가리 까는 건 엄청나게 즐거울 것 같으니까.-

-근데 대체 PTW는 그 게임의 PRD 버전을 어떻게 만들려는 거지?

도무지 상상이 안 가는데?-

-왜 상상이 안 감? 그냥 게임을 VR로 옮기면 되는거 아냐?-

그러자 채팅을 보던 성진이 시청자의 질문을 보고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일반 콘솔 게임하고 PRD 전용 게임은 아예 내용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아까 KOH에서는 주인공이 로봇을 정비할 때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로봇이 수리됐었지만, 그게 PRD 버전이 되면 직접 수리해야 할 수도 있잖아요?

볼트를 조인다던가, 용접한다던가, 아니면 부속을 옮기는 크레인의 조작을 한다던가.

히로인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좀 더 디테일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고, 함선 내의 식사라든지 데이트 이벤트도 좀 더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겠죠.

특히 로봇의 조작 같은 건 훨씬 복잡해질 거고요.

콘솔 버전 KOH의 로봇 조작은 팀 플레이 중심의 TPS 액션 게임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게 VR 버전이 되면 그 시스템을 그대로 진행할 수는 없겠죠.

뭐, 자세한 건 직접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제가 지금 궁금한 건 따로 있어요.

어차피 같은 게임 시스템을 사용한다면 PRD로 만든 게임이 압도적으로 더 몰입감 있고 재미있는데, 왜 그 열화 판인 콘솔 버전 게임을 따로 만들었냐는 거죠.

두 게임이 서로 다른 게임이면 몰라도.”

-다른 게임일 수도 있죠.-

“엑?!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않을까요?

그럼 콘솔 버전 플레이를 따로 하고, PRD 버전 플레이도 따로 해야 하는데?”

-둘 다 장단점이 있잖아요.

콘솔은 좀 더 간편한 방법으로 핵심 컨텐츠에만 집중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PRD는 압도적인 현실감으로 진짜 게임 안에 빠져들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까.-

“흠···.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네요.

솔직히 조금 전 플레이한 KOH는 그거 그대로 완벽한 느낌이었어요.

그걸 VR로 옮기면, 몰입감은 엄청날지 몰라도 엄청나게 피곤할 것 같은 느낌?

콘솔 버전에서야 버튼 몇 번 누르면 깔짝깔짝 끝낼 수 있는 그 많은 게임 시스템을, VR로 하려면 꽤 복잡한 과정이 필요할 테니까.

반면에 안에 들어있는 멋진 로봇이나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는 실제 파일럿이 되어서 플레이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럼 여기서 포인트 투표 갈게요.

‘KOH의 PRD 버전은 콘솔 버전을 VR로 업그레이드 한 게임이다.’ VS ‘아니다. 전혀 다른 게임일 거다.’로.

방송 보고 계시는 시청자 분들 투표 부탁드려요.”

잠시 후, 페로의 안내를 받아 PRD 존으로 이동하면서, 성진은 투표 결과를 확인했다.

그것은 ‘KOH의 PRD 버전은 콘솔 버전을 VR로 업그레이드 한 게임이다.’라는 의견의 압승이었다.

-아무리 PTW라도 게임 하나를 반으로 쪼개서 내지는 않겠죠.-

-HC101도 PRS 버전, PRD 버전은 조작만 다르고 게임은 똑같잖아.

당연히 이번 게임도 그렇겠지.-

어느새 늘어나기 시작한 시청자를 보며, 성진은 조용히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허공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자 이제 PRD 존에 도착했습니다!

지금 저는 상위 랭커들을 위한 파일럿 룸 앞에 서 있고요.

크! 이름이 파일럿 룸이라니.

엄청 있어 보이지 않나요?

그럼 지금부터 방 안으로 입장하도록 하겠습니다.”

성진이 방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열자, 채팅창이 흥분한 시청자들의 채팅으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문 열리는 거 완전 SF네!-

-오오오! 저 PRD 겁나 멋져! 가지고 싶다!-

-와! 나ᅟᅮᆯ마루마ᅟᅮᆯ마 개 멋져!-

-쟤는 지금 놀래서 언어를 잃어버린 듯.-

-구경도 좋지만 빨리 PRD 접속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그 재미있는 반응을 보며, 성진은 불끈 주먹을 쥐었다.

자신이 보기에도 방금 전 입장 연출은 반칙 수준으로 멋있었기 때문에.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현실 속 물체는 TV라는 평면 채널을 통해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양감을 전달해주고 있었다.

‘아, 역시 화면으로 보는 거랑 직접 보는 건 느낌이 완전 달라.

이게 PTW 클래스라는 건가?

고작 문 여는 것 하나에도 이렇게 멋진 연출을 넣는 다는 게?’

그렇게 생각하던 성진의 눈에 이질적인 모습의 하얀 기둥이 들어왔다.

화려한 LED로 빛나는 PRD의 옆에, 마치 툭 튀어나온 것처럼 박혀 있는 하얀색 기둥.

위쪽에 있는 푸른색 원에서 빛을 뿜어내고 있는 기둥의 옆면엔, 마치 전자제품의 회로를 연상하게 하는 푸른색 문약이 거미줄처럼 뻗어 있었다.

‘저건···.’

성진은 그 하얀색 기둥 쪽으로 다가갔다.

조금 전 유리벽에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푸른색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원이 그려진 허리 높이 정도의 기둥에.

그리고는 자신의 오른손을 원 위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음에도, 왠지 그러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그러자 눈부시게 새하얀 바닥에서 사각형의 빛이 새어 나오더니, ‘푸쉬익’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를 뿜으며 하얀 기둥이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성진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바닥에서 올라온 기둥 속 투명한 유리벽 안에서, 이번 이벤트를 위해 특별히 준비된 PRS가 화려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은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PRS와는 전혀 다른, 애니메이션 속의 로봇 조종사나 입을 법한 화려한 디자인을 하고 있었다.

‘옷 하나 꺼내는 데 이런 연출이라니. 진짜 미쳤어···.’

성진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그 멋진 연출을 본 시청자들의 채팅창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런 미친!? 내가 갈걸!-

-내가 지금 이 순간 저기 없는 게 한이다.

-저 옷장 PTW에서 돈 받고 팔면 무조건 산다!!!-

-왜 우리 집엔 저런 거 없음?!? 나도 저거 줘!?!!-

그러자 채팅을 보던 성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만약에 이거 이벤트 끝나고 보상으로 준다고 하면, 전 죽을 때까지 PTW의 팬이 될래요.

뭐, 지금도 이미 죽을 때까지 PTW의 팬인건 맞지만, 지금보다 100배는 열정적으로 PTW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건 제가 지금까지 태어나서 본 옷 중에 가장 멋진 옷이니까!!”

-하아···. 개부럽···. 나도 입고 싶다.-

-난 안 입어도 좋으니까 저 기둥 한번 만져보고 죽었으면 소원이 없을 듯.-

-님들 바보임? 겨우 옷 하나 꺼내는데 저 정도면 PTW가 준비해 놓은 건 진짜 장난 아닐 거라고!=

-헐! 그렇네!? 성진님! 빨리 PRS로 갈아입고 확인해줘요!-

-안 그래도 개쩌는 게임인 KOH의 PRD 버전은 어떤 게임인지 보여주셔야죠!-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확인합시다!-

-착용감도 다를 것 같은데 입고 느낌 좀 말해주세요!!-

-알몸으로! PRS는 알몸으로 입어야 더 체감이 잘됩니다! 무조건 알몸으로!-

“그럼 잠시 갈아입을게요.”

성진은 딥 다이버를 벗어 벽쪽으로 돌려놓은 뒤, 옷장 안에 있는 PRS를 꺼냈다.

그리고는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고 PRS로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딥 다이버를 다시 뒤집어 쓴 뒤 시청자들에게 울먹이며 말했다.

“흑···. 여러분···. 이거···. 달라요···.

저희 집에도 PRS가 있는데, 그것도 착용감이 괜찮은 편이지만 이건 진짜 차원이 다른 착용감입니다···.

압박감이나 착용감, 촉감, 무게감까지···.

이건 진짜 로봇 파일럿 슈트를 입으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은 느낌이에요.”

-아악! 부러워! 배아파!-

-그거 안 주면 나갈 때 몰래 입은 채로 나갑시다!-

-제발 팔아줘! ㅠㅠㅠㅠㅠ

내 돈을 가져가라고!!-

무수히 올라오는 채팅의 향연을 보며, 성진은 자신의 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 수를 살펴보았다.

5322명.

그것은 조금 전 성진이 이 방에 들어오기 전과 비교하면, 무려 5배 이상 증가 된 시청자 수였다.

‘됐어. 이제 더 늘어날 거야.’

아마도 다른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이 자신의 방송으로 몰려온 것으로 생각하며, 성진은 힘차게 인사를 내뱉었다.

“시청자가 엄청 늘어났네요!

새로 오신 분들 모두 환영합니다!

딱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이제 곧 KOH의 PRD 버전을 체험하러 들어갑니다!

PTW가 각잡고 만든 로봇 게임이 어떤 느낌인지!

단순히 콘솔 버전을 VR로 업그레이드 한 게임인지!

아니면 완전히 다른 게임인지!

지금부터 확인 들어가겠습니다!”

PRD 안에 들어간 성진은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를 부르며 PRD의 와이어를 PRS에 연결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제는 밈이 되어버릴 정도로 유명해진, 한 도박 영화의 악당이 흥얼거리던 ‘그’ 콧노래였다.

“짠~짜라잔~짜라잔~짜라 쿵작작 쿵작작~

따라리라라라 따라리라~”

콧노래를 부르며 모든 와이어의 연결을 마친 성진이 PRD를 기동시키자, 웅장한 음악과 함께 조금 전 플레이 했었던 KOH의 타이틀 화면이 등장했다.

라고 쓰여진 커다란 타이틀 아래, ‘-Arena-’ 라고 쓰인 서브타이틀을 달고서.

-아레나네?!-

-아레나여?!-

그것은 조금 전 콘솔 버전에서 플레이할 때는 보이지 않았던, 오직 PRD 버전에서만 볼 수 있는 서브 타이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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