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437화 (438/485)

437. 과거보다 현재와 미래

[Imagine(상상해보라).

If you can(할 수 있다면).]

자신감을 넘은, 오만에 가까운 광고 카피로 유저들을 도발한 PTW의 슈퍼볼 광고는, 수많은 PTW의 팬들에게 불쾌함 대신 압도적인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다른 회사에서 그런 광고를 했다면 몰라도, 광고를 공개한 회사가 PTW였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도발적인 문장을 광고 카피로 선정하여 팬들의 마음속에 있는 ‘의혹’을 불식시키려던 상혁의 의도는, 적어도 PTW 팬들에게는 잘 먹혀들었다고 볼 수 있었다.

[상상할 수 있다면 해 보라니, 저런 광고를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으니까 그런 문구를 쓸 수 있는 거겠지?]

↳ 그렇겠지.

솔직히 슈퍼볼 광고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난 다음 NE 컨벤션의 개최 여부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어.

아마도 4차 NE 컨벤션이 마지막일 거라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슈퍼 히어로 영화 IP와 콜라보를 하고, 거기에 행사에 헐리우드 유명 배우를 초청해 유저들과 함께 싸울 수 있게 해줬잖아.

게다가 PRD라는, 나온 지 얼마 안 된 장비가 품고 있는 포텐셜을 극한까지 보여준 행사이기도 했고.

‘가상 현실이 일상화된 세계의 게임 쇼케이스’가 뭔지 가장 완벽하게 보여준 쇼케이스였지.

NE 컨벤션은 매번 진행할 때마다 놀라움 그 자체를 전해주는 행사였지만, 4차에서 그 끝이 뭔지 보여줬다고 생각해.

···라고 생각했었는데 PTW는 아직도 보여줄 게 남아 있었나 보네.

대체 마지막에 나온 로봇 장난감이 가진 의미가 뭐지?

↳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멤버들이 전력으로 해당 로봇의 출처를 확인하기 위해서 노력 중인데, 쉽지가 않네.

일단 어떤 애니메이션에서도 나온 적이 없는 로봇인 건 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렸어.

한국 유저의 말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지금처럼 발전하기 이전에 저작권 분쟁을 회피하기 위해서 유명 로봇의 디자인을 엉성하게 베낀 해적판 로봇을 출시하곤 했다는데, 아마도 그런 종류가 아닐까?

↳ 그런거라면 원작을 추적하는 건 의미가 없겠네.

하지만 케이스는 굉장히 낡은 느낌이었어.

마치 엄청나게 오래된 장난감 가게에서도 가장 구석에 처박혀서 가게 주인조차 그 존재를 모르는 장난감을 억지로 꺼내온 느낌이랄까?

게다가 로봇 디자인도 절대 멋지다고 할 수 있는 디자인은 아니던데, 대체 그 허접한 디자인의 낡은 로봇을 통해서 우리에게 보여주려는 게 뭐지?

↳ 그걸 알면 이 정도로 갑갑하지는 않겠지.

하지만 상대는 PTW라고.

이전에도 그랬지만, 그쪽에서 정보를 공개하기 전에 팬들이 눈곱만큼의 정보라도 알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지금 주어진 유일한 단서는 그 낡은 로봇 장난감 상자뿐이고.

그 로봇의 출처를 쫓아가다 보면 다음 NE 컨벤션의 내용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겠지.

“···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어때?”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읽던 현주가 묻자, 상혁이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그런 거 없는데요?”

“응? 그게 다음 NE 컨벤션의 힌트를 품고 있는 장면 아니었어?

엄청나게 의미심장한 분위기였잖아.”

“거기 의미를 부여하려면 나이츠의 형태를 본뜬 장난감이 들어간 박스를 썼겠죠.

애당초 그 상자에 그려진 장난감 로봇은 서연이 만든 오리지널 디자인이라고요.

만들 때도 ‘최대한 허접해 보이게 그려줘.’라고 부탁해서 나온 거고요.”

“그런 것 치고는 진짜 구멍가게에서 사 온 것처럼 낡았던데?”

“일부러 그렇게 보이게 그린 겁니다.

사실 그 장난감의 역할은 ‘로봇’이라는 키워드만 전달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일부러 진짜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이는 허접한 디자인의 로봇을 사용한 거고요.”

“그럼 지금 로봇의 출처에 대해 사람들이 열심히 파헤치고 있는 건···.”

“헛수고죠.”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상혁을 보며, 현주도 미소지었다.

“어쩔 생각이야?”

“정보를 좀 풀어야죠. 유저들의 기대감이 부푸는 건 좋은 현상이지만,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풀리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NE 컨벤션에서 유저들을 놀라게 할 포인트는 스타디움에서 두 눈으로 직관할 수 있는 실제 크기의 로봇이지, 광고 속 장난감 박스에 그려져 있던 70년대풍 로봇이 아니니까요.”

상혁은 바로 다음 날부터 시간을 쪼개 적극적으로 언론 인터뷰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집착하기 시작한, 유저들의 관심을 의도했던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

“그러니까 결국 광고에 등장했던 로봇은 NE 컨벤션과 큰 관련이 있는 로봇이 아니라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건 단순히 유저의 마음속에 있는 어린 시절의 꿈을 상징하는 물건일 뿐이죠.

애당초 실존하는 로봇도 아니고요.”

“어린 시절의 꿈이라.

그럼 다음 NE 컨벤션은 이미 공개된 해적 컨셉의 게임과 함께, 로봇과 관련된 게임이 등장하는 겁니까?”

“그럴 예정입니다. 홈페이지에서 공개했던 것처럼, 이번 5차 NE 컨벤션의 개최지는 대한민국에 있는 대전시가 될 것이고, 컨벤션의 타이틀이 바로 ‘슈퍼로봇대전’이니까요.”

“슈퍼로봇 대전이라.

같은 이름을 가진 유명 게임 시리즈가 있는데, 그것과 상관있습니까?”

“발음은 같지만, 한자가 다릅니다.

영어로 말하자면 발음은 같아도 스펠링이 다르다고나 할까요?

게임 슈퍼로봇대전의 대전은 ‘큰 전투’를 말하는 대전이고, 대한민국의 대전시 지명은 ‘큰 밭’이란 뜻이 있으니까요.”

“단순히 지명의 발음이 비슷한 지역이었을 뿐이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자신의 쇼에 나와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상혁을 보며, 허먼은 신이 난 목소리로 계속 질문을 던졌다.

오늘의 인터뷰에서, 상혁에게 뽑을 수 있는 정보는 모두 뽑아가겠다는 각오로.

그것은 앞으로 6개월에 가까운 시간을 기다려야 할 팬들에게 보여줄 좋은 선물이 될 거라고, 허먼은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는 잠시 실시간으로 방송 게시판에 올라온 유저분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질문이 엄청나게 많은 관계로, 모든 질문을 대신 전달해드릴 수 없는 점, 시청자분들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첫번째는 ID ‘고르곤졸라’님께서 올린 질문입니다.

‘광고에 나온 로봇의 정체에 관심이 쏠린 시점에서, 급작스레 인터뷰에 응한 것이 의심스럽습니다.

혹시 장난감 로봇의 정체를 숨기기 위한 연막작전입니까?’

라는 질문인데요.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희가 광고에 그 로봇 장난감을 등장시킨 이유는 순수하게 ‘로봇’이란 키워드를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장난감 상자에 그려진 로봇의 디자인은 아무 의미가 없죠.”

“하지만 그렇게 의심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있는 PTW는, 보안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회사니까요.

게다가 이렇게 급하게 사태 수습에 나온 것도 그런 의심을 부추기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굳이 내버려 둬도 좋을 루머를 미연에 수습하기 위해 인터뷰에 나오신 저의가 궁금합니다.

솔직히 기대감 유발을 위해서라면, 굳이 해당 루머가 잘못되었다고 발표하는 것보다는, 그냥 내버려 두는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요?”

“저희가 바라는 것이 단순한 이슈메이킹이었다면, 허먼씨의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기대감이라는 건 때때로 실망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저희가 팬 여러분들을 위해 전력으로 준비한 카드가 공개되는 순간, ‘우와아아아아앗!!!’하는 느낌이 아니라 ‘아니, 그럼 그때 공개한 로봇은 뭐였어?’라는 느낌이 된다면, 그건 실패한 마케팅이 되겠죠.

그렇기에 이토록 급하게 인터뷰에 나선 겁니다.

팬 여러분들이 보아야 할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을 보며 기대감을 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요.”

“기대감에도 올바른 방향성이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럼 좀 더 구체적으로, 팬들이 다음 NE 컨벤션에서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그 힌트를 공개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우선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번 5차 NE 컨벤션은 임시 세트가 아닌 정식 세트로 건설된 행사장에서 진행될 거라는 겁니다.

저희는 과거 대전에서 세계 엑스포가 열렸던 넓은 대지를 구매해 지금까지 역대 NE 컨벤션에서 사용된 모든 세트를 설치해놓았죠.

그리고 시대의 변화에 맞춰서, 좀 더 발전된 기술로 역대 NE 컨벤션을 즐길 수 있도록 어트렉션을 업그레이드했고요.

이번에 설치된 어트렉션은 단 3일간의 행사만을 위해 만들어진 장비들이 아닙니다.

일종의 테마파크 개념으로, 5차 NE 컨벤션이 끝난 이후에도 누구나 놀러 와서 즐길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기 위한 장비들이죠.

그렇기에 기존에 나무로 만들어져 있던 프레임은 강철이나 콘트리트로 새로 보강되었고, 장식으로서만 존재하던 수많은 기믹들이 실제 움직이고 만져볼 수 있는 놀이기구로 재탄생되었습니다.

넓은 행사장 전체가 딥 다이버를 이용한 AR 환경으로 구축되어 있기에, 딥 다이버를 가지고 관람을 하시면 완전히 미래의 테마파크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 말씀은 5차 NE 컨벤션 장소가 테마파크 형태로 건설되었다는 말입니까?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셜 스튜디오처럼요?”

허먼의 질문에 상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거기엔 세계 5도시에서 동시에 진행되었던 3차 NE 컨벤션의 모든 세트를 포함해서, VR 환경에서 진행되었던 4차 NE 컨벤션의 어트렉션까지 구현되어 있죠.

물론 가상환경이기에 가능했던 텔레포트 등의 VR 전용 기능은 쓰지 못하지만, 캐릭터 아바타를 꾸밀 때 방문했던 아바타샵이라던가, 최후에 벌어졌던 대형 이벤트의 무대를 실제로 볼 수 있는 어트렉션이 있고, YAS에서 벌어졌던 대형 이벤트의 장소를 그대로 구현한 세트도 있죠.

5차 NE 컨벤션에 방문한 고객들은 가상 현실이 아닌 현실의 세계에서 게임 속에 있었던 다양한 장소를 보고 만질 수 있을 겁니다.

PRD로는 미처 구현하지 못했던, 게임 속에 등장했던 다양한 음료나 먹을거리를 즐기면서 말이죠.”

“예상 방문 인원은 몇 명 정도 됩니까?”

“밀어 넣으면 더 밀어 넣을 수 있지만, 쾌적한 관람을 위해 고객 수엔 제한을 둘 생각입니다.

지금은 하루 30만 명 정도 방문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럼 3일간 진행되는 컨벤션이니 총 관객 수는 60만이 되겠군요.”

“그건 아니죠.”

“예?”

“저는 하루 입장 인원을 30만 명으로 잡았다고 했지 그걸 3일간만 받겠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애당초 이번 테마파크 조성에는 역대급으로 비용이 많이 들었고요.

저희 PTW가 물 쓰듯이 돈을 쓰는 회사라고 알려져 있긴 하지만, 아무리 저희라도 단 3일간 방문할 고객을 위해서 그 거대한 테마파크를 건설할 정도로 미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 그 말씀은···.”

“예.”

상혁이 말했다.

“5차 NE 컨벤션 날짜를 기점으로, 대전의 PTW 파크는 상시 운용으로 대중에게 오픈될 겁니다.”

PTW가 테마파크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의미나 다름없었던 상혁의 말은 허먼과 시청자들을 큰 충격에 빠트렸다.

그러나 이어지는 상혁의 설명은, 어째서 게임 회사가 테마파크를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인 일인지를 충분히 이해시킬 정도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저희 PTW는 비주기적으로 진행되는 NE 컨벤션을 위해 큰 비용을 써 왔죠.

1, 2차 행사를 미국에서, 그리고 3차 행사를 전 세계 5 도시에서 진행하는 과정에, 저희는 엄청난 양의 어트랙션 재고를 떠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어트랙션의 대부분은, 특정 게임의 홍보를 위해 만들어진 장비이기 때문에 다른 테마파크에 중고로 팔 수도 없는 것들이었죠.

하지만 저희는 그것들을 그냥 부숴서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대부분이 나무로 만들어진 그 놀이기구들의 안에는, 3일간의 행사 동안 수만 명의 팬이 직접 만지고 떠들며 감탄했던 추억이 담겨 있었으니까요.

PTW가 지금처럼 커다란 회사가 되기 전, 고등학교 동아리 방의 작은 동아리였을 때부터, 전 PTW의 게임이 팬들에게 이런 느낌으로 남아 있기를 원했습니다.

시대가 변해도 벽 한구석을 당당하게 차지하며 볼 때마다 게임을 할 때의 즐거운 기분을 떠오르게 만드는 게임.

20년이 지나고 30년이 지나도 창고 정리를 하다 문득 발견하는 순간 ‘다시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드는 게임.

그리고 다시 플레이하는 순간, 처음 할 때 느꼈던 그 재미를 그대로 전달해 줄 수 있는 게임.

그리고 그건 NE 컨벤션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는 모든 NE 컨벤션이 유저의 마음속에 깊이 남을 추억으로 남기를 원했기에, 그토록 많은 적자를 감수하면서 행사 진행에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생각하기엔 나름의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동의합니다.

저 역시 PTW 팬의 한 사람으로써, 제가 보았던 모든 NE 컨벤션의 추억을 하나하나 전부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들어가서 뭘 먹었는지, 어떤 냄새를 맡았는지, 뭘 보았고 어떤 충격을 받았는지.

그 모든 것이 저와 팬들에겐 인생의 소중한 추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저희는 추억을 선물한 당사자로서, 그 추억을 보존할 의무감도 함께 느끼고 있었습니다.

테마파크가 오픈되고 나면, 아쉽게도 NE 컨벤션 당일에 입장하지 못했던 팬들에게는 그때 경험하지 못했던 경험을 다시 체험할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해당 기간에 리얼 타임으로 컨벤션을 즐기던 사람들이, 어떤 기분으로 행사장을 돌아다녔는지 직접 체험할 수 있겠죠.

그리고 운 좋게 NE 컨벤션에 참여할 수 있었던 사람들에게, PTW 파크는 과거의 추억을 최신 기술로 다시 경험할 좋은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겁니다.

현재 설치된 테마파크의 어트렉션들은, 당시 기술보다 훨씬 진보된 기술로 고급 자개를 사용하여 만들어진 장비들이니까요.

특히 코넥트만 존재했던 시절에 만들어진 MYOM의 어트렉션 장비들은 거의 환골탈태급으로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시엔 사방에 설치한 대형모니터를 보며 모니터 속 캐릭터가 조작하는 마나를 움직였다면, 대전에 구현된 마탑은 완벽하게 지원되는 AR 환경에서 진짜 마법사가 된 기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죠.”

“이야기를 들으니 당시의 즐거운 추억이 떠오르네요.

당시엔 딥 다이버 같은 장비가 없었음에도, 손가락을 움직여 닫힌 문을 연다던가, 숨겨진 문을 마법으로 여닫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었죠.

그 경험을 다시 체험할 수 있다니,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기분입니다.”

그러자 상혁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물론 과거의 기억을 그대로 되살리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긴 하겠지만, 저희가 건설할 테마파크의 목적은 단순히 추억을 되살리는 것만이 아닙니다.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니까요.”

“현재와 미래라···. 먼저 현재에 관해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물론 보안에 문제가 없는 범위 안에서요.”

“그 정도는 가능합니다.

여기서 제가 말한 현재란, 시대가 지나가면서 발생하는 기술의 발전을 의미하는 겁니다.

말씀하신 대로 코넥트는 이미 20년이 넘은 과거의 기술로 만들어진 장비고, 현대의 컴퓨터 능력은 그때에 비해 엄청나게 발전했으니까요.

물론 코넥트 자체가 오파츠 취급받을 정도로 시대를 뛰어넘는 성능을 가지고 있었기에 지금도 현역으로 뛰는 장비이긴 하지만, 그래도 20년 넘은 기술을 2021년 기준으로 ‘최신 기술’이라 하는건 무리가 있습니다.

그 말은 그때의 장비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으로는 그때 사람들이 느꼈던 감동을 그대로 전달할 수 없다는 뜻이죠.

그렇기에 저희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모든 어트렉션들을 재설계하고, 안의 게임들을 최신 기술에 맞게 리메이크했습니다.

혹시 2차 NE 컨벤션에서 공개되었던 OGC의 세트를 기억하십니까?”

“기억합니다. 분명 학교처럼 생긴 건물에 들어가 교실같이 생긴 체험 존에서 모니터를 보며 게임을 플레이했었죠.”

“해당 세트는 현재 완벽한 수준의 AR 지원을 바탕으로 완전히 다시 제작되었습니다.

이전의 체험플레이에서는 모니터를 보고 정체불명의 소녀를 추적해야 했지만, 지금은 아예 학교 안에서 AR로 구현된 NPC들을 쫓아 부실로 이동하게 되어 있죠.

만약 관람객이 OGC 플레이어라면, 해당 관람객은 자신의 워크패스트 계정을 이용하여 OGC안에 있던 친구들을 현실로 소환해 함께 놀 수 있습니다.

TV 안에서 함께 놀았던 그 친구들과 학교 뒤편의 자판기에서 음료를 뽑아 마시거나, 학생식당에 갈 수도 있고, 노래방에 갈 수도 있죠.

오직 해당 공간 안에서만 볼 수 있는 추가 이벤트도 왕창 추가되었고요.”

그러자 상혁의 이야기를 들은 허먼이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오오!!!! OGC 팬이라면 안 가볼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놀라시면 안 되죠.

EOD의 세트장에 가시면, 직접 미군의 장비를 착용한 채로 폭탄 해체 임무에 참여하는 제험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때와 지금의 다른 점이라면, 당시엔 장비를 입은 상태에서 대형 모니터를 보며 폭탄을 해체해야 했다면, 지금은 딥 다이버를 낀 상태에서 직접 폭탄을 해체해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경계 임무 시에 손에 든 총도 미군이 쓰는 것을 똑같이 구현한 모델건을 쓰게 되고요.

그건 무게와 질감, 반동까지 현실 총기와 똑같은 물건이죠.

단지 총알만 안 나갈 뿐입니다.

그런 식으로, 저희는 기존에 있던 장비를 전부 신기술로 대체하여, 좀 더 몰입감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어트랙션을 재구성했습니다.

수십 년 전 느꼈던 그 감동을, 2021년인 지금 더욱 발전된 기술로 체험할 수 있도록.”

“PTW 팬이라면 꼭 가봐야 할 장소가 되겠군요.

하지만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체로 놀이기구들이 딥 다이버의 활용에 맞춰진 느낌입니다만, 혹시 PRD 관련 놀이기구는 없습니까?”

“PRD가 서비스되지 않는 지역이나 PRD를 보유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약 5만 대 정도의 PRD가 설치된 ‘PRD 존’이 존재합니다.

전 세계에 있는 PRD 체험방 규모로는 최대 규모의 설비죠.”

상혁은 그 외에도 테마파크에 설치된 다양한 어트렉션에 대해 설명하며, 그곳이 얼마나 즐거움으로 가득한 공간인지를 최선을 다해 어필했다.

그러자 그 설명을 행복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허먼이 상혁에게 질문했다.

“참 이야기만 들어도 즐거운 느낌의 공간입니다.

저도 꼭 참가해야하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런데 상혁 씨. 상혁 씨의 설명을 듣다 보니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르는데요.”

“무슨 의문이죠?”

“지금 설명하신 어트렉션에 대한 설명이, 관객들의 기대감을 떨어트리는 요소가 될 거라는 걱정은 하지 않으시나요?

안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는지,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지, 지금 이 자리에서 전부 설명하고 계시니까요.”

“제가 설명한 것들은 전부 과거의 NE 컨벤션에서 경험했던 것들이 어떻게 업그레이드되었느냐에 대한 것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즐겁게 만들어뒀으니, 예전에 경험했던 내용이라도 기대를 해볼 만합니다.’라는 걸 어필하려는 의도죠.

기껏 역대 NE 컨벤션의 어트랙션을 총동원한 테마파크를 만들었는데, ‘예전에 봤던 거니까 굳이 두 번 볼 필요는 없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니까요.

거의 새로 만드는 수준으로 리메이크되었으니, 이전에 참가했던 분들도 기대감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씀드린 겁니다.

게다가···.”

“게다가?”

“지금 말씀드린 모든 내용이 아무것도 기억에 남지 않을 정도로, 저희가 준비한 이번 컨벤션의 히든 카드는 무지막지하게 강력하니까요.”

“히든카드라. 혹시 로봇과 관련된 그것입니까?”

“예. 그리고 제가 오늘 인터뷰에 나온 이유이기도 하죠.

허먼 씨. 슈퍼볼 광고의 마지막에 등장한 로봇 장난감은, 그 디자인 자체로는 아무 의미도 없는 물건입니다.

그건 말하자면 어린 시절에 흔히 하게 되는 꿈을 상징하는 물건이죠.

그 광고에서, 저희는 저희가 준비한 두 개의 차기작에 대한 정보를 뿌렸습니다.

하나는 광고 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해적’과 관련된 게임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다들 예상하는 것처럼 로봇과 관련된 게임입니다.”

“장난감 상자와는 관련 없지만, 로봇이 등장하는 게임은 맞는 거군요?”

상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허먼이 물었다.

“그렇다면 더 높은 기대감 조성을 위해, 관련 정보를 좀 더 푸는 게 좋지 않을까요?

실제로도 커뮤니티 내의 의견을 보면 해적 게임에 대한 예상 글이 압도적으로 더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게임일 것이다, 저런 게임일 것이다, 하는 수많은 의견들이 활발하게 교류되고 있죠.

그러나 또 하나의 게임에 대해서는 박스에 그려진 로봇의 정체를 예상하는 글만 올라올 뿐,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대체 로봇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의견이 아마도 GOS의 속편이 아닐까 하는 의견이 있긴 한데, 그것도 확실하지는 않은 상태고요.

그러니 가능하다면 이 자리에서 차기작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공개해주셨으면 합니다.

PTW 팬의 한 사람으로서, 제가 뭘 기대해야 하는지는 알고 행사에 참여하고 싶으니까요.”

그러나 허먼의 간절한 눈빛에도 불구하고, 상혁은 고개를 저었다.

무한의 바다와는 다르게, 상혁은 KOH에 대한 내용을 공개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상혁은 KOH가 사람들이 내놓은 그 어떤 상상보다 멋진 게임으로 행사에 등장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저희가 사용하는 광고문구는 단순히 멋으로 들어간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단 하나뿐이죠.

여러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멋진 로봇 게임에 대해 마음껏 상상해보세요.

그리고 그것이 어떤 식으로 공개될지에 대한 것도.

저는 팬 여러분들이 앞으로 남은 6개월의 시간 동안 저희가 어떤 미친 짓을 하려는 것인지, 즐거운 기분으로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지나친 기대감을 품고 컨벤션을 본 유저가 실망할 수도 있을 텐데요?”

“만약 저희가 준비한 것을 단 한 번이라도 보신 적이 있다면, 실망이라는 단어를 꺼내지는 못할 겁니다.

저희가 준비한 카드는, 여러분이 상상하는 어떤 기대도 만족하게 해드릴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카드니까요.

그러니 마음껏 상상하세요.

할 수 있다면 말이죠.”

상혁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허먼과의 인터뷰를 마쳤다.

그리고 그런 상혁의 인터뷰는, 자존심 강한 게이머들의 가슴 속에 뜨거운 불을 지폈다.

도발적인 상혁의 메시지는, 그들에게 ‘너희들이 뭘 상상하든 우리가 준비한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라는 의미로 들렸기 때문에.

PTW의 팬들은 즉시 여러 개의 모임을 결성하여 5차 NE 컨벤션에 대한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중에는, ‘혹시 실제 크기의 로봇을 만들려는 게 아닐까’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상혁은 그런 예측글이 커뮤니티에 올라와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차피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 뻔했기에.

그리고 상혁의 그런 예상대로, PTW가 실제 크기의 로봇을 만들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예측글은 커뮤니티의 집중포화를 받고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게시글 작성자가 상상한 ‘실물 크기 로봇’의 형태는 느릿하게 움직이는 일본의 건담 조형물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 의견은 천하의 PTW가 설마 그런 거 만들어놓고 저렇게 자신감 있게 나서겠냐는 반박에 두들겨 맞고는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PTW가 바보도 아니고 그냥 껍데기만 있는 실물 크기 로봇을 만들어서 팬들이 좋아해 줄 거로 생각하지는 않을 거다.]

도쿄에 사는 오다 츠요시는 PTW가 실물 크기 로봇을 만들고 있을 거라는 자신의 글에 반박하는 장문의 글을 보고는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그리고는 자신이 올렸던 글을 조용히 삭제했다.

그가 올린 글치고는 이례적으로, 무려 5천 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던 글을.

그러나 그는 글을 지우는 것에 전혀 아쉬움을 느끼지 않았는데, 그것은 그 5천 개의 댓글 대부분이 그가 올린 글을 조롱하는 악플이었기 때문이었다.

“젠장. 실물 크기 로봇이 어때서! 아무리 느리게 움직이는 로봇이어도, 실물 크기 로봇이 주는 감동은 엄청나다고!”

입으로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오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의 높은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그러나 오다는 오히려 그 이유로, PTW가 실물 크기 로봇을 만들어줬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진짜 로봇의 콕핏에 타보고 싶어.’

모니터나 가상 현실이 아니라, 거대한 강철로 이루어진 로봇을 자신의 두 손으로 직접 조종하는 것.

물론 그것에 대해 사람들이 예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의견도, 바로 PTW가 사람보다 조금 큰 크기의 실물 로봇을 만들어 서로 싸우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었으니까.

미리 선정된 파일럿들이, PRD를 가지고 두 대의 로봇을 조작하여 원격으로 싸우는 형태로.

그것은 매우 흥미로운 아이디어였으며 구현 가능성도 어느정도 있는 아이디어였기에, 커뮤니티에서는 그것이 PTW가 준비한 히든카드일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오다는, 그런 팬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소수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사람 크기 정도의 로봇이라고? 웃기지 말라고 해!

그건 그냥 두 사람이 갑옷 입고 싸우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거기엔 로망이 없다고!’

그러나 반대로 거대 로봇은 ‘로망’이 있지만 ‘현실성’이 너무 떨어지는 물건이었기에, 오다는 자신의 의견에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지금까지 그 어떤 기업에서도,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목적으로 ‘실전성’ 있는 거대 로봇을 만들지 않았으니까.

그건 시도 자체가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로 멍청한 일이었다.

‘나도 알아. 이런 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바보 같은 일이라는 건.

하지만 광고에서도 말했잖아.

사람의 꿈에는 가격을 매길 수 없다.라고.

꿈 꾸는 게 뭐가 나빠.

왜 사람을 바보 취급 하는 건데?

내가 만든다고 했나?

PTW에서 만들어줬으면 좋다고 했을 뿐인데 그걸 왜 멍청하다고 하는거야?’

오다는 한국 방문을 위해 미리 싸놓은 여행 가방을 슥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책상 위에 있는 비행기 티켓을 보고는, 화난 듯한 표정으로 노트북의 커버를 열었다.

[내 의견을 무시한 멍청한 놈들은 보아라.

내가 보장하건대, 내일 PTW에서 공개한 히든 카드는 실물 크기의 거대 로봇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은, 성지가 될 것이고.

나중에 내 말이 진실로 드러나면, 나한테 악플 단 애들은 전부 내 글에 사과의 댓글을 달도록 하여라.]

가슴속의 분노를 담아 게시글을 작성한 오다는 분이 조금은 풀린 듯 노트북의 커버를 닫았다.

그리고는 여행 가방에 노트북을 넣고는, 바닥에 놓인 이불에 몸을 뉘었다.

마침내 다가온 게이머 최대의 축제, 5차 NE 컨벤션을 맞이하기 위해.

조용한 방 안에서 천장을 바라보면서, 오다는 조용히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폭풍전야.

게시판에서 내 의견을 비웃던 다른 PTW 팬들의 악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곧 알게 되겠지.

PTW가 말한 히든 카드가, 대체 무엇인지를.

니들의 의견이 허접한 건지, 내 의견이 허접한 건지는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각, 전 세계에 있는 수많은 PTW팬들 역시 각자의 장소에서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누군가는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누군가는 한국에 있는 호텔방 안에서.

국적도 나이도 성별도 각양각색인 그들이었지만, 그들은 모두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가 내일 같은 시각 대전으로 향하려 한다는 것.

그리고 상혁이 끝까지 숨기려 했던 ‘히든 카드’를 확인하고 싶어서 한다는 것.

그렇게 상혁이 전 세계에 시전한 ‘오만한 도발’은 전세계 게임 팬들의 심기를 자극했고, 그들의 발이 대한민국의 대전을 향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그 수는 무려 60만 명.

그것은 게임 회사 하나가 독립으로 여는 단일 컨벤션 규모로는 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관람객 숫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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