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423화 (424/485)

423. 동료의 조건

“서커스라니. 곡예단원이라도 가입시키는 겁니까?”

해밀턴의 질문에 호든이 웃으며 말했다.

“유명한 도굴꾼 중엔 서커스 단원 출신이 많지.

그리고 여기엔 내가 알기로 인간이 도저히 뛰어넘거나 들어갈 수 없는 엄청난 함정도 쉽게 돌파하는 대단한 존재가 있고.”

인간이 할 수 없는 것을 쉽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호든의 말을 들은 해밀턴은 속으로 생각했다.

‘뭐지···. 얼마나 대단하기에 인간이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다고 하는거지?’

그리고 잠시 후, 그 ‘존재’를 만난 해밀턴은 호든이 어째서 그런 말을 했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저희 서커스 역사상 최고의 곡예사!

빌카스의 멋진 공연을 보시겠습니다!!”

외눈 안경을 쓴 진행자의 화려한 소개와 함께 나타난 그.

그의 정체는 바로 인간이 아니라 원숭이였기 때문이었다.

“원숭이?”

“거짓말은 하지 않았잖아. 저 덩치라면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구멍도 마음껏 들어가고, 인간이 뛰어넘을 수 없는 거리도 쉽게 점프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원숭이잖아요.”

“훈련된 원숭이지.”

“그래도 원숭이잖아요?”

“겁이 없는 원숭이지.”

“그래도 원숭이인데···.”

“뭐, 일단 보자고. 저 녀석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빌카스의 공연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빌카스는 20m가 넘는 기둥 사이를 날다람쥐처럼 날아서 착지하기도 하고, 불이 붙은 고리 안으로 뛰어들기도 하고, 자신을 향해 날아온 화살을 붙잡아 다른 방향에 있는 풍선을 향해 던지기도 했다.

그가 알고 있던 그 어떤 원숭이보다 더 대단한 빌카스의 능력에, 해밀턴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대단한 능력이네요.”

그리고는 ‘게임화’능력을 이용하여 멀리 보이는 빌카스의 스테이터스를 확인했다.

[이름 : 빌카스]

[종족 : 황금원숭이]

[재능 : 도굴왕]

[한 이름 모를 고대 유적에서 태어난 이 원숭이는 어린 시절부터 유적의 보물을 지키기 위해 설치된 수많은 함정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로 인해 같은 종족의 다른 개체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위험 예지 감각을 가지게 되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본능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가지게 되었습니다.

자유와 모험을 갈망하는 빌카스는 유적을 발굴하던 모험가를 따라 세상에 나섰고, 안타깝게도 바로 다음 항해에 해적에게 동료를 잃게 됨으로써 서커스단에 팔리게 되었습니다.

그는 마음 안에 동료를 잃은 슬픔을 지니고 있으며, 모험에 대한 강한 동경을 품고 있습니다.]

[해당 재능은 다음과 같은 보너스를 가집니다.]

[<종족 : 황금원숭이>특성으로 인간 탐험가가 갈 수 없는 좁은 구역의 통로를 탐색할 수 있습니다.]

[훈련에 따라 원숭이 전용 피스톨같은 무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숨겨진 방이 있으면 플레이어에게 비명을 질러 방의 존재를 알려줍니다.]

[사람의 몸무게에 맞춰서 개발된 트랩은 원숭이가 밟았을 때 동작하지 않습니다.]

[원숭이 전용 퀘스트 트리거의 발동 확률이 증가합니다.]

[원숭이도 해제할 수 있을 정도의 간단한 트랩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인간 도굴꾼이 해체할 수 있는 난이도의 트랩은 해체할 수 없습니다.]

[식량 소모량을 일반 선원의 1/10 정도만 소모합니다]

‘총 쏘는 원숭이라니!’

설명을 보고 있던 해밀턴은 멋진 황금색 털을 가진 원숭이를 어깨에 올려둔 채 키를 잡고 범선을 모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것은 너무나 멋진 모습이었기에, 해밀턴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원숭이를 반드시 동료로 영입해야겠다고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서 수많은 사람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서글픈 광대 짓을 하는, 저 가련한 동물을 위해서라도.

그러나 그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20만 두카트? 지금 원숭이 한 마리에 20만 두카트라고 했나?”

“빌카스는 저희 서커스 단원 중에서도 핵심 중의 핵심인 단원입니다.

태생적으로 겁이 없기에 사자 우리에 집어넣어도 오히려 사자를 도발하며 이리저리 곡예를 펼치는 녀석이죠.

혹시 빌카스를 도굴꾼으로 고용하려는 분들이 여러분들뿐이라고 생각하셨습니까?

지금까지 수많은 모험가가 우리 서커스단에 찾아와 빌카스를 데리고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저희는 그때마다 거절했죠.

20만 두카트는 단순히 빌카스의 몸값을 상징하는 금액이 아닙니다.

그 정도의 값을 내서라도, 그만큼 간절하게 빌카스를 동료로 얻고 싶다는 마음을 증명하라는 거죠.

만약 빌카스가 아닌 다른 곡예사를 원하시는 거라면 그냥 설득해서 데려가시면 됩니다.

저희는 강제로 단원들을 붙잡아두는 서커스단이 아니니까요.”

당연히 20만 두카트 같은 거금이 있을 리 없던 해밀턴과 호든은 단장과의 미팅을 끝내고 힘없이 서커스를 나설 수밖에 없었다.

서커스단을 나선 호든은, 길가에 놓여 있는 나무통을 발로 차더니 해밀턴을 향해 물었다.

“젠장. 20만 두카트는 먹고 죽으려고 해도 없는데, 그럼 그냥 다른 단원을 설득해서 데려갈까?”

그러나 해밀턴은 눈앞에 떠오르는 선택지를 보고는 고개를 저으며 해밀턴에게 말했다.

“전 빌카스가 마음에 듭니다.

저희의 다음 동료로, 그만큼 어울리는 동료는 찾기 어렵겠죠.”

“하지만 선장, 무려 20만 두카트가 필요하다고 하잖아.

그 돈이면 크지는 않아도 작은 범선을 살 수 있는 돈이라고.

그 돈이 있으면 배를 사지 누가 원숭이를 사겠어?”

그러자 해밀턴이 호든에게 말했다.

“사지 않을 겁니다.”

“어? 그럼 훔치겠다는 거야?”

“우린 탐험가지 해적이 아니에요.

당연히 훔치는 건 선택지에 존재하지 않죠.”

이 게임의 초반부를 진행하며, 해밀턴은 게임에 꽤 익숙해진 상태였다.

이 게임의 퀘스트 제작자들이 어떤 식으로 게임의 힌트를 플레이어들에게 제공하는지.

그리고 그 힌트를 플레이어가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지금까지 쌓은 튜토리얼 파트의 경험은, 해밀턴에게 이 퀘스트의 해결책이 돈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단장이 말했죠. 다른 단원을 도굴꾼으로 쓰고 싶은 거라면 아무나 ‘설득’해서 데려가면 된다고.

그리고 이런 말도 했어요.

20만 두카트는 빌카스의 몸값이 아닌, 동료로 얻고 싶다는 마음을 증명하는 거라고.

그 이야기만 들어도, 그 서커스의 단장은 단원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빌카스를 ‘도구’가 아니라 진정한 모험의 ‘동료’로 삼을 수 있는 사람들이겠죠.

아니면, 최소한 진심으로 소중하게 대해줄 사람이거나요.”

“동료를 20만 두카트나 되는 금액을 주고 사나?”

“아뇨, 설마 도구로 쓰려는 사람도 20만 두카트나 주고 산 도구를 함부로 대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러자 호든이 주먹으로 손바닥을 내리치며 말했다.

“아! 그러니까 빌카스를 동료로 인정할 수 있는 사람, 아니면 20만 두카트라는 말도 안 되는 금액만큼 소중히 대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려는거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본 빌카스는 마음속에 모험에 대한 동경이 있는 녀석이었어요.

비록 지금은 서커스에서 장대 사이를 뛰어넘고 있지만, 빌카스의 마음속에는 미지의 유적 사이를 마음껏 뛰어넘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빌카스에게 기대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고요.”

이후 진행된 퀘스트의 방식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설득의 힌트를 잡기 위해 찾아간 빌카스의 우리에서, 빌카스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예전 동료’의 모험 일지를 발견하고, 그 안에 그려진 목걸이의 행방을 수소문한 뒤, 결국은 목걸이를 만든 장인을 찾아내는 데 실패하는 것.

그러나 실패의 앞에서도 해밀턴은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퀘스트의 실마리를 붙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가 알고 있는 이 게임은, 바로 그런 게임이었으니까.

그의 재능인 <이론만 최강인 모험학자>의 특성 중 하나가 문자로 된 어떤 메시지든 한번 보면 모두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었기에, 해밀턴은 도서관 메뉴를 호출하여 기억 속에 있는 빌카스의 모험일지의 내용을 다시 한번 샅샅이 훑었다.

그리고는 나무를 깎아 만든 목걸이의 허접한 모습을 보고, 이 퀘스트가 그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결정적인 ‘메세지’를 알아차렸다.

빌카스를 ‘설득’하기 위해서, 그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퀘스트는 그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그에게 이미 제공해준 상태였다.

남은 건 단순히 그 정보를 조립하는 것 뿐.

해밀턴은 호든을 데리고 목걸이의 소재를 알아내기 위해 찾아갔던 조각가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빌카스의 목걸이를 만들 때 썼던 것과 똑같은 재질의 나뭇조각을 찾아내었다.

다음으로 해밀턴이 한 것은, 그것을 깎아 ‘새 목걸이’를 만드는 것이었다.

어차피 예전의 목걸이를 찾아서 돌려주는 것은, 시간이 너무 오래 흘러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에.

해밀턴은 자신의 판단이 맞는다는 확신을 믿고 조각칼을 들어 목걸이를 조각해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부족한 솜씨로 조잡하게 만들어진 새 목걸이를 들고, 해밀턴은 빌카스의 앞에 다시 설 수 있었다.

“빌카스. 이건 원향목이라는 나무야.

극히 희귀한 나무고, 네가 태어난 고향 근방에서만 자라는 나무지.

내가 아는 이 나무의 특징은, 오직 나무 안에 사는 벌레를 삼킨 사람만 그 나무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거야.

이 나무의 향은 수킬로미터 밖에서도 맡을 수 있을 만큼 강렬하고 오래가지만, 그 향기는 오직 그 나무 안에 사는 벌레를 삼킨 사람만이 맡을 수 있지.

그리고 오래전, 너에게 모험을 제안했던 모험가는 이렇게 말했을 거야.

네가 어디에 있든, 이 목걸이를 차고 있으면 자신이 찾아가겠다고.

하지만 그 목걸이는 해적에게 붙잡히며 없어져 버렸지.

그리고 그 목걸이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유일한 남자도, 해적과 싸움에서 죽어버렸고.”

해밀턴은 목걸이를 빌카스의 앞에 던졌다.

그리고는 다른 손에 든 벌레를 집어삼켰다.

그 순간, 해밀턴은 자신이 던진 목걸이에서 붉은 기운이 마치 연기처럼 풍겨 나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연기는, 바닥에 있는 목걸이에서부터 자신이 목걸이를 들고 있던 손까지.

마치 붉은색 인연의 끈처럼 강하게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빌카스는, 슬픈듯한 눈으로 바닥에 놓인 그 목걸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주저하는 듯한 모습으로.

그때, 해밀턴이 그런 빌카스를 향해 소리쳤다.

“아주 오래 전!

한 모험가가 작은 섬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험가는, 인간이 도저히 지나갈 수 없는 함정투성이 이의 유적 속을 마치 산보하듯 걸어가는 신빌한 황금색 털의 원숭이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그 원숭이의 멋진 능력에 반했고, 동료로 삼고자 했습니다!

그의 능력이 함께 한다면, 세상에 발굴하지 못할 유적 따위는 없을테니까!”

마치 동화책을 읽는 듯한 그의 말투를 들은 빌카스가 해밀턴을 바라보았다.

해밀턴은 그런 빌카스의 검고 둥근 눈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자신이 읽었던 모험 일지에 적혀있던 모험가의 대사를 읽어 나갔다

“가자! 빌카스! 비록 나는 평범한 모험가일지 몰라도, 너와 함께 한다면 우리는 세계 최고의 모험단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세상 사람들은 말하겠지!

바다 어딘가엔, 황금 빛 털을 가진 멋진 원숭이가 함께 한 모험단이 있다고!

그들은 모두가 포기한 유적을 멋지게 발굴하고! 누구도 탐험하지 못했던 지역을 탐험했다고!

그리고 그 모험단엔 이 바다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도굴꾼이 있다고!”

“우끼이이이이!!!”

해밀턴의 말을 들은 빌카스가 이빨을 드러내며 고함을 질렀다.

마치 화를 내는 것처럼.

그러나 해밀턴은 그것이 분노에서 나오는 외침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빌카스가 겪었던 과거의 강렬한 기억.

그것을 떠오르게 하는 자신의 발언이, 빌카스의 심장을 미친 듯이 뛰게 만들어서 나오는 고함소리임을.

해밀턴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 도굴꾼의 종족은 황금 원숭이!”

“우끼이이이!!!”

“그리고 그 도굴꾼의 이름은!”

“우끼끼끼끼!!!!”

“빌카스! 자랑스러운 내 동료의 이름이다!!!!”

빌카스는 목걸이를 손에 쥔 채로 비명을 지르며 해밀턴에게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보던 호든이 급하게 앞을 가로 막으려 했지만, 해밀턴은 손을 내밀어 호든의 동작을 막았다.

이 타이밍에 자신에게 달려드는 빌카스가, 절대로 자신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잠시 후, 빌카스의 외침을 듣고 뛰쳐나온 서커스의 단장은, 해밀턴의 어깨 위에 앉아 있는 빌카스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의 목에 걸려있는, 깎은 지 얼마 안 된 조잡한 형태의 목걸이와 함께.

단장은 미소를 지으며 해밀턴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빌카스가 새 주인를 찾은 모양이군요.”

“주인이 아니라, 동료입니다.

만약 허락해 주신다면, 빌카스를 동료로 맞이하고 싶습니다.

20만 두카트는 나중에 갚는 조건으로 하고요.”

“20만 두카트요? 그건 도구를 샀을 때 지불하셔야 하는 돈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이 어깨에 앉아있는 빌카스는 도구가 아닌 동료처럼 보이는군요.”

“그럼···.”

“데려가십시오. 그리고 원래의 주인이 빌카스에게 해주려고 했던 것처럼, 이 바다에서 가장 위대한 모험가가 되어 주세요.

언젠가 저희가 여러분의 소식을 듣고, 그 위대한 모험단의 일원이 저희 서커스의 구성원이었다는 사실을 즐거운 기분으로 추억할 수 있도록.”

그렇게 두 번째 동료를 영입하게 된 해밀턴은 고개 숙여 단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는 서커스단의 막사 밖으로 나와 게임을 일시 정지 시켰다.

지금도 자신의 플레이를 보고 있을, 상혁과 개발자들에게 말을 걸기 위해.

“상혁 씨, 지금도 보고 계세요?”

그러자 상혁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예. 보고 있죠.-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질문하세요.-

“혹시 이 퀘스트에서, 빌카스 대신 다른 단원을 데려가는 선택지도 존재합니까?”

-존재하죠. 하지만 그 서커스 단원 중에 가장 도굴꾼으로서의 재능이 뛰어난 캐릭터는 빌카스가 맞습니다.-

“하지만 빌카스는 원숭이이지 않습니까?

캐릭터 설명을 보면, 인간이 갈 수 없는 지역을 탐험할 수 있다고쓰여있고요.

그럼 만약 플레이어가 다른 인간 단원을 동료로 데려간다면, 일부 유적은 탐험이 불가능한 상황도 벌어지나요?”

-그렇죠.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동료의 구성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입니다.

황금 원숭이인 빌카스가 인간이 갈 수 없는 지역을 탐험할 수 있는 것처럼, 반대로 인간 도굴꾼은 원숭이가 해체할 수 없는 트랩을 해체하거나 원숭이가 옮길 수 없는 무거운 물건을 나를 수 있죠.

어느 쪽이든 메리트는 있습니다.

선택은 유저의 몫인 거고요.

다만···.-

“다만?”

-평범하게 영입이 가능한 동료보다는 빌카스처럼 특별한 스토리와 퀘스트를 통해 얻는 동료들의 능력치가 더 좋은 편이죠.

퀘스트의 내용도 훨씬 인상적인 편이고요.-

“확실히, 매우 인상깊은 퀘스트였습니다.”

-마음에 드셨나요?-

“이 퀘스트를 만든 개발자분께 전해주세요.”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개발자를 향해, 해밀턴이 말했다.

“만약 제가 집에서 혼자 게임을 하고 있었더라면, 전 이 퀘스트를 하면서 100% 울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요.”

-개발자에겐 최고의 칭찬이네요.-

“그럼 저는 이제 남은 퀘스트를 진행해야겠습니다.”

-잠시만요. 너무 집중해서 플레이하시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플레이를 시작한 지 벌써 15시간이 넘었습니다.

잠시 쉬었다 하시는 게 어떨까요?-

상혁의 제안에 해밀턴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그의 기분은, 도저히 게임을 끌 수 있는 기분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어째서 자신이 테스트 플레이를 하기 전 상혁이 그에게 억지로 프로틴 바를 먹였는지를 뼈져리게 체감하는 중이었다.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게임.

그것이 바로 그가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무한의 바다’였기 때문에.

“오늘 무조건 후원자 모집하는 파트까지는 진행할 생각입니다.

말리지 마세요.”

-몸 상태는 괜찮으세요?-

“몸은 피곤하지만, 정신은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합니다.

피곤하면 종료할게요.

지금은 조금 더 이 게임의 세계를 만끽하고 싶네요.”

상혁은 더 말리지 않았다.

그 역시 무한의 바다를 플레이할 때마다, 쌓여있는 업무마저 무시한 채 몇십 시간씩 몰입해서 플레이하곤 했기 때문에.

그렇게 해밀턴은 대화를 마친 채 무한의 바다를 계속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누가 와도 말릴 수 없는, 마치 폭주 기관차와 같은 태도로.

그런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주점에서 만났던 한 주점 아가씨의 전언이었다.

“이사벨 언니의 전언입니다. 후원자를 찾았다고 하네요.”

해밀턴은 빌카스와 호든을 데리고 자신을 찾아온 여성을 따라 주점으로 뛰어갔다.

***

“혹시 어깨 위의 원숭이는 황금 서커스단의 빌카스가 아닙니까?”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럽게 보이는 옷을 입은 남자가 빌카스를 보며 말하자, 해밀턴이 물었다.

“아십니까?”

“이 근방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원숭이니까요.

빌카스를 데려가려면 20만 두카트를 내야 한다고 하던데, 애당초 그 정도 돈이 있으셨으면 후원자를 모집할 필요는 없지 않았나요?”

“20만 두카트를 내고 데려온 게 아닙니다.

함께 모험할 대등한 존재로 영입한 동료죠.”

순간 해밀턴은 자신을 바라보는 귀족의 얼굴에 탐욕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귀족은, 해밀턴의 예상대로 황당한 조건을 제시해 해밀턴을 당황하게 했다.

“발견한 유적에서 나오는 보상의 100%를 넘기라는 말입니까?”

“그 조건이 아니면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저주받은 해역은 지금까지 수많은 모험가가 도전했음에도 단 한 번도 탐험 되지 못한 지역이죠.

게다가 로테즈 씨가 말한 동화책 이야기는, 말 그대로 허무맹랑하기 그지없습니다.

동화책에 그려진 바위에 메시지가 있다는 이야기는 분명 흥미로웠지만요.

저희는 저희 가문이 후원하는 언어학자에게 해당 삽화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답변을 받았죠.

‘이 글을 읽을 해석 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애당초 이게 문자인지도 의심스럽다.’

그 말은 이 모험의 유일한 보험인 동화책의 문자조차, 제대로 된 성공률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소리입니다.

실패 확률이 높은 도박이니만큼, 아마도 저는 배를 잃을 확률이 매우 높게 되겠죠.

그러니 그 리스크에 합당한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이런 미친, 100%라니! 그럼 우리가 왜 그런 짓을 해야합니까?

목숨걸고 탐사를 성공해도, 저희에게 떨어지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 아닙니까?!”

곁에서 듣고 있던 호든이 탁자를 내리치며 화를 내자, 귀족이 거들먹거리며 답했다.

그가 말하는 그 이유는,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었다.

“기회죠. 말하자면.”

“기회?”

“이번 모험에 성공한다면, 저희는 앞으로 계속 여러분을 후원할지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그때부터는 ‘성공한 경력’이 있으니, 비율을 다시 조정해드릴 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 여러분의 상태는 말 그대로 ‘꿈만 있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입니다.

고작 꿈 따위만 믿고 아무 경력도 없는 모험가에게 범선 같은 비싼 재산을 투척할 수 있는 간 큰 후원자는 이곳에 없어요.”

“그럼 다른 후원자를 찾아 나서겠습니다.”

“비웃음만 사게 될 겁니다.

그나마 저 정도나 되니까 이 정도 기회라도 드리는 거라는 걸 명심하셨으면 합니다.”

떠나는 귀족의 뒷모습을 보며, 해밀턴은 깊게 한숨 쉬었다.

후원자를 찾는 것이 어려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로 어려울 줄은 몰랐기 때문에.

그런 해밀턴을 보며, 이사벨라는 저렇게 가혹한 조건을 걸 줄은 몰랐다며 그에게 사과했다.

그리고는 더 좋은 후원자를 찾아서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해밀턴을 더욱 당황하게 만든 것은 그 이후의 전개였다.

자신을 ‘후원하겠다’라고 했던 그 귀족이, 저주받은 해역을 탐험할 모험단을 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말 그대로 해밀턴의 ‘뒤통수’를 때리는 전개가 아닐 수 없었다.

“젠장! 결국, 처음부터 배신할 생각이었던 거야! 그 개자식은!”

이야기를 듣고 분노한 호든이 소리치자, 이사벨라가 말했다.

“저희의 불찰입니다. 설마 그 개자식이 그런 짓을 할 줄은 몰랐어요.”

그러자 옆에 있던 한 소녀가 해밀턴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 바위에 적힌 문자는 로테즈 씨가 아니면 해석할 수 없는 것 아니었나요?”

“그걸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을 구했다는 소문이 있어.

아무리 어려운 문자라도 누군가 사용하는 언어일 테니, 잘 찾아보면 읽을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

다만 이 항구에 있는 사람 중에는 없을 거라 확신했기 때문에 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구했는지는 몰라도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게 되었네.”

“젠장,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거야?”

호든이 묻자 이사벨라가 말했다.

“아마도 경력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모험단이 그 개자식의 후원을 받아 출항하게 되겠죠.

그리고 로테즈 씨의 아이디어를 훔쳐서, 그대로 유적 탐사를 시도할 거고요.

탐사의 힌트를 모른다면 모를까, 이런 상황에서는 서로 속도전의 양상으로 흘러가게 되어 있어요.

그리고 저쪽은 돈이 있는 만큼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탐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되겠죠.”

“우끼끼···.”

해밀턴은 옆에서 걱정스러운 울음 소리를 내는 빌카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이사벨라를 향해 물었다.

“저쪽의 출항 예정일은?”

“아마도 모레쯤? 빨라도 사흘 이내엔 출항하게 될 거에요.”

“그럼 우리에게 남은 시간도 그 정도라는 말이군요.

그럼 어쩔 수 없죠.”

“어떻게 하시려고요?”

“방법이 따로 있겠어요? 사흘 내로 배를 구하고, 일등 항해사를 구해서 출항해야죠.”

“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으시는 건가요?”

이사벨라의 말을 들은 해밀턴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호든의 눈을 보았다.

그리고 어깨 위에 앉아 있는 빌카스의 눈도.

그것은 그가 도저히 이 모험을 포기하지 못하게 만드는 동료들의 ‘믿음’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비록 배는 없지만, 전 이 모험단의 선장입니다.

호든과 빌카스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저라는 사람 하나만을 믿고 자신들의 운명을 맡기고 있죠.

선장으로서 저는 그런 그들의 믿음을 배신할 수 없습니다.

이 도박판에서, 그들이 가진 유일한 패가 바로 저라는 사람이니까요.”

그러자 이사벨라가 해밀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해밀턴은 그런 그녀의 눈을 보며, 눈동자가 참 파랗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해밀턴을 향해 말했다.

“로테즈 씨. 잠시 물러나겠습니다.

어디 가시지 말고 여기서 기다리세요.”

그렇게 말한 그녀는, 주점의 다른 아가씨들을 데리고 이 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잠시 후 다른 주점 아가씨들과 함께 해밀턴에게 돌아왔다.

그렇게 돌아온 그녀의 손에는, 매우 무거워 보이는 나무 상자가 하나 들려 있었다.

-쾅!-

탁자가 부서질 정도로 세차게 상자를 내려놓은 이사벨라는 잠시 고민하듯 상자를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뭔가를 결심한 듯 해밀턴을 향해 말했다.

“로테즈 씨. 이걸 봐 주세요.”

그녀가 상자를 열자, 그 안에서 빛바래고 손때묻은 동전 무더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금화와 은화, 동화가 섞여있는 그 무더기는 한눈에 보기에도 상당한 금액임을 알 수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우와!?! 뭐야?! 이 돈은?!?”

호든이 놀라며 손을 뻣다 이사벨라가 호든의 손을 찰싹하고 후려쳤다.

“함부로 손대지 말아요.

이 돈은 우리들의 목숨 같은 돈이니까.”

“이사벨 씨. 이건···?”

“저희 들이 주점에서 일하면서 지금까지 받은 팁과 월급을 모아둔 거예요.

꽤 오래 모았으니, 금액도 꽤 될 거고요.”

“이걸 왜···.”

“로테즈 씨. 당신께 이 돈을 투자하겠어요.”

“뭣?!?”

호든이 소리치는 것을 무시하며, 이사벨라가 말을 이어나갔다.

상자 안에 있는, 금화 하나를 집어들고서.

“로테즈 씨. 이 금화가 보여요?

오래되어서 잘 안 보일지 몰라도, 여기엔 피가 묻어있죠.

항구 도시의 주점이란, 그런 곳이에요.

몇 개월을 바다에서 곰팡내 나는 밀가루 덩어리만 먹으면서 버틴 선원들이, 자신들의 스트레스를 토해내는 곳이죠.

이 돈은 그런 거친 남자들에게 저희가 술과 웃음을 팔며 한푼 두푼 필사적으로 모은 돈이에요.

때로는 자신을 속였다고 찾아와 난동을 부리는 선원에게 뺨을 맞아 이빨이 부러지기도 하고, 때로는 치정 싸움에 얽혀 선원의 아내에게 머리끄덩이를 잡아 뜯기면서요.

우린 그렇게 모은 이 돈을, 저희의 목숨보다 소중한 이 돈을, 로테즈 씨에게 맡기려 합니다.”

그 말을 들은 해밀턴은 마음속으로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미친, 그런 돈을 어떻게 받아!’

그녀들의 마음이, 너무나도 무겁게 느껴졌기 때문에.

그러나 그런 해밀턴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듯, 이사벨라가 강한 어조로 해밀턴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저희도 처음엔 이럴 생각은 아니었어요.

로테즈 씨의 이야기를 듣고 꽤 괜찮은 계획이라 생각했고, 적당한 후원자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을 생각이었죠.

하지만 그 개 같은 귀족 새끼는 저희들의 그런 마음을 철저하게 배신했어요.

분명 이번 모험의 아이디어를 훔쳐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술집 아가씨와의 약속.

정식 계약도 아니니 얼마든지 어겨도 된다고 생각했겠죠.

하지만 이 사태가 발생한 것은 전적으로 저희 잘못입니다.

저희가 잘못된 후원자를 매칭시켜드렸고, 결과적으로 로테즈 씨의 꿈이 무너지게 될 위기에 처했죠.

그러니 저희가 로테즈 씨의 꿈을 책임지겠습니다.

저희가 모은, 이 돈을 드림으로써요.

비록 그 개자식이 가진 것만큼 좋은 배를 구할 순 없겠지만, 이 돈이라면 작은 배 정도는 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저희가 아는 로테즈 씨라면, 이 돈을 몇 배, 아니 몇십 배로 불려서 돌려주실 거라 믿고요.”

해밀턴은 눈앞의 선택지를 보며 한참을 고민했다.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거절할 것인가에 대해.

그리고 해밀턴은, 결국 그런 그녀들의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녀들의 목숨과도 같은 이 돈을, 반드시 탐사에 성공해서 몇십배로 불려주겠다는 각오를 하며.

해밀턴은 이사벨라의 손을 잡고 말했다.

“반드시 돌려드리겠습니다.”

“부디 그 말 만큼은, 이곳에 오는 대부분의 남자가 하는 것처럼 술집 아가씨와의 가벼운 농담처럼 취급하지 말아 주세요.”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여러분은 저희 모험단의 가장 든든하고 강력한 후원자들이니까요.”

“그럼 이 돈을 들고 항구로 가서 마르코를 찾으세요.

저희가 이미 이 돈으로 탈 만한 배를 섭외해 놨으니까.

크지는 않지만, 상태는 좋은 배에요.”

“이사벨 언니가 말하는 거면 엄청 좋은 배가 분명할 거예요.

무엇보다 이 항구에서 가장 뛰어난 일등 항해사의 말이니까.”

갑자기 끼어든 여성의 말을 들은 해밀턴이 이사벨라를 보며 말했다.

“항해사셨습니까?”

“예전에. 잠깐.”

“그럼 저희 일행에 합류해주시면 안 될까요?

저주받은 해역의 해류는 웬만한 항해사도 뚫기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이사벨라 씨의 실력이 그렇게 뛰어나다면, 저희에게 큰 도움이 될 텐데요.”

“저는 이제 키를 잡지 않아요.

두 번 다시 바다엔 나가지 않을 거라고 결심했으니까.

대신 그 해역을 통과할 만한 실력을 갖춘 항해사를 소개해드릴 테니, 그분을 데리고 가도록 하세요.”

해밀턴은 이사벨라가 마음에 들었지만, 본인이 거절하는데 강제로 데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아쉬운 대로 그녀가 소개해준 항해사와 모험을 떠나기로 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서도, 해밀턴은 계속 그녀가 다시 찾아와 합류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버릴 수 없었다.

자신의 곁에서 다른 사람 3명분의 짐을 한번에 나르고 있는 호든처럼, 혹시 처음엔 거절했더라도 나중에 합류하지 않을까 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그러나 출항 직전까지도 그녀는 항구에 나타나지 않았고, 해밀턴은 아쉬움을 삼킨 채 저주받은 해역으로 출항해야만 했다.

‘스토리 상 매우 중요하게 얽혀 있는 아름다운 여성 후원자.

게다가 딱 한 명 더 필요했던 일등 항해사의 자질을 갖춘 캐릭터라서 100% 합류할 거라 기대했는데···.’

지금 키를 잡은 것은 이사벨라가 소개해준 에드윈이라는 항해사였다.

선원에 어울리지 않는 왜소한 체구를 가지고 있지만, 그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항해사.

그러나 에드윈은 배 위에서의 화재 사고로 인해 안타깝게도 얼굴 전체를 덮는 화상을 입었다고 했다.

그런 이유로, 키를 잡은 에드윈은 커다란 모자와 머플러로 얼굴을 감싼 채 키를 잡고 배를 몰고 있는 중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해밀턴의 머릿속에 한 가지 예감이 떠올랐다.

자신이 아는 PTW의 개발진이라면, 반드시 이렇게 했을 것 같다는 묘한 직감이.

해밀턴은 갑판 위에서 키를 잡고 있는 에드윈에게 다가가 ‘게임화’능력을 시전했다.

[이름 : 에드윈(가명)]

이름 옆에 대놓고 쓰여있는 ‘가명’이라는 단어.

그것을 보고 그의 정체를 유추하지 못할 바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리라.

해밀턴은 미소지으며 에드윈을 향해 그녀의 진짜 이름을 불렀다.

“이사벨라 씨.”

그러자 키를 잡고 있던 에드윈의 어깨가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잠시의 침묵이 흐른 후, 에드윈은 모자와 머플러를 집어 던지며 해밀턴을 향해 말했다.

“젠장. 100% 속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알았죠?”

“그렇게 소중한 돈이라면, 절대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바다에 가라앉게 두지 않았겠죠.”

“쳇. 하지만 착각하지는 말아요.

제가 합류한 건 동료로서가 아니라, 저희 식구들이 모은 소중한 돈을 바다에 가라앉히지 않게 하기 위한 감시역으로 합류한 거니까요.

그러니 몰래 유적의 보물을 떼먹을 생각은 하지 말란 말이죠.”

“꿈에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지금 제 마음속에는, 조금이라도 빨리 보물을 찾아 소중한 후원자분들께 돌려드리고 싶은 마음 뿐이니까요.”

“좋은 태도입니다.

10점 드리죠.

그럼 어차피 들킨 거, 시원하게 가도록 하죠.

선.장.님.

어디로 모실까요?”

그녀의 환한 미소를 보며, 해밀턴이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느끼며 그녀를 향해 외쳤다.

“진로 북북서! 목표는 ‘저주받은 해역’으로!”

“진로 북북서! 전속 항해하겠습니다!

Full Sail!!

돛을 모두 내려주세요!!”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최소한의 선원만 태웠기 때문에, 해밀턴은 즉시 돛대로 달려가 로프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키를 잡은 그녀를 향해 힘차게 외쳤다.

“Aye Aye Sir!!!”

“우끼끼!!”

자신과 함께 힘차게 외치는 호든과 빌카스의 목소리를 들으며, 해밀턴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게임의 진짜 ‘모험’이 시작되는 순간은, 바로 지금부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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