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401화 (402/485)

401. 로고 부여

눈보라 본사가 위치한 어바인에서 진행된 게임 개발자들의 대회의.

그리고 그에 이은 PTW의 기습적인 가격 인상 공지.

PTW가 침묵하는 동안, 전 세계의 주요 게임사가 있는 도시에서 촬영된 상혁의 모습.

그리고 오늘, PTW의 본사가 있는 한국에서 열린, 콘솔 게임계의 주요 인물이 모두 모아 벌인 기자회견.

거기에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가격 인상의 필요성을 어필하던 콘솔 시장의 상황을 덧대어보면, 오늘의 기자회견 내용을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현장에 모인 기자들도, 내심 전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아마도 PTW를 선봉으로 전반적인 패키지 게임 가격의 인상 운동에 대해 언급하겠지?’

그러나 이런 방식의 가장 큰 문제는, 업계에 참여한 관계자들이 모여 ‘가격’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법적 해석으로는 ‘담합’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흔히 알려진 상식처럼, 자유 시장 경제에서 ‘담합’처럼 보일 수 있는 행위는 대부분 불법이고.

그 행동 뒤에 어떤 필요성이 있다 하더라도, PTW가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맞을 수 있는 리스크를 굳이 지고 가려는 이유를, 기자들은 궁금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전에도 PTW가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여한 적이 있었던 기자들은 상혁이 등장하자마자 질문을 던지는 대신 침착하게 상혁의 설명을 기다렸다.

언론계에서 상혁이란 인물이 기자의 질문에 상당히 성실하게 답변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전에 있었던 행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되기도 전에 대기실을 찾아가 앞지르기를 하려 했던 기자가 다시는 PTW 관련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일화도 꽤 유명했기 때문이었다.

그 일화가 보여주는 것처럼, 상혁은 공개 석상에서의 질문은 최대한 성실하게 답하는 편이었지만, 질의 응답을 받는 자리가 아닌 사석이나 준비 시간, 혹은 이동 중에 기습적으로 받는 질문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답변을 피하는 성격이었다.

단순히 답변을 해주지 않는 것을 넘어, 해당 기자가 소속된 언론사에 패널티를 줄 정도로.

그리고 게임 업계에서 이미 ‘특종 제조기’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는 PTW에게 취재 금지 조치를 받는다는 것은, 이미 게임 기자로서의 커리어에 종지부를 찍는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PTW의 기자회견치고는 이례적으로 발표 내용이 빤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참을성 없는 몇몇 기자들은 이미 노트북을 열어놓고 오늘 기사의 타이틀을 미리 적어놓은 상태였다.

[PTW 주도에 의한 콘솔 게임 업계의 가격 담합 발표.]

[콘솔 게임 8만 원 시대, 그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설마 했던 PTW?! ]

그리고 상혁은, 오늘의 발표 내용이 가격 인상을 위한 콘솔 업계의 담합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기자들을 바라보면서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도 다들 오늘 기자회견이 가격 인상에 관한 내용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리고는 작게 미소지었다.

‘전혀 아닌데.’

분명 상혁은 눈보라 본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PTW의 콘솔 가격 인상을 위해서는 업계의 담합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상혁이 그때 말한 ‘담합’은, 콘솔 업계의 가격 인상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이었다.

상혁은 자신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키보드를 두드리며 기사를 미리 써 나가고 있는 성격 급한 기자들을 보며,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장난기를 살짝 내리눌렀다.

그리고는 나지막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이상혁 특유의 목소리로 인사를 시작했다.

“다들 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먼 한국까지 찾아와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발표를 위해 저와 함께 이 자리에 참여해 주신 콘솔 업계 관계자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저는 한국의 콘솔 제작사인 PTW의 CCO, 이상혁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콘솔 게임 업계의 미래에 대한 중대 발표를 위해 업계의 대표 관계자들과 함께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상혁이 말을 시작하자 기자들이 일제히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상혁은 그들이 자신의 말을 받아 적을 수 있도록 약간의 텀을 두고 계속 발표를 이어나갔다.

“고등학교에서 시작된 동아리에서, 지금은 세계 콘솔 업계를 대표하는 대형 게임사가 된 PTW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는, 대체 어디서 돈이 나서 그토록 많은 투자가 가능하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오늘은 그에 관련된 이야기로 기자회견의 포문을 열어가고 싶군요.”

상혁이 프레젠터의 버튼을 누르자, 상혁의 등 뒤에 있는 거대한 스크린에서 한 패키지 게임의 상자 사진이 등장했다.

그것은 서연과 성연, 현주가 합류한 이후로, 처음으로 ‘팀’의 구색을 제대로 갖추게 된 동인 게임 개발팀 PTW에서 만든 첫 번째 상업용 타이틀.

‘마리의 눈물’의 패키지를 촬영한 이미지였다.

“이건 저희가 처음으로 출시했던 상업용 PC게임.

‘마리의 눈물’의 패키지 이미지입니다.

이제는 오프라인 판매가 중지된 데다, 웹에서 FHD 버전을 무료로 배포 중이니 더는 구할 수 없는 제품이 되었죠.

저 게임이 발매되었던 시기가 1998년 즈음이었으니, 올해로 20년째를 맞이한 게임이라 할 수 있겠네요.”

거기까지 말한 상혁이 기자들에게 물었다.

“혹시 이 20년된 게임의 마지막 패치 날짜가 언제인지 아시는 분 계십니까?”

그러자 한 기자가 손을 들었다.

“작년 10월입니다.”

“잘 아시네요?”

“아직도 플레이하고 있으니까요.”

“그럼 그 패치 내역도 기억하십니까?”

“기억합니다. 4차 NE 컨벤션에서 등장한 PTW 게임들의 캐릭터를 마리의 눈물에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캐릭터 추가 패치였죠.”

“맞습니다. 사실 저희는 20년이 넘은 이 게임의 업데이트를 지금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PTW에는, 해당 작업만을 전담하는 소규모 업데이트 팀이 존재하고, 지금도 커뮤니티의 의견을 받아 지속적으로 이 게임의 업데이트를 하고 있죠.”

상혁이 화면을 넘기자, 이번엔 ‘GOS’의 패키지 상자 사진이 등장했다.

상혁은 그 화면을 등 뒤에 띄운 채,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건 GOS의 패키지 일러스트입니다.

이것도 17년이 넘은 게임이지만, PTW는 이 오래된 게임의 패치도 계속 제공하고 있죠.

왜일까요?

유저들이 미친 듯이 즐기다 못해 사골 수준으로 플레이한 게임을, 아직도 업데이트하는 이유가?

사후 관리?

고객 서비스?

그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오갈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돈’ 때문입니다.

다음 도표를 보시죠.”

상혁이 화면을 넘기자, PTW의 각 타이틀의 판매 수량을 나타낸 그래프가 스크린에 등장했다.

그것은 한눈에 보기에도 매우 기이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PTW의 신작이 나올 때마다, 새 팬들이 PTW 팬덤에 유입됩니다.

그리고 그 팬들이 즐겁게 게임을 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구작도 함께 구매하게 되죠.

아직까지 PTW의 게임들은 연속된 제품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으며, 각 게임이 전부 다른 재미를 지향하고 있으니까요.

저희 제품 중에 과거의 게임이기 때문에 현재의 게임보다 ‘재미없거나’, 혹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게임은 하나도 없습니다.

단지 현재의 게임과는 ‘다른’ 재미가 있는 또 하나의 멋진 게임이 존재할 뿐이죠.

그렇기에 발매 당시엔 100만장 판매를 겨우 달성했던 게임들이, 시간이 흐른 지금은 전부 천 만장 이상의 판매 고를 올린 게임이 되었습니다.

시리즈의 후속작 발매 없이, 오로지 기존의 작품만을 가지고 발매 시기보다 몇 배, 몇십 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겁니다.

물론 그 모든 수익은, 제작비가 추가로 들어간 것이 아니니 전부 ‘순이익’으로 PTW에 돌아오게 되는거죠.

그러나 게이머들은 ‘죽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유저가 남아있고, 회사의 지속적인 관심이 기대되는 ‘살아있는’ 게임들을 더 선호하죠.

저희가 10년이 넘은 게임들의 사후 관리를 지속해서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PTW의 구작들은 아직도 현역이다.’

‘오랜만에 접속해도 항상 새로운 것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까지 발매된 저희의 모든 게임에 적용되는 절대적인 원칙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앞으로 발매할 게임들의 서비스 가격을 기존의 두 배 가까운 가격으로 인상할 수 있었던 자신감의 원천이기도 하죠.

유저들이 6만 8천원에 저희의 게임을 구매하던, 아니면 11만 9천 원에 저희의 게임을 구매하던, 저희는 언제나 그 가격이 후회되지 않을 정도의 재미를 유저분들에게 전달할 자신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잠시 뜸을 들인 상혁이 말했다.

“다른 회사의 게임도 그러할까요?”

그리고는 현재 패키지 게임 시장의 비정상적인 우회 결제 유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시작했다.

그것도 해당 정책을 밀어붙인 당사자들을 뒤에 두고서.

“가격은 풀 프라이스를 받아놓고서, 게임은 반쪽짜리 게임을 팔아먹고, 게임 진행에 엄청나게 도움이 되는 기능을 유료로 결제하게 하고,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골드나 경험치를 일부러 빡빡하게 잡은뒤 부스터라는 이름으로 별도의 결제를 요구하고, 후속작이라는 이름으로 풀 프라이스를 받아먹으면서 게임 안에서 변한 것은 선수 능력치밖에 없는 후속작을 팔아먹고.

이런 행위에 비하면 복장 DLC는 매우 양호한 BM입니다.

적어도 그 복장이 없다고 게임 진행이 불편한 수준까지는 가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유저는, 자신이 산 게임이 완전한 상태이기를 바라죠.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비록 게임 초반만 입고 나면 아무 쓸모 없이 버려지는 5600원짜리 복장이더라도, 혹은 자신이 엔딩을 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게임의 DLC라도, 게이머는 그것을 구매합니다.

때로는 게임이 완전한 상태이기를 바라기 때문에, 때로는 할인의 기회를 놓치기 싫어서, 때로는 단순히 특별함을 느끼고 싶은 기분에.

현재의 콘솔 게임 BM은 그런 유저 들의 ‘완전성’에 대한 욕구를 바탕으로 비정상적으로 진화해왔죠.

이전에, 저는 한 게임을 구매해서 플레이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게임이 마음에 들었고, 좀 더 이쁜 옷을 입고 싶은 욕망이 생겼죠.

알아보니 초회 한정판에 등장인물들의 교복 모양 복장을 추가해주는 특전 코드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게임이 발매된지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저는 코드가 사용되지 않은 상태의 한정판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해외 사이트에서 한정판을 구매하고 코드를 집어넣었죠.

그러니 ‘해당 코드는 다른 국가의 코드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는 메시지가 떴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한국에서 발매된 한정판을 웃돈을 얹어서 구매했죠.

그리고 이런 메시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코드의 유효기간이 지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국, 같은 게임을 3개나 샀으면서도, 심지어 그중에 2개는 한정판임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복장을 얻지 못한 바보 같은 게이머가 되었습니다.

게이머의 마음속에 있는, 저것을 가지고 싶다, 저것을 입고 싶다, 저것을 플레이하고 싶다는 욕망은 이토록 거대합니다.

그들은 좋아하는 게임의 도감이 완벽하게 채워지길 원하며, 한 번의 플레이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즐기길 수 있기를 원하죠.

그 마음을 이용해서, 게임 회사들은 장사를 합니다.

이 게임은 6개월 이후에 발매될 예정이지만 지금 사면 예약 구매 전용 복장을 줄게.

이 기능이 있으면 맵을 전부 뒤질 필요 없이 맵에 이벤트가 있는 지역을 전부 표시해주지만, 이걸 쓰려면 만원을 더 내야 해.

이 게임은 경험치가 좀 빡빡해서 원래대로라면 노가다를 엄청 해야하지만 경험치 부스트를 사면 그냥 스토리만 진행하는 수준으로 플레이해도 자연스럽게 레벨이 맞춰져.

아직 게임의 단물이 빠지기 전에, 이 게임의 시시한 부분이 눈에 띄기 전에, 화려한 광원효과와 그래픽에 눈이 돌아가 있을 때, 최대한 많은 돈을 뜯어냅니다.

그리고 별 내용도 없는 컨텐츠를 복사 붙여넣기를 해서 추가한 뒤에 시즌 패스 구매자들에게 던져주고 차기작을 만들죠.

그리고 같은 행위를 반복합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반복은, 단기적으로는 회사의 이윤 창출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게이머들을 콘솔 게임 시장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치명적인 독이 되죠.

그렇기에 가격 인상을 공시하고 난 뒤 두 달 이란 기간에, 저는 전 세계의 주요 콘솔 게임 개발사의 대표들과 긴밀한 협의를 나누었습니다.

유저들을 프랜차이즈에서 떠나게 만드는 이 정떨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다시 한번 ‘진짜 게임’을 만드는 그 시절로 돌아가 보자고.”

그렇게 말한 상혁이 프레젠터의 버튼을 누르자, 원 위에 새겨진 커다란 십자가 앞에서 악수하는 두 손을 그린 거대한 로고가 화면에 등장했다.

그 아래에는, 강렬한 힘이 느껴지는 폰트로 ‘Unity’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앞으로 콘솔 프랜차이즈에서 발매되는 일부 게임에 한해, 저희는 이 로고를 부여하기로 협의했습니다.

이 로고에서, 뒤의 십자가는 게임 패드의 십자키를 의미하며, 왼쪽의 손은 개발자를, 오른쪽의 손은 게이머를 상징합니다.

이 로고가 부여된 게임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첫째, 게임의 완결성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는 형태의 DLC 판매 금지.

이 로고가 부여된 게임에 한해서, 해당 게임에서는 DLC를 사야 장비가 생긴다던가, 혹은 이 DLC를 사면 게임의 기능이 해금된다던가 하는 DLC를 팔지 않습니다.

둘째, 선행 판매 및 시즌 패스 판매 금지.

현재의 선행 판매 및 시즌 패스는 받아먹을 거 다 받아먹고 대충 구색만 갖추는 형태로 변질되어 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시즌 패스를 구매해놓고 게임에 질려 혜택은 하나도 보지 못하는 유저들도 넘쳐나죠.

유니티 소속 게임들은 과거 개발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정당하게 확장 컨텐츠의 완성도를 놓고 판매량을 겨룰 것입니다.

셋째, 지속적인 사후 관리.

해당 로고가 부여된 게임들은 게임의 판매량과 관계없이 강제적으로 10년 이상 해당 게임의 지속적인 사후 관리를 보장받습니다.

그리고 사후 관리 내역에 있어서도, 유저들이 자유로이 의견을 게시할 수 있는 전용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해당 사후 관리의 품질을 검사받고, 문제가 있으면 해당 개발사에서 자사 제품에 유니티 로고를 부여할 권한을 박탈할 수 있습니다.

넷째, 개발자의 의지로 프렌차이즈의 근간을 박살 내는 행위는 금지됩니다.

유니티 소속 게임들은 철저하게 유저 친화적인 게임을 표방할 것이며, 리드 디렉터의 사적인 사상을 표현하기 위해 유저에게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후속작을 발매할 경우, 해당 개발사의 로고 권한을 박탈할 수 있습니다.

게이머들은 자유롭게 위원회에 특정 게임의 로고 박탈을 요구할 수 있으며, 위원회에서 회의를 거쳐 해당 요구가 정당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프렌차이즈는 물론 개발사의 로고 부여 권한도 박탈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니티 로고가 붙은 게임은 반드시 게이머가 만족할 만한 작품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에 대한 판단은 전문가 평점이 아닌 유저들이 전용 커뮤니티를 통해 부여한 ‘유니티 평점’을 기준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오로지 게임을 구매한 게이머들만 투표 권한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 협약으로 인해, 게이머분들이 받을 수 있는 강점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로 이 로고가 붙어 있는 게임은 믿고 사도 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아무리 나머지 조건을 다 갖췄더라도 유저에게 평가가 좋지 않을 만한 게임에 로고를 부여해서 발매하면, 아예 로고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 자체가 박탈될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판매량과 관계없이 완벽한 사후 관리까지 약속되는 로고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게임이라도 시간을 두고 필사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하는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겁니다.

둘째로 현재 해당 협의에 참여를 결의한 모든 업체에 동의를 받은 사항으로, 해당 게임이 온라인 기능을 지원하는 게임일 경우 유저수에 관계없이 서버는 영속적으로 유지된다는 겁니다.

과거에 즐겁게 즐겼던 게임을 오랜만에 다시 즐기려고 했더니 멀티서버가 닫혀있거나 서비스가 종료된 경험은 게이머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서버는 운영하는 데만도 돈이 들기에, 개발사에서는 수익이 전혀 나오지 않는 게임의 서버 운영을 부담스러워하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니티 로고가 부여된 게임에 한해, PTW에서 영속적인 서버 운영 및 관리를 지원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설사 회사가 망하더라도, 유저분들이 즐겁게 플레이했던 게임 자체는 영원히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하지만 서버가 살아있어도 플레이하는 유저 수가 너무 적다면, 그 게임을 플레이하는 건 무리겠죠.

그렇기에 이용자 수가 적은 게임이라도 최소한의 멀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도록, 유니티 소속 게임들에는 PTW의 기술로 제공되는 AI 게이머 기술이 지원됩니다.

자세히 확인하지 않으면 게이머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의 가상 게이머들이, 몇 년이 지나더라도 추억의 게임 속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말 그대로, 개발사들이 직접 나서서 게임에 부여할 수 있는 ‘갓겜 인증 제도’를 만들겠다는 상혁의 발표는, 오늘의 기자회견이 가격 인상에 대한 발표가 될 것이라 예상했던 기자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무수한 기자들이 손을 들어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질문 있습니다!”

“질문 하게 해 주십시오!”

“질문 받아주십시오!”

상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 기자를 지목하자, 기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

“GCN의 마이크 오베리 기자입니다.

지금 말씀하신 것만 들었을 때, 유니티 로고는 일종의 좋은 게임을 인증하는 제도처럼 들리는데, 그게 맞습니까?”

“맞습니다. 개발사들의 연합에서 합의에 의해 도출된 제도이니만큼, 해당 로고는 일종의 공신력을 증명하는 상징이 되겠죠.

한 회사가 그 공신력에 손상을 입힌다면, 다른 회사도 손해를 입습니다.

그러니 연합에 참석한 모든 개발사는 타 개발사가 삽질할 때 그것을 비난할 권한을 가지게 되죠.

‘적어도 이 로고를 달고 출시하려면 로고에 부끄럽지 않은 게임을 만들어라.’라는 비난 말입니다.”

“GW의 칼튼 베리 기자입니다.

해당 협의는, 단순한 업무 협의입니까? 아니면 법적 구속력을 가진 정식 합의입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자면, 우선 해당 로고가 부여된 게임에 대해서, 게임이 마음에 들지 않는 유저는 플레이 이후에도 환불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는 PTW의 주도와 책임으로 진행된 제도이므로, 해당 환불에 대한 비용도 PTW가 부담하죠.

그와 관련해서, 저희는 로고를 부여했음에도 제대로 된 게임을 출시하지 않은 개발사에 대해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 손상에 대한 손해 배상 및 환불 비용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IP 관리 측면에서도 변화가 이루어질 텐데, 해당 로고를 사용하는 게임의 경우 같은 로고를 사용하는 타사의 캐릭터 IP를 조금 더 유연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배○필드 신작에서, 모든 워페어 시리즈의 비누 병장을 만날 수도 있을 겁니다.

어차피 리얼 엔진으로 만든 게임들에만 부여되는 제한적인 기능의 로고이기 때문에, 타 게임에서 캐릭터를 불러오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죠.”

“그걸 개발사에서 허락했다는 말입니까?”

“어차피 콜라보가 많은 쪽이 좀 더 게이머를 즐겁게 하기 좋으니까요.

물론 서로의 허락을 받아야 하니 해당 프렌차이즈의 정체성을 해칠 수 있는 콜라보는 진행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배○필드 시리즈에서 파킷 몬스터의 몬스터를 사냥하는 모드 같은 건 어렵겠지만, 비슷한 장르의 게임들끼리 캐릭터를 교환하는 행위는 자주 이루어질 겁니다.

저희 PTW에서도 저희 게임의 캐릭터 IP를 소속 게임사들에게 적극적으로 개방하기로 했고요.

하지만 그런 메리트보다, 유니티 로고가 게임 개발사에게 가지는 가장 큰 메리트가 하나 있습니다.

대부분의 개발사가 그것을 위해 연합에 참가했기도 하고요.”

“그게 뭡니까?”

“유니티 로고가 부여된 게임에 한해, 리얼 엔진의 라이선스가 무료로 제공됩니다.

물론 그게 로고가 부여될 충분한 자격을 갖춘, 진정한 ‘갓겜’일 때에 한해서 말이죠.”

PTW가 가진 강력한 IP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면서, 거기에 ‘리얼 엔진’의 라이브러리를 사용할 때 부담해야 하는 라이선스 조건까지 없애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

그 모든 것을 제공 받은 개발사들에게 PTW가 대가로 요구한 것은, 순수하게 재미만을 추구하는 진정한 ‘갓 겜’을 제작하는 것.

단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그 발표를 들은 기자들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PTW가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늘어날 수익의 대부분은, 아마도 이 ‘유니티’란 브랜드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데 전부 쓰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상혁의 비전이 제대로 구현되었을 때의 미래를 떠올려보았다.

전 세계의 수많은 게임에 ‘유니티’로고가 붙어 있고, 유저들이 그 로고만을 보고 믿고 게임을 사는 미래를.

그리고 그 로고를 부여받기 위해, 꼼수가 아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려 노력하는 게임사들의 모습을.

그것은 그들이 생각하기에 충분히 멋진 미래의 모습이었다.

‘미리 쓴 기사는 다 날려야겠지만.’

PTW의 가격 조정에 관한 도입부를 미리 작성했던 기자들은 DEL키를 눌러 그 내용을 전부 삭제했다.

그리고는 새 기사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전 세계의 그 어떤 개발자도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갓겜 인증’이란 희대의 제도를 만들어나가려는 한 한국인 개발자의 기사를.

그것은 콘솔 게임 업계를 넘어 게임판 전체를 뒤집어 놓을 만한 파급력을 가진 기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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