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398화 (399/485)

398. 가장 빛나던 시절의 데이터

과거 국가대표 축구 감독이었던 신태용은 인터뷰를 통해 야구라는 스포츠를 이렇게 평가한 적이 있었다.

「솔직히 야구는 스포츠가 아니라 레저다. 배 나온 선수가 어떻게 운동선수냐. 경기 도중에 자장면 먹어가면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야구다.」

그 당시 신문기사를 통해 이 말을 접한 어떤 야구 팬은 발끈하며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누가 저 자식보고 혼자서 9이닝 동안 공 던져보라고 해.”

‘자장면 먹는 스포츠’라는 발언에 대한 반박으로 바로 ‘그’ 포지션이 나올 만큼, 야구에서 가장 비중 있는 포지션이자 체력적으로 가장 힘든 포지션을 꼽으라면 누구든 바로 투수라는 포지션을 떠올릴 것이다.

다른 스포츠가 경기 도중에 체력이 깎이는 수준이라면, 투수의 투구는 팔의 수명을 깎아 먹는 행동이기 때문에.

애당초 인간의 팔은 108개의 실밥이 달린 145g의 야구공을 160km/s로 던지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관절이 100개가 넘는 공을 연속으로 뿌려대는데 적합한 내구도를 가진 것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수많은 투수는 팀의 승리라는 책임을 등에 업고 마운드에 선다.

전신을 비틀고, 관절을 꺾어가면서, 공이 던질 때마다 근육에서 열이 오르고 모세혈관이 터져나가도, 그들은 공을 던진다.

야구는 그런 스포츠니까.

그렇기에 메이저리그의 투수들에게 있어서, 부상은 일상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리그 통계에 따르면 한 해 부상자 리스트에 올라가는 선발투수의 숫자가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고 하니, 선발이라는 포지션이 가지는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야구라는 스포츠에서는 투수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여러 명의 선발투수를 뽑아 로테이션을 돌리고, 중계에서 마무리로 이어지는 벤치를 구성하여 최소한의 이닝만 마무리하면 벤치로 돌려보내는 것도 그런 방법의 하나였다.

그러나 ‘투수 없이는 이길 수 없는 스포츠’인 야구의 특성상, 아무리 노력을 기울여도 부상은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것이기에, 결국엔 선수 생명을 걸고 공을 던지는 것은 투수의 운명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부상의 종류도 다양하다.

지나치게 늘어난 팔 근육에 압박받아 쪼개진 뼛조각을 제거하거나, 인대가 망가져 신체의 다른 곳에서 인대를 가져와 이식하거나, 공을 던질 때 이를 너무 세게 물어 이빨이 부서지거나, 무릎의 관절이 망가지기도 하고, 신체가 멀쩡하더라도 입스(YIPS)같은 정신적 문제를 겪기도 한다.

상혁이 제안한 PRD-S에 MLB측이 관심을 보인 것은, 바로 이런 부상의 재활에 PRD를 이용한 훈련이 매우 효과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겁먹게 하는 상대 선수를 가상의 존재로 구현하여 공포심을 극복하게 한다든지, 데드볼로 인해 몸쪽 공을 던지는데 공포심을 가지게 된 투수의 심리적 공포감을 덜어준다든지, 혹은 아쉽게 놓쳐버린 중요한 경기의 마지막 순간을 재현하여 악몽 같은 순간을 극복하게 하는 식으로.

전신에 연결된 와이어로 근육 전체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 PRD 특유의 물리적 피드백 시스템 역시 재활에 큰 도움이 되는 기능이었다.

원래라면 12~24개월 정도 걸리는 토미 존 수술의 재활과정을 거의 절반 정도로 줄일 수 있을 정도로, PRD의 근육 컨트롤 기능은 부상자의 재활에 매우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게다가 투수가 던지는 투구 자세를 분석하여 원하는 투구 자세가 나올 때까지 자세를 교정해주는 기능도 호평이었으며, 전력으로 던지지 않아도 자세의 정확함만을 판단하여 전력으로 던졌을 때의 구질을 구현하는 시뮬레이트 피칭 기능도 좋은 평가를 받는 기능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개인이 훈련 및 재활하는 용도’로는 최적의 기기라는 평가를 받은 PRD-S를 메이저리그 구단 전체에 적용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선수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하기 시작했다.

만약 그들이 사용하게 될 PRD-S의 성능이 상혁이 공개한 스펙대로의 성능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메이저리그 투수 전체의 악몽이 될 수도 있는 물건이었기 때문에.

만일 그날 경기에 나온 타자가 PRD-S를 사용하여 가상의 자신이 던진 공을 수백 수천 번 쳐낸 상태로 타석에 선다면?

투수로서 그보다 끔찍한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피칭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구단이 자신이 이적한 이후에도 그 피칭 데이터를 사용하여 자신을 상대하는 방법을 완벽하게 파악한다면?

그것도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었다.

투수에게 있어서 자신의 구질과 구위는 목숨과도 같은 자산이니까.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상혁은 아직 메이저리그의 스프링 시즌이 시작되기 전인 겨울 시즌에 맞춰 LA를 찾아갔다.

한국과 인연이 깊은 LA 다저스의 중재로, 메이저리그 투수들과 함께 PRD-S가 불러올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어떤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해도, 가상의 선수들을 가지고 훈련하는 훈련을 받아들여서는 안 돼.”

회의실에 앉아 껌을 씹고 있던 한 투수가 말하자, 옆에 있던 다른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훈련 기능은 빼고 딱 재활용으로만 사용하자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재활에는 정말 좋다고 하더군요.”

“아니면 아예 투수만 쓸 수 있게 투수 전용 장비로 두던가.

결국 가상의 투수가 현실의 투수와 완벽하게 똑같은 공을 던지는 기능만 막으면 되는 거잖아?

타격 연습은 피칭 머신으로 하라고 하자고.”

이미 회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결론을 낸 듯한 선수들은 상대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받아들이지 않을 각오를 한 채, 의자에 앉아 상혁의 등장을 기다렸다.

그러자 잠시 후 회의실의 문이 열리며 여러 번의 언론 노출로 이제는 미국인 사이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인물인 상혁의 모습이 등장했다.

그런 상혁의 모습은 회의실에 있는 선수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았는데, 웃는 얼굴로 회의실에 들어선 그의 등에 한눈에 보기에도 거대한 더플백이 매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혁은 양복이 구겨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더플백을 메고 성큼성큼 걸어가 단상 앞에 섰다.

그런 상혁의 옆에는, 설명을 위해 미리 설치해둔 짙은 푸른색의 다저스 팀 컬러로 채색된 PRD-S가 놓여 있었다.

‘쿵.’

상혁이 테이블에 가방을 내려놓자 둔탁한 소리가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

그러자 맨 앞에 앉아있는 한 선수가 손을 들며 상혁에게 말했다.

“PTW가 돈이 많은 건 알고 있지만, 그 가방에 얼마가 들어있던 우리는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예? 돈이요?”

“돈으로 우리를 설득하려는 거 아닙니까?”

“에이, 여기 계신 분들 연봉이 얼만데, 이 가방 안이 벤자민(100달러짜리 지폐에 그려진 인물)씨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이걸로 설득하는 건 무리죠.”

“돈이 아니라면, 그럼 안에 든건 뭡니까?”

“당연한 걸 물으시네요? 당연히 야구공이죠.

이렇게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한자리에 사인받기 좋게 모여 있는 기회는 절대 흔하지 않잖아요?

있다가 회의 끝나고 나가실 때 사인 한 번씩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하는 상혁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 걸려 있었다.

“혹시 메이저리그 팬이신가요?”

“네. 사실 NFL보다 MLB쪽에 PRD-S의 우선 공급을 추진한 것도, 어느정도는 팬심이 적용돼서 그런 거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선수가 말했다.

“메이저리그를 사랑해주시는 건 선수로서 감사한 일이지만, 팬이라는 분이 어째서 이렇게 무리한 일을 추진하려 하시는 건지 의문이 드네요.”

“무리한 일이요?”

“PRD-S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 예. 우선 여기 모인 투수분들이 선수협회를 통해 저희에게 전달한 PRD-S의 문제점은 전부 접수했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의 문제 해결을 위해, 각 구단과 MLB 사무국의 조언을 받아 열심히 해결책을 고민했고요.

오늘 이 자리는, 그 해결책에 관해 설명하기 위해 여러분을 부른 자리입니다.”

“그 해결책은 혹시 가상 환경에서 복제된 투수를 이용한 훈련 기능을 제거하는 겁니까?”

“여러분들이 원하는 게 그것일 거라는 사실은 잘 알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아닙니다.”

“그럼 들을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아뇨. 저희가 제시하는 해결책이 마음에 드실지는 모르지만, 일단 여러분이 걱정하는 부분을 최대한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을 하려 하니 잠시만 시간을 내어 설명을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상혁은 미리 세팅해둔 노트북 옆에 놓여 있는 프레젠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리모컨으로 벽에 달린 스크린의 전원을 켜고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운동선수 출신인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기술적인 지식 없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설명을.

그것은 야구를 사랑하는 상혁이, 자신의 목소리에 담을 수 있는 최대한의 존중을 담은 어조로 시작되고 있었다.

“선수협회에서 전달해주신 대로, VR 환경에서 가상의 투수를 소환해 피칭 훈련을 하는 것은 안 그래도 부담을 많이 느끼는 메이저리그 투수진의 부담을 훨씬 늘릴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겠습니다.

그리고 구단 측에서 보유하고 있는 선수들의 데이터가 이적 이후에 마음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위험에 대해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PRD-S에 있는 타격 훈련 프로그램의 원래 목적은, 상대 팀의 투수를 공략하는 방법을 찾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원래 목적은 피칭 훈련 도중에 아군 투수가 굳이 공을 던지지 않아도, 타자 입장에서 충분한 타격훈련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었죠.”

상혁이 버튼을 누르자, 스크린에 타격 훈련을 위해 사용하는 피칭 머신의 모습이 등장했다.

“현재의 피칭 머신은 변화구도 구현할 수 있죠.

2개의 휠을 가진 2Wheel 피칭머신은 둘째 치더라도, 3Wheel 피칭머신의 경우는 변화구만 6종류나 구현할 수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모두가 아시다시피, 피칭머신이 던지는 변화구와, 실제 마운드에서 투수가 던지는 변화구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분명 같은 투구폼으로 던지는데도, 투수가 던질 때의 공은 마치 전혀 다른 투구폼으로 던진 것처럼 변화무쌍하게 바뀌곤 하죠.

공의 궤적 뿐만 아니라 구속이 변하기도 하고요.

결국, 타자는 경기에 나가서야 ‘인간’ 투수가 던지는 진짜 공의 위력을 알 수 있습니다.

훈련을 통해 그것을 파악하는 방법은 지금까진 딱 하나였죠.

바로 아군 투수가 공을 던져주는 것.

PRD-S의 타격 훈련 프로그램은, 굳이 투수가 훈련을 위해 타자에게 공을 던지지 않아도 되게 하려고 만들어진 프로그램입니다.

그 안엔 투구 폼 교정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타격 폼을 미세하게 교정하고 잘못된 부분을 파악하여 고칠 수 있는 기능도 포함되어 있죠.”

“하지만 그 프로그램으로 인해 투수가 받아야 할 부담이 커지는 건 사실 아닙니까?

전 저와 똑같은 공을 던지는 가상의 투수에게 수천 번 방망이를 휘두른 타자를 마운드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습니다.”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개선한 부분은, 바로 그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상혁이 주머니에서 작은 USB 형태의 물건을 꺼내며 말했다.

“이건 ‘플레이어 키(Player Key)’라고 부르는 물건입니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복제 불가능한 데이터 위변조방지 기술이 적용된 개인용 데이터 저장장치죠.

기본적으로 이걸 사용하려면, 이 장비에 사용자 본인의 지문을 인식시킨 상태에서 PRD-S에 꽂아 넣어야 합니다.

이 안에는, 여러분이 PRD-S를 사용하여 훈련하는 과정에서 쌓인 모든 데이터가 들어갑니다.”

“그게 어떻게 해결책이 된다는 겁니까?”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저희는 이게 없는 상태에서는, RPD-S가 가상의 선수를 만들지 못하도록 PRS-S를 개선했습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랜디 존슨의 플레이어 키가 없는 구단에서는, 가상의 랜디 존슨을 만들 수 없게 만든 거죠.

오로지 랜디 존슨 본인이 플레이어 키를 가져와서 PRD에 꽂아줘야, 해당 PRD와 연결된 다른 PRD에서 랜디 존슨의 가상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과 같은 팀의 타자들은 여러분이 굳이 공을 던져주지 않아도 여러분이 전력으로 던지는 투구를 보면서 훈련할 수 있고, 상대 팀의 타자들은 여러분이 허락하지 않으면 절대 여러분의 가상 데이터를 사용하여 훈련할 수 없게 되는 거죠.

그리고 물론, 여러분이 이적할 때 이 플레이어 키는 여러분이 가져가게 될 겁니다.

애당초 플레이어 키를 구단에서 가지고 있어도 여러분이 지문 인증을 하고 PRD에 올라 신분 확인을 해주지 않으면, 구단에서는 여러분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으니까, 굳이 넘겨달라고 해도 그건 무용지물이 되겠죠.

구단 측에서 플레이어 키의 봉인을 해제하길 원하는 경우, 해당 장비의 보안은 단 두 가지 경우에만 해제될 겁니다.”

“그게 어떤 경우죠?”

“플레이어 키의 소유자가 은퇴하면서 구단에 자신의 데이터를 넘겨주길 원할 때.

이때는 구단 측 관계자가 보안 권한을 넘겨받아 해당 데이터를 사용할 권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 기능을 사용해서, 만약 여러분이 원한다면 자신이 사랑하는 구단속에 영원히 살아남아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가상의 멘토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겠죠.”

“나머지 한 경우는 뭡니까?”

“플레이어 키의 소유주가 사망했을 경우, 유족의 허가를 받아 구단측에 데이터 사용권을 넘길 수 있습니다.”

상혁이 말했다.

“이 자리에서 확언하건대, PRD-S로 구현된 가상 투수는 여러분의 허락 없이는 단 한 개의 공도 던지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구단을 옮기게 되면, 해당 데이터도 여러분과 함께 이적하게 될 거고요.

저는 이것이 여러분께 또 하나의 가치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만일 이 시스템을 여러분들이 받아들이신다면, 앞으로 여러분의 몸값에는 플레이 데이터의 값도 함께 포함되게 되겠죠.

예를 들어 작년 시즌에 환상적인 공을 던졌지만, 올해는 부상으로 시즌을 뛰지 못하더라도, 구단에서는 전성기 시즌 여러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부상으로 은퇴해야 하는 경우에도, 여러분의 데이터를 구매하기 위해 별도의 돈을 지불하게 되겠죠.

슬럼프에 빠지든, 부상을 입든, 피지컬 능력이 떨어지든, 여러분이 가장 빛나던 시절의 데이터는 언제나 그 시절 그대로 여러분이 얼마나 멋지고 강했는지를 보여줄 겁니다.”

솔깃한 제안이었다.

피지컬이 떨어져 연봉이 낮아지는 시기가 되더라도, 데이터의 가격은 전성기 시절의 성적을 바탕으로 매겨지기 때문에.

PRD-S가 가져다주는 나머지 메리트를 합한다면, 그것은 충분히 도입을 고려해볼 만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아직 PRD-S를 사용할 생각이 없는 선수들 역시, 자신의 허락 없이 구단에서 멋대로 선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다는 부분에서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 선수들은 조금 전의 삐딱한 자세와는 전혀 다른 태도로, 상혁을 향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구체적으로 PRD-S라는 물건이 어떻게 좋은지 좀 설명해주시죠.”

PTW가 개발한 물건이 얼마나 멋지고 유용한 것인지 설명하는 것.

그런 설명은, 상혁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것이었다.

***

결국 그 자리에 모인 300명이 넘는 선수들은, 어느 한 명 빠짐없이 상혁이 나눠준 플레이어 키를 받아갔다.

그리고 상혁은 플레이어 키를 나눠준 선수 한 명 한 명마다 매번 야구공을 내밀며 사인을 강탈해갔다.

애당초 각 구단 측에 연락해서 선수들을 설득해도 되는 것을 일부러 한자리에 모으게 만든 것이 바로 이것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만족한 표정으로 플레이어 키를 받아 돌아가는 선수들을 보며, 상혁은 300개가 넘는 야구공을 다시 더플백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수행원 명목으로 자신을 따라온 PTW 직원에게 말했다.

“이것 좀 호텔 방에 가져다줘요.”

그러자 직원이 상혁을 보며 말했다.

“바로 이동하십니까?”

“일정이 빡빡하니까요. 동경하는 선수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하려니까 저도 모르게 신이 나서 시간을 너무 잡아먹었네요.

이제 다음 회의에 가야죠.”

“그래도 잘 마무리돼서 다행입니다.”

“오히려 선수들 덕분에 PRD-S가 불러올 수 있는 문제점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봐야겠죠.

이제 방법을 찾았으니, 나머지 스포츠 업계에 PRD-S를 팔 때도 같은 모델을 적용하면 될 거고요.

그렇게 한다면 다음엔 이런 이슈가 발생하지 않겠죠.”

“전화위복이라는 거네요.”

“애당초 선수들이 지적한 문제만 제외하면, PRD-S는 운동선수들에겐 완벽한 기계였으니까요.

설득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죠.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오늘 있을 두 번째 회의는, 그리 만만하지 않을 테니까.”

“그 회의, 저도 봐도 될까요?”

“300명이 넘는 MLB 현역 선수들의 사인볼이 담긴 가방을 들고요?

공 무게만 50㎏이 넘을 텐데요?”

“감수하죠. 전 세계 굴지의 게임회사 임원들이 참가한 단체 회의를 두 눈으로 볼 기회는 그리 흔하지 않으니까요.”

“그럼 좋을 대로 하세요.”

그렇게 말한 상혁이 리무진에 몸을 싣자, 가방을 트렁크에 집어넣은 직원이 뒤따라 차에 올랐다.

그러자 객석과 연결된 운전석의 유리문이 열리며, 다음 목적지를 묻는 리무진 운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로 가면 되겠습니까?”

“어바인(Irvine) 18979번지로 부탁드립니다.”

상혁이 말한 주소.

그곳은 이전에 PTW에 직원을 보내 파견 교육을 했던 미국의 게임회사.

눈보라 엔터테인먼트가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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