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393화 (394/485)

393. 밈(meme)

게임 업계 뉴스에 관심 있는 유저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게임 업계는 재미있는 밈(meme)이 많은 곳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밈이 그러하듯, 상황에 따라 사용하기 좋고 인상 깊은 개발자의 인터뷰나 발언이 밈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무슨 판단이냐. 돈을 시궁창에 버릴 셈이냐?’

‘그들은 못 배워먹은 사람(uneducated)들이다.’

‘그런데 짜잔! 절대라는 건 없군요?’

‘님들 혹시 폰도 없는 찐따임?’

‘지나친 세일은 게임의 가치를 낮출 뿐이다.’

‘안티팬은 엿이나 먹어라.’

같은 해외 개발자들의 밈부터.

‘폭풍전야. 니들이 허접한지, 우리가 허접한지는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유저들의 결제 태도가 좋지 않다.’

‘정시 출퇴근해서 창조적 개발?

와플, 구골, 눈보라 사가 와도 안 된다.’

같은 국내에서 탄생한 밈까지, 개발자나 게임 업계 관계자가 남긴 수많은 발언은 오래도록 그들의 입에 오르내리곤 했다.

그리고 상혁은, 그런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개발자 중의 한 명이었다.

정말 열정적이고 게임을 사랑하는 능력 있는 개발자들이 탄생시킨 수많은 명언보다, 놀림거리가 되는 발언들만 골라서 밈이 되는 업계의 현실이 안타까웠기 때문에.

상혁은 긍정적인 뜻을 가진 밈도 하나쯤은 있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나름 멋진 대사들도 많이 한 것 같은데 말이지.”

상혁이 투덜거린 것처럼, 상혁은 NE 컨벤션에서의 발표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금까지 수많은 ‘멋진 대사’들을 쏟아냈었다.

‘여러분은 자격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여러분의 것입니다.’

물론 그것은 게이머에 대한 상혁의 진심이 담긴 말이기도 했지만, 나름 업계 밈이 되기를 바라는 상혁의 의도가 담겨있는 말이기도 했기에, 상혁은 자신이 뱉은 대사가 밈이 되지 않았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주기적으로 커뮤니티를 돌아다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까지는 상혁이 쏟아낸 수많은 대사가 밈이 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하→하↗하↘지→마↗아↗아↗”

시체 포식자와의 마지막 대치에서, 상혁이 말한 ‘하지마!!!’라는 대사는 하루 만에 오토튠까지 붙어서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었고, 상혁은 노트북으로 그 영상들을 확인하며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설마 지금까지 밈이 될 것을 노리고 뱉어낸 수많은 ‘멋진 대사’보다, 생각 없이 뱉어낸 한마디가 자신의 첫 밈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저게 내 밈이라니···. 저게 게임 개발자가 된 이후 처음 생긴 내 밈이라니···.”

그러자 상혁의 곁에 다가온 민준이 웃음을 참으며 상혁에게 말했다.

“왜. 그래도 나쁜 의미로 사용되는 건 아니잖아.”

민준의 말을 들은 지수도 상혁을 위로하고 나섰다.

“맞아요. 주로 마음에 안 드는 업데이트나 게임 내용에 대해서 불만을 표할 때 쓰이던데요?”

지수의 말대로, 상혁의 ‘하지마’ 밈은 다른 게임회사의 업데이트나 신작 발표가 마음에 안 드는 유저들이 단체로 자신들의 불만을 어필하는데 주로 쓰이고 있었다.

주로 게임이나 영화 등의 트레일러에 단체로 몰려가 똑같은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특히 현재 출시를 앞둔 ‘배○필드 V’의 경우가 대표적이었는데, 안 그래도 고증을 말아먹은 듯한 신작의 방향성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유저들이 트레일러 동영상에 단체로 몰려가 각국 언어로 된 수천 개의 ‘하지마아아!!’를 달면서 배○필드 V의 트레일러 댓글 창이 완전히 도배된 상태였다.

지수는 그런 식으로 댓글이 달린 페이지를 상혁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어찌 됐든 오빠도 전부터 밈이 될만한 대사를 하나 가지고 싶어 하셨잖아요.

게다가 그리 나쁜 의미로 쓰이는 밈도 아니고요.

앞으로 ‘하지마’란 댓글은 개발사에 불만 있는 유저들이 자신의 마음을 개발사에 전달하는 밈으로 정착되겠죠.

그리고 어쩌면 그 댓글을 보면서 개발자들이 자신의 판단에 부끄러움을 느낄지도 모르는 거고요.

혹시 알아요?

나중에 ‘좋아요.’ ‘싫어요’ 버튼 옆에 ‘하지마’ 버튼이 하나 더 생길지.”

고개를 푹 숙인 채 머리를 움켜쥐고 있던 상혁은 그제야 고개를 번쩍 들며 지수에게 말했다.

“어? 그건 좀 멋질 거 같긴 하다.”

“그쵸?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요.

지금 중요한 건 상혁 오빠가 만든 밈이 어떤 식으로 쓰이느냐가 아니라, 원래 내부개발이었던 YAS를 오픈베타로 전환하면서 생길 문제들을 빠르게 수습하는 거니까요.”

상혁은 이벤트 이후에 서버를 별도로 닫지 않고, 유저들이 계속 이어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열어놓았다.

그 때문에 지금은 엄청나게 늘어난 유저들이 YAS의 월드 안에서 활동하고 있었고, 수많은 유저들이 방송으로만 보던 YAS의 게임 시스템을 체감하며 감탄을 쏟아내는 중이었다.

일반적인 MMORPG에서 서브 컨텐츠 정도로 취급되는 생산계 스킬이 가진 깊이라던가, 진짜로 살아있는 말을 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승마시스템 등에 대한 감탄을 쏟아내면서, 새로 늘어난 3만 5천명의 플레이어들은 YAS의 세계에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었다.

비록 현재는 큰 문제 없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지수가 걱정하는 것은 그 이후의 일이었다.

우선 게임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끝나고 나면, 게임에 익숙해진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시도할 테니까.

그런 지수의 우려를 잘 알고 있던 상혁은 우선 유저들의 주의를 돌릴 수 있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일단 지금은 적응 기간이니까 내버려 두더라도 이대로 유저들을 내버려 두면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니 바로 대형 프로젝트를 시작하자고.

좋은 보상으로 유저들이 다른 것보다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게 유혹하는 거지.”

“어떤 프로젝트요?”

“우선 어제 전투로 무너진 도시 복구에 필요한 퀘스트를 발주하고, 새로 이주한 플레이어들을 위한 임대 주택 프로젝트도 실시하자.

수도 외곽에 주거지역을 대량으로 건설하면서, 유저들에게 집을 빌려주는 거지.

집세를 내려면 일단 벌이가 괜찮은 퀘스트 위주로 움직여야 할 테니 당분간 인력 수급엔 큰 문제가 없을 거야.

그리고 정규병도 대량으로 새로 고용하고.”

“정규병은 어디에 쓰시게요?”

“사람이 늘었으니 영지도 늘려야지.

일단 대규모 토벌단을 구성해서 근처 필드 몬스터를 싹 정리한 후에 거점 지역을 건설해서 거기서부터 확장해나가자고.

물론 YAS는 생산계열 직업도 충분히 재미있으니 그쪽에 지원하는 플레이어들도 많겠지만, 전투 중심으로 캐릭터를 육성하고 싶어하는 유저들도 많을 테니까.

MMORPG의 꽃은 커뮤니티야.

최대한 빠르게 유저들이 각자의 커뮤니티를 생성할 수 있도록 안내해줘.

석공 길드든 용병단이든 농업 조합이든 유저들이 소속되고 싶은 조직을 직접 만들거나 소속되어서 일할 수 있게.”

“흠. 말씀하신 대로 준비할게요.

그럼 오빠는 그동안 뭐 하실 거에요?”

“YAS쪽 이슈는 마무리되었으니, 이제 리얼 엔진 쪽 이슈를 처리해야지.”

“리얼 엔진이요? 그건 처음부터 일주일만 공개하기로 약속했었고 일주일 뒤엔 모든 데이터를 삭제하기로 했었잖아요?

이벤트 약관에도 적혀있었고 게임 속 가이드도 충실하게 설명했을 텐데?

이슈가 될 만한 게 있나?”

“리얼엔진도 PRD 전용이고 YAS도 PRD 전용이라, 이번에 월드 이벤트에 참가한 유저들의 상당수가 리얼엔진 체험 이벤트에도 참가했던 유저들이었어.

그런 유저들 입장에서는 PTW를 위해서 리얼 엔진 이벤트 참여를 상당 시간 포기한 게 될 테니까, 그 부분도 케어를 해 줘야지.

일단 월드 이벤트 참여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리얼 엔진 체험 이벤트를 일주일간 연장하고, 데이터 삭제도 하지 않겠다고 공지할 거야.

나중에 리얼 엔진의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었을 때, 전에 만들었던 데이터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지 않아도 되도록.

대신 엔진 자체는 이벤트가 끝난 후에 접근 불가 상태가 되니까 개발은 계속할 수 없겠지만.

그거 말고도 처리할 문제가 산더미야.”

상혁은 노트북의 화면을 손으로 잡더니 허공으로 집어 던졌다.

그러자 부실 한가운데 확장된 노트북 화면이 홀로그램처럼 떠올랐다.

그것은 지금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공간이 버츄얼 스튜디오 안에 있는 PTW 부실이기에 가능한 묘기였다.

“현재 리얼 엔진의 컨텐츠 모듈은 HC 101과 PTW LAB 게임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그걸로는 현대전을 배경으로 한 밀리터리 FPS나 HC 101 같은 현대 배경의 이능력 배틀, 아니면 공포 게임이나 좀비 서바이벌 같은 게임들을 만들 수 있지.

반대로 YAS에 종속된 컨텐츠 모듈인 승마나 석공, 농사나 대장기술 같은 컨텐츠 모듈은 빠져있고.”

그러자 지수가 상혁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건 YAS에 들어있는 컨텐츠 모듈이 전부 조정 중이기 때문에 빠진 거잖아요?

그리고 원론적으로는 말의 모델링도 데이터에 들어가 있고, 승마 스킬을 구현하기 위한 시스템 어시스트도 들어가 있으니, 처음부터 구축하면 승마 컨텐츠도 충분히 만들 수 있고요.”

“만들 수야 있겠지. 문제는 우리가 만든 승마 컨텐츠 수준의 퀄리티를 못 뽑는다는 게 문제지.”

상혁의 말대로, YAS 안에 탑재된 승마 컨텐츠는 고증의 끝판왕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철저한 디테일을 가진 시스템이었다.

품종에 따른 근육과 털의 움직임, 말의 성격에 따른 투레질의 미세한 바리에이션.

인간의 손톱처럼 평생 자라는 말의 발굽을 적정 시기마다 다듬어 주어야 하는 장제사 시스템.

자주 다니는 지면의 상태에 따라 발굽의 마모 상태가 달라지는 마모 시스템.

먹이는 먹이 종류에 따른 말의 능력치 성장과 탑승자와의 호흡을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말의 움직임까지.

YAS의 개발팀은 진짜로 살아있는 말을 탄 느낌을 주기 위해 현실의 말을 수백 번 탑승해가며 PRD안에서 최대한 비슷한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고, 그 덕에 YAS의 승마시스템은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미친 듯이 재미있어 보이는 디테일과 깊이를 갖출 수 있었다.

“PEW 안에서도 수십 명이 달려들어서 몇 달이 넘게 투입된 시스템인데, 그걸 이주 안에 만들라고 하는 건 무리가 있지.

직접 만들어서 제대로 느낌이 안 사는 컨텐츠로 만들기보다는, PTW에서 이미 만들어놓은 모듈을 가져다 쓰고 싶어하는 유저들이 많아.”

“그럼, 말을 안 타면 될 텐데.”

“만드는 게임의 배경이 삼국지 배경의 액션 게임인데 말을 빼면 그건 반국지라 불러야 하겠지.”

“아···. 삼국지를 만드는 팀도 있어요?”

“리얼 엔진 안에는 조선 시대 건물 데이터도 들어있지만, 중국 고전 건축물의 데이터도 들어있으니까.

꽤 큰 규모로 개발이 진행 중인 것 같던데.

삼국지 덕후야 덕후 중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들이니까.”

“아직 새 공지가 안 나갔으니 일주일 후면 삭제될 데이터라고 알고 있을 텐데 그렇게 열심히 작업한다고요?”

“맛이라도 보고 싶은 거지.

자신이 생각한 이상적인 게임을, 그게 설사 프로토타입이라도 잠깐이라도 좋으니 해보고 싶은 거야.

딱히 게임을 만들어서 떼돈을 벌고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런 게임이 해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으니까 게임을 만드는 거지.”

그렇게 말하는 상혁의 입가엔 작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굳이 게임 개발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더라도 누구나 쉽게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개발된 리얼 엔진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표가,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에.

상혁이 지수를 보며 말했다.

“게이머들이 게임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재미를 얻는 것처럼, 개발자 역시 게임 개발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재미를 얻을 수 있어야지.

그러니까 YAS 안에 있는 컨텐츠 모듈 중에 준 완성 수준 이상으로 개발된 일부 모듈을 추가로 오픈할 생각이야.

세공이나 농사, 대장은 아직 좀 완성도를 올릴 필요가 있지만, 승마 같은 건 오픈해줘도 좋겠지.

이미 더 건드릴 필요도 없을 만큼 잘 만들어진 컨텐츠니까.

아마 업데이트 공지 나가면 그 삼국지 게임 개발하던 유저들은 엄청나게 좋아할걸?”

“그리고 오빠도 그 게임을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고요.”

지수의 지적에 상혁이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X친, 삼국지야 삼국지. 무려 YAS의 승마 시스템이 들어간 삼국지라고.

그것도 밥 먹고 삼국지만 생각하는 고증에 미친 인간들이 만들고 있는 삼국지.

지금 그 많은 장수들의 AI도 고증에 맞춰서 전부 제작할 기세던데, 거기에 승마까지 들어가면 진짜 멋지지 않겠어?”

“그렇게 고증에 철저하면 여포가 휘두르는 방천화극 한 방에 저세상으로 가실 텐데요?

아니, 오빠는 기획만 잘하지 액션 게임은 잘 못 하는 편이니 여포는커녕 엄백호 선에서 정리될 것 같은데.”

“야 그래도 엄백호는 좀···.”

“지수 말이 맞아요. 오빠는 무관 캐릭터보다는 문관 캐릭터에 가까우니까.”

심지어 서연까지 지수의 편을 들며 나서자, 상혁이 울상을 지었다.

“너희들이 날 그렇게 생각할 줄이야···.

크흡···. 나 이상혁은 너희에게 실망했다.”

“아니, 진짜로. YAS 안에서 수련법 종류는 가장 많이 아는데도 캐릭터 등급은 7티어도 간당간당하시잖아요.”

“그건 내가 일하느라 바빠서 YAS를 진심으로 안 해서 그렇지!

내가 진심만 내면 어? 구스타프 씨도 나한테 안 돼!

진짜 소드 마스터가 뭔지 한번 보여줘?”

상혁이 항변하자 지수가 ‘풉’ 하고 상혁을 놀리며 말했다.

“풉. 상혁 오빠. 구스타프 씨가 YAS하면서 몸이 어떻게 변했는지 봤어요?

지금 완전 무슨 UFC 파이터 같이 변했던데.

오빠는 PRD 안에서 살다시피 하면서도 근육 하나 없잖아요.

근데 구스타프 씨를 이긴다니.

그건 절대 무리죠.”

“됐어. 너희랑은 이야기가 안 통해.

기다려. 나중에 YAS 서버가 정식으로 열리면 내가 천하 제일검이 뭔지 보여 줄 테니까.”

“전 오빠가 YAS 서버 오픈될 때쯤엔 다른 게임 만드느라 미쳐있을 거라는데 한 표 넣을게요.

그냥 인정하세요.

개발자 이상혁은 게임을 잘 만드는 사람이지, 게임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넌 지금 전 세계의 이상혁이란 이름을 모욕했다.

세계 최고 미드라이너 페○커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을 것이야.”

“이름만 같은 거잖아요!!!”

“젠장.”

“그 이름값의 반만 했어도 시체 포식자를 막는 건 구스타프 씨 대신 오빠가 되었을 텐데 말이죠.”

“크윽.”

의자에 앉으며 고개를 숙이는 상혁에게 지수가 다가와 말했다.

“그렇다고 낙담할 건 없어요. 개발자 이상혁은 세상에서 게임을 가장 잘하는 남자는 아니어도, 세상에서 가장 게임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개발자니까.”

“지수야···.”

“그 증거가 바로 이거고요.”

지수가 스마트폰을 들어 재생 버튼을 누르자, 신나는 비트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하↗하↘지→마↗아↗아↗”

그것은 상혁이 했던 대사에 누군가가 오토튠을 붙여 만든, 단 하루 만에 조회 수 102만을 달성한 바로 그 노래였다.

지수는 상혁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빠르게 뒤로 물러서더니 꺄르르 웃으며 부실 밖으로 튀어나갔다.

그러자 상혁이 소리를 지르며 그녀의 뒤를 쫒았다.

“너 그 노래 당장 안 꺼!?!”

절규인지 협박인지 모를, 처량한 비명을 지르며.

그리고 그렇게 두 사람이 나간 부실에는 민준과 서연 만이 멍하니 남아 두 사람이 박차고 나간 부실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 꽁트 같은 장면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태연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밥이나 먹으러 갈까?”

“그러죠.”

직원이 수천 명인 대기업의 임원이 휴대폰으로 노래를 틀며 복도를 달려나가고, 그 뒤를 다른 임원이 비명을 지르며 뒤쫓는 해괴한 풍경.

PTW라는 회사에서, 이런 일은 일상처럼 일어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

[···그런 이유로, 이번 YAS의 월드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유저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리얼 엔진의 체험 이벤트를 일주일 연장하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원래 이벤트 종료 시에 예정되어있었던 데이터 삭제 역시 취소되었으므로, 현재 이벤트에 참여하신 개발자분들께서는 이벤트 종료 시까지 작업한 데이터를 PTW 서버나 RPD의 로컬 저장 영역에 남겨 추후 리얼 엔진이 정식 서비스되었을 때 개발하시던 게임을 이어서 개발하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YAS에만 적용되어 있던 다음의 컨텐츠 모델을 리얼 엔진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하였습니다.

이제부터 개발자분들께서는 다음의 추가적인 기능을 리얼 엔진에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냉 병기 및 현대 무기를 이용한 마상 전투 컨텐츠 모듈

▶ 야생마의 포획 및 훈련을 통한 말 획득 관련 컨텐츠 모듈

▶ 말의 교배 및 육성과 관련된 컨텐츠 모듈

······.]

리얼 엔진에 접속하자마자 올라온 이벤트 공지를 살펴보던 코우지는,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자신과는 다르게 PTW의 월드 이벤트에 참가한 유저들에게 마음속으로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비록 자신은 조금이라도 게임의 완성도를 더 올려보고 싶다는 욕심에 월드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을 포기했지만, 이벤트에 참여한 유저들의 희생으로 자신에게도 추가적인 개발 기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게다가 원래 예정되었던 데이터 삭제가 취소된 것도 코우지에게는 매우 기쁜 일이었다.

겨우 일주일밖에 투자하지 않은 게임이었지만, 이미 그에게 있어서 지금 만들고 있는 게임은 삭제되는 것 자체가 너무나 가슴 아플 정도로 소중한 게임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승마라···. 이 게임에 어울릴까?”

잠시 고민하던 코우지는 고개를 저었다.

현대 배경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스타일 서바이벌 게임인 자신의 게임에는, 말이란 존재가 그리 어울리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도 어찌어찌 생각해보면···.”

잠시 이리저리 응용법을 고민해보던 코우지는 이번 업데이트는 자신이 만들려는 게임에 딱히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좀비와 도적이 넘쳐나서 걷는 것도 조심해야 하는 세상에서, 몸이 성한 말이 돌아다니는 것이 영 이상한 느낌이었기 때문에.

“YAS의 승마 시스템이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말은 포기하고 역시 그냥 만들던 대로 만들자.”

“어? 기껏 승마 컨텐츠가 업데이트되었는데, 말은 안 넣으시려고요?”

그때, 코우지의 옆에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건물들을 배경으로 그의 곁으로 다가온 아름다운 여성 아바타.

그녀의 정체는 코우지와 함께 이 세계를 만들고 있는 한국인 스트리머, 희정이었다.

“저는 말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녀가 말하자 코우지가 답했다.

“발걸음 소리도 클 거고 덩치도 커서 사람까지 타면 멀리서도 너무 잘 보여요.

게다가 좀비 근처에서 투레질이라도 하면 위험하기도 하고요.”

“흠···. 현실성 때문에 그런 건가요?”

“그렇죠.”

코우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희정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흠···. 하지만 코우지 씨. 지금 코우지 씨가 만들려는 게임의 장르를 먼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장르요?”

“이거, 좀비 서바이벌이 아니라 기본적으로는 연애 시뮬레이션이라면서요?”

“그렇죠. 무너져가는 세계에서, 나만 믿고 의지하는 미소녀와 함께 위험을 극복하는 게임이니까요.”

“그럼 유저는 그 나만 믿고 의지하는 미소녀와 함께 말을 타고 싶지 않을까요?

위험으로 가득한 세계에서, 백마탄 왕자처럼 짜잔 하고 나타나서, 자신의 허리를 껴안는 그녀의 체온을 느끼며 좀비 사이를 질주하고 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현실성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로망이 있잖아요. 로망이.”

희정의 말을 들은 코우지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그녀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그렇네요. 확실히 두근거리는 체험이겠어요.

이번에도 하나 빚지는군요.”

이전에도 몇 번씩, 희정은 정기적으로 자신을 찾아와 게임을 살펴보고는 플레이어와 히로인 사이의 로맨스에 대한 조언을 던지곤 했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대부분 낭만이 넘치는 장면이었기에, 코우지는 그녀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지금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PRD를 빌려준 사람이 그녀라서가 아니라, 그녀의 조언이 진짜로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조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두 사람이 만드는 게임은 현실성에 집착하는 코우지와, 낭만과 로맨스를 중시하는 희정의 취향이 합쳐져 절묘한 밸런스로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단순히 짐짝처럼 주인공을 따라다니는 히로인을 보호하는 게임이 아닌, 점점 변화하는 관계 속에서 정말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히로인을 데리고 멸망해가는 세계를 헤쳐나가는 게임으로.

그리고 그 완성되어 가는 결과물은 코우지가 보기에 매우 흡족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었다.

이 게임의 알파와 오메가이자, 가장 중요한 게임 내 컨텐츠인 ‘히로인’부분을 제외하면.

코우지는 그 히로인의 개발을 맡은 희정에게, 현재의 개발상황에 대해 질문했다.

“그쪽은 어때요?”

“어렵네요. 리얼 엔진에서의 AI 개발은, 심리테스트를 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건드릴 수는 있어도 완성도를 올리는 건 어렵게 되어 있어요.

진짜 온갖 상황에 대한 질문과 연기를 다 요구하거든요.

지금까지 거의 1만 개가 넘는 질문에 대답하고 1000개가 넘는 씬을 연기했지만, 아직도 개발 진행도가 50%밖에 안 돼요.”

“그건 독립형 AI로 설정해서 그런 거 아니에요? 지금이라도 좀 더 쉬운 타입으로 바꾸시는 게···.”

“히로인이잖아요. 진짜 사람 같은 미소녀하고 이런 종류의 게임을 하면 얼마나 멋지겠어요?

전 절대 포기 안 해요.”

리얼 엔진에서, 게임 안에 등장하는 AI는 여러 등급으로 나뉘어 있었다.

상인이나 경비병 같은 특정 역할만을 수행하며 한정된 대사만을 수행하는 고정형 AI.

플레이어를 따라다니며 파티에 참여하거나 플레이어를 공격하고 미리 입력된 패턴의 임무를 수행하는 확장형 AI.

그리고 마지막이, AI 자체가 상황을 인식하고 해당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응을 하며 스스로 만들어낸 대사를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는 독립형 AI.

후자로 갈수록 점점 사람다운 느낌이 늘어나지만, 각각의 단계가 올라갈수록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작업의 요구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것이 리얼 엔진의 AI 생성 시스템의 특징이었다.

그리고 희정은, 이것이 첫 작업임에도 그것이 히로인이라는 이유로 대담하게 독립형 AI의 개발에 뛰어든 상태였다.

‘진짜 사람 같은’ 히로인과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플레이어가 던지는 모든 대사에 상황에 따른 적절한 대답을 할 수 있도록.

그것은 그런 형태의 AI를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지 알지 못한 그녀의 무모한 시도였지만, 그녀는 어떻게든 자신이 시작한 작업을 마무리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돈이나 명성같은 이유에서가 아니라, 단순히 그게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그녀는 수천 개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작성하고 수백 개의 상황별 장면에 따른 연기를 수행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의욕은, 게임의 나머지 파트 모두를 담당한 코우지의 개발의욕도 덩달아 끓어오르게 하고 있었다.

“좋아요. 미연시라는 장르의 절반 이상은 히로인이 전부니까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 봅시다.

대신 나머지 파트는 제가 책임지고 손볼 테니까, 희정 씨는 이제 히로인 AI 제작에만 집중해주세요.”

“괜찮겠어요?”

“동인이라고는 해도 저도 미연시 전문 제작자입니다.

연애 이벤트의 바리에이션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아요.

비록 지금까지는 AAAA급 게임 그래픽이 너무 쉽게 완성되는 리얼엔진의 성능에 압도당해서 저도 모르게 자꾸만 좀비 서바이벌 파트에 포인트를 주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항상 히로인이 곁에 있다는 가정 하에서 나머지 게임 플레이를 제작하도록 할게요.

히로인과 함께라면 어떤 내용이 더 두근거리는 상황이 될까, 히로인과 함께라면 어떤 시스템이 더 두근거리는 시츄에이션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제작하겠습니다.”

그러자 희정이 환하게 미소지으며 코우지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는 AAAA급 그래픽이라는 스케일에 눌려 자꾸만 휘둘리는 느낌을 주던 코우지가, 자신이 알고 있던 개성 넘치는 동인 개발자로 다시 돌아온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그래야 제가 좋아하던 동인 개발자 코우지 씨죠.

완벽한 좀비 서바이벌 게임은 다른 개발자나 만들라고 하세요.

코우지 씨는 세상에서 가장 두근 거리는 좀비 서바이벌 게임을 만들게 될 테니까.”

“반드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제 게임 제작을 도와 준, 희정 씨를 위해서라도.”

그날 이후로, 희정은 정말로 코우지를 단 한번도 찾아오지 않고 자신이 담당한 히로인의 AI제작에만 전념했다.

그리고 코우지도, 더 이상은 게임이 주려는 재미의 포커스를 잃지 않은 채 다양한 시츄에이션과 시스템을 추가하며 그녀가 완성할 히로인을 기다렸다.

그 결과물은 두 사람이 2주 만에 만들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것이었지만, 코우지는 그 대부분이 리얼 엔진에서 기본 제공하는 컨텐츠를 사용했기 때문임을 잘 알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만드는데 시간이 걸리는 컨텐츠는, 전부 리얼 엔진에서 제공하는 기본 프리셋을 사용해서 만들어버렸으니까.

물론 그 와중에도 코우지가 수없이 많은 부분을 직접 커스텀하여 포인트를 상환해나갔지만, 그가 기본 프리셋에서 빌려온 부분이 너무 많았기에 완성된 게임 수익의 60% 가까이는 PTW에서 가져가는 게임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코우지는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리얼 엔진과 PTW가 아니었다면, 단 두 사람의 개발자가 이 정도 완성도로 이 정도 스케일의 게임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에.

다른 엔진을 이용하여 지금 수준의 그래픽과 컨텐츠를 가진 게임을 만드는데 필요한 전문 개발자의 인건비를 생각하면, 60%의 수익은 너무나 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지금 버전은 최소한의 부분만 다듬은 개발 버전이라는 점도 코우지의 생각에 한몫하고 있었다.

‘뭐, 어차피 리얼 엔진이 정식 오픈되면 나머지 부분을 다듬어서 최대한 깎을 수 있을 테니까.’

이제 히로인의 AI만 적용하면 게임의 1차적인 완성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코우지는 라이선스 계산 페이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 부분을 PTW에 제출해서, 라이선스 포인트를 깎을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며.

그리고 그 순간, 라이선스 페이지에 이변이 일어났다.

“어?! 뭐야?!”

분명 조금 전까지 67%의 수익 분배 비율을 보였던 라이선스 페이지가, 갑자기 32%대로 떨어진 것.

지금까지 코우지가 커스터마이징을 하며 깎은 모든 포인트를 상회하는 막대한 포인트가, 라이선스 페이지에 적용되었다.

그리고 그때, 자신의 옆에서 놀란 목소리로 말하는 희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주일 전 서로의 작업에 집중하기로 한 뒤로, 현실에서의 만남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리얼 엔진 안에서 마주친 적 없었던 그녀의 목소리가.

희정은 떨리는 목소리로 코우지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헐···. PTW에서 제출받는 컨텐츠중에 가장 높게 평가하는 컨텐츠가 AI였나 봐요.

독립형 AI 하나 넘긴다고 체크 했더니 라이선스 포인트가 미친 듯이 깎이네?

뭐지? 사람 같은 AI 모아서 가상 지구라도 만들려는 건가?”

그러자 코우지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

“독립형 AI를 제출한다고 했다고요? 그럼 혹시···.”

그러자 희정이 웃으며 코우지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소개할게요. 재난 전에는 학교의 ‘잘나가는’ 그룹에 속해있었지만, 의외로 순수한 성격에 연애 경험은 제로이고, 겉으로는 강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겁이 많고 상냥한 우리 게임의 히로인.

‘나츠하라 미유키’ 양을 소개합니다!”

그러자 그녀의 옆에, 살짝 탄 피부를 가진 금발 머리의 여고생이 소환되었다.

담배 대신 사탕을 물고 있는 한눈에 보기에도 눈에 띄는 귀여운 외모의 여고생이.

소환된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자마자 살짝 겁먹은 표정으로 희정의 뒤로 숨었다.

그리고는 희정의 옷깃을 당기며 물었다.

“저기, 여긴 어디? 왜 건물이 다 무너져있어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그녀의 AI를 제작하며 모든 연기를 더빙한 희정과 똑같은 목소리를 하고 있었다.

“진짜 사람 같네요.”

“저기요. 사람 보고 사람 같다고 하는 건 엄청 무례한 말인데요?”

자신을 향해 따지듯이 물으면서도 희정 앞으로는 나오지 않는 AI를 보며, 코우지가 미소지었다.

그녀의 성격이, 자신이 생각하던 이 게임의 이상적인 히로인 그 자체 같아 보였기 때문에.

이 게임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희정이 최선을 다해 작업한 AI.

코우지는 굳이 그 결과물에 대해 테스트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다.

“좋아요. 희정 씨. 첫 인상으로만 보면 완벽한 AI같네요.”

“그렇죠? 제 성격하고 좀 다른 성격이라 만드는데 엄청 고생하긴 했지만, 진짜로 이런 성격의 캐릭터라면 이렇게 행동할 거라고 엄청나게 고민해서 만들었어요.”

그러자 코우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바로 올리죠.”

“올려요?”

“리얼 엔진의 체험 이벤트 중에는 가완성 된 게임을 올려서 다른 유저가 플레이할 수 있게 하는 체험용 마켓도 있어요.

거기서 좋은 평가를 받은 일부 개발자는, 체험 이벤트 이후에도 리얼 엔진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 권한이 부여되고요.

남은 기간이 별로 없으니, 그걸 노리려면 지금 게임을 올려야 해요.”

“테스트도 없이요?”

“아뇨, 저는 희정 씨가 완벽하게 만들어주셨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지만, 테스트를 하긴 해야죠.

AI가 문제가 아니라, 제가 만든 게임이 희정 씨가 만든 AI에 걸맞은지를 확인해야하니까요.

그러니 바로 테스트 플레이를 해봅시다.

저는 히로인이 상황에 잘 맞게 행동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사랑스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할게요.

희정 씨는 희정 씨가 만든 AI의 매력을 게임이 100% 살리고 있는지를 확인해주세요.”

희정이 고개를 끄덕이자 코우지가 가이드를 호출했다.

그러자 이주일 내내 코우지를 도와 게임 제작을 도왔던 요정이 허공에서 나풀거리며 나타났다.

“코렛트.”

[사용자 코우지 님.]

“게임이 완성되었어. 파이널 테스트를 할까 하는데.”

[오! 게임 완성을 축하드립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두 분 모두 정말 엄청나게 고생하셨어요!

현재 개발 그룹에 있는 개발자 중 접속 중인 개발자는 총 두 명입니다.

두 사람 모두 동시에 테스트를 진행하시겠어요?]

“어.”

[테스트 수행 기준은 시간으로 할까요? 아니면 클리어 단위로 할까요?]

“일단은 시간으로. 시간은 두 시간 정도만.”

[그럼 프로젝트 ‘임펄스(Impulse)의 첫 번째 파이널 테스트를 수행합니다!

휘리릭~뿅!]

2주 동안 수없이 들었던 마법의 문장과 함께, 코우지와 희정은 두 사람이 함께 만든 게임의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정확히 두 시간 후, 원래 있던 자리로 튕겨 나와 서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거···.”

코우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확신을 담은 표정으로 희정이 답했다.

지금 당장 서로가 느끼는 기분을,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지금 하시려는 말씀이 제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렇죠?”

“네.”

“좋습니다. 그럼 바로 마켓에 올리죠.

나중에 치명적인 버그가 있더라도, 나중에 수정하면 되니까요.

우선 지금은 바로 마켓에 등록을 하고, 이 게임을 좀 더 플레이 하고 싶네요.”

“히로인 성격은 마음에 드세요?”

희정이 묻자 코우지가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자신의 게임을 사랑하는 게임 개발자가 지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적어도 제가 지금까지 플레이했던 3천 개가 넘는 미연시 히로인 중에서는, 이보다 사랑스러운 히로인은 본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코렛트에게 마켓 등록 과정을 부탁한 뒤 두 번째 파이널 테스트에 들어갔다.

버그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만든 게임이 너무나 재미있다는 순수한 이유로.

그것은 리얼 엔진을 통해 동시에 게임 개발에 들어간 개발자들이 전 세계에서 느끼고 있는 공통된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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