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376화 (377/485)

376. 꿈이 현실로, 현실이 꿈으로

매일 매일 새로운 정보가 공개되고, 거의 끝이 보이지 않는 플레이의 깊이를 보여주는 YAS의 스트리밍 이벤트의 열기는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벤트 한가운데서, 지수는 구스타프와의 대련에서 승리함으로써 시청률 1등의 자리를 꿰차는 위업을 달성해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종전의 스트리머 순위 1위였던 구스타프가 자신의 시청자를 지수에게 호스팅 하고 방송을 하루 쉬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만약 서지수 본인에게 흥미로운 방송을 진행할 역량이 없었더라면, 변덕이 심한 시청자들은 금세 구스타프의 방송으로 다시 돌아갔을 테니까.

그러나 지수는 구스타프가 방송을 쉬기로 한 바로 그날부터 모든 PTW 팬들이 도저히 놓칠 수 없는 방송 컨텐츠를 진행함으로써 구스타프에게서 빼앗은 시청자들을 자신의 시청자층으로 확고하게 굳혀놓았다.

VLOG.

지수는 과거 TV로 방영되었던 PTW특집 다큐멘터리 방송 이후로 단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었던 PTW에서의 직장생활 모습을 공개함으로써 구스타프의 방송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이 진행하는 방송의 시청자까지 자신의 방송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그녀의 손에 들린 휴대폰 카메라를 통해 전달된 PTW 내부의 생활 모습이,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기 때문에.

그것은 수천 명이 소속되어 일하는 대기업이 모습이라기보다는, 그냥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좋아하는 게임을 만드는 거대한 동아리 모임 같은 모습이었다.

아침 7시부터 시작된 지수의 VLOG방송은, PTW에서 직원들을 위해 건설한 아파트인 지수의 집에서 시작되었다.

지수는 자신의 집 내부 모습을 대충 보여준 뒤, 거실에 있는 PRD를 자랑하고는 화장을 하고 출근길에 나섰다.

그리고 단지 안에서 자신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에게 방송 중이라는 것을 밝히자, 지수에게 인사하던 사람들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오!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PTW의 스트리밍 이벤트는 잘 즐기고 계신가요?”

그러자 채팅창에 무수한 갈고리와 함께 시청자들의 채팅이 휴대폰 구석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파트 주민들이 PTW 이벤트에 대해 알아?-

-뭐지?-

채팅을 본 지수는 당황하는 시청자들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는, PTW 직원들의 출퇴근 편의를 위해 부지 선정 단계부터 PTW가 참여해서 완공한 아파트라고.

“그러니까 이곳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대부분 PTW 직원이거나 아니면 PTW 직원들의 가족인 거죠.”

-ㅋㅋㅋㅋ 못해도 40평은 넘어 보이던데 그걸 그냥 줌?!-

-직원 출 퇴근 하라고 아파트를 통째로 만드는 PTW 클라스 오진닼ㅋㅋㅋ-

“그렇다고 아예 바로 주는건 아니에요.

마스터 클래스 직원은 승급 인정을 받는 순간 바로 원하는 평수의 아파트를 풀옵션으로 받는 게 계약 서에 적혀있지만, 신규 입사한 일반 직원들에게 첫 출근 하자마자 아파트를 바로 지급할 순 없으니까요.

일반적으로는 근속 기간 동안 월세나 관리비 없이 무상으로 입주할 수 있고요, 그 이후에는 근속 연수가 20년이 되면 그냥 아파트 소유권을 이전해줍니다.”

-그럼 나중에 입사하면 입주할 아파트가 모자라지 않을까요?-

-퇴직금 대신 주는 건가?-

“퇴직금은 별도로 나오고, 마스터 클래스가 되면 근속 연수를 채웠을 때 퇴직금과 별도로 매월 400 만원의 연금이 따로 나와요.

그건 PTW가 망하지 않는 이상 무조건 보장되는 권리죠.

이 제도는 꽤 오래전에 생긴 제도인데, 상혁 오빠는 회사 규모가 지금보다 10배 이상 작을 때 이 제도를 만들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개발자의 노후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으면, 개발자는 자신의 살길을 찾으려고 회사를 떠나고 싶어 한다.’

그때는 저도 너무 큰 리스크를 지려는 상혁 오빠의 의견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오빠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죠.

게임 회사에서 직원이 회사를 나가 자신만의 게임회사를 차리는 일은 이 업계에서 비일비재한 일이지만, PTW에서는 그런일이 발생하지 않으니까요.

다들 즐겁게 회사 생활을 즐기며 살다가 밝은 은퇴 라이프를 꿈꾸고 있죠.

한때 자신이 몸 담았던 회사의 젊은 직원들과 함께 살면서, 이따금 회사에 놀러 가서 슈퍼맨처럼 멋지게 일을 돕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요. 그렇죠?”

지수가 앞에 서 있는 직원에게 말하자, 직원이 밝게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그러자 지수는 다시 카메라를 자신에게 돌리며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PTW에는 당연히 출근 버스도 있지만, 오늘은 제 자차로 출근할게요.”

다음으로 그녀가 향한 곳은, 당연하게도 PTW 본사가 있는 천하대 별관 부지였다.

이제는 몇 개의 건물이 더 늘어나 거대한 연구 단지처럼 변해버린 천하대 별관은, 출근을 하려는 직원들과 알바를 하러 온 대학생들의 물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주차장 근처에 차를 세우고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학생에게 키를 넘기고 회사 정문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연봉이 높은 고급 인력들이 아침마다 주차장에서 빈자리를 찾아 헤매는 것은 낭비죠.

PTW의 전 직원들은 발레파킹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습니다.

보통은 천하대 소속 알바생들이 하는데, PTW에는 이렇게 대학생 알바들이 활동하는 일들이 많이 존재하죠.

이따금 방대한 반복업무가 필요한 데이터 작업도 지원팀에 요청하면 적절한 수의 인원을 파트타임으로 바로 받을 수 있어요.

이건 저희가 회사 규모가 글로벌 수준으로 커졌음에도 계속 천하대 안에서 활동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죠.

매년 PTW는 천하대 운영비의 두배가 넘는 막대한 비용을 대학에 투자합니다.

이곳에 있는 교수님들은 대부분의 연구비를 PTW에서 받아서 자신의 연구를 진행하고 계시죠.

말 그대로, 지금은 PTW가 천하대를 운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인거고, 저희는 그 대가로 천하대로부터 게임 개발에 필요한 전문가의 자문이나 기술 제공, 그리고 세계에서도 우수한 수준의 대학생 인력을 제공받고 있죠.

물론 알바비도 넘치게 주면서요.”

그녀가 다음으로 도착한 곳을 로비였다.

그녀는 그곳에서, 아침으로 먹을 빵을 몇 개 고르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대전 출신의 유명 빵집 출신 전문 제빵인이 운영하고 있는 PTW 베이커리는, 아침을 챙겨 먹기 귀찮은 직원들에게 아침 식사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남은 빵을 배고픈 대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복지시설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PTW에서는 밀키트나 완제품 형태로 매일같이 수많은 식사메뉴가 무료로 제공되죠.

김치를 포함한 각종 반찬과 함께요.

퇴근하면서 몇 개 집어 들고 집에서 가족들과 저녁을 먹거나, 아니면 구내 식장에서 식사를 하고 퇴근을 하는 직원들이 많습니다.

여러분이 PTW에 입사한다면, 여러분은 입사한 순간부터 장을 볼 필요가 없어집니다.

김치든 반찬이든 원하는 걸 집어가거나 원한다면 아파트 문 앞까지 배달도 해주니까요.

사실 회계팀에서는 이걸 PTW의 3대 블랙홀이라고 불러요.

돈 잡아먹는 괴물이라고도 하고요.

저희가 복지에 지출하는 비용은 PTW의 가장 큰 지출요소 3개 중의 하나입니다.

하나는 R&D를 위해 천하대와 스컹크 웍스에 제공되는 연구비이고, 하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게임 개발자들을 붙잡아 두기 위한 인건비.

그리고 마지막이 그 직원들이 게임 제작 말고는 아무런 불편함을 느낄 수 없게 만드는 복지죠.

다른 회사와의 차이점이라면, 다른 회사는 회사 내부에서의 복지에 최선을 다하지만, PTW는 퇴근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까지 케어한다는 겁니다.

그런 요소들이, 다른 회사에서 아무리 고연봉으로 PTW 직원들을 스카우트 해가려고 해도 저희 직원들이 이곳에서 절대 나가지 않으려고 버티도록 하는 원동력이죠.”

들으면 들을수록 꿈만 같은 그녀의 회사 자랑은,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의 엄청난 부러움을 사고 있었다.

그리고 테클 걸기 좋아하는 몇몇 시청자는, 그런 PTW의 복지제도에 의문을 제기하며 그것이 도를 넘어선 돈 낭비가 아닌지 물었다.

-지금까지야 PTW가 만든 게임이 전부 메가 히트했으니 괜찮을지 몰라도, 돈을 그렇게 물 쓰듯이 쓰면 위기 상황이 오자마자 한순간에 회사가 붕괴할 텐데요?-

-사내 복지를 강조하던 다른 회사들도 직원들이 복지에 빠져서 노는 데만 집중하다 업무 효율이 떨어졌다는데, 저건 그런 수준을 한참 넘어선 듯.-

-게이머한테 삥 뜯은 돈으로 자기들 복지 파티하고 있었네?-

그러자 지수는 그런 시청자들의 채팅을 보며 PTW가 어째서 이런 복지를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여러분들의 의견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저희 직원들은 항상 긴장감을 가지고 게임 제작에 임하고 있어요.

저희가 쓰고 먹고 마시는 이 모든 비용을, 결국은 저희가 벌어야 한다는 긴장감이죠.

말 그대로 ‘천국 같은’ PTW의 복지 환경은, 매 게임마다 최소 수천만 이상의 판매량을 연속으로 올릴 수 있어야 가능한 환경이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모든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일해야겠다고요.

실제로 PTW에서는 파다완 등급이 되는 순간 주 5일에서 주 4일로 출근일이 변하는 제도가 있지만, 저희 직원들 중에서 주 4일만 출근하는 직원은 정말 손에 꼽습니다.

대부분은 주 5일에서 6일을 출근하죠.

저는 거의 주 7일 내내 출근하고요.

그건 PTW안에서 이루어지는 게임 개발 자체가 웬만한 레저나 취미보다 훨씬 즐거운 과정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회사가 제공하는 복지를 즐기면서 펑펑 놀다가 회사가 망하면, 그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란 두려움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희 직원 중에 어느 한 사람도, 저희에게 제공되는 이 환상적인 복지가 게이머분들이 제공한 돈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죠.

결국 이 모든 서비스는 단 한가지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겁니다.

PTW의 직원이 눈을 뜨고 잠자리에 드는 그 순간까지, 직원 각자가 단 한 가지만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PTW가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그 단 한 가지는, 엄청나게 단순하고 명확한 질문입니다.”

-그게 뭐죠?-

-???????-

-????-

지수는 채팅창에 줄줄이 올라오는 무수한 갈고리의 행렬을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매력적인 미소로 싱긋 웃으며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게임을 어떻게 만들어야 게이머들이 미칠 듯이 즐거워할까?

그게 바로 PTW가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단 한 가지의 질문입니다.”

***

그렇게 1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회사 구석구석을 소개하던 지수는, 스컹크 웍스 멤버들이 모여있는 지하 연구동의 입구에 도착했다.

거기엔 검은 배경에 흰 그림으로 멋지게 새겨져 있는 공격적인 형태의 스컹크 웍스 로고가 그려져 있는 거대한 철문이 있었다.

“여기가 스컹크 웍스가 일하는 지하 연구동입니다.

지하이긴 하지만 습도와 온도가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기에 들어가면 항상 상쾌한 느낌이 들죠.

그리고 그건 생각보다 엄청난 일이에요.”

-뭐가 엄청나다는 거지?-

-그냥 엄청 큰 공기청정기를 돌리면 되는 거 아닌가?-

-지하에 무슨 비밀이?-

-ㄹㅇㅋㅋ만 쳐라-

-제발 스컹크 웍스 안도 한번만 보여줘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사실 저기는 외계인을 잡아서 고문하는 곳임.

비명이 밖으로 샐까 봐 철문이 저리 두꺼운 것임.-

-그러게. 무슨 SF 우주선에 나오는 철문같이 생겼네.

저거 혹시 좌우로 갈라지며 열리나?-

“이 문 너머에서 STC나 PRD, 딥 다이버처럼 세계를 놀라게 할 만한 기술이 많이 나오고 있고, 또 저희가 발표하지 않은 수많은 첨단 기술들도 연구되고 있긴 하지만, 외계인이 고문당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사실 저도 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잘 모르니까요.”

지수가 말했다.

“제가 여기 자주 들락날락했던 시절은, 예전에 딥 다이버와 PRD가 개발되는 과정에서 개발 테스트를 위해 내려온 게 전부예요.

저도 회사 안에서 제 일이란 게 있어서, 종일 구경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하지만 스컹크 웍스 멤버를 제외하고 이 안에 들어가 본 몇 안 되는 사람으로서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다면, 이 안엔 게이머들이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만한 물건들이 넘친다는 거죠.”

그렇게 말한 그녀는 몸을 휙 돌리며 연구동을 뒤로 한 채 말했다.

“하지만 여긴 이번 VLOG에서 공개 불가판정을 받은 곳이니 입구만 보여드리겠습니다.”

-우우우우우우!!-

-살짝만! 진짜 조금만 보여줘도 되니까!-

-몸은 안 들어가고 카메라만 안으로 집어넣어 줘요!-

-근데 스컹크 웍스가 쾌적한 환경이라는 게 왜 엄청나다는 거죠?

아직 그 이유에 대해서 말씀 안 하셨는데요?-

-그러게, 그거라도 말해주십쇼.-

-그것도 보안인가?-

채팅을 본 그녀는 앗 차 하는 표정을 짓더니 카메라를 자신이 있는 방향으로 돌렸다.

그리고는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대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지만, 스컹크 웍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잘 씻지를 않아요.

한번 일을 잡으면 48시간 이상 미친 듯이 일만 붙잡는 사람들이니까.

그런데도 지하에 있는 시설인데 체취가 별로 의식이 안 된다는 건, 진짜 저 시설에서 돌아가는 공기청정기가 엄청난 크기를 가졌을 거라는 소리죠.”

그녀가 스컹크 웍스에 대해 가장 감탄하는 부분은, 그 안에서 탄생하는 놀라운 기술력이 아닌, 멤버 대부분이 남성인 데다 며칠씩 목욕을 하지 않는 인간들이 수두룩한데도 쾌적한 수준을 유지하는 공기 청정 기술에 대한 것이었다.

-ㅋㅋㅋㅋㅋ 그렇지. IT 오따꾸가 좀 잘 안 씻는 느낌이긴 하지.-

-머리도 잘 안 감을 듯.-

-쉴 시간도 아까워하면서 일만 하는 괴짜들이 모인 곳일 테니까.-

무수히 올라오는 ㅋㅋㅋ의 향연을 보며, 지수는 천천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신의 작업공간으로 이동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PTW에서의 ‘게임 개발’과정에 대해서 보여줄 차례였기 때문에.

그것은 분명 시청자들과 전 세계의 게임 개발자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선사할 것이라고, 지수는 굳게 믿고 있었다.

물론 리얼 엔진을 사용하는 영상 자체는 이전에 허먼의 TV쇼를 통해 존 카믹이 공개한 적이 있긴 했지만, 그건 과거의 버전이었으니까.

현재의 리얼 엔진은, 상혁의 지속적인 개선과 민준의 수정을 통해 말 그대로 ‘말이 안 되는’ 수준으로 바뀌어 있었다.

보는 이들 모두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만한, 게임 개발이 추구해야 하는 궁극의 이상을 현실로 구현한 듯한 물건.

그것이 현재의 리얼 엔진이었기에.

그리고 그녀는 지금, 자신의 작업실에서 PRD를 사용하여 전 세계의 모든 게이머들에게 그 충격적인 실체를 공개하려 하는 중이었다.

“잠시 PRS 좀 착용하고 올게요.”

그녀는 RPD 근처에 있는 탁자에 휴대폰을 올려놓고는, 충전 단자를 연결한 뒤 탈의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PRS로 갈아입은 뒤 카메라의 앞에 섰다.

그러자 채팅창에 갑자기 수많은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녀가 입고 있는 PRS는, 기존의 유저들이 가진 것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 뭐야. 저 PRS는 왜 모양이 달라?-

-훨씬 이쁜데?-

-어 좀 플러그 슈트 같은 느낌 나는 듯. 색도 핑크색이고.-

그녀가 입은 PRS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버전이 아닌, 서연이 지수를 위해 특별히 디자인해서 특별 주문한 서지수 전용의 PRS였다.

그리고 그 디자인은, 중2병에 심취했었던 그녀의 취향을 반영하여 SF 애니메이션에서나 나올법한 멋진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전신에 밀착해야 하는 PRS의 특성상, 몸매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는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마치 애니메이션의 여주인공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 지수는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고는 자신의 옷을 가리키며 말했다.

“짜잔! 이건 세상에서 단 한 벌밖에 없는 저만을 위해 만들어진 PRS입니다.

PTW에서는 이렇게 직원이 원하면 사내의 아티스트에게 부탁해서 PRS의 디자인도 변경할 수 있어요!

어때요. 부럽죠?”

-ㅋㅋㅋ 개부럽ㅋㅋㅋㅋ-

-이제 더 놀랍지도 않다.-

-난 삼정갈래 PTW갈래 하면 PTW 간다고 할 듯.-

-미친 넘아 삼정보다 PTW가 평균연봉이 더 높은데 당연히 PTW가야지!-

[이제 회사 소개는 그만하고 YAS 플레이 하나요?]

아직 한참 더 보고 싶은데?-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도네이션 메시지로 들어온 시청자의 물음에 대답했다.

“아뇨. 아직 PTW에 대한 소개는 끝나지 않았어요.

저도 오늘은 일을 해야하니까요.

오늘 제가 할 일은, 어제 한 유저분이 채팅으로 물어보신 ‘정령’에 대한 시스템을 YAS안에 추가하는 겁니다.

제 전투를 본 시청자 분들 중에 한분이 그러시더군요.

‘엘프는 마법보다는 정령 아냐?’

근데 저희도 그걸 고려를 안 한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정령이라는 것은 그 존재 하나하나가 지각을 가지는 존재들이기에, AI의 추가부터 시스템 부하, 그리고 급박한 전투 중에 알아서 전투를 보조하는 능력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추가되어야하죠.

정령과의 계약은 어떻게 할지, 정령의 성장은 어떻게 시킬것인지, 정령의 종류는 어떤 것이 있는지.

정령계가 따로 존재하는지, 아니면 그냥 YAS안의 세계 속에서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존재인지.

정령왕처럼 인간사회와 유사한 사회 개념을 갖추고 살아가는 존재들인지.

그들은 어떤 축복을 요구하며 어떤 것을 먹고 사는 존재들인지.

그들이 YAS안의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어떤 것인지.

단 하나의 요소를 새로 추가하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은 말 그대로 무지막지하게 많아요.

그리고 저희 개발팀은 정령이란 요소의 추가가 YAS안의 세계 속에서 밸런스를 무너트리는 주범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죠.

그러니까 제 말은, 정령은 개발되지 않은 게 아니라 삭제된 거라는 거예요.

오늘은 그걸 부활시킬 겁니다.

어제 종일 생각하면서 나름의 방법을 떠올렸거든요.”

-오, 그럼 YAS 안에서도 정령이 추가되나?-

-게임 안의 메인 컨텐츠인데 지수누나 맘대로 추가해도 되요?-

-하아앜! 정령 추가! 하아앜! 눈나 나 죽어어어어!~~~-

-정령왕 넣어주세요 1트-

-정령왕 넣어주세요 2트-

-도배 시작했다! 누가 저 새끼 밴 좀!-

-ㄴㄴㄴㄴㄴ 2트만 함. 밴 하지 마세요!-

“물론 YAS안에서 제가 임의로 만들 수 있는 건, 시스템이 허용하는 신규 스킬의 생성 같은 것이지, 세계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거대 컨텐츠의 추가가 아닙니다.

그건 제가 아무리 마스터 클래스등급의 직원이라도 다른 개발자들과 협의를 해야해요.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들께 PTW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겁니다.

사실 집에서도 편하게 접속할 수 있지만, 제 전용 PRS가 회사에 있어서 여기로 온 것뿐이에요.

겸사겸사 PTW 내부 복지에 대해 자랑도 하고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그녀의 덩치에 비해 지나치게 거대 해보이는 PRD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는 모터에 설치된 와이어를 당겨 자신의 PRS에 하나하나 설치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설치를 마친 그녀가 카메라를 바라보았을 때, 그녀는 PRD를 아는 유저라면 익숙한 모습인, 전신이 와이어에 고정된 채로 마치 거미줄에 얽혀 있는 것 같은 모습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와이어와 연결된 딥 다이버를 집어들어 머리에 쓰며,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그럼 이후 방송은 자동으로 PRD 내부 시점으로 변경됩니다.

이건 YAS CAM처럼 3인칭 시점으로 보여주는 기능이 없으니, 당분간은 제가 보는 시야로 방송이 나갈 거예요.”

-하앜 눈나 모습을 더 볼 수 없다는 게 너무 아쉬워요!-

-님들아 눈나가 아니라 아줌마임. 서지수 지금 나이 30대.-

[금지단어를 사용한 채팅 유저가 방송에서 제외되었습니다.]

-ㅋㅋㅋㅋ 금지 단어가 아줌마야?-

[금지단어를 사용한 채팅 유저가 방송에서 제외되었습니다.]

-ㅋㅋㅋㅋ 병신들 나처럼 아1줌1마 라고 치던가-

[금지단어를 사용한 채팅 유저가 방송에서 제외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 미친 개웃곀ㅋㅋㅋㅋㅋ-

-야 아무도 그 단어 쓰지 말라고!-

-근데 뭘 보여주시려는 거지?-

지수는 딥 다이버를 머리에 뒤집어썼다.

그리고는 눈앞에 보이는 PRD의 프레임과 자신의 전신에 연결된 와이어를 보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다이브 인(Dive In).”

그러자 그녀를 비추고 있던 카메라 시점이 순식간에 까맣게 물들었다.

그리고 화면이 다시 밝아졌을 때, 시청자들은 매우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화면으로 보이는 그녀의 시야는, 여전히 방 안을 비추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의 전신을 감싸고 있던 와이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아무런 와이어에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그녀가 방송을 전환한 방 안에 있는 딥 다이버의 프레임 안에 조용히 서 있었다.

-복장도 바뀌었는데?-

-어? 뭐지?-

그때, 무언가를 깨달은 누군가가 채팅으로 소리쳤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그래픽 때문에 잠깐 착각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 화면 앞에 펼쳐진 광경은 분명 PRD로 구현된 3D 그래픽이었기 때문에.

-저거 가상 현실 속 같은데?-

-근데 방 구조가 똑같잖아.

그럼 현실에 있는 PTW를 완전히 가상 공간에 옮겨 놓았다고?

왜 그런 짓을 함?-

-헉헉 나 밴 당해서 서브 계정으로 들어옴.

이거 뭔데? 아직 방송 시작 안했어?

와이어는 왜 다시 다 해체함?-

-이게 게임 그래픽 안이래.-

-엥? 그게 말이 됨?-

-눈나 말 좀 해봐요.-

지수는 시청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조용히 PRD안에서 걸어 나왔다.

그리고는 조금 전 자신이 들어온 방문을 힘차게 열었다.

-이런 미친···-

-저게 뭐야?!?!?!?!-

-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만 쳐라ㅋㅋㅋㅋ-

채팅창에 보이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녀의 작업실은, 한쪽 벽 전면이 유리로 되어있는 복도의 반대편에 있었기 때문에.

그곳은 작업실에서 나오는 순간 천하대 부지의 거대한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었다.

그러나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든 것은, 들어가기 전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유리창 너머의 풍경이 아니었다.

거기에 있어서는 안 될, 이질적인 존재들이 유리창 너머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차가 날아다닌다!-

-공룡이다! 미친!!? 천하대 호수에 브라키오 사우르스가 헤엄치고 있네?!!?!-

그것은 가장 현실적인 그래픽으로 구현된, 가장 비현실적인 창밖의 풍경이었다.

지수는 심호흡을 하고는 복도 창문 앞으로 조용히 걸어갔다.

그리고 자신과 똑같은 풍경을 보고 있을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메타버스 세계 안에 구축된 PTW의 버츄얼 본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은 현실과 100% 똑같이 작업이 가능한 완전한 가상의 세계죠.

아, 완전히 똑같다는 건 거짓말이 되겠군요.”

그때, 부유하는 공 모양의 기계가 날아와 그녀를 향해 물었다.

[안녕하십니까. 서지수 양. 오늘은 출근이 평소보다 늦으시군요?

오늘은 작업 구역까지 걸어가시겠어요? 아니면 평소처럼 텔레포트 해 드릴까요?]

기계음이 섞인 목소리로 자신을 향해 말을 거는 공을 보며, 지수가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기계 공을 향해 말했다.

“오늘은 YAS에 새 컨텐츠를 업데이트 하려고 왔는데, 혹시 카운슬(council)멤버들은 전부 VR 스튜디오로 접속 중이야?”

[마스터 베이더를 제외하면 전원 접속 중입니다.]

“그럼 괜찮아. 어차피 민준오빠한테는 상혁오빠가 알아서 전달할 테니까.

나머지 멤버들에게 소집 요청을 넣어줘.

회의실은 늘 잡던 데로.”

[알겠습니다. 소집 안건은 뭐라고 통보할까요?]

“YAS 안에서 정령 시스템을 다시 복구하고 싶다고 말해.

그리고 나는 회의실로 텔레포트 시켜주고.”

[알겠습니다. 지수양만 보내드릴까요? 아니면 저도 따라갈까요?]

“너도 따라와. 자료 준비도 해야하니까.”

[명령 받듭니다.]

기계 공의 말이 끝나자마자, 지수는 눈앞이 번쩍이며 자신의 몸이 회의실로 전송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거기엔 아까와 똑같은 모습으로 공중을 부유하며 자신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기계 공의 모습이 보였다.

지수는 명령을 내리는 대신, 채팅창이 떠 있는 영역을 눈으로 흘겨보았다.

거기엔 VR 스튜디오를 처음 본 시청자들의 무수한 채팅이 미친 듯이 올라오고 있었다.

-미친 뭐야 저게.-

-아예 회사를 VR 공간으로 옮겨놨네?!-

-이게 진짜 메타버스인가?-

-방금 그건 사이버 비서인가? 있으면 존나 편하긴 하겠넼ㅋㅋㅋ-

[PTW 입사하면 저도 거기 갈 수 있나요?]

도네이션 메시지를 본 지수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가능하죠. 이 공간에서는, 원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넓은 회사를 뛰어다닐 필요도, 그리고 누가 지금 시간이 비어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자리에 들릴 필요도 없어요.

자료를 찾기 위해서 서류함을 뒤질 필요도, 그리고 다른 직원에게 말을 걸기 전에 일하느라 며칠째 감지 못한 머리 냄새가 몸에서 날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죠.

아무리 소심한 사람이라도 자신이 원하는 외모로, 자신이 원하는 목소리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수 있고요.

그건 사람이 사람의 외모로 인해 가질 수 있는 수많은 편견을 제거하게 해줍니다.

이 공간에서만큼은, 종족도 성별도, 나이도 의미가 없죠.

저흰 모두 PTW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게임을 사랑하는 한 명의 직원일 뿐이니까요.”

그녀는 회의실 벽면에 있는 책장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YAS 프로젝트에서, 보류되었던 정령 관련 데이터를 건네줘.”

그러자 책장에서 책 한 권이 날아와 그녀의 손에 잡혔다.

그것은 물론 이 장소가 오로지 가상 현실이기에 때문에 가능한 퍼포먼스였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를 한없이 행복하게 만들었다.

이 공간이 있기에, 그녀는 언제나 게임을 플레이 하는 기분으로 게임을 제작할 수 있었으니까.

그녀는 자료를 펼치며,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이 공간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능력 좋은 100만 명의 비서가 제 가 일을 하기 쉽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주는 기분이 들죠.

어느 누가 그런 기분을 마다하고 다른 회사로 가겠어요?”

그리고 시청자들은, 그녀의 질문을 듣고 자신들 중 어느 한 명도 그녀의 의견을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가 지금 보여주고 있는 업무 환경이, 복지의 수준을 넘어서, 아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서포트까지 지원하는 PTW의 진정한 실체였기 때문에.

그것은 ‘꿈 같은’이라는 표현을 넘어 ‘꿈 자체’가 되어버린 게임회사의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환상적인 VLOG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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