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367화 (368/485)

367. 무한히 성장할 수 있는 게임

“설마 개점휴업 상태가 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사실 게임 발매 이후 해당 프로젝트의 참가자들에 한해 6개월의 유급휴가를 지원하는 PTW의 사내 정책은 그 역사와 전통이 오래된 제도였다.

‘삶을 살면서 때로는 방학처럼 자신이 하고 싶었던 밀린 일을 할 여유가 있어야 한다.’라는 게 평소 상혁의 지론이었기 때문에.

다만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휴가를 반납 처리하고 다시 빠르게 일에 복귀하곤 했기에, 게임이 발매되었다고 갑자기 회사가 셧다운 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PTW에서 게임을 만드는 일 자체가 즐거운 일이기도 했고, 반납한 휴가 기간 동안 출근하여 일하는 것만으로도 발매 보너스 이상의 막대한 휴일 출근 수당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직원 중에는 자신이 참여한 게임이 발매될 때마다 6달 동안 장기 여행을 가거나 밀린 게임을 하고 드라마나 애니를 즐기는 직원들도 있었지만, 상혁은 오히려 휴가를 권장하는 측이었다.

결국, 그 휴가 기간 역시 자신을 성장시키고 재충전을 하기 위한 시간이 되어 회사 업무에 도움을 주게 될 거라고 믿었기에.

그러나 보통은 그런 경우라도 업무에 영향이 없도록 적당히 서로 텀을 두고 휴가를 보내지, 이번처럼 개점휴업 상태가 될 정도로 단체로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게 된 것은 처음이었기에, 상혁은 속으로 적잖이 당황하는 중이었다.

“평소엔 프로젝트 팀이 여럿으로 갈려서 동시에 여러 게임을 개발하곤 했으니까.

한 프로젝트가 끝나도 다른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남아서 일 할 수 있었으니 문제가 안 됐었지.

하지만 HC 101은 워낙 큰 프로젝트였잖아.

직접적이든 잠깐 핼퍼로 뛰었든 이번에 휴가 대상자가 많은 건 당연한 거였고.”

그렇게 말하던 민준은 갑자기 한 발짝 물러서며 상혁에게 물었다.

“설마···. 이제 와서 휴가가 아깝다거나 하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지?”

그러자 상혁이 고개를 저으며 민준의 의견을 부정했다.

“아니. 그건 아니야. 당연히 직원들이 사내에서 개발 중인 게임을 휴가까지 내면서 열정적으로 플레이하고 싶어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

내가 궁금한 건, 어차피 회사 내부에서 PRD를 사용해 게임을 즐길 거라면 왜 굳이 정식 테스터로 등록해서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고, 휴가를 내면서 게임을 플레이하냐는 거야.

그냥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거로 처리하면 돈도 더 벌 수 있는데.”

“대신 그러면 테스트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잖아.

가끔은 개발자도 아무 생각 없이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고 싶을 때가 있는 거지.

딱히 우리 직원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도 아니고.”

“그건 그렇네.”

4차 NE 컨벤션의 시연 세션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PTW에서는 현대 배경의 HC 101을 개발하는 와중에도 다른 장르의 게임을 PRD로 구현하는 올바른 방법에 관한 연구를 계속 진행해오고 있었다.

VR 세계에서의 대장 기술은 어떤 형태로 개발해야 이상적일까.

VR 세계에서의 검술은 어떤 형태로 개발해야 이상적일까.

PRD로 구현된 가상 세계는 회귀자인 상혁과 민준조차도 경험하지 못했던 전인미답의 세계였기에, 그들은 게임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모든 요소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현실성과 게임성, 둘 사이에 있는 적절한 밸런스의 접점을 찾기 위하여.

기본적으로 모든 활동을 자신의 신체를 움직여 수행해야 하는 만큼, 적절한 밸런스의 존재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였다.

게임 안에서 말을 능숙하게 다루기 위하여, 실제 말을 타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숙련도를 요구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현실을 시뮬레이트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말을 타는 느낌’은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수련 난이도’는 낮추는 것이 테스트 모듈 개발의 핵심이라 할 수 있었다.

상혁은 그 방법에 대한 해결책으로, ‘스킬’에 의한 동작 보정 방식을 제안했었다.

현실에서의 승마처럼, 말을 타는 탑승자의 숙련도가 증가하는 것을 바라는 대신, 반복 수련으로 스킬을 얻어 말의 동작이 유저에게 맞춰질 수 있도록.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굳이 현실에서처럼 말을 잘 타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스킬 레벨만 오르면 자동으로 승마시의 반동이나 고속 이동 시의 흔들림이 줄어들었으니까.

그것은 ‘간단한 방법’으로 플레이하는 유저에게 자신이 말을 잘 타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 충분한 방식이었다.

덕분에 한동안 PTW 내부에서는 서로 승마술을 수련한 아바타들끼리 말을 타고 마상 창 시합을 벌이는 ‘자우스트(Joust)’대회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자우스트 역시 승마술과 마찬가지로, 유저가 가지고 있는 스킬에 따라 보정치가 붙은 시스템을 적용해놓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스킬 레벨이 오를수록 가벼워지는 창의 감촉과 자신의 창에 맞아 허공에 날아가는 상대방을 볼 때 느껴지는 쾌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승마에서 시작된 테스트 모듈은 마상 창 시합을 위한 기능이 추가되면서 서서히 덩치를 불려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양쪽 모두 같은 종류를 사용하던 우든 랜스의 타입을 늘리기 위해 목공 스킬 테스트에 사용되던 모듈을 붙이는 것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 ‘더하기’는, 갑옷 제작을 위한 대장장이 모듈이 추가되면서 조금씩 구체적인 형태를 갖춰나가고 있었다.

“제련 모듈도 합칠 수 있지 않을까?”

“활쏘기도 구현해보자.”

“활시위를 만들려면 가죽 끈이 필요하니 가죽 세공도 필요합니다. 그것도 합칩시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평야전도 구현해보죠.

어차피 지금 있는 기능으로 창이나 보병 방패도 만들 수 있으니까.”

대충 필요한 모듈을 모두 통합한 직원들은 평야전이 구현된 버전에서 그렇게 만들어진 ‘통합 테스트 모듈’에 Ver 0.1 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30 vs 30으로 나뉘어 작은 규모의 평야 전 테스트를 진행했다.

실제 냄새는 나지 않지만, 흙과 풀의 향기까지 맡아질 것 같은 사실적인 그래픽 속에서, 60명의 PTW 직원들은 각자의 무기를 들고 필사적으로 전투에 임했다.

그리고 마침내 전투가 끝났을 때, 필드에 서 있던 승리 팀의 한 직원이 힘차게 소리쳤다.

그것은 승리에 대한 기쁨의 함성이 아니라, 자신들이 만들어낸 테스트 모듈의 불완전성에 대한 불만이었다.

“보병 스킬부터 만듭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PTW의 본사는 천하대라는 대학교 내부에 있었고, PTW가 대학교 안에 자리 잡은 이후로 천하대는 지속적으로 해외 대학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데 힘썼기 때문에, 참고에 필요한 자료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다.

직원들은 방패술을 구현하고, 방진이 형성되었을 때 버프를 받기 위한 적절한 조건을 찾아 적용하고, 보병의 공격에 효율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전마의 AI를 뜯어고쳤다.

전 세계의 대학에 훑어져 있는,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으며.

그렇게 ‘통합 테스트 모듈’은 0.2버젼이 될 수 있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공성전도 구현합시다.”

0.3버젼을 만들기 위해 추가할 컨텐츠로 공성전을 선택하면서, 개발팀 멤버들은 스컹크 웍스 멤버들을 자신들의 프로젝트에 끌어들였다.

유저가 직접 쌓은 성에 트레뷰셋으로 쏘아 올린 돌을 충돌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스케일이 매우 큰 작업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진정한 중세 전투를 구현하겠다는 열망으로 똘똘 뭉친 개발팀은, 온갖 기술적 난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하며 결국 그들이 원하는 수준의 공성전을 완성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그들은 단순히 스테이지가 시작되면 사전에 세팅해둔 장비를 가지고 전투를 개시하는 테스트 모듈의 시스템에 불만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면 그냥 공성전 시뮬레이터 아니에요?”

“근데 그거만으로 충분하지 않나?”

“아니죠. 이건 좀 더 나아갈 수 있어요.

기왕 시작한 거 끝장을 봅시다.”

개발팀에 민준이 합류한 것은, 공성전 개념을 도입한 0.3버전이 PTW내부 서버에 릴리즈 된 이후의 일이었다.

당시 민준은 HC 101의 개발을 총괄하고 있었기에 새 프로젝트에 본격적인 합류를 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이 만들려고 하는 ‘진정한 오픈 월드 MMORPG’라는 개념에는 큰 흥미를 보였다.

민준은 여러 팀에서 흝어져 개발 중인 수많은 모듈들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개발팀에게 전달해주었고, 개발은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버전이 0.5로 올라가면서 개발팀은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 ‘중세 시뮬레이터’ 게임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하우징, 농사, 제련, 석공, 목공, 마창술, 궁술, 창술, 검술, 포술과 공성술이 포함된 리얼한 중세 시대의 구현을.

상혁이 YAS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 것은 바로 그 시점이었다.

이제 그럭저럭 봐줄 만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민준이, 상혁에게 테스트를 부탁했기 때문에.

“상혁아. 이것 좀 플레이해봐.”

당시 HC 101의 개발과 4차 NE 컨벤션의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상혁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토록 커다랗게 성장한 내부프로젝트의 존재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는 테스트 버전의 완성도에 대해 극찬하며, 민준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아쉬운 점에 관해 이야기했다.

“중세 시뮬레이터로서는 아마 현존하는 게임 중에 가장 완성도가 높을 거야.

다만 이 게임 자체가 가진 포텐셜은 이것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해.”

“구체적으로 말해봐.”

“일단 스킬 시스템의 상한이 문제야. 현재는 최대 레벨에 오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결국 공성측이나 수비측이나 항상 최선의 상태에서 전투가 시작되잖아?

게임은 MMORPG를 표방하고 있는데, 정작 시스템은 단순한 공성 전투 시뮬레이션 같은 느낌이라는 거지.”

“여기서 MMORPG가 되려면 뭔가가 더 필요하다고?”

“그렇지. MMORPG의 가장 큰 매력은, 내가 그 안에서 무한히 성장할 수 있다는 거야.

그것을 구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국 성장의 끝에 도달한 게임은 유저들에게 버림받게 마련이거든.”

“흠···. 예를 들면?”

“예를 들어 아예 최종장비의 습득 자체가 까마득히 어렵게 설계된 게임들이 있지.

반대로 장비의 습득은 쉽지만, 강화 시스템 때문에 최종 스펙에 도달하기 어려운 게임들도 있고.

어떤 게임들은 끝없이 새 장비나 캐릭터를 랜덤박스로 뽑게 만들기도 해.

또는 업데이트 밸런스를 조정해서 계속 새로운 장비셋으로 장비를 갈아타게 하기도 하고.

월드 오브 전쟁 크래프트처럼 종결 장비를 갖추고 있어도 확장팩이 나오는 순간 그것이 과거의 유산이 되도록 만드는 게임도 있지.

어느 방식을 취하던, 유저가 끝없이 강해질 수 있는 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MMORPG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야.

지금의 버전은 그런 부분에서 보면 깊이가 있는 강함보다는 넓이가 있는 강함을 취하고 있는 게임이고.

결국 승마술이랑 마창술, 중갑옷 레벨을 전부 올리고 나면 할 게 없어서 목공이나 대장술에 손을 대게 되잖아?

그건 강함의 방식이 ‘넓은’거야.

‘깊은’게 아니고.”

“그럼 어떻게 수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렇다고 다른 게임처럼 강화 시스템을 넣고 싶지는 않은데.”

“흠···.”

고민하던 상혁이 민준을 보며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줘.”

민준이 뭔가에 몰입하는 순간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타입이라면, 상혁은 멀티태스킹을 수행하면서도 짬짬이 자신의 관심사를 처리하는 타입이었다.

그러나 이번 건에 한해서, 상혁은 다른 모든 업무를 스톱시킨 채 민준이 던진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그리고 마침내 상혁이 민준을 찾아왔을 때, 민준은 자신에게 말을 거는 상혁을 보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상혁이 눈 밑에 다크서클을 가득 띄운 채 숨을 헐떡이며 자신에게 말을 걸었기 때문에.

“답을 찾은 것 같아.”

그렇게 말한 상혁은 자신이 작성한 기획서를 민준에게 보여주었다.

***

“스킬 한계를 없앤다고?”

“어. 물론 속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그냥 한계를 없애버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아.

수련만 한다면 무한정 강해질 수 있도록.

원한다면 마창술로 성벽도 뚫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게 성장할 수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그럼 밸런스에 문제가 생기지 않나?”

“어차피 이쪽에서 무한정 강해진다 하더라도 조건은 상대도 같아.

결국 미친 듯이 강한 마창술도 미친 듯이 강한 방패술로 막을 수 있을 테니까.

무엇보다, 그런 천외천 적인 타인의 존재는 유저들에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겠지.

‘와,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다른 유저의 존재 자체가, 게이머들에겐 트레일러나 마찬가지인 존재가 되는 거야.

단 한번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거대한 드래곤의 목을 써는 소드 마스터 같은 존재가 될 수 있게 하는 거지.

그리고 상대 진영의 천외천은, 결국 아군 진영의 천외천이 상대하게 될 거고.”

“인간의 규격을 벗어난 존재들의 싸움을 보면서, 동경심을 품게 될 거라는 거군.”

“그건 생산계열도 마찬가지야. 오러 소드조차 막아내는 성벽을 만들 수 있는 석공이라던가, 강철보다 단단한 나무를 가공해 갑옷이나 검을 만들 수 있는 목수라던가.

결국 자신이 어느 직업을 선택하든, 그 안에서의 성장 한계를 없애자는 게 이 아이디어의 핵심이지.

판타지의 영역으로 가자고.

그 안에서 낚시를 하든, 농부를 하든,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상혁의 설명은, 민준에게 회귀 전 재미있게 읽었던 하나의 소설 제목을 떠올리게 하고 있었다.

남들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직업을 선택해, 결국 게임의 지존이 된 한 플레이어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을.

“마치 햇빛 조각사 이야기를 보는 것 같네.”

“추구하는 방향은 비슷하지. 단지 햇빛 조각사는 소설의 재미를 위해 조각사란 직업에만 엄청난 버프가 부여되어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게임에는 모든 직업에 그렇게 강해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게 다른 거고.”

“하지만 단순히 능력치의 성장만을 보상으로 직업에 깊이를 부여하는 데는 무리가 있어.

매일 하는 행동은 똑같은데, 부여되는 수치만 다른 걸 유저들은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

“맞아. 만일 이 게임을 그 방향대로 만든다고 한다면, 모든 직업에 깊이 있는 플레이가 필요해지겠지.

초보 시절부터 천외천 수준에 이를 때까지의 플레이 변화를 모두 포함한, 깊이 있는 성장 시스템이.”

그렇게 말하며, 상혁은 민준의 모니터에 띄워져 있는 자신의 기획서를 뒤로 넘겼다.

그러자 빼곡한 텍스트와 함께 상혁이 고안한 ‘모든 직업’에 대한 성장 기획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려 400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기획이.

그것은 현재의 통합 테스트 모듈 안에 적용되어있는 스킬의 성장 트리뿐만이 아닌, 현재 PTW 내부에서 개발 중인 모든 스킬에 대한 구체적인 성장 설계가 담겨있는 문서였다.

“이건···.”

페이지를 넘기며, 민준은 단순히 개요만이 적혀있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양을 자랑하는 기획서의 내용에 압도당했다.

그리고 그 기획의 내용에 강한 흥미를 느꼈다.

상혁이 민준에게 보여준 기획.

그것은 생산 계열과 전투 계열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햇빛 조각사’같은 먼치킨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적혀있는 기획서였기 때문이었다.

“직업 하나하나가 다 재미있어보이네.

심지어 한 가지 스킬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스킬을 복합적으로 익히는데도 보너스가 있고.”

“그렇지. 결국 이 기획의 핵심은, 상대와 붙어서 졌을 때 ‘내 캐릭이 구려서 진 거구나’가 아니라 ‘내 수련이 부족하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거니까.”

“일단 눈 좀 붙이고 있어봐. 이거 전부 읽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으니까.”

민준의 말을 들은 상혁은 미소 지으며 부실 가운데 있는 쇼파로 기어들어갔다.

그리고는 눕자마자 코를 골며 바로 잠에 빠져버렸다.

‘드르렁···.’

그 모습을 바라보던 민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상혁이 적은 각 스킬들의 개요를 보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코드를 짜야 그것들을 제대로 만들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한 견적을 잡기 시작했다.

현재 PTW에서 사용 중인 ‘리얼 엔진’은, 이미 구현된 기능을 조합하는데는 엄청난 효율을 보여주는 엔진이었지만, 코드 상으로 존재하지 않는 기능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기능까지는 없었기 때문에.

결국, 리얼 엔진에서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기능이 아닌 다른 기능들은 전부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문제였다.

‘또 엄청난 걸 가져왔네.’

일반적으로, 기획자가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마다, 늘어나는 것은 프로그래머의 일이었다.

이번에 상혁이 가져온 기획도, 결과적으로는 엄청나게 많은 작업을 필요로 하는 기획이었고.

그러나 민준은 그런 상혁의 기획서를 보며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상혁이 민준에게 보여준 기획서.

그 안에는 그 모든 고생을 감수하더라도 구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들이 적혀있었기 때문에.

민준은 상혁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부실의 문을 나섰다.

그리고는 휴대폰을 꺼내 존 스캇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 스캇 씨? 지금 어디세요?”

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존 스캇이 민준의 질문에 답했다.

-PTW LAB에서 작업 서포트 중입니다.-

“좋습니다. 괜찮다면 지금 소집 가능한 스컹크 웍스 멤버들을 모두 모아주시겠어요?”

-전부요?-

“예. 전부요.”

기본적으로 민준은 스컹크 웍스 멤버들의 개별 작업에 크게 터지하지 않는 편이었다.

따로 업무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그들은 자신이 해야할 일을 찾아서 하는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이었기 때문에.

그런 민준이 전체 인원을 소집한다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존 스캇은 흥미롭다는 목소리로 민준에게 질문했다.

-뭔가 진행하시려는 건가요?-

“그렇긴 한데 일단 전원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 일이라서요. 괜찮을까요?”

-다들 어디서 일하는지도 이야기 안하고 자기 일 하는 사람들이지 시간은 좀 걸릴 겁니다.

심지어 출퇴근도 비규칙적으로 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래도 괜찮다면, 비상소집을 하도록 하죠.-

“부탁드립니다.”

-대신 힌트 좀 주세요. 또 뭔가 엄청난 일을 벌이시려는 겁이니까?-

스캇의 질문을 들은 민준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그의 질문에 답했다.

“예. 뭔가 하기는 할 겁니다.”

-그건 재미있는 건가요? 스컹크 웍스 멤버 전체가 흥미를 가질 정도로요.-

“그거야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뭣보다도 세상에 없었던 ‘진짜’ MMORPG를 만들려는 거니까요.”

-그게 무슨 의미인가요?-

“나머지는 다 같이 모인 후에 이야기 드리죠.”

상혁이 4차 NE 컨벤션의 히든 카드로 발표한 게임 ‘YAS’.

그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시동이, 상혁이 부실에서 코를 거는 사이 민준의 손에 의해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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