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366화 (367/485)

366. 당신의 모험 이야기

허먼의 방송을 보고 잔뜩 흥분한 상태로 홈페이지에 접속한 LA의 게이머 그랜트 홈즈는 떡하니 입을 벌린 채로 PTW의 메인 페이지에서 재생되고 있는 영상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설마하니 HC 101 수준의 대형 타이틀을 발매하자마자, 다음 신작 프로젝트를 발표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러나 PTW 홈페이지에서 공개된 영상에 보이는 신작의 스케일은, PTW의 팬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HC 101의 ‘그것’을 훨씬 넘어서는 규모의 것이었다.

‘중세 스타일의 판타지 게임인가···? 저거 중세시대 맞지?’

처음 영상에 비춰진 모습은, 망토를 입은 남자가 낡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남자의 망토는 전신을 충분히 가릴 수 있을 정도로 컸기에, 남자의 뒷모습만으로는 남자가 입은 옷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지만, 그가 걸을 때마다 복도를 울리는 걸음 소리는 그가 중갑옷 계열의 옷을 입고 있음을 넌지시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가 향하고 있는 방향에 있는 노인.

그 노인은 아무도 없는 가게에서 남자가 자신의 앞에 도착할 때까지 하염없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남자가 노인의 앞에 놓여있는 책상위 벨을 울릴 때까지, 조용히 잠만 자고 있던 노인은 남자가 울린 벨소리를 듣고서야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는 남자의 입이 오물거리는 모습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누구? 헨리? 헨리···. 헨리···. 잭필드···. 아, 기억나는 군.

설마 내가 그 이름을 까먹을 줄이야.”

노인은 자신이 있는 가게 뒤편의 책장으로 된 문을 열고 뒤쪽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먼지가 가득한 책을 가져와 남자의 앞에 펼쳤다.

“헨리 잭필드. 좋은 모험가였지. 비록 시작은 순탄치 못했지만.”

노인이 펼친 페이지에는, 알 수 없는 문자가 빼곡히 차 있는 글자와 함께 중세 판타지스러운 마을의 삽화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카메라가 그림을 비추며, 영상은 자연스럽게 게임 그래픽으로 구현된 실사풍의 마을의 모습을 비춰주었다.

그림 안에 있던, 밀이 가득한 들판에 서서 목검을 휘두르던 소년의 영상을.

그 영상을 배경으로, 노인의 덤덤한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부터 그는 모험가를 꿈꾸고 있었지.

7살 생일 때 선물로 받은 동화책의 내용에 푹 빠져서.

그는 항상 자신이 동화 속 주인공처럼 위대한 모험가가 될 것이라고 믿었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마냥 꿈만 꾸면서 살던 건 아니었어.

검을 휘두를 힘도, 좋은 검을 살 수 있는 돈도, 결국 자신의 능력으로 얻어내야 한다는 것을 헨리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

아버지의 농사일을 돕고, 마을 축제에서 춤을 추거나 친구와 사냥을 하는 소년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상은 게임 속의 ‘생활 컨텐츠’가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있는지 보여주었다.

그 모든 것을 묵묵히 수행하면서도, 밤만 되면 달빛 아래서 끝까지 검을 놓지 않았던 소년의 모습과 함께.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그가 기사들이나 배우는 정규 검술을 배울 기회는 오지 않았지.

헨리는 결심해야했네.

이대로 시골 마을에서 자신의 삶을 이어나갈 것인지, 아니면 꿈을 위해 목숨을 걸어볼 것인지.

헨리의 선택은 후자였지.

비록 자신에게 검술을 가르쳐 줄 스승은 없었지만, 자신의 고향 근처엔 ‘늑대의 숲’이 있었으니까.”

노인이 페이지를 넘기자 거대한 늑대 무리 앞에서 피투성이가 된 소년의 삽화가 나타났다.

“자신이 직접 만든 조잡한 검으로, 매일 밤 수없이 많은 늑대와 싸우던 헨리는 전투 속에서 생존하는 법을 깨달았지.

공격하는 상대의 허점을 찌르는 방법은 무엇인가.

치명상을 피하면서 상대에게 치명상을 주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는 늑대의 습성을 연구하고, 약점을 파악했네.

그리고 마침내, 늑대의 숲이 그 이름을 버려야 할 시기가 왔을 때, 그는 깨달을 수 있었지.

이제 자신의 고향 근처에서는, 자신을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없다는 사실을.”

화면은 어느새 성인이 되어, 몸에 늑대 가죽을 걸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늑대 학살자(The Wolf Slayer)헨리는 그가 그토록 바라던 모험을 떠날 수 있었네.

그가 스스로 터득한 검술과 함께.

그 과정에서 수없이 사냥한 늑대들의 가죽을 판 돈으로, 헨리는 도시로 향했지.”

영상이 보여주는 것은, 게임 속 세계를 활보하던 한 모험가의 이야기였다.

농사꾼이 아들로 태어나, 늑대를 사냥하며 만든 독자적인 검술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모험가의 이야기.

그것은 그냥 들으면 ‘평범한 모험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는 내용이었지만, 영상을 보고 있는 홈즈는 어느새 영상 속의 내용에 푹 빠져있었다.

그것은 그 영상이 ‘남자의 이야기’가 아닌, 그 안에서 게이머가 할 수 있는 ‘컨텐츠’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이었기 때문이었다.

‘컨텐츠가 대체 몇 개야?’

현실과 똑같이,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로프를 당기며 실물 크기의 범선을 타고 폭풍에 맞서는 헨리의 모습을 보며, 홈즈는 게임 안에서 범선을 타고 항해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말을 타고 전장을 달리는 헨리의 모습을 보며, 홈즈는 말을 타고 달리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 고대 유적의 무너진 다리를 건너기 위해 허리에 로프를 달고 전력으로 점프하는 헨리를 보며, 홈즈는 인디애나 존스처럼 유적을 탐사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검의 달인이자 뛰어난 대장장이였으며 훌륭한 용병인 동시에 위대한 모험가였네.

그가 길드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젊은 모험가가 그의 여정에 함께하기를 바랐고, 수도의 모든 미녀들이 그의 손목에 자신의 징표를 묶어주기를 원했으며, 왕국의 가장 이름 높은 기사들이 그와 겨뤄보고 싶어서 수없이 많은 도전장을 보냈지.

그는 늑대의 이름을 단 용병단의 단장이자, 평민 출신임에도 왕에게서 기사 칭호를 받은 몇 안 되는 영웅이었네.”

영상과 함께 이어지던 설명을 끝내며, 노인은 책을 덮었다.

그리고는 남자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 그런 그도 가장 위대한 모험가는 아니었지.”

자리에서 일어난 노인은 책을 들고 남자에게 말했다.

“따라오게.”

그러자 카메라가 남자의 시선을 따라 노인의 등 뒤를 쫒기 시작했다.

노인이 처음 책을 가지러 갔었던, 책장 뒤 공간을 향해.

천천히 에스컬레이트되는 음악의 템포를 느끼며, 홈즈는 숨을 참고 조용히 영상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노인의 등 뒤에 있는 공간이 드러나는 순간, 홈즈는 자신도 모르게 모니터 앞에서 탄성을 질렀다.

작은 서점처럼 보였던 그 가게의 숨겨진 공간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책장들이 가득 놓여있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어떤 모험가의 일대기일 게 분명한, 수많은 책들이.

노인은 그것을 확인해주기라도 하려는 듯이 남자를 향해 말했다.

“모든 모험가에겐 각자의 모험담이 있지.

그것이 위대한 모험이든, 아니면 시시한 모험이든 간에.

그들은 진정으로 모험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었으니까.

어쩌면 그 위대한 헨리조차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긴장감 넘치는 순간을 꼽을 때 어릴 적 처음 사냥했던 늑대와의 싸움을 떠올릴지도 모르겠군.

만약 그 전투에서 그가 죽었다면, 그는 이렇게 생각하며 죽었겠지.

‘모험가를 꿈꾸던 소년 헨리.

자신의 꿈을 위해 도전하다 죽다.’

그렇다고 그가 그것을 후회할 거란 뜻은 아닐세.

사람의 인생은, 그 자체로 훌륭한 모험이란 소리지.

100만 명의 모험가에겐, 100만 개의 모험담이 있는 법이니까.”

노인은 천천히 도서관의 한 가운데로 걸어갔다.

거기엔 나무로 된 낡은 책상과 함께, 한눈에 보기에도 두꺼워 보이는 책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노인은 책더미 속에서 한 권을 꺼내 아무 글자도 쓰여있지 않은 페이지를 펼쳤다.

“자, 그럼.”

그리고는 깃펜에 잉크를 묻히며 남자를 향해 물었다.

“자네의 모험담을 말해주게(Tell me about your adventures).”

영상은 그렇게 끝을 맺었다.

‘당신의 모험 이야기(Your Adventure Story)’라는 이름의, 게임 타이틀과 함께.

영상을 보던 홈즈의 마음속 깊은 곳의, ‘모험’에 대한 열정을 뜨겁게 불태우면서.

출시 된 직후부터 ‘역사상 최고의 히어로 게임’으로 평가받았던 HC 101에 이은 PTW의 차기작은, ‘모험’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올리게 되는 인간의 상상을 현실로 만든듯한 게임이었다.

“X발···. 미친···. 정신 차려. 저건 그냥 흔하디흔한 중세 판타지잖아.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게임에서 다뤘던 것과 별다를 게 없다고.”

홈즈는 곰곰이 방금 본 영상을 떠올리며 그 안에서 그다지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그 ‘평범한’ 영상을 본 자신의 심장이 그토록 미칠 듯이 뛰고 있는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홈즈는, 잠시 후 자신이 그 영상을 보면서 어째서 그토록 흥분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미친? 그냥 PRD가 미친 장비라서 그런 거잖아?”

‘검을 휘두른다’나 ‘말을 탄다’ 혹은 ‘범선을 조종한다.’라는 행위 자체는, 기존 게임에서도 수없이 다룬 컨텐츠라 할 수 있었다.

수많은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들이 버튼을 누르면 검을 휘두르고, 말을 타고, 범선을 조작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대부분의 게임들은 같은 동작이라도 차별화를 두기 위해 더 화려한 액션과 이펙트에 주력하고 있었다.

검을 휘두르면 검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던가, 그냥 말이 아닌 온몸에서 푸른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는 유령 말을 타는 식으로.

그러나 PRD로 구현한 세계엔, 굳이 그런 화려한 기교는 필요하지 않았다.

현실에서 실제 검을 휘두르는 것 과 똑같은 중량감과 반동을 게이머가 느낄 수 있고, 실제로 살아있는 말을 타는 것과 동일한 경험의 전달이 가능한 장비가 PRD였기에.

홈즈는 PTW가 유저들에게 선사하려고 하는 세계의 디테일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영상 아래쪽의 게임 소개 페이지 링크를 클릭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홈즈는 PTW가 어떤 형태로 ‘기본’에 가장 충실한 중세 판타지를 구현하려고 하는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목표] [생활] [기술] [수련] [성장]

[명성] [탐구] [모험] [동료] [정착]

수많은 카테고리로 구분된 게임 소개 페이지를 보며, 홈즈는 소개 페이지에 있는 설명 한줄 한줄을 음미하듯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읽는 이가 게임의 구체적인 내용을 상상하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YAS(Your Adventure Story)의 세계에서, 경험치와 레벨이란 개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모든 능력치는 수치로 표현되며, 당신은 스테이터스 스크롤이나 교회, 마법사의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능력치가 적힌 양피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YAS의 세계 속에서, 당신이 능력치를 올리는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좋은 음식을 먹고, 열심히 활동하면 되죠.

YAS안의 요리는 그것에 들어가는 다양한 재료와 조리법에 따라 유저에게 특별한 ‘성장 버프’를 부여합니다.

좋은 재료로 만들어진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면, 일정 시간 동안 스테이터스의 성장에 높은 보정이 붙고, 안 좋은 음식을 먹는다면 스테이터스 성장에 낮은 보정이 붙습니다.

그렇기에 게임 내부의 재화는 끊임없이 식사를 통해 소진되며, 게이머들은 좋은 음식 재료를 구하기 위해 게임을 플레이해야 합니다.]

게임 안에서 유저들의 플레이가 길어질수록 끊임없이 낮아지는 아이템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 상혁이 택한 방식은 ‘소모품에 의한 성장’ 방식이었다.

마치 현실에서 헬스를 할 때 단백질 보충제를 먹듯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비싸고 질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 돈을 끊임없이 소모해야 하게 하는 식으로.

[음식을 통해 성장시킨 육체적 능력치는 게임 안에서 사망 시 사망 패널티 시간 동안 능력치 보정을 받지 못합니다.

단, 장비에 붙은 능력치는 캐릭터 고유의 능력치로 사망 패널티에 관계없이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YAS안에서, 유저는 자신만의 검술이나 스킬을 창조할 수 있습니다.

이는 유저의 행동에 따라 시스템이 자동 생성하는 스킬로 반복 행동을 통해 특정 모션을 취했을 때 보너스를 부여하는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집요하게 늑대만을 사냥하며 마무리 일격을 특정 동작으로 마무리한다면, 해당 행동의 누적 수치를 판단하여 시스템이 자동으로 당신에게 당신만의 스킬을 생성해줍니다.

이후 같은 동작으로 발생하는 모든 공격에서 해당 스킬의 보너스가 발생합니다.

당신은 당신이 가진 스킬을 타인에게 가르칠 수 있습니다.

또한, 당신은 자신이 가진 특정 스킬들을 모아 ‘유파’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특정 스킬들을 묶어서 만들 수 있는 유파계열 스킬은 같은 유파 내 스킬을 연계해서 펼쳤을 때 별도의 보너스가 발생합니다.

이 스킬 생성 시스템은, 단순히 전투 기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승마술, 가죽세공, 제련, 요리, 항해술, 목공술, 포격술, 사격술, 각종 계열의 마법들, 약초학, 연금술, 재봉술, 석공 기술 등 게임 내에서 유저가 취할 수 있는 어떤 분야에서든 스킬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게임 안에서 젓가락을 가지고 열심히 펜 돌리기를 한다면, 자신만의 펜 돌리기 유파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YAS의 모험은 단순히 몬스터를 사냥하는 개념의 그것이 아닙니다.

YAS의 세계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유적들이 존재하며 실시간으로 NPC에 의해 지속해서 던전이 생성됩니다.

던전 키퍼라 불리는 NPC들은 각자의 목적에 의해 던전의 위치를 결정하며 그 안에서 사악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려 합니다.

당신이 방문한 마을의 술집에서 최근 이어지는 납치 사건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면, 근처에 노예 상인 계열의 도적 NPC가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운이 좋다면, 당신은 도적이 아닌 마을 주민을 납치하여 좀비로 만들고 있는 사령술사의 던전을 발견할 수도 있겠죠.

모든 유적엔 ‘버려진’‘고대’‘유명한’‘숨겨진’ 등의 접두사가 부여됩니다.

그리고 해당 접두사에 따라 다양한 보상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모험의 여정은 여러분이 생각한 것보다 길어질 수 있습니다.

때로는 정보가 없으면 파훼할 수 없는 트랩이 존재할 때도 있고, 때로는 ‘로프 던지기’ 같은 특정 기술에 능숙한 동료가 없으면 진행이 불가능한 던전도 있습니다.

NPC와 대화하여 던전의 정보를 파악하세요.

무너진 협곡을 건너기 위해 로프 던지기를 연습하세요.

깨진 항아리처럼 보이는 유물의 진정한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고고학 서적을 탐구하세요.

때로는 유적 내부의 깨진 도자기에서 보스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도 있을 겁니다.]

[목공은 좋은 기술입니다.

특히 자신의 집을 짓는데 비용을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는 기술이죠.

물론 현실에서 중세 목공 기술을 배우는 수준의 학습난이도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기초적인 목공 수준으로도 어설픈 테이블과 침대는 제작할 수 있습니다.

만약 현실의 당신이 실제 목공에 소질이 있다면, 매우 빠른 속도로 게임 속 목공 기술을 마스터 할 수 있을 겁니다.

YAS에서의 가구는 그 외형과 기능에 따라 집 안에 있는 유저에게 다양한 성장 보너스를 제공합니다.

같은 음식이라도,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죠.

만일 당신이 충분히 아름다운 목제 가구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비싸게 팔릴 것입니다.]

[YAS의 세계엔 PTW의 자문역으로 참여한 전문가들이 직접 구현한 자체 생태계가 구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생태계는, 해당 생태계를 관리하는 중앙 AI의 통제에 따라 현실적인 환경을 구현합니다.

만일 당신이 몸에서 독 연기를 뿜어내는 사악한 여우를 물리치지 않는다면, 주변 숲의 생물들이 전멸할 수 있습니다.

YAS속 세계의 NPC 와 몬스터들은 소속 국가나 종족, 성격과 사는 지역에 따라 대립 관계를 형성하며 끊임없이 서로 싸우고 투쟁하며 생존합니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임에도 현실과 동일한 수준의 디테일로 구현된 중세 판타지 세계를 즐겨보세요.

그 안에서, 당신은 진정한 한 사람의 모험가가 되어 세계를 탐험할 수 있을 겁니다.]

[YAS의 세계는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그 안에서, 왕국을 컨트롤 하는 AI는 계획적으로 성벽을 짓고 도시를 생성하며 교회를 건설합니다.

당신의 마음에 드는 국가에 용병단으로 등록하세요.

그리고 국가에서 지급하는 대가를 받아 전쟁을 승리로 이끄십시오.

당신이 세계에 끼치는 영향이, 세계를 변화시키는 모습을 지켜보세요.

사교계에 진출하여, 중세 귀족 사회의 오락과 정치에 참여하세요.

영주가 되어 영지를 관리하고, 다른 플레이어들을 고용하여 성벽을 건설하십시오.

YAS의 세계에선, 당신이 상상한 모든 것이 가능하니까요.]

읽으면 읽을수록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소개 페이지를 보면서, 홈즈는 지금 당장이라도 게임에 접속하고 싶다는 욕망을 느꼈다.

게임에 접속해서, 검을 휘두르고, 몬스터를 잡아 자신만의 스킬을 얻고 싶다고.

그것은 홈즈만의 생각이 아닌, 허먼의 방송을 보고 홈페이지에 방문한 모든 PTW 팬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영상과 함께 공개된 YAS의 게임 소개는, 보는 이로 하여금 말 그대로 그 안에서 ‘모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세상에서 가장 리얼한 체험이 가능한 콘솔이니까, 그걸 이용한 MMORPG라면 이런 느낌이 좋겠지.’

홈즈는 페이지를 샅샅이 뒤져 발매 일자가 적인 부분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소개 페이지의 최 하단에 있는 발매 일자에 대한 내용을 찾아내었다.

마치 자신을 약 올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굵은 글자로 커다랗게 박혀있는 문장을.

[발매일자 : 미정]

당장 발매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듯한 인 게임 플레이 영상의 밑에 달린 한 줄의 문장은, 홈즈를 진심으로 열 받게 만드는 것이었다.

기대감만큼 터져나오는 분노를 담아, 홈즈는  PTW 커뮤니티 게시판으로 달려갔다.

당장 게임을 발매하라는 항의 글을 작성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곳에서 홈즈가 발견한 것은, 대체 몇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인지 모를 수많은 유저들의 분노에 찬 게시글이었다.

[X친 약 올리나 왜 공개만 하고 발매 안함?]

[인 게임 영상 보면 거의 다 만든 것 같은데 이거 유저 약 올리는 각?]

[MMORPG라면서요. 베타 서비스라고 해줘요.

남들 다하는 건데 왜 안 해주나요.]

[난 큰 건 안 바라니까 말만 타보게 해주세요. PRD로 말 타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아.]

[월정액이든 부분 유료화든 돈 낼 테니까 하게 해 달라고!]

홈즈는 분노로 가득한 게시글을 보며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키보드의 한글자 한글자를 강하게 내리치며 자신의 게시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글이 올라오는 속도를 보면 어차피 아무도 안 보고 묻힐 게 뻔하지만, 그래도 한마디 쏘아붙여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기 때문에.

[나쁜 놈들아! 지금 PTW 직원들은 다 YAS하고 있지! 거의 다 만든 게임을 너희 PTW 직원들만 하냐? 버그 많아도 괜찮으니까 우리도 하게 해달라고!]

PTW가 커뮤니티 의견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홈즈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어차피 게시글이 이렇게 빠르게 올라오는 상태에서, PTW가 한가하게 자신이 올린 글을 확인할 거라고는 믿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나 그 시각, PTW본사에서 PRD를 통해 TV쇼 출연을 마친 상혁은 자신의 책상 앞에서 홈즈가 올린 게시물을 읽고 있는 중이었다.

거의 초단위로 올라오는 게시물의 속도 때문에 전부 읽지는 못해도, 상혁은 유저들의 피드백을 최대한 읽으려고 노력하는 개발자였기 때문에.

발매 일자를 알려달라는 유저들의 분노에 찬 게시물을 읽던 상혁은 잠시 창을 내리고는 옆에 있던 민준에게 말했다.

“뭐, 예상했던 반응이긴 하지. 근데 유저들이 모르는 게 있네.”

“뭐?”

“발매 일자 때문에 욕먹는 건 PTW의 오랜 전통이라는 거.”

상혁이 주로 쓰는 마케팅 기법은, 게임의 발매 전에 최대한 기대치를 올려놓는 방법이었다.

슈퍼볼 광고를 이용하든 아니면 TV 프로그램 출연을 이용하든.

기다리는 기간이 늘어지면서 커져가는 유저들의 기대감을 충분히 만족하게 할 자신이 있을 때, 상혁은 언제나 그런 방식을 사용하곤 했었다.

그리고 이번 신작에 대해서, 상혁은 유저들이 상상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 기대감을 충분히 만족하게 해줄 자신이 있었고.

결국, 지금 유저들이 가지는 불만은 게임이 발매되고 나면 다 사라질 불만이었다.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게 있으니까.”

상혁의 말을 들은 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자신과 상혁 외에는 아무도 없는 부실의 내부를 바라보았다.

“하긴, 휴가가 중요하긴 하지.”

언제나 북적거리던 부실이 텅 빈 이유.

그것은 현재의 PTW가, 공식적으로 게임 발매 이후 참여자 전체에게 부여되는 6개월의 발매 휴가 기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PTW의 직원들 전체가 휴가를 간 것은 아니었다.

홈즈의 예상대로, 현재 PTW의 직원 대부분은 죄다 YAS나 HC 101같은 PRD용 게임들을 플레이하며 휴가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그중 보안상의 이유로 외부에서의 접속이 차단되어있는 YAS의 경우, 플레이를 위해서는 휴가 기간임에도 회사에 나와서 플레이를 해야만 했다.

그러나 PTW의 직원 중 누구도 그것에 대해 불만을 느끼고 있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기대를 많이 받는 게임을 발매 전에 즐길 수 있다는 특권은, 오로지 그 게임 개발사의 직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기 때문에.

남들보다 ‘멋진’ 게임을 마음껏 플레이할 수 있다는 특권.

그것은 게임을 미친 듯이 사랑하는 PTW의 직원들이, PTW를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회사로 꼽는 최고의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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