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4. PTW People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타이밍에 등장한, 정말 대단한 광고였습니다!-
-그렇죠. 전 그 광고를 보면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장면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PRD라는 장비 자체는 이미 이전에 공개되었던 장비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 장비가 할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광고는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더군요!-
-소문에 의하면 광고가 나가자마자 슈퍼볼 우승팀인 필라델피아 이글스에서 바로 PTW에 연락을 했다고 합니다.
광고 영상에 나온 훈련 프로그램을, NFL 소속 팀 중 가장 먼저 사용하고 싶다고요!-
-PTW에서는 뭐라고 답했다고 합니까?-
-‘그건 데모일 뿐이고 실제로 그런 훈련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합니다!-
PTW가 2018년 슈퍼볼을 맞아 급하게 준비한 광고는, 그 광고의 내용 이상으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PRD와 딥 다이버가 지향하는 완전히 새로운 ‘가상 세계’가 무엇인지 여실히 드러내는 광고였기 때문에.
그것은 VR 경험을 단순히 유저들이 놀 수 있는 새로운 ‘장난감’ 정도로 취급하던 기존의 업체들과는 바라보는 방향 자체가 완전히 다른 광고였다.
현실과 똑같이 사물을 잡고, 만지고, 형태를 변형시킬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기기에 대한 광고.
그것은 자연히 사람들의 사이에 PRD에 대한 환상을 심어놓았다.
[우리 PRD로 할 수 있을 만한 게 뭔지 토론해보자.]
광고가 집행된 그 즉시 PTW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게시글은 그런 유저들의 기대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 다른 것보다 광고에서 보여준 것처럼 스포츠가 가장 멋질 것 같다.
↳ 스크린 골프는 이제 PRD로 플레이하는 거 아니면 망할 듯.
PRD가 있으면 비싼 골프채 살 필요도 없다.
내가 정확히 써보고 싶은 골프채 느낌 그대로를 전달해줄 테니까.
심지어 VR로 구현된 타이거 우즈한테 개인 지도도 받을 수 있을 것.
거기서 이미 게임 셋이다.
↳ 축구도 장난 아닐 듯.
광고 봤냐? NFL 결승팀 그대로 VR로 구현해서 선수로 뛰는 거?
꿈에 그리던 선수들이랑 가상 세계에서지만 함께 뛸 수 있다는 건 엄청난 경험인 거야.
이제 조기 축구회는 다 망했어.
↳ 야, 그건 광고라서 주인공이 활약한 거지 일반인이 어떻게 NFL 결승전에서 선수로 뛰냐?
공 잡고 뛰어가다 라인 베커한테 스치기만 해도 공중으로 5m는 날아갈걸?
↳ 밸런스야 보정하면 되지.
존 카믹도 TV 쇼에서 말했잖아.
PRD의 가장 큰 존재의의는 스테이터스의 구현에 있다고.
PRD안에서 게이머는 NFL 프로 선수 이상의 스텟을 가질 수도 있음.
↳이 멍청한 놈들 지금 특이점이 도래했는데 공놀이 이야기하고 자빠졌네?
바보들아. PRD가 의미하는 게 뭔지 이해가 안 가냐?
드디어 우리는 가상의 캐릭터와 진정한 가상 데이트를 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모두 외쳐! P! T! W!!!!!
↳ 이봐. VR 연애에 대해 토론하는 게시판은 두 블럭 아래라고.
↳ 근데 맞는 말이긴 함. 안 그래도 OGC에 들어간 AI는 사람하고 거의 구분이 안 가는 수준인데. 거기서 더 개선한 버전의 AI와 가상 캐릭터로 데이트하면 진짜 연애하는 기분일 듯.
그렇게 유저들이 인터넷 공간을 통해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에 토론하는 동안, 2018년 2월 현재 미칠듯한 속도로 4천 만대 가까이 시장에 공급된 ‘딥다이버’의 유저들은 4차 NE 컨벤션이 그들이 가진 ‘딥 다이버’를 이용한 VR 공간에서 열린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 말은, 이번 컨벤션이야말로 2천~1만 달러에 가까운 웃돈을 주고 행사에 참여할 필요가 없는 행사가 되었다는 의미였기에.
당연하게도, 광고가 나가자마자 안 그래도 거의 매물이 없는 딥 다이버의 중고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상혁이 SANY와 함께 예상 수요를 훨씬 넘어서는 수량을 공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싹 돌았는데 딥 다이버 못 구함.
난 이번 컨벤션 참가 못 할 듯.]
↳ 스트리머들이 온라인으로 중계해줄걸?
딥 다이버엔 방송 송출 기능도 들어 있잖아.
지금도 많은 스트리머들이 딥 다이버 용 게임을 방송하고 있고.
↳ 그거야 딥 다이버를 사용 안 해본 사람들은 즐겁게 볼 수 있겠지만, 난 친구 집에서 빌려서 해봤다고.
그걸 평면인 스크린으로 보는 거랑 딥 다이버로 그 안에 ‘뛰어드는’ 거랑은 경험의 차원이 완전히 달라.
아예 별개라고 보아도 좋을 정도로.
내 친구는 매달 2 타이틀 이상 꾸준히 게임을 구매하는 콘솔 하드 유저였지만, 딥 다이버 구매 이후에는 딥 다이버용 게임 외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고.
↳ 아, 그거 나도 공감함.
솔직히 VR 게임은 게임 내용이 웬만큼 쓰레기여도 VR 특유의 몰입감 때문에 일반 게임보다 훨씬 재미있게 느껴지거든.
근데 딥 다이버는 일반 VR보다 훨씬 몰입감이 개쩌는 물건이라 그걸로 게임을 하면 내가 완전히 그 세계에 들어간 기분임.
그걸로 게임하다가 평면 스크린으로 플레이하는 일반 게임을 플레이하면, 이제 시시해서 즐길 수가 없더라고.
PRD가 정식 발매되면 더 심해지겠지.
그건 만질 수도 있으니까.
↳ 이번 NE 컨벤션 이후로 세계의 게임은 두 종류로 나뉘게 될 거다.
PRD와 딥 다이버를 지원하는 게임과, 그렇지 않은 게임.
그리고 사람들은 기존 프랜차이즈에도 PRD나 딥 다이버 버전의 발매를 요구하겠지.
이번에 슈퍼볼에서 광고가 나왔던 몬스터 훈타 월드를 PRD로 플레이한다고 생각해보면 진짜로 소름이 돋을 것 같더라.
그 거대한 몬스터가 정글을 해치고 내게 뛰어드는 장면을 상상해보면 전신에 전기가 흐르는 기분임.
↳ 사실 딥 다이버 유저들은 다들 공감하겠지만 굳이 다른 게임이 필요가 없다.
3차 NE 컨벤션에서 공개된 게임은 겨우 5개밖에 안 되고, 지금도 딥 다이버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은 동시 발매된 PTW의 ‘스타 다이버’, 스페이드 컴뱃, 구란투리수모, 그리고 1월에 발매된 아머드 코아가 전부인 데다 간담 게임은 아직 발매 전이라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은 4개밖에 안 되지만, 스타 다이버만 가지고도 웬만한 게임은 다 씹어먹음.
↳ 난 안 해봤는데, 스타 다이버가 그렇게 재미있냐?
↳ 스타 다이버 최 희귀 전함 현 거래 가격이 지금 라니지 +8 강화 집행검보다 비쌈.
지난달에 신년 기념 소더비 경매에서 게임 아이템 최초로 경매에 올라왔는데 15억에 낙찰됨.
↳ 현 거래 가격이 재미를 상징하는 건 아니잖아.
단순히 구하기 힘들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재미있는데?
↳ 좋아. 이야기가 좀 길어질 수는 있는데, 기본적으로 다들 딥 다이버용 게임을 제외한 대부분의 VR 게임들이 몰입감은 뛰어나지만, 게임의 깊이가 떨어진다는 사실은 인정할 거야.
지금 나온 게임들 대부분은 VR이란 기기가 가진 가능성에 살짝 발만 담근 수준이고, 엄청나게 어설픈 그래픽에 해상도도 별로고 게임 플레이 자체는 기대도 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걸.
하지만 딥 다이버용 게임은 VR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AAA급 타이틀의 시스템과 깊이를 가지고 있어.
그리고 그 정점에 있는 게 스타 다이버고.
기본적으로 스타 다이버는 우주 함선을 타고 우주를 누비는 게임에서 기대할 수 있는 로망은 다 때려 박은 게임이라고 보면 돼.
플레이하다 보면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상황들이 엄청나게 자주 연출되거든.
적을 제거할 수 있는 유효한 병기가 모두 소진된 상황에서, 워프 드라이버를 가동해 탈출해야 하는데 상대 우주선에 장거리 웜홀 발생 차단 장치가 있어서 선원들을 상대 우주선 안으로 직접 투입해야 한다던가, 혹은 눈물을 머금고 적들과 함께 뒤엉켜 싸우고 있는 선원들이 있는 지역의 산소를 차단한다던가.
그 모든 판단은 함장실에서 플레이어의 음성 지시로 이루어지고, NPC들은 실제 선원들처럼 플레이어의 지시에 반박하거나 명령을 따르는 모습을 보이지.
상대 우주 전함에 4명의 부하를 특공으로 파견했는데 장거리 워프를 하기 위한 에너지가 부족해서 부하들을 귀환시키지 못하고 워프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도 해.
그 상황에서, 무전으로 함장인 나에게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십시오. 함장님.
당신을 모실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부하를 놓고 워프를 지시하면서 자신의 빰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느낄 수 있는 게임.
그게 스타 다이버라고.
↳ 그런 연출은 이미 인디 게임인 FTL에서 대부분 나왔던 연출 아닌가?
↳ FTL은 부하들의 능동적인 반응이 없으니까, 상황은 비슷하게 발생하지만, 나머지는 상상에 맡겨야 하잖아.
솔직히 같이 오래 항해하던 부하가 희생되어도 새로 하나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고.
FTL의 부하들은 단순히 종족과 능력치 값이 부여된 전함의 부속같은 느낌이야.
하지만 PTW는 그런 인디게임의 경험을 훌륭하게 AAA급 타이틀의 연출로 되살려냈지.
신뢰하는 부하들과 우주를 누비면서, 외계 종족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고, 자칫하면 우주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사건들을 해결하기도 하고, 과거 대전쟁이 벌어졌던 우주 전함의 무덤에서 로스트 테크놀로지를 발견하기도 하지.
은하 제국의 편에 서서 우주의 질서라는 명분을 위해 자유를 갈망하는 진영을 탄압할 수도 있고, 아니면 게릴라 진영에 서서 자유를 위해 제국과 싸울 수도 있어.
솔직히 말하면, 요즘은 퇴근하자마자 씻지도 않고 딥 다이버부터 뒤집어써.
그리고 반짝이는 별들과 형형색색의 가스 구름으로 가득한 우주 공간을 내 함선의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내지.
이미 내게 스타 다이버는 게임이 아니라 또 하나의 현실이거든.
현실에서 로그아웃하는 순간, 우주 전함의 함장으로서의 또 하나의 삶에 로그인 되는거야.
↳ 미친 X나 재미있어 보이네.
↳ 그러니까 다른 타이틀을 다 제치고 현재 압도적으로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지.
솔직히 말하면, 겨우 게임 내 함선에 불과한 희귀 함선에 15억이란 가격이 붙은 것도 나는 이해가 가.
나도 돈만 있었으면 사고 싶을 정도였거든.
하지만 현실의 나는 PRD를 구매하는 것도 망설여지는 소시민이지.
아마 실제로 발매가 된다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구매를 하긴 하겠지만.
유저 Alax5512의 말처럼, 스타 다이버는 현재 딥 다이버로 발매된 게임 중 부동의 판매량 1위를 달성하는 중이었다.
심지어 처음 발매되었을 때는 탄탄한 레이블 팬 층을 보유하고 있던 구란투리수모에 판매량이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음에도, 광고 하나 없이 입소문 만으로만 판매량 1위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수는, 일정 기간 내 단일 전자제품 사상 최다 판매량의 기네스 기록을 경신한 ‘딥 다이버’의 판매량과 더불어, 게임 업계 역사상 역대 단일 타이틀 최다 판매 기록 경신을 앞두고 있었다.
그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무려 4천 만대 가까이 팔린 게임용 디바이스에서, 할 수 있는 게임이 겨우 4개밖에 안 된다면 유저들에겐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었으니까.
하지만 PTW는 게임의 종류가 아닌 그 높은 퀄리티로 게임의 숫자가 적다는 패널티를 완전히 눌러버리고 있었다.
단순히 PTW의 게임만이 아닌, 컨소시엄에 참여한 모든 업체의 게임의 퀄리티를 일정 이상으로 유지함으로써 유저들에게 적어도 딥 다이버가 ‘40만 원대 가격을 내고 구매해도 전혀 후회가 없는 제품’이란 인상을 남겨준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매력의 중심이 되는 게임인 ‘스타 다이버’에는, 상혁과 민준이 게임이란 컨텐츠를 바라보는 관점이 충실히 담겨 있었다.
-게임은 게이머에게, 또 다른 자신이 될 수 있는 문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PTW라는 ‘팀’이 완성되어 개발된 최초의 게임인 ‘마리의 눈물’ 이후로 PTW가 자신들의 게임에 끊임없이 녹여내기 위하여 노력해온 절대적인 가치관이었다.
그렇기에 그 게임들을 통해서, 유저들은 완전히 새로운 자신을 체험할 수 있었다.
단순히 ‘시스템’에 ‘그래픽’이 얹혀 있는 그런 게임이 아니라, 진짜로 유저의 결정이 유저가 겪을 수 있는 ‘경험’으로 이어지는 그런 체험을.
그리고 그것들은 스케일이 커지는 후속작으로 갈수록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유저들에게 전달되었다.
지금은 스타 다이버의 가장 매력적인 시스템 중 하나이자, 유저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쏟게 만드는 요소인 ‘쉽 빌더’처럼.
쉽 빌더는 간단히 표현하면 자신의 함선 내부 구조를 에디트 하는 하우징 시스템의 일종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여타 전함게임들에 흔히 들어가는 ‘하우징’과는 조금 다른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함선을 다루는 게임에서, 함선 에디트는 함선의 세부 스펙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어떤 무장을 탑재할 것인지, 선원을 몇 명 탑승시킬 것인지, 배의 내구도는 어떤 수치를 가지게 되는지, 한번에 실을 수 있는 교역물의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하지만 스타 다이버에서의 함선 에디트는 조금 다른 개념을 가진다.
스타 다이버에서, 유저는 함선 내부에 선원들의 생활이나 임무를 위한 다양한 부가 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전투엔 거의 도움이 안 되지만 많은 유저들이 전투력 손실을 감수하고 함선에 탑재하고 다니는 ‘OWRS(Organic Waste Recycling System : 유기성 폐기물 재생 시스템)’처럼.
거의 함선의 메인 엔진 수준의 크기와 무게를 자랑하는 이 장비의 역할은, 간단하게 말하면 선원들의 ‘대변’을 음식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게임 내에서, 그것은 함선의 막대한 에너지를 잡아먹고 내부 공간을 좁게 만드는 원흉이 되지만, 반대로 풍부한 음식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선원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경험’은, 게임 내부에서 대사나 선원들의 반응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날의 식사 메뉴와 관련된 엄청난 대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영양 균형 유지를 위해 굳이 보급 조건이 갖추어져 있는 항성계를 찾아야 할 필요를 없애주며, 무엇보다 매 보급 시마다 엄청난 부피를 차지하게 만드는 선원들의 식재료 보급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준다.
물론 게임 내에서 OWRS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아니었다.
필수 영양소가 모두 들어가 있긴 하지만 마분지를 씹는 느낌이 나는 영양 블록으로 모든 식사를 해결하게 하거나, 아니면 애당초 전기로 영양을 흡수하는 특수한 외계 종족으로 선원들을 교체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이 존재했으니까.
하지만 게임 내에서 각 외계 종족들의 다양한 음식 이야기를 접하며 그와 관련된 선원들의 상호작용 이벤트를 보기 위해서, 유저들은 OWRS를 자신의 함선 내에 탑재하곤 했다.
그 외에도 특정 종족을 위한 특수 구조의 화장실을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던가, 잠은 자지 않지만, 하루 일정 시간 이상은 반드시 일광욕을 해야 하는 외계인 선원을 위해 전용 룸을 만들어야 한다든가 하는, 정말로 ‘우주 함장’이나 할법한 수많은 고민들에 대해, 스타 다이버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며 유저들을 즐겁게 만들곤 했다.
단순히 그 세계의 지식과 정보를 탐험하고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또 다른 현실에서의’ 내가 성장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그것은 기존의 게임에 익숙한 수많은 유저들이 자신이 하던 모든 게임을 접고 종일 스타 다이버만 플레이하도록 만드는 집착에 가까운 디테일이었다.
그리고 상혁은, 이번에 발매될 ‘히어로 클래스 101’도 유저들에게 스타 다이버와 같은 수준의, 아니 그 이상의 경험을 제공해 주기를 원하고 있었다.
정말로 존재하는 듯한 또 하나의 세계에서, 유저가 또 다른 자신인 ‘히어로’가 된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자신이 그것을 원하는 것처럼, 수천만에 달하는 PTW의 팬들도 그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기 때문에.
[미식 축구 트레이닝 프로그램이야 PTW에서 광고를 위해 만든 데모라고 밝혔지만, 맨 앞에 나왔던 히어로 게임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았어.
그러니 딥 다이버로 진행되는 이번 4차 NE 컨벤션의 메인 타이틀은, 아마도 PTW에서 제작한 히어로 게임이 되겠지.
그리고 그건 분명 오픈 월드 형태의 도시를 누비며 나만의 히어로를 키워가는, 단순히 히어로를 육성하는 게임이 아니라 진짜로 내가 히어로가 된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게임일 거야.
난 그게 멋진 게임일 거란 사실을 전혀 의심하지 않아.
내가 비록 팬으로 활동한 기간은 짧을지 몰라도, PTW는 그동안 단 한 번도 나를 실망하게 한 적이 없는 회사니까.]
유저 네임 ‘SharkcuteLi’가 쓴 게시글의 내용처럼, 대부분의 유저들은 PTW의 게임에 대해 다른 회사의 신작이 나올 때와는 다르게 ‘광고는 재미있어 보이는데 실제로 플레이해봤을 때 재미없으면 어쩌지?’란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PTW의 게임이 재미있는 것은 마치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당연한 ‘사실’이었으니까.
그들에게 PTW의 신작이 ‘재미있는 것’은 이미 확정된 사실이었고,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재미있을까’란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얼마 안 되는 길이의 슈퍼볼 광고를 수백 번씩 돌려보면서 PTW의 신작이 그들에게 선사할 재미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PTW의 존재는 이미 인생의 중요한 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
PTW의 게임에 인생을 투자하는 사람들.
사람들은 그들을 가리켜 ‘PTW People’이라고 불렀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항상 PTW의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게임을 끄고 있을 때면 PTW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상주하며 게임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이미 수천만 수준으로 늘어난 그들의 존재는 게임이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이야말로, 상혁이 바라는 ‘또 하나의 삶’을 즐기며 살아가는 진정한 게이머들의 표상이었기 때문에.
물론 인생이 주는 것 중에는 PTW의 게임 말고도 멋진 것들이 얼마든지 있다.
맛있는 와인, 달콤한 초콜릿,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연애 경험이나 감동을 주는 영화처럼.
그러나 PTW People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PTW의 게임 안에서 찾기를 바랐고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었다.
굳이 현실에서 다른 재미를 찾지 않아도, 게임 하나만으로 그들이 찾아 헤매는 행복을 얼마든지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그들이 지금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역시나 딥 다이버를 통해 펼쳐질 4차 NE 컨벤션에 대한 것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NE 컨벤션이란, 그들에게 ‘또 다른 인생’을 경험하게 만들어 줄 새로운 문이 열리는 이벤트였기 때문에.
그들은 매일 밤을 지새우며 토론의 장을 펼치고 있었다.
3차 NE 컨벤션이라는 빅 이벤트가 끝난지 1년 만에 열리는 이벤트이니 이번 컨벤션은 단 한 개의 게임을 공개하는 것이 고작일 것이라는 의견과, 그래도 아무리 가상 공간에서의 컨벤션이라도 NE 컨벤션의 타이틀을 달고 열리는 이벤트인데 광고에 나오지 않은 다른 타이틀도 함께 공개될 것이라는 의견들.
이전에 허먼의 TV 쇼에서 공개되었던 PTW LAB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때 함께 공개된 PRD용 공포 게임인 ‘딥 다이버’가 함께 공개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유저들.
성능이나 기능에 비해서는 터무니없이 싼 가격이지만, 단순한 게임용 디바이스로는 지나치게 비싼 가격인 3천만 원 수준의 PRD를 PTW가 어떻게 시장에 성공적으로 보급하려 하는 가에 관한 이야기.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유저의 바램이 의견을 만들고, 의견이 이슈를 부르면, 이슈가 논란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당연한 것처럼, 게시판에는 터무니없는 사실을 날조하면서 근거 없는 헛소문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PTW에서 염가형 PRD를 준비하고 있는데 가격이 200만 원 이하라더라’ 같은, 그냥 듣는 것만으로도 헛소문일 것이 분명하게 느껴지는 괴담부터 ‘히어로 클래스 101’이 무려 오픈 월드에서 수백 명의 플레이어가 함께 싸우는 MMORPG라는 소문까지.
그리고 매번 신작이 발표될 때마다 돌았던 고정 떡밥 중의 하나인 PTW가 새 비즈니스 모델로 월 정액제를 선택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돌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저들은 그런 의견에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PTW의 MMORPG개발 썰과 월정액제 채택 이야기는 무려 2차 NE 컨벤션 직전부터 꾸준히 돌았던 떡밥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유저들의 의견에 대해, PTW는 언제나 콘솔 패키지 게임과 DLC 가격조차 받지 않는 무료 업데이트로 대응해왔다.
하지만 PTW가 지금까지 어떤 길을 걸어왔느냐 와는 무관하게, 사람들은 매번 PTW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개 중에는, PTW가 게임 가격을 좀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이머들도 상당히 많았고.
[어차피 돈 벌면 죄다 게임에 쓰는 회사잖아.
심지어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 번 돈까지 모조리 게임에 쓰는 회사가 PTW라고.
그럼 차라리 게임 가격 좀 더 받고 돈을 왕창 벌어서 울트라하게 멋진 게임을 내놓는 편이 좋지 않을까?]
↳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있는데, PTW는 딱히 돈을 죄다 게임 만드는 데 쏟는 회사가 아니야.
하드웨어 R&D에도 엄청나게 투자하는 회사고, 자회사로 Live2D 개발사와 콘솔 컨트롤러에 들어가는 아날로그 스틱을 개발하는 중소기업도 가지고 있지.
지금 우리가 쓰는 듀얼 쇼크에 들어가는 아날로그 컨트롤러의 공급사가 PTW라는 사실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더라.
↳ 그거 콘솔 게이머라면 대부분 아는 사실임.
PTW CCO이상혁이 듀얼쇼크 아날로그 컨트롤러 수명이 너무 구리다고 빡쳐서 부품 개발사 인수했다던데.
지금은 내부 부속이 티타늄이라 패드가 박살나도 아날로그 스틱 부속만 멀쩡하게 굴러간다더라.
X-BOX 컨트롤러에서도 같은 부품 납품받아서 쓰고 있고.
↳ 티타늄이면 단가 올라가지 않아? 게임 패드 가격은 그대로였는데?
↳ PTW잖아. 자잘하게 그런 데서 마진 안 남긴다고.
↳ 미친 그럼 PTW에서 키보드 회사도 좀 인수해줬으면 좋겠다.
진짜 내구도 개 끝장나고 키감도 죽여주는 명품 키보드가 나올지도 모르는데.
↳ 그렇게 따지면 콘솔 게임기 자체를 PTW에서 제작해야 함.
안에 들어가는 쿨링 팬도 PTW에서 납품한다는데, 그게 PS2 18000번부터 들어갔거든?
15000번대 제품이랑 소음 자체가 다름.
지금 우리가 PS4를 즐기면서 거의 무소음에 가깝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도 PTW 덕분이라는 거지.
↳ 아아···. 그저 빛···.
↳ 하지만 그것도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PTW에 이득이 되는 투자였어.
해당 업체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딥 다이버의 쿨링 팬도 완전 무소음에 가까운 제품이 들어갈 수 있었잖아.
난 요즘도 가끔 기기를 벗어놓으면 내가 전원을 껐었나 확인하려고 다시 써보곤 한다고.
소리가 너무 안 나서.
↳ 그거 사실 소음이 안 나는 게 아니라 노캔 기술 적용된 거임.
쿨링 팬 안에 작은 스피커가 들어있어서 쿨링 팬 사운드랑 같은 주파수의 진동을 일으켜서 소음을 제거하는 거라고 들었음.
↳ 아무튼, 그런 PTW가 만든 PRD니까, 이번에도 엄청난 무언가가 되겠지.
난 적금을 깨서라도 살 거야.
3천만 원이면 게임기 가격으로는 터무니없을지 몰라도, 진정한 가상 현실 세계로의 입장권 가격이라 생각하면 충분히 저렴한 가격이니까.
제발 선행 발매 국가에 우리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 8월까지 어떻게 기다리냐.
미치겠네.
글 쓰면서도 계속 머릿속에 온갖 기대감이 떠오른다.
대체 이 미친 장비로 어디까지 구현하려는 것인가 보고 싶기도 하고.
게다가 4차 NE 컨벤션이 어떤 형태일지, 무슨 내용일지 궁금해서 미칠 것 같음.
↳ 그건 포기하렴. PTW는 절대 컨벤션 전에 컨벤션 내용 유출 안 하니까.
전에 한 게임 기자가 그러더라.
특종 잡으려고 중국 탑 클래스 해커한테 PTW 내부 정보 받아달라고 했는데 해커가 ‘PTW 의뢰는 안 받습니다.’라고 했다고.
그때가 2014년도였는데 무슨 보안담당자가 미래에서 왔는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백도어는 다 틀어막아 놨다고 이야기하더라고.
바늘 들어갈 틈도 없다던데?
↳ 젠장 내가 해킹을 배워서라도 PTW 서버 한 번만 뚫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2차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3차 NE 컨벤션부터는 행사 날짜 잡히고 나서부터 하루하루가 지옥 같아.
8월이면 7개월이나 기다려야 하잖아.
2월이 짧다는 게 진짜 유일한 낙이로군.
그의 말처럼, 게시판의 이용자들은 다들 즐거움을 가장해 이야기하면서도, 행사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미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그렇게 말하더라도 8월이 오기 전까지는 얄짤없이 인내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PTW는 절대로 컨벤션 전에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그런 그들이 생각은, 한 유저가 올린 게시글과 함께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PTW로서는 이례적으로, 그들이 절대 하지 않을 법한 행동을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미친, 다음 주 허먼이 진행하는 TV 쇼 게스트가 누군지 본 사람?]
↳ 누군데? 어차피 NE 컨벤션 발표 직후이니 전문가랍시고 게임 업계 기자나 불러서 ‘가장 가능성 높은 4차 NE 컨벤션 정보’ 같은 이야기나 하겠지.
차라리 게시판에 나오는 내용이 더 신빙성 있겠다.
↳ 이번엔 다름.
4차 NE 컨벤션 정보 특집인건 맞는게, 게스트가 차원이 다르거든.
↳ 누군데?
↳ 이상혁.
PTW CCO 이상혁이 직접 4차 NE 컨벤션 떡밥을 풀겠다고 예고했다고!
PTW에 대한 부정적 기사를 한번에 날려버린 슈퍼볼 광고.
그 이후에 이어진 상혁의 다음 행동은, TV쇼 출연을 통해 뜨겁게 불붙은 이슈를 더욱 크게 키우는 것이었다.
‘당연히 컨벤션까지 추가 정보는 없을 것이다’라는 유저들의 생각을 산산조각내면서.
상혁은 수화기 너머에서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허먼에게 이렇게 말했다.
“전 항상 남들이 No라고 할 때 Yes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죠.
그러니 한번 해봅시다. 방금 불붙기 시작한 이 숯덩이를 뜨겁게 달궈보자고요.”
그것은 PTW의 슈퍼볼 광고가 방송된 지 정확히 3일 후에 벌어진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