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343화 (344/485)

343. 모두가 꿈꾸는 영웅

PTW의 요청에 의해 SANY는 슈퍼볼 당일까지 자신들이 집행할 광고가 PTW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철저하게 보안에 붙였다.

그렇기에 전 세계에 있는 PTW팬들은 이번 슈퍼볼 광고에서 PTW가 새 컨벤션에 대한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그러나 그건 PTW에게 있어서 큰 문제는 아니었는데, 그것은 회귀 이후 PTW가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컨벤션에 대한 발표를 한 번도 아니고 3번이나 슈퍼볼을 통해 광고한 이후로, 슈퍼볼 광고 자체가 게이머들에게 굉장히 주목받는 광고 수단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매번 치밀한 보안 아래 이루어지는 PTW의 광고 특성상, 매년 언제 어떤 발표가 이루어질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현재는 많은 게이머들이 미식축구에 관심이 없더라도 슈퍼볼 광고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효과에 주목한 대형 게임사들이 PTW를 따라 슈퍼볼 광고의 초대형 고객이 되었고.

덕분에 지금의 슈퍼볼 광고는 PTW를 따라 참전한 수많은 게임사들 때문에 마치 게임쇼를 연상하게 하는 화려한 게임 광고들로 가득 차 있었다.

콜로라도 주 덴버에 사는 게임 샵 직원 브라이언 와그너는 그렇게 게임 광고를 보기 위해 슈버볼을 챙겨보는, 미식축구 팬이 아닌 게이머 중의 한 명이었다.

그렇다고 그 비싼 미식축구 결승 티켓을 구매해서 현장에서 광고를 보러 갈 만큼의 열성 팬은 아니지만, 관심 없는 스포츠를 오로지 중간 광고를 위하여 참고 볼만큼의 인내심은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PTW 팬.

그러나 그런 그도 올해의 슈퍼볼에는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는데, 그것은 바로 작년 8월에 PTW의 가장 큰 행사인 3차 NE 컨벤션이 열렸기 때문이었다.

‘그땐 진짜 끝내줬는데.’

정말 운이 좋게도, 자정에 오픈한 미국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던 그는 게임계를 뒤집어 놓은 역사적인 행사의 한 장면을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진행하는 행사에서, 전 세계 5 도시에서 함께 진행되는 행사를 전부 체험할 수 있게 만든 PTW의 ‘그 이벤트’를, 그 자리에서 직접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지금도 술자리에 가면 그때의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풀며 당시의 자신이 얼마나 놀랐는지, 그리고 얼마나 즐거웠는지를 이야기하곤 했다.

그때마다 그와 함께 콘솔 게임을 즐기는 친구들은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을 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곤 했고.

그러나 올해는 아마도 그런 빅 이벤트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사실을, 와그너는 잘 알고 있었다.

PTW라는 회사가 그 규모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것을 이루어내고 있는 회사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아무리 PTW라도 작년에 그토록 커다란 행사를 진행한 직후에 올해 또 무언가를 발표하긴 어려웠을 테니까.

게다가 PTW는 게임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수많은 여러 이슈에 얽혀있는 상태였다.

‘현재 예정 중이라고 밝혀진 것만 테슬러와 함께 자율주행 차량 개발하는 거랑 MYOM의 딥 다이버 버전 출시, 그리고 PTW LAB의 출시였지.

PRD라는 물건도 끝내줄 것 같았는데, TV쇼에서 공개된 물건은 프로토타입이었으니 다음 NE 컨벤션은 그게 양산 가능해진 시점에 이루어지겠군.’

와그너는 그 시간을 3년 정도라 보고 있었다.

PTW가 아무리 대단한 회사라고 해도, 딥 다이버 수준의 물건을 발매한 다음 해에 PRD같은 물건을 발매하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으므로.

‘뭐, 올해는 그냥 편한 마음으로 보지 뭐.

다른 게임사들의 슈퍼볼 광고도 궁금하니까.’

그는 슈퍼볼을 지켜볼 때 언제나 그의 앞에 놓여있던 ‘슈퍼볼 스페셜 나초 콤보’를 씹으며, 덩치 큰 남자들이 몸으로 하는 대화가 끝나기를 느긋하게 기다렸다.

미식축구라는 스포츠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지루한 스포츠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

“올해는 특히나 게임 광고가 좀 많네.”

원래대로라면 슈퍼볼 광고로는 집행되지 않았을 대형 게임들의 광고가 슈퍼볼 광고로 집행되면서, 올해 슈퍼볼 광고는 게임 광고들의 각축장이 되어 있었다.

게다가 2018년은 콘솔 게임업체들의 대형 신작이 무더기로 발표된 해기도 했기에, 와그너는 즐겁게 그 게임들의 슈퍼볼 광고를 즐길 수 있었다.

몬스터 훈타 월드.

레드 데디 리뎀션 2.

어쌔신 크라드 오디세이.

가즈 오브 워 4까지.

대부분이 기존에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대형 IP의 후속작이긴 했지만, 차세대 기기의 성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등장한 게임 광고들은 게이머들의 영혼을 사로잡을 만한 것이었다.

와그너는 생각했다.

이 정도면 올해 슈퍼볼 광고는 괜찮은 편이었다고.

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PTW의 광고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다른 게임들의 멋진 영상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그의 눈에 특이한 광고가 들어온 것은 바로 그 시각이었다.

아쉽기는 하지만 나름 만족할 만한 광고들이었다고 생각하며, 그가 채널을 돌릴까 생각하던 바로 그 타이밍에.

화면에서 나오는 한 문장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모두가 영웅이 되기를 꿈꾼다. (Everybody wants to be a hero.)]

히어로를 다루는 게임의 인트로에나 어울릴 듯한 문장이 화면에서 흘러나왔지만, 화면은 정반대의 3D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픽이 너무 좋아 실사인지 잠기 착각했을 정도의 리얼한 영상을.

그러나 그 화려한 그래픽으로, 광고는 굉장히 스트레스받는 내용을 보여주고 있었다.

길을 걸어가다 구석진 골목에서 괴롭힘당하는 친구를 외면하고 지나가는 어린 학생의 모습.

직장에서 면상에 보고서를 던지는 상사의 모습.

다 같이 줄을 서고 있는 가운데 험악하게 생긴 남자가 자신의 순서를 새치기해도 차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소심한 남자의 모습.

그 모든 모습을 압축한 한 줄의 문장이 그 영상을 보는 이들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인생은 엉망이다(But life sucks).]

영상에서 다루는 ‘빌런’은 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총을 쏘는 전형적인 악당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들은 삶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규칙을 지키고자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놓고 무시하는 일반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현실감이, 오히려 스테레오 타입의 악당보다 효율적으로 보는 이에게 스트레스를 느끼게 했다.

영상을 보고 있던 와그너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릴 정도로.

“하긴, 출근길에 얌체처럼 끼어들고 손도 안 내미는 자동차를 보면 헐크로 변신해서 다 날려버리고 싶을 때가 있긴 하지.”

와그너는 광고에 집중했다.

게임 광고에 딱 어울리는 오프닝 멘트로 시작해놓고, 내용은 스트레스받는 내용만 보여주고 있는 광고의 정체가 궁금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광고는 자신이 보여주려는 것이 한 게임의 영상임을 보여주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엄청 허접해 보이는 슈트를 입은 청년이, 영상속 ‘빌런’들의 앞에 등장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 허접한 슈트를 입은 청년은 마치 자신이 영웅이라도 되는 것처럼 손바닥을 내밀며 힘차게 소리쳤다.

“멈춰!(Stop!)”

한 불쌍한 소년을 단체로 구타하고 있던 일행이 히어로의 말을 듣고 동작을 멈췄지만, 딱히 사태가 해결될 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소년을 구하기 위해 나타난 히어로의 모습은 영화에서 나오는 슈퍼히어로의 모습이 아니라, 저가형 할로윈 코스튬을 한 어리숙한 오타쿠 같은 모습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느낌 그대로, 짠하고 등장한 히어로는 그대로 조금 전 두들겨 맞던 소년과 자리를 바꿔 불량배 일행에게 두들겨 맞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지만, 인생은 엉망이다.]

라는 나레이션과 함께.

PTW의 새 슈퍼볼 광고는 그렇게 스트레스가 가득한 인트로 영상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저 왔어요.]

영상은 어찌어찌 살아남기는 했는지, 허접한 히어로 슈트를 입은 청년이 어두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청년이 마스크를 벗자, 엉망진창으로 망가진 청년의 얼굴이 보였다.

힘없이 용기만 가지고 악에 도전한 소시민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연출이었다.

그렇게 청년은,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집 안에서, 얼굴에 상처를 가득 입은 채로, 조용히 쇼파 앞으로 가 TV를 틀었다.

그 타이밍이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엄청난 대사를 내뱉으면서.

[아 X발 캐릭터 잘못 키웠네.]

순간 화면에 출력되는 UI들.

그것은 마치 게임 화면처럼 청년의 주변을 돌며 청년의 스테이터스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레이션은, 마치 청년을 주인공으로 하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제 3자의 목소리처럼 청년의 능력치를 이리저리 조정하며 투덜대기 시작했다.

[다음 스킬 해금 때까지 스킬 포인트를 아끼려고 한 게 패착이었어.

쪽팔리게 이게 뭐야.

젠장. 이번엔 아껴둔 포인트 다 부어서 다시 도전한다.]

그렇게 능력치를 다 분배한 주인공은, 이번엔 방구석에 있는 책상 앞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책상에 펼쳐진 수많은 사진이 마치 입고 출동할 히어로 슈트를 고르라는 것처럼 책상 위에 펼쳐졌다.

[옷도 바꿔야지.

외형이 허접하니까 처음부터 무시당하고 시작하잖아.

멋진 거로 바꿔야겠다.

조금 더 프로답게.

조금 더 멋지게.

조금 더 히어로스럽게.]

사진을 고른 주인공은 미싱기 앞으로 이동해 복장을 손보았다.

그리고 드디어, 영화 주인공 같은 느낌의 멋진 슈트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 정도는 되어야 슈퍼히어로 같지.]

다시 슈트를 입은 주인공의 모습은, 조금 전의 허접한 이미지를 순식간에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고 있었다.

나레이션으로 나오는, 주인공의 대사만 제외하면.

[좋아. 너흰 이제 다 뒤졌어.]

슈퍼 히어로 게임의 주인공에겐 어울리지 않는, 마치 어린애 같은 대사를 배경으로 주인공은 집 밖으로 나섰다.

다른 이들에게 정체가 들키지 않도록, 두꺼운 후드를 쓰고.

“멋지다···.”

이어지는 주인공의 행보는 화려했다.

마치 앞서 나오던 영상이 준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도 하려는 것처럼, 주인공은 도시를 누비며 화려한 스킬과 슈퍼 파워로 빌런들을 상대해 나갔고, 중간중간 동료들을 영입하거나 새로운 능력을 얻기도 하면서 ‘슈퍼 히어로’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주인공의 모습은, 영상을 보고 있는 와그너로 하여금 저게 게임이라면 한 번쯤 해보고 싶다는 욕망을 강하게 느끼게 하고 있었다.

결국 와그너는 휴대폰을 들어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헤이. 보비. 지금 슈퍼볼 광고 보고 있어?”

그러자 그의 친구의 익숙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와그너에게 들려왔다.

-보고 있지.

정신 나간 게임 같은데?-

“좋은 의미로?”

-좋은 의미로. 뭐랄까, 액션이나 능력도 좋지만 그 능력을 얻는 과정 하나하나를 다 보여주려는 느낌이야.

영상에서 보여준 게 전부 게임에 구현되어 있다면 진짜로 슈퍼 히어로가 되어가는 기분일걸?

근데 대체 저런 정신 나간 게임을 누가 만들려고 하는 거지?-

순간, 와그너와 보비가 동시에 외쳤다.

“PTW네.”

-PTW로군.-

“저 정신 나간 수준의 디테일에 대한 집착은 PTW가 아니면 생각할 수 없지.”

-슈퍼 히어로 버전 GTA5라도 만들 생각인가?-

“PTW라면 가능하지 않아?”

-하지만 겨우 작년에 3차 NE 컨벤션이 끝난 상태잖아.

거기서 발표된 게임만 5개였고,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다고?-

“하지만 1,2차때와는 다르게 3차때 PTW가 자체 개발한 게임은 단 하나였어.

나머지는 전부 컨소시엄에 참여한 협력사가 발표한 게임들이지.

그러니 PTW에서는 여력을 감추고 나머지 게임들을 만들고 있었을 거야.”

-그게 지금 나오는 저 게임이다?-

“합당한 추론 아닐까?”

-좋아. 그게 사실이라고 치자. 그럼 왜 3차 NE 컨벤션 때 함께 발표하지 않았지?

굳이 바로 발매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공개만 미리 해놓고 발매는 나중에 해도 되는 거잖아.

왜 굳이 나눠서 발표하는 건데?-

그러자 잠시 생각하던 와그너가 말했다.

“3차 NE컨벤션은 오로지 딥 다이버의, 딥 다이버에 의한, 딥 다이버를 위한 행사였지.

게임들도 전부 딥 다이버 전용 게임이었고 말이야.

거기서 빠졌다는 건, 이 게임이 딥 다이버용 게임이 아니라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닐까?”

-설득력 있네.-

그러나 이어지는 영상은 그런 두사람의 생각을 부정이라도 하듯이, 이 게임이 딥 다이버용 게임이라는 것을 ‘광고를 통해’보여주고 있었다.

[헌터! 내가 게임은 하루 한 시간만 하라고 그랬지!]

한눈에 보기에도 강력해 보이는 빌런 앞에서, 멋지게 주인공이 포즈를 잡고 대사를 하려는 순간, 허공에서 나이든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펴진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대사는, 게이머들의 마음속에 PTSD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내가 그러라고 딥 다이버를 사준줄 알아? 어서 빨리 훈련하지 못해?”

순식간에 눈 앞의 풍경이 전환되며, 광고는 딥 다이버를 착용한 한 게이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게임기 옆의 한 여성과 함께.

가상 공간에서 현실로 되 튕겨 나오는 듯한 연출이 주는 그 느낌은, 딥 다이버를 사용하는 게이머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감각이었다.

[헌터. 게임은 그만하고 빨리 훈련을 해야지!

드래프트가 코앞인데 지금 무슨 짓을 하는거야?]

게임을 하고 있던 소년은 한눈에 보기에도 덩치가 커다란 흑인 소년이었다.

그리고 그 소년은, 자신을 닦달하는 부모님에게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다른 모든 게이머들이 하는 것처럼.

[그렇게 오래 안 했어요!]

[네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내가 시간 재고 있었어.

이미 한 시간 반이 지났고.

그 정도면 충분해.

이제 딥 다이버를 들고 거실로 가렴.]

소년은 아쉬운 표정으로 게임기를 바라보더니, 조용히 투덜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이브도 안 했는데···.]

그리고는 거실로 내려갔다.

와그너는 광고 도중에 왜 이런 영상을 보여주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어지는 장면을 보며 입을 떡하니 벌릴 수밖에 없었다.

소년이 딥 다이버를 들고 내려간 거실.

거기에 매우 익숙한 형태의 장비가 있었기 때문에.

-저거 PRD 아냐?-

“홀리 쉿···.”

가정집 거실에 있는 거대한 머신.

그것은 허먼이 진행하는 TV 쇼에서 존 카믹이 공개한 가상 현실 체험 머신.

PRD와 정확하게 같은 외형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소년은, 영상 속에서 다시 딥 다이버를 쓰고는 PRD 슈트를 몸에 걸쳤다.

그리고는 PRD의 전원을 키며 외쳤다.

[트레이닝 프로그램 기동.]

다시 변화하는 화면.

그 안에서, 소년은 미식축구 복장을 한 채로 거대한 잔디 구장 한 가운데 서 있었다.

태클 훈련용 머신부터 리시브 훈련을 위한 볼 투척기까지, 각종 훈련기기가 가득한 잔디 구장 위에서, 소년은 허공을 향해 외쳤다.

[오늘은 가상 시합 훈련으로 하자.]

[어느 경기로 하시겠습니까?]

[2018년 2월. 슈퍼볼 결승.]

[필라델피아 이글스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2018 슈퍼볼 결승 시합을 로드 합니다.

팀은 어디로 하시겠습니까?]

[패트리어츠]

순간 잔디 위의 모든 것이 사라지며, 갑자기 선수와 관중들로 가득찬 경기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헌터는 어느새 패트리어츠의 경기 복장을 입은 채 그런 선수들의 한 가운데 서 있었다.

그것은 PRD가 추구하는 단 하나의 목적인 ‘또 다른 현실’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연출이었다.

“PRD로 저런 게 가능한 거야?”

전화기를 든 채로 감탄사를 터트리며, 와그너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보고 있던 슈퍼볼 결승전을 한 명의 가상 선수가 참여하여 진행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주인공인 ‘헌터’는 테클을 받아 날아가고, 몸을 던져 공을 잡고, 미친 듯이 필드를 가로지르며 세계 최고의 선수들 사이를 열심히 뛰어다녔다.

현실과 전혀 다르지 않은, PRD가 선사하는 완벽한 물리적 피드백을 온몸으로 체험하면서.

그것은 미식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와그너조차, 광고를 보는 것만으로도 미친 듯이 미식축구를 하고 싶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뭐야, 그래서 나오는 게임이 히어로 게임인 거야? 아니면 미식축구 게임인 거야?-

혼란에 빠진 듯한 친구의 목소리를 들으며, 와그너는 자신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미식 축구 게임을 홍보하기 위해서 앞부분의 영상을 만들었다면, 그건 지나친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일단 계속 지켜보자.”

영상을 끝까지 지켜보면 무언가 알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한 와그너는 조용히 광고에 주의를 집중했다.

광고 속에서 PRD를 통해 미식축구 훈련을 하던 헌터는, 이후에 성공적으로 드래프트를 마치고 NFL에 데뷔.

2019년 시즌 MVP를 따고 기자 회견을 열었다.

그리고 기자들 앞에서,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제 성공은 언제나 제가 훈련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 어머니의 덕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언제나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PRD의 역할도 컸고요.

그 모든 것들이, 저를 세계 최고의 미식 축구 선수가 될 수 있도록···.]

그때, 갑자기 헌터가 말을 멈췄다.

아니, 말을 멈췄다는 표현은 적적하지 않았다.

헌터가 말을 멈춤과 동시에, 기자들의 행동도 전부 동시에 멈췄기 때문에.

그것은 마치 시간을 정지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화면에서 갑자기 UI가 튀어나왔다.

게이머라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매우 친숙한 메뉴들이.

[이벤트를 스킵한다]

[능력치 확인]

[저장하기]

[옵션]

[메인메뉴로 돌아가기]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결국 이 미식 축구 이야기도, 그냥 게임에 불과하다는 것.

와그너는 이 황당한 연출에 당황하면서도, 영상을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기자회견장의 모습이 사라지며 ‘진짜’ 플레이어가 있는 곳이 드러났다.

“NE 컨벤션···.”

주변에 설치되어있는 수천 대의 PRD.

그리고 그 사이를 누비는 수많은 게이머들.

그 안에서, 게이머들은 서로 만나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RPD를 체험하기도 하며 즐겁게 행사를 즐기고 있었다.

“처음 나왔던 건 행사 속의 게임 속의 게임 영상이었나.

PTW스럽게 황당한 영상이군.”

-젠장. 그럼 뭐야. 올해 NE 컨벤션을 한 번 더 한다고? 작년에 푯값으로만 거의 1만 달러 가까이 썼는데?-

“그게 PTW잘못은 아니지. 그들은 언제나 티켓 값으로 겨우 20달러만 요구하잖아.

거기에 프리미엄이 붙어서 그렇게 비싸지는 거고.”

-어쨌든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라는 건 변함이 없잖아.

게다가 올해는 대체 얼마나 내야할지 짐작도 안가네.

PRD라니! 나오려면 2년은 더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젠장, 적금이라도 털어야 하나.”

투덜거리던 와그너의 동작이 멈췄다.

상혁이 준비한 영상의 마지막 반전이, 바로 그 순간 등장했기 때문에.

“뭐야, 지금 저 컨벤션도 VR인 거야?”

PTW가 준비한 광고 영상 속에서, ‘플레이어’라고 생각했던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한 행동은, 자신의 손을 천천히 머리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마치 세계 자체를 머리에서 벗어버리듯 천천히 머리에 쓴 딥 다이버를 벗었다.

그리고는 옆에 놓여있는 음료수를 시원하게 마신 후, 자신의 손에 놓여있는 딥 다이버를 보며 말했다.

[후, 이번 NE 컨벤션은 진짜 볼 거리가 오지게 많네.]

결국, 플레이어처럼 보였던 마지막 영상의 주인공도 플레이어의 아바타에 불과하다는 연출과 함께, 영상은 이 광고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드러내었다.

그들이 이번 슈퍼볼 광고를 통해 홍보하려고 했던 ‘그것’이 무언인지를.

그것은 히어로 게임에 대한 내용도, PRD를 통한 미식축구 훈련에 대한 내용도 아니었다.

딥 다이버를 통한 세계 최초의 버츄얼 게임 컨벤션.

PTW가 이번 광고로 알리려고 한 것은,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에.

다시 한번 화려한 가상 컨벤션 장소를 비추며, 광고는 마지막 나레이션을 토해내었다.

모든 PTW의 팬들이 흥분할 수밖에 없는, 그들이 원하던 내용의 나레이션을.

[더 이상 티켓팅은 필요 없습니다.]

[더 이상 줄 서기도 필요 없죠.]

[딥 다이버가 여러분의 입장권이자 여러분의 자유 이용권입니다.]

[2018년 8월 15일. 세계 최초로 펼쳐지는 VR 공간에서의 게임 컨벤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우와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

와그너와 보비는 전화기를 붙들고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 모두, PTW의 팬이면서 딥 다이버를 가지고 있는 게이머였기 때문에.

그러나 그런 와그너의 비명은 TV에서 들려오는 슈퍼볼 경기장의 엄청난 환호성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미식축구를 보기 위해 경기장에 온 팬들의 절반 이상이, 와그너와 마찬가지로 자리에서 일어나 미친 듯이 소리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와그너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수화기에 대고 말했다.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PTW의 팬인 보비에게.

“뭐야, 미식축구 팬 중에 PTW팬들이 저렇게 많았어?”

그가 그렇게 말할 정도로, 경기장을 비추는 카메라에는 거의 광란의 도가니가 된 관중들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우승하기라도 한 것처럼, 격렬하게 기뻐하며 흥분하는 관중들의 모습이.

그러나 그것은 와그너가 한 가지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PTW가 이번 광고에서 공개한 영상 속의 미식축구 훈련 프로그램.

그것은 미식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말 그대로 꿈의 게임이나 다름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상혁이 기획한 ‘게임 속의 게임 속의 게임 속의 게임’ 광고는 그날 경기를 보러온 모든 미식축구 팬들의 압도적인 투표 하에 ‘2018 최고의 슈퍼볼 광고 1위’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해내었다.

전 세계 게이머들의 마음속에, ‘세계 최초의 VR 게임 컨벤션’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하면서.

그것은 지금도 간간이 이어지고 있던 PTW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들을 한 번에 묻어버릴 만한 확실한 파괴력을 가진 광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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