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342화 (343/485)

342. 히어로 클래스 101

“상혁아.”

“어?”

“이제 그만 더듬어.”

민준이 조금 전부터 자신이 입고 있는 슈트를 계속 이리저리 만져대고 있는 상혁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그러자 상혁이 머쓱한 표정으로 한 발짝 물러나며 민준을 향해 말했다.

“어쩔 수 없었어. 세상에 아이론맨 슈트 실사판 같은 느낌의 VR 슈트를 보고 흥분하지 않을 게이머는 없잖아.”

“그건 아는데 너무 만졌어.”

“이거 내 것도 있냐?”

“테스트 챔버에. 기본적으로 프리사이즈라 몸무게만 200kg 이하면 쉽게 장착할 수 있거든.”

“어떻게?”

“이렇게.”

민준이 왼팔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슈트를 고정하고 있는 수십 개의 와이어가 스르륵 풀리며 몸에 착 달라붙어 있던 금속판들이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이건 사실 옷처럼 보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신체에 물리적 피드백을 주는 여러 개의 금속판을 와이어로 이어놓은 장비야.

그래서 버튼을 누르면 와이어의 잠금이 해제되면서 프리사이즈로 입을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생기고, 다시 누르면 체형에 맞게 패널들을 와이어로 고정하는 거지.

쉽게 말하면 고강도 플라스틱으로 만든 케이블 타이를 감아서 장비를 유저 체형에 맞추는 건데, 안에 입는 옷은 뭐가 되든 상관없어.

물론 활동하기 편하고 몸에 잘 맞는 얇은 옷이 권장되긴 하지만.

PRD용 슈트는 전신에 물리적 피드백을 주기 위해서 와이어와 연결된 수백 개의 패널을 당기거나 눌러서 신체에 압박을 줬잖아?

이건 감각 전달 채널은 좀 줄어든 대신 훨씬 입기 편하고 다루기도 쉽지.

게다가 PRD 슈트에는 없는 다른 감각도 전달할 수 있고.”

“다른 감각?”

“패널별로 온도를 전달하는 히팅 유닛이랑 날카로운 통증을 전달하는 초음파 유닛, 그리고 따끔한 감각을 전달하는 저주파 유닛과 압박감을 담당하는 프레스 유닛이 달려 있지.

이전엔 와이어만 가지고 전부 구현했었던 감각들을, 좀 더 작고 가벼운 다른 유닛들로 교체한 거야.”

그렇게 말하며, 민준은 왼팔에 달린 패널을 벗어 상혁에게 안쪽을 보여주었다.

거기엔 한눈에 보기에도 복잡하게 보이는 수많은 장비가 조밀하게 붙여져 있었다.

“이전에 있었던 PRD 슈트의 개발 목적은, VR 공간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피드백을 플레이어 신체의 정확한 위치에 전달하는 거였지.

그래서 그 많은 와이어가 필요했던 거고.

이건 좀 더 심플한 구조야.

몸을 상하로 목, 가슴, 배, 허리, 사타구니, 허벅지 상 하단, 종아리 상 하단, 어깨, 위팔의 상 하단, 아래팔의 상 하단, 발목과 발등, 발바닥과 손등, 손목과 손바닥으로 나누고 각 파트의 앞뒤 쪽에 있는 전달 유닛이 필요한 감각을 전달하게 하는거지.

그래서 이전처럼 정확하게 칼에 베인 부분에 칼에 베인 느낌의 압박감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그냥 왼쪽 위팔에 부상이 발생하면 그쪽에 통증을 전달하는 것으로 끝나.

말하자면 부상 부위를 덩어리로 묶어서 처리하는 거지.”

“그럼 만약 팔을 불에 집어넣으면···.”

“직접 불에 닿는 부분이 아니라, 해당 부분 전체가 뜨겁게 느껴지게 될 거야.

감각을 전달하는 채널 숫자가 줄어든 만큼, 그 부족함을 다른 감각으로 보완하거든.

이게 의외로 더 리얼한 부분이 있는데, 테스트해보니 의외로 VR 환경에서는 감각의 정확한 위치는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더라고.

왼팔에 느껴져야 할 감각이 오른팔에 느껴지는 수준만 아니면.

오히려 추가된 다른 감각 때문에 이전 버전보다 훨씬 리얼하게 느껴지는 강점이 생겼지.”

그러자 옆에서 존 카믹이 끼어들며 말했다.

“오, 그건 제가 보증합니다. 딥 다이버를 두 가지 슈트 모두 사용해서 비교했는데, 신형 모델의 현실감이 더 압도적이었어요.

몸이 젖는 느낌을 냉각 유닛으로 확실하게 전달해주더군요.

화재 구역에 들어가면 불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도 확실히 전달되고요.”

“냉각도 된다고요?”

“냉각 유닛이 있는 부위에서만 전달되긴 하지만, 예. 냉각 기능이 있긴 합니다.”

“전반적으로 풀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이야기군요.”

“DARPA가 많이 도와줬지. 원래는 사막이나 극지방 같은 극한의 환경에서도 병사들이 정상적으로 활동하게 하려고 연구 개발한 기술이었는데, 우리가 그 기술을 넘겨받았거든.”

“그거 막 군사 보안으로 막혀있는 그런 기술 아냐?”

“그건 아니야. 개발 단계에서 체온을 전기 히터로 유지하는데 필요한 전력 소모량이 너무 커서 폐기된 프로젝트라서.

우리 슈트는 유선으로 전원을 공급받으니 전력 소모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멋지네.”

상혁이 말했다.

솔직히 민준이 가져온 결과물은, 그 가격에서나 성능에서 멋지다는 단어 말고는 표현할 방법이 없는 물건이었기 때문에.

그건 말 그대로 미래를 바꿔 놓을 만한 물건이었다.

상혁은 만족한 표정으로, 민준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출시는 언제쯤 가능할 것 같아?”

“올해 8월. 그때까지 백만 유닛 정도를 생산하는 거로 목표를 잡고 있어.

개발은 이미 완성단계지만, 양산 라인을 갖추는 데 시간이 걸리거든.

게다가 업그레이드된 기능을 기존의 PRD용 슈트에 적용하는 작업도 해야 하고.

PRD가 더 프리미엄 라인업인데 기능이 더 떨어지면 안 되잖아.”

“그렇지. 보급형 슈트에서 가능한 기술은 당연히 프리미엄 모델에 전부 적용되어야지.”

상혁은 이번엔 지수를 향해 질문했다.

“지수야. MYOM의 컨버팅 작업은 어떻게 되고 있지?”

“그것도 올해 8월에 끝나요. 코넥트 전용 버전보다, 훨씬 컨텐츠도 늘어나고 재미있는 버전으로요.

게다가 민준오빠의 도움으로 딥 다이버 뿐만 아니라 PRD와 새 슈트도 적용되니까, 이번엔 진짜로 유저들이 마법사가 된 느낌 그 자체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PTW LAB용 게임들은 어떻죠?”

“딥 다이버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이미 완성에 가까운 상태고, 새 슈트에 필요한 데이터도 다 들어가 있습니다.

부시 크래프트 서바이벌은 좀 더 개발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것도 8월까지는 맞출 수 있을 거고요.”

그러자 상혁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나이츠 어셈블2도 8월엔 출시 가능할 겁니다.

애당초 리얼 엔진의 테스트 데모 같은 게임이라, 기본 컨텐츠는 모두 완성되어있었으니까요.

게다가 삼정에서도, 저희가 필요한 부품을 조달하는 대로 8월까진 전국 주요 지점에 PRD 센터의 건립을 완료할 수 있겠죠.

물론 건물 자체를 새로 지으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지만, 저희가 필요한 건 장비가 들어갈 만한 넓이를 가진 기존 건물이니까요.

적당한 건물을 찾아서 인수한 뒤, 거기에 PRD 센터에 필요한 장비들을 집어넣고 돌리면 되겠죠.”

상혁의 말을 들은 현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상혁의 의견에 동의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8월에 모든 퍼즐 조각이 모이도록 일정이 잡히네?

마치 그때 출시하라고 누군가 부추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러게요.”

“하지만 우린 겨우 작년 8월에 전 세계 5 도시에서 펼쳐진 3차 NE 컨벤션을 치렀어.

1년 만에 그런 큰 행사를 또 한 번 치른다는 건 솔직히 무리가 있고.

작년에도 거의 1년 가까이 준비해서 오픈한 행사잖아.

지금은 전 직원들이 각자의 프로젝트 준비에도 바쁜 상황이라 컨벤션 준비에 시간을 낼 수 없을 거야.”

“저도 현주 선생님의 말에 동의해요.

물론 저희가 8월에 공개할 이슈들이 세상을 뒤집을만한 이슈들이긴 하지만, 1년 만에 그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는 자체 컨벤션을 또 한 번 열 정도로 여유가 있는 건 아니니까.

돈은 있지만, 인력과 시간이 없죠.

하지만 이번엔 그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예요.

저희의 4차 NE 컨벤션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로 이루어지게 될 테니까.”

“어떻게?”

“올해 8월이면, 이미 SANY가 약속한 5천만 대의 딥 다이버를 시장에 공급한 이후가 되겠죠.

그리고 3차 NE 컨벤션 이후에 발매된 게임들을, 유저들이 어느정도 플레이하면서 VR이란 컨텐츠에 충분히 익숙해진 상태일 겁니다.

1년이란 시간은, 콘솔 게이머들에게 게임 몇 개 정도는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엔 충분한 시간이었어요.

게다가 보는 부분에서는 완벽한 퀄리티를 자랑하지만 실제로 만질 수는 없는 딥 다이버의 한계가, 슬슬 아쉽게 느껴질 시기이기도 하고요.

그 완벽한 타이밍에, 저희는 유저들이 즐길 수 있는 궁극의 VR 경험을 공개할 겁니다.

오프라인 행사장이 아닌, 5천만 개의 딥 다이버 디바이스로 동시에 접속 가능한 ‘버츄얼 컨벤션’에서 말이죠.”

“5천만 명이···.”

“동시에···.”

존 카믹과 존 스캇이 동시에 말하자, 상혁이 씩 웃어 보였다.

“물론 전 세계 70억 인구의 0.7%가 모두 같은 시간에 접속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비슷한 수준까지는 접근하게 될 겁니다.

적어도 한 번이라도 딥 다이버로 게임을 즐겨본 유저라면, 딥 다이버를 위한 새로운 게임의 발표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러자 민준이 나서서 말했다.

“그야 그렇겠지만···. 상혁이 너는 PRD 센터에 대한 발표도 8월에 있을 가상 컨벤션에서 하고 싶어 하는 거지?

근데 그건 한국에만 먼저 서비스되는 컨텐츠잖아?

글로벌 행사에서, 오로지 한국에서만 PRD를 활용한 풀 다이브 VR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 유저가 즐겁게 바라볼 수 있을까?

엄청 부러워할 텐데.”

“일부러 부러워하라고 하는 거야. 겨우 인구 5천만밖에 안 되는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게이머들이, 세계에서 가장 멋진 게임을 즐기는 것을 지켜보면서, 열심히 돈을 모아두라는 거지.

결국에 우린 글로벌 서비스를 구축할 테니까.

그때까지 딥 다이버를 가지고 열심히 게임을 하면서, PRD가 자국에 발매될 때까지 열심히 돈을 모아두게 하는 거지.”

“PRD의 발매가 발표되자마자 바로 살 수 있도록?”

“맞아.”

“그동안은 그림의 떡이 되겠군.”

“언젠가 맛볼 수 있는 떡이겠지.”

“좋아. 그럼 컨벤션을 진행한다는 발표는 어떻게 할 거야?”

“언제나 그렇듯,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채널을 써야지.”

“슈퍼볼?”

“슈퍼볼.”

단일 스포츠 경기로는 세계 최대의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식축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슈퍼볼 광고는 접하게 된다는 미국 최대의 행사가, 바로 2주일 뒤에 열릴 예정이었다.

“그거 이미 예약 다 끝났을 텐데?”

“맞아.”

“그럼 어떻게 광고를 하겠다는 거야? 예약이라도 해뒀어?”

“점쟁이도 아닌데, 나도 일이 이렇게 풀릴 줄은 몰랐으니 광고는 예약 못 했지.”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인데?”

“우리한텐 예약된 광고 타임이 없지만, 다른 회사는 가지고 있잖아?

그걸 받아오면 되지.”

“그 회사들도 슈퍼볼 광고 때문에 수십억을 썼을 텐데 그걸 포기하라고 강요한다고?”

“포기하라고 하는 건 아냐. 어차피 우리 쪽 광고에 얹어서 광고를 넣을 거니까.

그리고 그쪽에서도, 단순히 브랜드 광고를 위해서 영상 하나를 내보내는 것보다는, 우리가 그리는 큰 그림에 자신들도 합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홍보하는 편이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할 테고. 찔러봐야 나쁠 건 없잖아?”

“그래서, 어디에 부탁할 건데?”

“SANY.”

상혁이 말했다.

“SANY가 예약한 2018년 슈퍼볼 광고 시간을, 우리가 대신 쓸게 해달라고 부탁해볼 거야.”

***

원래의 SANY는 2018 슈퍼볼 광고에 참여하지 않았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SANY에서 양산을 책임지고 판매중인 딥 다이버의 판매량이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터무니없이 높은 상황이었고, 거기에 산업용 딥 다이버의 본격적인 공급은 시작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렇기에 이번 슈퍼볼 광고를 통해, SANY영업부는 산업용 딥 다이버의 적용이 얼마나 생산 효율을 높이는가에 대한 광고를 내보낼 예정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날아온 상혁의 요구는 말 그대로 터무니없는 부탁이었지만, SNAY의 히라이 카츠오 회장은 그런 상혁의 부탁을 흔쾌히 승낙했다.

단 하나의 조건을 건 채로.

-광고 마지막에, 저희 로고만 크게 박아주시면 됩니다.-

-PPL 수준으로 도배해드리죠.

대신 엄밀히 말하면 이번 광고는 SANY의 광고로 나가는 겁니다.

SANY의 광고지만, 저희의 영상과 컨텐츠를 활용한 광고가 되는거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 쪽은 이미 MS에 밀리던 콘솔 점유율을 압도적인 차이로 역전한지 오래입니다.

굳이 새 게임에 홍보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죠.

그런 상황에서, SANY에 더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세 게임의 홍보를 제공하신다는 건 저희로서는 매우 환영할 일이지만, MS에서는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저도 그것 때문에 원래는 MS측의 광고를 얻어 쓰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MS에서는 올해 슈퍼볼 광고 예정이 없다고 하더군요.

결국 저희가 필요한 광고 타임은 SANY측이 가지고 있으니, 이번 광고는 SANY광고로 가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로 히라이 회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습니다. 저희야 좋죠.

그래서, 이번 슈퍼볼 광고에서 메인이 될 새 게임의 제목은 무엇입니까?-

-히어로 클래스 101(hero class 101)입니다.

이번에도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아마도 HC1이라는 약자로 불리게 되겠죠.-

-그건 어떤 게임인가요?-

상혁은 전화를 통해 프로젝트 히어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VR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도.

히라이 회장은 그 계획에 강한 흥미를 보였다.

-그렇다면, 그 새로운 VR 게임의 한국 서비스는 삼정이 맡게 되는 겁니까?-

-그럴 예정입니다.-

-그럼 일본 서비스는 저희 SANY가 담당해서 진행해도 될까요?-

-진행은 상관없지만, 서비스 구축에 들어가는 통신 장비는 삼정에서, 그리고 PRD는 테슬러에서 독점적으로 공급할 겁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공급 계약을 맺고 일본 서비스도 준비하도록 하죠.-

상혁은 그렇게 통화를 마무리 지었다.

SANY에서 미리 예약한 슈퍼볼 광고의 영상을, PTW에서 준비한 영상으로 바꾸는 것으로.

남은 것은 슈퍼볼 경기까지 남은 1주 정도의 시간 동안, 인터넷 공개용으로 준비하고 있던 프로젝트 히어로의 공개 영상에 SANY의 로고가 잘 보이도록 개조하는 것뿐이었다.

“이 부분에서 주인공이 쳐박히는 가게를 SANY 스토어로 바꿔줘.”

“그리고 이 부분의 배경에 있는 건물 전광판엔 SANY로고를 박고.”

“구경꾼들이 들고 있는 캠코더도 전부 SANY걸로 바꿔. 카메라도 SANY걸로 하고.”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영상에 SANY의 제품을 도배한 상혁은, 이번엔 영상의 시퀀스 자체를 손보기 시작했다.

시간이 촉박하긴 했지만, 현재의 영상은 오로지 프로젝트 히어로를 공개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지금 상혁에게 필요한 것은 세계 최초로 가상 공간에서 펼쳐질 VR 게임 컨벤션의 홍보 영상이었다.

그렇기에 상혁은 영상 시퀀스를 적절히 편집하여 게임 홍보 영상이었던 원본 영상을 완전히 다른 영상으로 바꿔 놓았다.

멋진 게임 소개로 시작해보는 이의 혼을 빼놓고, 자연스럽게 그 경험이 컨벤션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그것은 영상 제작에 특화된 성능을 가진 리얼 엔진의 기능을 총동원하더라도 쉽게 완성하기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러나 상혁은 일주일간의 철야 끝에, 거의 파김치가 된 영상 팀 직원들과 기어이 결과물을 완성해 낼 수 있었다.

상혁이 원하는 목적을 완벽하게 만족하는, 최적의 행사 홍보 영상을.

그리고 그것은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최종 시연에서 전원의 기립박수를 받을 정도로 기대감을 부풀게 만드는 영상이었다.

“오 쉿, 거기서 그렇게 연결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존 카믹은 이렇게 평했고.

“VR이 뭔지 확실히 보여주는 영상이네요.”

존 스캇은 이렇게 평했다.

그리고 민준은, 영상이 끝날 때까지 조용히 영상을 바라보다가 상혁에게 단 한마디만을 던졌다.

“미X놈.”

“그건 좋다는 거지?”

“아니, 그냥 니가 미쳤다는 거야. 원본 영상을 이따위로 뜯어고칠 생각을 하다니.

진짜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마음에 안 드냐?”

“아니. 마음엔 든다. 아무래도 나도 너랑 오래 있었더니 광기가 옮았나 보다.

이런 정신 나간 영상이 미친 듯이 재밌어 보이니까.”

“그럼 이대로 보낸다?”

“보내. 그리고 결과를 보자고. 게시판이 폭발할 게 눈에 보이는군.”

상혁은 노트북으로 걸어가 최종 영상을 SANY의 히라이 회장에게 전송했다.

그리고는 아는 기자들에게 메일을 돌렸다.

이번 슈퍼볼 광고에, SANY의 광고 시간을 빌려 PTW가 참여한다는 사실을.

그러자 옆에서 상혁이 쓰는 메일을 지켜보던 민준이 물었다.

“미리 말해도 보안에 문제없겠어?”

“별문제 없을 거야. 애당초 그 시간에 PTW 관련 광고가 나오니 그걸 놓치지 말라는 의미로 보낸 메일이니까.

광고 종료 시점까지 엠바고도 확실히 걸었고.

오히려 감사하겠지.

다들 올해 슈퍼볼 광고에선 별로 기대할 게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테니까.”

“그러게. 진짜로 아무도 기대 안하고 있을 텐데.”

이전에 있었던 1, 2차 NE 컨벤션의 경우, 모든 광고를 슈퍼볼을 통해 진행했기 때문에 슈퍼볼 광고는 게이머들에게 매년 기대감을 전해주고 있었다.

‘과연 올해는 PTW가 광고를 할까?’라는 기대감을.

하지만 올해는, 3차 NE 컨벤션이 진행된 것이 바로 작년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다.

PTW가 아무리 큰 회사라도, 그 커다란 게임 컨벤션 이후에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새로운 발표를 무더기로 쏟아낼 거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만 상혁은 그런 이유로 이번 광고가 더욱 놀라움을 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PTW의 팬들에게, 마치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던 깜짝 선물이 될 발표가 될 것이었기에.

“누구도 깜짝 선물을 싫어하지 않지.

그리고 PTW가 게임 외적인 이슈로만 계속 시끄러웠던 지금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고.

다들 이렇게 생각할 거야.

PTW는 지금 워 다이버의 개발이라던가 테슬러와의 협업 때문에 바쁠 거라고.

그 타이밍에 발표되는 프로젝트 히어로.

그리고 VR 컨벤션.

그 정도면 게이머들에게 충분히 만족할 만한 슈퍼볼이 되지 않겠어?”

그렇게 말하며 상혁이 주먹을 들어 올리자, 민준이 상혁의 주먹에 자신의 주먹을 부딪치며 씩 웃어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상혁이 보낸 영상을 확인한 히라이 회장이 보낸 메시지가 상혁의 노트북에 알람 음을 울렸다.

[영상을 보고 미친 듯이 웃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OK입니다.

-히라이 카츠오-]

워크 패스트로 전달된 한 줄 의 알림.

그것은 자신들이 수십억을 지불하고 구매한 광고 시간을 강제로 삥 뜯긴 피해자가, 광고 시간을 약탈한 가해자에게 보내는 만족의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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