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337화 (338/485)

337. 분쟁

[단 한 기업의 막장 같은 행보로 위기에 처하게 된 대한민국 게임 산업]

[‘대한민국의 자랑’이라 불리던 게임회사 PTW. 드러난 그들의 정체는 한국 기업인가? 미국 기업인가?]

[대한민국 국방부에선 정식으로 정부에 PTW가 보유한 기술 유출에 대한 제재를 요청하겠다고 밝혀.]

[PTW의 ‘워 다이버’ 개발 참여에 대한 청문회에 대해 국회에서 활발한 논의가 시작되다.]

상혁이 예상한 대로, 게임 업체의 사주를 받은 기자들은 같은 타이밍에 일제히 PTW에 대한 비난 기사를 쏟아내었다.

그리고 그 기사들은, 제목은 달라도 마치 복사 붙여넣기라도 한 것처럼 모두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것은 주로 한국 기업인 PTW가 한국을 배신하고 미국에 충성하려 한다는 ‘매국 기업’프레임을 씌우거나, 이번 사태로 인해 중국에서 서비스 되는 게임들의 판호가 취소되었을 경우의 경제적 피해 규모, 그리고 PTW가 중국 정부의 타협안을 받아들여 판호 발부가 재개되었을 때 국내 게임 산업이 얻을 수 있는 막대한 이득에 대한 내용들, 마지막으로 PTW가 보유한 기술들이 가진 엄청난 가치와, 그 기술들의 해외 유출로 인해 발생할 막대한 경제적 손실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의도대로, PTW는 순식간에 인터넷의 뜨거운 감자가 되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물론 비난하는 사람도 있긴 했지만, 그들은 콘솔 게이머가 아니었고, 대부분의 콘솔 게이머들은 PTW의 편에 서서 PTW를 옹호하고 있었다.

[기사 내용이 어처구니가 없네. 대한민국의 미래 주력 산업이라고? PTW가 보유한 기술이 언제부터 대한민국 거였냐?]

[게임 업체들도 어이가 없는 게, 판호는 작년부터 안 내주기 시작한 건데 왜 PTW한테 책임을 뒤집어씌우나?

막말로 PTW가 이번 거래로 미 정부에 뭘 얻어냈는지 모르지만, 분명 엄청난 걸 얻어냈을 텐데, 거래가 불발되면 지들이 판호 얻어서 벌은 수익을 PTW에 넘겨주기라도 한 대니?]

[그래도 레벨 5의 자율주행 기술을 테슬라 독점으로 넘겨주기로 한 건 좀 그랬긴 했지.

만약에 형대 자동차가 그 기술을 받았으면 전 세계 자율주행 차량 시장을 혼자서 독점하게 됐을 텐데.]

[기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은 해당 기업이 어떻게 처리할지를 결정할 수 있어야지.

어차피 그 기술 개발하는 과정에서 정부 지원은 한푼도 안 들어갔잖아.

내 것을 내가 원하는 상대에게 판다는데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어?]

이런 모든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PTW가 개발해 넘기려 하는 기술들이, 단순히 개별 기업의 기술 거래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가치가 높은 기술들이었기 때문에.

과장을 조금 보태서 ‘증기 기관 이후로 산업계에 일어난 가장 혁신적인 기술’이라 평가받는 딥 다이버 외에도, 현재 자동차 시장의 트랜드 자체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자율 주행 기술.

그리고 전쟁의 역사를 바꿀 무기라 불리고 있는 워 다이버까지.

PTW가 최근에 발표한 것들은 그것 중 어느 하나도 평가절하 받을 구석이 없는, 말 그대로 ‘미친 기술’들이었다.

어느 한 기업이나 국가가 독점하기엔 너무나 가치 있어 보이는 기술.

개발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국제적 분쟁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기술.

PTW가 공개한 기술들은 그런 기술들이었다.

[워 다이버는 한 국가가 독점하기엔, 그 국가가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이라고 하더라도 너무나도 위험한 기술입니다.

그런 이유로, 유럽 연합은 해당 장비의 미군 도입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입장 임을 밝힙니다.]

[중국 정부는 세계의 평화와 안녕을 위협하는 이번 사태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해당 기술의 군사적 이용을 막겠습니다.

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에게 중국과 함께 아시아의 평화를 추구하는 협력국으로써, 이런 중국 정부의 의사를 강력하게 지지할 것을 요구합니다.]

[냉전은 끝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현재 전 세계에 가장 강력한 위협이 될 수 있는 존재가, 전쟁의 역사를 바꿀 수도 있는 기술을 자신들이 독점하려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새로운 군사적 위기감을 조성하는 미국 정부의 결정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하며, 의견을 함께하는 동맹국들과 함께 미 정부의 결정에 대한 대항 연합을 구성할 것입니다.]

이쪽도, 저쪽도 따를 수 없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외교부는 거의 미쳐버릴 것 같은 상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거의 매일같이 각국 지도자들이 성명을 발표하는 ‘국제 정세의 폭풍’속에서, 정작 그 폭풍을 일으킨 PTW라는 기업이 아무 대응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는 섣부르게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을, 이상식 대통령은 잘 알고 있었다.

“그냥 그들이 움직임을 보일 때까지 내버려 두세요.

만일 우리 정부가 PTW에게 압력을 조금이라도 행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그건 그 즉시 국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항이 됩니다.

기술의 유출을 막는 순간 미국 정부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테고, 기술 유출을 막지 않는 순간 중국 정부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요.

이런 상황에서는 책임을 돌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니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해당 기술을 개발한 개발사가 이번 사태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것으로 가겠습니다.”

청와대에서 벌어진 긴급회의에서 피곤한 표정으로 대통령이 말하자, 무역과 산업에 대한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부 장관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PTW에서는 지금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장기화되면, 중국 정부는 결과적으로 저희 정부가 PTW와 DARPA의 협력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비난하겠죠.

벌써 중국에서는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에 관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사드(THAAD) 배치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거고요.

잘못하면 대 중국 무역과 관련된 모든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중국의 편을 들면 미국에서 가만있지 않지 않겠습니까?”

“차라리 그게 낫다고 봅니다. 미국은 그래도 최소한의 룰 안에서 움직이니까요.

하지만 중국은 다릅니다. 그들에겐 규칙이 없죠.

명분이 없어도, 단지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멀쩡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을 퇴출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이번 협력 건을 용인한 현 정부에게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겠죠.”

“그건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이번 사태는 우리의 손에서 벗어났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입을 다물고 상황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뿐입니다.”

“대통령 각하!”

“제가 어릴 적, 전 태권도 학원비가 든 봉투를 가지고 학원에 가는 길에 불량배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불량배는, 제 것이 아닌, 제 어머니가 제게 맡겨 학원 선생님에게 건네주라고 말한 그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했죠.

저에겐 두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당장 두들겨 맞는 것을 피하려고 불량배에게 학원비를 넘기느냐, 아니면 얻어맞으면서도 끝까지 돈을 지켜서 학원비를 내느냐에 대한 선택지가.

그리고 저는 그때, 후자를 택했죠.”

“엄청나게 맞으셨겠네요.”

“인정사정없이 맞았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일을 후회하고 있진 않아요.

그때 엉망진창이 된 모습으로 자신에게 학원비를 넘겨주는 제 모습을 본 선생님은, 그달 학원비를 제 주머니에 그대로 찔러 넣어주셨으니까요.

그리고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자주 그때의 제 용기를 칭찬하곤 하셨습니다.

그때 저를 두들겨 팬 불량배가 어떻게 되었을 것 같습니까?”

“어떻게 되었습니까?”

“화가 머리끝까지 난 학원 선생님이 동네를 샅샅이 뒤져 그 녀석을 찾아냈죠.

그리고 제 앞에, 그 녀석을 무릎 꿇렸습니다. 자, 이 이야기에 담겨있는 메시지는 뭘까요?”

수수께끼 같은 대통령의 질문을 받은 장관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는 대통령을 향해 말했다.

“더욱 옳은 것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겁니까?”

“아뇨, 해봤자 중학생 정도밖에 안 되는 동네 양아치보다, 태권도 사범님이 수십 배는 더 강하다는 겁니다.

결국, 저희를 압박하고 있는 것은 중국 정부지만, 그들이 상대해야 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분노겠죠.

저흰 단지, 태권도 사범님이 나설 때까지 잠깐의 고통만 견디면 되는 겁니다.”

“그 시간이 길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러자 이상식 대통령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길지 않을 겁니다. 표면적으로 현재의 PTW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태지만, 그들이 주변에 휘둘리는 이 상황을 가만히 보고 있을 리는 없으니까요.”

대통령의 말대로, PTW는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부정적 이슈를 덮기 위해 진행하려고 했던 신규 게임에 대한 발표도 미뤄버렸고.

그러나 그렇다고 상혁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상대를 곤란하게 하는 제일 나은 방법이, 상대의 비난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슬슬 한국의 상황이 걱정되기 시작하는군요.-

“뭐, 이 정도는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개발 단계에서, 저희는 워 다이버가 쇼케이스를 공개한 순간 전 세계에서 압력을 가할 만한 물건이 될 거라 판단하고 있었으니까요.”

-예상하고 있었다는 말은, 이미 그에 대한 대응책도 생각해 뒀다는 뜻이라고 기대해도 될까요?-

“혹시 그 질문은, 지금 무려 미 합중국의 대통령이신 로날드 도람푸 씨가, 게임회사 직원인 저에게 의견을 구하려 하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상혁과 통화하고 있는 상대.

그의 정체는 무려 미국의 대통령인 로날드 도람푸였다.

그리고 그는 상혁의 질문을 받고는 크게 웃으며 긍정의 대답을 건넸다.

-그렇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어서, 백악관에서도 골머리 좀 썩고 있어서요.-

“그건 좀 예상 밖이네요. 현재 미국이 아프간 전쟁에 쓰고 있는 비용은 천문학적인 수준 아닙니까?

워 다이버가 있으면 그 모든 비용을 절감하고, 아프간 내의 테러리스트를 싸그리 청소할 수 있습니다.

물론 워 다이버가 제리코 미사일은 아니니 동굴에 처박혀서 항전하는 반군들 제거엔 도움이 크게 되진 않겠지만, 적어도 시민인 척 무기를 숨기고 도시 내를 돌아다니는 테러리스트들은 쉽게 잡을 수 있겠죠.

그 정도면 아마도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볼 만할 거로 생각했는데요?”

-물론 국민들의 지지는 탄탄합니다. 덩달아 제 지지율도 엄청나게 올랐죠.

하지만 NATO에 가입한 동맹국까지 워 다이버의 미군 독점에 대한 반대 의견를 표하는 상황에서, 이번 안건을 무작정 밀어붙이는 데는 꽤 큰 각오가 필요합니다.

게다가 상혁 씨가 요청했던, 워 다이버의 AI를 연산할 데이터 센터의 한국 설립 건에 대한 것도 말이죠.-

“죄송하지만 그 건은 타협할 수 없는 건입니다. 저희 본사는 한국에 있고, STC의 연산을 수행하는 연산 센터도 한국에 있죠.

그리고 워 다이버의 AI의 유지 보수를 위해서는 저희 측 엔지니어들과 STC의 존재가 필수적이고요.

버그 수정이나 업데이트가 있을 때마다 저희 직원들이 지구 반 바퀴를 돌아서 미국에 가게 할 순 없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지연은, 필연적으로 미군이 워 다이버를 운영하는데도 막대한 지장을 끼칠 테고요.”

-전에도 말했지만, 그 건은 아직 최종 결정이 나지 않았으니 좀 더 논의를 해 보도록 합시다.

저도 미국 군대에게 가장 중요한 데이터가 될 워 다이버의 AI 정보를 타국에게 맡기는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국회를 설득할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지금 당면한 문제는, 어떻게 타국 정부들의 반대를 돌파하고 워 다이버를 미국에서 독점하게 하느냐는 겁니다.-

“백악관 참모들에게 물어보시면 되지 않습니까?”

-그들이 이런 분야에서는 개발자인 PTW의 조언을 얻는게 좋을 것 같다고 추천하더군요.

애당초 PTW는, 양자 통신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술에 미 정부가 투자하게 하려고 워 다이버라는 말도 안 되는 물건을 만들어 넘긴 회사니까요.

그러니 이번에도 뭔가 복안을 가지고 계시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제가 드릴 조언은 하나입니다.

판을 키우라는 거죠.”

-판을 키워요?-

“저들이 압박을 가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미국의 워 다이버 도입에 대해서, 아직은 외교적 압력을 통해 물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거죠.

그럴 때 가장 유요한 방법은, 미국이 절대 그 안건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주는 겁니다.

애당초 협상이 불가능한 건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단순히 시비 거는 것밖에는 안 되니까요.”

-그러니까, 오히려 더 밀어붙여서 아예 기정사실로 만들라는 겁니까?-

“맞습니다. 아, 저건 어떤 조건을 들이밀어도 도저히 못 막겠구나.라는 확신을 주는 거죠.”

-그럼 일이 더 커지지 않을까요?-

“핵은 가장 강력한 무기지만 그 덕에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무기가 되지 않았습니까? 한국에는 이런 속담이 있죠.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보통은 무섭게 위협하는 사람일수록 실천하는 사람은 없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이번 경우엔 조금 다르게 해석하고 싶네요.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비난은, 결과적으로 그 비난을 통해 이번 안건을 철회시킬 수 있을 거라고 그들이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다면, 그들은 이 협박의 뒤에 남는 것이 미국이 워 다이버를 독점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는 결과와 그 과정에서 한국 정부 사이에 쌓인 엄청나게 험악한 분위기만 남을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어느 쪽이건 이득은 없죠.”

-아예 협상의 여지조차 남기지 않을 정도로 확실하게 의지를 밝히라는 거군요?-

“맞습니다. 결국, 국제 정세라는 건, 힘이 지배하는 바닥이죠.

그들이 미국 정부를 비난은 할 수 있어도, 실제로 제재를 가할 순 없죠.

그러니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거고요.

하지만 어떤 수를 쓰더라도 도저히 이번 안건을 포기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들도 포기할 겁니다.

이미 확정된 사실을 아무리 찔러봐야,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을 잘 알 테니까요.”

-그럼 무엇을 해야 그것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겠습니까?-

“글쎄요···.”

도람푸의 질문에 상혁이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는 수화기를 향해 미소지으며 답했다.

“평소라면 미국 정부가 절대 하지 않을만한 짓을 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날 저녁, 상혁은 인터넷 뉴스를 통해 미 정부에서 워 다이버의 AI 센터를 한국에 두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

“대통령 각하! 현재 미 행정부에서, 워 다이버의 구동에 필요한 핵심 설비를 한국에 설치하려 한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맞습니다.”

“한국은 비행기로 14시간이나 걸리는 먼 곳에 있는 나라입니다. 그런 곳에 미군의 가장 핵심적인 자산이 될 수 있는 설비를 놓는 건, 안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결정이 아닐까요?”

“하지만 워 다이버의 유지 보수엔 PTW의 존재가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그 기업은 안타깝게도 한국에 있죠.

저희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국제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워 다이버의 독점 사용을 포기하는 것에 대해선 고려하시지 않는 겁니까?”

“그건 절대 타협 불가능합니다. 애당초 이번 안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 배경도, 미국이 자국의 안보에 가장 핵심이 될 설비를 타국에 놓는 리스크를 감수할 정도의 가치를, 워 다이버가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니까요.

저흰 베트남에서 패배했고, 아프간에서 18년째 전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미국이 말이죠.

분명 무력적인 부분에서는 미국이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국가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군사력의 상당수는 핵무기라는 쓰지도 못할 무기에 묶여있고, 실제 전장에서 싸우는 병사들을 위한 지원은 막대한 돈이 들어가죠.

토마오크 미사일 한 발의 가격은 57만 달러나 합니다.

그리고 저희는 지금까지 건물이나 땅굴 안에 숨은 AK로 무장한 병사 몇 명을 제거하기 위해 그 비싼 미사일을 말 그대로 퍼붓고 있었죠.

그건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작전 방식이지만,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병사들의 목숨을 위험지대로 밀어넣는 것보다는, 57만 달러짜리 미사일 3발을 쏘는 게 더 현명한 판단이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제 전쟁의 역사가 바뀌었습니다.

워 다이버는 미사일이나 공중 폭격의 지원이 없어도 병사들의 생존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키죠.

100만 명이 넘는 미군 병력 전체가, 안전한 가상 환경에서 수많은 전장 경험을 익히며 전투력을 향상하게 될 겁니다.

그것이 가진 가치는, 앞으로 저희가 써야 할 수천수만 발의 미사일 가격을 생각하면 천문학적인 가치라고 볼 수 있고요.

그러니 NATO든 EU든 중국이든, 이 건에 대해 받아들여야 할 겁니다.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미군 병사들의 생명이니까.

세상 그 어떤 존재도, 미국 정부가 자국의 병사들 목숨을 지키려는 결정에 대해 비난할 순 없습니다.

앞으로 미 정부는 그런 의사를 밝히는 모든 정부를 미국의 적으로 규정하고 동맹 관계에 대해 심각하게 재고할 것입니다.

그들의 반대가 길어질수록, 아프간에서 죽어가는 미군 병사들의 수는 늘어갈 테니.”

타국과의 갈등에 맞서서, 자국의 이익을 지키려는 모습은 언제나 국민들의 지지를 사게 마련이다.

하물며 미국 국민 대부분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미군’의 목숨이 걸려있는 안건이라면 더욱 그렇고.

그렇기에 도람푸 대통령의 공격적인 기자회견은 국민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으며 도람푸 대통령의 지지율을 무지막지하게 끌어올렸다.

그 전까지 ‘독단적인 판단으로 미국의 국제적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라고 주장하던, 민주당 의원들의 입을 닥치게 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그것은 일종의 광기라 할 수 있었다.

‘워 다이버의 독점에 대해 비난하면, 넌 미국 군인들의 목숨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거다.’

‘미국은 세계 평화를 위해 막대한 돈과 소중한 목숨을 들여가며 아프간에서 테러리스트와 싸우고 있다.

우리가 피를 흘리는 동안, 동맹국들은 무엇을 했는가?’

그렇게 미국 내 언론들이 하나같이 도람푸 대통령을 옹호하는 기사를 쏟아내면서, 워 다이버의 도입에 대해 우려를 표하던 동맹국 정부들은 한 발짝 물러나는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 미 정부의 결정에 반대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미군보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계속 뒈지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었기 때문에.

게다가 미 정부에서 타국인 한국에 워 다이버의 AI 센터 설치를 검토할 정도로 워 다이버의 독점 도입을 기정사실로 선포한 상황에서, 그것은 이미 막을 수 없는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건 상혁의 말대로, 평소의 미국 정부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미친 짓’에 가까웠기 때문에.

도람푸 행정부는 그 미친 짓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워 다이버의 도입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확실하게 밝히고 있었다.

정작 당사자인 PTW는 가만히 있는 상황에서, 모든 어그로를 미국 정부가 끌어가자 PTW에 대한 비난 기사도 눈에 띄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공식 입장 하나도 밝히지 않는 자국 내의 게임회사에 대한 뉴스보다는, 미국 정부의 화끈한 행보에 관한 기사가 더 많은 눈길을 끌고 있었기 때문에.

상혁은 그렇게 트레일러 공개 시점을 뒤로 미룸으로 인해 발생한 ‘빅 이슈’의 공백을, 미국 정부를 움직이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그리고는 즉각적으로 다음 스텝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워 다이버의 독점 공급을 조건으로 미국 정부와 함께 개발하기로 한 ‘양자 통신’ 기술.

그것의 원활한 도입을 위해서는, 또 다른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에.

상혁은 삼정의 회장인 이주용에게 연락해 미팅 약속을 잡았다.

“오랜만입니다.”

주용이 반갑게 상혁을 맞이하자, 상혁은 웃으며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자주 연락 드려야 했는데 같은 말은 건너뛰죠.

어차피 서로 바빠서 연락 못 한 건 뻔히 알고 있으니까요.”

“바쁘신가봅니다?”

“최근 뉴스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 의지로 바쁜 게 아니라 그냥 상황이 저를 바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긴, 요즘 뉴스를 보면 PTW의 이름이 빠지는 기사가 별로 없긴 했죠. 협력사 입장에서는, 꽤 우려되는 사항이긴 했습니다만….”

“우려보다는 기대 아닌가요? 어차피 워 다이버가 미군의 제식 장비로 채택되면, 그 안에 들어가는 칩셋은 전부 삼정 파운드리에서 납품하게 될 테니까요.”

“하지만 저희는 중국에서도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식으로 언론에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중국 정부에서 딥 다이버 생산을 위해 납품하고 있는 삼정 파운드리의 칩셋을 중국에도 납품해달라는 요청을 해오기도 했고요.

물론 거절하긴 했지만, 그 거절 때문에 저희 쪽이 감수해야 할 피해가 얼마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슬슬 제 의사와 관계없이 주변 환경 때문에 끌려다니는 상황이 지겨워지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중국 쪽과의 거래에서 손해를 입더라도, 저희 쪽에서 만회하게 해 드릴 테니까.”

“또 신규 주문 건입니까? 현재도 공정 설비 대부분이 거의 PTW 전용으로 돌아가고 있는 수준인데요?”

“그래서 돈 많이 벌고 계시지 않습니까?

더 벌게 해준다는데 투덜대시는 걸 보니 지갑이 꽤 두둑해지신 모양입니다?”

상혁이 웃으며 말하자 주용도 웃으며 답했다.

오랜 기간 여러 사태를 겪으면서, 이제 두 사람은 조금은 서로에게 날카로울 수 있는 농담도 태연하게 건넬 수 있을 정도로 친해져 있었기 때문에.

주용은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

“아시겠지만 파운드리 공정은 생산 라인 하나를 갖추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신규 라인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확실한 수요가 확보되어야 하죠.

그래서 확인차 물은 겁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워 다이버에 들어갈 칩셋도 최소 100만개 이상은 주문해야 하는 데다, 딥 다이버도 못해도 1억 대는 팔릴 테니까.”

그러자 이주용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상혁에게 물었다.

“이상혁 씨.”

“예?”

“전부터 생각했는데, 삼정엔 파운드리 부서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저희 회사엔 전자기기 전체를 제작할 수 있는 완벽한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죠.

플라스틱 금형부터 내부에 들어가는 기판까지, 원하신다면 모든 것을 PTW의 요구대로 맞출 수 있는 회사가 삼정입니다.

그 사실을 모르시는 건 아니시죠?”

“설마요. 삼정 전자가 어떤 회사인지 모르는 한국인이 있다면, 잡아서 코로 설렁탕을 먹이면서 물어야겠죠. 너 혹시 간첩 아니냐고요.”

“그런데 왜 항상 완제품의 생산에 대해서는 MS 나 SANY, 테슬러 같은 미국 기업하고만 일하시는 겁니까?

저희 쪽이 갖추고 있는 생산 능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면서도 말이죠.”

“딥 다이버를 말하시는 겁니까?”

“솔직히 말하면 욕심이 나더군요.

단일 제품으로 1억 대 이상 판매가 예상되는 전자 제품이, SANY의 로고를 달고 세상에 퍼지고 있다는 사실이요.”

“글쎄요, 그 건에 관련해서는, 당시 코넥트의 생산 및 판매를 MS가 담당하게 되면서, SANY가 콘솔 시장에서 잃어버린 영향력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이루어진 계약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칩셋은, 삼정 파운드리에 맡기지 않았습니까?

그걸로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돈 때문이 아니라, 저희 관계의 다음 스텝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겁니다.

투자가 필요하다면 투자하겠습니다. 그리고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면 감수하고요.

적어도 PTW에서 만드는 다음 기기에 대해서라면, 저는 기꺼이 그럴 용의가 있다는 것을 상혁 씨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러셨군요. 그런데 어쩌죠? 전 이미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주용 씨를 만나러 온 건데요.”

“예?”

“PTW에서 다음에 생산하려 하는 차기 제품에 대해, 그 생산을 삼정 전자가 맡아주셨으면 해서 찾아온 겁니다.

칩셋부터 외장까지 전 설계 과정을 전부 삼정에서 맡아달라고요.

그리고 그 장비의 주문 수량은···. 글쎄요, 일단 1차로 300만대 정도가 될 것 같네요.

하지만 수량이 적다고 실망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주문하려는 장비는, 딥 다이버 보다 훨씬 비싼 장비니까요.”

“비싸다면 얼마나?”

“종류 따라 다른데, 비싼 건 최소 몇 백 배는 하겠죠.”

“단일 제품이 아닌가 보군요?”

“예. 저희가 하려는 건,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을 가지고 서비스를 구축하려는 거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상혁은 한 장의 종이를 내밀었다.

거기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에 관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규정 [별지 제1호서식]]이란 머리글 밑에, 한 줄의 굵은 제목이 적혀 있었다.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신청서]

그것을 본 주용은 고개를 들어 상혁을 보았다.

그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이건···.”

“예. 맞습니다.”

그리고 상혁은, 뜬금없이 기간 통신 사업이란 새 사업을 시작하려 한다는 자신의 말에 벙찐 표정을 짓고 있는 주용을 바라보며, 밝은 표정으로 상쾌하게 외쳤다.

“저희는 통신 사업에 뛰어들 생각입니다. 올해 6월에 있을, 5G 주파수 경매에 뛰어들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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