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4. PTW 여론전
[과거 핵무기를 개발했던 미국의 탐욕이, 이제는 21세기의 핵무기나 다름없는 새로운 전쟁 병기의 개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류 모두가 힘을 합쳐 힘겹게 이뤄낸 세계 평화라는 가치를 훼손하고, 다시금 세계를 군비 경쟁의 격류 속으로 밀어 넣을 것입니다.]
미국에서 공개적으로 벌어진 이번 신 장비 쇼케이스에 대한 반응으로, 중국은 대변인을 통해 격한 비난을 쏟아냈다.
그리고 도람푸 대통령이 이끄는 미 정부는, 그런 중국의 발표에 대해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워 다이버는 사린 가스도, 천연두 바이러스도, 백린탄이나 핵폭탄이 아닙니다.
그것은 방탄복이나 방탄 헬멧처럼, 전 세계에서 목숨을 잃고 있는 미군 병사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방어 장비입니다.
그 어느 정부도, 상대를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닌 자국의 병사들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비난할 수 없습니다.
오직 칼을 가지고 상대를 찌르려는 사람만이, 상대가 들고 있는 방패를 비난하는 법이죠.
그들은 말할 겁니다.
‘네가 들고 있는 방패는 흉흉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상대를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물건이다.’라고.
하지만 그렇게 말하며 정작 자신의 옷 안에 숨겨진 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비열한 무리들에 대해서, 미 정부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워 다이버의 개발 및 보급은 이루어질 것이며, 향후 5년 안에 전 미군 병사들은 워 다이버를 착용한 채 전장에 투입되게 될 것이니까요.
이건 절대 변화하지 않을 결정이며 누구도 미국에 대해 비난할 자격은 없습니다.]
그러자 이미 자신들이 어떤 비난을 하던 미국 정부가 꼼짝도 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던 중국 정부는, 이번엔 워 다이버의 원형 장비인 딥 다이버를 개발한 회사, PTW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애당초 PTW의 존재가 없으면, 워 다이버도 존재할 수 없기에.
그러나 그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의 다른 대형 게임회사와는 다르게, PTW의 대 중국 매출 의존도는 0에 가까웠기 때문에.
물론 중국에 PTW의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유저들은 PTW의 게임을 오로지 타국의 언어로만 즐길 수 있었다.
PTW는, 회사 규모를 지금의 수준까지 키우는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중국에 게임을 정식 발매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심지어 딥 다이버는 워크 패스트의 연동 앱을 사용하면 PC에도 연결이 가능한 장비였지만, 운영 체제 언어가 중국어일 경우 전원조차 들어오지 않는 장비였고.
그리고 그것은 콘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에서 발매되는 콘솔에서, PTW의 게임은 구매도, 이용도, 네트워크 접속도 되지 않았다.
그 덕에,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한 중국 콘솔 유저들은 전 세계 대다수의 콘솔 유저들과는 다르게 PTW라는 회사 자체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었다.
항상 기본적으로 6개 국가 이상의 언어를 지원하고, 그 외의 지역에 대해서는 유저 번역도 자유롭게 풀어주는 PTW가, 감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대국’의 시장을 철저히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그들은 때때로 VPN을 사용하여 접속이 금지된 PTW 홈페이지에 게임에 대한 악평을 달거나, 게임 리뷰 사이트에 몰려가 PTW의 신작에 1점대 평점을 남기는 식으로 PTW를 비난하곤 했다.
그러나 그 모든 비난에도 불구하고, PTW는 중국 시장에 대한 공식 입장을 ‘진출을 고려 중’이라는 중립적인 태도로 밀어붙이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PTW에 대해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는 편이었다.
그렇다고 PTW라는 회사가 중국이란 국가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중국의 콘솔 유저를 보이콧 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이번 사태를 중국 정부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였기에, 그들은 PTW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통해 PTW를 압박하고 싶어 했다.
문제는 방법이 없다는 것.
애당초 중국에서 장사를 하지 않는 기업에 ‘장사를 하지 못하게 하겠다’라는 협박이 통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상혁은 PTW의 주변기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원가 절감을 포기하면서까지 고의적으로 중국 회사의 협력 참여를 배제하고 있기도 했다.
딥 다이버의 부품 중 단 하나도 중국 회사가 조달하지 않는 상황에서, 공급망을 통해 협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자, 중국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워 다이버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대한민국 게임회사들의 중국 내 판호 신규 발급을 전면 중단하겠습니다.
그리고 기존에 영업 중인 게임에 대해서도, 전면 검토를 해서 PTW와 연관성이 있는 회사라면 중국 내에서 영업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가할 것입니다.]
PTW라는 회사 자체에는 영향을 끼칠 수 없지만, 대한민국 게임업계의 나머지 회사들에는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제재.
중국 정부는 그 제재를 통해 대한민국 게임업계 전체가 PTW를 비난하게 만들어 워 다이버의 개발을 포기하게 할 생각이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PTW가 워 다이버의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한국이란 나라 전체에 대해 더 강력한 경제 제제를 취할 수 있다는 엄포를 중국 정부가 추가로 놓았기 때문에.
워 다이버.
공개된 순간 수많은 군사 전문가들로부터 ‘인류 전쟁사의 역사를 바꿀 장비’로 평가받은 그 장비는, 현재 진행형으로 대한민국을 말 그대로 ‘뒤집어’ 놓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연간 9조 원 수준의 방위 분담금 인상을 커버하려다, 국가 전체 경제가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청와대에서 보고를 받던 이상식 대통령은 심각한 표정으로 보좌관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미 정부에서는 워 다이버의 개발 자체가 PTW가 아닌 DARPA측에서 개발한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지 않았나요?
PTW에서는 하드웨어에 대한 기본적인 기술 협력 정도만 진행했다고요.”
“그렇습니다.”
“게다가 워 다이버란 장비도, 물론 그 성능이 경악스러운 장비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미국에서 주장하는 대로 병사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 장비가 맞죠?”
“기존 병기와 완전히 다른 개념의 장비라 정확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대량 살상 병기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장비입니다.”
“그럼 왜 단지 개발에 참여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한민국 전체에 대해 경제 제재를 가하겠다고 하는 겁니까? 명분이 없을 텐데?”
이상식의 말은, 정론을 말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국제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명분이었고, 이번 사건에 대해서 그 명분이 될만한 어그로는 전부 미 정부가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는 누구도 DARPA가 워 다이버의 개발 대부분을 맡았다고 믿지 않는다는 겁니다.
공개된 영상 속 화면들은 PTW가 아니라면 개발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퀄리티가 지나치게 높았죠.
게다가 엄청나게 게임같은 느낌이기도 했고요.
누구도 DARPA가 그렇게 완성도 높은 형태의 전투용 UI를 개발했을 거라고 믿지 않고 있습니다.
저런 물건을 개발할 수 있는 회사가 존재한다면, 그건 반드시 PTW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게다가 동맹국인 NATO 가입국들조차, 워 다이버란 커다란 힘을 미국이 독점하는데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 언론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중국의 지나친 처사에 대해 비난하는 기사가 절반, PTW와 정부의 섣부른 판단에 대해 비난하는 기사가 절반 수준입니다.”
“신규 판호 발급 중단에 대한 게임업계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격렬하죠. 사실 이건 엄밀히 말해 PTW와는 관계가 없는 사항이긴 합니다.
중국 정부는 워 다이버 발표 전부터 이미 국내 게임에 대한 신규 판호 발급을 중단한 상태였으니까요.
하지만 PTW로 하여금 워 다이버 개발을 포기하게 한다면, 그것을 빌미로 원래 막혀있던 신규 판호의 발급이 재개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상식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보좌관들에게 물었다.
“PTW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조용합니다. 워 다이버의 공개 시연 이후부터, 아무런 공식 성명도 발표하지 않고 있고, 인터뷰 요청도 전부 거절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다만?”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국내 대형 게임 업체들을 중심으로 대책 위원회가 발족하였다고 합니다.
3N이라 불리는 3대 기업 외에도, 퍼블리싱 업체까지 30개가 넘는 기업이 가입한 대형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겠죠. 중국 시장은 한국 게임업계에는 중요한 시장일 테니.”
“문제는 그 기업 목록에 정작 당사자인 PTW가 없다는 겁니다.”
“그렇습니까?”
의외라는 표정으로 묻는 대통령에게, 보좌관이 말했다.
“당연히 발족 전부터 요청은 계속 넣었다고 하는데, PTW측에서 거절했다고 합니다.
‘어차피 중국에서 장사 안 하니 그쪽에서 세울 대책 같은 건 관심 없다.’라고 하면서요.”
“하지만 그쪽에서 원하는 건 PTW의 협력 아닙니까?”
“협력할 생각이 없다고 우회적으로 밝힌 거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현명하지는 않은 처사군요. 만약 협력할 생각이 없다 하더라도, 그런 경우엔 내부에 들어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게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PTW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대책 위원회’에서는 어떤 대응을 할 생각이라고 합니까?”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 참가사들과 커넥션이 있는 의원들에게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국회 내의 친중국파 의원들에게도 접촉 중입니다.
아무래도 세력을 구성해서 국회를 이용해 PTW를 압박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국회라···. 예전에 PTW가 국회 청문회에 한 번 불려간 적이 있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전설’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청문회였죠.”
“그래요?”
“게임회사 임원이란 사람이, 국회에 나와서 국회의원들을 바보로 만들었으니까요.
대놓고 ‘너희들이 만든 법을 철저하게 따른다는데 왜 법 지키려는 사람을 괴롭히냐?’라고 항변하면서 요청하지도 않은 워크 패스트에 셧다운을 적용하겠다고 난리를 피웠습니다.
그래서 당시 입법되었던 셧다운제가 전면 철회되었고요.”
“다시 청문회가 열릴 확률은?”
“아마 확정일 겁니다. 이건 셧다운제와는 다르게 국가 경제 전체에 영향을 끼칠만한 사항이니까요.”
“누가 승리하겠습니까? 미국과 PTW? 아니면 중국과 국내 게임사들?”
대통령이 묻자, 보좌관과 장관들이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그리고는 각자 자신의 의견을 대통령 앞에 내어놓았다.
“지금은 중국에서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지만, 오래가지는 않을 겁니다.
말 그대로 ‘명분’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국내 게임 업체들도, 그것을 잘 압니다. 이번 사태에서 PTW가 비난받을만한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표면적으로, 그들은 단순히 게임기를 만들었을 뿐이고, 그걸 가져가서 전쟁 병기로 개조한 것은 미국의 DARPA입니다.
실제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젠 확인할 방법조차 없죠.”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는 뭡니까?”
“미국 국방부에서 PTW가 보유한 STC와 워 다이버의 데이터에 대해 해당 데이터가 공식적으로 미 국방부의 보호를 받는 일급 기밀로 취급받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물론 한국 내에 있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한국 기업의 데이터이긴 하지만, 해당 데이터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다면 미국과의 외교 충돌을 감수해야 하겠죠.
그건 솔직히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고요.
그러니까 이제부터, 결과적으로 PTW는 ‘언터쳐블(Untouchable)’한 기업이 된 셈입니다.
누구도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그들의 데이터를 들춰볼 수 없게 된 거죠.”
“하려면 못할 것까진 없지 않습니까?”
“미국의 분노를 감당할 자신이 있으면 가능하겠지요.”
그렇게 말하며, 보좌관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마도 그런 존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겠지만···.”
그러자 이상식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보고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국의 기업이,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미국 정부의 힘을 빌려 자신을 보호하는 상황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군요.
이건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입니다.”
“아뇨,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그때, ‘외교부 장관’이라는, 이번 사태에 가장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회의를 지켜보기만 하고 있던 인물이 입을 열었다.
김준영.
이전에 이상혁과 만나 방위 분담금 인상과 관련해 협상을 벌였던 그는, 이번 사태를 조금 다르게 보고 있었다.
“미 정부가 발표한 보호 조치는 어디까지나 보여 주기용입니다.
그들도 타국의 기업에 대해 그들이 그런 발표를 할 권한이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죠.
그런데도 그들이 그런 말도 안 되는 발표를 한 이유는, 아마도 PTW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PTW? 어째서?”
이상식의 질문에 준영이 자신이 생각을 밝혔다.
“PTW는 게임회사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온통 게임에 관한 것들뿐이죠.
거기엔 애국심도, 인종이나 국가에 대한 개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들은 게임을 만들고 싶을 뿐인 거죠. 적어도 제가 파악한 PTW라는 회사는 그런 회사였습니다.
돈도, 권력도, 아무것도 원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는 회사 말입니다.”
“그게 이번 발표와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콘솔 셧다운제 발표가 있었던 때를 떠올려보시죠.
그때 대한민국 정부는 PTW를 건드렸고, 그들은 말 그대로 국회를 박살냈습니다.
그들에겐 그럴만한 힘도 있었고, 그럴만한 명분도 있었으니까요.
반대로 그들은 중국에서 자신들의 사업을 펼치지 않고 있죠.
아마 그것은 그쪽이 명분이나 논리보다는 힘이 통하는 시장이기 때문일 겁니다.
사업 형태를 보아도 마찬가지죠.
그들은 MS와 SANY라는 양대 콘솔 업체를 가지고 놀면서, 가운데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끊임없이 얻어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미국의 헤지펀드 집단을 해체하고, 페이트 북을 무릎 꿇렸죠.
그 모든 사례를 보았을 때, 그들이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매우 명확합니다.”
“날 건드리지 마라?”
“정확합니다. 그리고 그건 미 정부를 대하는 PTW의 태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아마도 미 국방부에서 안보를 이유로 PTW에 관련 데이터를 요청하면, PTW에서는 이렇게 말하겠죠.
‘자신들은 대한민국 기업이니 미국 법을 따를 필요가 없다.’
반대로 국내 사법부나 행정부에서 PTW에 데이터를 요청하면 이렇게 말할 겁니다.
‘우리 서버를 보고 싶으면 미 국방부에서 허락을 받고 와라.’
물론 미 국방부에서 자국 안보에 가장 핵심적인 데이터가 담겨있는 서버를 타국에서 볼 수 있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 말 그대로 손댈 수 없는 회사가 되었다고 봐야죠.”
“그렇게까지 해서 뭘 원하고 있길래?”
“자신들을 방해하지 못하게 하려는 겁니다.
실제로 그렇죠. 중국에서의 판호 발급 중지와 관련해서, 대한민국 게임 업체들은 바로 뭉쳐 대응 단체를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자본과 인맥을 사용해서 국회에 영향력을 끼치려 하고 있고요.
이대로 일이 흘러갔다면, PTW는 다시 한번 국회 청문회에 불려갔을겁니다.
그리고 그 청문회의 쟁점은, 단 하나가 되겠죠.
‘워 다이버를 개발한 것이, PTW인가, 아니면 미 정부의 공식 발표대로 DARPA가 대부분을 만든 것인가.
그것을 확인하려면 관련 데이터를 확인해봐야 합니다. 국회는 그럴 권한이 있죠. 하지만 지금은···.”
“그 데이터들이 미 정부의 보호를 받는다?”
“반대로 미국 국회에서 비숫한 청문회가 벌어졌을 때, PTW는 자신들이 한국 기업이라는 이유를 들어 데이터 제공을 거절할 겁니다.
그리고 미 국회가 미 국방부를 거슬러 강제로 그 데이터들을 소환하지는 못하겠죠.
이건 완벽한 체크메이트입니다. 적어도 법리적인 부분에서는, 그들이 만든 철옹성이 완벽하게 보호받을 수 있게 된 거죠.”
“PTW가, 그 모든 것을 의도하고 움직였다는 말입니까?”
“아뇨, 그런건 아닐 겁니다. 단지 그들의 움직임이, 상황을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도록 한 거죠.
그들이 한 행동은, 단순히 미 정부에서 그런 무리수를 둘 만큼 말도 안 되는 성능으로 워 다이버를 완성한 것뿐입니다.
그들은 그런 식으로 일하죠.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물건을 만들어서 주변의 기업들이나 정부가 알아서 움직이게 만드는 것.
그것이 PTW가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그 말은, 결국 중국에서 어떤 압박을 하더라도 대한민국 정부에서 대응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까?
미국이 지키고 있으니, 그냥 손 놓고 지켜보고 있으라고요?”
“그건 아닙니다. 말 그대로, 지금 PTW와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은 워 다이버의 개발을 DARPA가 전적으로 이끌었다는 겁니다.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그들은 그렇게 주장하고 있죠.
그러니 PTW의 참여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과도한 제재는, 당연히 명분이 없는 행위가 됩니다.
외교부에서는 그것을 바탕으로 국제 소송을 제기하고 중국 정부에 항의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동안은, 미 정부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최대한을 얻어낼 생각이고요.
어쩌면 이것은 저희 정부에게 커다란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워 다이버를 위해서라면 간이든 쓸개든 다 떼줄 의향이 있는 상태니까요.”
“대 중국 교역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미국과의 협상으로 풀어나간다?”
“바로 그겁니다.”
“좋습니다. 외교적인 측면에서는 그렇게 진행한다 하더라도, 게임업계의 손실을 보상하는 것을 쉽지 않을 겁니다.
현재도 중국 시장에서, 1년에 수조 원씩 버는 회사들이 있으니까.
그 게임들의 중국 내 영업이 중단된다면, 그건 국내 게임업계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죠.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겁니까?”
“실제로 그런 이유로 중국 정부가 기존에 서비스 중인 게임의 운영을 중단시키지는 않을 겁니다.
그들도 이 사태의 잘못이 전적으로 PTW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요.
지금의 압력은 단순히 제스쳐일 뿐입니다.
중국 정부의 힘으로 PTW에 제재를 가하는 게 불가능하니, 한국 정부와 대한민국 게임업계에서 PTW를 알아서 말리라는 거죠.”
“정부가 이번 사태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남은 건 게임 업계 뿐이군요.”
“사실 그들도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사정을 봐달라 고 호소하는 것 외에는, 딱히 쓸 수 있는 카드가 없으니까요.
그러니 다른 대응 수단을 쓰겠죠.”
“다른 수단이라면?”
“여론전입니다.”
김준영 장관이 말했다.
“PTW의 독단적인 행동 때문에 국내 게임 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모든 잘못은 PTW에게 있으니 그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게 여론전을 펼쳐 PTW의 평판을 떨어트리려 하겠죠.
정부도, 돈도, 권력도 신경 쓰지 않는 PTW지만, 게이머들 사이에서의 평판은 그들도 신경 쓸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게임 업체들에 승산이 있겠습니까?”
대통령의 질문을 들은 준영은 쓴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지난 번 상혁과의 미팅 이후로, PTW라는 회사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그는,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굴러갈지 눈에 뻔히 보였기 때문에.
그는 대통령을 향해 확신이 담긴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절대 못 이깁니다. 여론전은 그들의 장기중의 장기죠.
아마도 게임 업체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팬덤이 있으니 그걸 다 모아서 PTW에 대한 비난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한국에서의 콘솔 시장은 작으니, PTW의 팬덤 규모도 게임 업체 연합에 비해 작을 테고, 그럼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겠죠.
자신들이 사랑하는 게임이 다른 게임회사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을 게이머들이 좋아하지 않을 거로 생각할 테니까요.
하지만 무슨 수를 쓰던, 결과는 PTW의 승리로 끝날 겁니다.”
***
준영의 말대로,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모인 게임 업체 대표들은 PTW를 설득하는 데 실패하자 여론전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막대한 돈을 들여서 기자들을 포섭하고, 대신 비난을 퍼부을 국회의원들을 모으기도 하면서.
그리고 그런 그들의 움직임을, 상혁은 이미 읽어낸 상태였다.
자신과 친한 기자들 몇 명에게서, PTW에 대한 비난 기사에 대한 의뢰가 들어왔다고 연락을 받았기 때문에.
기사의 내용은 꽤 자극적이었지만 상혁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옆에서 미리 받아본 기사의 내용을 읽은 현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혁은 태연한 목소리로 그녀를 향해 말했다.
“뭐, 사실 PTW라는 회사가 유일하게 소중하게 생각하는 존재가 게이머라는 건 그리 큰 비밀이 아니니까요.
저쪽에서도 요청이 거절된 이상 여론전을 통해서 타격을 주는 게 최적이라고 생각했겠죠.
어찌 됐건 그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전혀 없는 ‘선량한’ 회사들이고, 우리는 이 난장판을 끌어낸 ‘악당’처럼 보일 테니까.
게다가 중국 정부에서도 아마 시기를 맞춰 저희에 대한 여론전을 실시할 테고요.
올라오는 기사마다, 중국에 호의적인 수많은 댓글러들이 악의적인 비난을 댓글로 달겠죠.
마치 그게 국민 전체의 여론인 것처럼.”
“그럼 안 좋은 거 아냐? 우리가 힘들게 쌓은 이미지가, 한 번에 무너질 수도 있는 거잖아?”
“뭐,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하면 그렇게 되겠죠.
하지만 이번 건과 관련해선, 저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예요.
실제로 한국의 게임 업체들이, 자신들과 전혀 무관한 이번 일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된 건 사실이니까.”
“대응하지 않겠다고?”
“예.”
“상혁이 너답지 않은데?”
“공식적으로 저희의 입장은, 이번 일과 PTW는 관련이 없다는 거죠.
그러니 그걸로 인해 생기는 비난에 대해서 일일이 반응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애당초 우리가 일일이 그런 비난에 대해 해명해야 할 이유도 없고요.”
“그럼 계속 침묵하려고?”
현주의 질문에 상혁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침묵하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말한 건 ‘이번 건과 관련된’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니까요.”
“무슨 뜻이야?”
“비난에 대해 변명하고, 해명하고, 설명하는 건 하수의 방법이라는 거죠.
예전에 헤지펀드와 붙었을 때, SEC에서 걸은 딥 다이버의 판매 중지 신청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했었죠?
그 발표로 인해서, MS의 주가가 내려가려고 했을 때.
그때 우리가 해당 처분의 부당함에 대해 호소했었나요?”
“아니. 그 발표가 있던 날과 같은 날, MYOM의 딥 다이버 지원에 대해 발표했지.”
“주가는 어떻게 되었죠?”
“폭등했고.”
“바로 그거에요. 결국 게임회사는, 게임으로 말해야죠.
뭐가 부당하고 뭐가 잘못됐고, 우린 관련이 없는데 억울하다 하고 구구절절이 설명하는 것보단, 그냥 그 모든 비난을 덮어버릴 만한 멋진 게임에 대해 발표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그 모든 비난을 덮어버릴 만한 멋진 게임이라···.”
상혁의 말을 들은 현주의 머릿속에, 현재 PTW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바로 떠올랐다.
“프로젝트 히어로구나?”
“예. 이제 공개할 때가 된 거 같습니다.”
중국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게임 업체들의 연합.
그곳에서 PTW에 걸어온 ‘여론전’이란 싸움에 대항하기 위한 카드로, 상혁은 반박이나 해명 대신, PTW가 진행하고 있는 가장 매력적인 프로젝트의 공개를 선택했다.
발표하는 순간 그 모든 뉴스를 덮어버리고, 게이머들의 가슴을 기대감으로 가득 채울만한 게임의 발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