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333화 (334/485)

333. 인간 VS AI

이번 훈련에서 방어팀에 소속되어 네이비실팀을 추적 중인 일반병 로널드 스피어스는, 워 다이버의 AI가 홀로그램으로 보여주는 평면도를 보며 적들의 예상 움직임을 확인했다.

거기엔 7명이 남아있는 1팀과 4명이 남아있는 2팀이 재집결하려고 하는 예상 포인트에 대한 정보가 나와 있었다.

그리고 스피어스는, 평소엔 워 다이버가 보여주는 정보를 100% 신뢰하였지만, 이번 정보에 대해서는 약간의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이 노리는 것이 반격이든 일 점 돌파이든 간에, 예상된 재집결 지역의 위치가 매우 부자연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벅, 네가 보고 있는 화면에서도 네이비실이 44번 구역으로 이동한다고 나오나?”

스피어스가 묻자 동료의 목소리가 헤드셋에서 흘러나왔다.

-그런데?-

“그렇다면 그건 좀 이상하지 않아? 44번 구역은 반 노출된 공간인 데다 2층 난간에서 사격할 수 있다고.

적들도 그걸 알 텐데 왜 그렇게 개방된 장소로 가는 거지? 게다가 그 자리에서는 VX로켓이 있는 지역까지 바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현재 위치에서 가까워서 그런 거 아냐?-

“1팀의 현재 예상 위치에서도 멀고, 2팀의 현재 예상 위치에서도 먼 지점이야. 거기엔 아무것도 없다고?

게다가 실 팀의 직전까지 행동을 생각해보면 더 이상하지.

마치 뭔가를 찾으려는 것처럼 인원을 흩뿌려서 여러 섹션을 탐색하고 있었으니까.”

-그럼 자네 말은 실 팀이 찾고 있는 것이 44번 구역에 있다는 말인가? 거기 뭐가 있다고?-

무전을 듣고 잠시 고민하던 스피어스가 말했다.

“없어. 거긴 버려진 의무실이니까.

안에 아무것도 없는 빈 병이나 철제 캐비닛 같은 거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곳이야.”

그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던 바로 그 시각, 44번 구역인 ‘의무실’에 도착한 존 코너는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물건을 보고 씩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

“좋아. 정확히 내가 찾던 물건이군.”

그러자 2팀에서 살아남은 인원을 데리고 간신히 합류한 오코너가 물었다.

“대위님, 이게 먹힐까요?”

“우리가 정말로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가능하겠지.”

“잘못하면 개죽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 지역은 방어하기에 너무나 불리한 지역이고요.

아무리 작전을 위해서라지만, 잘못하면 여기서 대위님 빼고 나머지 요원들이 전멸할 수도 있습니다.”

“적절하게 살아남은 네이비실 대원 한 명은 적 전체를 무너트릴 수도 있는 힘이 되는 법이지.

그리고 이쪽에서도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수해야 저쪽에서도 의심하지 않을 테고.

아니면, 다른 더 좋은 방법이라도 있나?”

오코너가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그럼 해 보자고.”

그들은 사전에 계획한 대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들을 추적해올 적들이, 그들의 ‘작전’에 대해 알아차리기 전에.

***

-타타타타타탕!-

“젠장, 폴리가 당했다!”

“저 미친 자식들은 대체 어디서 총을 쏘는 거야?”

“젠장, 마일즈 장비가 아니라 실탄이었으면 궤적이라도 보였을 텐데!”

“미쳤냐?! 이게 실탄이었으면 우린 전부 뒈졌어!”

기본적으로 이번 훈련에 사용된 마일즈 장비는, 공포탄을 쏘는 것으로 실탄을 대체하게 되어있었다.

물론 단순히 탄두가 없는 공포탄을 발사하는 것만으로는 연사에 필요한 가스압을 조달할 수 없기에, 훈련에는 총구의 입구를 막는 어댑터를 설치해 실총과 유사하게 공포탄을 가지고서도 자동으로 재장전이 가능하도록 조치한다.

그러나 그런 방식의 문제는, 실제 탄이 나가는 것이 아니므로 탄의 궤적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게 마일즈 장비를 이용한 훈련이 아니라 실전이었다면, 훈련을 위한 ‘사망처리’가 아니라 아예 사망하게 되었을 테니 실탄을 사용할 순 없었지만,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네이비실 대원이 탄의 궤적이라도 보고 싶다고 투덜댈 정도로, 방어팀의 사격 위치는 매우 절묘하게 잡혀 있었다.

‘훈련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진짜 게임 같단 말이지.’

동료 한명이 쓰러지자마자 다시 사각으로 이동하는 적 병사들을 보면서, 스피어스 상병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 그의 앞에는, 홀로그램으로 이동한 적 병사들의 위치와 해당 병사들을 사격하기 위한 적절한 장소로 가는 길이 마치 게임 UI처럼 펼쳐져 있었다.

그것은 적이 보이지도 않는 대치 상황에서 적이 고개를 내밀기를 기다려 사격을 펼치는 일반적인 교전 방식이 아니라, 적이 숨을 고르는 동안 그 적의 사각을 노릴 수 있도록 AI가 모든 가이드를 지시하는 새로운 교전 방식이었다.

적은 나의 위치를 모르고, 나는 적의 위치와 최적의 사격 포지션을 알 수 있도록 돕는 치트 같은 물건.

그것이 워 다이버가 만드는 ‘교전 상황’의 특징이었다.

“젠장! 맞았습니다!”

“헨리가 당했습니다!”

어깨에 찬 견장에 붉은 불이 들어온 네이비실 대원이 힘없이 총기를 내려놓았다.

그의 어깨에 달린 견장에 빛나고 있는 붉은 빛은, 그가 사망에 준하는 데미지를 받았다는 표시였기 때문에.

물론 훈련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로 사람이 죽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붉은 빛의 의미는 ‘이것이 실전이었다면 넌 죽었을 것이다.’라는 의미였기에, 훈련 상황이라 하더라도 피격자가 받는 심리적 데미지는 상당한 것이었다.

게다가 그 대상이 훈련 상황에서도 좀처럼 사망하는 일이 없는 네이비실의 베테랑 요원이라면, 그가 받을 심리적 데미지는 더 크게 마련이었고.

원래 훈련 규정상 본인이 사망했다는 것을 확인한 병사는 그 시점에서 아무 말도 해서는 안 됐지만, 헨리 존스는 조용히 바닥에 엎드리며 자신이 죽기 직전 잠깐 보였던 위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곳은 방어팀 소속의 일반 병사가 헨리를 죽이기 위해 자신의 위치를 노출한 유일한 장소였다.

-타타타탕!-

“젠장!”

핸리의 손가락이 향하는 방향을 보자마자 거의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해당 위치를 향해 가해진 사격에, 방어측 병사 한 명의 견장에도 붉은 불이 들어왔다.

그러나 총에 맞은 방어측 병사는, 네이비실 소속 대원의 반응과는 다르게 꽤나 무덤덤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워 다이버를 벗지도 않고 그대로 총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자천장을 향해 편안한 자세로 누웠다.

그리고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켜고 작전 개시 전까지 자신이 보고 있던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다.

“저거, 진지하게 훈련하는 거 맞나?”

상황실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도람푸 대통령이 묻자, 옆에서 빈 잔에 콜라를 채우던 아놀드가 답했다.

“놀랍게도 그렇습니다.”

“실전이라면 본인이 죽었을 거라는 사실을 아는데도?”

“죽음은 저들에게 이제는 생소한 개념이 아니니까요. 대통령 각하.

저들은 1달이란 기간에 100번의 실전 전투를 겪었습니다.

그동안 수십 번의 죽음과 총상이 주는 고통을 체험했죠.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가상훈련 환경에서요.

그렇게 작전의 승리를 목적으로 한 훈련을 반복해서 수행하면서, 그들은 가장 효율적인 전투 방식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게 뭐지?”

“때로는 적을 확실하게 죽이기 위해 자신을 위험에 노출하는 도박도 필요하다는 거죠.

저 위치로 이동하기 전에, 그는 이미 워 다이버를 통해 그 자리가 적의 사격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도와 자신이 총에 맞아 사망할 확률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전달받았을 겁니다.

그리고 그는 그 정보를 받아 승산을 계산하고, 승부에 나선 거죠.”

“그걸 실전에서도 그들이 똑같이 할 수 있을 거라는 건가?”

“저는 그럴 거로 생각합니다. 실전 수준의, 아니 실전과 완전히 같은 가상 환경에서 수없이 죽음을 반복해서 경험한 병사의 심리는, 일반적인 병사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으니까요.

그들은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실 팀이 퇴각하는군요.”

그때, 스크린을 보고 있던 상혁이 말했다.

그리고 화면 속에 보이는 네이비 실 대원들이 상혁의 말대로 엄호사격을 가하며 천천히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방어측 병사들은, 그런 네이비실 대원들을 즉각적으로 추격하지 않고 가만히 그들이 퇴각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왜 추격하지 않지?”

“기본적으로 추격이라는 것은 상대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리스크를 감수하고 하는 행위니까요.

워 다이버를 사용하면 딱히 후퇴하는 상대를 즉시 추적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차피 완벽에 가깝게 상대의 예상 경로를 파악해주기 때문이죠.

안전한 엄폐 위치에서 벗어나 적의 사격 범위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상대의 이동 경로나 집결지에서 안전한 위치를 선점하고 공격하는 게 성공률이 높다고 판단한 겁니다.”

워 다이버의 AI를 설계한 상혁이 말하자, 아놀드도 상혁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굳이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는 없겠죠.”

“엄청나게 기계적인 말투군.”

“실제로 기계니까요. 워 다이버의 AI에 감성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지 확률과 정보, 그리고 합리적 판단만이 존재하죠.

하지만 전 그 안에 감성도 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감성을? 전쟁 병기에?”

도람푸가 묻자 상혁이 말했다.

“단순한 논리 기반 인공지능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일반적으로 병사들이란 장기판 위의 말처럼 취급되는 경향이 있죠.

그리고 장기판의 말들은, 언제나 자신이 가진 능력만큼의 일만 할 수 있습니다.

룩(Rook)은 대각선으로 움직일 수 없고, 비숍(Bishop)은 직선으로 움직일 수 없죠.

퀸(Queen)은 직선과 대각선으로 움직일 수 있지만, 나이트(Knight)처럼은 움직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다르죠. 원래는 룩처럼 움직이던 사람이, 다른 동료와 함께라면 비숍처럼 움직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원래는 퀸처럼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소중한 동료의 죽음 앞에서 폰(Pawn)보다도 못한 능력을 보여주기도 하죠.

그런 인간적인 감성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컴퓨터가 계산하기 힘든 요소들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인간 다운 요소’가, 바로 컴퓨터를 인간이 이길 수 있게 만드는 가장 핵심적인 열쇠이기도 하고요.”

상혁이 말하는 사이, 방어측 병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음 위치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이 완전히 이동한 후에야, 사망한 네이비실 대원들과 방어측 병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대기실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상혁이 씩 웃으며 마이크의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는 조금 전 네이비실 병사의 총에 맞아 사망한 병사의 워 다이버에 통신을 연결했다.

“저기요?”

-예?!어?-

“당황하지 마십쇼. 여긴 펜타곤에 있는 상황실입니다.

저는 워 다이버의 개발에 참여한 기획자 이상혁이라고 합니다.

혹시 이름을 알려주시겠습니까?”

-로버트 싱크입니다.-

“좋아요. 로버트. 혹시 워 다이버를 CCTV 모드로 전환하는 방법을 알고 계시나요?”

-훈련 때 배웠습니다만 왜 그러시죠?-

“그럼 지금 착용하신 워 다이버의 모드를 CCTV모드로 전환하신 후에 제가 지정한 각도를 볼 수 있도록 바닥에 놓고 복귀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유는 묻지 마시고요. 주변에도 아무말 하지 마시고.”

-알겠습니다.-

그가 상혁의 지시를 따르자, 상혁은 마이크로 세부적인 방향을 설명하며 원하는 각도를 맞췄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올리버의 노트북으로 이동해 원격 제어 프로그램을 작동시켰다.

“상혁 씨? 지금 뭐하시려는 겁니까?”

“기본적으로 워 다이버가 습득한 정보는 AI가 종합해서 나머지 멤버들에게 알려주니까요.

그 기능을 차단하는 겁니다.

지금 바닥에 놓은 워 다이버에서 수집되는 정보를, 방어팀 대원들이 볼 수 없도록.

그럼 앞으로 보게 될 장면은 오직 이 상황실에서만 볼 수 있게 되죠.”

그렇게 말한 상혁은 조작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와 팝콘 봉지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팝콘을 씹으며 뭔가의 변화가 생기기를 기대감 넘치는 표정으로 기다리며 말했다.

“아까 말했듯, 워 다이버의 AI는 인간이 남기는 대부분의 흔적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능은 잘 훈련받은 군용견에 필적할 정도로 예민하고 섬세하죠.

그말은 즉, 인간의 오감으로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많은 정보를, 워 다이버가 전달해준다는 뜻입니다.”

“그거랑 지금의 카메라 설치와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도람푸가 질문하자, 상혁이 말했다.

여전히 시선은 화면을 통해 보이는 의무실 내부에 고정한 상태로.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죠. 그리고 그런 복합적 정보는 사람을 홀리게 만드는 법입니다.

너무 뛰어나기 때문에, 자기 생각이나 판단을 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죠.

‘워 다이버는 완벽해.’

‘워 다이버가 알려주는 대로만 따라가면 이길 수 있어.’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물론 대부분의 상황이라면 워 다이버의 AI의 지시를 따라서 100%에 가깝게 승리할 수 있겠지만, 유일하게 예외가 발생할 수 있는 때도 있습니다.”

“예외요?”

“예. 그건 바로···.”

그때,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어야 할 화면 속 의무실에서, 아주 작은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상황실 내부의 사람들은 일제히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반쯤 녹슨 금속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한 남자가 철제 캐비닛 안에서 걸어 나왔기 때문에.

존 코너.

한사람이라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네이비실의 최정예요원이자 이번 작전의 지휘관인 그가 캐비닛 안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언제 저기 숨은 거지?!”

놀란 목소리로 말하는 도람푸의 목소리를 들으며, 상혁이 말했다.

“아마도 전투가 시작되기 전부터 숨어 있었을 겁니다.

숨는 과정에서, 캐비닛이 1밀리라도 움직이지 않도록 나머지 대원들이 캐비닛을 단단히 고정했겠죠.

그리고 안에 들어가서 기다린 겁니다.

적들이 도착해서 동료들과 전투를 벌이기를, 그리고 동료들이 피해를 감수하고 후퇴하여 적들을 유인하기를.

사방에서 울리는 총소리와 죽어가는 동료들의 고함을 들으며 숨을 죽인 채 안에서 때를 기다렸겠죠.”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적들이 감시하는 라인의 뒤쪽으로 이동하기 위해섭니다.

딥 다이버는 적들이 남긴 흔적을 추적해주긴 하지만 추적 개시 시점에서 현장에서 이동하는 적들의 흔적만을 추적하지, 애당초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은’ 적을 파악하진 못하죠.

방어 팀이 도착해서 전투를 개시한 시점에서, 이미 존 코너 대위는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이 되어있었으니까요.

똑똑한 사람이네요.”

화면 속의 존 코너는 캐비닛에서 걸어 나와 조용히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발치에, 자신의 부하들이 격렬한 교전 과정에서 발사한 공포탄의 탄피들이 부딪혔다.

그는 조용히 허리를 숙여 탄피 하나를 집어 들고는, 주먹을 꽉 쥐고 그 탄피를 안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마치 뭔가의 각오라도 하는 것처럼.

그리고는 빠르게 목표한 지점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충전 중인 워 다이버가 놓여있는, ‘72번 구역’을 향해서.

그때, 화면 밖으로 사라지려는 존 코너를 보던 도람푸가 상혁에게 물었다.

“지금 어디로 가는 거지?”

“저 위치라면 아마도 72번 구역일 겁니다.

아마도 충전 중인 워 다이버를 입수하기 위해서겠죠.

안타깝게도 그가 그토록 원하는 워 다이버가 근처에 있지만, 그는 그 사실을 모르니까요.”

“그럼 적의 손에 워 다이버가 넘어가는 상황이 되는 겁니까?

만약 남은 네이비실 병력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수의 워 다이버를 그가 확보해서 동료들에게 나눠준다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기본적으로 워 다이버는 무조건 네트워크가 연결된 상황에서만 돌아갑니다.

그리고 착용한 인원수도 모니터링되고 있고, 언제든지 원격으로 기능 차단을 수행할 수도 있죠.

게다가 망막 스캔을 통해서 개인 인증을 통과하지 않으면, 워 다이버를 사용할 수 없게 막혀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전 그 기능은 상혁 씨의 의견에 따라 모두 끄지 않았나요?

그럼 분명 존 코너 대위가 워 다이버를 사용해서 반격을 가하려고 할 텐데요?”

“그건 불가능합니다.”

확신에 가득 찬 상혁의 발언에 도람푸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같은 장비를 차고 있다면, 네이비실 측이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될 텐데도, 상혁이 어째서 저렇게 자신감 넘치게 말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러나 상혁은 그런 도람푸의 표정을 무시한 채로 태연하게 노트북을 조작하며 말했다.

“보시면 알게 되겠죠.”

그러자 스크린이 72번 구역에서 충전 중인 워 다이버의 시야로 변경되었다.

***

“이건가? 그 괴물이?”

15명이 추격조를 편성하여 네이비실 대원들을 상대하면서도, 방어팀은 VX로켓을 방어하기 위한 5명의 인력을 남겨 놓았다.

그런 이유로, 만약 존 코너가 적의 포위망을 뚫고 VX 로켓의 해체를 시도하려 했다면 그는 100% 사살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임무의 최종 목표인 VX 로켓의 해체를 시도하는 대신 충전 중인 워 다이버의 회수를 시도했고, 그곳엔 아무런 경비병도 없었기 때문에 그 목표를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72번 구역에서, 존 코너는 자신과 자신의 부하들을 악몽처럼 괴롭혔던 ‘그 장비’를 마주할 수 있었다.

‘대체 어떤 장비이길래 일반 병사들이 네이비실 요원들을 그토록 위협적으로 압박할 수 있었던 거지?’

이번 훈련에서 너무나도 허무하게 죽어간 병사들의 이름을 떠올리며, 존 코너는 떨리는 손으로 워 다이버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머리에 뒤집어썼다.

[반갑습니다. 신규 사용자님.

미 군용 특수 통합 지원 장비,

‘워 다이버’의 새 사용자가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

네온 빛으로 빛나는 홀로그램 UI와 함께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들은 존 코너는, 자신이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료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 엄청나게 복잡한 장비를 입수하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정작 자신은 이 장비의 사용법을 모른다는 사실을.

그것은 그에게 또 다른 절망을 안겨 주었다.

“뭐야, 버튼도 전원 버튼 하나밖에 없는 것 같은데, 대체 어떻게 쓰는 거지?”

그때, 존 코너의 목소리에 반응한 워 다이버의 AI가 존 코너의 질문에 답했다.

[사용자께서는 본 장비에 대한 사전 교육을 받지 못하셨습니까?]

“어?어어? 어. 그렇다.”

[그렇다면 간단한 튜토리얼을 통해 워 다이버의 사용 방법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기본 설정은 워 다이버의 조작 방식에 대한 설명입니다만, 혹시 다른 기능에 대한 설명을 먼저 듣고 싶으십니까?]

‘어떻게 진짜 나한테 지금 딱 필요한 기능을 정확하게 물어오는 거지?’

속으로 감탄하며, 존 코너는 급하게 AI의 질문에 답했다.

[기본 조작 말고, 혹시 현재 방어측 병사들이 보고 있는 추적용 시야를 보여줄 수 있나?]

[해당 기능은 내부에 있는 현장 정보와 변화한 현장의 정보를 비교하여 보여드리는 비쥬얼 컴페어(Visual Compare) 기능 및 현장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특이 사항을 스캔하는 스캔 트레이스(Scan Trace), 여러 워 다이버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적들의 예상 위치를 출력하는 비전 맵핑(Vision Mapping)기능으로 구성됩니다.

어느 기능을 먼저 기동시키시겠습니까?]

존 코너는 어이가 없었다.

단순히 기능에 대한 설명을 들은 것만으로도, 상대가 얼마나 유리한 상황에서 자신들을 상대한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그것은 거의 치트에 가까운 기능이라 할 수 있었다.

“비쥬얼 컴페어부터 보여줘.”

[라져. 비쥬얼 컴페어 모드를 기동합니다.]

순간 존 코너는 워 다이버의 충전이 덜되어 기기가 꺼진 것인가 하는 착각에 빠졌다.

무언가가 동작했다고 보기엔, 아무것도 변화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그러나 그런 그의 착각은, 그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그가 이 방을 향해 걸어오면서 건드린 모든 물건, 바닥에 찍힌 발자국, 슬쩍 건드린 전선까지 모두 붉은 홀로그램으로 마킹 되어있었기 때문에.

‘조심해서 움직인다고 한 건데도 이렇게 흔적이 많이 남았다고?’

물론 그것은 인간이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의 흔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예 원본 데이터와 현재 정보 자체를 비교하여 구분해버리는 워 다이버에게, 그 차이는 확연하게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총 45개의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해당 변화를 일으킨 대상의 가상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띄우시겠습니까?]

“그렇게 해줘.”

워 다이버는 존 코너의 지시를 따라 가상의 병사가 72번 구역 안으로 진입하며 이동한 경로를 홀로그램으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홀로그램은, 존 코너가 방 안에 들어와 한 모든 행동을 90% 이상 일치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존 코너는 가슴이 갑갑해지는 것을 느끼며 워 다이버에게 지시했다.

“비전 맵핑도 보여줘.”

[라져. 비전 맵핑 모드로 변환합니다.]

그러자 홀로그램으로 된 거대한 알카트라즈가 존 코너의 눈앞에 펼쳐졌다.

그 안에서 이동하고 있는 방어측 병사들의 위치와, 필사적으로 교전하며 후퇴하고 있는 자신의 동료들의 위치를 함께 출력하면서.

그것은 현재의 절망적인 상황을 더욱 뼈져리게 느끼게 해 주는 정보였다.

“X발 이런 걸 보면서 우리랑 싸우고 있으니 이기질 못하지.

이건 거의 사기잖아! 미친 거 아냐?”

결국 존의 입에서 욕이 터져 나오자, AI의 대답이 흘러나왔다.

[죄송합니다만, 사용자의 대화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너한테 한 말이 아니야. 이걸 가지고 1달 동안 훈련한 병사들을 우리보고 상대하라고 한 윗분들에게 한 말이지.

지금도 내 말을 듣고 있을 그분들 말이야.”

그러자 그의 귓가에 상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고 계셨습니까?-

“지금 눈치챘습니다.

이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성능을 가진 장비에, 적들의 손에 들어갔을 때를 고려한 기능이 없을 수가 없다는 사실을.”

그러자 상황실에서 그의 대화를 듣던 상혁이 마이크를 통해 존에게 말했다.

-맞습니다. 원래대로라면 당신이 워 다이버를 머리에 쓰더라도 워 다이버를 동작시키는 건 불가능했을 겁니다.

지금 존 코너 씨가 워 다이버를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제가 해당 장비의 잠금장치를 해제했기 때문이죠.-

“이유가 있습니까?”

-있습니다.-

상혁이 말했다.

-항복하세요.-

“네이비실은 항복하지 않습니다.”

-압니다. 하지만 당신이 제 제안을 거절한다면, 전 당장 워 다이버의 잠금을 다시 켤 겁니다.

아까 비전 맵핑 모드로 보셨다시피, 현재 방어팀에서는 5명을 VX로켓이 있는 지역에 배치하고 있죠.

그리고 사망한 1명을 제외한 14명이 당신의 부하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물론 그들은 능숙하게 후퇴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AI가 의도한 착각일 뿐입니다.

점점 선택지가 줄어가는 가운데, 결국 그들은 한곳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그곳은 전국에 생중계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네이비실 측에는 꽤 아픈 곳일 겁니다.-

“그곳이 어디···.”

말을 이어가려던 존 코너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이를 악물며 상혁에게 말했다.

“샤워실이군요.”

-더 락에서 알카트라즈로 진입한 특수부대가 전멸한 그곳에서, 똑같은 구도와 똑같은 상황으로 당신의 부하들이 전멸하게 될 겁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했습니까?”

-저희에겐 압도적인 승리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의도적으로 영화 속의 상황을 재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워 다이버의 성능을 의심하지 못하게 하는 좋은 퍼포먼스가 되겠죠.

단지 그것뿐입니다.-

“겨우 그런 이유를 위해서 미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네이비실에게 망신을 안겨주려 한다는 겁니까?”

-죄송하지만 전 한국인이거든요. 물론 영화속 네이비실은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당신들의 애국심은 저에게 큰 의미가 없죠.-

“그럼 그대로 진행하시지 왜 항복을 종용하시는 겁니까?”

-당신 때문입니다. 존 코너.-

상혁이 말했다.

-당신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재치있는 아이디어로 VX로켓이 아닌 워 다이버가 있는 72번 구역으로 진입했죠.

그리고 워 다이버의 AI는 그런 당신의 행동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허를 찔린 거죠.

그건 굉장히 인상 깊은 행동이었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네이비실의 근성이 엿보이는 판단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저는 네이비실이 무참하게 패배하는 결말 대신, 동료들의 목숨을 위해서 항복을 할 수 있는 선택지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자 존 코너가 굳은 의지를 담아 상혁에게 답했다.

“이런 상황까지 굳이 연출하셨다는 건, 이 상황을 만들어낸 당신이 영화 ‘더 락’의 열렬한 팬이시라는 뜻이겠죠?”

-맞습니다.-

“그럼 잘 아시겠네요. 절대 이길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조국을 위해 적진에 들어간 지휘관이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비록 영화 속의 일이지만 그들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렇게 할 거고요. 그러니.”

존 코너는 바닥에 침을 퉤 뱉으며 말했다.

“엿이나 까 잡수시죠.”

그러나 상혁은 그가 당연히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는 듯,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뭐, 그렇게 대답하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한 거기도 하고요. 하지만 존 코너 씨. 당신은 제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실 겁니다.-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아뇨. 당신은 이 항복 제안을 받아들이실 겁니다.

왜냐하면, 그 항복의 대가로, 제가 네이비실 측에 제공할 보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보상이요? 네이비실의 명예가 달린 일입니다. 그 어떤 보상도 우리의 명예를 대신할 수는!···”

“미군 전체를 통틀어서, 워 다이버를 가장 먼저 사용할 수 있는 부대가 네이비실이 될 수 있게 해드리죠.

델타포스도, 데브그루도, 72 레인저 연대도 아닙니다.

제 권한으로, 네이비실 측에 가장 먼저, 그것도 양산 전의 프로토타입을 인계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당장 지금의 명예는 약간 손상될지 몰라도, 전 군에 보급이 끝나기 전까진 네이비실이 미군 전체에서 가장 강한 특수부대가 될 수 있겠죠.

심지어 그 델타포스까지 누르고 말입니다.

그 정도면 충분한 보상이 되지 않을까요?”

너무나 황당한 제안에, 존 코너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어떤 제안을 해오든 간에 단박에 거절하려고 했지만, 그렇게 하기엔 자신이 방금 보았던 워 다이버가 보여준 성능이 너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기능의 극히 일부분만 보았는데도 완전 사기급의 장비였는데, 그걸 네이비실이 가장 먼저 쓰게 해준다고?’

자존심 때문에 거절하기엔 너무나 메리트가 큰 조건이었기에, 존 코너는 상혁에게 따지듯 물을 수밖에 없었다.

“당신은 스스로를 워 다이버의 개발자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개발자에 불과한 당신에게 워 다이버의 보급 순서를 결정한 권한이 있다는 겁니까?”

-아뇨. 당연히 없죠.-

“지금 저를 놀리시는···!”

-어머나! 그런데 옆에 마침 콜라를 마시고 계시는 미국 대통령이 앉아 계시네요?

그럼 한번 물어보도록 하죠.

도람푸 대통령 각하.

해당 권한을 가지고 계신 대통령으로서, 네이비실 대원들의 이번 작전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그리고 그들의 명예에 대한 대가로, 워 다이버의 우선 사용권을 네이비실에게 부여해 주시겠습니까?-

그러자 TV에서 익히 들었던, 미국 대통령의 목소리가 존 코너의 헤드셋에 울려 퍼졌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I do.)-

-그렇다네요.-

존 코너는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떨어트렸다.

그리고는 힘없는 말투로 상혁에게 부탁했다.

“제 병사들과 무전을 연결해주십시오.”

존 코너는 생각했다.

아마도 자신이 72번 구역에 와서, 워 다이버를 실제로 사용해보지 않았더라면, 일고의 가치도 없이 상혁의 제안을 거절했을 거라고.

그러나 상혁이란 인간은 고의적으로 자신이 워 다이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잠금장치를 해제했고, 해당 장비의 기능을 숨김없이 보여주었다.

그것이 가진 가치는, 전장을 누비는 병사에겐 목숨 수백 개분의 가치라 할 수 있었기에, 존 코너는 상혁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설사 그 대가가, 전 국민이 보고 있는 가운데 네이비실의 패배를 인정하는 결과가 되더라도.

상혁이 제안한 ‘워 다이버’의 우선 사용권.

그것은 네이비실의 자존심이라는 가치를 놓고서도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던, ‘거절하기엔 너무 큰 대가’였기 때문에.

그리고 그렇게, 그날의 라이브 중계는 네이비실의 자발적 항복으로 종료되었다.

그 행사를 지켜보고 있던 전 세계 정부 관계자들을 경악하게 만들며.

그러나 그날의 충격적인 라이브는, 이후 PTW가 일으킬 거대한 폭풍에 비하면 겨우 시작점에 불과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반 병사를 한 달 만에 특수부대원을 압도할 수 있는 전투 요원으로 훈련 시킬 수 있는 장비의 존재.

그것은 그 존재만으로도 전 세계에 위기감의 경종을 불러일으키는 물건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위기감을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인 나라는,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의 가장 큰 라이벌이자 세계 경제 2위의 대국.

그리고 한국의 바로 위에 붙어 있는 세계 인구 1위의 대국.

바로 중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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