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332화 (333/485)

332. 전장의 안개

“어제 브리핑에서 확인한 대로, 침투는 밤 1시를 기점으로 개시한다.

팀 구성은 내가 지휘를 맡은 1팀, 오코너가 지휘를 맡은 2팀으로 편성하고 1팀은 A-3 루트로 진입, 2팀은 D-2 루트로 진입한다.

전 미국이 지켜보는 훈련이라 다들 긴장하고 있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우리에게 아무 이점이 없는건 아니야.

충분한 휴식과 작전 검토를 거친 우리측과는 다르게, 저쪽은 이미 3일 전부터 방어 작전을 개시한 상태다.

우리가 언제 침투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말이지.

그러니까 그 말은, 상대의 피로가 지금쯤 정점에 이르렀을 거라는 말이다.

방어팀의 인원은 우리와 똑같이 20명 정도밖에 안 되고, 알카트라즈는 10명씩 교대로 지키기엔 지나치게 넓은 섬이지.

분명 무리해서 로테이션을 돌렸을 테니 지금쯤은 다들 산 송장이 되어있을 거야.

우린 그들이 방심하는 그 틈을 타서 적진에 침투할 것이고, 밤의 어둠이 우리를 숨겨주는 망토가 될 것이다.

우린 소리 없이 잠입하여 적을 제거하고, 그들이 왼쪽을 볼 때 오른쪽에서 접근하여 그들을 잠재울 것이다.

이번 작전에서, 실 대원 전원은 소음기를 장비하고 적진에 침투한다.

네이비실이 어째서 최강의 특수부대인지, 전 미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증명하자.”

비장한 각오로 말하는 존 코너의 얼굴을 스크린으로 지켜보면서, 콜라를 홀짝이던 도람푸가 물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비장미가 느껴지는군.”

“그들은 이번 작전에 진지한 태도로 임하고 있습니다.”

아놀드가 대통령의 질문에 답하자, 도람푸는 질문을 이어나갔다.

“이 모든 중계는 라이브로 나가는 중인가?”

“그렇습니다.”

“시청률은 얼마나 되지?”

“아직 작전 개시 전인데도 역대 정부 발표 사상 최고 시청률을 갱신 중입니다.

심지어 오버마 대통령 시절 빈 라덴 사살 발표 때보다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좋아. 그런데 혹시 진짜로 일반 병사팀이 허무하게 패배하면 어쩌지?

그 적은 인원으로 저 넓은 공간을 3일이나 감시하고 있었다면, 네이비실 대위의 말처럼 피로에 찌들어 있을 텐데?”

도람푸의 지적대로, 기본적으로 감시라는 행위 자체가 극심한 피로를 동반하는 행위라 할 수 있었다.

물론 단순히 특정 지역을 감시하는 것이라면 어느정도 긴장을 풀고 조이며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겠지만, 상대가 미국 최고의 특수부대이며, 그런 특수부대가 ‘언제 어디로’ 침투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감시행위는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존 코너 대위는 바로 그 점을 이번 침투 작전의 핵심 포인트로 잡고 있었다.

“물론 말씀하신 대로 일반적인 작전 상황에서 저런 식의 방어 작전을 수행하게 되면 3일이 아니라 2일만 지나도 대원들이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게 됩니다.

게다가 그렇게 피로의 누적을 감수하고 감시의 밀도를 높인다고 해도, 실제 감시 효율은 오히려 떨어지게 되죠.”

“감시의 밀도를 올리면 감시의 효율이 떨어진다?”

“그건 심리적 맹점 효과(Blind spot) 때문입니다.”

그 부분에 대한 대답은 아놀드가 아닌 상혁의 입에서 나왔다.

“혹시 대통령께서는 어릴 적 ‘왈도를 찾아라(Where's Waldo?)’라는 책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그 책을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책을 보면서 왈도를 찾으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왈도가 있는 위치를 처음 볼 때가 아닌 전체 이미지를 몇 번이나 반복적으로 훑어보고 나서야 왈도를 찾게 되죠.

이미 눈으로 훑어보고 지나간 자리에서, 몇 번의 수색을 더 거쳐야 왈도를 찾을 수 있는 겁니다.

실제로 사람의 뇌는 특정 부분의 차이점을 찾을 때 그 부분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 두 번째, 세 번째 검색 때는 그 위치를 일부러 무시하게 하죠.

‘아까 저 자리는 문제가 없었으니 지금도 문제가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겁니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결국엔 왈도를 찾긴 하지 않습니까?”

“책에 있는 인물 전체를 하나하나 짚어서 살펴보면 찾을 수야 있죠.

하지만 작전지역에서의 변화라는 것은, 왈도보다 훨씬 찾기 힘든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기억력엔 한계가 있고, 그 수많은 지역을 둘러보면서 지금 본 돌멩이가 원래 그 자리에 있던 돌멩이인지, 아니면 최근에 왼쪽으로 1센티 이동한 돌멩이인지 전부 기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니까요. 만약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전부 체크하는 건 엄청난 피로를 안겨주게 될 겁니다.

같은 지역을 수십 번씩 표시하면서 돌아보는 것은, 그만큼 인간의 정신을 깎아 먹는 행동이라는 거죠.”

상혁의 말을 들은 도람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상혁의 말은, 이번 작전에서 확실하게 실패해야 하는 네이비실의 침투 작전에도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그러나 상혁의 말을 듣고 있던 아놀드는 씩 웃으며 그런 대통령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적어도 이번 작전에 참여한 병사들에게, 그런 피로감의 누적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어째서지?”

“지역을 수색하는 작업을, 인간 병사가 아닌 워 다이버가 대신해주기 때문입니다.”

아놀드는 노트북으로 이동하여 작전지역을 보여주는 입체 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대기 중인 인원이 아닌, 이동하며 수색 활동 중인 인원을 보여주는 포인터를 클릭했다.

그러자 그 즉시 해당 병사가 보고 있는 워 다이버의 시야가 스크린에 출력되었다.

“이것이 워 다이버를 사용하여 작전지역을 감시하고 있는 병사의 시야입니다.

현재 저 병사는, 전혀 긴장하지 않은 상태로 해당 지역을 기계적으로 둘러보고 있죠.”

마치 산책이라도 하는 것처럼, 알카트라즈 내부를 설렁설렁 걸어 다니는 병사의 시야를 보면, 알 수 없는 편안함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지금 보시면 수색 지역에 아무 변화가 없으므로 워 다이버가 아무런 정보를 출력하고 있지 않지만, 저 시야 안에서 기계적으로 판단 가능한 조금의 변화만 있어도 워 다이버가 붉은색으로 해당 위치의 변화를 전달합니다.

침입한 대원들이 지나가다 발로 돌멩이만 슬쩍 건드려도 전부 파악할 수 있죠.

그건 인간이 시각적으로 판단 가능한 정보보다 훨씬 정확합니다.

방어 작전을 수행 중인 일반 병사들은 그런 워 다이버의 스캔 능력을 완전히 신뢰하고 있어서, 수색 중에 딱히 긴장감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죠.

이는 방어측의 피로도 증가를 극단적으로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정확히 필요한 경우에만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한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여기 휴식 중인 다른 병사의 시야를 보여드리죠.”

아놀드가 다른 병사의 시야로 카메라를 돌리자, 도람푸의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이 중요한 시국에, 세계 최강의 특수부대의 공격 작전을 앞두고, 방어 측 병사가 하는 행위가 너무나 어처구니없었기 때문에.

“저···. 저거 지금 유튜브를 보고 있는 겁니까? 딥 다이버로?”

“예. 맞습니다. 위스키 관련 채널을 보고 있는 것 같군요.”

“저···. 저래도 되는 건가?”

“괜찮습니다. 병사의 눈은 유튜브를 보고 있지만, 병사가 쓰고 있는 워 다이버는 확실하게 감시구역을 체크하고 있으니까요.

저 위치에서 보이는 모든 시야 안에 쥐새끼 한 마리라도 지나가는 순간, 워 다이버는 즉시 경고를 날리고 사용자에게 해당 지역의 확인을 요구할 겁니다.

심지어 사용자가 눈을 감고 자고 있어도 해당 구역의 감시를 끊임없이 수행하는 장비.

그것이 워 다이버입니다.”

거의 자부심까지 느껴지는 아놀드의 목소리를 들으며, 도람푸가 질문을 던졌다.

“좋아. 병사들의 피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게 해 주는 장비라는 거죠?

매우 마음에 듭니다. 아마도 이 방송을 보고 있는 미군 병사들도 좋아할 것 같군요.

이제는 피곤함에 찌들어 잘 보이지도 않는 구역을 감시하기 위해 고생할 필요가 없다는 거니까.”

“사실 그것이 워 다이버의 가장 강력한 메리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병사들의 피로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필요한 경우에만 필요한 전투력을 몇 배 이상 끌어 올릴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네이비실 지휘관이 생각하던 피로에 의한 메리트는 아예 존재하지 않겠군요.

유일한 메리트가 사라진 상태이니, 네이비실이 꽤 고전할 것 같습니다.”

“고전으로 끝나면 다행이겠죠.”

그때, 상혁이 스크린을 주시한 상태로 조용히 말했다.

“단순히 지역을 감시하는데 피로를 줄여주는 기능이 전부라면, 그건 딱히 워 다이버가 아니라 감시용 코넥트만 사방에 뿌려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굳이 워 다이버까지는 필요하지 않죠.

워 다이버의 진정한 강점은, 그렇게 수집한 정보를 유기적으로 처리하는 AI의 존재에 있습니다.

인간의 오감을 아득하게 초월한 센서들을 통해서 모인 정보를, 인간의 연산 능력을 아득하게 초월한 AI로 처리하는 거죠.”

“조금 추상적으로 들리네요.”

“실제 전투 장면을 보면 이해가 가실겁니다.

인간이란 리소스를 워 다이버의 AI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를, 곧 벌어질 전투에서 확인하실 수 있을 테니까요.”

상혁의 말을 들은 도람푸는 고개를 돌려 스크린을 보았다.

그리고 상혁의 말이 가진 의미를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화면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거기서는 어느새 전환된 카메라 시점으로, 검은색 보트를 타고 밤바다를 질주하는 네이비실 병사들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

-미친 거 아닙니까? 저흰 함정에 빠진 겁니다! 분명 이번 훈련의 승부를 조작하기 위해서 사전에 우리의 침투 정보가 흘러 들어간 게 분명하다고요!-

“오코너. 진정하고 상황을 보고하라.”

-탐슨, 멀라키, 쇼키치, 데미안이 사망처리 되었습니다.

심지어 적이 어디에서 공격하는지도 모른 채 바로 죽었고요.

지금도 적의 추격을 피해서 이동중 입니다.-

“젠장, 그쪽도 희망적인 상황은 아니군.”

-대위님 쪽도 그렇습니까?-

“그래. 마치 우리가 그쪽으로 들어오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던 것처럼, 최적의 포지션에서 우리에게 사격을 퍼붓더군.”

-그럼 확실하게 함정에 빠진 게 분명하군요. 저들은 우리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고 받는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이번 작전에서 침투 루트는 오직 작전에 참여한 인원들만이 알고 있는데?”

-아마도 우리가 차고 있는 라이브캠 때문이겠죠.-

오코너의 무전을 들은 존 코너는 자신이 가슴에 달린 작은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미국 국민 전체가 라이브로 지켜보는 이번 훈련에서, 국민들의 눈 역할을 대신하기 위해 달린 작은 카메라를.

잠시 고민하던 그는 굳은 표정으로 팀원들에게 지시했다.

“전원, 라이브 캠의 전원을 끄도록.”

“예? 그래도 됩니까?”

한 병사가 묻자 존 코너가 답했다.

“지금 적들의 움직임을 봤나? 저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움직임이었어.

이 넓은 지역을 20명이서 지키는데, 어떻게 우리가 가는 곳마다 5명 이상이 해당 지역을 방어하냔 말이야.

그건 분명 우리가 이동하는 경로에 대한 정보가 적에게 들어가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지금 유일하게 짐작 가는 부분이, 우리가 몸에 달고 있는 이 카메라고.”

“그럼 생방송이 망가질 수도 있을 텐데요?”

“상관없어. 우린 분명 우리가 침투하는 경로에 대한 정보를 상대방이 알지 못한다는 조건으로 작전에 참여했다.

그리고 5일간의 작전 기간에, 우리가 정확히 어느 날 몇 시에 침투 작전을 할 것인지에 대한 정보도 알리지 않았고.

원래대로라면 적들은 3일동안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지역을 경계했어야 했어.

피로에 물든 몸으로, 최적의 컨디션인 네이비실 대원들을 상대했어야 했다고.

자네는 지금 적들의 대응이 3일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잔 병사들의 대응으로 보이나?”

“아닙니다.”

“그럼 우린 지금 함정에 빠져있다는 소리지.

그걸 타계할 유일한 방법은,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비춰주는 이 카메라를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말한 존 코너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A팀과 B팀, 전 네이비실 대원은 옷에 달린 라이브캠을 버리고 이동하도록.”

그들은 한치의 주저도 없이 지휘관의 명령에 따랐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지금 그들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도 억울했기 때문에.

그러나 그 영상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도람푸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지시를 내리는 존 코너를 보며 안타까운 듯 중얼거렸다.

“의미 없는 행동을 하는 군.”

“그렇습니다. 실제로 저희는 라이브 캠을 통해서 저들의 위치를 알려주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

사실 네이비실 대원들의 일 것 일투족을 방어측 병사들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은, 네이비실 대원들이 몸에 달고 있는 라이브캠이 아니라 워 다이버였다.

그것은 마치 아이론 맨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하는 복잡한 홀로그램 UI를 띄우며, 이동하는 특수부대 요원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모든 정보를 방어측 병사들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환경 변동 보고. 붉은색으로 표시한 오브젝트의 위치가 4시 방향으로 2㎝ 밀려있습니다.]

[발자국 발견. 침투 인원의 예상 이동 경로를 홀로그램으로 표시합니다.]

[23번 에리어에 있는 워 다이버가 적의 존재를 감지했습니다.

예상 지역를 공격하기 위한 최적의 사격 위치로 안내하겠습니다]

워 다이버는 마치 숙련된 지휘관처럼 병사들을 최적의 사격위치로 이동시켰다.

적에게는 자신의 위치가 보이지 않으면서, 자신은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로.

단지 그것뿐이었다면 좋았겠지만, 워 다이버를 통해 100번의 실전 경험을 갖춘 병사들은 심지어 워 다이버가 가진 포텐셜을 100% 끌어내어 쓰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침투조를 맡은 네이비실 대원들에게 악몽과도 같은 경험을 선사해주고 있었다.

“사일런스 모드”

한 병사가 조용히 읊조리자 워 다이버가 이동 경로에 발자국을 표시했다.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의 병사의 몸무게를 고려하여, 가장 소리가 작게 날 수 있는 발 디딤 위치를 추천하기 위하여.

병사들은 그런 워 다이버의 기능을 활용하여 소리 없이 사격 위치로 이동했고, 적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지역에서 적들을 습격했다.

-타타타탕!-

분명 정적만이 감돌던 공간에서 총소리가 울려 퍼지자, 또 한 명의 네이비 실 대원이 차고 있는 견장에 붉은색 불이 들어왔다.

그것은 해당 장비를 찬 병사가 적의 사격을 받고 사망했다는 의미였다.

“젠장! 캠을 버려도 똑같잖아!”

“죽어라 빌어먹을 자식들아!”

어디서 사격했는지도 모르면서 대충 짐작 가는 곳을 향해 마구 총을 갈겨대는 부하를 보면서, 오코너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닥치고 후퇴나 해! 35번 위치에서 재집결한다! 경로는 알아서 판단하도록!”

결국 퇴로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한 명의 대원이 더 사살 판정을 받으면서, 오코너는 4명의 대원만을 데리고 집결지로 후퇴했다.

그러자 한 병사가 하이바를 바닥에 내던지며 분노한 듯 소리쳤다.

“시발, 시발, 시발!”

“젠장! 진짜 미친 거 아닙니까? 델타포스 자식들이 방어팀을 맡았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겁니다!”

“캠을 버렸는데 어째서 저희 위치를 알고 있던 겁니까?

혹시 마일즈 장비에도 추적 장치가 달려 있는 것 아닙니까?”

투덜대는 병사들의 목소리 사이로, 지휘관인 존 코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코너 중위, 상황 보고하라.-

“중간 집결 지역에서 휴식 중 적들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캠을 버려도 소용이 없더군요.”

-피해 상황은?-

“2명이 더 당했습니다.”

그러자 잠시 대답 없이 침묵하던 무전에서 다시 존 코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인정하자고. 저들이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몰라도, 저들은 확실하게 우리의 위치를 파악하고 추적해오고 있어.

그것도 발견 즉시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위치를 파악한 뒤 공격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로 이동해서 우리를 공격하고 있지.

지금까지 두 팀에서 총 6번의 습격을 받는 동안, 전부 첫 사격 때 사망자가 발생했고, 그 말은 적들이 완벽하게 우리를 조준한 상황에서 공격을 개시했단 뜻이야.-

“그럼 마일즈 장비에도 추적 장치가 들어있는 것 아닙니까?”

-그걸 확인할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어.-

존 코너가 말했다.

-어떤 희생을 거치더라도, 72번 구역에 진입하는 거지.-

“72번 구역이라면···.”

-충전을 위해 거치해둔 워 다이버의 여분이 놓여있는 곳.-

“지금 외곽을 도는 것만으로도 병력이 죽어 나가고 있는데 바로 안으로 침투하자고요?

차라리 남은 병력을 모아서 전투력으로 일시에 뚫고 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우린 이제 겨우 남은 인력이 11명 정도고 저쪽은 20명이 그대로 남아있어.

그리고 적들의 위치는 항상 우리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었고.

우리 몸이 강철로 만들어지지 않은 이상은, 그 방어를 뚫는 건 불가능하네.

그렇다면 차라리 적들이 사용하는 장비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지.

나도 이게 도박 수라는 건 알아.

하지만 이게 우리가 시도할 수 있는 가장 유일한 패라는 것도 알고 있지.

적어도 적들은 우리가 VX로켓을 노릴 것으로 생각하지, 충전 중인 워 다이버를 노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테니까.-

“구체적인 작전을 말씀해보시죠.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좋아,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이 조금 황당하게 들릴지 몰라도 시간이 없으니 그대로 따라주길 바라네.

내가 하려는 것은···.-

오코너는 존의 황당한 지시를 듣고서 입을 다물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지휘관의 판단을 믿었기에, 그는 설명이 끝나자 진지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향해 말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적어도 이 빌어먹을 작전을 짠 녀석들에게, 우리가 가진 한방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부탁하지.-

그 이후로, 네이비실 팀의 움직임은, 상혁이 예상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

“네이비 실 팀이 라이브 캠을 버린 이후로, 중계 영상이 계속 방어 측 시야만을 비추고 있네요?”

“적절한 판단이라고 봅니다. 저라도 저 상황에서는 아군의 위치 정보가 적에게 흘러간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요.”

이번 행사는 게임과는 관계가 없었지만 PTW가 개발한 장비와 관련이 있는 행사였기에, 허먼은 자신이 진행하는 게임 쇼에서 이번 훈련의 중계방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PD가 어렵게 섭외한, 전직 네이비실 요원과 함께.

그리고 그는, 라이브로 중계되는 화면을 보며 네이비실 출신 요원으로서의 견해를 씁쓸한 표정으로 덤덤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솔직히, 참담합니다. 실제로 저들의 정보를 알려주고 있는 것은 방어 측이 착용하고 있는 워 다이버란 장비죠.

그 성능은 솔직히 거의 괴물에 가깝습니다.

그건 마치 스파이디 맨으로 이루어진 슈퍼 솔저 집단을 인간이 맨몸으로 상대하는 것과 같으니까요.

어떤 숙련된 병사라도 완전히 흔적을 감추고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다못해 발자국이라도 찍히던가, 아니면 나뭇가지라도 꺾으면서 이동하게 되어있죠.

그래도 특수부대들이 무리 없이 활동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남기는 흔적 대부분이 인간의 감각으로는 구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눈에 띄게 큰 흔적들은, 예를 들어 굵은 나뭇가지가 부러졌다거나 한다면 보통 진흙으로 부러진 자리를 문대서 흔적을 지우곤 하니까요.

하지만 저 워 다이버란 장비는 다르네요.

저건 인간이 남긴 거의 모든 흔적을 추적할 수 있는 장비입니다.”

“저는 저걸 보면서 왓쳐3에 나오는 왓쳐 센서를 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게 뭐죠?”

“왓쳐라는 특수한 훈련을 받은 인간이 가지는 초감각이죠.

몇 시간 전에 지나간 사람의 냄새를 흔적으로 추적한다던가, 혹은 바닥에 새겨진 발톱 자국으로 상대의 정체를 추리하는 능력입니다.”

“그럼 대충 정확히 보신 겁니다. 워 다이버가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화면도, 그것과 크게 다른 정보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네이비실 대원들은 단순히 라이브캠을 통해서 자신들의 위치가 전달되고 있다고 의심했을 테고, 그래서 라이브캠을 버린 거겠죠.

불공평한 게임이란 기분이 들었을 테니까.”

“그럼 그들은 지금 무엇을 시도하고 있을까요?

정부측 영상에서는 무전 내용까지는 들려주지 않기 때문에 알기가 어려운데요.”

“글쎄요. 그건 진짜로 저들만이 알고 있겠죠.

어찌 되었건 저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워 다이버라는 괴물같은 장비를 상대하게 된 최초의 특수부대원들이니까.

저희가 배운 매뉴얼에는, 저 정도의 능력을 갖춘 적들을 상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모든 것을 현장에서의 판단으로 수행해야겠죠.

그것이 아무리 두렵고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것 같다 하더라도, 그건 저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될 겁니다.”

“저들이 할 수 있을까요?”

허먼의 질문에 은퇴한 네이비실 요원이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마치 게임 화면처럼 누군가가 지나간 흔적을 붉게 표시해놓은 워 다이버의 시야 화면이 나오고 있었다.

그것을 본 네이비실 요원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현역일 때를 고려하더라도, 저 정도 능력을 가진 상대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는 절망감에 빠진 목소리로 허먼을 향해 말했다.

“단지 바랄 뿐입니다.”

“무엇을 말입니까?”

“제 후배들이, 현역 시절의 저보다 훨씬 뛰어난 병사들이기를 말이죠.”

***

방송엔 네이비실 대원들의 무전 내용이 송출되고 있지 않았지만, 상혁이 있는 상황실에서는 라이브 캠이 버려진 시점부터 무전으로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계획을 들은 도람푸 대통령은,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상혁을 향해 물었다.

“그들이 하려는 작전이 통하겠습니까?”

“통했으면 좋으시겠어요?”

“복잡하군요. 미군의 자랑 중 하나인 네이비실이 저토록 처참하게 당하는 모습이 마음 아프기도 하고, 반대로 워 다이버의 놀라운 성능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감정도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생각한 워 다이버란 장비의 수준은 저 정도가 아니었으니까요.

전 결과적으로는 방어측이 승리하는 그림이 나오길 바랐지만, 그래도 네이비실 대원들이 어느정도 선전하는 그림도 원하고 있었습니다.

저토록 무력하게 당하는 모습이 아니라요.”

“영화 아이론 맨 1편에 이런 말이 나오죠.

‘흔히들 사용할 일이 없는 무기가 최고의 무기라고들 하죠. 허나 제 의견은 조금 다릅니다. 단 한 번만 사용해도 충분한 무기가 바로 최고의 무기입니다.’라는 대사가.

그리고 저는 그 생각에 동의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병기는, 아예 상대하는 적이 전투 의지 자체를 상실하게 만드는 수준의 병기니까요.

지금 이 영상을 보고 있는 모든 적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만약 미군이 저 장비를 미군 전체에 보급한다면, 절대 미군이랑은 싸우지 말아야겠다.’

그게 이번 시연에서의 제 목표이고, 지금까지는 잘 되어가는 것 같네요.”

“그럼 이대로 허무하게 전투가 끝나게 될 거라는 말씀입니까?”

“아뇨. 존 코너 대위의 계획은 정확히 워 다이버가 감지할 수 없는 사각을 찌르고 있어요.

아마도 성공한다면, 그가 원하는 대로 워 다이버의 감시 범위 밖에서 원하는 것을 노릴 수 있겠죠.

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그런 계획을 세울 수 있다니, 솔직히 네이비실의 저력에 놀랐습니다.”

“그 말은 워 다이버에도 약점이 있다는 뜻이군요.”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저 작전이 성공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성공확률은, 한없이 낮고요.

게다가 결과적으로 그렇게 워 다이버를 충전하고 있는 공간에 도착한다 하더라도, 그건 네이비실의 승리로 이어지지 않을 겁니다.”

“어째서죠?”

“애당초 워 다이버란 장비는, 저희가 원하는 사용자에게만 사용 권한을 부여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존 코너 대위가 워 다이버를 착용한다 하더라도, 저희는 그 기기를 언제든지 차단할 수 있죠.”

“그렇게 하실 겁니까?”

“아뇨. 그냥 워 다이버가 어떤 장비인지 그대로 보여줄 생각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상혁은 스크린으로 고개를 돌렸다.

화면 속에서는 보이지 않는, 네이비실 대원들의 행동을 상상하면서.

상혁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들을 사냥하고 있는 적이 어떤 능력으로 자신들을 학살하는지 알게 되었을 때, 사냥감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가 궁금하니까.”

그렇게 말하는 상혁의 미소는, 보는 이로 하여금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묘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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