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331화 (332/485)

331. 알카트라즈의 전운

[여러분, 다들 어제 뉴스 보셨습니까?

무려 PTW와 DARPA가 협력해서 개발한 장비로 훈련받은 병사들이, 미군 최정예 특수부대 중 하나인 네이비실 대원들과 알카트라즈에서 ‘더 록’을 재현할 예정입니다!]

[도람푸 대통령은 2018년을 맞이하여 펼쳐진 신년 축하 행사에서 해당 내용을 발표했으며···.]

[대한민국 정부에 10년간의 방위 분담금 동결을 대가로 정부가 받아낸 신장비는 PTW가 작년 8월에 발표한 VR 및 AR 겸용 장비, ‘딥 다이버’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개인 장비라고 합니다.]

2018년을 맞이하여 도람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빅 이벤트’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단 한 달간 미군의 새로운 특수 장비로 훈련받은 병사들이, 미군의 최정예 특수부대인 네이비실 대원들과 알카트라즈에서 싸운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발표는, 그런 종류의 이벤트를 좋아하는 미국인들의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었다.

발표 직전까지 연일 도람푸 대통령의 무리한 외교 협상 정책을 반대하던 민주당에서도, 그리고 반 도람프 진영을 자처하며 도람프 대통령을 공격하던 언론에서도, 도람프 대통령이 발표한 새 장비에 대한 소개를 듣고 조용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만큼 그날 발표된 내용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고 있었다.

“이 장비는 모든 미군 부대원들을 네이비실 수준의 특수부대원과 비견되는 전투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 주는 장비입니다.

‘워 다이버’는, 완벽하게 재현된 가상공간에서의 훈련으로 미군의 훈련에 들어가는 막대한 훈련 비용을 절약해줄 것이며, 병사들은 이전보다 능숙하게, 인간을 초월한 감각을 손발처럼 사용하며 적들과 싸우게 될 것입니다.

‘워 다이버’는, 병사들로 하여금 실전에서만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전투 경험을 안전하게 쌓게 해줄 것입니다.

그리고 ‘워 다이버’는, 병사들이 판단하기 어려운 민간인으로 위장한 적들을 구분하기 위한 정보를 병사들에게 제공할 것입니다.

‘워 다이버’를 착용하고 있으면, 설사 군용 헬기나 전차를 한 번도 수리해본 적이 없는 병사라도, 침착하게 홀로그램 안내를 따라 설명서에 따른 수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병사가 별다른 장비 없이 타겟과 자신의 거리를 판단하여 필요한 경우 바로 레이저 신호로 미사일 폭격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

그리고 ‘워 다이버’는, 피곤한 병사들이 긴장을 풀 수 있도록 감시 업무를 대신 해주고, 총소리에 따른 적의 무장 정보를 전달하며, 병사들이 항상 가장 안전한 위치에서 적을 사격할 수 있도록 최적의 가이드를 제공할 것입니다.

위대한 미국 국민 여러분.

‘워 다이버’야 말로 수많은 미군의 생명을 지키고, 앞으로 더 많은 전쟁에서 미군을 지키기 위한 가장 위대한 장비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한해에만 4조 달러 이상 투입되고 있는 아프간 전쟁을 종식하게 할 장비가 될 것입니다.

물론 민주당과 제게 부정적인 언론들은 말하겠죠.

겨우 전투 헬멧 따위가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그래서 저는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워 다이버를 통해 단 한 달 동안 특수 훈련을 받은 ‘일반 병사’들이, 미군 최정예 특수부대 중 하나인 네이비실 병사들을 상대하여 승리하는 모습을.

영화 ‘더 록’의 배경이 된, 알카트라즈 교도소에서.”

도람푸 대통령의 발표가 불러일으킨 반향은 엄청났다.

발표가 이루어지자마자, 주요 메이저 도박 사이트에서는 이번 승부의 승패를 걸고 벌이는 배팅 페이지가 개설되었으며, 미국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주요 언론까지 수많은 기자들이 일제히 PTW에 취재 요청을 신청했고, TV 뉴스 출연 신청도 엄청나게 증가했다.

그러나 PTW는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그 모든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기에, 사람들의 궁금증은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PTW라는 회사가 보여준 말도 외계인 수준의 기술력을 생각한다면, 도람푸의 말에도 어느정도 믿음이 가긴 했지만, 발표자가 ‘그(The)’도람푸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평소에도 허언을 남발하는 성격의 인물이니만큼 어느정도 걸려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면서,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1월 15일에 펼쳐질 알카트라즈 전투로 향했다.

도람푸의 발표가 사실이든 거짓이든, 모든 것은 결과가 말해줄 것이었기에.

그리고 이 모든 사태를 여유로운 태도로 관망하고 있는 조직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이번 ‘알카트라즈 전투’에서, 침투조 역할을 맡은 네이비실 부대원들이었다.

“이제 우리가 침투할 알카트라즈 교도소의 내부 지도다. 모두 세세한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말고 외워두도록.”

침투조의 지휘를 맡은 존 코너 대위가 말하자, 병사들이 일제히 전방의 스크린을 주시했다.

거기엔 낡은 블루 프린트 형태로 띄워진 알카트라즈 교도소의 내부 설계도가 띄워져 있었다.

그것을 뒤에 놓고서, 존 코너가 자신의 부하들을 향해 말했다.

“다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안다.

겨우 한 달 만의 훈련을 가지고, 특수부대 훈련도 받지 않은 일반 병사들이 우리 네이비실의 침투 공격을 막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겠지.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의 전투 경험은, 어설픈 가상공간이 아닌 진짜 전투에서 얻어낸 성과니까.

하지만 우린 이것도 생각해야 한다.

그들은 적어도 가상공간이긴 하지만, 알카트라즈 교도소라는 공간에서 한 달이란 시간을 보낸 병사들이고, 그 말은 이번에 처음 침투 작전을 수행하는 우리보다 지형적인 측면에서 그들이 유리하다는 뜻이라는 걸.”

“하지만 우린 미군 최강의 특수부대 네이비실이고, 그들은 일반 병사들아닙니까?

애당초 그들에게 그런 어드벤티지를 준다는 것 자체가, 정부도 이번 싸움의 승산이 저희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요?”

부하의 말에 코너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 누가 봐도 명백하게 우리 쪽에 페널티를 안기려는 게 명확한 작전이니까.

그들은 비록 가상 체험이지만 작전지역의 돌멩이 하나, 유리창 하나까지 세세하게 파악한 상태다.

그리고 우린 그곳의 적 배치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고.

침투 작전에서 그건 엄청난 페널티지.

일부러 그런 페널티까지 안겨주면서 우리에게 이 임무를 맡긴 것은, 정부가 이번 승부에서 네이비실이 패배하기를 바란다는 뜻일 수도 있다.

하!지!만!”

코너의 눈이 반짝였다.

“우리가 작전을 수행할 때는 항상 같은 조건이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임무를 하면서, 단 한 번이라도 적들보다 유리한 시점에서 침투 작전을 시행한 적이 있었나?”

그러자 그의 부하들이 일제히 차려자세를 취하며 큰소리로 외쳤다.

“없습니다!”

“적들이 우리보다 수가 적은 적이 있었나?”

“없습니다!”

“일반 병사도 쉽게 수행할만한, 그런 쉬운 임무를 수행한적이 있었나?”

“없습니다!”

“우린 네이비실이다. 미 해군의 자존심. 비 재래식전, 게릴라전, 대테러전, 인질 구출, 특수 정찰 작전의 전문가.

전쟁의 광기 속에서, 냉정함과 인내심으로 가장 중요한 적들을 사살하고, 아군의 품이 아닌 적들의 품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

그게 우리 아닌가?”

“맞습니다!”

“좋아. 이번 임무에 있어서, 적어도 한 가지 확실한 점이 있다면, 미 정부에서는 이런저런 페널티를 주긴 했어도 정작 우리에게 고의로 패배하라고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 말은, 미국 정부가 우리에게 해당 조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발휘하라는 뜻이기도 하고.

그들에게 기술력이란 지원이 있다면, 우리에겐 오랜 전투 경험과 동료애가 있지.

우리가 가진 것이, 그들이 가진 것보다 열등한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자 지금까지 수많은 작전에서, 단 한 번도 그를 실망하게 한 적이 없었던 부하들의 자신감 넘치는 외침을 들은 존 코너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좋다. 너희는 단 한 번도 미국과 나를 실망하게 한 적이 없었지.

하지만 이번엔 미국이 아닌, 오직 네이비실만을 위해서 작전에 임하도록.

미 정부는 우리가 그들이 만든 새로운 기술에 패배하길 원하는 것 같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난 그럴 생각이 없다.

사람들은 흔히들 말하지.

델타포스와 데브그루가 1티어고, 레인저나 나이트스토커, 우리 네이비실은 2티어라고.

어쩌면 이번 작전은 그래서 우리에게 맡겨진 것일지도 모른다.

세계 최강이라 자부하는 미국의 1티어 특수부대가 패배하는 것보다는, 2티어이긴 하지만 여전히 최강에 속하는 특수부대가 패배하는 것이 자존심도 지키면서 새로운 장비의 전투력도 선보일 수 있다는 이유겠지.

하지만 우린 그 상식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다.

내말이 맞나?”

“맞습니다아아!”

“좋아. 그럼 이제 우리의 모든 경험을 쥐어짜서, 가장 확실하게 적을 타격할 수 있는 경로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자.

어떤 아이디어라도 좋다. 적이 가장 지키지 않을 것 같은 침투 경로가 어디인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침투조가 침입해야 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라면, 아무리 바보스러운 발언이라도 허용하겠다.

이건 네이비실 전체의 자존심이 걸린 승부니까.

우리도 네이비실 전체의 머리를 걸고 적들을 상대하는 거다.”

그의 말을 들은 부하들의 눈빛이 이글거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존 코너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거 아프간에서 목숨 걸고 작전할 때보다 더 불붙은 것 같은데···.’

그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미 해군 최강의 특수부대 네이비실.

그들에게 있어서 ‘자존심’이란, 단 하나밖에 없는 목숨보다 몇십 배는 소중한 것이었으니까.

그것은 이번 작전의 현장 지휘를 맡은 존 코너 대위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 록이란 옛날 영화를 볼 때마다, 난 항상 생각했지.

더 록은 참 좋은 영화지만, 안에 참여한 특수부대원들이 너무 바보같이 행동했다고.

물론 비장미는 있었다. 부대원이 전멸당할 상황에서도, 조국에 대한 충성심을 버리지 않고 절대 항복하지 않는 그 모습은 모든 특수부대 요원들의 표상과도 같은 것이었지.

하지만 진짜 정예 요원들은, 애당초 그렇게 바보같이 포위당할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다.

내말이 맞나?”

“맞습니다아아!!”

“그래. 맞아. 그러니 보여주자.

이 작전을 지켜보고 있을 미국의 전 국민과 네이비실이 델타포스 밑이라고 생각하는 머저리들에게.

‘진짜’ 특수부대원들이 어떻게 작전을 하는지를.

다들 그렇게 할 수 있겠나?”

“Sir! Yes Sir!(할 수 있습니다!)”

사기로 가득한 외침이 네이비실의 브리핑 룸에 울려 퍼지던 그 시각, 미국에 도착한 상혁은 한 달간의 훈련 성과를 보고 받는 자리에 참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상혁은 PTW에서 개발한 ‘워 다이버’의 훈련이 가져온 결과를 보며 마음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개발에 참여한 자신조차도, 병사들의 이런 변화까지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해당 훈련의 심리 분석을 담당한 군의관 아놀드 파머는 보고회 자리에서 이렇게 보고하고 있었다.

“워 다이버와 CRD를 이용한 가상훈련에서, 초기 10일간 일반 병사팀의 승율은 0%였습니다.

첫 침투에서 그들은 30분도 버티지 못했고, 데미지 피드백을 받는 순간 당황하여 개인 병기를 떨어트렸으며, 너무 사실적으로 구현된 전장의 감각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죠.

그에 반해 미군 소속의 다양한 특수부대원들의 전투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AI는 너무나 완벽하게 동작했습니다.

물론 워 다이버의 초감각 센서 자체는 정상적으로 동작했습니다만, 아무리 적이 다가오는 것을 먼저 감지했더라도 적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전투력의 차이를 상쇄하는 건 불가능했으니까요.

그러나 병사들이 점점 현장의 지리에 익숙해지고, 적의 패턴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프레젠터의 버튼을 누르자 바닥에 붙어있던 그래프가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훈련을 시작한 지 정확히 11일째 되는 날부터.

“이건 승률을 나타낸 그래프가 아니라, 일반 병사들이 AI 병사를 상대로 사살에 성공한 킬 카운트 비율을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이전엔 단 한 명도 잡지 못했던 킬 카운트가, 11일을 기점으로 점점 증가하기 시작했죠.

저는 리플레이를 보며 그 이유를 파악하려 애썼고, 병사들과의 개인 면담을 통해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라는 게 뭐지?”

한 장군이 묻자 아놀드가 답했다.

“간단합니다. 처음엔 너무나도 현실적인 감각에 압도당했던 그들이, 이것을 게임으로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거죠.

CRD의 통증 피드백은, 부상에 따른 통증까지는 신체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전달하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병사가 사망하는 수준의 부상까지는 전달하지 않습니다.

만약 머리에 총을 맞게 된다면, CRD는 그 즉시 데미지 피드백을 멈추고 해당 병사를 현장에서 이탈시키죠.

10일이 넘어서야 그 사실을 몸으로 익히기 시작한 병사들은, 가상 공간의 훈련에서 두려움을 상실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상을 보시죠.”

그가 프레젠터의 버튼을 클릭하자, 알카트라즈 내부의 가상공간에서의 전투 장면이 영상으로 출력되었다.

거기서는 한 일반 병사가 코너를 끼고 엄폐하고 있는 네이비실 병사와 대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병사는, 잠시 후 영상을 보고 있던 관계자들을 경악하게 하는 행동을 취해 사람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

‘총을 던져?’

일부러 적이 뻔히 보고 있는 시야에 소총을 던지면서,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권총을 꺼내 날아가는 소총과 동시에 코너로 돌입하는 병사.

소총이 날아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한 AI 병사의 시선이 날아가는 소총으로 향하는 순간, 소총의 바로 뒤에 함께 몸을 던진 병사가 코너의 AI 병사를 미간에 권총탄을 박아넣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금 저 병사가 한 행동은 절대 정상적인 전투 행위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저 전투가 끝난 직후 병사와 면담을 했고, 그에게 저 행동의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소총같이 커다란 물건이 날아가는데 시선을 안 뺏길 병사는 없을 것이고, 어차피 어설프게 다쳐서 통증을 느낄 바에는 이판사판으로 확실하게 뒤지거나 이기는 방법을 택하는 게 나아 보였다.’라고.”

“나머지 병사들도 저런 패턴을 보였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정확히는 CRD의 통증 차단 매커니즘을, 그들이 악용하기 시작한 거죠.

평소엔 절대 목숨이 아까워서 하지 않을 행동을, 부담 없이 수행하게 되는 겁니다.”

“그럼 실전에 가면 쓸모가 없다는 뜻 아닌가?”

“그건 아닐 겁니다.”

대답은 상혁에게서 나왔다.

방안 모두가 자신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며, 상혁은 태연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만약 그런 게 문제가 될 것 같다고 판단했다면, DARPA측에서 사망시에도 일정한 충격을 전달할 수 있도록 기기 조정을 요청했겠죠.

하지만 저희는 그런 요청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건 DARPA에서 해당 장비로 인해 죽음에 무감각해지는 것이 병사의 전투력 상실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뜻이겠죠?”

그러자 아놀드가 미소지으며 상혁에게 말했다.

“맞습니다. 사실 처음엔 저희도 그것이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가상공간에서는 무적의 승율을 자랑하는 병사들이, 실제 전투 현장에서는 두려움을 안고 전투를 피하게 된다면, 이 훈련 자체가 아무 의미 없게 될 테니까요.

하지만 병사들의 변화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그는 교차하는 두 개의 선이 그려진 그래프를 화면에 띄웠다.

“이건 훈련 개시 후 20일까지의 사망률과 부상률을 표시하는 그래프입니다.

보시다시피 10일까지는 부상률이 압도적으로 높고, 사망률이 낮죠.

하지만 10일을 기점으로 사망률이 증가하면서 부상률은 오히려 줄어듭니다.”

“그야 당연한 거 아닌가? 죽은 사람은 부상이고 뭐고 없을 테니.”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20일 이후의 그래프죠.”

그가 버튼을 누르자, 표시되지 않았던 나머지 선이 표시되기 시작했다.

사망률과 부상률 모두, 급격한 내림세를 보이는 그래프가.

“어설픈 패배보다는 확실한 승리를 노리는 과감한 판단들이 전투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전세는 역전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지독한 훈련과 수없이 많은 실전 경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던 ‘두려움에 대한 극복’이, VR 환경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병사들에게 물든 것이죠.

20일을 기점으로 병사들의 움직임은 특수부대 AI들의 움직임과 별다르지 않은 행동 패턴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워 다이버의 초감각 정보를 다루는 데 익숙해지면서, 항상 더 유리한 위치에서 유리한 각도로 상대를 처리하는 방법을 익히게 되었죠.

부상이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품지 않은 채, 오로지 가장 승률이 높은 행동만을 반복하는 병사들이 된 겁니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3일을 앞두고, 병사들의 실력은 특수부대 AI들을 완전히 압도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해당 AI들은 워 다이버의 감각 보조 기능을 받지 않은 상태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 데이터들은 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겨우 한 달이란 짧은 시간 만에, 익숙한 지형이라고는 해도 그 델타포스 수준의 특수부대 AI를 상대로 승리한 거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마지막 전투에서 일반 병사들이 싸우는 가상 전투의 영상을 녹화하여 다른 특수부대 지휘관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만약 그들이 이런 행동을 보이는 병사들을 상대한다면, 이길 수 있겠는지를 묻기 위해서였죠.

그들의 대답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하게. 그들은 그 전투 영상을 보고 뭐라고 했나?!”

“여기 그들이 대답한 피드백을 정리해놓았습니다.”

아놀드가 버튼을 누르자, 검은 화면에 흰 텍스트로 각 특수부대 지휘관들이 영상을 보고 남긴 코멘트가 출력되었다.

거기엔 읽는 것만으로도 그 말을 한 지휘관의 감정이 느껴지는, 진솔한 말들이 담겨 있었다.

[미친, 대체 미 정부는 무슨 괴물을 만들어낸 거야? 이게 사실이면 우리가 지금까지 흘린 피와 땀은 그냥 개고생이 되겠는데?]

-미합중국 해군 특수전개발단(DEVGRU) 현장 지휘관 존 맥커시 대위-

[적어도 저런 미친놈들이 지키는 지역을 뚫으려면 최정예 특수부대원을 기준으로 통상 작전의 두 배 이상 투입해야 할 것.]

-제1 특전단 델타 작전 분견대(Delta Force) 대위 제러드 파월-

[이게 미군 전용 장비라 다행이지 적군이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난 레인저 그만두고 은퇴하겠다.]

-제75 레인저연대(75th Ranger Regiment) 중위 캐드릭 디고리-

생각보다 지나치게 뛰어난 CRD의 훈련 효과에, 보고에 참여한 장군들은 입을 다물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이건 전쟁의 역사를 바꿀 장비라고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미군의 상비군 수는 120만 명 수준이지···. 그중에 비전투 요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병력이 전부 저 장비로 훈련을 받는다면······.’

‘세계사에 유례없는, 병력 전원이 특전사 수준의 전투 능력을 보유한 최강의 군대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얻을 수 있는 효과에 견줘 장비 가격이 터무니없이 싸다.

전투 차량이나 전투기, 폭격기나 헬기 조종도 저걸로 훈련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한 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장비를 만들어낸 장본인인, 상혁이 앉아있는 자리를 향해서.

그러나 당사자인 상혁은, 그런 장군들의 시선을 받으며 싱긋 웃고 있을 뿐이었다.

“좋네요. 저희가 생각한 것보다는 훨씬 효과가 좋은 것 같지만.

그래서 오히려 그 결과가, 저희에겐 독이 될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인가?”

“한국은 작은 나라죠. 그리고 항상 주변국들의 위협에 시달리는 나라입니다.

바로 위에 적대국인 북한이 위치하고, 그 위에는 소련 붕괴 이후 최대의 공산 국가가 된 중국이, 그리고 바로 옆엔 과거 한국을 무력으로 점령했던 일본이 있죠.

만일 저희가 만든 이 기술이 가져올 미군의 전투력 상승에 관한 내용이 밝혀진다면,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시겠어요?

당장 중국이 이번 거래를 취소하라고 압력을 행사할 테고, 필요하다면 경제적 보복도 불사할 겁니다.

단순히 미사일 방어를 위해 설치한 사드(THAAD) 배치 때 그들이 한국에 가한 압력을 떠올려보시죠.

겨우 사드 몇 대 배치한 것만으로도 그 정도 반응이었는데, 한국 기업에서 이 정도 수준의 훈련 장비를 미국 독점으로 제공한다?

그로 인한 중국이나 일본의 압력은 한국 정부로서는 버티기 힘든 수준일 겁니다.

어쩌면 저희로서는 이 거래를 재고해봐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현재도 멀쩡하게 굴러가는 인터넷의 속도를 조금 올리고 싶다는 이유로, 나라를 말아먹을 수준의 경제적 압력을 감수할 순 없을 테니까.”

그러자 장군들의 안색이 급격하게 변했다.

저런 미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장비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갑자기 ‘거래를 재고해야 할지도 모른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상혁의 말이 너무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그렇기에 그들은 다급하게 ‘아무 말 대잔치’를 하기 시작했다.

이 결정적인 순간에 와서, 생각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상혁을 설득하기 위해.

“상혁 씨의 우려는 미국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막아줄 테니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계약이 된 건에 대해 지금 와서 재고하겠다는 건 너무 심한 이야기가 아닙니까?

계약 파기에 대한 위약금도 걸려있을 텐데요?”

“아마 독점을 푸는 조건으로 중국에 같은 기술을 제공하겠다고 하면 중국에서 위약금 정도는 대신 내주겠죠.

한 눈으로 보기에도 수천조 가치 이상의 전투력을 제공하는 장비 같은데요.”

“한국 정부의 압력이 걱정이라면 미국에서 훨씬 원활한 조건으로 게임 제작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대가로 제공할 예정인 양자통신 개발에 투입하는 자금도 현재 약속한 수준의 3배로 올리겠습니다!

이건 국방부 예산에서 돌려서 지원할 자금이니 국회 쪽 협의를 거치지 않아도 될 겁니다!”

모두가 떠드는 가운데, 한사람이 입을 열었다.

그러자 회의실 내부의 소란다운 분위기가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그 입을 연 사람의 정체가, 바로 미국의 대통령, 로널드 도람푸였기 때문에.

“저는···.”

그때까지도 머릿속으로 CRD와 워 다이버가 가져올 가치에 대해 고민하던 도람푸 대통령은, 마침내 생각을 정리하고 사태를 마무리 짓기 위해 입을 열었다.

지금 와서 ‘또 다른 딜’을 걸기 위해 수작을 부리는, 상혁을 향해서.

“저는 방금 본 장비와 기술이, 오로지 미군을 위해서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적을 위해 사용될 거라면, 아예 저런 기술의 개발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될 정도로요.

지금 본 모든 것들은, 아군이 사용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듬직하지만 적군이 사용한다면 최악의 악몽이 될 수 있는 기술입니다.

그러니 어떤 일이 있어도 PTW가 해당 기술의 독점을 미국 외의 다른 국가에 이전하는 일은 막고 싶군요.”

“하지만 중국의 경제적 압박을 통해서 고통받는 것은 한국의 국민들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비난은 온전히 PTW가 감당해야 하겠죠.

저희는 게이머에게 사랑받는 회사가 되고 싶은 거지, 게이머들에게 고통을 주고 싶은 회사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상혁 씨도 한국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공산 국가에 그 기술을 넘기고 싶으시지는 않겠죠.

그 검은 남에게 들려주는 순간 반드시 돌아와 상혁 씨의 가슴을 찌를 겁니다.”

“미국은 다릅니까?”

“미국은 동맹국이지 않습니까? 주한 미군을 통해서 한국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6.25때 한국을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구한 나라입니다.

우린 피로 얽힌 동맹이죠. 그런 미국을 믿지 않으면, 세상에 어느 나라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건 과거의 이야기죠.

제가 원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질 수 있는 확실한 안전 보장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약속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요.”

“약속 외에 다른 것을 원한다는 의미입니까?”

“그렇습니다.”

“말씀하시죠.”

도람푸의 말에 상혁은 조용히 심호흡했다.

그리고 지금 이 타이밍이 아니라면, 미국 정부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제안을 입에서 꺼냈다.

“워 다이버와 CRD의 구동에 필요한 메인 데이터.

그 데이터가 보관되는 AI 센터의 위치를, 한국에 설치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십시오.”

찔리는 순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칼을 믿을 수 없는 상대에게 맡기는 방법.

그것은 그 칼을 쥔 상대의 ‘심장’을, 그 칼을 만든 사람 스스로가 쥐고 있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 말을 꺼낸 상혁은, 사실 ‘대한민국의 안전 보장’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상혁이 워 다이버의 AI 센터를 미국에서 지구 반 바퀴나 떨어진 한국에 설치하게 하려는 이유.

그것은 오직 미국 정부가 양자통신 기술의 개발을 서두르게 하기 위한 밑 작업에 불과했기 때문에.

‘미국에서 훈련하는데 핑 때문에 고생하게 만들면 자기들이 더 적극적으로 양자통신 개발에 투자하겠지?’

상혁이 사고하는 방식의 근원.

거기엔 오로지 ‘게임 개발’에 대한 열정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얻을 수 있는 나머지 효과들은, 전부 부수적인 것들일 뿐이었고.

그런 상혁의 제안을 들은 도람푸 대통령은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가장 안전한 곳인 미국 본토에 AI 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맞겠지만, 상혁의 말대로 ‘개발사의 안전 보장’ 역시 필요한 게 사실이었기 때문에.

결국,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 해도 워 다이버 역시 STC에서 파생된 기술이었다.

그리고 PTW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 STC 데이터를 타국에 넘기지 않을 것이었고.

그러니까 그 말은, 워 다이버의 소프트웨어 수리나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반드시 STC의 최적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차라리 유지 보수 측면에서 오히려 개발사와 데이터 센터가 가까이 위치하는 편이 유리할 수도 있다.’

가장 좋은 것은 PTW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시키는 것이겠지만 그것은 상혁이 거절할 것이다.

도람프 대통령은 심각한 고민 끝에 결정을 보류하기로 했다.

적어도 국회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국민들 앞에 이 장비의 우수성을 어필하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고민을 마친 도람푸가 상혁에게 말했다.

“요청하신 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건 미국의 안보와 관련된 중요한 사항이라, 설사 대통령인 저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은 알카트라즈 훈련 이후로 미루시죠.

미국 국민들에게 워 다이버란 새 장비의 우수성을 어필한 이후로.

새 협상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침투 개시 시간은 방어측이 알지 못하죠?”

상혁의 질문에 보고를 담당한 아놀드가 답했다.

“예. 적어도 언제 공격이 들어갈지는 모르게 해달라는 네이비실 팀의 요청이 있었으니까요.”

“그럼 방어 작전은 어떤 식으로 수행됩니까?”

“이미 3일 전부터 알카트라즈로 이동한 일반 병사팀이 워 다이버를 착용하고 수비작전에 임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5일의 공격 기간이 있을 것이라고 통보했고요.

그 안에, 네이비실은 상대가 모르는 임의의 시간을 선정하여 작전에 투입될 겁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정확히···.”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한 아놀드가 상혁에게 말했다.

“30분 후로 잡혀 있습니다.”

그러자 상혁은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편안한 자세로 아놀드를 향해 말했다.

분위기만으로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 미 국방성 회의실에 앉아있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그럼 저희는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기만 하면 되겠네요. 여기서 볼 수 있죠?”

그리고는 아놀드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혹시 여기 팝콘 없어요?”

무려 펜타곤에서, 전쟁의 역사를 바꾸게 될지도 모르는 전설적인 이벤트를 앞두고 팝콘을 찾는 상혁을 본 아놀드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대통령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도람푸는, 그런 상혁의 태도를 보고는 자신도 똑같은 자세를 취하며 아놀드를 향해 말했다.

“난 콜라.”

그날 이후로, 펜타곤엔 하나의 작은 전통이 새로 생겨났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모든 회의에 팝콘과 콜라를 준비하는 전통이.

그것은 회귀한 상혁이 만들어낸 또 다른 사소한 나비효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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