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324화 (325/485)

324. 협상의 기술

방에 들어가기 직전에 상혁이 민준의 표정에서 읽은 것처럼, 민준은 회의실에 들어가자마자 상혁을 향해 작게 소리쳤다.

“제정신이야?! 지금 쟤네가 양자 통신을 가져왔잖아! 양.자.통.신!”

“민준아.”

“양자 통신!”

“민준아?”

“빛보다 빠른 통신!”

“야.”

“랙 없는 게임 플레이!”

“김민준!”

상혁이 소리치자 민준이 말을 멈췄다.

그러자 상혁은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민준을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했다.

“네가 흥분하는 이유는 알겠는데 일단 내 말 좀 들어봐.”

“어.”

“우선 방금 대니얼이란 사람이 설명한 연구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어.”

“문제?”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저들이 가져온 연구의 개발 진도가 너무 낮은 단계라는 거야.

저 정도면 거의 중국에서 발표한 기초 실험이 실제로 되는지 재현만 한번 깔짝인 정도인데, 지금 단계에서 상용화까지 가려면 우리가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하지만 우리는 그거보다 낮은 단계의 연구에도 비용을 지원하잖아.”

민준의 지적은 합당했다.

실제로 상혁이 천하대에서 연구에 지원하는 비용을 보면, 거의 호구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퍼주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게임 개발과는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도, PTW는 연구비를 지원하곤 했다.

그러나 상혁이 현주를 통해 연구비 지원의 허들을 낮춘 것에는 그 나름의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그건 낚시 전에 물에 뿌리는 밑밥 같은 거야.

전 세계 대학에 있는 연구자들이 ‘아니, 저딴 연구에도 연구비를 지원해준다고? 그럼 내 것도 해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하려는 게 목적이라고.

실제로 그게 잘 먹혀서 지금은 전 세계에서 천하대가 특허 출원 수로 원탑을 먹고 있잖아.

게다가 노벨상 수상권에 있는 교수들도 엄청나게 많이 옮겨왔고.”

“좋아. 그럼 그 밑밥 뿌리는 기분으로 이번 프로젝트에도 투자하면 되는 거 아니야?”

“아마 제안을 가져온 사람이 DARPA측 인원이 아니라 어느 대학의 연구원이었다면 주저 없이 그렇게 했겠지.

하지만 우리가 지금 거래를 하고 있는 상대는 DARPA잖아.

마우스와 전자레인지, 인터넷과 GPS를 가진 그 DARPA라고.

그 DARPA와 거래하는데, 겨우 일말의 가능성만 가지고 있는 연구 성과를 대가로 딥 다이버 기술을 이전해 주는 건 말 그대로 수지가 안 맞는 거래지.”

그러자 민준이 씨익 웃으며 상혁에게 말했다.

“아하, 그러니까 조금 전 상혁이 너의 부정적인 태도는, 우리 측의 몸값을 올리기 위한 전략적 행동이었다는 거지?”

“그것도 있고, 사실 저쪽에서 가져온 연구의 값어치가 너무 낮은것도 있고.”

“그래? 난 좀 다르게 생각하는데? 솔직히 개발 진도 자체는 네 말대로 바닥 수준이지만, 그거야 우리가 가진 기술이나 자본으로 끌어올리면 되는 문제고, 솔직히 양자 통신이라는 개념을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투자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하거든.”

“문제는 그 모든 연구의 기반이 되는 실험이, 중국에서 발표한 실험이라는 거지.

최근에 중국에서 양자역학 관련 실험결과를 엄청나게 쏟아냈지만, 난 중국에서 진행된 연구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음이 안 가.”

“그래서 DARPA에서도 그 실험 논문을 바탕으로 해당 연구자를 끌어들여 실험한 게 아니라, 미국에 있는 연구자들에게 같은 실험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한 거잖아.

그리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어서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설명한 거고.”

“바로 그게 내가 저들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는 유일한 이유야.

만약 대니얼이 설명한 연구가 중국에서 ‘실험했다고 주장하는’ 논문의 내용으로만 이루어졌었다면, 난 그들의 설명이 다 끝나기도 전에 미팅을 종료했을 테니까.”

“그럼 지금 상태로는 확실히 거래할 생각은 있다는 거지?”

“있어. 그 가능성이 아무리 작다 하더라도, 지구 반 바퀴를 딜레이 없이 통신할 수 있다는 연구의 가치는 게임 개발자에게 있어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으니까.

애당초 우리가 그 수많은 기술을 제공하면서 스타링크 시스템 지분으 절반을 일린 모스크에게 뜯어낸 것도 그 이유에서였잖아.

‘제발, 랙이랑 핑 걱정 없이 게임 좀 쾌적하게 해보자.’라는 일념에서.”

“그렇지.”

“그러니 제발 그렇게 쿠키 단지를 발견한 어린애 같은 눈빛으로 상대를 보지 말아줘.

이쪽에서 간절한 티를 낼수록, 상대에게 무언가를 받아내기 어려워지는 법이니까.”

“아···. 그건 무리일 것 같은데. 나는 너처럼 표정 연기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민준의 말을 들은 상혁은 말없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민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 힘들면 네가 들을 수 있게 통화 상태로 나만 회의에 들어갈게. 넌 여기서 듣고만 있어.”

그러자 민준이 통화버튼을 눌러 상혁의 전화를 받으며 물었다.

“그럴까?”

“필요하면 부를테니까.”

“그러자. 믿고 있을게.”

“믿으라고. 저쪽에서 준비한 카드뿐만 아니라, 저쪽에서 준비하지 않은 카드까지 모조리 뜯어낼 테니까.”

그렇게 말한 상혁은, 민준을 향해 엄지를 치켜 세우고는 다시 부실을 향해 이동했다.

그곳에는 조금 얼떨떨한 표정으로 상혁을 기다리고 있는 대니얼과 스티브가 있었다.

“저기···. 아까 그 CTO분은···.”

스티브는 자신들의 제안에 굉장히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던 민준이 보이지 않자, 조심스럽게 상혁에게 물었다.

그러자 상혁은 스티브에게 민준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아, 회의에 방해돼서 일단 빠지라고 해 뒀습니다.”

“아···. 그렇군요.”

“문제라도?”

“아뇨, 딱히 문제 될 건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꽤나 껄끄러운 일이었지만, 스티브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스티브와는 달리 무식하게 단순한 대니얼은 그런 스티브의 말을 반박하며 상혁에게 대놓고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기술 거래를 하는데 거래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CTO를 제외하는 건 좋은 판단이 아닌 것 같습니다.”

“대니!”

스티브가 소리쳤지만 대니는 아랑곳 하지 않고 상혁에게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PTW는, 전 세계에서 그가 가져온 카드를 완성할 유일한 회사였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죠. 이 연구를 교섭 카드로 가져온 저 역시 현재 수준에서의 이 연구가 그다지 큰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압니다.

물론 완성만 된다면 무한한 가치를 가질지도 모르겠지만, 미 국방성에서 판단한 대로 현재의 인터넷 망도 충분히 사용하는 데 지장이 없으니까요.

이 기술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투자와 시간을 생각한다면, 심지어 완성이 된다 하더라도 서비스 가격에 따라 완전히 실패한 물건이 될수도 있겠죠.

하지만 PTW는 게임회사가 아닙니까?

전 세계에서 가장 게이머를 사랑한다고 알려진 게임회사요.

그런 게임회사가, 랙 없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기술의 가능성을 평가절하하기 위해서 거래에서 CTO를 제외한다는 것은 솔직히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스티브는 겁먹은 표정으로 상혁을 보았지만, 상혁은 화를 내지 않았다.

대신 감탄한 표정으로 대니얼을 보며 말했다.

“엄청나게 솔직하시네요.”

“기술의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받고 싶을 뿐입니다.

전 세계의 다른 기업들은 몰라도, 적어도 PTW는 이 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줘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좋습니다. 그럼 솔직하게 말씀드리죠. 대니얼 씨가 가져온 제안은, 솔직히 제안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수준의 연구입니다.

가치를 냉정하게 평가해달라고 하셨죠? 그게 냉정하게 평가한 제 판단입니다.”

“하지만 이 기술이 가진 가능성은···.”

“가능성은 가능성일 뿐입니다. 대니얼 씨. 그리고 미 국방성에서 해당 연구에 투자한 비용이나 시간도, 그리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고요.

솔직히 말하면 저희가 맘먹고 투자를 진행하면, 같은 수준의 결과에 도달하는데 드는 시간이 채 반년도 걸리지 않을 수준입니다.

그리고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벽은 그 수준의 몇십 배를 웃돌고요.

그럴 거면 그냥 저희가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말지 굳이 DARPA에게 딥 다이버의 독자 사용권까지 주면서 거래할 메리트가 있을까요?”

상혁의 말은 정론이었기에, 대니얼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상혁은 대니얼의 반응은 상관없다는 듯 그를 향해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이건 마치 도자기의 한 조각을 가지고 와서 완성된 도자기의 가격을 쳐 달라고 하는 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조금 전, 대니얼씨는 기술의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해달라고 하셨죠?

같은 말을 똑같이 돌려드리죠. DARPA측에서는 딥 다이버 기술의 가치가 겨우 그 도자기 한 조각 수준밖에 안 된다고 평가하시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그럼 이 거래가 현재 상태로는 성립될 수 없다는 것도 이해해주시겠군요?”

“하지만 저희가 드릴 수 있는 카드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DARPA는 기술의 개발에 지원하는 기관이지, 기술을 독점하는 기관이 아니니까요.

DARPA에서 개발한 수많은 기술의 상업적 이용에 대한 권한은, 그 기술의 개발자들에게 있습니다.

그러니 저희가 지원을 해서 만들어진 기술이라고 해도, 저희가 그것을 함부로 거래에 쓸 권한이 없죠.

단지 미 정부에서 돈을 주고 권한을 사 온 국방성 독점 기술들이나 거래에 쓸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지금 가져온 자료가, 바로 그 국방성 자료실을 모조리 뒤져서 찾아온 연구 자료고요.

더 드리고 싶어도, 더 드릴 게 없다는 말입니다.”

“대니얼!”

협상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모든 카드를 까버린 대니얼을 보며 스티브가 소리치자, 상혁이 손을 들어 스티브를 진정시켰다.

그리고는 스티브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보셨죠? 바로 이게 제가 저희 CTO를 협상에서 제외시킨 이유입니다.”

그런 상혁의 말을 들은 스티브는, 그 순간 이번 거래의 주도권이 완전히 PTW측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

“진즉에 이렇게 할 걸 그랬습니다.”

잠시 후, 상혁과 마찬가지로 대니얼을 부실에서 잠시 내보낸 스티브가 상혁에게 말했다.

그러자 상혁은 그런 그에게 자신이 직접 내린 커피를 건네주며 조용히 말했다.

“때로는 솔직한 게 가장 큰 무기가 될 수도 있죠.

다만 그 솔직함과 천재성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타이밍을 찾는게 힘들 뿐이고요.”

“유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스티브는 상혁이 건네준 커피를 홀짝이고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니얼을 내보내시면서까지 협상을 이어가려고 하시는 건, 거래에 완전히 관심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받아들여도 될까요?”

“예. 솔직히 말해서 대니얼 씨의 말이 맞습니다.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지구 반 바퀴의 거리 적 제약을 넘어설 수 있는 기술의 필요성이 매우 절실하니까요.

물론 그 벽을 넘어서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 기술의 장벽이 매우 크겠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가치가 있죠.

대니얼 씨의 판단은 정확했습니다. 단지 거기에 부가적으로 더 필요한 카드를 준비하지 못했을 뿐이죠.”

“부가적으로 더 필요한 거라···. 대니얼 씨도 말했지만, 현재의 DARPA에서는 PTW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거래 카드를 더 제공할 수 없습니다. 가진 게 없거든요.”

“이제 스티브 씨도 솔직하게 말씀하시네요?”

“이미 다 까발려진 마당에 뭘 숨기겠습니까? 그냥 편하게 이야기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그 솔직함에 관한 호의로, 저도 솔직하게 말씀드리죠.

저희가 지금 원하는 것은, DARPA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카드가 아닙니다.

그건 대니얼씨의 말처럼 현재 저희에게 쓸모있는 카드들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보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미래요?”

“평소에 필요한 기술 확보를 위해 DARPA가 하던 개발 방식을, 이번 사례에 적용해달라는 뜻이죠.”

기본적으로 DARPA에서는 목표로 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하여 여러 퍼즐 조각을 하나로 맞추는 방식을 사용한다.

전 세계의 대학과 민간 기업 연구실에서 진행되는 수많은 연구를 검토하여, 해당 기술의 개발에 필요한 연구들을 찾아낸 뒤, 거기에 예산을 투입하는 식으로.

현재의 거래도 그런 퍼즐 조각 맞추기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이 진행하는 ‘슈퍼 솔져 프로젝트’는, 단순히 딥 다이버 기능이 달린 전투용 헬멧의 개발로 끝나는 프로젝트가 아니었기 때문에.

“DARPA에서 개발을 목표로 하는 ‘슈퍼 솔져’를 만들기 위해서는, 해당 병사가 들고 다닐 스마트 웨폰부터, 인간의 근력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외골격 슈츠, 현재의 기술보다 진보된 형태의 방탄 기술, 그리고 전장에서 즉각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게 하는 정보 모니터링 시스템 등이 필요하죠.

그 정도는 있어야, 진정한 ‘미래의 병사’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현재 PTW는 그중에 정보 모니터링에 해당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DARPA에서 원하는 것은 바로 그 기술의 사용권한이고요. 제 말이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그럼 나머지 기술인 스마트 웨폰이나 외골격 시스템은 다른 연구기관을 지원해서 개발 중이시겠네요?”

“그렇죠. 그게 DARPA의 방식이니까요.”

“저희가 바라는 것도 바로 그런 형태의 지원입니다.

지금 대니얼 씨가 가져온 양자 통신에 관한 연구를 보세요.

그걸 상용화하려면, 그것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부수적인 기술의 개발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양자 정보 상태로 전달된 데이터를 어떻게 컴퓨터가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할 것인가, 그리고 게임 패킷 형태의 데이터를 어떻게 양자 정보 상태로 전환할 것인가.

해당 제어 원자를 통제하는 데 필요한 절대 영도에 가까운 온도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현재 기술로도 절대 영도에 가까운 온도로 냉각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설비의 크기나 에너지 소모량을 줄이는 연구가 필요하겠죠.

만약 대니얼 씨가 말한 ‘릴레이’라는 장비를 저희가 위성에 탑재하려고 한다면, 위성의 에너지 보유량 가지고는 절대 제대로 된 양자 통신을 구현할 수 없을 테니까요.

‘양자 통신’이라는 개념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전 분야에 걸친 기술 개발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인류가 지금껏 개발한 모든 기술의 정수를 모아야 할지도 모르죠.

그걸 다 모은다고 해도,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고요.

하지만 시도라도 해 보려면, 그런 통합적인 관점에서의 개발 관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걸 전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집단이 바로 DARPA고요.”

“그러니까 상혁 씨가 지금 하시는 제안은, 저희가 미 국방성을 위한 기술을 개발할 때처럼, 양자 통신의 완성을 위해서 전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연구를 검토하고 거기에 투자하란 이야기입니까?”

“아뇨, 투자는 저희가 합니다. DARPA에서는 정보만 넘겨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 개발과정에 대한 관리를 도와주시고요.

다만 이번에는 미 국방성이 아니라, 저희를 위해서 그 일을 해 달라는 거죠.”

잠시 고민하던 스티브가 말했다.

“그러니까, 전 세계에 묻혀있는 도자기 조각들을 저희가 찾아오면···.”

“PTW에서 그것을 사고.”

“저희가 그걸 이어 붙이는 거군요.”

“함께 이어 붙이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이, 미국의 안보에 필수적인 기술이라면요?”

“그때의 우선권도 저희가 가집니다. 제가 지금 DARPA에 요구하는 것은, 대니얼 씨가 가져온 양자 통신의 기초 연구에 대한 권한이 아니라, 양자 통신의 ‘완성’에 관련된 모든 권한이니까요.”

상혁이 말했다.

“그 과정에서 NASA든 CIA든 FBI든 DOD(미 국방성)든 DHS(국토안보부)든, 저희에게 필요한 자료가 있다면 무조건 넘겨주셔야 합니다.

해당 기술에 대한 상업적 이용 권한까지 전부.

대신 그 대가로, 완성된 양자 통신에 기술에 대한 미국 정부의 사용 권한은 저희가 넘겨드리는 조건으로.”

“부서의 벽을 뛰어넘는 초법적인 협력 체계를 원하시는 거군요.”

“적어도 딥 다이버 기술이 가진 가치라면, 그 정도는 받아내야 하지 않겠어요?”

“만약 필요한 기술을 찾아냈지만, 그 기술의 사용권이 민간 기업에 있다면요?”

“그때는 그 회사를 저희가 통째로 사거나 기술 거래를 통해서 사용권을 확보하겠습니다.

만약 미군에서 동시에 필요한 기술이라면, DARPA의 예산을 써서 사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고요.”

“핵심 기술의 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기술의 완성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는데요?”

“그건 상관없습니다. 기술을 보유하지 않기 때문에 거래할 수 없는 DARPA와는 다르게, PTW에는 다른 기업과 거래 가능한 기술과 자금이 넘치니까요.”

“너무 엄청난 조건이라 승인받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뭘 넘겨줘야 할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거래를, 상부에서는 그리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자 상혁이 스티브에게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째서죠?”

“저희가 만들어드릴 슈퍼 솔져 프로젝트의 셈플을 보는 순간, 미 국방성에서는 그 대가가 어떤 조건이라도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하게 될 테니까요.”

상혁의 말을 들은 스티브의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상혁의 지금 발언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상혁은 지금 그에게 미 국방성을 설득하기 위한 군용 딥 다이버 프로젝트의 ‘프로토 타입’개발을, PTW에서 지원하겠다고 말한 것이었다.

원래 그가 받아내려고 했던, 이번 거래의 결과물 자체를.

스티브는 떨리는 목소리로 상혁을 향해 말했다.

“제가 이해한 것이 맞습니까? PTW에서, 미군용 딥 다이버의 프로토 타입 개발을 지원한다는 것이?”

“맞습니다. 말했지만 저희 쪽에서 필요한 건 겨우 가능성 정도만 품고 있는 기초 연구 데이터가 아니니까요.

저희가 원하는 것은, 인터넷과 마우스, 전자레인지와 GPS를 개발한 ‘그’ DARPA의 전폭적 지원아래서, 완성된 양자 통신 기술을 함께 만들어가는 겁니다.

그것을 위해서 미 정부를 설득하는데 프로토타입 개발이 필요하다면, 그 정도는 지원해 드려야죠.”

그렇게 말한 상혁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 그 휴대폰은, 여전히 민준에게 연결된 상태로 놓여 있었다.

“이제, 전문가들이 등판할 차례군요.”

스티브는 그제야 상혁이 민준을 회의에서 제외한 이후에도 계속 민준에게 회의 내용을 들려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회의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무작정 부실 밖으로 대니얼을 쫓아낸 자신과는 다르게.

그리고 그것은 상혁과 자신이 가진 ‘격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왜 월가의 헤지펀드들과 페이트 북의 저커버그가 PTW에게 쳐 발렸는지 알겠네. 여긴 완전 뱀 소굴이었어.’

그렇게 생각하며, 스티브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자신도 전화기를 들어 대니얼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니? 지금 다시 부실로 들어오게. 아무래도 우린 한국에 도착한 순간부터 이미 정해진 운명을 따라야 할 처지였던 것 같으니까.”

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대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엥? 스티브 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미 이 거래의 결과는 결정 나 있었다고.

이제 자네가 필요한 차례니까 당장 부실로 돌아와.”

그러자 그 순간 민준과 대니얼이 동시에 부실 안으로 들어왔다.

민준은 부실 옆의 회의실에서, 그리고 대니얼은 부실 정문에서.

두 전문가의 동시 등판을 보며 상혁과 스티브는 조용히 서로를 마주보고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두 사람을 향해 나란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자, 이제 우리 차례는 끝났어요. 나머지는 이 양자 통신 기술의 완성에 필요한 나머지 스텝이 뭔지, 전문가들끼리 이야기해 보도록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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