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 보물찾기
지수는 자신이 ‘오라클’과 대화하며 느낀 점에 대해 상혁에게 물었다.
“그런데 상혁 오빠. 지금 저는 상혁 오빠가 만든 퀘스트를 멀티플레이로 테스트하고 던전 생성 툴인 오라클을 플레이 한 거잖아요?”
“그렇지.”
“제 생각에 이건 나이츠 어셈블 2 보다는 ‘오라클’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게임인 것 같은데요?”
지수가 지적한 것은 현재 자신이 플레이 한 게임과 전작과의 연관성이 희박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상혁이 속편을 만드는 것에 있어서 ‘완전히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적어도 전작과의 스토리 적인 연계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자 상혁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지수의 의견에 동의했다.
사실 ‘D&D를 현실로 구현한다’는 공통의 게임 플레이 방식을 추구하는 것을 제외하면, 현재 두 게임의 연관성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나이츠 어셈블의 속편은 전작과 그 정도로 다른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뭐, 애당초 오라클의 개발이 메인이었고 나이츠 어셈블이 가진 스토리 라인은 툴이 완성되면 거기에 얹어서 개발할 예정이었으니까 지수 네가 말한 게 틀린 건 아니지.
그래도 엄밀히 말하면 이 게임이 나이츠 어셈블의 속편인 건 맞아.
오라클을 학습시키는 데 쓰인 데이터가, 바로 나이츠 어셈블에서 나온 거거든.”
“데이터가요?”
“크리에이터 모드에서 단순히 말로 지시하는 것만으로도 오라클이 얼마나 명확하게 명령을 수행했는지 기억해?”
“기억하죠.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만 해도 정확하게 제가 생각하던 자리에 제가 생각하는 형태로 오브젝트를 소환하거나 교체해줬으니까요.”
“리얼 엔진의 몬스터 생성 모드에서 보았던 수많은 몬스터의 바리에이션도 기억하고?”
“예.”
“그거 전부 다 나이츠 어셈블에서 모인 데이터로 학습시킨 거야.
우린 그 게임이 오픈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의 수많은 DM들이 나이츠 어셈블을 통해 만들어낸 맵과 오브젝트, 몬스터와 NPC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거든.”
“그걸 활용해서 오라클을 학습시켰다는 건가요?”
“맞아.”
“하지만 나이츠 어셈블 1은 도트 기반의 게임이잖아요.”
“도트 기반이긴 해도, 모든 파츠에 속성을 부여해야 하고 무게와 강도, 재질을 입력해야 하는 게임이었지.”
상혁의 말대로, 나이츠 어셈블의 도트 에디터로 특정 물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물체의 이름과 무게, 강도와 재질, 특성에 대한 정보를 입력해야 했다.
D&D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 특성 상,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자신의 능력치를 활용하여 오브젝트를 옮기거나 무기로 활용하고, 파괴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에.
게다가 몬스터의 공격 형태에 따라 무기에 맞은 것인지, 아니면 몬스터의 신체에 나 있는 돌기나 뿔에 맞은 것인지에 따라서도 데미지가 다르고, 각 부위에 대한 약점 속성이나 방어도를 따로 설정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데이터만으로 학습시키는 데는 무리가 있었지만, 기초 데이터로 활용하기엔 충분했지.
거기에 수십억 라인에 달하는 채팅 데이터를 통해서 오라클에 적용된 커뮤니케이션 엔진도 학습시킬 수 있었고.”
“아, 그래서 오라클이 말하는 투가 왠지 DM같은 느낌이었구나.”
“그런거지.”
“그리고 존 카믹 씨는 이걸 보고 마음에 들어 한 거고요?”
“완전히 미치려고 하더라고. 덕분에 원래는 민준이 마저 완성했어야 할 싱글 플레이용 AI 작업을 존 카믹 씨가 넘겨받았지.”
“그렇구나···.”
잠시 생각하던 지수가 다른 질문을 던졌다.
“아까 나이츠 어셈블의 데이터로 학습시킨 AI가 오라클이라고 했죠?
그럼 나이츠 어셈블 2로 모은 데이터로는 무엇을 하려고 하시는 거예요?”
“궁극적으로 나와 민준이 개발하려는 건, 유저가 원하는 게임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AI야.
자신이 원하는 세계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를 즐길 수 있도록.
그 과정에서 오라클은 유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퀘스트와 스토리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성장 트리를 만들어서 제공하면서,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드는 거지.
물론 거기까지 가려면 아직 우리가 해야 할 작업과 넘어야 할 기술적 장벽이 한없이 많이 남아있지만, 나와 민준은 이게 ‘궁극의 갓 겜’에 가장 가까운 형태가 될 거로 생각하고 있어.”
“궁극의 갓겜이라···.”
“어떤 개발자도 모든 유저의 취향을 100% 만족하게 하는 작품을 만들 순 없지.
사람마다 취향은 다양하니까. 하지만 하나의 게임이 유저의 취향대로 변화할 순 있다고 생각해.
실제로 유저들은 모드를 사용해서 게임을 자신의 취향대로 바꾸곤 하잖아?
그 과정을 극단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다면, 말 그대로 그 게임 안에서 유저들은 신과 같은 힘을 행사할 수 있게 되겠지.
이번에 일린 모스크와의 협상에서 우리가 스타링크 시스템의 지분을 받아낸 것도 그것을 위해서고.
연산이야 AI 연산 처리를 전담하는 대형 시설을 건설하는 거로 때울 수 있다고 해도, 그 AI와 대화하는 데 필요한 대역폭은 우리 힘만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거였으니까.”
“그럼 DARPA에서는 뭘 얻어낼 생각이에요?
거기도 기술력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기관인데?
무려 인터넷을 만들어낸 곳이잖아요?”
지수의 질문에 상혁은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글세? 그건 일단 협상이 개시되고 나서 고민할 문제겠지?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확실한 건?”
“적어도 그쪽에서 가져오는 게 양자 통신이나 상용화 직전의 양자 컴퓨터 수준의 기술이 아니면, 우리가 협상에 응하지 않을 거라는 거지.”
그렇게 말하는 상혁의 눈은 DARPA에서 던지는 제안이 무엇이든 간에, 그곳의 골수까지 빨아먹겠다는 강렬한 의지로 불타고 있었다.
***
당신이 만약 인터넷, 마우스, 음성 인식 기술, 전자레인지, GPS, 탄소섬유, 드론 등을 사용해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 방위고등연구계획국)가 개발한 기술의 특혜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 모든 기술의 기초 원리를 제공하는 기술에, DARPA가 관여했기 때문에.
그만큼 DARPA는 가장 세상을 크게 변화시킨 연구 기관 중의 하나였고, 전 세계 기업들과 정부들의 연구 기관은 그런 DARPA를 모방하고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기업들과 정부들의 대부분은 DARPA가 이룬 성과만큼의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있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DARPA만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특성 때문이라 할 수 있었다.
우선, DARPA의 가장 큰 특징으로 ‘자체 연구소가 없다’라는 점을 들 수 있다.
기술에 민간과 군의 구분이 없다는 지론 아래 DARPA에서는 자체 연구소를 운영하며 거기서 나온 기술을 독점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자신들이 이루려는 목적에 부합하는 연구를 하고 있는 대학원생들이나 대학의 연구 기관들에 개발비를 지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연구들 대부분은, 실패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성공만 하면 획기적인 효과를 얻어낼 수 있는 그런 연구들이었다.
아마도 딥 다이버 기술 역시 개발 과정에서 PTW가 그토록 철저히 보안을 지키지 않았더라면, 진즉에 DARPA에서 날아온 제안을 받았을 것이다.
개발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지원 할 테니, 미 정부가 그 기술을 무료로 쓰게 해 달라고.
그것은 DARPA가 가지고 있는 두 번째 특징인, ‘기술 공급자’적인 특성이었다.
기본적으로 미국에는, 정부가 개발비를 지원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도 그 이익은 개발에 참여한 주체가 얻어가고, 정부는 단지 무료로 그 기술을 이용할 권리만을 얻어내는 베이 돌 법(Bayh Dole Act, 1980년)이라는 제도적 장치가 존재한다.
그 때문에 만약 DARPA의 재정 지원을 받아 개발된 기술이라 하더라도, 그 기술의 저작권과 상업적 이득은 온전히 개발자가 가져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전략적 특성을 바탕으로, DARPA는 수많은 핵심 기술들의 개발에 관여하며 엄청나게 많은 기업들에 기술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권리를 얻어내 미 국방성에 제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번 사례엔 DARPA의 놀라운 정보력이 닿지 않았고, 그들은 그들이 제안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모든 문제는, 바로 그 ‘타이밍’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DARPA에서 보유한 기술을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PTW에 딥 다이버에 대한 기술 이전과 STC의 접근 권한을 요청한다는 이야기입니까?”
DARPA에 존재하는 6개의 테크니컬 오피스 중 하나인 전략 기술 연구실(Strategic Technology Office; STO) 책임자인 자레드 더들리가 자신을 찾아온 스티브를 보며 묻자, 스티브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맞습니다.”
“하지만 스티브 씨도 알다시피, 저희가 투자한 기술의 저작권 자체는 그 기술을 개발한 개발자에게 있습니다.
저희는 단지 미 정부를 위해 그 기술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만을 가지고 있고요.”
“그것도 알죠.”
“그럼 그런 식으로 개발된 기술은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잘 아시겠네요?”
“예.”
“그럼 결국 거래의 카드는 저희가 보유한 기술이 아니라, 미 국방성에서 보유한 기술이 될 거라는 것도요?”
“그쪽에서 원하는 기술이 있다면 그렇게 되겠죠.”
“국방성에서 좋아하지 않을 텐데.”
“제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일단 PTW라는 회사는 진짜로, 세계를 뒤집을 만한 엄청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순수하게 게임 개발만을 하는 회사입니다.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는 단 하나밖에 없죠.
‘이 기술이 게임 개발에 도움이 되는가.’
그러니 미 국방성에서 보유한 기술 일부를 이전하더라도, 그건 단순히 게임 개발에만 쓰일 겁니다.
국방성에서 우려하는 안보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거고요.
그들이 저희가 개발한 최신형 미사일의 타겟 유도 기술 따위를 원하지도 않을 거고요.”
“군사 기술의 가치라는 건 그걸 받아가는 쪽에서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아니라, 해당 기술이 유출 되었을 때 어느 정도의 피해가 예상되느냐로 판단하는 겁니다.
만약 저희가 넘겨준 기술이 미국의 안보에 핵심적인 기술이고, 그것이 PTW를 통해 유출된다면 그건 엄청난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요.”
“무엇을 우려하시는 것인지는 잘 압니다만 PTW에 있어서는 그런 걱정을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어째서죠?”
“그들의 정보 보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니까요.
정말로, 지금까지 전 세계에 있는 수많은 해커가 PTW의 보안을 뚫으려 시도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죠.
게다가 직원들을 통해 내부 정보가 유출된 사례가 한 건도 없고요.
이전에 딥 다이버 관련 정보가 유출된 것도, 전부 협력사 쪽에서 유출된 정보였습니다.
그들은 보안 서약 유지를 위해서만 직원들에게 한해 수백만 달러를 쓰고 있어요.
게다가 직원들 자체도 회사 내부의 프로젝트들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PTW는 직원들이 편하게 출퇴근을 할 수 있도록 서울 노른자위 땅에 아파트 단지를 건설해서 제공해준 회사입니다.
게다가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은 둘째 치더라도, 연봉 외 수당만 거의 연봉 수준으로 지급하는 회사죠.
직원들 대부분이 PTW의 게임을 뼛속부터 사랑하는 골수 팬들이고, PTW의 가장 열렬한 신봉자들입니다. 매수는 불가능하죠.”
“좋습니다. 핵심 기술을 넘겨도 안보에 문제가 전혀 되지 않을 거라는 스티브 씨의 설명은 솔직히 믿음이 가지 않지만, 만약 그렇다고 쳐도,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들이 그토록 게임에만 집착하는 집단이라면, 그들이 원하는 카드가 저희에게 없을 수도 있어요.
잘못하면 괜히 저희가 가진 기술의 리스트만 공개되는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했을 경우 저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상상을 초월하겠죠.
더들리 씨. 저희는 DARPA입니다.
ARPA-E(에너지부)도 아니고, I-ARPA(정보부)도 아니고, HSARPA(국토안보부)도 아닌, DARPA죠.
기술의 선택에 관한 저희의 모토가 무엇인지 잊으셨습니까?”
“고위험 고성과(High Risk, High Pay-off).”
“그렇죠. 저희는 실패 가능성이 크더라도 성공하면 세상을 바꿀만한 기술에 투자합니다.
그리고 타이밍이 늦긴 했지만, PTW에서 보유한 딥 다이버의 기술은 확실히 저희가 생각하는 스타일의 기술이죠.
만약 그 기술을 미 국방성에서 사용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인해 이룰 수 있는 전투력 상승은 상상하기도 어려울 겁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VR과 AR이 동시에 가능한 장비는 그리 흔하지 않지만, AR을 그토록 완벽하게 구현한 장비도 딥 다이버가 유일하죠.
만약 딥 다이버의 기술이 들어간 개인용 전투 헬멧을 지급한다면, 병사들은 전투 상황을 보면서 동시에 지형 정보나 적의 정보, 혹은 상황실에서 전달해준 브리핑 정보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격수는 옆에서 저격을 보조하는 감적수의 도움 없이 혼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겠죠.
굳이 꼼꼼하게 타겟의 특징을 외우지 않아도, 목표한 타겟의 초상화를 시야에 띄워놓고 비교하면서 목표를 찾을 수도 있을 겁니다.
경험이 부족한 위생병이, 환자의 상태를 보고 수술 매뉴얼을 보면서 응급조치를 취할 수도 있겠죠.
원한다면 홀로그램 이미지를 따라 끊어진 동맥을 찾아 봉합할 수도 있을 거고요.
평면으로 이루어진 건물 설계도를 보면서, 어떻게 작전을 수행할 것인지 머릿속으로 그릴 필요도 없습니다.
작전 전에 VR 환경에서 완벽하게 구현된 가상의 적들과 대치하며 훈련을 하고,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작전에 투입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부대의 유일한 전차 조종수가 소변 보다가 총에 맞아 죽더라도, 소총수가 홀로그램을 따라 전차 조종을 실시간으로 따라 하며 임기응변을 통해 전장에서 이탈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 외에도 정말 많은 무수한 용도가 딥 다이버를 통해···.”
“그만, 그만 하세요. 이미 그 정도만 들어도 완전히 마법의 장비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정말로 그런 것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당연히 미군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어야 할 겁니다.
국방성에서도 그것을 원할 거고요.”
“사실 그게 문제입니다. 이전에 예산 심의에서 거절당한 가장 큰 이유도, 단순히 이용권을 이전받는 조건으로는 금액이 너무 크다는 지적 때문이었으니까요.”
“그러니까 국방성에서는 아예 독점 사용이 아니라면 그 정도 비용을 들일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거군요?”
“그 기술을 저희만 쓸 수 있도록 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못쓰게 막는 게 더 쉬우니까요.
단순히 딥 다이버 관련 기술을 저희가 독점하겠다고 나서는 것만으로도, 당장 한국의 국방부에서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그쪽은 동맹국이고, 전쟁 중이기도 하니까요.”
“중국이나 러시아 쪽에서 관심을 가질 위험은 없습니까?”
“일단 중국 쪽에서 몇 번의 접촉시도가 있었던 것은 확인했습니다만, 성과는 없었던 거로 압니다.
애당초 PTW는 중국에 서비스 자체를 안 하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고요.”
“게임 시장 자체는 중국 시장도 엄청나게 크지 않나요?”
“그들이 한창 성장할 때의 중국 콘솔 시장은 그리 크지 않았고, 그들이 크고 난 이후의 중국 시장은 검열 때문에 메리트가 떨어진다고 판단했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STC 기술의 발표 이후에 중국에서 엄청나게 많은 해킹 시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PTW 입장에서는 중국이라면 치를 떨겠죠.”
“그건 긍정적이군요.”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딥 다이버 기술을 ‘중립’의 영역에 둘 때 의미가 있는 겁니다.
저희가 원하는 건 ‘독점’이고요.”
스티브의 말을 들은 더들리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미사일 기술 같은 군사 관련 기술을 제외하고, 미 국방성에서 독점적으로 보유한 기술 중에 PTW가 관심을 보일만 한 기술의 리스트를 작성해 보세요.”
“작성하면, PTW에 보여줘도 되는 겁니까?”
“책임은 제가 집니다. 그리고 단순히 리스트가 공개된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기도 하고요.
다만, 이번 일은 철저히 보안에 붙여야 합니다.
DARPA에서 딥 다이버 기술에 관심을 보인다는 소식이 흘러나가는 순간, 전 세계 군수 업체들이 동시에 달려들게 될 테니까.
그러다 진짜로 머니 게임으로 흘러가게 되면, 그때는 정말로 중국에서 그 기술을 가져갈 수도 있습니다.
걔넨 진짜 돈 하나는 썩어나게 많으니까.”
“그런 염려는 안 하셔도 됩니다. PTW에서 진짜로 가지고 싶어하는 건,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기술이니까.
그리고 중국엔 그 기술이 없죠.”
“우리한텐 있습니까?”
“글쎄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스티브도 자신이 없었다.
상대가 방산업체라면 몰라도, 게임회사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핵심 기술에 대해서라면, 미 국방성이라도 딱히 메리트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저희 쪽 PM인 대니가 필사적으로 찾고 있으니, 뭔가 결과물이 나오겠죠.”
제발 뭐라도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스티브가 말했다.
***
“대니 씨, 당신이 찾는 건 여기 없다니까요?”
미 국방성에 있는 자료실에서, 서류를 뒤적이는 대니에게 한 군인이 말했다.
그러나 대니는 그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손에 들린 서류를 한쪽 구석으로 집어 던지고는 다른 서류를 집어 들어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던진 서류에는, 붉은 색으로 대문짝만한 도장이 찍혀 있었다.
[TOP SECRET]
그리고 그것은 그가 집어 든 서류도 마찬가지였다.
[CLASSIFIED]
[CONFIDENTIAL]
아마도 그 광경을 방산업계 관계자가 봤다면 기겁을 했을 것이다.
한번 들춰보기만 할 수 있더라도 소원이 없을 것 같은 수많은 기밀 서류를 집어 들고, 대니가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아 무슨 쓸만한 기술이 하나도 없네.”
그러자 보안을 위해 감시하던 병사가 대니를 보며 투덜거렸다.
“그 기술 중에 태반은 DARPA에서 제공한 건데요?”
“이번 일에 쓸모가 없다는 말이야.”
“대체 뭘 찾으시려는 겁니까?”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게임 회사에서, 자기네 기술을 이전하는 대가로 교환하길 원할 만한 기술.”
그러자 그 말을 들은 병사가 대니에게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차라리 홈 디포에서 탱크를 사시죠? 아니, 그런 걸 왜 미 국방성 기밀 자료실에서 찾습니까?”
“혹시나 해서 와본 거야 혹시나 해서. 이것도 쓰레기네.”
대니가 다음으로 집어 던진 서류에는, [핵 항모 탑재를 위한 레일건 개발 프로젝트(Railgun development project for nuclear aircraft carrier)]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그거 13년 동안 4천억 넘게 들어간 프로젝트인데요?
미 해군의 미래가 걸린 프로젝트라고요.”
“게임에 쓸 수 있어?”
“아뇨.”
“그럼 쓰레기네.”
“아, 그러니까 대니얼 씨가 찾는 그런 건 여기 없다니까요?”
그때, 투덜대는 병사의 목소리를 듣던 대니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한 개의 파일을 집어 들고는 병사를 향해 씩 웃으며 말했다.
“뭐야, 괜찮은 거 가지고 있잖아.”
“그건···?”
“어. 내가 찾던 게 바로 이런 거라고. 적어도 한 개 정도는 있을 줄 알았지.”
대니가 손에 든 파일.
거기엔 굵은 글자로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양자 통신 기술 개발 프로젝트 (Quantum communication system development proj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