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8. 히어로 라이즈
미국에 있는 스티브와 대니가 기술 제휴를 통한 협상을 위해 상부를 설득하는 동안, 한국에 있는 PTW에서는 상혁이 인력 재배치를 위한 프로젝트 검토를 진행하고 있었다.
3차 NE 컨벤션이 끝난 상태에서, 프로젝트 완료 휴가를 끝내고 돌아온 인력들을 새 프로젝트나 기존 프로젝트에 재할당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매번 3개 정도의 게임을 공개했던 이전의 NE 컨벤션과는 다르게, 이번 3차 NE 컨벤션에서 PTW는 공개된 게임은 5개의 게임 중 하나만을 제작하고 나머지 게임은 전부 외부 제작사에 맡겼었다.
그렇기에 현재 PTW에서 프로젝트 완료 보상 휴가를 간 인원은 대형 이벤트가 완료된 것 치고는 생각보다 적은 상태였다.
나머지 멤버들은, 죄다 개인 프로젝트나 R&D, 그리고 프로젝트 히어로에 참여하고 있었고.
그런 상황 속에서, 상혁은 프로젝트 히어로의 작업 상황을 점검하고 필요한 인력의 배치를 조정하여 개발 속도를 올릴 필요를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인력 재배치를 위해서는, 일단 프로젝트 히어로가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에 관한 결정이 필요했다.
현재 테스트 삼아 PRD 연동 버전을 시험 중인 프로젝트 히어로를, PRD 지원 게임으로 발매할 것인가 아니면 일반 게임으로 발매할 것인가에 관한 결정이.
그것에 대해, 상혁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내 생각을 말하자면, 난 프로젝트 히어로가 딥 다이버와 코넥트를 이용한 VR 버전, 그리고 PRD를 이용한 풀 다이브 버전, 마지막으로 패드를 들고 TV앞에서 즐길 수 있는 일반 버전, 이 3가지 모두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PRD가 집에 없거나, 딥 다이버가 없거나, 오늘은 몸을 움직이기 싫다거나, 아니면 딥 다이버나 PRD로 게임을 즐기다가 몸은 지쳤는데 게임은 계속하고 싶을 때, TV앞에서 패드를 들고 게임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거든.”
상혁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자, 현재 상혁을 대신해 리드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지수가 상혁의 말에 답했다.
“저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PRD나 딥 다이버보다는 일반 버전만 개발해서 출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말하면, 상혁 오빠의 배려로 프로젝트 히어로의 작업에 개발 중인 리얼 엔진의 프로토타입을 사용하고 개발 속도가 빨라지긴 했지만, 그렇게 했음에도 현재의 개발 속도는 그리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거든요.”
“흠···. 개발 속도 문제는 인력 충원으로 해결되지 않을까?”
“그게 다른 게임 제작 프로젝트에서 일반적으로 겪는 문제처럼, 예를 들어 구축하려는 시스템이 너무 복잡하고 거대해서 버그가 계속 발생한다던가, 아니면 기술적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던가, 혹은 모델링과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데 시간이 엄청나게 많이 든다든가 하는 문제라면 오빠 말대로 인력 충원으로 해결할 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 프로젝트 히어로의 문제는 PRD 연동 테스트를 시작하면서 기존 인력들이 지나치게 그쪽으로 몰려가 버렸다는 거예요.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인데, 다들 R&D를 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차라리 다른 프로젝트로 이동하는 거면 설득해서 남으라고 이야기라도 할 텐데, 죄다 내부 프로젝트의 다른 파트로 가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걸 어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 말은 직원들이 프로젝트 히어로의 PRD 연동 버전에 더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 아니야?”
“그야 PRD라는 기술 자체가 완전 사기적인 기술이니까요.”
지수가 말했다.
“오빠도 알다시피, 웬만한 똥겜도 VR로 즐기면 그 특유의 몰입감 때문에 엄청나게 재미있게 즐길 수 있어요.
가상 공간에서 몸을 움직여서 가상의 물체를 조작한다는 감각은, 패드를 조작해서 모언가를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재미를 주니까요.
딥 다이버는 더 심하죠. 그건 시야각이 없어서 머리에 가해지는 무게만 제외하면 아예 내가 VR 장비를 끼고 있다는 느낌조차 주지 않으니까.
그런데 PRD는? 저도 테스트를 해봤지만 그건 진짜 치트에요.
별다른 게임 시스템 없이 3D 공간을 돌아다니기만 해도 미친 듯이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장비가 바로 PRD니까.”
“어째 재미있어서 불만이라는 소리로 들리는데?”
“불만이죠. 지금은 PRD 버전의 개발에 집중할 때가 아니니까요.
하아, 차라리 프로젝트 히어로는 딥 다이버나 PRD랑 연계하지 못하게 막을 걸 그랬어요.”
상혁은 지수가 투덜거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같은 이유로, 자신이 이전에 커뮤니케이션 엔진을 프로젝트 히어로에 적용하지 못하게 막았었으니까.
그것은 단순히 ‘어느 쪽이 더 재미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재미가 어디에서 오느냐’에 대한 문제였다.
“지수야, 네가 걱정하는 건 굳이 프로젝트 히어로가 아니어도 전달할 수 있는 재미에 작업자들이 너무 집중하고 있다는 거지?”
상혁의 말을 들은 지수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제가 생각하는 프로젝트 히어로의 재미는, 그냥 가상 공간에서 무언가를 만지면서 느껴지는 재미가 아니라, 게임 자체가 주는 재미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PRD가 프로젝트 히어로를 먹어버린 느낌이에요.
제가 이런 걱정을 하는 게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기획자가 서로 다른 두 재미를 두고 프로젝트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는 건 그 프로젝트의 핵심 재미가 무엇인지 잊지 않았다는 증거니까.
지수가 네 고민은 올바른 거야. 그리고 네가 성장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헤헤···.”
“그럼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지수 너는, 현재 리드 기획자로서 프로젝트 히어로가 전달해야 할 재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히어로가 된다’라는 경험이 주는 재미죠.
프로젝트 히어로의 개발 버전을 플레이할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건 진짜로 제가 슈퍼 파워를 얻어서 히어로가 되는 과정을 경험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줘요.
지식 계열 캐릭터를 키우면서 사이드 킥으로 초인 동료를 얻어서 제가 그들의 장비를 만들어 밸런스를 맞춘다던가, 아니면 초감각이 없어도 시민들의 위기를 제때 포착하기 위해서 경찰 주파수를 해킹한다던가.
빌런을 상대하기 위해서 새로운 능력을 각성하고, 새 장비를 만들고, 새 동료를 구하고, 때때로 다른 플레이어에게 헬프를 요청하거나 친구들과 히어로 그룹을 짜고.
그 모든 과정에서 제가 가진 능력에 대한 파악과 고민을 요구하죠.
전 프로젝트 히어로가 게임적인 면에서 굉장히 뛰어난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초반에 얻는 능력을 바꾸거나 아니면 초기 능력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게임 전체가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되어버리니까요.”
“그리고 지금은 그 대단한 시스템들이 PRD가 전달하는 풀 다이브 경험에 묻힌 거 같아서 불만인 거고?”
“그렇죠.”
“흠······.”
“저는 상혁 오빠의 의견이 듣고 싶어요.
상혁 오빠는 예전에 프로젝트 히어로에 커뮤니케이션 엔진을 넣지 않겠다고 이야기하셨잖아요.
그것도 제가 우려한 것처럼 ‘소통’이 주는 재미가 게임 시스템이 주는 재미를 흐트러트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나요?”
“맞아. 난 플레이어가 시민을 어떻게 구할지를 고민할 시간에 동료 AI의 호감도를 어떻게 올릴까 고민하기를 원하지 않았거든.”
“그런데 지금은 PRD버전에 찬성하고 계시잖아요.
커뮤니케이션 엔진 때보다, PRD가 게임 시스템을 압도하는 부분이 훨씬 큰데 그건 어째서 그런 거예요?”
“그건 단순하지.
두 재미가 바라보고 있는 지향점이 같은 방향을 하고 있는지를 보는 거야.
난 PRD가 전달하는 풀 다이브 경험이, 좀 더 유저에게 ‘히어로’가 되는 느낌을 잘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흠···. 하지만 PRD용 프로젝트 히어로의 테스트 빌드를 해본 사람들은 대부분 게임 플레이보다는 PRD로 느낄 수 있는 감각에 집중하는 편이었어요. 그건 문제가 되지 않나요?”
“아니, 그건 사실 PRD로 느낄 수 있는 경험이란 게, 처음 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지막지하게 신기한 경험이니까 어찌보면 당연한 거라고 할 수 있지.
예를 들어 지수가 네가 매트릭스 안에 들어갔다고 생각해봐. 그럼 어떤 기분이겠어?”
“이게 진짠가? 하고 이것저것 시험해보고 싶어질 것 같아요.”
“그러니까 PRD 버전의 어떤 게임이든 간에, PRD로 만든 프로그램을 처음 하는 사람은 신기해서 게임에 집중 못 하는 게 당연한 거야.
그 구간을 넘어서면, 그때부터 PRD용 프로젝트 히어로의 진가를 느낄 수 있게 되는 거지.”
“진가요?”
“말 그대로, ‘내 손으로’ 시민을 구한다는 감각 말이야.”
“아···.”
상혁이 말했다.
“PRD는 피드백 한계를 조절하면 사람에게 통증이 느껴질 정도의 충격도 전달할 수 있어.
물론 그렇다고 아픈 수준까지 피드백 레벨을 올리는 사람은 없겠지만, 맞을 때 맞은 부위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건 꽤 강렬한 기분이거든.
유저들은 ‘권장’이라는 단어에 약하지.
개발사가 ‘이 난이도로 즐기는 게 최고로 즐겁습니다’라는 의미로 난이도 버튼 옆에 ‘(권장)’이라고 달아두면, 보통은 그 난이도로 게임을 시작하게 마련이고.
그럼 우리가 만약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통증을 느낄 수 있는 세팅을 프로젝트 히어로의 권장 세팅으로 잡아서 추천하면 어떨까?
피드백 세팅 설명에 이렇게 적어놓으면서 말이야.
‘이 세팅은 신체에 부상을 남기지는 않지만, 적의 공격이나 물체와의 충돌로 인한 캐릭터의 통증을 미약한 수준에서 플레이어에게 전달합니다.
단순히 몸이 떠밀리는 감각이 아닌, 실제 히어로가 느끼는 두려움과 아픔을 함께 체험하고 싶다면, 이 설정을 사용하세요.’라고.”
“어, 그거 좀 멋지다. 그럼 최대 세팅은 이런 느낌인가?
‘이 세팅은 신체에 부상을 가하지 않는 수준에서 최대한의 감각을 플레이어에게 전달합니다.
총을 맞으면 맞은 부위에 정말로 총을 맞은 것 같은 감각이 전달되며, 물체에 깔리면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충격이 신체를 엄습합니다.
진정으로 시민을 위해 목숨을 내거는 히어로의 용기를 가진 사람만 이 세팅에 도전하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그렇게 할 수도 있지. 지금까지 기존의 게임들이 플레이어에게 압박을 가하는 방식은, 게임 오버화면을 볼 수 있다고 협박하는 거야.
그건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거든.
하지만 PRD를 사용하면 단순히 게임 오버의 위협이 아니라, 실제로 신체에 가해지는 위협을 플레이어에게 전달할 수 있지.
현장에 시민을 구하러 출동한 상황에서, 저 멀리 보이는, 나보다 덩치가 5배는 큰 빌런을 보면서 속으로 생각하게 되는 거야.
‘아, 진짜 들어가기 무섭다.’”
“하지만 들어가야지. 이 시민들을 구할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니까.”
지수가 말하자 상혁이 웃으며 그녀에게 답했다.
“맞아. 바로 그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거야.”
“그럼 PRD의 물리적 피드백은 프로젝트 히어로의 재미를 흩트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겠네요?”
“맞아. 하지만 단순히 통증이나 충격을 느끼게 하는 것보다, PRD의 적용은 더 큰 의미를 전달할 수 있어.”
“그게 뭐죠?”
“바로 스테이터스 시스템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거.”
“아···. 그렇네요. 실제로 게임 안에서 능력을 얻으면, 그걸 실제로 체감하면서 싸울 수 있으니까요.”
“다들 슈퍼맨처럼 강한 힘을 가지고 싶어하지만, 실제로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 게 어떤 기분인지 체감하기는 쉽지 않지.
PRD는 그걸 가능하게 해 주는 장비고.
난 플레이어에게 ‘슈퍼 히어로가 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PRD의 도입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해.
물론 그것을 위해서 우리가 감수해야 하는 출시일정 지연과 개발 난이도 상승.
그리고 PRD 자체가 가진 기술적 장벽의 해결을 고려하더라도 말이지.”
“기술적 장벽이요? 이미 거의 개발이 끝난 장비로 알고 있었는데?
지금도 무리 없이 테스트하고 있잖아요?”
“그건 민준이 설명해줄 거야.”
지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상혁은 민준에게 떠넘겨버렸다.
어찌 되었건 PRD의 개발은 스컹크 웍스에서 진행 중인 사항이었으니까.
그러자 대화에 끼지도 않은 채 컴퓨터에 앉아 열심히 무언가를 코딩하고 있던 민준이 상혁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마자 고개를 빼꼼 내밀며 상혁에게 물었다.
“뭐야? 왜? 나? 뭐? 뭔데?”
“PRD 상용화까지 남은 기술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지수에게 설명해 달라고.”
“아, 그건가.”
민준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앉은 채 지수에게 말했다.
“우선 일반적인 ‘표준 체형’의 범위를 벗어나는 플레이어는 게임을 못해.
지금 정상적으로 피드백이 가능한 한계 무게는 150㎏ 정도야.
하지만 그 문제는 얼마 전 테슬러랑 기술 제휴에 대해 협의했으니 그쪽 자동차에 쓰이는 모터기술을 이전받아서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고.”
“다른 문제도 있어요?”
“많지. 일단 지금 일일이 커스텀 핏으로 제작하고 있는 슈트의 양산 문제가 있어.
사람마다 키도 체형도 몸무게도 다 다른데, 양산 이후에도 그걸 일일이 전부 수제로 제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건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준비 중이세요?”
“혹시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봉’ 봤어?”
“후후, 오타쿠인 저에게 그런 어리석은 질문을···.”
“봤다고 치고, 거기 보면 플러그 슈트라는 옷이 나오는데, 헐렁하게 만들어져 있지만 입고 나서 손목의 버튼을 누르면 몸에 착 달라붙거든?
지금 개발하려고 하는 방식은 그 방식을 적용하려고 하고 있어.”
“엥? 그게 가능해요?”
“옷이 줄어드는 건 힘들더라도, 옷을 부풀려서 몸에 강제로 맞게 만든다던가, 아니면 원단을 감아서 당기는 파츠를 달아서 남는 천을 강제로 잡아당겨서 몸에 맞추는 거지.
문제는 겨드랑이 같이 좀 복잡한 부분의 핏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건데, 그건 고민을 좀 더 해봐야 해.
진짜로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플러그 슈트처럼 슉 하고 줄어들면서 몸에 착 달라붙으면 좋은데, 아쉽게도 그런 기술은 없거든.”
“그 외에는요?”
“통풍 문제. 안 그래도 두꺼운 슈트라 통풍도 잘 안 되는데, 소재를 고어텍스로 바꿨는데도 30분만 플레이하면 땀으로 가득 차.
안쪽에 전자 센서도 많이 달려있어서 수분 문제는 치명적이거든.
그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상용화는 어렵지.
가격을 낮추지 않고 발매해서 PRD 체험방 같은 식의 서비스 전용으로 바꾼다고 해도, 남의 땀으로 절어있는 슈트를 입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게다가 땀과 별개로 체력 문제도 있어. 안 그래도 몸을 움직이는 장비인데 거기에 외부에서 물리적인 힘까지 가하는 장비잖아.”
“하지만 PRD는 사용자의 힘을 올려주는 것도 가능한 장비 아니에요?”
“힘은 올려줄 수 있지만 지구력은 어떻게 되는 게 아니거든.”
“아···.”
“결국, 상혁이 PRD 버전을 일반 버전하고 같이 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그 이유에서인 거야.
진짜로 일반 플레이어가 체력만 써서 플레이하면, PRD는 세계에서 엔딩 보는데 가장 오래 걸리는 게임이 될지도 모르니까.”
“상용화까지는 엄청나게 많은 장벽이 있네요···. 만약 PRD가 실제 상용화에 실패하면 어쩌죠?”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지금 있는 대부분의 문제는 최대한 많은 플레이어가 쾌적하게 오랜 시간 게임을 할 수 있게 하려고 발생하는 문제니까.
실제로 지금의 PRD도 표준 체형의 테스터가 30분 정도 플레이하는 동안은 완벽한 장비잖아.
그걸 두 시간이나 세 시간 수준으로 늘리기만 해도, 상용화엔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지.”
“목표는 어떤데요?”
“당연히 배고파서 끄기 전에는 장비를 입었는지도 모르게 만드는 거지.”
“알겠어요. 그럼 PRD의 상용화 부분은 민준 오빠를 믿고 있을게요.
그리고 상혁 오빠.
재미라는 측면에서 프로젝트 히어로를 PRD 버전으로 출시하는 것은 괜찮은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오빠 말대로, PRD라는 장비와 프로젝트 히어로라는 게임이 지향하는 방향이 같은 것 같으니까.
하지만 그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PRD 용 게임의 제작 기간이 일반적인 게임의 제작 기간보다 엄청나게 늘어지는 건 극복할 수 없어요.
게다가 오빠도 알다시피, 저희는 이제 프로젝트 히어로 외에 별도로 발매할만한 메인 프로젝트도 없고요.
PRD의 상용화도, 민준 오빠의 말대로라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죠.
그 긴 시간 동안, 유저들의 갈증을 어떻게 달래줄 생각이세요?”
“우선 MS쪽에서 제안해오는 컨소시엄 참가 기업들을 닦달해서 X-BOX용 게임들을 출시해야지.
그것과는 별개로, 우리 쪽에서는 PTW LAB로 발매될 게임들에 대한 준비도 해야하고.”
“하지만 PTW LAB는 PTW가 아니잖아요?
저희가 만든 실험적인 게임에 대한 수요도 물론 있겠지만, 저는 메인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PTW에 대해 잊고 있을 때 프로젝트 히어로를 발매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그건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PTW LAB에서 발매될 게임 중에 아직 공개되지 않은 한 가지는, 바로 우리 메인 프로젝트였던 게임의 속편이니까.”
“속편이요?”
“어. 딥 다이버용 게임으로, PS와 X-BOX, 그리고 PC의 3대 플랫폼에서 모두 발매될 게임이지.
그리고 우리가 내놓을 최초의 속편이기도 하고.”
“하지만 오빠는 속편이란 개념을 엄청나게 싫어하시잖아요. 예전에 했던 게임 시스템을 재탕하면서 돈은 풀 프라이스로 받아 처먹는다고요.”
“뭐, 그것도 맞는 말인데, 거기도 예외는 있어.”
“예외가 있어요?”
“속편이 기존 게임하고 완전히 다르면, 그건 괜찮다고 생각해.
물론 속편이니까 원작의 방향성이나 게임성은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시스템은 완전히 달라야 하겠지.”
“엑? 시스템이 다른데 게임성은 같다고요?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가능해. 세대차가 엄청나게 벌어져있으면.”
그렇게 말하며 상혁은 자신의 자리에 쌓인 서류 더미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부의 기획서를 뽑아 지수에게 내밀었다.
딥 다이버의 초기 개발 단계부터 상혁이 개인 프로젝트로 진행해왔고, 존 카믹이 발견하자마자 PTW LAB에서 꼭 발매하고 싶은 프로젝트라고 말했던 그 프로젝트의 기획서를.
거기엔 굵은 글자로 지수도 알고 있는 익숙한 제목이 적혀있었다.
[Knights Assemble 2]
적어도 PTW에서 만큼은 전혀 익숙하다고 할 수 없는, ‘2’라는 숫자와 함께.
그것은 오래전 PTW가 X-BOX Live서비스를 구축하며 함께 발매했던, 지금 현재도 팬들로 하여금 오리지널 X-BOX를 팔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게임이자 현재도 현존하는 D&D기반 게임 중 가장 완벽한 게임이라고 평가받고 있던 게임의 속편에 대한 기획서였다.
‘나이츠 어셈블 2’
상혁은 그 프로젝트를 통해서, 사람들이 알고 있는 RPG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뒤집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유저들에게 제공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