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314화 (315/485)

314. PTW의 적과 아군

사실, 테슬러에게 스타링크 프로젝트의 지분을 요구하자는 건, 상혁이 아닌 민준의 아이디어였다.

민준은 자동차 업체부터 반도체 업체까지, 산업 전반에 걸쳐 폭넓게 걸쳐 있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협업 제안서를 훑어보고는 상혁에게 말했다.

“테슬러 말이야.”

“어.”

“혹시 여기랑 협업할 생각 있어?”

“어? 테슬러하고?”

상혁은 민준이 들고 있는 제안서를 받아들고 다시 읽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저으며 민준에게 말했다.

“아니, 일단 후보긴 한데 심각하게 고려는 않는 중이야.”

“이유는?”

“그쪽에서 원하는 건 전 세계에서 오직 테슬러 공장만이 딥 다이버를 이용해 자동차를 제작한다는 이미지잖아.

그럼 필연적으로 나머지 업체들에는 딥 다이버를 못 팔 거고.

생산 라인에 투입되는 총 작업자들의 수를 생각하면, 겨우 테슬러 공장 노동자 때문에 전 세계 자동차 생산 라인에 딥 다이버가 깔리는 걸 포기하는 건 수지가 안 맞지.

판매량이 말 그대로 수백만 대는 넘게 적어질 텐데.

가만히 서로 경쟁 붙이면 알아서 돈 싸 들고 와서 전 세계에서 쓸 장비를 굳이 테슬러에게 독점으로 줄 필요는 없잖아?”

“요컨대 이 경우는 독점을 풀어주는 게 이득이라 그렇다는 말이지? 금전적인 의미에서.”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러자 민준은 소파로 이동해 양손으로 깍지를 끼며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는 상혁을 보지 않은 채로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만약, 돈보다 더 큰 가치를 그들이 가지고 있다면?”

“어?”

민준의 말은 상혁의 흥미를 끌었다.

그것은 ‘스컹크 웍스’의 창설 이후로, 민준이 오랜만에 꺼낸 욕망이었기 때문에.

“민준아, 혹시 네가 원하는 게 테슬러에 있어?”

“어.”

“AI 기술도, 공간 인식 기술도, 연산 성능 최적화도, 화상 분석 기술도, 어느 하나 우리가 테슬러에 부족한 게 없는데 테슬러가 우리에게 필요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그렇지.”

민준의 말에 상혁은 잠시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어디 보자, 일런 모스크가 가지고 있는 기술이···. 자율 주행, 전기차 제작 기술, 뉴럴 링크···.”

그리고는 민준을 보며 말했다.

“뉴럴 링크는 민준이 너도 무리수인 기술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남은 건 스타링크로군.”

민준은 씩 웃으며 상혁에게 말했다.

“맞아.”

“그것도 네 원대한 계획을 위해 필요하다는 거고?”

“어. 물론 그렇다고 Live2D 때처럼 회사를 통째로 사달라는 이야기는 아냐.

사이버노이즈와 테슬러는 덩치 자체가 다르니까.

다만 최대한 좋은 조건으로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지분을 확보했으면 하거든.”

“흠. 단순히 돈을 위해서 지분만을 원하는 건 아닐 거고, 구체적으로 스타링크 프로젝트에 원하는 게 뭔데?”

“스타링크를 통한 데이터 처리 대역폭에 대한 우선권.”

“우선권?”

상혁의 질문에 민준이 설명을 시작했다.

그것은 민준이 특이점에 도전하며 겪는 과정에서 겪고 있는 또 다른 문제의 해결에 관한 이야기였다.

“우선 상혁이 너도 알다시피 딥 다이버와 PRD를 사용한 멀티 플레이는 엄청난 데이터 패킷을 생성하는 문제가 있어.

일반적인 MMORPG에서는, 그런 패킷을 최소화 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물리 법칙을 가상 공간에서 구현하는 RPD의 경우는 한쪽 사용자가 가상 공간에 가한 물리적 데이터를 게임 서버를 거쳐서 상대 클라이언트에 전달해야 해.

예를 들어 내가 가상 공간에서 공을 던지면, 그 공의 질량, 가속도, 그리고 그 공을 던지는 현재 나의 힘과 민첩 스탯, 그 스탯을 통해서 변화한 공의 속도 등이 전부 게임 서버를 통해 상대의 PRD로 전송되어야 하지.

문제는 그게 공 같은 단순한 물체가 아니라, 화살이나 혹은 화염구 같은 복합적인 물체가 되면 전송해야 하는 데이터가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거야.

지금이야 회사 내부에서 근거리 통신망을 사용해서 처리하고 있으니 지연시간이나 데이터 사용량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게 먼 거리에 있는 유저를 서로 묶어서 진행하는 광대역 연결이 되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 패킷의 문제는 반드시 발생할 거라고.”

“현재의 인터넷 속도로는 커버할 수 없다고 보는 거야?”

“한국에서야 가능하겠지. 하지만 미국에 있는 대부분 가정집에서는 그 정도 속도가 나오는 초고속 회선을 갖추고 있지 않아.

게다가 그나마 속도가 잘 나오는 한국에서는, 그 인터넷에 대한 권리를 뭐 같은 놈들이 가지고 있지.”

민준의 말을 들은 상혁이 웃으며 답했다.

“통신사 이야기로군.”

“솔직히 말하면 너튜브의 한국 진출 때도 망 사용료 가지고 발광하던 놈들이잖아.

난 인터넷이란 거대한 가치를 망사용료무새들이 가지고 있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스타링크의 지분을 원하는 거고?

그럼 우선권 이야기는 뭐야?”

“좋아. 쉽게 설명하지. 내가 말한 데이터 처리의 우선권이란 건, 스타링크의 위성에 걸리는 데이터 부하량이 얼마이든 간에 PTW에서 온 통신 데이터를 가장 먼저 처리한다는 권한이야.

남이야 랙이 걸리든 말든, 우리 데이터는 절대 끊기지 않게 해달라는 거지.”

민준의 말을 들은 상혁은 입을 딱 벌리고 한참 동안 민준을 바라보았다.

지금 민준이 테슬러에게 요구하려는 것이, 얼마나 황당한 요구인지 이해했기 때문에.

민준이 이야기하는 ‘데이터 처리의 우선권’.

그것은 인터넷이 추구하는 망 중립성이란 가치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었다.

“데이터가 얼마나 몰리던 무조건 PTW의 데이터부터 처리하게 한다고? 그걸 다른 사용자들이 가만둘까?”

“그건 괜찮을 거야. 우리가 사용하는 대역폭은 우리가 확보한 대역폭을 사용하게 될 테니까.

일이 제대로 성사된다면, 우선 우리 쪽에서 스타링크에 들어가는 위성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최적화를 지원하는 거지.

그리고 앞으로 발사될 스타링크 위성에 우리가 설계한 보드가 탑재될 거고.

우린 정확히 우리가 향상시킨 성능만큼의 대역폭에 대한 우선권만 요구하는 거야.

그렇게 되면 현재의 스타링크 성능에는 전혀 지장이 없지.

말하자면 우리는 스타링크 위성의 성능을 업그레이드시켜주고, 그 대가로 스타링크에 우리가 설계한 보드를 탑재하고 스타링크에 탑재된 태양열 전지의 전기를 빌려 쓰는 거지.”

“확실히 그거라면 딱히 문제가 되는 건 아니겠네.”

“다만 전기와 연산 능력 일부를 빌려 쓰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데이터 처리량이 폭증해도, 우리 데이터는 정상적으로 오고 갈 수 있게 손은 쓸 거야.”

“뭐, 다른 회선의 성능을 직접 우리 쪽에서 떨어트리는 것도 아니고, 일반 회선에서 부족해진 처리량을 우리 회선이 대신 처리해주지는 않겠다는 거잖아?

그 정도라면 합리적인 요구안이라고 생각해.”

“그럼 해 줄 거야?”

“해야지. 민준이 네가 필요하다는데.”

상혁이 말했다.

“하지만 지금 민준이 네가 말한 조건으로는 우리가 너무 손해를 보는 조건이야.

그 조건이면 테슬러는 아예 부담을 가지지 않게 되잖아.

우리가 벌은 대역폭을 우리가 쓰게 되는거니까.

게다가 솔직히 말하면 스타링크 위성에 보드 하나 추가해달라고 하는 건 그쪽에 돈을 주고 부탁할 수도 있는 거고.

반면에 우리는 자동차 업계 전체에 딥 다이버를 공급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는 건데, 그건 지나치게 큰 대가지.”

“그럼 뭘 요구하려고?”

“글쎄···.”

잠시 고민하던 상혁이 말했다.

“그건 그쪽 태도를 보고 결정하자고.”

그것이 존 카믹이 방송 출연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던 바로 그 시각에, 민준과 상혁이 나눈 대화의 내용이었다.

***

“굳이 직접 가실 필요까지는 있는가 싶습니다만···.”

일린 모스크의 측근이자 테슬러의 CFO, 쟈크 커그헌은 전용기에 함께 타고 있는 자신의 CEO를 향해 말했다.

그리고 그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엔, 전 세계 최고의 전기차 기업, 테슬러의 CEO, 일린 모스크가 앉아 있었다.

잔뜩 기대감에 부푼 표정을 한 채.

창밖을 바라보던 일린은 쟈크를 보며 말했다.

“아뇨, 전부터 PTW라는 회사엔 직접 한번 가보고 싶었어요.

우리가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회사라고 한다면, PTW는 게임 업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회사니까요.”

“하지만 회사 규모는 엄청나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까?”

“만약 PTW가 그들이 개발한 모든 물건에 이윤을 붙여서 팔았더라면,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매출을 올리고 회사를 주식 시장에 상장했다면, PTW의 주가는 아마 우리 회사의 주가를 아득하게 초월했을 겁니다.

우리는 인터넷이나 전기차 같은 특정 목적을 가진 영역에 집중하는 반면에, PTW는 세상 전체를 바꿀만한 기술을 계속 선보였으니까요.”

“딥 다이버는 확실히 혁명이었죠.”

“PRD와 STC도 그렇고요. 게다가, 이번 한국행에는 다른 의미도 있습니다.

적어도 저는 제가 받은 선물에 대한 감사를 직접 표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하니까요.”

“선물이라면 PTW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말씀입니까?”

쟈크가 말한 기자회견, 그것은 PTW의 이현주 CEO가 산업용 딥 다이버의 첫 번째 계약 후보로 다른 자동차 업체들에 앞서 가장 먼저 테슬러와 계약 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기자회견의 내용을 말하는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그 발표가 있자마자, 테슬러의 주가는 미친 듯이 폭등했다.

하룻밤 만에 수십조 원 이상 폭등한 자사의 주가를 떠올린 일린 모스크는 미소지으며 쟈크를 향해 말했다.

“뭐, 표면적으로는 제가 이득을 봤으니 선물이지만, 일종의 압박이기도 하겠죠.

그들은 의도적으로 이 거래를 오픈 코트로 끌고 나왔어요.

만약 협상이 결렬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저희는 기적적으로 주어진 기회를 발로 찬 멍청이들이 되겠죠.

당연히 지금 오른 것보다 더 주가가 폭락할 거고요.

그들은 저에게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진짜로 진지하게 이 거래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으면 끼지도 마라.’라고.

아마도 저쪽에서 요구하는 조건은, 저희가 제시한 조건보다 훨씬 강력한 조건이겠죠.”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라면 저희는 물러설 수 없는 것 아닙니까?

만약 그들이 저희와 계약을 하지 않고 폭스바겐이나 BMW같은 다른 업체와 계약한다면, 저희는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겁니다.”

“그렇다고 망하지는 않겠지만, 타격이 있는 건 사실이겠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어떻게든 이번 거래를 성사시킬 작정이니까.

그로 인해 우리가 어떤 대가를 내게 되더라도, PTW는 저희가 지불한 것 이상의 가치를 충분히 해줄 테니까.”

“그 확신에 대한 근거가 있습니까?”

“지금까지 그들은 결코 일방적으로 자신들에게만 이득이 있는 거래를 하지 않았으니까요.

SANY나 MS를 보세요. 그들과 협력한 업체들은 대부분 엄청난 이득을 보았습니다.

지금 전 세계의 사람들은 오로지 PTW의 게임을 하기 위해서 콘솔을 구매하고 있죠.

거기엔 꿈과 희망과 로망이 있으니까요.

심지어 딥 다이버를 그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팔면서 엄청난 적자를 안게 될 예정이었던 SANY조차도, 적자 폭을 MS가 분담하게 되면서 지금은 노 리스크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품에 안게 되었죠.

MS는 그 적자폭을 자신들이 감당하게 되긴 했지만, 반대로 딥 다이버의 X-BOX 사용권을 획득하면서 헤지펀드 집단을 박살 낼 정도의 주가 상승이란 결과를 얻어냈고요.

게다가 삼정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원래는 와플의 대항마라는 이름도 부담스러운 수준의 회사가, 지금은 갤럭틱 M시리즈로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고 있죠.

콘솔 부스트 기능은, 적어도 콘솔 게이머에게는 확실하게 그들의 다음 휴대폰을 갤럭틱 M 시리즈로 선택하게 만드는 메리트가 있는 기능이었어요.

같은 기능을 CPU에 적용한 AMD도, 지금은 라이젠 시리즈로 윈텔을 압박하고 있고요.

PTW의 기술 제휴 이후에, 현재는 윈텔의 CPU보다 게이밍 성능에서 크게 앞선다는 이야기도 나오더군요.

그건 PTW라는 회사가 협력사와의 Win-Win을 중요하게 여기는 회사라는 의미입니다.

그들과 손을 잡으면, 적어도 저희가 손해 볼 일은 없을 거란 소리죠.”

“그걸 다 기억하십니까?”

“예전에 본 특집기사를 기억하고 있을 뿐입니다.

‘PTW의 아군과 적들, 그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나.’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였죠.

그건 긴 내용의 기사였지만 한 줄로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붙으면 살고, 적대하면 죽는다.

그리고 저는 적어도 원한도 없는 상대에게 미움받아서 죽고 싶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저커버그가 했던 그런 멍청한 행동만큼은 피해야겠죠.”

“그럼 조건에 상관없이, 무조건 이번 계약을 추진하실 생각이라는 건가요?”

“CFO의 입장에서 조언한다면, 어떻게 생각합니까?”

“정말로 무리한 조건이 아니라면, 이번 계약은 무조건 받아야 합니다.

단순히 첫 번째로 협상에 나선다는 발표만 났을 뿐인데 폭등한 테슬러 주가를 보세요.

그건 PTW라는 회사가 가진 긍정적인 영향력을 시장이 얼마나 절대적으로 높게 평가하는지 보여주는 겁니다.

그리고 그 강력한 무기를, 세상에서 오직 저희만 쓸 수 있다면, 그건 대가가 무엇이든 감수할 만한 메리트라고 볼 수 있겠죠.”

쟈크의 대답에 모스크가 만족한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이래서 당신을 우리 회사의 CFO로 삼은 겁니다.”

***

민준은 멀리서 다가오는 리무진을 보며 초조한 표정으로 상혁을 바라보았다.

물론 민준은 상혁의 협상 능력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민준에겐 이번 계약이 너무나도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상혁은, 언제나처럼 자신감과 장난기가 넘치는 표정으로 싱긋 웃으며 다가오는 리무진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민준은 상혁의 곁으로 다가가 상혁에게 말을 걸었다.

“너 아까부터 왜 그렇게 웃고 있냐?”

“일린 모스크를 만나는 거잖아. 업계의 신화적인 인물인데 기대되는 게 당연하지.”

“아냐, 그 미소는 내가 아는 그런 종류의 미소가 아닌데.”

“내 미소가 어때서?”

“네 그 미소는 뭔가 장난스러운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 하는 표정이라고.”

“뭐, 일종의 드립을 치긴 할 건데, 딱히 문제 될만한 장난은 아니니까 괜찮을 거야.”

민준은 이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세계적 대기업의 CEO를 상대로 드립을 치겠다는 상혁의 발언에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민준이 말리기도 전에, 어느새 일린 모스크를 태운 리무진이 천하대 언덕을 가로질러 PTW 본사 앞에 정지했다.

그리고 운전기사가 문을 열기 위해 뛰어가기도 전에, 검은색 리무진의 문이 열리며 일린 머스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까부터 계속 뭔가를 떠올리며 웃음을 참는 표정을 하고 있는 상혁의 표정과는 다르게, 기대감에 벅찬 표정을 한 채로.

일린 모스크는 성큼 걸음으로 걸어 나오며 현주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테슬러 CEO, 일린 모스크입니다.”

그러자 현주는 그와 악수를 하며 마주 인사했다.

“PTW CEO, 이현주입니다. PTW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리고 이쪽이 그 유명한 이상혁  씨겠군요.

공매도 세력을 박살 냈다는 기사에서 사진으로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속이 시원하더군요.”

일린 모스크가 공매도 세력을 혐오한다는 사실은 사실 비밀도 아니었기에, 상혁은 웃으며 그가 내민 손을 마주 잡았다.

그리고는 활짝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개인적으로 동경하던 분을 만나 영광입니다.

예전부터 일린 모스크씨의 열성적인 팬이었거든요.”

그러자 민준이 경악에 찬 표정으로 상혁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아는 상혁은, 회귀 전에도 회귀 후에도 일린 모스크의 팬이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혁이 저렇게 밑밥을 깐다는 것은, 자신이 치려는 개드립을 위해 가짜 팬을 자처할 정도의 자존심을 투자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개드립을 하려고···.’

민준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일린 모스크의 기쁨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사실은 저도 이상혁 씨의 오랜 팬이었습니다!

PTW가 지금껏 기술은 정말이지 엄청난 것들이었으니까요!”

“게임의 팬이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 매료되신 거라면, 저보다는 이쪽에 있는 저희 CTO 민준 씨의 팬이라고 말씀하시는 게 맞을 겁니다.

저희의 기술적인 위업은 대부분 이 친구의 손에서 나온 거니까요.”

“하하! 물론 기술적인 면도 좋지만, 그런 기술을 활용하는 PTW의 방식도 매우 마음에 듭니다.

그러니 굳이 말하면, 저는 PTW 자체의 팬이라고 하는 게 맞겠군요.”

“저는 여전히 일린 모스크 씨 개인에 대한 팬입니다.

세상에 그 누구도,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하기 위해 수만 개의 위성을 날리고, 화성에 가기 위해 제로부터 로켓 연구를 시작할만한 용기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요.”

상혁이 그렇게 말하자, 안 그래도 밝은 표정을 짓고 있던 일린 모스크는 입이 귀에 걸릴 것 같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상혁은, 그런 그를 보며 활기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런 의미에서, 기왕 한국에 오셨으니 만남을 기념하는 의미로 한국어 문장을 하나 가르쳐드리죠.

이건 일린 모스크씨의 화성 진출이라는 꿈이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한국어입니다.”

순간, 민준은 상혁이 일린 모스크에게 어떤 개드립을 치려는 것인지 알아차리고 경악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일린은 그런 민준의 표정을 보지 못한 채, 상혁을 보며 기쁜 듯이 말했다.

“오, 그런게 있습니까? 그건 정말 최고의 선물이 될 것 같군요!

꼭 배워서 기억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되죠?”

“이건 억양과 발음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말에는 마력이 담겨있다고 하죠.

온 마음을 담아서, 제 발음과 억양을 똑같이 따라 해 주세요.

‘화성, 갈끄니까아아!!!(Hwaseong, galkkeunikkaaa!!)’”

‘아 씨 저 X아이 같은 놈이···.’

민준은 일린 모스크 본인 입으로 저 개드립을 따라 하게 만들려는 상혁의 시도를 보며,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자신이 봐도 정말 웃음을 참지 못할만한 장면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그런 의도를 전혀 알지 못하는 일린은 상혁의 독특한 발음을 듣고 정말로 주문 같은 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상혁이 말한 억양을 그대로 따라 하며 어눌한 한국어로 힘차게 외쳤다.

“화성, 갈끄니까아아!!!”

“화성 가즈아아아아!!!(Hwaseong, gazeuaaaaa!!!!)”

“화성 가즈아아아아!!!”

상혁은 거기까지 말하고 자신도 고개를 돌렸다.

도저히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수가 없어서.

그러나 일린 모스크는 그런 상혁의 반응을 보지 못한 채 신나서 상혁이 가르쳐준 말을 더 힘차게 외치고 있었다.

“오, 발음과 억양이 입에 착착 달라 붙습니다!

중독될 것 같아요!

화성 가즈아아아아!!!

말만 해도 힘이 넘치네요!”

그러자 겨우 웃음기를 참아낸 상혁이 다시 일린 모스크를 보며 환한 미소로 그의 말을 따라했다.

그리고 그렇게 함께 소리치면서, 일린 모스크는 속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방이 이렇게 호의적으로 나오는 걸 봤을 때, 어쩌면 이번 계약을 완전히 날로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그것은 그의 목소리에 더욱 기쁨의 에너지가 담기게 만들고 있었다.

“화성, 갈끄니까아아!!!”

“갈끄니까아아!!!”

“화성 가즈아아아아!!!”

“가즈아아아아!!!”

그렇게, 회의실에 도착할 때까지, 상혁과 일린, 두 사람은 텐션 20000%의 상태로 신나게 소리치며 회의실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한국어로 외치는 일린 모스크의 목소리를 들은 PTW직원들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하고 작업실 바깥으로 나와 구경할 정도로 신기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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