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 파트너 선택
미국에서의 TV쇼 출연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존 카믹은 입가에 미소를 가득 띤 채 활기찬 발걸음으로 부실의 문을 열었다.
적어도 그가 생각하기엔, 이번 TV 쇼 출연은 전 세계의 이목을 PTW의 신규 레이블로 집중시키겠다는 목적을 200% 달성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헤이! 여러분! 저 왔습니다! 오면서 기념품도 잔뜩 사 왔다고요!”
양손에 가득 들린 쇼핑백을 웃으며 들어 올리는 존 카믹은 당연히 이 유쾌한 멤버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자신을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기쁨과 환호가 아닌, 피곤한 표정으로 그를 한번 슥 쳐다보고는 다시 중앙의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서류 더미로 시선을 돌리는 PTW 임원들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알고 있는 PTW의 평소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언제나 전 세계 콘솔 시장을 손에 쥐고 흔드는 회사의 명성과는 반대로, 그가 아는 PTW의 부실은 항상 예전 고등학교 동아리 시절의 밝고 장난기 넘치는 분위기로 가득한 공간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오늘은,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어라, 제가 미국에 간 사이에 뭔가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비행기 안에서 인터넷으로 확인했을 때는 긍정적인 기사밖에 보이지 않았는데요?”
“아, 수고하셨어요. 장거리 비행이라 피곤하실 텐데, 오늘은 바로 집에 가서 쉬시고 내일 출근하시지 그러셨어요?”
현주가 상냥함이 듬뿍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존 카믹을 맞이하며 말하자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비행기 안에서 충분히 잤습니다.
장거리 비행이라도, 퍼스트 클래스로 하는 비행은 그렇게 피곤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런데, 무슨 일인지 저도 좀 알 수 있을까요?
혹시 제가 출연한 방송과 관련해서 문제라도 생겼습니까?”
“그건···.”
현주가 상혁을 슥 돌아보자 상혁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조금은 피곤이 담겨있는 표정으로.
“관련된 문제가 발생한 건 맞는데, 존 카믹 씨의 잘못은 아닙니다.”
“문제가 될 만한 발표는 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저희 쪽에서 문제를 만든 건 아닙니다. 저희 발표를 보고 상대방이 문제를 만들어낸 거죠.”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된 거죠?”
“PRD와 관련된 정보의 공개입니다.”
“PRD가요?”
“먼저 이걸 보시는 게 빠를 것 같군요.”
상혁은 테이블 중앙에 쌓여있는 서류 더미를 존 카믹이 서 있는 방향을 향해 밀어 넣었다.
그러자 존 카믹은 서류를 보고는, 바로 어떤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알아차렸다.
테이블 위에 무더기로 쌓여있는 서류들의 내용은, 전 세계 수십 개의 기업에서 날아온 미팅 제안서였기 때문에.
“러브콜이군요.”
“날아올 만한 기술이긴 했죠.”
“하지만 그게 곤란할 만한 문제는 아니지 않나요?
저희에게 이득이 된다면, 적당한 기업을 골라서 함께 하거나, 아니면 거절하면 될 텐데요?”
“기업만 있으면 그렇게 할 텐데, 대놓고 거절하기 힘든 쪽도 좀 있어서요.”
카믹은 빠르게 눈으로 서류를 훑었다.
그리고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 DARPA)에서 보낸 서류를 집어 들었다.
“DARPA?”
“이전에 미 국방부와는 EOD 관련으로 꽤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죠.
게다가 2차와 3차 NE 컨벤션에서도 꽤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까요.”
“아, 그거요?”
평소라면 쉽사리 공개하지 않는 군사 장비까지 모조리 빌려와서 아예 이라크전 파병 주둔지를 통째로 구현한 NE 컨벤션의 EOD 행사는, 밀리터리 매니아들에게는 거의 전설처럼 취급되고 있었다.
록 음악을 들으며 험비를 타고 세트장을 누비는 기분은 정말 끝내주는 경험이었기 때문에.
게다가 스페이드 컴뱃의 공개 행사를 준비할 때, 미 공군에서 수많은 전투기를 빌려다 세트장에 가져다 놓은 적도 있었고.
그리고 그것들이 돈 주고도 함부로 빌릴 수 없는 장비임을 잘 아는 밀리터리 매니아들은 지금도 PTW에 비슷한 행사를 한 번 더 열어달라고 주기적으로 게시판을 도배하곤 했다.
“그러니까, 딱 잘라서 거절하기는 곤란한 부탁이라는 거군요.”
존 카믹이 말하자 상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그겁니다. 순수하게 게이머를 즐겁게 하려고 만든 장비인 딥 다이버와 PRD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허용해도 될 것인가.
카믹 씨가 오시기 전에, 우리는 그것에 대해 오랜 시간 토론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EOD 같은 경우는 게임인데도 미군에서 훈련 시뮬레이터로 사용하는 군수용 버전이 따로 있지 않습니까?
그것도 전쟁에 쓰이는 건 마찬가지일 텐데요?”
“군수용 EOD는 민간인 사이에 숨어서 미군을 공격하는 테러리스트에 대한 대응법을 훈련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주민들의 몸짓이나 수상한 행동, 혹은 말투나 복장을 보고 무기를 숨기고 다가오는 테러리스트들을 제압하는 게임이죠.
게다가 민간인을 실수로 쏠 때 병사들이 느끼게 되는 PTSD에 대한 훈련도 겸하고요.
그건 사람을 죽이기 위한 훈련이 아니라, 최소한의 희생으로 평화를 유지하게 할 수 있도록 병사들을 훈련하는 게 목적이었어요.
하지만 이번에 DARPA에서 온 제안은, 저희가 예전에 미군에게 제공한 것과는 다른 종류의 요구입니다.
딥 다이버와 PRD를 사용해서, 완전한 가상 공간에서의 전투 훈련이 가능한 시뮬레이터를 만들고 싶다는 제안이죠.
게다가 외장을 방탄 소재로 바꿔서 병사들이 전장에서 착용하는 신형 헬멧으로 개조하고 싶다는 제안도 함께 왔고요.
그건 훈련용 장비도 아니고 그냥 병기죠.”
“상혁 씨는 딥 다이버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바라지 않으시나 보군요.”
“아뇨? 저는 개인적으로 딱히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다만 형평성의 문제가 있겠죠.”
“형평성이요?”
“딥 다이버를 전장에서 사용하게 된다면, 그 장비를 착용한 병사의 전투 능력은 몇 배로 증가할 겁니다.
그리고 미군은 전통적으로 그렇게 강력한 기술을 다른 국가에서 사용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거고요.
저희가 DARPA와 계약을 진행하게 된다면, 그건 무조건 독점 계약이 될 것이고, 저희는 미군에 독점적으로 방산 기술을 제공하는 한국업체가 되겠죠.
문제는 한국이란 나라가 지금도 전쟁 중이고, 한국에도 국방부가 있다는 거고요.”
“한국 기업이 한국 군대에 군사 기술을 제공하는 것을 미국 국방성에서 굳이 시비를 걸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양국은 동맹국이지 않습니까?”
“그 동맹국이 한국군에 미사일 사거리 제한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제약을 걸어둔 장본인이라는 걸 설명해 드려야겠군요.
동맹국이긴 하지만, 국제 관계라는 건 단순히 동맹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긴 어려운 미묘함이 있는 법이죠.”
“그럼 지금의 고민은 전부 DARPA의 제안 때문인 건가요?”
“아뇨, 사실 그건 조금 곤란한 정도이지 큰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저쪽의 요구사항이 무엇이든, 그건 협의를 통해 진행하면 될 문제고요.
저쪽에서 고압적인 태도로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저희 쪽도 그것에 맞게 대응하면 됩니다.
저희는 상대가 미국 국방성이라고 해도 딱히 꿀릴 게 없으니까요.”
“하지만 곤란한 상황으로 몰린건 사실인 것 같네요.
제가 실수한 것 같습니다.
저는 단지 그렇게 뛰어난 기술을 개발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하면, 유저들이 기쁜 마음으로 그것을 기대할 것으로 생각했으니까요.
그걸 다른 마음으로 바라보는 존재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존 카믹이 허리를 숙여 사과하자, 상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존 카믹의 어깨를 잡고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단지 타이밍의 문제였을 뿐이죠.
어차피 빠르든 늦든 PRD를 공개한 시점에서 이 제안은 피할 수 없었을 겁니다.
게다가 PRD의 발표가 아니더라도, 이미 DARPA에서는 딥 다이버를 이용한 개인용 전투 장비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 같고요.
그건 존 카믹 씨의 잘못이 아니죠.
단지 제가 귀찮아서 미뤄두고 있었던 걸 카믹 씨가 일찍 터트려준 것뿐입니다.
한국엔 이런 말이 있죠. 매도 일찍 맞는 게 낫다고. 전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딥 다이버와 STC, 그리고 PRD의 기술 공유에 관한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말씀해주니 감사합니다만, 위로를 통해서 제 마음은 나아져도 저희 앞에 닥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상혁 씨는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실 생각이신가요?
만약 그 계획에 제가 필요하다면, 그게 무엇이든 간에 제가 전력으로 PTW를 돕겠습니다.”
“마음은 감사하지만 PTW 입장에서는 신규 레이블의 발매가 현재 가장 중요한 이슈입니다.
카믹 씨는 거기에 집중해주세요.
나머지는 저희가 처리할 테니.”
카믹이 고개를 끄덕이자 상혁은 다시 서류 더미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뭐, 사실 저희가 지금 하고 있던 건 일종의 행복한 고민이죠.
전 세계 대기업들이, 저희를 향해 보낸 러브콜을 검토하던 중이니까요.
말하자면 기업이 보낸 러브레터를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중엔 테슬러나 와플 같은 초 거대 기업도 있죠.
그리고 다들, 자신의 분야에서의 독점 사용권을 대가로 어마어마한 금액을 제안하고 있고요.”
“독점 사용권이요?”
“아시다시피 산업용 딥 다이버의 가장 강력한 활용도는, 바로 생산 현장에서의 활용에 있습니다.
딥 다이버에 내장된 3D 카메라와 LiDAR 센서.
그리고 AR 기능을 활용하면 빠르게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도 개인의 집중도와 관계없이 불량품을 바로 걸러내거나 조립에 문제가 있는 부분을 바로 체크 할 수 있죠.
게다가 바코드를 찍지 않아도 상자를 보는 순간 배송지나 송장 정보를 바로 알 수 있고요.
튜토리얼만 제대로 만든다면, 아예 초보자가 숙련자처럼 딥 다이버의 AR 이미지를 그대로 따라 하며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수많은 실수를 기계가 체크 하고, 그리고 그 실수를 수습하는 법을 별다른 조작 없이 바로 알 수 있는 게 바로 딥 다이버란 장비의 강점입니다.
전기차 업체인 테슬러에서는 바로 그 점에 주목하고 있고요.”
“그럼 굳이 독점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전 세계의 수많은 자동차 업체 중에, 오로지 테슬러만이 생산 공정에 딥 다이버를 사용하여 인간이 할 수 있는 실수를 막는다.
일린 모스크 씨는 바로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싶어하는 겁니다.
자신의 자동차가 최첨단의 기술을 자랑하는 만큼, 생산 공정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사용한다고 홍보하고 싶은 거죠.
게다가 테슬러 자동차의 단점이라 불리는 만듦새에 대해서도, 딥 다이버라면 커버가 가능하니까요.”
“테슬러차의 단점이 만듦새라고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차량 제작에 대한 노하우를 쌓은 다른 업체에 비하면 조금은 조악한 면이 있죠.
자동차는 고가의 장비이고, 당연히 마감이나 만듦새가 매우 중요한 장비입니다.
누구도 자신의 새 차량이 미숙한 작업자의 고무 패킹 조립 실수로 인해 비가 줄줄 새는 것을 원하지 않고요.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명품이 명품인 데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그들은 정말 꼼꼼하게 결과물을 검수하니까요.
테슬러는 바로 그 점을 극복하고 싶은 겁니다.
그리고 타 업체들이 자신들을 따라오지 않기를 바라죠.
게다가, 딥 다이버를 사용하면 미숙련자를 훈련해서 생산라인에 투입하는 시간이 극도로 줄어듭니다.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공격적으로 생산 설비를 확충하고 있는 테슬러의 입장에서는, 목에서 손이 튀어나올 정도로 딥 다이버가 매력적으로 보이겠죠.”
“그럴 만도 하겠군요.”
“문제는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현재 한국의 형대 자동차, 일본의 토요다.
독일의 BMW와 벤츠에서도 같은 제안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리고 다들 똑같은 제안을 하고 있고요.”
“독점 사용 말입니까?”
“예. 딥 다이버를, 적어도 자동차 분야에서는 자신들만 독점 사용하게 해달라는 제안입니다.”
“아, 그건 고민 좀 되겠네요.”
존 카믹이 웃으며 말하자 상혁이 미소로 답했다.
“그래서 말했잖아요? 행복한 고민 중이라고요.”
“하지만 결정은 빠르게 해야 하지 않습니까?
조금 있으면 SANY와 약속한 5천 만대의 게이머용 딥 다이버 보급이 마무리 될 겁니다.
그러면 SANY에서는 본격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산업용 딥 다이버의 판매에 집중하겠죠.
이미 팔린 장비를 회수할 수는 없을 테니, 산업용 딥 다이버의 도입이 본격화되기 전에 어느 업체와 협력할지를 골라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겠죠. 그러고 보니 존 카믹 씨는 스포츠카 수집이 취미였죠?
혹시 이 중에 마음에 드는 회사 있으십니까?”
“헉, 제가 고르게 해 주시는 건가요?”
“아뇨, 의견을 듣겠다는 거지 결정을 하게 해드린다는 말은 아닙니다.”
“아, 그렇죠. 흠···.”
잠시 서류 더미를 훑어보던 존 카믹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페라리가 없네요.”
“거긴 굳이 딥 다이버를 쓰지 않아도 실수 없이 작업할 수 있는 작업자가 넘치는 회사니까요.”
“그러니까 주로 대량으로 보급형 차량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관심을 가지는 거군요.
그렇다면 저는 테슬러로 하겠습니다.
제 생각엔, 상혁 씨 생각도 같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아마도 상혁 씨가 생각하는 이유랑 같은 이유겠죠.
테슬러가 꿈꾸는 이상적인 자율 주행 차량을 위해서는, PTW가 보유한 기술이 필수일 테니까요.”
“맞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딥 다이버의 독점 사용 권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저희가 가진 영상 분석 알고리즘과 LiDAR 기술, 그리고 그것을 통해 모은 엄청난 데이터를 최적화된 효율로 처리하는 STC에 있을 테니까요.
자율 주행 차량의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바로 사람과 사물을 구분하는 것이고, 저희는 코넥트를 사용해 모은 전 세계 수천만 유저들의 복장 및 체형 데이터를 가지고 있죠.
제가 아는 일린 모스크라면, 절대로 그것의 가치를 모를 리가 없습니다.”
“그럼 상혁 씨도 테슬러를 고려 중이 습니까?”
“그렇습니다. 일단 자동차 업체 중에서는, 가장 우리 회사랑 맞는 회사가 테슬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확정은 아닙니다.
단순히 테슬러라는 회사만 보았을 때는, 저쪽에서 저희가 얻어낼 수 있는 건 돈밖에 없으니까요.
뭐 그렇다고 저희가 테슬러 차량 라이선스를 독점으로 따서 레이싱 게임을 만들 것도 아니고.”
“돈이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돈은 다른 업체랑 협상해도 얼마든지 뜯어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지금 당장이라도 저희가 테슬러 회장과 미팅을 가진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나머지 업체들이 조건을 더 높여서 부를 겁니다.
그리고 그건 지금 가장 좋은 조건을 부른 테슬러에 결코 뒤지지 않는 조건일 거고요.
딥 다이버는 그 정도 가치가 있는 장비니까.”
“그럼 상혁 씨는 이 거래를 통해서 테슬러측에 요구하고 싶으신 게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존의 말에 상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테슬러엔 없습니다.”
그리고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스페이스 Z에는 있죠.”
“스페이스 Z요?”
“예.
저는 이번 거래를 통해, 일린 모스크 씨에게 ‘스타링크 프로젝트’의 지분을 요구할 생각입니다.”
스컹크 웍스의 STC를 통한, 시대를 뛰어넘는 ‘연산 성능 한계’의 극복.
그리고 PRD를 통한 ‘가상과 현실의 구분’의 극복.
상혁은 진정한 의미의 ‘풀 다이브’기술 실현에 필요한 다음 스텝으로, 바로 ‘인터넷’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전 세계의 하늘에 42000개가 넘는 위성을 발사하여,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일린 모스크의 야심찬 계획에, 과감하게 숟가락을 얹을 계획을.
그것은 필요한 기술을 직접 개발해서 선점하는 PTW의 평소 방향과는 맞지 않는 것이었지만, 상혁은 이것만큼은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로켓 기술의 개발부터 시작해서 수만 개의 위성을 하늘에 띄워 ‘인터넷’을 점령하려는 일린 모스크의 추진력은, 회귀자인 상혁조차 따라가기 버거운 것이었기 때문에.
‘스타링크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해서, 굳이 우리가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만들 필요는 없지. 확실하게 권리를 받아낼 수 있는 지분만 확보하면 그만이니까.’
상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존에게 말했다.
“뭐, 굳이 저희에게 필요한 모든 걸 저희가 개발할 필요는 없죠.
가끔은 숟가락도 얹어 보자고요.
일린 모스크 씨가 생각하는 가장 강력한 미래 먹거리의 ‘절반’을, 우리가 어떻게 뜯어낼지요.”
그렇게 말하는 상혁의 미소를 보면서, 존 카믹은 등줄기에 알 수 없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