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311화 (312/485)

311. 대격변 예고

방송 진행을 총괄하고 있는 프로듀서 제이콥 프라이는 이번에 허먼과 함께 한 TV쇼가 자신의 첫 타이틀이었다.

그 전까지는 보조 프로듀서로 다른 프로그램의 제작을 돕던 그였지만, 그는 폭발하는 콘솔 시장에서 가능성을 보았고, 자연스레 유저들을 열광시키는 PTW라는 회사에 주목하게 되었다.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넘치는 매력을 가진 회사

그러면서도 단 한 푼의 빚 없이 매출로만 건실한 성장을 이루어온 회사.

매번 새로운 타이틀을 내놓으면서도 단 한 번도 유저에게 실패작이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회사.

그리고 SANY와 MS를 손에 쥐고 흔들며 헤지펀드 집단을 해체하고 페이트 북을 무릎 꿇린 회사.

현재의 PTW는, 굳이 게임 업계에 한정하지 않아도 이미 그 존재 자체가 뉴스거리 자체인 회사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렇게 ‘회사 자체’의 매력에 빠진 PTW의 팬들이 으레 그러하듯, 제이콥은 정보를 수집하면서 허먼이란 게스트 전문 리뷰어의 정보를 자주 접하게 되었다.

코믹콘에서 PTW 임원들을 초대해 자신이 만든 감사 영상을 틀어준 PTW 오타쿠.

그리고 그 이후로 PTW와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되어 게이머에서 전문 리뷰어로 직업을 바꾸게 된 남자.

다루려고 하는 회사도, 그리고 그것을 다루게 될 남자도 너무나도 드라마틱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기에, 제이콥은 허먼의 백 스토리를 보는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만세를 외쳤다.

자신이 찾고 있는, 전 세계의 콘솔 팬들을 열광시킬 TV 쇼의 호스트가 바로 여기 있다고.

그리고 그렇게 그가 발탁한 TV쇼 호스트 허먼은, 존 카믹의 등장 이후로 완전히 라이브로 전환된 현재의 방송 상황을 훌륭하게 컨트롤 하는 중이었다.

“카믹 씨, 지금까지 카믹 씨가 보여준 정보들은 정말 놀랍습니다.

가상의 물체를 직접 만질 수 있도록 하는 PRD라는 장비도 멋졌지만, 아까 보여주신 리얼 엔진은 게임이 아니라 게임 제작 툴임에도 불구하고 게이머인 제가 뺏어서 하고 싶은 기분이 들더군요.

하지만 아까 카믹 씨가 말씀하셨죠? PTW내부에는 그 외에도 수많은 비밀 프로젝트가 돌아가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PTW는 게임 회사죠. 세계에서 가장 멋진 게임을 만드는 게임 회사요.

그래서 저는 카믹 씨가 오늘 PTW에서 개발 중인 게임에 관한 이야기도 꼭 해주실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저와 시청자들이, 희망을 품고 이후의 공개 내용을 기다려봐도 될까요?”

존 카믹이 말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허먼이 카메라를 보며 외쳤다.

“들으셨습니까? 시청자 여러분?

아마도 지금쯤 여러분들이 엄청난 정보의 파도 속에 숨도 쉬기 어려울 지경이라는 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가슴이 벅차서 숨이 가빠오니까요. 하지만 오늘의 정보 공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존 카믹이 공개하는 PTW의 특별한 비밀 프로젝트들. 그에 대한 정보를 광고가 끝난 후에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시기 바랍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허먼이 중간 광고를 실행하자, 프로듀서인 제이콥이 무대로 달려 나와 두 사람을 보며 소리쳤다.

“정말 엄청난 방송이었습니다! 지금 시청률이 거의 미친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어요!”

그러자 그런 그의 말을 들은 존 카믹이 미소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역시 상혁이 말한 게 맞았네요.”

“예?”

“사실 제가 PTW에서 맡은 새 역할을 홍보하기 위한 TV쇼 출연을 결심했을 때, 전 지금 이 방송보다 좀 더 메이저한 방송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상혁은 이렇게 말했죠.

‘그 TV 쇼의 시청률이 중요한 게 아니라, 거기 출연해서 만들 수 있는 방송의 내용이 중요하다.’ 라고요.

그리고 허먼 씨는 처음 TV쇼를 하는 게스트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추임세를 잘 넣어주시는군요.

워낙에 리액션이 좋으시니까 발표할 맛이 나네요.”

그러자 허먼은 그것이 자신의 실력 때문이 아니라며 존에게 공을 돌렸다.

“그건 카믹 씨가 딱히 제가 아니었어도 게임 팬이라면, PTW의 팬이라면 누구나 그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그런 내용을 들고 오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전에 저에게 자료를 공유해주지 않으신 건 정말 잘한 행동이신 것 같습니다.

전 연기력이 그리 좋지 못하거든요.

아마 오늘 발표할 내용이 그 정도의 임펙트 있는 내용이라는 걸 알았더라면, 저는 방송 시작부터 기저귀를 차고 방송을 시작해야 했을 겁니다.”

“하하하!”

“아니, 진지하게 말하는 겁니다. 방금 발표하신 ‘리얼 엔진’은, 정말로 엄청나게 충격적인 개념의 게임 엔진이었으니까요.”

그때, 제이콥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그래서 말인데, 제안이 있습니다.”

“제안이요?”

“지금 시청률 집계와는 별개로 제가 인터넷 커뮤니티의 반응도 살피고 있는데요, 잠깐 보시죠.”

그리고는 자신이 들고 있는 타블렛 PC를 존과 허먼에게 보여주었다.

거기엔 리얼 엔진에 대한 수많은 추측 글과 궁금한 점, 그리고 해당 엔진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글이 몇 페이지에 걸쳐 가득 적혀 있었다.

“새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잠깐이라도 좋으니 몇몇 질문을 골라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원래 순서엔 없는 구성이었지만, 두 분이 워낙에 임기응변 대응을 잘 해주시니 충분히 가능할거라 보는데요. 혹시 괜찮겠습니까?”

“방식은 어떤 방식을 생각하고 계십니까?”

“간단합니다. 허먼 씨가 게시판을 보면서 지금 방송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질문을 실시간으로 골라서 던지면, 존 카믹 씨가 답변하는 거죠.

무리한 부탁인 줄은 알고 있지만, 두 사람이라면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허먼 씨는 좋은 질문을 고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최고의 질문자고, 카믹 씨는 그 질문에 대해 가장 멋진 답변을 할 수 있는 최고의 답변자니까요.”

잠시 고민하던 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해보죠.”

“괜찮겠습니까? 100% 라이브이기 때문에, 조금은 민감한 질문이 나올지도 모르는데요?”

“딱히 숨길 건 없습니다.

어차피 제가 대답하면 안 될만한 메인 프로젝트 관련 질문들을 허먼 씨가 고르지 않으면 되는 거니까요.

허먼 씨. 절위해 그렇게 해주실 수 있죠?”

그러자 허먼이 의지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그럼 해봅시다. 어차피 대본 없는 방송인데, 뭘 하든 무슨 상관이겠어요? 팬들이 즐거워하면 됐지.”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음 짓는 존 카믹.

그는 어느새 이 방송을 즐기고 있는 사람 중의 한명이 되어 있었다.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광고가 진행되는 동안, 저희 방송의 스텝분들과 프로듀서가 함께 지금 방송을 보고 계신 시청자 여러분들이 PTW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린 게시물을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PTW의 새로운 게임에 대해 발표하기 전, 약간의 시간을 두고 앞서 발표된 내용에 대한 몇가지 질문의 답을 존 카믹 씨에게 듣는 시간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PTW의 팬으로써 저와 같은 PTW 팬 분들이 보내는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존 씨에게 뜯어내고 싶지만, 방송 시간이 한정적이라 그건 불가능하니 질문은 제가 임으로 게시판을 보며 고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방송에 출연한 존 카믹 씨에게 하실 질문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부터 최대한 눈에 띄는 제목의 게시물을 작성하는 게 좋으실 겁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죠!

첫 번째 질문입니다.

리얼 엔진 관련 질문인데요.

이건 다른 저나 다른 팬들도 궁금해할 것 같은 내용입니다.

ID ‘RKO445223’님이 올린 질문입니다.

‘영상엔 3D 작업 툴만 올라왔는데, 혹시 코딩이나 기획에도 저런 방식의 작업이 적용되는지 궁금하다.’

라는 질문입니다.

혹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가능하십니까?”

허먼의 질문에 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우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드리자면, 그건 ‘Yes’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리얼 엔진의 개발 목표는 누구나 간단한 방식으로 자신의 창의력을 가지고 자신만의 게임을 만드는거니까요.

물론 현재 PTW 내부에서 엄청난 활용도를 보여주고 있는 3D 툴 파트와는 다르게, 코딩이나 기획파트는 아직 사람 손을 더 타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부분은 아직 개발 중인 부분이니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엔진이 완성될 시기에는, 아마도 프로그래머나 기획자 역시 비슷한 느낌으로 게임 개발을 하게 될 겁니다.

말 그대로 ‘재미없는’ 파트는 엔진이 대신 하도록 떠 넘기고, 개발자는 ‘재미있는’ 파트에만 집중하게 되는거죠.”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저는 상상이 가지 않네요.”

“아뇨, 실제로 많은 유저 여러분들이 비슷한 행동을 게임을 하면서 자주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요?!”

이 말도 안 되는 발상을 유저들이 이미 흔하게 하고 있다는 존의 이야기에, 허먼은 놀라움의 탄성을 질렀다.

그러자 존이 미소지으며 허먼을 향해 말했다.

“MOD가 있지 않습니까?”

“아!!!”

“사실 이 모든 아이디어의 베이스는, 하늘 림을 플레이 하는 유저들이 MOD를 통해서 게임을 변화시키는 것에서 따온 것입니다.

유저들은 이미 완성된 게임 플레이가 갖춰진 게임에 자신이 원하는 모드를 깔아서 게임 속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죠.

누군가 그 모드를 만들어두기만 했다면, 하늘 림의 세계는 총으로 용을 쏴 죽이는 세계가 될 수도 있고, 스타일리쉬 액션으로 악마를 죽이는 게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혹은 라이트 소울 같은 소울류 게임으로 게임을 변화시킬 수도 있죠.

리얼 엔진의 개발 모토는, 마치 그렇게 모드를 골라 넣는 것만으로도 게임을 바꾸는 것처럼, 개발 과정에서도 정해진 일련의 라이브러리를 조합하여 독창적인 게임을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누구나 쉽게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 수 있게요.”

“허···. 그건 정말이지···.”

허먼이 감탄하며 뭐라 하려 했지만, 존은 다음 질문을 재촉하며 그의 리액션을 끊었다.

“감탄도 좋지만 팬 분들은 자신이 올린 질문이 다음 질문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그럼 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죠.

유저 ID ‘Morty25’님의 질문입니다.

‘직접 만지면서 작업할 수 있는 3D 모델링 툴의 시연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섬세한 조작을 위해서는 PRD라는 억대의 장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저를 절망시킵니다.

저도 게임 회사에 다니지만, 어떤 게임 회사도 단지 모델러의 작업 편의를 위해서 그런 고가의 장비를 사주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래서 질문합니다.

리얼 엔진을 사용할 때, ‘PRD’의 존재는 필수입니까? 아니면 선택입니까?’”

“그건 작업자의 선택이나 주머니 사정에 달렸죠.

사실 리얼 엔진의 3D 툴은 다른 보조 장비 없이 딥 다이버만 보유하고 있어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코넥트와 핸드트래커를 쓰면 좀 더 정교한 조작도 가능하고요.

그리고 그 두 장비는 비교적 저렴한 장비죠.

하지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모델링 안쪽으로 손가락이 파고드는’ 사태를 방지하려면, PRD나 혹은 손과 팔에만 반발력을 전달하는 별도의 장비가 필요합니다.

정 그게 사기 어렵다면, 만져야 하는 작업을 할 때 해당 부위를 엄청나게 크게 줌업해서 작업하면 해결되긴 합니다.

허공에 손을 휘젓게 되더라도, 그 크기가 충분하다면 조금 더 정교한 작업이 가능하니까요.

게다가 어느 정도의 손자국은 AI가 알아서 바로잡아주니 크게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일러스터들이 작업하는 것과 비슷하죠.

누군가는 비싼 돈을 주고 수백만 원짜리 액정 타블렛으로 그림을 그리는가 하면, 누군가는 마우스와 그림판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습니까?

하지만 저희는 그림판과 마우스로도 놀라운 그림을 그려내는 장인들을 인터넷에서 종종 볼 수 있죠.

그리고 저는 작업자들이 딥 다이버만 가지고 작업하더라도 충분히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PTW라는 회사는, PRD가 없으면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낼 수 없는 게임 엔진을 만들 리 없는 회사니까요.”

“다음 질문입니다.

‘저는 존 카믹 씨를 동경하는 프로그래머입니다. 제 모든 존경심을 담아, 당신께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리얼 엔진이, 개발 중인 버전이든 개발을 목표로 하는 버전이든 코딩에 어떤 식으로 도움을 주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이미 프로그래머시라니 체감이 가는 방향으로 설명을 드리죠.

게임 제작을 해 보시면 잘 아실 겁니다.

일반적으로 게임 제작 과정의 80% 이상은 다른 게임에서 이미 구현된 부분을 자신의 게임에 똑같이 구현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죠.

예를 들면 일정 확률로 크리티컬 데미지가 발생하는 게임은 수없이 많습니다만, 매번 게임을 만들 때마다 그 부분에 대한 코드는 따로 개발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그건 결과는 똑같은 것을 지향하더라도 개발자마다 구현하는 방식이 전부 다르죠.

리얼 엔진에 탑재된 세계 최고 수준의 코드 라이브러리는, 스컹크 웍스의 프로그래머들과 STC라는 괴물같은 프로그램이 함께 만든 수많은 ‘표준 모델’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그건 대부분의 게임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수많은 코드들을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정리한 라이브러리 모음이죠.

게다가 리얼 엔진의 AI는 기존 게임의 소스코드를 끝없이 뜯어서 분석함으로써 자가 학습을 진행합니다.

그 수많은 라이브러리를 통해서, 리얼 엔진은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최적화된 코드를 즉각적으로 수정하여 현재 작업물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거기 필요한 건, 단지 짭비스에게 제대로 된 부탁을 하는 것뿐이죠.

‘좋아, 짭비스. 오늘은 우리 게임의 도트 데미지에도 아이템에 의한 크리티컬 데미지 증가가 적용되도록 프로그램을 수정할 거야.

해당 수정을 적용해서 보여줘.’

라고요.

그럼 짭비스는 즉각 게임의 코드를 수정해서 컴파일 에러를 체크하고 테스트 빌드를 돌리게 해줄 겁니다.

프로그래머는 그게 정상적으로 돌아가는지 테스트해보고, 자기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짭비스와 상담하며 그 부분에 대한 코드를 수정하면 되는거죠.

‘수정 이후로 도트 데미지 걸린 몬스터가 간헐적으로 한 방에 죽는데 왜 그런 거야?’ 같은 식으로.

물론 리얼 엔진의 소스코드 라이브러리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 때는, 프로그래머의 역량이 꽤 많이 필요합니다만, 그건 사실 즐거운 부분이라 할 수 있죠.

게다가 인터넷에서 해당 방법의 구현 방법을 찾으러 스택 오버플로우 같은 사이트에 질문 글을 올릴 필요도 없습니다.

짭비스에게 질문하면, 짭비스는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스컹크 웍스 내부 질문 게시판에 자동으로 등록하니까요.

그럼 세계 최고의 프로그래머인 존 스캇 씨를 포함해 스컹크웍스의 괴물 프로그래머들, 그리고 때때로 제가 직접 거기에 답변을 달겠죠.

PTW라는 회사 자체의, 세계에서 가장 기술력이 좋은 회사의 엔지니어들이 리얼 엔진 사용자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본격적인 보급이 이루어지면 PTW 직원들이 그 수많은 유저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요?”

“아뇨, 그렇지 않을 겁니다.

리얼 엔진이 보유하고 있는 소스코드 라이브러리가 워낙에 방대하고 잘 정리되어 있어서, 웬만한 문제는 리얼 엔진 자체에서 대부분 처리가 가능하거든요.”

이후로도 허먼은 몇 개의 기술적 질문이나 PTW라는 회사의 내부 분위기에 대한 질문을 추가로 던졌다.

그리고 존은, 교묘하게도 메인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은 전부 제외하면서도 실제 사용자가 가장 궁금해할 만한 질문만 골라서 던지는 허먼에게 속으로 감탄하며, 그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해 주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대화는, 방송을 보고 있던 모든 유저들의 만족감을 가득 채워주고 있었다.

“시간상 여기까지만 해야겠네요. 지금도 새로 고칠 때마다 3페이지씩 새 질문이 올라오고 있어서, 이대로 가면 끝이 안 날 것 같습니다.”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습니다. 이미 존 카믹 씨가 해주신 답변만으로도, 많은 유저들이 리얼 엔진과 PRD, 그리고 PTW에 대한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까요.

그건 PTW의 가장 열혈팬임을 자처하는 제가 보장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보여주신다는 게임도 기대가 되고요.

분명 말씀하시기로는 오늘 공개된 게임들은 PTW 내부에서 메인 프로젝트로 결정되지 못한, 그러니까 ‘묻힌 프로젝트’라고 하셨죠?”

“맞습니다.”

“설마 ‘그’ PTW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만, 혹시 만들다 보니 너무 재미가 없어서 묻힌 건 아니겠죠?”

“하하하 설마요. 게다가 그런 이유로 묻힌 프로젝트들이라면 제가 오늘 USB에 담아 오지도 않았겠죠.

이 프로젝트들이 봉인된 이유는, 다른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럼 지금은 그 이유가 해결된 겁니까?”

“아뇨, 이게 말하자면 복잡한 문제인데, 일단 게임 영상을 보시는게 설명이 빠를 것 같군요.”

존은 프레젠터의 버튼을 눌러 공포게임 ‘딥 다이버’의 플레이 화면을 재생시켰다.

그러자 1인칭 시점에서, 마치 실제처럼 구현된 리얼한 해저 기지의 화면이 스크린에 등장했다.

누가 봐도 한눈에 장르를 알아볼 수 있는, 무시무시한 공포 분위기를 풍기면서.

“그냥 보기만 해도 공포 게임인 것처럼 보이는데요. 게다가 1인칭.

혹시···. 저건 딥 다이버용 공포게임입니까?!”

허먼의 외침에 존이 답했다.

“맞습니다. 게임 이름은 ‘딥 다이버’. 아이러니하게도 저 게임을 돌릴 디바이스의 이름과 같은 이름을 가진 게임이죠.”

“그건 장비의 이름을 내 걸만큼 멋진 게임이란 의미인가요?

아니면 지금 보이는 화면처럼 심해를 배경으로 한 게임이라 그런 건가요?”

“둘 다죠. 우선 저 게임이 공포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현재 발표된 딥 다이버용 게임들은 모두 ‘완벽한 현실감’을 자랑으로 내세우고 있었죠?

하지만 그 어떤 게임도 지금 보여드린 딥 다이버처럼 게임이라는 걸 알면서 바지에 오줌을 지리게 하지는 못할 겁니다.

PTW에서 저 게임을 지금 수준의 퀄리티로 개발하고도 봉인한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니까요.”

“무슨 뜻입니까?”

“실제로 심장이 약한 사람이라면 쇼크로 신체에 위협을 받을 만큼 게임이 무섭다는 이야기죠.”

허먼은 입을 다물고 영상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가 본 영상은, 존 카믹의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경악스러운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심지어 그것이, 매우 밝은 조명의 스튜디오에서 수백 명의 관객과 편안한 자세로 쇼파에서 지켜보는 영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런 공포감의 조성에는, 영상 속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존 카믹의 비명소리와 함께 그를 지원하는 네비게이터의 연기가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X발! 내가! 거기서 왼쪽으로 꺾으라고 했잖아!]

[미친놈아! 넌 모니터로 지켜보니까 X도 모르겠지만! 거기 뛰어넘기 어려울 만큼 커다란 철제 캐비넷이 넘어져 있었다고!

그거 점프해서 넘으려다 넘어지면 뒤져! 알아? 이 멍청한 얼간아!?]

[젠장, 그럼 다른 경로를 또 찾아야 하잖아!

기다려! 지금 쉘터 경로를 다시 안내할 테니까!]

[숨차고 다리 아프니까 빨리 찾으라고! 이 미친 게임은 어째서 괴물이 플레이어보다 빠른 거야?!

안 그래도 엿 같은데 3배는 엿 같네! 진짜!!!

헉! X발!

바로 뒤에 있어! 뒤에 있다고!

살려줘! 아무 문이나 찾아서 쳐 닫아! 닫으라고! 제발 문 좀 차단해!]

그것은 진짜 재난 상황에서 괴물을 피하고 있는 두 사람이 하는 대화처럼 들렸다.

마침내 영상이 끝나자, 허먼은 겨우 참았던 숨을 내쉬며 속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밝은 공간인 스튜디오에서, 그것도 이렇게 산만한 분위기에서 본 영상이 저 정도의 공포감을 줄 정도라면, 저걸 딥 다이버로 플레이하면 진짜로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다고.

“네비게이터의 연기가 진짜 사실적이네요.

TTS엔진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것 같습니다.”

“아뇨, 저건 실제 동료 플레이어가 낸 소리입니다.

정확히는 존 스캇이 저를 도와서 상황실에서 제 길 안내를 한 거죠.”

“엑?! 두 분 벌써 저렇게 욕을 틀 정도로 친해지신 겁니까?”

“아뇨, 저 게임이 강제로 그렇게 만든 겁니다.

길이 때문에 중간에 끊었지만, 사실 저 게임을 하다가 게임 오버를 하게 되면 특별한 화면이 하나 뜨는데, 우린 그걸 ‘Shit Counter’라고 부르죠.”

“Shit Counter요?”

“게임 도중에 플레이어가 ‘젠장(Shit)’, ‘빌어먹을(Damn)’, ‘X발(Fuck)’ 같은 비속어를 몇 번이나 외치는지 카운트로 세서 보여주는 겁니다.

참고로 영상을 찍을 때, 저는 게임 오버 당할 때까지 젠장(Shit) 51회, 빌어먹을(Damn) 12회, X발(Fuck)을 102회 외쳤습니다.”

“X발이 가장 많네요?”

“저희도 알지만 그렇다고 ‘X발 카운터(Fuck Counter)’라고 부르기는 좀 그렇지 않습니까?”

“하하! 그것도 그렇네요. 하지만 정말로 엄청난 게임입니다.

공포 게임 매니아라면 환장할만한 게임이네요.

스튜디오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 공포감이라면, 실제로 보면 정말로 사망자가 나올 수 있겠어요.”

“실제로 테스트 도중에 QA팀 멤버 몇 명이 스트레스로 PTSD 진단을 받기도 하고 몇 명은 실신해서 테스트 쳄버에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로, 저 게임을 테스트할 때는 반드시 의료진이 테스트에 동행하도록 하는 규정이 생겼죠.”

“설마요.”

“정말입니다. 지금 화면으로 보셔서 잘 모르시는 건데, 저도 화면으로 봤을 때는 버틸 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그것도 딥 다이버를 쓰고 테스트를 하게 되면 저건 그냥 게임이 아니라 실제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사운드가 진짜 장난이 아니죠.

혹시 딥 다이버가 요즘 음악 감상 장비로 인기 있다는 이야기를 알고 계십니까?”

“아, 그거요. 의외로 사운드가 너무 좋아서, 40만 원대 장비에는 어울리지 않는 스펙의 헤드셋 유닛이 탑재되어있다고 하더군요. 소리가 정말 좋다고.”

“이상혁 CCO는 현실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각 중에 후각과 촉각, 미각과 온도감이나 중력 가속도로 인해 생기는 압력은 현재의 VR 기술로 구현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만약 시도하더라도,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기 어렵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딥 다이버는 장비 자체에서 전달할 수 있는 감각 두 가지에 온 스펙을 집중한 장비가 되었습니다. 그건 바로···.”

“시각과 청각이겠군요.”

“리얼한 사운드는 그 자체로 사람에게 착각을 불러일으키죠.

일반적으로 게임에서 사운드를 재생할 때, 제작사는 미리 녹음해둔 소리 파일을 타이밍에 맞춰서 재생합니다.

물론 방향감을 주기 위해서 스테레오 헤드셋의 양쪽 유닛의 소리 크기를 조절하여 거리감이나 입체감을 주기도 하죠.

하지만 재생되는 음원 자체는, 언제나 원본이 존재하는 소리 파일 자체입니다.

하지만 딥 다이버는 다르죠. 딥 다이버에 탑재된 ‘사운드 엔진’이란 모듈은 기본적으로 소리를 마치 빛처럼 다루는 물건이니까요.”

“소리를 빛처럼 다룬다고요?”

“예를 들어 게임 엔진에서 광원을 하나 다룬다고 합시다.

빛이 어떤 오브젝트에 충돌하면, 그래픽 엔진은 자연스럽게 빛이 투과하지 못하는 자리에 밝기를 조정하여 그림자를 생성할 겁니다.

그리고 빛이 닿은 부위의 텍스쳐가 가진 색을 밝게 변화시키죠.

반사체가 있다면, 반사체는 눈부시게 반짝일 거고요.

‘사운드 엔진’이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소리가 발생하는 진원지를 중심으로, 음파가 퍼지면서 물체에 부딪혀 왜곡되고, 반사되며 변화하는 양을 계산하죠.

그리고 유저가 있는 위치에 전달되어야 하는 사운드를 직접 조종해서 들려줍니다.

그건 진짜로 두꺼운 아크릴로 둘러싸인 심해 기지 속에서, 철제 바닥을 뛰어다니며 듣는 ‘진짜 소리’를 게이머에게 전달해주죠.

딥 다이버에 탑재된, SANY음향 기술의 정수라 불리는 초고성능 헤드셋을 통해서 말이죠.

쉽게 말하자면, 저건 진짜로 딥 다이버를 쓰고 체험해야 알 수 있는 감각입니다.

내가 진짜로 그 안에 존재하고 있구나 하는 그런 감각이죠.

상상해보세요.

태어나서 게임 안에서는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던 ‘진짜’ 소리를, 그것도 ‘공포’게임에서 듣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지.

저 빌어먹게 무서운 사운드만 고쳐도, 딥 다이버는 당장 출시할 수 있는 버전까지 그럭저럭 공포감을 조절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 ‘진짜 소리’를 들을 기회를 유저들에게 앗아가는 거지 앉습니까?

설마 그렇게 하실 건가요?”

허먼의 질문에 존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미소지으며 그에게 답했다.

“뭐라고요? 당연히 아니죠. (What? Hell No.)”

“하지만 조금 전에 의료사고의 위험이 있는 게임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제가 아는 PTW라면, 유저에게 위협이 될만한 게임을 절대 내놓지 않을 텐데요.”

“지금까지의 PTW라면 그렇겠죠.

하지만 저 게임은 제가 총괄하는 새 레이블에서 출시될겁니다.

그리고 그 레이블은, 그런 위험마저 감수하며,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극한의 공포를 마주하고 싶어하는 유저들을 위해 위험성이 있는 게임이라도 주저 없이 발매하는 레이블이 될 겁니다.

제 목표는, 그 신규 레이블이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게임들을 상징하는 레이블이 되는 것이죠.”

존 카믹의 갑작스러운 신규 레이블에 대한 선언.

그것은 허먼과 관객들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존은, 그런 관객들의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묵묵히 이어나갔다.

거의 미래 기술에 가까운 ‘리얼 엔진’과 ‘PRD’에 대한 정보를 풀면서 전 세계 유저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자칫하면 소송에 휩싸일 수도 있는 위험성을 가진 게임을 공개하면서까지, 그는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레이블의 이름은, 바로 ‘PTW LAB’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존 카믹의 목소리에는, 새 레이블이 열어갈 게임 업계의 대격변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 묻어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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