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 새로운 게임 엔진
“와, 시청률 오르는 거 보게. 미쳤네. 진짜로.”
콘솔 뉴스 투데이의 방송을 총괄하는 프로듀서 앤드류는 실시간으로 시청율을 집계 해 보여주는 모니터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화면에 떠 있는 숫자가, 바로 얼마 전 첫 방송을 시작한, 그것도 게임 뉴스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TV쇼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에.
현재의 시청률은 존 카믹이 PRD라는 신 장비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면서 실시간으로 마치 로켓처럼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그가 방송업계에 몸담은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던 무시무시한 속도로.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뒤에는 지금 엄청난 ‘빅 뉴스’가 팍스 TV에서 생방송으로 공개되고 있다며 미친 듯이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PTW의 ‘커뮤니티’가 존재하고 있었다.
PTW에 관한 신 정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팬들에게, 존 카믹이 꺼낸 PRD라는 신 장비가 보여준 가능성, 그리고 지금까지 대부분의 유저들이 모르고 있었던 PTW의 수많은 ‘비밀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만큼 그들을 흥분시킬 수 있는 주제는 없었으니까.
순식간에 커뮤니티 게시판을 점령한 수백 개의 신규 작성 글은 그런 그들의 흥분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미친, 저게 말이 되나. 난 딥 다이버만 해도 이미 기존 업체와 안드로메다 수준으로 격차가 벌어진 장비라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전신 체감형 VR 장비를 개발 중이라고?
PTW는 진정으로 매트릭스를 구현할 생각인가?]
[저걸로 게임 하면 진심 끝내주는 기분이겠다.]
[특이점! 특이점이 오고 있다! 휴거에 대비하라!]
[근데 가격이 너무 비싸지 않나. 세상에 기기 크기도 크기지만 저 가격에 누가 VR 기기를 사?
딱 봐도 좀 심하게 움직이면 모터 몇 개 나가는 건 금방일 것 같이 정교한 장비인데?]
↳ 멍청아, 저 장비 크기랑 안에 들어간 부속을 봐라. 딱 봐도 웬만한 자동차 수준으로 복잡해 보이는데 저게 2억 7천이면 진짜 말도 안 되게 싼 가격인 거다.
아마도 PTW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개발에 들어간 비용은 제외하고 생산원가만 말한 거겠지.
심지어 생산원가라고 쳐도 엄청나게 싼 거야.
↳ 그건 PTW 사정이고, 당장 내 주머니에 저걸 살 돈이 없다는 게 내겐 심각한 문제라고.
↳ 댓글을 보아하니 너희들 코넥트 프로토 타입 사진은 본 적이 없구나?
코넥트 프로토 타입은 저거보다 크기가 더 컸음.
가격은 모르지만.
그러나 실제로 발매된 건 원본의 수십분의 1 크기의 매우 쓰기 좋은 가정용 모션 인식 장비였지.
난 PTW가 이번에도 그런 기적을 일으켜 줄 거라고 믿는다.
↳ 여기 멍청이 하나 더 있네.
야, 사람을 공중에 띄울 정도의 토크를 가진 모터를 쓰려면 아무리 강력한 모터를 쓰더라도 물리적으로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전신의 근육을 조정하려면 모터 수가 엄청 많아야 하는거고.
그건 기술력으로 커버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물리법칙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존이 공개한 PRD는 커뮤니티에 있는 수많은 유저들의 열띤 토론을 실시간으로 끌어내며 미친 듯이 시청률을 올리고 있었지만, 방송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오히려 존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듯, 본격적으로 PRD에 대한 토크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현재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PRD란 장비의 상용화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역시나 가장 큰 핫 토픽은, 장비의 ‘가격’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었다.
대당 2억 7천만 원이란 가격은,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성을 위한 가격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비싼 가격이면서, 반대로 장비의 성능이나 구성을 생각하면 너무나 싼 가격이었기 때문에.
존은 그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었다.
“우선 저희가 목표로 하는 PRD의 적정 가격 선은, 5천만 원대입니다.
물론 그게 싼 가격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하로는 가격을 줄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거든요.
그래서 최소한의 마지노선으로 잡은 가격이 현재 가격의 7분의 1 수준인 5천만 원 정도의 가격이죠.”
“단지 진짜 같은 VR 경험을 위해서 그 정도 가격을 감수할 사용자들이 있을까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죠. 그래서 PTW의 CCO인 이상혁 씨에게 물어보러 갔었습니다.
인간적으로 너무 비싼 거 아닌가, 일부 기능을 희생해서라도 조금 더 싼 가격에 만들 수는 없나.
실제로 전신 피드백 기능을 포기하고 단순히 손아귀에 잡히는 기능만 구현한다면, 장비의 크기도 작아지고 ‘어느 정도의’ 현실감 전달도 가능할 테니까요.”
“제가 아는 이상혁 CCO라면 아마도 기상천외한 답변을 하셨을 것 같은데, 뭐라고 하셨습니까?”
“그는 저를 전신 체감형 VR 장비를 자동차 같은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득했죠.”
“자동차요?”
“제가 정확히 그렇게 물었죠. ‘자동차요?’라고.
이상혁 CCO에게 그때 제가 들은 말을 정리하자면, 대충 이런 내용이 됩니다.
우선, 말도 안 되는 수준의 기술 개발을 통해 목표로 하는 5천 만원대의 가격에 출시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일반 유저에게 지나치게 비싼 가격이라는 사실은 이상혁 CCO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습니다.
아니, 사실 모르는 게 이상하죠. 현재 무지막지하게 팔려나가면서 MS에 엄청난 적자를 떠넘기고 있는 딥 다이버도, 실제로는 100만 원 이상의 값어치를 가진 장비지만 오로지 유저들을 위해서 40만 원대의 가격으로 어거지로 낮춰서 발매한 게 이상혁 CCO니까요.
그 덕에 저희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VR 장비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게 되었죠.
그런 이상혁 CCO가 5천만 원 이란 가격이 유저에게 무리라는 것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했죠. ‘사람들은 현실 공간에서 빠르고 편하게 이동하기 위해 수천만 원의 금액을 기꺼이 지불하고 자동차를 구매합니다.
게다가 별 의미도 없는 옵션을 구매하기 위해 추가 비용도 감수하죠.
PRD는, 말하자면 가상 공간을 사실적으로 누빌 수 있게 하는 페라리 같은 장비라고 보시면 됩니다.
대중성 있는 장비인 딥 다이버로 즐기던 체험을, 전신으로 느끼기 원하는 유저는 기꺼이 그 비용을 지불할 거고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가상현실을 다룬 웹 소설들을 번역한 페이지를 저에게 보여주었죠.
그 소설에서, 사람들은 캡슐 형태의 풀 다이브 장비를 수천만 원을 주고 사들여 가상 세계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주인공도 몇 년 동안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모두 쏟아부어서 구형 장비를 구매하고 기뻐하고 있었고요.
전 소설 속의 그 내용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그 소설 속 세계에서는, 그 수천만 원짜리 캡슐로 즐길 수 있는 정말 매력적인 가상현실 게임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그 소설 속의 게이머들이 그런 비용을 기꺼이 지불한 이유는, 그들에게 있어서 그 가상의 게임 속 세상이 또 하나의 현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VR 게임이란, 현실에서 탈출해 맞이할 수 있는 진정한 휴식과 즐거움을 가진 공간이었죠.
그 소설을 보여주면서, 상혁 씨는 하루 잠깐, 출퇴근 때 한두 시간 탑승하는 자동차를 위해 수천만 원을 지불할 수 있다면, 퇴근 이후 몇 시간이고 자신이 ‘존재하게 될’ VR 세계를 위해 5천만 원 정도를 투자할 유저도 있을 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확실히, 여유가 된다면 꼭 사고 싶은 매력이 있는 장비긴 합니다.”
“게다가 상혁이 VR 세계를 자동차 산업에 비유한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그건 뭐죠?”
“실제로 어디론가 빠르게 이동해야하는데 자동차나 면허가 없는 사람들은 대중교통이라는 수단을 이용하죠.
택시를 타거나, 전철을 타기도 합니다. 그건 시간이나 거리당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할 수 있는 좀 더 대중적인 이동수단이고요.
상혁은 이 장비가 발매된다면, 그로 인해 장비를 갖춰놓고 시간당 일정 요금을 받으며 서비스하는 형태의 새로운 산업이 발생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럼 굳이 유저가 한번에 매우 비싼 가격을 지불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주머니 사정에 맞춰서 풀 다이브를 저렴한 가격에 체험할 수 있게 되겠죠.
상혁은 저에게 실제로 그렇게 된 사례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게 뭡니까?”
“한국의 ‘PC방’이죠.”
존이 말했다.
“한국에서 초고속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되던 시기에, 멀티플레이 게임인 ‘우주 크래프트’의 빅 히트는 엄청난 신규 유저의 증가를 끌어냈습니다.
하지만 당시 게이머들은 100만원에 달하는 PC 구매 비용을 대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죠.
유저 중에는 중고등학생도 상당히 많았으니까요.
그럼 유저들에게, 시간당 1000원을 내고 고사양의 컴퓨터를 빌려 쓸 수 있는 PC방의 존재는 매우 매력적인 존재였습니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혹은 친구를 따라서 한두 시간 체험을 하고, 그 한 시간이 몇 시간이 되다가, 결국엔 자신이 한달에 PC 방에 쓰는 돈을 몇 달 모으면 아예 컴퓨터를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개인용 PC 시장의 폭발적 증가는 그때 이루어진 것입니다.
매력적인 컨텐츠가 수요를 만들어내고, 그렇게 생긴 수요를 시장이 채워주는 거죠.
상혁 씨는 ‘풀 다이브’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하지만 100만 원과 5천만 원은 차이가 매우 크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래서 PTW에서는 해당 장비의 ‘모듈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모듈화요?”
존이 프레젠터의 버튼을 누르자, 두 개의 장비 사진이 스크린에 등장했다.
그것은 PTW 내부에서 개발 중인 또 다른 VR 체감형 장비, ‘호버 부츠’와 ‘옥토 부츠’의 사진이었다.
“이건 PTW 내부에서 개발 중인 또 다른 VR 장비의 사진입니다.
전신에 실을 연결해 걷는 동작까지 커버하는 PRD와는 다르게, 이건 오로지 가상현실에서 유저가 걷는 동안 현실의 육체가 제자리에 고정되게 하는 역할을 하는 장비죠.
말하자면, PRD의 마이너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거, 혹시 사람이 공중에 떠 있는 건가요!?”
허먼이 호버 부츠의 사진을 보고 경악하며 묻자 존이 웃으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영상으로 보실래요?”
그렇게 말하며 프레젠터의 버튼을 누르자, 사진 속 존 카믹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딥 다이버를 착용한 상태로, 비명을 지르며 공중을 걷고 있는 그의 모습을.
마치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공중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그의 몸을 보면서, 허먼은 큰 충격을 받았다.
“고저차가 구현되는 장비군요.”
“맞습니다. 영상 속의 저는 뒤에서 쫓아오는 괴물을 피해 계단을 오르는 중이고요.
저 장비의 이름은 호버 부츠입니다. 강력한 전자석으로 유저가 착용한 신발을 특정 좌표에 고정하거나 이동하는 기능을 하는 장비죠.”
“옆에 있는 건 좀 더 기계적으로 생겼는데요?”
“그건 호버 부츠가 먹는 전기세가 무지막지해서 이후에 개발하게 된 같은 기능을 하는 장비, 옥토 부츠입니다.
신발마다 8개의 기계 관절이 달려있어 그렇게 부르고 있죠.”
“저게 조금 더 싸고 현실적으로 보이네요.”
“그래도 사람을 공중에 띄우고 고정해야 하는 내구성과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에, 저 가느다란 기계 관절은 모두 속이 꽉 찬 티타늄 봉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 위에 탄소섬유를 씌운 거죠.
그래도 저 장비들이 PRD보다 저렴한 것은 사실입니다.
아마도 출시가는 몇백만 원 정도가 되겠죠.”
“그러니까 존 씨의 이야기는, PTW는 그 ‘풀 다이브’라는 개념을 구현하기 위해 PRD라는 장비의 기능을 쪼개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우선 등에 백팩 형태의 모듈을 장비하고 유저의 손과 팔에 관련된 피드백만을 전달하는 유닛을 따로 팔고, 거기에 걸음걸이를 전달하는 유닛을 따로 파는 거죠.
그 정도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준수한 수준의 풀 다이브 경험을 체험할 수 있을 겁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스테이터스’의 구현도, 제한된 범위 안에서 비슷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을 거고요.
하지만 그런 경험을 하면서, 유저들은 생각하게 될 겁니다.
‘이 멋진 경험의 완전체는 어떤 느낌일까?’
PRD는 바로 그런 유저들을 위해 개발 중인 장비인 거죠.
그 수에 상관없이, 진정으로 VR 세계에서 ‘진짜’ 가상현실을 체감하기 위해 기꺼이 수천만 원을 지급할 유저들을 위해 개발하는 장비인 겁니다.”
허먼이 듣기에, 그것은 멋진 계획 같아 보였다.
좀 더 대중성을 추구한 저렴한 장비들을 모듈 형태로 제공하면서, 진짜로 그 경험에 가치를 두는 유저들을 위한 프리미엄 장비를 판매하는 것.
하지만 허먼은 그 계획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바로 지금의 VR 컨텐츠엔, 그 정도의 가격을 지불하고 즐길만한 컨텐츠가 없다는 것.
허먼은 존에게 그 부분을 지적했다.
“하지만 지금 발매된 딥 다이버용 게임들은 대부분 소파나 게이밍 체어에 앉아서 플레이하는 것을 전제로 개발된 게임들 아닙니까?
2억 7천만 원이든 5천만 원이든, 허공에 앉아있으려고 그 가격을 지불하려는 유저는 없을 텐데요?”
“그렇죠. 실제로 타사에서 발매된 대부분의 VR 게임들은 별도의 VR모드를 사용해서 플레이해야 하고, 그 경험도 그리 쾌적하지 못합니다.
딥 다이버는 오로지 딥 다이버 전용으로 개발된 게임을 돌릴 때만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장비죠.
그리고 그건 PRD에도 적용됩니다. PRD를 제대로 즐기려면, 오로지 PRD에 맞춰서 개발된 게임이 있어야 하니까요.”
“그 말씀은, PRD에서는 기존에 발매된 VR 게임을 플레이할 수 없다는 의미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메리트가 크게 떨어지는 장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허먼이 묻자, 존이 고개를 저었다.
“아시다시피 딥 다이버는 구동체계가 완전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VR 게임을 구동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PRD도 마찬가지죠.
플레이 자체는 가능합니다.
문제는 기존의 게임들에 들어있는 3D 모델링엔 PRD에서 필요한 데이터가 없다는 거죠.
PRD 전용의 게임에 들어간 모든 3D 오브젝트에는, 기존 게임에 없던 새로운 데이터가 들어가 있습니다.
바로 해당 물체의 강도, 무게, 마찰 계수 같은 수치들이죠.
쉽게 예를 들어, VR 공간의 한 가운데 나무상자가 하나 놓여있다 칩시다.
일반적인 다른 게임에선, 그건 그냥 나무 텍스쳐를 씌운 3D 오브젝트입니다.
눈으로 보기에는 무거워 보이는 상자 가까이 다가갔더니 무슨 종이 상자처럼 사방으로 튀어나가는 것을 본 경험은 게이머라면 대부분 가지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PRD에서는, 그건 진짜로 실제의 물성을 가지고 그 자리에 존재하는 ‘나무 상자’가 되죠.
그건 제가 칼로 찍으면 정확히 가해진 힘만큼 뒤로 밀리면서 칼자국이 남고, 안에 들어있는 물건들의 무게 만큼 바닥에 고정된 물건입니다.
그것을 밀려고 시도하면, 손바닥에 나무상자가 바닥에서 끌리는 듯한 진동과 반동을 전달하면서 천천히 뒤로 밀리죠.
PRD 전용 게임의 개발을 위해서, 개발자는 게임 내에 있는 모든 3D 오브젝트 데이터에 그 값을 입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건 엄청난 작업이죠.”
“그건 PRD 전용 게임들의 개발 적 측면에서의 진입 장벽이 높다는 의미입니까?”
“현재로서는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PTW에서 맡은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이, 바로 그것과 관련된 것이니까요.”
“그건 무슨 뜻입니까?”
“PTW에서, 개발자들을 위해 딥 다이버와 PRD 전용 게임 제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게임 엔진을 제작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쉽게 PRD용 게임을 제작하고, 간단한 방법으로 현실적인 3D 오브젝트를 가상 공간에 구현할 수 있도록, PTW는 새 게임 엔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유니티 사의 유니티 엔진, 에픽 게임즈의 언리얼 엔진, 크라이텍 사의 크라이 엔진, 밸브의 소스 엔진같은 유명 엔진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의 수많은 개발자가 다룰 전혀 새로운 개념의 게임 엔진이 될 거고요.”
“새로운 개념의 게임 엔진? 그건 PRD에 필요한 물리적 특성을 지원 가능한 엔진이라는 의미입니까?”
“아뇨, 사실 그건 데이터 입력의 문제라 다른 게임 엔진에 해당 데이터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구현할 수 있습니다.
굳이 새 엔진을 만들 필요가 없죠.
저희가 만들려는 건, 지금까지 게임 제작이라는 일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던 모든 작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전혀 새로운 엔진입니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PRD의 존재 자체보다 더 대단한 일이 될 거고요.”
‘PTW에서 전 세계에 보급하기 위한 전용의 게임 엔진을 만들고 있다.’라는 사실은, 듣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 이야기였지만, 허먼은 호스트로서 좀 더 정보를 끌어낼 필요를 느꼈다.
물론 존 카믹이 대단하다고 말하고 있다면, 그건 그것이 정말로 대단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란 확신이 있었지만, 만약 이 자리에서 그 새 엔진에 대한 정보의 편린이라도 얻어 낼 수 있다면 자신은 기쁨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을테니까.
허먼은 고의적으로 크게 감명받지 않았다는 표정을 보이며 존에게 질문했다.
“새 엔진이라. 분명 PTW라는 업체에서 하는 일이니 엄청나게 혁신 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그리고 존 카믹 씨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더 믿음이 가고요.
하지만 단순히 대단하다는 말로는 전달되지 않는 것도 있는 법이죠.
구체적으로 이 자리에서, 그 새 엔진이 어떻게 대단한 것인지 말해주실 수 있나요?”
허먼의 말을 들은 존 카믹은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신규 엔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이 자리에서 공개해도 될지에 개한 확신이 없어서.
상혁은 현재 진행 중인 메인 프로젝트와 관련된 내용을 제외한 모든 정보를 존 카믹이 자유롭게 언론에 풀 수 있는 권한을 주었지만, 새 엔진은 바로 그 메인 프로젝트와 연관이 있는 정보였다.
곰곰이 고민하던 존 카믹은 자신이 만약 새 엔진의 일부 정보를 공개하면 상혁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아마도 괜찮을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비록 함께한 시간은 짧아도, 자신이 아는 상혁이라면 유저의 기대감을 부풀릴 수 있는 행동에 대해서 자신을 비난하지는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고민을 마친 존 카믹이 허먼을 보며 입을 열었다.
“허먼 씨.”
“예.”
“원래 오늘 쇼에서 저는 새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하고,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아, 그건 매우 안타깝네요.”
“하지만 제가 제 입으로 ‘대단하다’라고 말해놓고 뭐가 대단한지 보여주지 않는 것도 좀 그렇네요.
그러니 아주 일부만이라면,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예. 제가 보여드릴 영상이 정말 멋지고 끝내주는 내용이긴 하지만, 실제 기술적으로는 공개되도 크게 문제가 없는 내용이니까요.
그리고 아마도 이 영상을 보는 순간, 유저들은 매우 흥분된 기분으로 새 엔진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되겠죠.”
그렇게 말하며, 허먼은 자신이 휴대폰을 넘겨주었다.
“영상은 이 안에 있습니다. 그 장면을 처음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아서, 제 휴대폰으로 촬영해놓았죠.”
그러자 바로 스탭이 달려와서 존 카믹의 휴대폰을 받아가려 했지만, 존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 안에는 PTW에서 촬영한 다른 비공개 정보의 영상도 담겨 있습니다.
제가 직접 하도록 하죠.”
그렇게 말한 존은 자신이 직접 스크린에 연결된 컴퓨터로 이동해 휴대폰을 연결했다.
그리고 안에 있는 동영상 파일 하나를 클릭했다.
그가 연 폴더 안엔 촬영 날짜가 적인 동영상 파일들이 수없이 많이 있었지만, 그가 영상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다른 파일과 다르게, 그 파일의 이름은 존 카믹 본인이 직접 새로 바꾼 이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고심 끝에 공개를 결정한 한 개의 동영상 파일.
그 파일의 이름은, ‘나한텐 야동보다 더 흥분됨.avi (More excited than pornography for me.avi)’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