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299화 (300/485)

299. 페이트 북 VS PTW

“빌어먹을 자식 같으니!”

상혁의 의도대로, 다음날 대서특필된 신문 기사를 본 저커버그는 신문을 집어던지며 미친 듯이 분노를 쏟아내었다.

[제니웍스와의 VR 지적 재산권 소송에서 패소한 페이트 북. 이번엔 특허 공룡 PTW를 마주하다.]

[전쟁이 시작은 페이트 북이? PTW측 보도 자료 – 저커버그가 먼저 특허 사용권으로 시비를 걸었다.-]

[페이트 북 VS PTW. 두 거대기업이 벌이는 전쟁의 서막.]

[PTW의 VR 특허. 무엇이 얼마나 중요한가?]

자신의 책상 앞에 놓여있는 수십 부의 신문 기사를 노려보는 저커버그에게, 한 남자가 말을 걸었다.

“보도 내용도 보도 내용이지만, 무엇보다 타이밍이 너무 안 좋았습니다.

지금은 3차 NE 컨벤션이 끝난 직후이고, 게다가 PTW는 그 행사에서 미래를 바꿀만한 기술을 선보였죠.

모두가 충격받을 수밖에 없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면서요. 안 그래도 언론사 전부가 PTW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보도 자료를 뿌렸으니 기자들이 미친 듯이 반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만약에 그것까지 노렸다고 한다면, PTW의 이상혁이란 인물은 생각보다 매우 노련한 인물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콜린스 씨. 당신은 제 변호사입니다. 그것도 1년에 수임료만 수십억씩 받아가는. 그런데 지금 상대방을 칭찬하는 겁니까?”

“싸울 상대가 어떤 상대인지 알려드리는 겁니다.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적을 아셨으니 이길 방법을 찾아오셨겠지요?”

“글쎄요. 일단 상황이 최악이라는 건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합의가 최선이라는 것도요.”

“소송전에서 이길 수 있는 확률은 아예 없는 겁니까?”

“저희 로펌의 특허 전담팀에서 점검해본 결과로는 소송에 들어가면 저희가 100% 집니다.

저희 쪽에서 우리 특허를 침해한 부분은 거의 존재하지 않고 저희 장비는 저쪽 특허가 없이는 돌아가지 않으니까요.

솔직히 말해서, PTW측에서 마음만 먹으면 옵큘러스 VR의 시장 진출을 아예 틀어막을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건 안됩니다!”

저커버그가 다급하게 외치자 콜린스가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저커버그를 향해 말했다.

“저도 압니다. 저커버그씨가 VR 기술을 이용한 메타버스 구현에 얼마나 큰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그러니 저는 최대한 합리적인 조건으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페이트 북에서 부담해야겠지만.”

“얼마 정도 들겠습니까?”

저커버그의 질문에 콜린스가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적게 잡아도 최소 25억 달러는 준비하셔야 할 겁니다.”

“그건 제가 옵큘러스사를 인수할 때 지불한 인수대금하고 맞먹는 금액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건 최소 금액입니다. 저쪽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이쪽의 사업을 아예 막아버릴 수도 있어요.”

“그것만 막아주시면 됩니다. 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으니까.”

저커버그가 말하자 콜린스가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믿으세요. 적어도 상대를 설득하는 부분에서는, 저는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으니까.”

***

“오! 잘 다녀오셨어요. 미국은 어땠어요?”

회사에 도착한 상혁 일행을 맞이한 것은, 회사 입구까지 내려와서 상혁을 기다리고 있던 기획자 서지수였다.

그리고 지수는, 상혁을 보자마자 쪼르르 달려와 미국 출장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상혁은 지수가 입으로는 그렇게 질문을 하면서도 눈으로는 자신의 손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 내 손을 그리 빤히 보니?”

“출장 다녀오셨으니 선물이라도 하나 사 오지 않으셨을까 해서···.”

“지금 네 연봉이면 그냥 네 돈 주고 사도 못살 게 없는데 뭘 사달라는 거야?”

“에이, 마음이 중요한거죠. 가격이 중요한가?”

상혁은 웃으며 품 안에서 미리 사놓은 기념품을 지수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지수는, 그런 상혁이 건네준 선물을 받고는 기쁨에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상혁에게 말했다.

“꺅! 상혁 오빠 최고! 역시 사 왔을 줄 알았어!”

“다음에 지수 네가 출장 갈 때는 네가 내 선물 사와.”

“당연하죠!”

“그동안 회사는 어땠어? 원격 보고 상으로는 별문제 없는 것 같던데.”

“뭐, 3차 NE 컨벤션 끝나고 다들 미뤄뒀던 휴가를 갔으니까요.

조용했죠. 그래도 현주 선생님이랑 상혁 오빠, 민준오빠 3명이 동시에 자리를 비우니까 빈자리가 좀 크게 느껴지긴 했어요.”

“웬만한 건 너나 서연이도 처리할 수 있잖아. 혁찬이나 성연 씨도 있고.”

“뭐, 그냥 빈자리가 느껴졌다는 거죠. 딱히 따로 언급할 만한 사건은 없었으니까.”

“그래. 조용한게 제일이지.”

상혁의 말에 뒤에서 듣고 있던 민준이 풉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조용한 게 제일이라는 녀석이 미국 떠나면서 페이트 북 같은 대기업에 핵폭탄을 던지고 나오냐?”

그러자 민준의 말을 들은 지수가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며 상혁에게 물었다.

“오빠? 핵폭탄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페이트 북 이야기는 뭐고요?”

그러자 상혁이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일단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

“······그러니까, 미국에서 헤지펀드에게 수십조를 뜯어낸 직후에, 이번엔 페이트 북에 가서 저커버그에게 빅 엿을 선사했다는 거예요?”

“말하자면 그렇지.”

“호오···. 그리고 그 과정에서 MYOM의 딥 다이버 버전 이식이 결정된거고요?”

“어. 그래서 하는 이야기지만, 지금 프로젝트 히어로에 투입된 인력 중에 MYOM관련 개발 인력을 잠시 이식 작업으로 돌릴까 하는데.

지수 네가 이식 작업을 총괄해줬으면 좋겠다.”

“저야 좋죠. 원래 MYOM은 개발할 때부터 계속 VR로 개발하면 정말 끝내주는 게임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게임이니까요.

대신 프로젝트 히어로의 작업속도는 그만큼 늦어지게 될 텐데, 그건 괜찮을까요?”

“이식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은 그쪽 기획은 내가 대신 할테니까 괜찮아.”

“그래요? 하지만 조금 전에 페이트 북쪽에 엄청난 빅 엿을 선사했다고 하셨잖아요?

당분간은 그쪽에 신경 쓰셔야 하지 않을까요?”

“뭐 그 싸움은 우리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어차피 저쪽에서 접고 들어오게 되어있어.

문제는 저쪽에서 얼마나 접고 들어오느냐가 문제지.”

“그런데 오빠.”

“응?”

“그렇게 우리가 유리한 상황이면, 소송으로 가면 100% 우리가 이긴다는 거죠?”

“그렇지.”

“그럼 저쪽에서는 합의를 시도하겠네요?”

“아마도 그럴 거야.”

“그럼 합의의 대가로 뭘 받으실 생각이세요? 솔직히 저희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딱히 페이트 북에게 받을 만한 것도 없지 않아요?”

“그렇네. 다른 회사는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지만, 우리 회사는 조금 다르지 않아?”

지수의 말을 듣고 있던 현주가 상혁에게 물었다.

그리고 현주가 그런 질문을 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지금까지 PTW라는 회사가 굴러가는 방식은, 회사 내부에 돈을 거의 남기지 않는 극도의 투자 중심 전략이었기 때문에.

그것은 미국의 초거대기업인 아마존의 운영 방식과 닮은 방식이었다.

다만 PTW가 회사를 운영하는 방식과 아마존이 회사를 운영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면, 아마존은 그 막대한 수익을 문어발식으로 다양한 영역으로 늘리며 안정성을 추구하는 반면, PTW는 오로지 게임 관련 분야에만 투자를 집중한다는 부분이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우선 프로젝트 히어로는 IP확보 비용 때문에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해요.

일단은 슈퍼 히어로가 나오는 게임이니까.

우선 SANY에서 판권을 가지고 있는 스파이디 맨 같은 경우는 어렵지 않게 판권을 빌려올 수 있겠죠.

SANY는 저희와 관계가 깊은 협력사니까. 하지만 나머지 슈퍼 히어로 IP는 조금 다르죠.

전부 돈 주고 사 와야 하는데, 문제는 가격이에요.

단순히 원작 IP의 캐릭터를 사용하는 거랑,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IP를 가져오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니까.”

“어? 원작 IP에서 캐릭터만 가져다 쓰는 거 아니었어?”

현주가 묻자 상혁이 말했다.

“팬들 입장에서는 게임 속에 영화에서 봤던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게 더 기쁠 테니까요.”

“그럼 게임 속에 영화판에서 등장했던 배우를 집어넣겠다는 거야?

아이론 맨 배우 같은 경우는 개런티만 수천억은 될 텐데?!”

“괜찮아요. 우리 돈 많으니까.”

상혁이 말하는 ‘돈이 많다.’라는 말엔 묘하게 무게감이 실려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현재의 PTW는 정말로 돈이 많았기 때문에.

“SANY측과 딥 다이버 생산에 대한 계약을 할 때, 게이밍용 딥 다이버는 일부러 적자를 감수해야하는 가격으로 설정했지만 산업용은 이윤이 많이 남도록 설정했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SANY에서 산업용 딥 다이버의 생산에 지나치게 힘을 실어줄 위험이 있었어요.

MS에서 이전에 코넥트로 장난질 친 것처럼.

그리고 SANY에서 감수해야 하는 적자 폭도 장난이 아니었으니까, 계약서엔 SANY의 이윤을 위한 항목이 들어가 있었죠.”

“산업용 딥 다이버 판매로 벌은 이윤으로 게이밍용 딥 다이버의 적자가 해소될 때까지, PTW에서 로얄티를 받지 않는다는 거?”

“맞아요. 만약에 이번에 MS에서 적자를 자신들이 감당하겠다고 나서지 않았으면, 저희는 딥 다이버의 기술료를 SANY에서 받게 되게까지 몇 년을 기다려야 했겠죠.

하지만 일부러 MS가 들어올 수밖에 없는 판을 만들었고, MS가 들어온 시점에서 SANY의 적자는 0원이 되었어요.

그 계약에 따르면, 원래는 SANY가 감당했어야 할 적자를 MS가 전부 감당하니까.”

“그 말은···.”

“지금부터 바로 산업용 딥 다이버가 팔릴 때마다, PTW에서 SANY측에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죠.”

“그건 엄청난 금액일 텐데?”

“맞아요. 산업용 딥 다이버는 게임용보다 가격은 비싼데 원가는 더 싼 물건이니까.

어차피 현장에서 쓸 물건인데 튼튼하기만 하면 되지 게임용처럼 60만 원 헤드폰 급 다이나믹 드라이버라던가 지문이 묻지 않는 고급 플라스틱 외장재 같은 걸 넣을 필요는 없잖아요.

게다가 프레임이나 해상도도 게이밍 용처럼 엄청나게 고성능으로 잡지 않아도 되고.

게다가 코넥트 때처럼 가격이 싸다고 게이밍용 딥 다이버를 가져다 산업 현장에서 쓸 수도 없어요.

애당초 게이밍용 딥 다이버는 워크 패스트의 일부 기능을 제외하면 나머지 산업용 애드온이 전부 막혀있으니까.”

“얼마나 될 것 같아?”

“아마 올해까지는 게임용 장비 보급에 집중해야 하니 큰 수익을 기대하긴 힘들겠지만, 제가 SANY의 나츠씨를 통해서 확인했을때는 지금 산업용 딥 다이버의 예약 주문이 천만 대 단위로 밀려있어요.

내년엔 그 생산분에 대한 로열티가 들어오겠죠.”

“천만 대나? 어디서 그렇게 많이 주문했어?!”

“삼정, 테슬러, 팍스콘, SANY 본사에서도 본인들이 쓸 장비를 따로 예약했죠.

그 외에도 사람이 생산 설비에서 제품을 조립하는 회사에서는 매우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요.

아마 내년쯤에는 횬대 자동차에서도 쓰려고 하지 않을까 싶네요.

게다가 지금 딥 다이버 1대당 1개 꼴로 저희 신작 게임도 미친 듯이 팔리고 있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페이트 북에서 지불할 거액의 합의금도 들어올 거라는 거지?”

“예. 그래서 말인데, MYOM의 딥 다이버 버전은 별도로 돈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공짜로 제공한다고?”

“새 게임이 아니라, 기존 게임의 개량판이니까요.

물론 개발적인 측면에서는 전체 리소스를 싹 갈아엎어야 하니 완전히 새로 만드는 거나 다름없지만, 그래도 가장 핵심인 마나 엔진 자체는 그대로 이식하게 될 거니까.

기존에 MYOM을 보유하고 있는 유저라면, 무료로 딥 다이버 버전도 플레이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상혁의 말에 현주가 물었다.

“그것도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이미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판단을 한 거지?”

상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현주가 말했다.

“괜찮을 것 같아. 당장 돈이 급한 것도 아니고, 내년엔 돈이 넘치도록 많이 들어올 예정이라며?

물론 MYOM의 딥 다이버 버전을 돈 받고 팔면 엄청나게 많은 수익이 추가로 들어오겠지만, 같은 게임을 두 번 사게 된 유저들의 불만을 생각하면 여기서는 통 크게 구는 것도 좋을 것 같아.”

현주의 말을 들은 상혁이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이해해주실 거라 믿었어요.”

“아냐, 뭐랄까. 이번에 미국에서 헤지펀드를 상대해서 이길 수 있었던 것도, 그리고 저커버그라는 거물 앞에서 당당하게 맞설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온 것들이 하나하나 우리의 힘이 되고 있었다는 걸, 이번에 깨달았거든.

그리고 그렇게 쌓아 올린 PTW라는 회사의 자산이, 생각보다 엄청난 가치를 가진 물건이 되었다는 것도.

그러니 이번에 상혁이 네가 말한 대로 MYOM을 무료로 버전업 시켜주는 것도, 분명 나중에 좋은 방향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해.

당장 그 돈이 없으면 우리가 하려는 것을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그런 판단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아.”

그때, 민준이 현주의 말을 거들며 나섰다.

“사실 나도 PTW가 쌓아 올린 이미지와 인지도는 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내가 스컹크 웍스를 구성하려 이직 제안을 하면서 돌아다닐 때, 다들 PTW라는 이름을 듣고 좋게 받아들여 주더라고.

개발자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돈보다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라고.

만약 그렇게 쌓아 올린 이미지가 없었다면, 그렇게 쉽게 존 스킷씨 같은 고급인력을 데려올 순 없었겠지.”

“아, 그거 말인데. 만약에 이번에 페이트 북에서 합의안이 오면, 금액이 얼마든 간에 1000억 원 정도는 현찰이 아니라 다른 조건으로 받아올 생각이거든?”

“다른 조건? 주식을 말하는 거야?”

“우리가 페이트 북 주식을 가져서 뭘 하려고.”

“그럼 그쪽의 특허 사용권이라던가?”

“그쪽 특허 중에 우리가 쓸만한 게 없을 건데?

애당초 그것 때문에 저쪽에서 합의해올 수밖에 없는 거잖아.”

“그럼 천억이나 되는 돈을 가지고 대체 페이트 북에서 무슨 물건을 뜯어낼 생각인데?”

“정확히는,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지.”

“사람? ···혹시?!”

“네 생각이 정확하게 맞아.”

민준의 말에 상혁이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민준을 바라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기회에 저커버그 그 인간이 자신이 데리고 있는 CTO에게 얼마만큼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지 확인해보자고.”

상혁이 말한 ‘천억 원’ 대신 받아오고 싶은 사람.

그것은 저커버그가 2.5조원을 지불하고 인수한 ‘옵큘러스’의 CTO이자, 게임 업계에서는 전설의 프로그래머라고 불리고 있는 인물.

존 카믹을 말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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